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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American Silver v Bolivia, PCA Case No. 2013-15 본문

South American Silver v Bolivia, PCA Case No. 2013-15

투자분쟁 판례해설 2025. 9. 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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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American Silver v Bolivia, PCA Case No. 2013-15

 

I. 절차적 배경 및 판정 요지


1. 사건명

South American Silver v Bolivia, PCA Case No. 2013-15


2. 당사자와 변호인

청 구 인: South American Silver Limited (Bermuda)


대 리 인: King & Spalding LLP (Mr. Henry G. Burnett, Mr. Fernando Rodríguez Cortina, Ms. Verónica García, Ms. Caline Mouawad, Mr. Cedric Soule, Ms. Eldy Roche) King & Spalding LLP (Mr. Roberto Aguirre Luzi, Mr. Craig S. Miles) Guevara & Gutiérrez S.C. (Mr. Ramiro Guevara, Mr. Enrique Barrios)


피청구국: 볼리비아 (Plurinational State of Bolivia)


대 리 인: Procuraduría General del Estado (Dr. Pablo Menacho Diederich, Dr. Ernesto Rosell Arteaga, Dr. Waldo Alvarado Vasquez) Dechert (Paris) LLP (Mr. Eduardo Silva Romero, Mr. José Manuel García Represa, Ms. Erica Stein, Mr. Álvaro Galindo, Mr. Juan Felipe Merizalde)

 

3. 중재판정부

Dr. Eduardo Zuleta Jaramillo (의장중재인, 콜롬비아 국적)
Prof. Francisco Orrego Vicuña (청구인 지명, 칠레 국적)
Mr. Osvaldo César Guglielmino (피청구국 지명, 아르헨티나 국적)


4. 사실적 배경 및 판정 요지

 

세계 최대 은(silver) 매장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는 볼리비아의 Malku Khota 광산 개발을 둘러싼 분쟁이다.

 

청구인이 2007년부터 Malku Khota 지역의 광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범죄, 지역사회 분열 등을 야기하며 토착 주민들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자 볼리비아 정부가 2012년 8월 청구인의 광산 개발권을 회수하였다. 이에 청구인이 볼리비아 정부의 행위가 위법한 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미화 3억 8,570만 달러를 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이 사건 중재를 신청하였다. 중재판정부는 볼리비아 정부가 청구인의 투자를 직접 수용하였다고 인정하고, 피청구국이 청구인에게 광산 개발에 투입된 비용 미화 1,870만 달러와 이에 대한 이자의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이 사건은 투자유치국 정부에 의한 직접 수용이 이루어졌다고 인정된 대표적인 사례이자 수용으로 인한 투자유치국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투자유치국에게 정당한 수용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되었지만, 적절한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유치국의 배상책임이 일부 인정되었다.

 

5. 중재절차상의 특이사항


가. 제3자 자금지원과 피청구국의 담보제공신청


청구인은 제3자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이 사건 중재를 신청하고 진행하였다.


이에 피청구국은 2015년 10월 8일 중재판정부에 미화 250만 달러 이상의 비용 담보제공 및 자금 지원자의 신원과 자금지원계약 조건 공개를 신청하였다. 청구인은 버뮤다 소재의 유령회사에 불과하여 중재비용을 부담할 자력이 부족하고, 이해충돌 존부 판단을 위해1 자금 지원자의 신원이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 피청구국 신청의 주요 이유였다.2


중재판정부는 UNCITRAL 규칙 제26조 임시적 조치에 담보제공에 관한 명령이 포함된다고 보고 피청구국의 담보제공 신청에 관하여 판단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자금 지원자의 신원 공개 신청은 받아들였으나(청구인도 동의), 제3자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담보제공을 명할 수는 없다고 보고 피청구국의 나머지 신청은 기각하였다.3

 

나. 청구인 지명 중재인(Francisco Orrego Vicuña)의 별개의견과 사망


중재인 Francisco Orrego Vicuña는 별개의견에서 사건이 장기간 휴면 상태에 있는 것을 방지하고자 관할이 존재한다는 의장중재인의 의견에 대해서 동의하였고, 다수의견과 달리 피청구국의 행위가 투자협약상 수용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에게 인용된 미화 1,870만 달러는 완전한 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4


한편 중재인 Francisco Orrego Vicuña가 2018년 10월 2일 사망함에 따라, 2018년 8월 30일 작성된 중재판정문 스페인어본에는 중재인 Francisco Orrego Vicuña의 서명이 있지만, 2011년 11월 7일 작성된 중재판정문 영문본에는 중재인 Francisco Orrego Vicuña의 서명이 없다.

 

II. 사건 및 판정의 세부사항


1. 근거 협정


Agreement between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 Ireland and the Plurinational State of Bolivia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Investments (이하 “이 사건 협정”)


2. 문제된 투자유치국의 조치


2012년 8월 1일 대통령 최고명령(Decreti Supremo) 제1308호로 CMMK의 Malku Khota 지역 광업권을 취소하고 볼리비아 정부에 회수한 조치(이하 “이 사건 회수 조치”).


3. 청구인의 청구취지


수용 배상금으로 미화 3억 8,570만 달러 또는 원상회복으로 미화 1,640만 달러와 이자 (다만 원상회복 청구는 심리기일에 철회됨).5


4. 사실관계


청구인은 1994년에 버뮤다에서 설립된 법인으로서, 3개의 바하마 법인(Malku Khota Ltd, Productora Ltd, G.M. Campana Ltd.)의 완전 모회사이다. 위 3개의 바하마 법인은 볼리비아 법인인 Compania Minera Malku Khota(이하 “CMMK”)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즉, 청구인은 3개의 바하마 법인을 통해 CMMK의 지분 전부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편 캐나다 법인 South American Silver Corporation(이하 “SASC”)는 2006년 SAS의 지분 전부를 인수하였다.6 따라서「SASC(캐나다) – 청구인(버뮤다) - 3개의 바하마 법인 – CMMK(볼리비아)」로 완전 모자회사 구조가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CMMK는 2003년 11월 Malku Khota 광산 개발 프로젝트(이하 “이 사건 프로젝트”)를 목적으로 설립되어, 2005년 5월부터 2007년 4월까지 Malku Khota 거의 전 지역을 포괄하는 총 10개의 광업권을 취득하였다. 이후 CMMK는 2007년 5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지하 탐사를 하여 이 사건 프로젝트에 대한 기초 경제 분석(Preliminary Economic Assessment)을 하였다. 청구인과 SASC는 광산의 암석으로부터 다양한 금속을 추출하기 위해 습식 제련 공정(hydrometallurgical process)을 발명하고 특허를 취득하였다. 그러나 Malku Khota 광산 프로젝트는 결국 상업적 채굴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7


청구인이 Malku Khota 광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범죄, 지역사회 분열 등을 야기하여, 2010년부터 토착 주민들(Aymara, Quechua 및 ayllu 공동체)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였다. CMMK가 광산 개발을 위해서 토착 주민들을 고용하고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일부 진행하면서 CMMK에 우호적인 토착 주민 단체도 생겨났지만(5개 ayllu, COTOA-6A),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고조되어 2012년 5-7월 무렵에는 폭력 시위와 경찰력의 개입으로 이어졌다.8

 

  • 2010년 2월: 토착 주민들의 성지에 환경오염이 발생하였다고 보고되었다.
  • 2010년 12월: 4개의 토착 주민 단체가 CMMK의 권한남용, 환경오염, 범죄행위 등을 비난하며 CMMK에게 광업 개발 활동 중단을 요구하였다.
  • 2012년 4월: CMMK의 지역협력담당자가 납치되어 다음날 풀려났다.
  • 2012년 5월 5일: 지역 주민들과 경찰들이 무력 충돌하였다.
  • 2012년 5월 28일 및 7월 2일: 볼리비아 정부가 회의를 주재하였으나 이 사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갈등은 계속되었다.
  • 2012년 7월 5, 6일: 경찰력 개입으로 폭력 충돌이 발생하여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당했으며, 경찰 3명이 시위대에 납치되었다.

 

이에 볼리비아 정부 산하 협의회가 개입하여 2012년 7월 7일 토착 주민 단체들과 Malku Khota 지역을 진정시키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위 양해각서에는 CMMK의 광업권 취소와 광업활동 중지 및 이 사건 프로젝트의 국유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볼리비아는 2012년 8월 1일 대통령 최고명령(제1308호)을 발령하여 CMMK의 Malku Khota 지역 10개의 광업권을 취소하고 국가 소유로 회수하였다.9


이에 청구인은 2013년 4월 30일 피청구국의 위 조치가 투자협정에서 금지하는 위법한 수용에 해당하고, 투자협정상의 공정·공평대우의무, 완전한 보호와 안전 제공 의무, 차별금지의무, 내국민대우의무 등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청구인의 투자에 대해서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한 배상 또는 원상회복을 구하며 이 사건 중재를 신청하였다.

 

5. 법률적 쟁점 및 중재판정부의 판단


가. 법률적 쟁점


청구인의 중재신청에 대하여 피청구국은 아래와 같이 주장·반박하였다.

 

  • 본안 전 항변으로,
    (i) 청구인은 CMMK에 대한 간접 투자자일 뿐이어서 이 사건 협정으로 보호되는 투자자가 아니다.
    (ii) clean hands doctrine 및 투자의 적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이 사건에 투자협정상의 관할이 존재하지 않거나 청구인의 중재신청이 허용되지 않는다.

 

  • 본안에 대하여,
    (iii) 이 사건 회수 조치는 사회적으로 정당한 사회적 목적과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투자유치국의 필요성(necessity)에 의한 조치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또는 주권적 규제 권한(police power) 발동에 따른 조치이므로 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iv) 청구인이 주장하는 공정·공평대우의무, 완전한 보호와 안전 제공 의무, 차별금지의무, 내국민대우의무 위반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토착 주민의 인권 및 기본권 보호와 관련한 준거법에 관하여 다툼이 있었다. 따라서 중재판정부는 이에 관하여 먼저 살핀 후 위 각 쟁점에 관하여 순차로 판단하였다.

 

나. 본안전 항변 및 선결문제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중재에 적용되는 규범


가) 피청구국의 주장


토착 주민들의 인권과 기본권은 UN헌장 제103조, 기본적 인권에 관한 보편적인 국제법 원칙 및 볼리비아의 국내 법률에 따라 보호된다. 토착 주민들의 기본권과 국제투자가 충돌할 경우 전자를 후자 보다 우선시해야 한다.10


나) 청구인의 주장


국제투자분쟁에 적용되는 법률은 이 사건 협정 및 관련되는 국제법 원칙이고, 중재판정부는 적용 규범을 결정할 재량이 없다. 피청구국이 주장하는 국제법에 따른 토착 주민들의 권리는 그 범위가 불명확하여 이 사건 협정에 의해 제공되는 보호에 우선할 수 없다.11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 협정에 준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이 없더라도 볼리비아 국내 법률을 포함한 다른 법령이 이 사건 협정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주장하는 인권에 관한 국제법은 국제관습법으로 형성되지 못하였고, 피청구국이 그 주장과 같은 규범 또는 원칙이 이 사건 협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청구국의 주장을 배척하였다.12

 

2) 청구인이 이 사건 협정에 의해서 보호되는 투자자가 아니라는 주장에 관하여


가) 피청구국의 주장


이 사건 협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청구인은 투자를 직접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협정 제8조 제1항).13 이 사건 협정에서는 전치사 “of” 를 사용하고 있고, 간접 투자를 인정하는문언이 없다. 그런데 CMMK의 주주들은 전부 바하마국 법인이고, CMMK는 볼리비아 법인이므로 영국에서 설립된 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14


설령 이 사건 협정에 따라 간접 투자가 보호된다고 해석하더라도, Salini test를 충족하는 것은 청구인의 모회사인 SASC의 투자이므로 이 사건 실제 투자자는 캐나다 법인 SASC이다. 이 사건은 SASC가 버뮤다에서 설립된 청구인을 통하여 조약 쇼핑(treaty shopping)을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협정상의 관할이 인정되지 않는다.


나)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청구국의 간접 투자 항변을 배척하였다.


이 사건 협정 제1조는, “투자”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asset which is capable of producing returns)”으로 넓게 정의하면서 그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일부 종류를 예시적으로 나열하고 있다.15 따라서 이 사건 협정 제8조 제1항이 그 적용 대상을 직접 투자로만 한정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16


또한 이 사건 협정은 중재를 신청하는 법인이 타방 체약국에서 설립될 것 이외의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이 사건 협정에는 혜택 부인 조항도 없다. 피청구국이 주장하는 Salini test는 ISCID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사건에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따라서 청구인은 CMMK의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함으로써 보호되는 투자자에 해당한다.17

 

3) Clean Hands Doctrine과 투자의 적법성 관련


가) 피청구국의 주장


권리보호를 구하는 당사자가 위법하게 혹은 부당하게 행동하였을 경우 권리보호가 박탈된다는 clean hands doctrine은 이 사건 중재에 적용될 수 있다. 이 법리는 형평법에서 유래한 국제법의 일반원리로서 국제공서(international public order)의 일부이다. 다수의 중재판정이 부당하게 혹은 위법하게 행동한 당사자들의 청구를 일관적으로 기각하였다.18

 

또한 이 사건 협정에 투자의 적법성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이 없더라도 투자유치국의 법령과 국제법에 따를 의무는 전제되어 있고 이는 전체 투자 기간에 대해서 판단되는데, 국제법 또는 국내법을 위반한 투자에 대해서는 협정에 따른 관할이 인정되지 않거나 관할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19


그러므로 청구인의 투자는 위법하므로 협정상 관할이 인정되지 않거나, 이 사건 중재신청은 clean hands가 결여되어서 허용되지 않는다. 설령 관할과 허용가능성 요건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피청구국의 조치와 청구인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고, 최소한 청구인의 과실을 고려하여 손해액의 75%를 감액하여야 한다.20


나) 청구인의 주장


Clean hands doctrine은 국제관습법이나 국제법의 일반원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피청구국이 인용하는 사례들도 clean hands doctrine을 국제법의 원칙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고, 피청구국의 주장은 대부분 입법론 혹은 해석론에 관한 학술적 논의에 기반하고 있다.21 설령 clean hands doctrine이 국제법의 원칙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은 피청구국이 제시한 판정례(Niko Resources v. Bangladesh)에서 설시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22


한편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청구인의 위법행위는 청구인 투자의 허용 여부(외국 자본 유치의 제한 혹은 투자의 규제)와 무관하며, 투자가 이루어질 당시의 위반행위가 아니다. 피청구국이 주장하는 위법행위는 본안에서 판단되면 충분하며 중재판정부의 심리를 차단하는 요소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23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clean hands doctrine 및 투자의 적법성에 관한 피청구국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clean hands doctrine이 국제법의 일반원칙이나 국제공서의 일부가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청구국이 주장하는 위법행위는 허용가능성 요건과 관련하여서가 아니라 본안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았다.24

(i) 이 사건 협정에는 clean hands doctrine 관련 조항이 없다. 피청구국은 투자자가 청구와 관련하여 부적절한 행위를 하였을 때 왜 그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지 설명하지 못하였다.25


(ii) 피청구국은 대륙법과 영미법에서 clean hands doctrine이 인정되고 있다면서 영국 귀족원과 프랑스 파기원의 판례들 및 미국과 독일의 논문들을 인용하고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ICJ 규정 제38(1)(c)조에 규정되어 있는 “문명국이 인정한 법의 일반원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피청구인이 인용한 중재판정례들은 대부분 관련 협정이나 국내법에 기반하여 결론을 도출하였을 뿐 clean hands doctrine를 적용하거나 이를 국제법의 일반원칙으로 삼아 결정하지 않았다.26


(iii) Al-Warraq 사건 중재판정부는 clean hands doctrine에 따라 청구의 허용가능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으나, 판정문 주문에서는 OIC 협정 제9조에 기초하여 청구인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다.27 따라서 이에 따르더라도 clean hands doctrine이 국제법의 일반원칙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인용되는 논문들에 의하면 그 인정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Clean hands doctrine이 국제공서의 일부라는 점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도 없다.28

 

다. 본안에 관한 판단


1) 수용 관련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회수 조치는 CMMK의 광업권을 국유화하는 직접적인 수용으로서 정당한 목적 없이 이루어졌고 적법절차가 준수되지 않아 위법하다. 피청구국은 청구인에게 이 사건 협약 제5조 제2항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지체없이 지급하여야 한다.29

 

피청구국은 이 사건 회수 조치가 투자유치국의 필요성에 의한 조치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하나,30 이로써 이 사건 회수 조치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국가적 필요성 항변은 국가 사이에만 적용될 수 있는데다(ILC Responsibility of States for Internationally Wrongful Acts 제25조), 이 사건 회수 조치는 위 ILC 초안 제25조가 정하는 ‘국가의 본질적인 이익 보호를 위한 조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피청구국의 필요성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31 설령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청구국의 적법한 보상 의무가 소멸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회수 조치가 피청구국의 주권적 규제 권한에 따른 조치라는 주장은 사후적인 정당화에 불과하고 그 행사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였다.32


나) 피청구국의 주장


이 사건 회수 조치는 CMMK가 초래한 사태에 대하여 토착 주민 단체들의 인권 보호라는 우월한 공익적 이익을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청구국의 적법한 규제 권한 발동에 따른 조치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협약 제5조가 정하는 수용이 아니다.33


이 사건 회수 조치는 이 사건 협약 제5조가 정하는 적법한 수용의 요건을 전부 충족하였다.


(i) 이 사건 조치는 토착 주민들의 인권과 자치권 보호라는 정당한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이루어졌다. (ii) CMMK는 이 사건 회수 조치에 대해서 이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고, 이 사건 회수 조치의 발령이나 보상액 평가 과정에서 투자자의 참여권이 필수적으로 보장되지는 않으므로 적법절차 위반도 존재하지 않는다. (iii) 이 사건 협약 제5조의 “적합하고 지체없는 보상”은 보상금이 실제로 지급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유치국이 수용일을 기준으로 보상액 결정을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충분하다.34

 

더욱이 이 사건 회수 조치는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국가의 본질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서 국가적 필요성에 의한 조치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35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 스스로도 “국유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이 사건 회수 조치가 직접 수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그렇지만 피청구국이 청구인에게 적정한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보상금이 확실히 지급될 것이라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으므로, 피청구국은 이 사건 협정 제5조의 정당한 보상 없는 수용 금지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보상금의 지급과 관련하여,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주장과 달리 투자 가치 산정을 위한 절차를 밟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36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정당한 목적 결여 및 적법절차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회수 조치는 Malku Khota 지역에서 발생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으므로 공익적 목적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적시에 투자유치국의 사법절차에 접근하여 수용의 적법성과 보상금액의 적정성에 대하여 다툴 수 있으면 충분하고, 투자유치국의 결정에 참여할 권한이 주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피청구국 국내법에 따른 사법절차를 밟지 않은 이상 적법절차 위반을 주장할 수 없다고도 보았다.37


동시에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국가적 필요성 및 규제 권한 행사 항변도 모두 배척하였다. 중재판정부는 국가적 필요성 항변은 수용보상금 지급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따라서 피청구국이 주장하는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피청구국은 수용보상금 지급 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38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이 사건 회수 조치가 직접적인 수용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규제 권한 행사 주장은 피청구국의 2차 주장서면에서 최초로 제기된 주장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청구국의 규제 권한 행사 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39

 

2)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 관련


가) 청구인의 주장


피청구국은 이 사건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여 청구인으로 하여금 적법한 기대를 가지게 한 다음 의도적으로 CMMK를 둘러싼 갈등을 증폭시키고 보상금 지급 없이 청구인의 투자를 국유화 함으로써 청구인의 적법한 기대를 침해하였다. 피청구국은 2011년부터 국유화를 계획하고 이 사건 회수 조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청구인의 참여를 배제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게 행동하였다.40


나) 피청구국의 주장


피청구국은 청구인의 적법한 기대를 침해하지 않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게 행동하지 않았다. 투자자가 적법한 기대를 가진다고 하여 투자유치국의 법령 또는 규제가 변하지 않는다거나 투자유치국이 자국의 법령을 제정하고 준수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사건 회수 조치에는 기존의 법령이 적용되었으므로, 청구인은 그 법령 위반시 피청구국으로부터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다.41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보다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것만으로는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공정∙공평대우 조항이 피청구국의 규제 권한 포기를 의미하지 않고, 피청구국이 이 사건에서 광업과 관련해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CMMK의 사업 지역이 토착 주민 집단이 거주하고 특수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 하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거나 인식하고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42


3) 그 외의 위반 주장 관련

 

중재판정부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을 모두 기각하였다.

(i) 피청구국이 청구인의 개입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고 갈등 해소를 위한 조치를 취하였다. 피청구국이 군사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협정상의 완전한 보호와 안전 제공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ii) 이 사건 회수 조치가 비합리적이라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회수 조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이루어졌다.


(iii) 청구인은 판단 기준이 되는 피청구국의 회사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피청구국은 볼리비아 회사의 Malku Khota 지역 광업권도 회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그러므로 피청구국이 내국민대우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43

 

라. 보상금 산정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의 주장


보상금은 국유화 계획 발표 전 영업일인 2012년 7월 6일 기준 이 사건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공정한 시장가격(FMV)인 미화 3억 8,570만 달러이다. 혹은 지출 비용(cost)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면, 미화 3,160만 달러(일반관리비 미화 1,290만 달러 포함)이다. 여기에 볼리비아 법정이율에 따른 연 6%의 이자를 복리로 계산한 금액이 추가 되어야 한다.44


2) 피청구국의 주장


보상금은 청구인이 지출한 비용에 기초하여 이 사건 수용이 공표되기 직전일인 2012년 7월 9일을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한다. 청구인이 주장하는 일반관리비는 청구인의 지출 비용이라고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보상액에 포함될 수 없고, 보호정보(Protected Information, 청구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허 등)의 가치는 감액되어야 한다. 청구인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에 기여한 점을 고려하여 보상액을 최소 75% 감액하여야 한다(과실상계). 이자는 미국 국채 금리 연 0.21%, 혹은 예비적으로 볼리비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연 2.9%가 단리로 적용되어야 한다.45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제시한 방식을 채택하였다. 즉,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 프로젝트가 상업 생산 전 단계로서 향후의 수익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청구인이 지출한 비용을 기초로 하여 보상액을 산정하고, 볼리비아 중앙은행 고시 이율의 복리 적용을 명하였다. 청구인이 주장한 일반관리비는 입증 부족을 이유로 제외되었다.46

 

반면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제시하는 방식에 설득력이 없다고 보았다.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그 청구액의 높은 개연성(highly probable)을 확실하게(with a degree of certainty)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설시하면서, 청구인이 제출한 2곳의 전문가 의견서(FTI, RPA)에 사용된 평가방식 전부가 부적절하여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하였다. 하나(FTI 보고서)는 쌍방의 전문가들 모두가 이 사건에 부적절하다고 인정한 현금흐름할인(DCF) 방식을 사용하였고, 다른 하나(RPA 보고서)는 이 사건 프로젝트가 개발 단계, 광물 구성 등의 측면에서 다른 사례와 비교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적합하지 않은 비교연구방식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47


한편 피청구국이 주장한 보호정보의 가치 및 청구인의 손해 기여분은 공제되지 않았다. 중재판정부는 보호정보가 이 사건 프로젝트를 위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그 시장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피청구국의 협약상 의무 위반과 무관한 청구인의 행위를 이유로 보상금을 감액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피청구국의 공제 또는 과실상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48

 

6. 중재판정부의 결론


결국 중재판정부는 관할 및 허용가능성에 관한 피청국의 본안 전 항변은 모두 배척하고, 피청구국이 수용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협정 제5조가 정하는 정당한 보상 없는 수용 금지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청국에게 청구인이 지출한 비용 미화 1,870만 달러와 이에 대한 이자의 지급을 명하였다.49

 

III. 평가


이 사건은 직접수용이 인정된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간접투자, clean hands doctrine, 청구인에 대한 피청구국의 권리 행사 등의 측면에서도 유의미하게 살펴볼 만 하다.


1. 간접투자


이 사건 협약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투자협정은 보호대상이 되는 투자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하고 있으므로 간접투자가 투자협정의 보호대상이 된다는 이 사건의 결론은 사실 실무상 특별할 것이 없다. 다층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오늘날의 기업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간접투자를 투자협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즉, 단순히 간접투자라는 이유만으로 협정상의 보호가 배제되지 않는다고 보아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간접투자가 투자협정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간접투자가 해당 협정의 문언에 따라 보호되는 투자로서 포섭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실무상 ‘타방 체약국 국민이 “지배하는(control)” 또는 “간접적으로 보유하는(owns indirectly)”’이라는 문언을 사용하여 간접투자도 협정의 보호대상임을 명백히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드시 이러한 명시적인 문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 협약에는 간접투자가 협정의 보호대상이 된다는 취지가 분명하고 적극적인 문언으로 기재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애초에 보호되는 투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asset which is capable of producing returns)”으로 넓게 정의되어 있었고, 이어 보호되는 투자의 세부 형태 몇 가지가 언급되면서, “이러한 형태로 한정되지 않는다(though not exclusive)”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었다. 동시에 간접투자를 협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즉, 이 사건 협정은 투자의 형태를 제한하지 않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투자 정의 조항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된 사무소 소재지 제한 또는 혜택부인 조항 등 이를 제한하는 내용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 사건 협정의 보호대상에 간접투자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에 문언상 어려움이 없었다.


이처럼 이 사건은 간접투자가 협정의 보호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명시적인 문언 없이, 제3국 법인을 통한 청구인의 간접투자가 협정의 보호대상으로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결론은 언제나 해당 협정의 문언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 해석이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2. Clean Hands Doctrine


이 사건에서 중재판정부는 clean hands doctrine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국제법 또는 국제관습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Clean hand doctrine은 “형평 법원에 오는 자는 깨끗한 손으로 와야 한다(He who comes into equity must approach the court with clean hands.”는 원칙이다. 피청구국이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영미의 형평법에서 비롯되었다.50 그런데 영미에서도 clean hands doctrine의 적용범위는 넓지 않다. 이는 금지명령(injunction), 의제신탁(constructive trust), 권리 실효(laches) 등 형평법상의 구제수단에 한하여 적용될 뿐, 보통법이 따른 법률적 구제수단(예컨대 손해배상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형평법상의 구제수단이라고 하더라도 청구인이 요청하는 모든 구제가 배척되는 것이 아니다. 이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청구인이 구하는 구제수단과 청구인의 잘못이 직접적이고 필수적(immediately and necessarily)으로 관련되어 있을 것이 요구된다.

 

이처럼 clean hands doctrine은 탄생지의 국내법 수준에서도 보통법과 형평법 모두를 아우르는 일반적인 법원칙이라고 하기 어렵고, 그 적용범위 또한 한정적이다. 현재까지 어떤 투자중재 사건의 중재판정부도 clean hands doctrine을 보편적인 국제법 원칙 또는 국제관습법이라고 단언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clean hands doctrine이 투자중재 사건에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법적효과가 관할을 조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허용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정리되어 있지 않다.


다만 Al-Warraq 사건에서처럼 구체적인 투자협정의 문언에 따라서 clean hands doctrine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결론이 도출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결론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clean hands doctrine을 국제법상의 일반원칙으로 적용한 것이라기 보다는 해당 투자협정에 특수한 당사국의 합의를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Al-Warraq 사건에서 clean hands doctrine이 투자중재에 적용되는 일반원칙으로서 인정된 것이 아니라는 중재판정부의 고찰은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유치국이 본안 전 단계에서 clean hands doctrine을 근거로 삼아 투자자의 법률적∙사실적 잘못을 지적하며 투자자에게 협정의 보호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러한 상황 또는 경향은, 일반 상사중재 절차였다면 상대방에 대한 상계, 공제, 반대신청 등을 하여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을 텐데, 투자중재의 경우 투자유치국이 투자자를 상대로 이와 같은 권리를 주장∙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는 항을 바꾸어 살핀다.

 

3. 청구인에 대한 피청국의 권리 주장 – 공제, 상계, 반대청구 등


투자의 증진 및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협정과 그 분쟁해결 절차인 투자중재는 태생적으로 투자자 보호에 편향되어 있다. 투자협정과 투자중재에서 상정하는 잠재적인 협정의무 위반 주체는 투자유치국이지 투자자가 아니다. 이에 거의 대부분의 투자협정은 투자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중재를 제기할 수 있는 주체를 ‘투자자’로 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사례들을 보더라도 중재 신청인은 언제나 투자자이고, 피청구인은 투자유치국이다.


그러나 투자자 또한 각종 의무 위반 또는 위법행위를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투자유치국이 투자자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가 청구인이 주장하는 투자유치국의 협정위반 조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중재절차에서 한꺼번에 다투는 것이 소송경제에 부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투자중재절차에서는 투자유치국이 투자자에 대한 권리를 반대신청 방식으로 행사하는 것은 물론, 그 절차 내에서 상계 또는 공제 주장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협정에서 중재 신청권자를 투자자로 한정해 놓았기 때문에 투자유치국의 반대신청 자체가 중재합의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협정상의 관할이 없다)고 판단된 사례가 많다(대표적인 판정례로 Spyridon v. Romania, ICSID Case No. Arb/06/1).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확인된 것처럼, 투자유치국이 주장하는 청구인에 대한 권리가 투자중재에서 주장된 권리와 법적 기초가 다르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하여 투자유치국의 반대신청, 상계 또는 공제 등의 주장이 배척되곤 한다.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에 대하여 주장하는 협정위반은 국제 공법(international public law) 영역에 있는 국제 투자법 위반 행위임에 반하여, 투자유치국이 투자자에 대하여 주장하는 위반행위는 대체로 국내 사법(domestic private law) 영역에 있는 투자유치국의 민∙상법 위반행위에 해당하므로, 후자가 전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에 대한 투자유치국의 반대청구를 허용하는 판정례들이 나왔고, UNCITRAL 업무 그룹은 국제투자중재 절차에서의 피청구국의 반대신청 허용 여부에 관하여 논의 중이다.51 Aven v. Costa Rica 사건과 Urbaser v. Arventina 사건 중재판정부는 투자자에 대한 투자유치국의 반대신청에 대한 협정상의 관할권을 인정하였다.52 이 두 사건에서 투자유치국의 본안 청구는 입증 부족 등의 이유로 기각되었지만, Burlington v. Ecuador 사건 중재판정부는 에콰도르 정부의 반대신청에 대하여 협정상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본안 청구까지 일부 인용하였다.53


위 세개의 판정례를 참조함에 있어 실무상 유의할 점은, 투자유치국의 반대신청이 허용된 위 사건들이 기초한 투자협정은 중재 신청 주체를 투자자로 한정하지 않아, 투자유치국의 중재신청 가능성이 문언상 열려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기초되는 투자협정이 투자중재 신청 권한을 투자자에게만 부여하였다면, 다른 대다수의 판정례와 같이 투자유치국의 반대신청에 협정상의 관할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았을 것이다.


투자유치국에게 투자중재절차에서의 반대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 투자중재절차 맥락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소송경제를 이유로 투자중재 절차에서 투자유치국에게 반대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이 반드시 정책적∙규범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가볍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쉽게 떠오르는 이슈만 정리하더라도, (i) 이 경우 종래 국가로 한정되어 왔던 국제 공법상 의무 이행 주체의 범위가 일반 사인에 불과한 투자자에게까지 확대되는 결과가 발생하는데, 국제 사회가 이러한 결과 자체를 수용할 수 있을지,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 (ii) 이 사건에서처럼 환경오염이 문제되는 경우, 투자유치국을 피해자 즉, 손해배상청구권자라고 할 수 있을지, 국가를 피해자라고 할 수 없다면, 국가가 실제 피해자인 개인들을 대신하여 그 개인들이 가지는 사법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국제 공법이 적용되는 법적 절차에서 무슨 근거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법리적 검토도 필요하다. (iii) 또한 모든 분쟁을 하나의 절차에서 해결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만큼(국내법 체계 내에서도 분쟁의 종류가 민사∙형사∙행정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투자유치국이 투자자에 대하여 갖는 청구권의 기초가 국내법 혹은 사법이라면 투자유치국의 국내법 절차나 사법상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이를 해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체계 정합성이 있다는 반론도 해결해야 한다.


요컨대 투자중재절차에서 투자유치국의 반대신청권이 인정된다는 것은 단순히 투자유치국이 행사할 수 있는 절차상의 권리 하나가 추가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 변화 하나가 가져올 정책적∙규범적 연쇄 효과를 여러 측면에서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작성자 강유정 변호사 | 김&장 법률사무소
나인성 변호사 | 김&장 법률사무소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 개인의 견해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 견해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1 IBA Guidelines on Conflicts of Interest in International Arbitration, Part 1, (7)(a) A party shall inform an arbitrator, the Arbitral Tribunal, the other parties and the arbitration institution or other appointing authority (if any) of any relationship, direct or indirect, between the arbitrator and the party (or another company of the same group of companies, or an individual having a controlling influence on the party in the arbitration), or between the arbitrator and any person or entity with a direct economic interest in, or a duty to indemnify a party for, the award to be rendered in the arbitration. The party shall do so on its own initiative at the earliest opportunity.
2 South American Silver v Bolivia, PCA Case No. 2013-15, Procedural Order No. 10 (Security for Costs), paras. 12-13, 18-19, 28-30.
3 Procedural Order No. 10 (Security for Costs), paras. 44, 50-52, 79-82; South American Silver’s Reply dated 30 November 2015, para. 433..

4 South American Silver v Bolivia, PCA Case No. 2013-15, Separate Opinion of Prof. Francisco Orrego Vicuña, pages. 2-5.
5 South American Silver v Bolivia, PCA Case No. 2013-15, Award (“Award”), paras. 182, 184.

6 Award, paras. 79-89.
7 Award, paras. 79-89, 92-94.
8 Award, paras. 104-109, 119-132, 134-138, 148-162.

9 Award, paras. 163-169.

10 Award, paras. 195-199.
11 Award, paras. 186-188.
12 Award, paras. 207, 217-218.
13 일방 체약국의 국민 또는 회사와 타방 체약국 사이에 전자의 투자와 관련하여 후자의 이 사건 협정상 의무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여 법률적· 우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 분쟁은 상대방에게 그 청구를 서면으로 통보한 날로부터 6개월 후에 분쟁 당사자의 희망에 따라 국제중재에 회부될 수 있다(Disputes between a national or company of one Contracting Party and the other Contracting Party concerning an obligation of the latter under this Agreement in relation to an investment of the former which have not been legally and amicably settled shall after a period of six months from written notification of a claim be submitted to international arbitration if either party to the dispute so wishes.)

14 Award, paras. 222-225.
15 For the purposes of this Agreement;
(a) “investment” means every kind of asset which is capable of producing returns and in particular, though not exclusively, includes: (i) movable and immovable property and any other property rights such as mortgages, liens or pledges; (ii) shares in and stock and debentures of a company and any other form of participation in an company; (iii) ~ (v) 생략.
16 Award, paras. 294-295.
17 Award, paras. 324, 332, 339-340.
18 Award, paras. 348-351.

19 Award, paras. 361-362, 366,
20 Award, para. 391.
21 Award, para. 394-305, 399-401.
22 Award, para. 407-408; Niko Resources (Bangladesh) Ltd. v. Bangladesh Petroleum Exploration & Production Company Limited and Bangladesh Oil Gas and Mineral Corporation, ICSID Case No. ARB/10/18. 이 사건 판정부는 (i) 위반행위의 계속성, (ii) 계속된 위반행위로부터의 장래의 보호, (iii) 관련 의무들 사이의 상호성을 요건으로 제시하였다.
23 Award, para. 412-413, 422.
24 Award, para. 463, 465, 470.

25 Award, para. 440-441.
26 Award, para. 443-448.
27 Hesham T. M. Al Warraq v. Republic of Indonesia, UNCITRAL Case, Award (December 15, 2014). OIC 협정은 Organization of the Islamic Conference의 국가들 간의 투자협약으로, 다른 일반적인 투자협약과 달리 투자자의 법령준수의무와 공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위 Al Warraq 사건, paras. 631-632.
28 Award, para. 446, 448, 450-452.
29 Award, paras. 508, 512-513.

30 “긴급피난”으로 번역되는 경우도 있으나 원어 그대로 “필요성”으로 번역하였다. 김석현, “국제법상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necessity' : 그 본질적 개념에 비추어 본 한국어 표현의 문제”, 국제법학회논총 제61권 제3호, 대한국제법학회(2016).
31 Necessity may not be invoked by a State as a ground for precluding the wrongfulness of an act not in conformity with an international obligation of that State unless the act:
(a) is the only way for the State to safeguard an essential interest against a grave and imminent peril; and
(b) does not seriously impair an essential interest of the State or States towards which the obligation exists, or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s a whole.
32 Award, paras. 516. 518-520.
33 Award, paras. 523-526.
34 Award, paras. 527-528, 532.
35 Award, paras. 534-535.

36 Award, paras. 549-551, 590, 604
37 Award, paras. 557-561, 582, 585.
38 Award, paras. 613, 617, 619-620.
39 Award, paras. 622-624.

40 Award, paras. 634-635.
41 Award, paras. 639-640.
42 Award, paras. 648-649, 653-655. 673.
43 Award, paras. 689-690, 708, 711, 719-720.

44 Award, paras. 723, 727-731, 740, 743-744, 749-750, 763-764.
45 Award, paras. 771, 773, 778-795.
46 Award, paras. 800, 808-809, 816, 821, 867-870, 890-891, 895.

47 Award, paras. 826, 832-857, 865.
48 Award, paras. 871-874.
49 Award, para. 938.

50 Award, paras. 348-351.

51 UNCITRAL Working Group III, 39th session, 5-9 October 2020. A/CN.9/WG.III/WP.193 - Multiple proceedings and counterclaims.
52 Aven v. Costa Rica, ICSID Case No. UNCT/15/3; Urbaser v. Argentina, ICSID Case No. ARB/07/26.
53 Burlington v Ecuador, ICSID Case No. ARB/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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