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본문은 원문과 각주처리, 문단 구분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원문을 확인하시고 싶으신 분은 위 파일을 다운로드 하시기 합니다.
Philip Morris Asia Limited v. The Commonwealth of Australia, PCA Case No. 2012-12
청 구 인: Philip Morris Asia Limited
대 리 인: Sidley Austin LLP (Dr. Stanimir A. Alexandrov, Mr. James Mendenhall, Ms. Marinn Carlson, Mr. David Roney)
Mr. Joe Smouha Q.C., Mr. Salim Moollan (Essex Court Chambers)
Mr. Simon W. B. Foote (Bankside Chambers)
피청구국: 호주 (The Commonwealth of Australia)
대 리 인: Australian Government Solicitor (Mr. Simon Daley P.S.M., Ms. Catherine Kelso, Mr. Simon Sherwood, Ms. Laura Armstrong)
Solicitor-General of Australia (Mr. Justin T. Gleeson S.C.)
Attorney-General’s Department (Mr. Bill Campbell Q.C.)
Mr. Anthony Payne S.C. (Selborne Wentworth Chambers)
Mr. James Hutton (Eleven Wentworth Chambers)
Mr. Samuel Wordsworth Q.C. (Essex Court Chambers)
Professor Chester Brown (7 Selborne Chambers)
Professor Karl-Heinz Böckstiegel (의장중재인, 독일 국적)
Professor Gabrielle Kaufmann-Kohler (청구인 지명, 스위스 국적)
Professor Donald M. McRae (피청구국 지명, 캐나다 국적)
이 사건은 호주 정부의 담배 광고 표시 제한 조치가 청구인의 상표사용권 등 재산권을 침해함으로써 홍콩-호주 투자협약의 정당한 보상 없는 수용 금지, 공정·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홍콩 국적의 청구인이 UNCITRAL 규칙에 따라 호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중재 사건이다.
가. 관련 사건
국제 분쟁 수준에서 관련 사건으로 크게 3개 사건이 있다. 하나가 2010년 2월 Philip Morris 그룹이 우루과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중재사건, 다른 하나가 2011년 11월 호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이 사건, 나머지가 2012년 4월 담배 생산국들에 의하여 WTO 분쟁 절차에 회부된 통상분쟁 사건이다. 2020년 6월 9일 WTO 상소심 패널의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전체 사건이 마무리되었는데, 종국적으로 청구인/신청국이 전부 패소하였다.
위 3개 사건은 청구인/신청국, 근거 규범, 판단 대상이 된 구체적인 조치의 내용 등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결국 담배 생산, 제조, 판매에 관한 국제 규제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문제 삼는 국제 분쟁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과 맥락이 공통되므로 먼저 이에 관하여 살핀다.
나. WHO 담배의 규제에 관한 기본협약
WHO 담배의 규제에 관한 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이하 “FCTC”)이 2005년 2월 27일 발효하였다. FCTC는 WHO 지원 아래 체결된 최초의 조약으로서 2023년 10월 현재 183개국이 가입한 세계 최대 조약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호주, 우루과이,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FCTC를 채택하였다.1
FCTC는 공급 규제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수요 감소에도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 특징이 있는 조약이다. 따라서 FCTC는 체약국에 담배 수요 감소·억제를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경고 삽입, 광고 금지를 포함한 포장과 라벨에 관한 조치이다(FCTC 제11조, 제13조). WHO 2008년 11월 회의에서 채택된 FCTC 가이드라인은 브랜드명과 상품명을 동일한 색상, 크기의 글자체로 기재하는 것 외에는 제조·판매 회사의 로고나 상징, 색상, 광고성 정보 등 일체의 다른 기재를 금지하는 단순포장(plain packaging)과 같은 조치의 시행을 검토할 것을 권고하였다.
다. 우루과이, 호주 정부의 규제
호주와 우루과이 정부가 이에 따른 정책을 시행하였다.
우루과이 정부는 2008년 8월 브랜드마다 1개 제품만 판매하라는 명령(Single Presentation Requirement)을 발령하였고, 2009년 6월 흡연 경고 표시를 총 포장 면적의 80%까지 확대하라는 명령을 발령하였다.
호주 정부는 2008년 10월 무렵부터 단순포장 조치 시행의 필요성 및 타당성 등에 관한 검토에 착수하여, 2009년 6월 무렵 이후 단순포장 정책 시행 예정이라는 사실을 거듭하여 공표하였다. 이후 호주 정부는 2011년 4월 6일 담배 단순포장법안(Tobacco Plain Packaging Bill)을 의회에 상정하였는데, 위 법안이 2011년 11월 21일 양원을 통과하여 담배 단순포장법(Tobacco Plain Packaging Act, 이하 “단순포장법”)이 제정되었고, 이는 2011년 12월 1일 왕실 승인을 받았다.
라. 담배 생산국 및 생산회사의 분쟁 제기
우루과이와 호주 정부의 조치에 대하여 담배 생산국과 생산회사들이 반발하였다.
이후 (i) 이 사건 중재신청이 2015년 12월 17일 중재판정부가 투자협정상의 관할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본안 심리 없이 본안 전 심리 단계에서 기각되었다. (ii) 우루과이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중재는 2016년 7월 8일 본안 심리 끝에 Philip Morris 그룹의 신청이 전부 기각되었다. (iii) 마지막으로 WTO 분쟁절차는 WTO 상소심 패널이 2020년 6월 9일 분쟁신청국들의 상소를 기각하여 그 신청을 전부 기각한 제1심 패널의 판정을 유지하면서 종료되었다.
단순포장법 시행에 따라 Philip Morris 그룹이 생산, 유통하는 담배에 브랜드를 노출할 수 없게 되자, 청구인은 2011년 11월 21일 위와 같은 호주 정부의 담배 광고 표시 제한 조치가 청구인의 상표사용권 등 재산권을 침해함으로써 홍콩-호주 투자협약의 정당한 보상 없는 수용 금지, 공정·공평 대우 의무 등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호주 정부를 상대로 UNCITRAL 규칙에 따라 중재를 신청하였다. Philip Morris 그룹의 사업은 전적으로 상표 등의 지식재산에 기초하고 있고, 특히 청구인의 브랜드들을 소비자들에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승패를 결정하는데, 상품 포장에 청구인의 상표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단순포장법은 청구인을 브랜드 상품 제조사에서 일반 상품 제조사로 격하하여 결과적으로 청구인의 호주 투자의 가치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경제적 손해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청구국은 (i) 청구인의 투자(2011년 2월 이루어진 호주 자회사 주식 취득)는 호주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승인된 투자가 아니고, (ii) 이 사건 분쟁은 청구인이 협정상의 보호를 받기 전에 발생한 분쟁이므로 홍콩-호주 투자협정의 시적 적용범위에 해당하는 분쟁이 아닐 뿐만 아니라, (iii) 청구인은 오로지 이 사건 중재신청을 위하여 호주 자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다음 이 사건 중재를 신청하였으므로 이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중재판정부에 이 사건에 대한 관할이 없거나 그 관할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승인 받지 않은 투자 항변 및 시적 적용범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피청구국의 권리남용 항변을 받아들여, 중재판정부가 이 사건에 대한 관할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중재신청을 본안 전 심리 단계에서 기각하였다.
이 사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졌던 쟁점 중 하나는 협정 쇼핑(treaty shopping) 이슈였다. 호주에서의 담배 제조·판매 사업과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홍콩 기업인 청구인이 이 사건 중재신청 직전인 2011년 2월 호주 자회사 Philip Morris (Australia) Limited(이하 “PM Australia”)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불과 4개월 후인 2011년 6월 피청구국에 분쟁통보서(Notice of Claim)를 보내어 투자협정상의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청구인의 2011년 2월 주식 취득이 피청구국을 상대로 한 투자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관하여 공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이 사건은 처음부터 관할 및 허용가능성 요건 충족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에 피청구국이 본안전 심리와 본안 심리로 절차를 분리할 것을 제안하였지만 청구인이 반대하면서, 피청구국의 절차분리 신청 판단을 위하여 이틀간 별도의 심리기일이 열렸다(2014년 2월 20-21일). 이후 중재판정부는 절차분리를 결정하였고, 2회에 걸친 서면공방 후 본안전 항변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리가 4일 동안 진행되었다(2015년 2월 16-19일).
AGREEMENT BETWEEN THE GOVERNMENT OF HONG KONG AND THE GOVERNMENT OF AUSTRALIA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INVESTMENTS (이하 “홍콩-호주 BIT” 또는 “이 사건 협정”)
단순포장법 제정 및 시행
청구인은 피청구국에 (주위적으로) 단순포장법 제정 및 단순포장법 규정 시행을 철회하거나 청구인의 투자에 대하여서는 적용하지 않을 것을, (예비적으로) 4,160,000,000 미국 달러 및 이에 대한 이자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다.
가. Philip Morris 그룹의 지배구조
Philip Morris 그룹은 세계 1위 상품 말보로(Marlboro)를 비롯하여 세계 15위 내의 담배 브랜드 중 7개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담배 제조·판매 업체이다.
홍콩 기업인 청구인은 Philip Morris International(이하 “PMI”) 그룹의 아시아 지역 본사이며, 호주 지주회사인 PM Australia의 100% 지분을 소유한 모회사이다. PM Australia는 호주에서 담배 상품의 생산, 수입, 유통, 마케팅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호주 회사인 Philip Morris Limited(이하 “PML”)의 100% 지분을 소유한 모회사이다. 즉, PMI 그룹 내에서 ‘청구인(홍콩) – PM Australia(호주) – PML(호주)’이 완전 모자회사 관계로 지배구조가 이어진다.
PM Australia는 1954년 3월 설립되어 호주에서 PMI Group의 사업을 영위하였다. PML은 1967년 5월 설립되어 호주에서 PMI Group의 사업을 영위하였다. 청구인은 그룹 내부 구조조정을 통하여 2011년 2월 23일 PM Australia의 모회사가 되었다.3
나. 담배 단순포장법 제정 및 시행
호주 정부는 2008년 10월 무렵부터 흡연 감소 정책의 일환으로 단순포장 조치 시행의 필요성 및 타당성 등에 관한 검토에 착수하였다. PML은 2009년 1월 2일 단순포장은 불필요하고,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으며,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이에 반대하였다.4 호주 국립 예방적 보건 태스크포스(National Preventative Health Taskforce, 이하 “NPHT”)는 2009년 6월 30일 포장지 디자인을 통한 담배 상품의 판매 증진 중지 및 모든 담배 상품에 대한 규격화된 단순포장 의무화’ 등의 권고 사항을 포함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5 PMI 그룹은 2010년 1월 단순포장이 공공보건 목표 달성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증거가 부족하고 단순포장은 수용에 상당하는 투자 제약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6
당시 호주 총리(Kevin Rudd)와 보건부 장관(Nicola Roxon)은 공동으로 2010년 4월 29일 NPHT의 권고에 따라 단순포장법 제정 계획 등 담배 규제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하여 PML은 2010년 4월 30일 호주 상원 입법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며 재차 단순포장 조치에 반대하였고, 청구인의 회장인 Matteo Pellegrini(이하 “Pellegrini 회장”) 역시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단순포장 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부 장관은 2010년 6월 23일 언론 배포 자료에서 호주 정부가 단순포장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재차 발언하였다.7
2010년 6월 24일 호주의 정권이 교체되었다. 신임 총리(Julia Gillard)는 첫 기자회견에서 전 정부의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이야기하였으나, 단순포장 조치에 관하여는 2010년 7월 7일 단순포장법 제정 일정을 공표하여 2011년 6월 30일 이전에 단순포장법을 제정하고 2012년 7월 1일까지 완전히 시행하겠다고 예고하였다. PMI 역시 투자관리회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새 정부가 이전 총리의 단순포장에 대한 의지를 이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조짐은 없다’고 하였다.8
단순포장법 제정에 대한 호주 정부의 의지는 2010년 10월 23일자 보건부 장관 대변인의 발언과 2010년 11월 17일자 보건부 장관의 언론 배포 자료 등을 통하여 확인되었다. 보건부 장관은 2011년 1월에도 단순포장법의 초안이 2011년 중순 공개될 것이며 만약 의회를 통과한다면 2012년 7월 1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PMI는 2011년 2월 10일 전화 회담에서 호주 정부가 단순포장법 제정에 대해 강한 의도를 갖고 있지만 단순포장법은 비상식적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단순포장법에 대항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9
단순포장법안은 2011년 4월 6일 호주 의회에 상정되었고, 2011년 11월 21일 양원을 통과하여 2011년 12월 1일 왕실 승인을 받았다. 2011년 12월 7일에는 단순포장법 규정이 시행되었다.10
다. 청구인의 PM Australia 주식 취득
PMI 그룹은 2010년 9월 3일 구조조정에 착수하였다. 청구인은 2011년 1월 21일 해외 기업 인수법(Foreign Acquisitions and Takeovers Act, 이하 “FATA”)에 따라 호주 재무부에 PM Australia와 PML의 소유권 변동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에 대한 승인을 신청하는 해외 투자 신청서(이하 “해외 투자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호주 재무부는 2011년 2월 11일 재무부는 청구인의 투자에 대하여 이의 없다는 내용의 공식 회신서(이하 “재무부 회신서”)를 보냈다. PMI는 2011년 2월 23일 구조조정을 완료하였다. 이에 따라 종래 Philip Morris Brands Sàrl(이하 “PM Brands Sàrl”)의 소유였던 PM Australia와 PML이 청구인의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되었다.11
PML은 구조조정이 완료된 2011년 2월 23일 보건부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어 단순포장 조치에 대하여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하여 밝혔다.12 한편 PMI 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의 막바지였던 2011년 1월 13일부터 21일까지 PM Australia와 PML의 소유자 변동에 대한 호주법 및 투자 정책의 적용 문제와 PMI 그룹의 호주에서의 사업에 대한 투자협정 차원의 보호에 대하여 법률 자문을 받았다.13
라. 청구인의 중재신청
청구인은 단순포장법 제정일인 2011년 11월 21일 UNCITRAL 규칙에 따라 PCA에 중재신청서를 제출하였다.14
가. 법률적 쟁점
이상과 같은 배경 및 사실관계 아래에서 피청구국은 청구인의 중재신청에 대하여, (i) 청구인의 2011년 2월의 PM Australia 지분 취득이 호주 국내 법령에 의하여 적법하게 승인되지 않은 투자라는 항변(이하 “승인 항변”), (ii) 이 사건은 홍콩-호주 BIT 발효일 전에 발생한 분쟁으로서 협정의 시적 적용범위 안에 있는 분쟁이 아니라는 항변(이하 “시적 적용범위 항변”), (iii) 청구인은 이 사건 협정에 기초한 중재신청을 목적으로 호주 회사의 지분을 취득한 다음 이 사건 중재를 신청하였으므로 권리를 남용하였다는 항변(이하 “권리남용 항변”)을 하였다.
이와 대하여 청구인은 2011년 2월 PM Australia의 지분 취득은 전체 PMI 그룹 차원에서 이루어진 구조조정으로서 조세 부담 완화와 현금 흐름 최적화 등 정당한 사업적 목적에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은 위 구조조정 이전부터 PM Australia에 대하여 경영 지배권(management control)을 행사하고 있었으므로, 이미 이 사건 협정의 보호를 받는 투자자로서 피청구국을 상대로 한 투자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반박하였다(이하 “경영 지배 주장”).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본안전 심리 단계에서 당사자들의 위 4가지 주장 즉, (i) 승인 항변, (ii) 시적 적용범위 항변, (iii) 권리남용 항변, (iv) 경영 지배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다만 청구인의 경영 지배 주장이 인정될 경우 나머지 쟁점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었으므로 (iv) 경영 지배 주장을 제일 먼저 판단한 다음 피청구국의 항변을 순차적으로 판단하였다.
나. 본안전 항변 및 선결문제에 관한 판단
1) 2011년 2월 구조조정 이전에 청구인의 PM Australia에 대한 경영 지배권 행사 여부
가) 피청구국의 주장
이 사건 협정 제1조는 투자자가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모든 종류의 자산을 “투자”로 정의하고, 제e항에서 그 투자에 “상당한 이해관계(substantial interest)”를 가지는 경우를 “지배”로 정의함으로써,15 “지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투자에 대한 법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요구한다.16 특히 이 사건 협정 제2조 제2항,17 제3조 제1항,18 제8조 제1항19 등이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이나 배당금 등을 의미하는 ‘수익(returns)’이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데다, 투자 손실에 대한 금전적 보상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협정 제6조 제1항,20‘투자, 경제 협력, 상생공영의 촉진’이라는 이 사건 협정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협정은 투자에 대한 지배의 요건으로 경제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협정 제1조 제e항의 “지배”는 경영에 대한 지배도 포함한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특정 자회사의 운영을 다른 자회사에게 맡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배”의 핵심 요소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대상 기업의 자원을 관리하고 이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성과 측정 시스템과 인센티브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은 Pellegrini 회장 등을 통하여 2001년 이래 PML을 비롯한 호주 자회사에 대한 경영 지배를 해 왔으므로, 청구인은 이 사건 협정의 보호대상인 투자에 대한 “지배” 요건을 충족하였다.21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2011년 2월 구조조정 전부터 호주 자회사들에 대하여 경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협정 제1조 제e항은 투자자가 “상당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 이를 “지배”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완전한 소유(full ownership)와는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중재판정부는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하려면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과 자산의 처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적인 권리 또는 권한을 보유하고 이를 상당한 방법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22
그런데 청구인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에는 PM Australia와 PML로부터 경제적 수익을 기대하지 않았다. 따라서 위 해석에 따르면 청구인은 이들 자회사에 대하여 상당한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았다고 볼 것이지만,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 협정 제1조 제e항 마지막 문장의 문언23이나 협상 기록에 비추어 이 사건 협정의 “지배”에 경영 지배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해석을 기초로 한 판단은 유보하였다.24
다만 중재판정부는 설령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경영 지배만으로 상당한 이해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이 2011년 구조조정 이전에 PM Australia와 PML에 대한 유의미한 경영 지배를 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보고 청구인의 경영 지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25
2) 청구인의 투자가 적법하게 승인되었는지 여부
가) 피청구국의 주장
청구인이 제출한 해외 투자 신청서는 인수의 목적과 호주의 국익에 미칠 영향 등이 의도적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거나 누락되어 있으므로 효력이 없다. 따라서 청구인의 투자는 호주 국내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승인되었다고 할 수 없다.26
나)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의 투자는 호주 정부로부터 적법하게 승인 받았다. 청구인은 FATA가 요구하는 네 가지 요건을 갖추어 투자 신청을 하였고, 피청구국은 이를 승인하였다. 청구인의 투자에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재무부 회신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피청구국의 공식 문서이며, 피청구국은 그 승인을 무효화하기 위한 어떤 사후적 단계도 밟지 않아 청구인의 투자가 중재 신청 시점까지 적법하고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27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투자가 이 사건 협정 제1조 제e항의 승인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i) 재무부 공무원들은 피청구국의 적법한 대리인으로서 청구인의 투자에 이의 없다는 취지의 회신서를 보냈고 여기에 어떠한 단서나 조건이 없다. (ii) 관련 법령, 다른 투자자들이 제출한 신청서 기재 등에 비추어 인수의 목적과 호주의 국익에 미칠 영향은 투자 신청서의 필수적 기재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iii) 피청구국으로서는 청구인의 투자 신청서 제출 당시 이 사건 협정에 의한 보호를 받으려는 청구인이 목적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iv) 피청구국은 재무부 회신서를 무효로 선언하지 않았고 그 유효성은 2011년 10월 31일과 2012년 7월 31일에 재확인되었다.28
3) 이 사건 분쟁이 협정 제10조의 시적 적용범위(ratione temporis) 내에 있는지 여부29
가) 피청구국의 주장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중재판정부의 관할은 장래의 분쟁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단순포장 조치에 관한 청구인과 피청구국 간의 분쟁은 청구인이 구조조정을 통해 이 사건 협정의 보호를 취득하기 전인 2010년 4월 피청구국이 단순포장법 제정 계획을 발표한 시점에 이미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분쟁은 이 사건 협정 제10조의 기존재하는 분쟁(pre-existing dispute)에 해당하므로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에 대하여 관할을 가지지 않는다.30
나)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분쟁은 2011년 11월 단순포장법이 제정된 때에 발생하였다. 국제법적 의무 위반에 관한 분쟁은 특정 조치에 대하여 논란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발생하지 않고, 최소한 2011년 6월 이전에는 단순포장법의 제정이나 이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다. 설령 기존재하는 분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협정 제10조는 기존재하는 분쟁에 대하여 중재판정부의 관할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31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관할의 시적 적용범위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중재판정부는 협정위반으로 주장된 피청구국 행위(alleged breach) 이전에 청구인이 투자협정으로 보호되는 투자를 하였는지 여부가 중재판정부의 시적 관할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라고 제시하면서, 투자자가 그 후에 투자를 하였다면 그에 따른 분쟁은 관할의 시적 적용범위를 벗어난다고 설시하였다.32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협정위반으로 주장된 피청구국의 행위가 있었던 시점은, Gremcitel v. Peru 중재판정부의 의견에 따라, 투자유치국이 분쟁의 대상이 된 조치를 채택하여 공표한 때, 즉 이 사건의 경우 단순포장법 제정일인 2011년 11월 21일이라고 보았다. 그 전에는 투자유치국이 해당 조치를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쟁은 통상 투자유치국의 조치 이후에 발생하는데, 이는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문제된 조치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때라고 보았다.)33
그런데 PMI 그룹이 구조조정을 결정한 시점(2010년 9월 3일)이든 청구인이 구조조정을 완료한 시점(2011년 2월 2일)이든 모두 협정위반으로 주장된 피청구국의 행위가 있은 날인 2011년 11월 21일 이전이므로, 이 사건에 대한 시적 관할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판단되었다.34
4) 청구인의 중재신청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피청구국의 주장
청구인의 선의는 추정되지 않는다. 청구인은 2011년 2월 PM Australia의 주식 취득 당시 피청구국과의 사이에 단순포장 조치에 관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면서, 피청구국에서 경제적 활동을 할 의사 없이 이 사건 협정을 부당하게 이용할 목적에서 PM Australia의 주식을 취득하였으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중재신청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35
나) 청구인의 주장
권리남용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청구인의 선의는 추정되고, 권리남용의 판단기준은 단순한 예측가능성이 아니라 기망에 준하는 극심한 악의(egregious bad faith akin to fraud) 또는 매우 높은 개연성(very high probability)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청구인은 조세 부담 완화와 현금 흐름 최적화 등을 위해 2005년부터 이루어지던 PMI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PM Australia의 주식을 취득하였을 뿐이고, 당시 피청구국이 단순포장법을 실제로 제정하여 시행할 것이라고 확실히 예상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청구인에게 부분적으로 이 사건 협정의 보호를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반적인 업계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중재신청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36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아래와 같은 논리와 이유를 들어 청구인의 이 사건 중재신청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1) 청구인이 PM Australia 주식 취득 시점에 이 사건 분쟁 발생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중재신청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권리남용의 판단기준은 엄격하다. ‘남용’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판단되는데 여기에 반드시 ‘악의’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협정에 의한 보호를 취득할 목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중재판정례들을 종합하면, 예상되는 분쟁과 관련하여 투자협정의 보호를 취득하기 위한 목적에서 투자를 재조정하는 것은 권리남용 또는 절차남용이 될 수 있다.37
따라서 투자자가 사업 구조를 변경하여 투자협정에 의한 보호를 취득한 시점에 특정한 분쟁(specific dispute)의 발생이 예측 가능했던 경우, 이후 투자협정에 따라 중재를 신청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이 때 예측가능성이란 ‘중재신청을 야기한 투자유치국의 조치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상(reasonable prospect)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38
(2) 청구인은 PM Australia 주식을 취득한 시점에 피청구국과의 사이에 단순포장 조치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PMI는 2009년부터 꾸준히 호주 정부에 대하여 단순포장 조치가 PMI 그룹의 재산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고, 일찍이 법적 차원에서 위 조치에 대하여 검토하고 있었다. 그런데 호주 총리와 보건부 장관은 2010년 4월 29일 단순포장법을 제정하고 시행할 예정이라고 분명히 밝혔으므로 적어도 이 시점부터는 호주 정부의 단순포장 조치 시행 의지에 관하여 아무런 불확실성이 없다. 따라서 최소한 이 때부터는 청구인과 피청구국 사이에 단순포장 조치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으로 예상되었다.39
한편 2010년 4월 29일 이후 정권 교체 등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였으나, 이는 단순포장 조치와 관련된 분쟁 발생가능성 예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는 단순포장 조치에 관한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고, 정치상황 변동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당의 의회 과반수 확보 여부 또는 추후의 정권 교체 여부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호주 정부가 단순포장법에 대한 입법의지를 표명한 시점부터 법률이 제정되기까지 약 19개월이 소요되었으나, 이처럼 입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이유로 입법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줄어든다고도 할 수 없다.40
(3) 청구인의 PM Australia 주식 취득은 이 사건 협정의 보호를 취득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중재신청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청구인의 PM Australia 주식 취득이 이 사건 협정에 따른 중재를 신청하기 위한 목적과는 다른 별도의 사유로 정당화될 수 있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중재신청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별도의 다른 사유는 입증되지 않았다.41
즉, 청구인은 PM Australia의 주식 취득이, (i) 2005년부터 실행되고 있던 PMI 그룹 차원의 더 큰 프로세스의 일환으로서 청구인의 조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현금 흐름을 최적화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ii) 청구인이 이미 PM Australia와 PML에 대하여 실질적인 경영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었으므로 소유 구조를 이러한 현실과 일치시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하였다.42하지만 청구인은 PMI 그룹의 구조조정 담당자를 증인으로 신청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증인신문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Pellegrini 회장은 이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외 사업상의 이유에서 구조조정이 결정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PMI 그룹의 문서나 내부 서신도 제출되지 않았다.43
이에 중재판정부는 조세 기타 사업상 목적이 구조조정의 결정적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고, PMI 그룹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주요하고 결정적인 이유는 홍콩 회사인 청구인을 이용해 이 사건 협정에 기초하여 피청구국을 상대로 중재신청을 하기 위함이었다고 판단하였다.44
위와 같은 이유에서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이 사건 중재신청은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중재판정부가 이 사건에 대한 관할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청구인의 중재신청을 전부 배척하였다.
이 사건은 다국적 기업 계열사 사이의 주식 이전을 통한 구조조정이 특정한 분쟁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이루어졌는데, 그 구조조정의 목적으로 별도의 사업상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투자협정에 기초하여 협정위반 청구를 제기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주요하고 결정적인 목적이라고 인정됨으로써, 투자협정에 따른 중재신청이 권리남용으로 판단된 사례이다.
이 사건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계열사 사이의 구조조정이 투자협정의 보호를 취득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구조조정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은 재확인되었다. 그러나 투자중재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으로부터 파생된 권리남용 금지 원칙이 적용되므로,45진정한 투자 의사 혹은 실질적인 투자 활동을 영위할 의도 없이 단순히 투자협정의 보호를 취득하여 협정위반 청구를 제기할 자격을 확보할 목적으로 외형상 투자가 이루어진 경우, 이는 체약국 상호간의 투자의 촉진 및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투자협정을 부당하고 위법하게 이용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권리남용은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큰 이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46
이 사건에서 사용된 원칙적인 권리남용 판단기준은 Tidewater v. Venezuela 중재판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시점에서의 특정 분쟁 발생에 관한 “합리적인 예측가능성(reasonable prospect)”이었다. 중재판정부는 이러한 예측가능성과 관련하여 Pac Rim v. El Salvador 중재판정부가 채택한 매우 높은 개연성(very high probability)까지는 요구하지 않았고, 따라서 단순포장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분쟁의 발생을 확실히 예상할 수 없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중재판정부는 악의나 기망 또한 판단요소가 아니라고 보고, 권리남용이 인정되기 위하여 투자협정에 기초한 협정위반 청구 제기가 구조조정의 유일한 목적일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설시하였다.47
한편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구조조정을 정당화 할 수 있는 별도의 사업상의 사유가 있다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48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이 주장한 별도의 사업상 사유(조세 및 현금흐름 최적화)가 증거를 통하여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청구인이 주장한 별도의 사업상 사유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협정위반 청구 제기 목적에 비하여 부수적 또는 보조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사건 비용부담에 관한 중재판정부의 결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청구국이 전부 승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용을 분담하라는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구체적인 분담 비율 및 분담액은 가림처리 되어 알 수 없다).
국제중재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비용부담에 관한 원칙은 패소자 전부 부담 원칙(costs follow the event 혹은 loser pays)이다. 비용부담에 관하여는 중재판정부에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기본은 패소자 전부 부담 원칙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므로 청구인의 중재신청이 권리남용으로 인정되어 본안전 단계에서 전부 배척된 이 사건과 같은 경우, 패소자는 청구인이기 때문에 피청구국으로서는 지출한 중재비용을 청구인이 전부 부담하라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 마련이고, 실제로 그렇게 주장도 하였다.49 (반면 청구인은 각자 부담을 구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패소자라고 인정하면서도 피청구국에 일부 부담을 명하였다.50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부담할 비율 또는 금액을 ‘쟁점별’로 판단하였다. 즉,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총 5개의 주요 쟁점(절차분리 주장, 승인 항변, 시적 적용범위 항변, 권리남용 항변, 경영지배 주장) 중 청구인이 2개 쟁점에서(승인 항변, 시적 적용범위 항변), 피청구국이 3개 쟁점에서(절차분리 주장, 권리남용 항변, 경영지배 주장) 성공하였는데, 시적 적용범위 항변과 권리남용 항변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적 적용범위 항변에 관한 비용까지 피청구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고, 피청구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승인 항변과 관련하여 피청구국이 비용을 분담할 것을 명하였다.51
중재판정부가 피청구국의 승인 항변을 무의미하다거나 현저히 비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본 것은 아닌 것으로 이해된다. 피청구국이 비합리적으로 과다하게 비용을 지출하였다고 본 것도 아니다.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비용이 과다하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52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부 승소한 피청구국에게 일부 비용을 분담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사건의 승패 외의 다른 요소로 인하여 패소자 전부 부담의 원칙이 어렵지 않게 수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국제투자중재 비용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사건에 따라서는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하는 비용부담액이 본안 인용 금액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 비용부담에 관한 결정은 분쟁의 최종 결과에 실질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므로 당사자와 대리인들은 언제나 이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주장이나 청구의 사실적·법리적 설득력 뿐만 아니라 비용의 측면에서도 합리성과 타당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건을 진행하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작성자 강유정 변호사 | 김&장 법률사무소
강희구 변호사 | 김&장 법률사무소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 개인의 견해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 견해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1 https://treaties.un.org/pages/ViewDetails.aspx?src=TREATY&mtdsg_no=IX-4&chapter=9&clang=_en
2 Philip Morris Asia Limited v. The Commonwealth of Australia, PCA Case No. 2012-12, Notice of Arbitration dated 21 November 2011, paras. 8.1-8.5.
3 Award, paras. 95-96, 154.
4 Award, para. 104.
5 Award, paras. 103, 106.
6 Award, para. 111.
7 Award, paras. 119-121, 127
8 Award, paras. 128, 130, 133.
9 Award, paras. 148-150, 159-160.
10 Award, paras. 165, 176-78.
11 Award, paras. 141-143, 157, 161, 163.
12 Award, para. 163
13 Award, para. 154
14 Award, para. 176
15 ““investment” means every kind of asset, owned or controlled by investors of one Contracting Party and admitted by the other Contracting Party subject to its law and investment policies applicable from time to time, and in particular, though not exclusively, includes:
(i) movable and immovable property and any other property rights such as mortgages, liens or pledges;
(ii) shares in and stock, bonds and debentures of a company and any other form of participation in a company;
(iii) claims to money or to any performance under contract having an economic value;
(iv)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ncluding rights with respect to copyright, patents, trademarks, trade names, industrial designs, trade secrets, know-how and goodwill;
(v) business concessions, licences and other rights conferred by law or under contract, including concessions to search for, cultivate, extract or exploit natural resources and to manufacture, use and sell products.
A change in the form in which assets are invested does not affect their character as investments and the term “investment” includes all investments, whether made before or after the date of entry into force of this Agreement. For the purposes of this Agreement, a physical person or company shall be regarded as controlling a company or an investment if the person or company has a substantial interest in the company or the investment. Any question arising out of this Agreement concerning the control of a company or an investment shall be resolved to the satisfaction of the Contracting Parties;”
16 Award, paras. 201-204
17 “Investments and returns of investors of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at all times be accorded fair and equitable treatment and shall enjoy full protection and security in the area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Neither Contracting Party shall, without prejudice to its laws, in any way impair by unreasonable or discriminatory measures the management, maintenance, use, enjoyment or disposal of investments in its area of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observe any obligation it may have entered into with regard to investments of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This Agreement shall not prevent an investor of one Contracting Party from taking advantage of the provisions of any law or policy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which are more favourable than the provisions of this Agreement.”
18 “Neither Contracting Party shall in its area subject investments or returns of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to treatment less favourable than that which it accords to investments or returns of investors of any other State.”
19 “Subject to its laws and policies,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in respect of investments guarantee to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the right to transfer abroad their investments and returns.”
20 “Investors of either Contracting Party shall not be deprived of their investments nor subjected to measures having effect equivalent to such deprivation in the area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except under due process of law, for a public purpose related to the internal needs of that Party, on a non-discriminatory basis, and against compensation. Such compensation shall amount to the real value of the investment immediately before the deprivation or before the impending deprivation became public knowledge whichever is the earlier. Where that value cannot be readily ascertained, the compensation shall be determined in accordance with generally recognised principles of valuation and equitable principles taking into account the capital invested, depreciation, capital already repatriated, replacement value, currency exchange rate movements and other relevant factors. Compensation shall include interest at a normal commercial rate from the date the measures were taken until the date of payment, shall be made without undue delay, be effectively realisable, freely transferable and payable in either the original currency of the investment or, if requested by the investor, in any other freely convertible currency. The investor affected shall have a right, under the law of the Contracting Party making the deprivation, to prompt review by a judicial or other independent authority of that Party, of the investor’s case and of the valuation of the investment in accordance with the principles set out in this paragraph.”
21 Award, paras. 190-193, 227-237.
22 Award, para. 497-502.
23 “Any question arising out of this Agreement concerning the control of a company or an investment shall be resolved to the satisfaction of the Contracting Parties.”
24 Award, para. 505.
25 Award, paras. 506-509. 중재판정부는 PML의 대표이사들이 Pellegrini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기는 하였지만, Pellegrini 회장의 관여는 대부분 간접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의 임원이 아니라 PMI의 임원의 지위에서 이루어졌고, 호주 자회사들의 중요한 사업 결정에 대해서는 PMI의 승인이 필요했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경영 지배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6 Award, paras. 246-249, 252-258, 267-280, 308-312
27 Award, paras. 250-251, 261-266, 281-295, 313-317.
28 Award, paras. 512-514, 516-518, 521-523.
29 “A dispute between an investor of one Contracting Party and the other Contracting Party concerning an investment of the former in the area of the latter which has not been settled amicably, shall, after a period of three months from written notification of the claim, be submitted to such procedures for settlement as may be agreed between the parties to the dispute. If no such procedures have been agreed within that three month period, the parties to the dispute shall be bound to submit it to arbitration under the Arbitration Rules of the 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 as then in force. The arbitral tribunal shall have power to award interest. The parties may agree in writing to modify those Rules.”
30 Award, paras. 354-360, 368-378, 389-394.
31 Award, paras. 361-367, 379-388, 395-399
32 중재판정부는 Cementownia “Nowa Huta” S.A. v. Republic of Turkey; Libananco Holdings Co. Limited v. Republic of Turkey; Vito G. Gallo v. The Government of Canada; GEA Group Aktiengesellschaft v. Ukraine; ST-AD GmbH v. Bulgaria 등 판정례를 근거로 삼았다.
33 Award, paras. 529-533.
34 Award, paras. 533-534.
35 Award, paras. 536.
36 Award, paras. 411-419, 431-440, 444-445, 454-459, 466-468.
37 Award, paras. 539-545, 547-553. Tidewater v. Venezuela; Mobil Corporation v. Venezuela; Gremcitel v. Peru; Aguas del Tunari SA v. Bolivia; Pac Rim v. El Salvador; Lao Holdings v. Laos; Chevron v. Ecuador (I).
38 Award, para. 554.
39 Award, para. 566.
40 Award, paras. 566-568.
41 Award, paras. 570, 584.
42 Award, paras. 570-572, 574, 576, 578.
43 Award, paras. 582-583
44 Award, paras. 570, 584.
45 Abaclat et al. v. Argentine Republic, ICSID Case No. ARB/07/5,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Admissibility (4 Aug. 2011), para. 646.
46 Gaillard, E. (2016). Abuse of process in international arbitration. ICSID Review, 32(1), 17–37.
47 Award, para. 584. “From all the evidence on file, the Tribunal an only conclude that the main and determinative, if not sole, reason for the restructuring was the intention to bring a claim under the Treaty, using an entity from Hong Kong.”.
48 Award, para. 570.
49 Philip Morris Asia Limited v. The Commonwealth of Australia, PCA Case No. 2012-12, Final Award Regarding Costs (“Costs Award”) dated 8 March 2017, para. 23.
50 Costs Award, paras. 60, 108.
51 Costs Award, paras. 63, 67-69.
52 Costs Award, paras. 99-102.
| 본 저작물 사용 시 저작물의 출처를 표시하셔야 하며, 상업적인 이용 및 변경은 금지됩니다. 위 조건을 위반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므로 형사상, 민사상 책임을 부담 하실 수 있습니다. 상세한 안내는 링크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kogl.or.kr/info/license.do#04-ta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