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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원고
이 사건의 원고는 감비아이며, 미국 Foley Hoag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원고를 대리하였다.
나. 피고
이 사건의 피고는 미얀마이며, 영국 39 Essex Chambers 소속 변호사인 Christopher Staker 등 여러 교수 및 변호사들이 피고를 대리하였다.
미얀마 군부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Rohingya)족을 상대로 한 집단학살에 관여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이에 감비아는 2019. 11. 이슬람 협력기구(Organisation for Islamic Cooperation, 이하 “OIC”) 등을 대표하여 소수 민족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을 벌인 혐의로 미얀마를 국제사법재판소(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이하 “ICJ”)에 제소했다.2)
구체적으로 감비아는 미얀마가 1948년 체결된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CPPCG”)을 위반하였다는 사유로 미얀마를 ICJ에 제소하였다. 감비아는 ICJ가 CPPCG 제9조에 따라CPPCG에 해당하는 양국의 분쟁에 대해 관할권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고, 미얀마가 로힝야족에 대한 집단학살 및 관련 범죄행위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의 잠정조치(provisional measure)도 청구했다.3)
이에 미얀마는 2021. 1. 20. 선결적 항변을 제기하여 감비아는 본 사건의 진정한 당사자가 아니고, 미얀마와 감비아 사이에 분쟁이 존재하지 아니하며, 미얀마는 CPPCG 제8조의 적용을 유보하였으므로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고, 감비아는 ICJ에 본 사건을 제기할 당사자 적격을 가지지 않는다는 4가지 사유를 제시하며 ICJ가 더 이상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4)
본 사건 판결은 미얀마의 선결적 항변에 대한 ICJ의 판단이다.
본 사건에서 ICJ는 미얀마의 선결적 항변을 모두 기각하고 ICJ가 감비아의 본 사건청구를 계속 심리하여 실체적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판시했다.
1. 문제가 된 국제법상 법원
이 사건에서는 CPPCG의 여러 조항이 심도있게 검토되었다.
가. 감비아가 본 사건의 진정한 당사자인지
(1) 미얀마의 주장
미얀마는 감비아가 본 사건의 진정한 당사자가 아닌 명목상의 당사자 또는 대리인(proxy)에 불과하며, 진정한 당사자는 OIC이므로 ICJ가 본 사건에 대한 인적 관할(jurisdiction ratione personae)을 가지지 않으며 또한 설사 관할권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본건은 ICJ 심리가 부적절하여 (inadmissible)이 감비아에 의한 절차의 남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5)
(2) 감비아의 주장
감비아는 본 사건의 진정한 신청인은 감비아라고 하면서 ICJ 규정 제34조 제1항 및 제35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감비아는 당연히 ICJ의 인적 관할이 미치는 당사국이라고 주장했다. 자국 대통령이 OIC 정상 회담의 회장 역할을 수행하고 부통령이 UN 총회에서 감비아가 본 사건 소송을 제기할 의지를 표명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6) 또한 감비아는 CPPCG의 당사국으로서 미얀마와 다투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을 뿐, OIC를 대신하여 미얀마와 다툴 의무는 없다고 강조하였다.7). 나아가 감비아는 수소가능성을 부인하는 미얀마의 항변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였다.8)
(3) ICJ의 판단
ICJ는 UN 헌장과 ICJ 규정을 근거로 들어 UN 회원국인 감비아에 대해서는 당연히 ICJ의 인적 관할권이 미치고, 감비아가 자국의 명의로 제소를 한 이상 설사 다른 단체가 감비아를 설득하였다 하더라도 감비아가 진정한 당사자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판단하였다.9) 나아가 ICJ는 감비아가 제소를 한 이상 당사자가 되는 것이지 진정한 당사자를 달리 찾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하며 미얀마의 선결적 항변을 기각하였다.10)
나. 감비아와 미얀마 사이에 실제로 분쟁이 존재하는지
(1) 미얀마의 주장
미얀마는 CPPCG 제9조에 따른 “분쟁”이 존재한다고 하려면 어느 정도 내용이 구체화된(sufficient particularity) 법률적 청구가 제기되어야 하고 견해의 차이를 쌍방이 모두 알고 있을 것(mutual awareness)가 요구된다고 주장하면서, 감비아가 본 사건을 제소하던 당시 청구의 내용은 구체화되지 않은 정치적 청구에 불과했고 미얀마는 감비아의 이견을 충분히 알 수도 없었으므로 양국 간에 분쟁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주장했다.11)
(2) 감비아의 주장
감비아는 미얀마가 분쟁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본 사건 제소시 로힝야 이슬람 공동체에 대해 양국 간에 견해충돌이 있었음은 관련 증거를 볼 때 명백하다고 반박하였다.12) 더구나 감비아 부통령과 미얀마 총리가 UN 총회에서의 연설로 양국의 입장 차이를 명백히 보여주었고 이후에도 견해 차이를 서로 밝혔다는 것이 감비아의 주장이다.13)
(3) ICJ의 판단
ICJ는 우선 CPPCG 제9조에 따르면, 당사국들 사이에 분쟁이 존재해야 ICJ가 관할을 가진다는 점 및 확립된 선례에 따르면, 분쟁이란 “법률 또는 사실 문제에 대한 견해 불일치, 법적인 견해나 이해관계의 충돌”을 의미한다는 점을 밝혔다.14) ICJ는 분쟁의 존재 여부는 실체 문제이지 절차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제소 시점에 분쟁이 존재할 것이 요구되지만 제소 이후의 당사자들의 행동도 고려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특히 선례에 의하면, 당사국들 사이에 주고 받은 선언(statements)이나 문서(documents)들을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15)
이러한 점에서, ICJ는 본 사건에서 양국이 2018. 9. 부터 2019. 9. 사이의 기간 동안 양국이 UN 총회에서 한 선언 및 2019. 10. 11. 감비아가 미얀마 UN 주재 상임 공관에 발송한 구상서(note verbale)에 주목하였다.16) ICJ의 분석에 의하면, UN 총회에서의 선언이 로힝야 사태 관련 진상조사단 보고서 공개 직후에 행해진 점 및 양국의 선언이 로힝야 사태 관련 미얀마의 책임에 대한 서로 대립하는 견해를 보여주고 있는 점, 미얀마로서는 감비아가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하는 유일한 국가임을 모를 수 없었던 점, 감비아가 발송한 구상서는 미얀마의 CPPCG 위반을 명시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설사 이러한 선언들이 CPPCG의 특정 조항을 언급하고 있지 않더라도 충분한 구체성(sufficient particularity)를 갖추고 있으며 양국 모두 서로의 견해차에 대한 인식(mutual awareness)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17) ICJ는 위에 비추어볼 때 감비아가 2019. 11. 11. 본 사건 제소를 하였을 당시 양국 간에는 분쟁이 존재하였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대한 미얀마의 선결적 항변을 기각하였다.18)
다. 미얀마가 CPPCG 제8조를 유보하였는지 여부
(1) 미얀마의 주장
미얀마는 자국이 CPPCG 제8조를 유보하였으므로 ICJ가 이 분쟁에 대한 관할권을 보유하지 않으며 설사 관할권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ICJ 심리가 부적절한 사건이라고 주장하였다.19)
CPPCG 제8조 체약당사국은 UN의 권한 있는 기구(competent organs of the UN)에 대하여 집단학살(genocide) 행위 또는 제3조에 열거된 기타 행위의 예방 및 방지를 위해 UN 헌장에 따라 이러한 기구들이 적절하다고 간주하는 조치(action)를 취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
1956. 3. 14. 미얀마의 전신인 버마가 CPPCG에 가입할 당시 제8조는 버마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유보하였고, ICJ는 동조에서 규정한 “UN의 권한 있는 기구”에 해당하므로 ICJ는 본 사건에 대해 판단할 수 없으며, 동조가 단순히 UN의 정치적 기구, 즉 총회나 안전보장이사회에 피해국이 아닌 국가(non-injured States)의 문제제기를 허용하는 취지라고 해석한다면 동조의 의의가 없어진다는 것이 미얀마 주장의 요지이다.20)
(2) 감비아의 주장
감비아는 CPPCG 제8조의 통상적 의미(ordinary meaning)에 따를 때 ICJ는 동조에서 정한 “권한 있는” 기관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ICJ가 UN 헌장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21) 감비아의 주장에 따르면, CPPCG 제8조는 UN의 정치적 기구의 관여, UN 회원국이 아닌 CPPCG 가입국의 UN의 정치적 기구에 대한 문제제기, 분쟁이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가입국의 권한있는 기관에 대한 조치 요구를 허용하는 조항일 뿐이다.22)
(3) ICJ의 판단
ICJ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VCLT 제31조 내지 제33조에 반영된 조약 해석에 관한 국제관습법에 따를 때 “UN의 권한 있는 기구”의 통상적 의미(ordinary meaning)는 UN의 정치적 기구에 해당한다. CPPCG 제8조는 이러한 기구들이 “그들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이는 ICJ의 기능과는 다르기 때문이다.23) 나아가 ICJ는 ICJ의 관할을 규율하는 것은 UN의 사법적 기구의 관여를 허용하는 CPPCG 제9조이지 제8조가 아니라고 판단하였고,24) 이에 미얀마의 선결적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 감비아가 본 사건 제소를 할 당사자 적격을 가지는지 여부
(1) 미얀마의 주장
미얀마는 CPPCG 제9조에 따를 때 동 협약 위반을 이유로 ICJ에 제소를 하기 위한 당사자적격을 가지는 국가는 피해국(injured States), 즉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은(specifically affected) 국가 뿐이고, 피해국이 아닌 국가(non-injured States)는 CPPCG 위반에 대해 국제관습법에 따라 문제를 제기할 권한을 가질 뿐이며, ILC 국가책임협약 초안UN 국제법위원회의 국제적으로 위법한 행위에 대한 국가책임 초안(International Law Commission’s Articles on the Responsibility of States for Internationally Wrongful Acts, 이하 “ILC국가책임협약 초안”)상의 청구의 국적(nationality)은 피해국과 피해국이 아닌 국가의 청구에 적용된다고 주장하면서, 로힝야 집단학살의 피해국은 방글라데시 뿐이라고 덧붙였다.25)
국가책임초안 제44조 다음의 경우에는 국가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 (a) 당해 청구가 청구의 국적과 관련하여 적용되는 원칙에 따라 제기되지 아니한 경우 […] |
(2) 감비아의 주장
감비아는 CPPCG의 모든 가입국이 집단학살 행위를 방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고, CPPCG 제9조는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은 국가만이 제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ILC국가책임초안 제44조 (a)항을 본 사건에 적용하면 CPPCG의 취지 및 목적에 반하고, ICJ가 CPPCG에 의하여 양국간의 분쟁에 대한 관할을 가지는 것은 양국이 이에 동의(consent)를 하였기 때문이지 제3국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26)
(3) ICJ의 판단
ICJ는 CPPCG의 유보에 관한 종전의 권고적 의견27)에서 CPPCG의 존재 이유(raison d’être)는 가입국들이 자국의 독자적인 이익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입국이 공통적으로 동 협약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공동의 이익을 가진다는 데 있다고 판단한 점에 비추어 볼 때 CPPCG의 모든 가입국은 집단학살의 방지, 억제, 처벌에 대하여 공동의 이익을 가지며, 이는 동 협약상 의무의 속성이 모든 가입국이 모든 가입국에 대하여 상대할 수 있는 의무(obligations erga omnes partes)임을 의미하므로 ILC 국가책임협약 초안의 의미를 따질 필요도 없이 미얀마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CPPCG를 근거로 ICJ에 제소하는 데는 피해자가 제소국의 국민임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28)
나아가 ICJ는 CPPCG 제9조가 “가입국”이 ICJ에 제소하고 있다고 규정할 뿐 제소국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추가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ICJ가 “모든 분쟁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at the request of any of the parties to the dispute)” 분쟁을 심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모든 가입국이 ICJ에 제소할 수 있고 방글라데시가 CPPCG 제9조를 유보하였다는 사실은 본 사건과 무관하다고 보았다.29)
정리하면, 이 사건에서 ICJ는 미얀마의 선결적 항변을 모두 기각하고 감비아는 미얀마를 상대로 CPPCG에 관련된 사건을 ICJ에 회부할 수 있는 당사자라고 판시했다.
ICJ는 본 판결 선고일에 동일자 결정30)을 함께 내려 미얀마에의 서면(counter-memorial) 제출 기한을 2023. 4. 24.로 확정하였다. 따라서 조만간 미얀마가 서면을 제출하고 ICJ는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족 집단학살에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 본안 심사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가 행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집단학살은 미얀마의 영토 내에서 이루어 졌다. 따라서 감비아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이슬람 국가로써 미얀마 내에서 행해지는 학살로부터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바 없다. 이렇듯 표면적으로는 그 관계가 부족해 보이는 두 나라이지만 ICJ는 CPPCG를 넓게 해석하여 관련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의 범위를 넓혔는데 이는 집단학살과 같은, 국가 범죄중에서도 그 반인륜성 및 피해의 정도가 심각한 범죄를 미리 효과적으로 견제하여 피해자를 줄일 수 있게끔 하는 역할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듯이, 단순히 ICJ의 관할을 긍정하고 감비아의 본 사건 청구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만으로는 집단학살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에는 미흡하다.
2. 집단학살 피해자에 대한 국적 박탈 및 그에 대한 ICJ 판단의 필요성31)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유대인이나 집시를 집단 학살했던 사례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차별적인 국적 정책에 비추어 알 수 있다시피, 집단 학살 범죄를 저지른 국가들은 먼저 피해자들의 국적 박탈(denationalization)을 진행하였다.32) 따라서 국적을 조건으로 앞세우는 경우 집단학살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는 심각하게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로힝야 집단 역시, 미얀마의 1982년 시민권법이 민족(ethnicity)을 국적 부여의 근거로 정함에 따라 국적을 인정받지 못했고, 아직도 미얀마는 로힝야 집단을 불법 이민자들로 취급하고 있다. 이것이 감비아가 미얀마에 거주하거나 미얀마에서 추방 당한 로힝야 집단의 모든 구성원에 대하여 완전하고 평등한 시민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한 이유이기도 하다.33)
현재까지 ICJ가 특정 국가의 국적 부여에 대하여 직접 관여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감비아가 CPPCG 가입국의 국제 사회 전체에 대한 의무(erga omnes obligations) 및 모든 당사자들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권리(erga omnes partes rights)를 언급하며 국적 부여를 보장할 것을 명시적인 청구 취지로 삼고 있으므로, ICJ가 처음으로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에 대해 ICJ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는 향후 집단학살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가능성 및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칠것이다.
ICJ에서 진행 중인 본 사건 외에도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사법 절차는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다. 영국 버마 로힝야 기구(Burmese Rohingya Organisation UK)는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이하 “ICC”)를 설립한 1998년 로마 규정(Rome Statue)에 따라 인도에 반하는 죄(crimes against humanity) 등의 국제법 위반의 경우 다른 국가에서도 재판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규정한 점을 이용하여 2019. 2. 아르헨티나 법원에 미얀마 군부에 대한 소를 제기하였다. 터키 법원 역시 시민단체 미얀마책임프로젝트(Myanmar Accountability Project)가 미얀마 군부에 대해 제기한 소장을 접수하기로 2022. 6. 결정을 내렸다.
이밖에 ICC도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박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UN 인권 이사회가 설립한 미얀마 독립수사국((Independent Investigative Mechanism for Myanmar)은 미얀마 군부의 범죄 사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ICJ 및 ICC에서 진행되는 재판 절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얀마 민주세력이 수립한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도 ICJ에 미얀마 군부의 집단학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협력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원 또는 국제재판소가 향후 미얀마의 로힝야족 집단 학살에 대하여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도 계속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본 건은 ICJ 관할권이 실제 일반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고, ICJ 역시 이러한 상황에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분쟁을 ICJ에 제기한 국가가 주변 이슬람 국가나 중동에 위치한 이슬람 주요국이 아닌 아프리카의 소국 감비아이며 이에 대해 ICJ는 관련 협약상 관할권 행사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는 사실은 여러 인권 협약에 포함된 ICJ 강제관할권 조항이 실제 국제사회의 법의 지배 원칙 강화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최근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최근 ICJ에 회부된 사건들 중 일부는 분쟁 당사국간 정치/외교적 분쟁이 해당 분쟁을 직접 다루는 조약이나 국제관습법이 아니라 외관상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다른 조약상 분쟁의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바로 이들 조약에 포함된 ICJ 강제 관할권 합의 때문이다. 가령 2010년 이후 카타르의 親이란 정책에 대한 주변국의 집단 제재로 촉발된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 (UAE)간 분쟁,35)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분쟁은36) 각각 인종차별철폐협약과 집단살해방지협약을 근거로 ICJ에 회부되어 현재 소송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편 2015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이후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러시아의 親러시아 민병대 군사지원을 둘러싸고 개시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분쟁은 인종차별철폐협약에 더하여 테러자금지원금지협약이 ICJ 회부의 근거가 되어 여전히 소송절차가 진행 중이다.37) 해묵은 영토분쟁이 2020년 전면적인 무력충돌로 비화된 이후 그 연장선상에서 2021년 각각 서로 ICJ에 제소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간 분쟁도 인종차별철폐협약을 근거로 하고 있다.38)
현재 2건이 ICJ에 계류 중인 미국과 이란간 분쟁도 체결한지 70여년에 가까운 양국간 1955년 영사우호조약에 근거하고 있다.39) 카타르와 주변국간 갈등을 배경으로 한 사우디 아라비아·바레인·이집트와 카타르 간 분쟁은 국제민간항공협약에 근거하고 있다.40)
요컨대 실제 분쟁은 다른 사유에 근거하고 있으나 ICJ 관할권 확보 차원에서 여러 근거로 관련 협약을 찾아 나름의 연결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ICJ는 설사 실제 분쟁의 본질은 다른 데에 있더라도 형식적으로 특정 협약의 관할권 요건을 충족 한다면 관할권 확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41)
작성자 안정혜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율촌
전준규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율촌
감수자 이재민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에는 작성자와 감수자의 견해가 반영될 수 있으며, 이는 산업자원통상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1) 이하 “본 사건 판결”.
2) 본 사건 판결, para. 1.
3) 본 사건 판결, paras. 2-4.
4) 본 사건 판결, para. 16.
5) 본 사건 판결, paras. 35-37, 43, 47.
6) 본 사건 판결, paras. 38-39.
7) 본 사건 판결, paras. 40-41.
8) 본 사건 판결, para. 48.
9) 본 사건 판결, paras. 42, 44-46.
10) 본 사건 판결, paras. 49-50.
11) 본 사건 판결, paras. 51-56.
12) 본 사건 판결, paras. 57-60.
13) 본 사건 판결, paras. 61-62.
14) 본 사건 판결, para. 63.
15) 본 사건 판결, para. 64.
16) 본 사건 판결, para. 65.
17) 본 사건 판결, paras. 66-76.
18) 본 사건 판결, para. 77.
19) 본 사건 판결, para. 78.
20) 본 사건 판결, paras. 79-82.
21) 본 사건 판결, para. 84.
22) 본 사건 판결, para. 85.
23) 본 사건 판결, paras. 86-88.
24) 본 사건 판결, paras. 89-91.
25) 본 사건 판결, paras. 93-99.
26) 본 사건 판결, paras. 100-105.
27) Reservations to the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Advisory Opinion, I.C.J. Reports 1951, p.23.
28) 본 사건 판결, paras. 106-108.
29) 본 사건 판결, paras. 109-113.
30) Application of the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The Gambia v. Myanmar), Order of 22 July 2022, p. 2.
31) Andrea Marilyn Pragashini Immanuel, “The Gambia v Myanmar: Can the ICJ Shy Away from the Nationality Question?”, OpinioJuris 2022. 10. 11. 게시물에서 발췌 및 정리함.
32) Report on Nationality, Including Statelessness by Mr. Manley O. Hudson, Special Rapporteur, the Yearbook of the International Law Commission, 1952, vol. II. (A/CN.4/50); John Dugard, “South Africa’s Independent Homelands: An Exercise in Denationalization”, 10 Denv. J. Int'l L. & Pol'y 11 (1980).
33) 본 사건 판결, para. 24.
34) “[이슈트렌드] 국제사법재판소, 로힝야족 학살의혹 재판 본궤도에…미얀마 군부 측의 이의 기각”, 아세안(AIF) 2022. 7. 29. 게시물에서 발췌 및 정리함.
35) See ibid; See Application of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Racial Discrimination (Qatar v. United Arab Emirates), Application instituting Proceedings, I.C.J. 2018; Preliminary Objections, Judgment, I.C.J. Reports 2021, paras. 105, 115. (ICJ 관할권 존부에 대해 인종차별철폐협약 1조1항에 포함된 “national origin”이 단순한 국적 (nationality) 개념과는 동일하지 않으므로 국적을 근거로 이 협약 위반을 주장한 카타르의 제소에 대해 관할권 없음 판결을 내림.)
36) Allegations of Genocide under the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Ukraine v. Russian Federation), Application instituting Proceedings, I.C.J. 2022.
37) Application of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uppression of the Financing of Terrorism and of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Racial Discrimination (Ukraine v. Russian Federation), Application instituting Proceedings, I.C.J. 2017.
38) Application of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Racial Discrimination (Armenia v. Azerbaijan), Application instituting Proceedings and Request for Indication of Provisional Measures, I.C.J. 2021; Application of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Racial Discrimination (Azerbaijan v. Armenia), Application instituting Proceedings and Request for Indication of Provisional Measures, I.C.J. 2021.
39) Certain Iranian Assets (Islamic Republic of Iran v. United States of America), Application instituting Proceedings, I.C.J. 2016; Alleged Violations of the 1955 Treaty of Amity, Economic Relations, and Consular Rights (Islamic Republic of Iran v. United States of America), Application instituting Proceedings, I.C.J. 2018.
40) See Appeal Relating to the Jurisdiction of the ICAO Council under Article 84 of the Convention of the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Bahrain, Egypt, Saudi Arabia and United Arab Emirates v. Qatar), Joint Application Instituting Proceedings, I.C.J. 2018; Ibid., Judgment. I.C.J. 2020, para. 127 (ICAO 이사회 결정에 대한 바레인,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 UAE의 항소를 기각하고, ICAO 이사회가 이 문제를 다룰 관할권을 보유함을 확인함).
41) See Certain Iranian Assets, (Islamic Republic of Iran v. United States of America), Preliminary Objections, Judgment, I.C.J. Reports 2019, para.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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