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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명
나. 청구의 근거가 된 협정 및 절차 규정
다. 당사자
(1) 청구인
(2) 피청구국
라. 중재판정부 구성
마. 청구인의 청구 취지의 요지
① 피청구국의 NAFTA 제1105조, 제1110조,1) 및 제1102조2) 위반 확인 청구;
② 이로 인해 발생한 청구인의 손해 미화 9억 7천만 달러($970,000,000.00)의 배상 청구..3)
바. 사건의 배경 및 판정요지
본 사건은 메탄올 생산을 주로 영위하는 캐나다 법인 Methanex Corporation (“Methanex”)이 미국의 NAFTA 제1102조, 제1105조, 제1110조 위반을 주장하며 신청한 ICSID 투자중재 사건이다. 메탄올은 메틸터트뷰틸에테르(MTBE)라고 하는 가솔린 첨가제의 주원료 중 하나로, Methanex가생산하는 메탄올의 상당 부분이 MTBE 생산에 사용되고 있었으며, Methanex는 미국 시장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메탄올 생산자였다.
MTBE의 수질 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MTBE를 가솔린 첨가제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이에 대해 Methanex는 캘리포니아 주가 메탄올의 대체제인 에탄올을 생산하는 Archer-Daniels-Midland와 주지사간의 정치적 관계로 인하여 MTBE 금지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Methanex는 이를 근거로 캘리포니아 주가 NAFTA 내 투자자 보호 조항을 위반하였다며 투자중재를 신청하였으나, 중재판정부는 관할을 부정하였고 설령 관할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Methanex의 본안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청구인 Methanex는 캐나다 밴쿠버에 주 영업소를 두고 주로 메탄올 생산, 운송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4) Methanex에서 생산하는 메탄올은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칠레,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에서 이용되었는데5), 이 중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Methanex의 메탄올을 이용하여 생산되는 가솔린 첨가제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들을 취한 것이 본건 중재의 시발점이었다.6)
분쟁의 핵심이 된 물질은 메틸터트뷰틸에테르(MTBE)라고 하는 메탄올과 이소부틸렌(Isobutylene)의 화합물로서, 한때 옥탄의 원료로서 사용되었던 물질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1990년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개정함에 따라, 연료 업체들은 엔진의 가솔린 연소율을 높여 대기오염물질 발생율을 낮출 필요가 생겼고, 연소율 상승을 위한 산소첨가제(Oxygenate)가 가솔린 첨가제로서 널리 사용되게 되었는데, 그 중 대중적으로 사용된 물질이 바로 MTBE였었다.7)
MTBE는 저렴한 가격과 수급이 용이하다는 이점에 힘입어 가솔린 첨가제로서 크게 각광을 받게되었다. 이러한 MTBE에 더욱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한 계기가 있었는데, 미국 정부에서 가솔린 첨가제를 이용하여 정제된 가솔린은 유해물질 발생율을 낮추어 대기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8)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MTBE는 치명적 환경오염 문제를 유발할 수 있었는데, 가솔린에 첨가되는 물질이지만 물에 매우 쉽게 용해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유출 시 쉽고 빠르게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9) 게다가 자연분해가 매우 느리다는 특징까지 가지고 있어, 한번 수원(水原)을 오염시키면 주변에 지속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었다.10) 한번 MTBE에 오염된 물은 적은 농도로도 투르펜틴(Turpentine; 송진 등 나무에서 얻는 액체에 첨가되어 있는 가연성 물질)과 같은 냄새와 맛을 내어 식수로 사용하기 어려웠다.11)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MTBE로 인한 수질 오염 문제가 다양한 측면에서 대두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1998년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타 모니카(Santa Monica)는1996년까지 지하식수원 약 절반 가량을 MTBE 오염에 의하여 폐쇄하였고12), 글렌빌(Glennville)은 1997년부터 MTBE에 의한 식수원 오염때문에 대체 식수원으로 전환하여야 했다.13) 레이크 타호(Lake Tahoe)에서도 공공 식수원의 약 35% 정도가 MTBE 오염을 원인으로 폐쇄된 것으로 보고되었다.14) 덧붙여 추후 공개된 캘리포니아 대기환경위원회(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 “CARB”)보고서 등에 따르면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같은 인구 밀집지역의 공공 식수원 또한 MTBE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15)
이와 같이 캘리포니아에서 MTBE에 의한 수질오염은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실제로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발전하였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캘리포니아 주립대 보고서는 에탄올을 MTBE의 대체재로 사용하자고 제안하였는데16), 여기에는 에탄올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에탄올 이용이 전반적인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되어 있었다.17) 에탄올은 미국에서 많이 나는 옥수수와 같은 자원에서 생산이 가능하여 비교적 가격 및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자연분해가 가능해 MTBE보다 수질오염 측면에서 더 안전하다는 계산이 고려된 가정이었다.18)
캘리포니아 주지사 Gray Davis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보고서가 공개되고 약 4개월 뒤인 1999년 3월 25일 주지사 행정명령(1999 Executive Order)을 발표한다.19) Davis 주지사는 비록 MTBE가 대기오염 방지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지라도, 지상으로 새어 나간 MTBE는 지하수 및 식수원 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해당 행정명령을 시행한다고 밝혔다.20)
주지사 행정명령의 주요 내용으로는 (1) MTBE를 환경오염물질로 규정하는 것을 비롯하여, (2) 아무리 늦어도 2002년 12월 31일 이전에 MTBE를 가솔린 첨가물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계획안 수립, (3) 미 연방 환경보호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US EPA”)에 가솔린에 산소첨가제를 추가하는 의무를 유보해 줄 것을 요청, 그리고 (4) 메탄올을 사용하는 MTBE 대신 에탄올을 산소첨가제로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및 인체에 대한 영향 연구 착수 등이 있었다.21)
이들 조치 중 에탄올을 MTBE의 대체제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는 흥미로운데, 캘리포니아 환경정책위원회는 1999 CalEPA Ethanol Report에서 MTBE를 에탄올로 대체하는 것은 수질오염 방지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그 효과를 당장 수치화 하는 것은 어려우며, 대기오염 측면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22) 이러한 내용은 추후 중재절차에서 유의미하게 다루어지게 되는데, 청구인 Methanex가 캘리포니아의 내국민 대우 의무(NAFTA 제1102조) 위반을 추가로 주장하면서 에탄올 생산자와 메탄올 생산자가 동종상황(like circumstances)에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지사 행정명령에 따른 캘리포니아의 반MTBE 조치들은 메탄올을 주로 생산하는 Methanex에게는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이러한 조치들이 내려질 당시, Methanex가 생산하는 메탄올 중 약 1/3이 MTBE 생산에 사용되고 있었고23), 당시 캘리포니아 주가 미국 내 재구성 가솔린(reformulated gasoline)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였으며24), 캘리포니아에서 사용되는 재구성 가솔린의 대부분이 MTBE가 혼합된 가솔린이었기 때문이다.25) 실제로, 주지사 행정명령 발표 약 10일만에 Methanex의 시장가치는 약 미화 1억 5,000만 달러 가까이 낮아졌다.26)
Methanex는 주지사 행정명령에 반발하며 1999년 7월 2일 중재신청의향서를 미국 정부에 보내어 주지사 행정명령이 NAFTA 제1105조(최소대우기준)와 제1110조(수용)를 위반하였다며 미화 9억 7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였다.27) Methanex는 뒤이어 1999년 12월 2일 중재신청서를 접수하고 본건중재 절차를 개시하였다.28)
그럼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에서의 반MTBE 정책은 지속되었는데, 일례로 캘리포니아 대기환경위원회는 2000년 6월 16일 CaRFG3 (California Reformulated Phase 3) 기준을 도입, 2002년 12월 31일부터 MTBE 사용을 금지하기로 하였다.29) 이 조치는 2000년 9월 2일 발효되었다.30)
가. 내국민 대우(National Treatment) 의무 위반
(1) 청구인 측 주장
미국의 NAFTA 제1102조 위반 관련 청구인 측 주장은 크게 다음 세 분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동종상황(Like Circumstances)
청구인의 해석에 따르면 NAFTA 제1102조는 비교 대상이 되는 ‘투자’들이 동일할 것을 요구하지않는다.31) 즉, 제1102조는 이들이 단지 동종상황(like circumstances)에 처해있기만 하면 적용될 수 있다. Methanex는 미국 에탄올 제조사들과 동종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는 Asbestos 사건, S.D. Myers 사건 등에서 인정된 동종상황 판단 기준인 투자자들 간 경쟁관계 존재 여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32) 요컨대, 메탄올과 에탄올은 모두 산소첨가제(Oxygenate)의 원료이며, 따라서 Methanex는 메탄올 생산업자로서 산소첨가제 시장에서 미국 내 에탄올 생산업자들과 경쟁관계에 있다는 것이다.33) 또한 GATT/WTO의 “like products” 기준에 비추어 보아도 메탄올과 에탄올은 유사한 제품이라는 주장을 덧붙였다.34) 이에 근거하여 청구인은 캘리포니아가 MTBE 및 메탄올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 실질적으로는 에탄올이 시장을 독점하는 효과를 야기하였고, 이러한 차별 대우는 환경보호 차원의 논리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을 개진하였다.35)
② 최혜국 대우(Most Favourable Treatment, "MFN")
Methanex는 설령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조치에 미국 내 메탄올 생산업자들 및 그들의 투자 또한 차별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NAFTA 제1102조 위반 성립 요건과는 무관하며,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NAFTA 제1102조 위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36)
③ 입증책임(Burden of proof)
Methanex는 차별대우(less favourable treatment)가 존재했다고 인정될 경우, MTBE 금지 조치가 이러한 차별대우의 정당한 근거임을 입증할 책임은 미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였다.37) 또한 NAFTA 제11장의 그 어느 조항도 내국민 대우의무의 예외로 환경관련 조치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다.38)
(2)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우선 NAFTA 제1102조의 목적은 ‘투자 소유주의 국적에 기반한 차별(discrimination on the basis of nationality of ownership of an investment)’을 금지하는 데에 있다고 해석하였다.39) 따라서 해외투자자의 비교 대상이 되는 이상적인 내국민투자자는 국적을 제외하고는 해외투자자와 관련된 모든 부분이 유사한 투자자여야 한다며 Methanex 측이 미국내 에탄올 생산업자와 스스로를 비교하는 것에 반발하였다.40)
미국은 또한 NAFTA 제11장 해석에 GATT를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GATT의 “like product” 기준과 NAFTA 제1102조의 “like circumstances” 기준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사용된 상이한 표현이라는 해석에 근거하였다.41)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NAFTA 제1102조 내국민 대우 조항 위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캘리포니아가 해외 투자자 차별을 의도하였고 차별조치로 인하여 혜택을 입은 내국민 투자자와 피해를 입은 해외 투자자가 유사한 상황(“in like circumstances”)에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42)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재판정부가 “유사한 상황”이라는 문언을 피청구국의 견해에 따라 좁게 해석한 부분이다.43) 즉, 중재판정부는 내국민 대우의무 조항은 ‘투자 소유주의 국적에 기반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이에 따라 Methanex와 비교되어야 하는 미국의 투자자는 Methanex와 국적만 다르고 다른 모든 관련된 부분이 유사 또는 동일한 내국민 투자자여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해석을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위 견해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청구인 Methanex와의 비교 대상이 미국내 타 가솔린첨가제 제조업자라는 청구인 측의 주장을 배척하고 청구인 Methanex와의 비교 대상은 미국내 메탄올 생산업자라고 판단하였다.44) 다만 중재판정부는 “유사한 상황”이라는 문구를 넓게 해석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45), 이는 메탄올과 에탄올이 화학적으로 다른 물질임을 근거로 한 것이다.46) 즉, 중재판정부는 “like product”라는 문언이 NAFTA 제11장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여, 해당 기준에 따라 두 물질이 유사하다고 한 청구인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이러한 중재판정부의 접근은 NAFTA 제1102조를 해석한 또 다른 판정례인 S.D. Myers 사건 판정에 비해 “유사한 상황” 문구를 좁게 해석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결국 중재판정부는 본건에서 제1102조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47)
나. 최소대우기준(Minimum Standard of Treatment) 의무 위반
(1)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 Methanex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조치는 해외투자자를 차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러한 의도적 차별대우는 불공정하고 불공평하기 때문에 내국민 대우의무(NAFTA 제1102조) 위반은 물론, 최소대우기준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48)
청구인은 “자의적이고, 심각하게 불공평하며 불공정하고 비상식적(arbitrary, grossly unfair, unjust and idiosyncratic)”인 행위가 공정공평대우의 최소대우기준 위반에 해당한다는 Waste Management v. Mexico 사건 판정을 인용하였다.49) 이 기준에 따라, 청구인은 캘리포니아 주의 MTBE 및 메탄올 금지조치가 미국의 자국 에탄올 생산업자를 위하여 Methanex에 부과된 “자의적이고, 심각하게 불공평하며 불공정하고 비상식적” 조치로써 제1105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50) 또한 청구인은 캘리포니아가 에탄올 사용을 촉진한 것이 Davis 주지사가 미국 내 주요 에탄올 생산업자인 Archer-Daniels-Midland (ADM)으로부터 받은 정치적 지원에 따른 것이며, 이러한 행위야 말로 자의적이고 심각하게 불공평하며,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하였다.51)
한편, 최소대우기준에 따라 공정공평대우 위반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FTC의 2001년 7월 31일자 NAFTA 제1105조 해석에 따른 것으로,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52)
① 제1105조 제1항은 다른 당사자(체약국)의 투자자의 투자에 외국인에 대한 국제관습법적 최소대우기준을 최소대우기준으로서 적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② “공평공정 대우”와 “충분한 보호 및 안전 보장(Full Protection and Security)” 의무의 개념은 외국인에 대한 국제관습법적 최소대우기준을 초월한 추가적 대우를 요하는 것이 아니다.
③ 별개의 NAFTA 조항 위반 또는 별도의 국제 조약 위반이 제1105조 제1항의 위반을 성립 시키는 것은 아니다.
(2)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상기한 FTC 해석에 근거하여 설령 피청구국의 NAFTA 제1102조 위반이 성립하더라도, 이는 피청구국의 NAFTA 제1105조 위반을 성립하는 것은 않는다고 항변하였다.53) 또한 피청구국은 NAFTA 제1105조 제1항을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31조에 근거하여 해석했을 때 내국인과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일반적 차별 대우 그 자체를 금지하는 일반적 의무(general obligation)를 투자 유치국에 부과하는 내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54), 나아가 청구인은 국제관습법상 투자 유치국이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경제적 차별대우 자체를 금하는 일반적 의무가 있음을 보이는데 실패하였다고 주장하였다.55)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청구인 Methanex의 주장을 기각하며 미국이 NAFTA 제1105조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데56)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설령 청구인의 주장대로 NAFTA 제1102조 위반행위가 존재했다 하더라도, 제1105조의 문언적 해석에 따르면 “최소대우기준”은 피투자국이 자국민과 외국인을 차별대우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57)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FTC의 해석을 따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의 주장대로 제1102조의 위반 행위가 제1105조의 위반에까지 해당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이미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제1102조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였다.58)
둘째, NAFTA 제11장에는 이미 차별 금지에 대한 조항이 존재하는데 이는 제1110조 제1항 b호이다.59) 만약 제1105조 제1항이 내국민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 금지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의도되었다면, 제1110조 제1항 b호가 별도로 명시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60) 따라서 NAFTA 제1102조의 위반행위가 제1105조의 위반행위로 이어질 수는 없다.61)
셋째,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31조 제3항 a호는 “조약의 해석 또는 그 조약규정의 적용에 관한 당사국간의 추후의 합의”를 참작하는 것 또한 조약 해석의 일반 규칙으로 보고 있다.62) 따라서 상기한 FTC의 해석은 본 분쟁의 해결에 고려되어야 한다.63)
다. 불법 수용 금지 의무 위반
(1)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 Methanex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차별적 조치로 인하여 Methanex가 보유한 캘리포니아 및 미국 산소첨가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포함한 투자의 상당부분이 미국내 에탄올 업계로 넘겨졌으며, 이는 NAFTA 제1110조가 금지하고 있는 “수용에 준한다(tantamount … to expropriation)”고 주장하였다.64) 여기에 덧붙여 청구인은 캘리포니아 정부의 조치가 수용의 예외에 해당하는 공적 목적(public purpose)에 따른 행위가 아니며, 오히려 Methanex를 수용하려는 목적으로 취해진 조치였다고 주장하였다.65)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청구인 측은 NAFTA 투자분쟁 사건이었던 Metalclad 사건 판정에서 제시된 “수용”의 정의를 인용했는데, 해당 정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NAFTA에서 규정한 수용은 공개적이고, 고의적이며, 의식적인 재산의 취득뿐만 아니라, 소유자가 재산을 통하여 정당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의 이용을 방해하는 효과를 가지는 은밀하거나 부수적인 방해를 포함한다”.66)
나아가 청구인은 NAFTA 제1139조 g항을 인용하며 시장 점유율(market share), 평판(good will), 고객층(customer base) 등 무형자산 또한 보호받을 수 있는 투자에 해당한다고 덧붙이며67),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NAFTA 투자분쟁 사건 판정례 가운데 시장 점유율이 제1110조에 따른 수용 금지대상인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는 Pope v. Talbot 사건, S.D. Myers 사건 등을 인용하였다.68)
(2)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수용되었다고 주장하는 캘리포니아 시장 내 시장 점유율, 고객층 및 평판 등의 무형자산은 수용될 수 있는 투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수용된 “투자”의 정체를 명확히 하는데 실패하였다고 주장하였다.69)
또한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캘리포니아주의 조치가 수용의 핵심 요건인 취득("taking")에 이를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증명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캘리포니아주의 조치들은 주권을 가진 정부의 적법한 규제권한 이행에 불과하였다고 주장하였다.70)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본건에서 수용 명령 또는 조치가 내려진 바 없고, 점진적 수용도 없었다고 판단하였다.71)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청구인 Methanex의 재산을 취득한 사실조차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시하며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72)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해석에 동의하며 해외 투자자에 대한 고의적 차별 규제가 수용의 핵심적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73) 그러나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정당한 절차를 거쳐 통과된 비차별적 규제의 경우, 해당 규제를 시행한 투자 유치국이 특정 해외 투자자에게 그와 같은 규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사전에 별도로 약속하지 않은 이상, 그와 같은 규제 조치는 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74)
중재판정부는 청구인 Methanex가 환경 오염 여부에 관하여 정부와 민간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75) 즉, 중재판정부는 Methanex가 미국 MTBE 시장에서 규제 관련 로비 및 모니터링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당 시장에 진입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76)
또한, 중재판정부는 Davis 주지사의 조치가 캘리포니아 상원이 제정한 규제 프로토콜(California Senate Bill 521)을 준수하여 내려졌으며,77) 주지사 행정명령의 내용 또한 Methanex 측의 주장과는 달리 Methanex가 보유한 시장 점유율을 미국 에탄올 생산 업계로 넘기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보았다.78)
요컨대 중재판정부는 캘리포니아의 MTBE 금지조치가 공공의 목적을 위하여 내려졌으며, 비차별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통하여 시행되었기 때문에 제1110조상 수용에 해당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79)
Methanex 사건은 국제투자중재에서의 내국민 대우, 최소대우기준 및 수용에 대해 판단을 내린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국제투자중재의 절차적 투명성 발전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재판정부는 2001년 1월 15일자 명령(order)을 통하여 중재판정부가 제3자 의견(amicus curiae submission)을 고려할 권한이 있음을 선언하였다.80) 이에 따라 IISD는 2004년 3월 8일에 제3자 의견 서면을 제출하였고81), 캐나다 및 멕시코도 제3자 의견 서면 제출을 제출하였다.
또한 공개심리(open hearing)를 진행하며 이를 방송까지 한 사건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2004년 6월 7일부터 17일 사이 세계은행 본부에서 진행된 공개심리가 방송되었다.
본 사건은 중재판정부가 NAFTA상 내국민 대우, 최소대우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한 사건으로 의미가 있으며 특히, 제1102조 내국민 대우 의무 위반 주장에 대한 판시에서 중재판정부가 내국민 대우 의무의 요건 중 하나인 “동종상황”을 제한적인 범위로 해석, 적용한 것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중재판정부는 동종상황과 유사한 GATT 내 표현(동종제품)에 관한 해석을 적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투자협정의 해석에 있어 문언적으로 유사한 다른 조약의 해석을 참고하고자 할 때 유의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투자협정 자체의 독자성과 독립성을 감안할 때 다른 조약상 의미를 반드시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여러 국가와 이해관계자들이 투자협정과 통상협정, 또는 투자협정과 여타 조약에 포함된 동일/유사한 용어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증명될 수 있는 사안에도 중재판정부의 이러한 판단이 항상 적용될 수 있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사건은 국제투자법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 사건은 이후 UNCITRAL Rules on Transparency 등에 명문화된 “투자중재에서의 투명성 조치(transparency measures)”가 실제로 적용된 초기 사건으로 자주 언급되며, 특히 제3자 의견의 제출 허용 여부 및 공개심리 여부에 대한 중재판정부의 판단 권한을 인정한 초기 판정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투명성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확산되어 이제 상당수의 새로운 투자협정은 제3자 의견 제출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공개 심리도 비밀 정보 보호에 문제가 없다면 적극 고려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본 사건을 환경보호 정책과 이로 인하여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해외 투자자 사이의 분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보인다. 따라서 본 판정례는 ESG 정책을 비롯하여 지구온난화 정책, 대체에너지 정책 등 환경관련 정책이 점차 늘어나는 현 시점에, 해외 투자를 고려하는 우리 국내 기업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도입된 다양한 정부 정책이 투자협정을 위반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관련 정책을 도입하고 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투자협정과의 접점을 검토해야 한다는 측면도 아울러 시사하고 있다.
작성자 윤석준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조아라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감수자 이재민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의 견해이며,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1)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Statement of Claim (3 December 1999), at p. 13.
2)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mended Statement of Claim (12 February 2001), at p. 71;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Second Amended Statement of Claim (5 November 2002), at para. 327.
3)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Final Award of the Tribunal on Jurisdiction and Merits (3 August 2005), at Part I, Preface, para. 1; Part IV, Chapter A, para. 2.
4)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Final Award of the Tribunal on Jurisdiction and Merits (3 August 2005), at Part II, Chapter A, para. 4.
5) Ibid.
6) Ibid at Part I, Preface, para. 1.
7)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Statement of Claim (3 December 1999), at paras. 9-13.
8)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mended Statement of Claim (12 February 2001), at pp. 6-7.
9)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Final Award of the Tribunal on Jurisdiction and Merits (3 August 2005), at Part III, Chapter A, para. 9.
10) Ibid at para. 78.
11) Ibid.
12)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U.S. Amended Statement of Defense (5 December 2003),at para.45.
13) Ibid at para. 46.
14) Ibid at para. 47.
15) Ibid at para. 72.
16)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Final Award of the Tribunal on Jurisdiction and Merits (3 August 2005), at Part III, Chapter A, para. 16.
17) Ibid.
18) Ibid at Part II, Chapter D, para. 5.
19) Ibid at Part III, Chapter A, para. 21.
20) Ibid.
21) Ibid at Part III, Chapter A, paras. 22-24.
22) Ibid at Part III, Chapter A, para. 31.
23)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Statement of Claim (3 December 1999), at para. 7.
24) Ibid.
25) Ibid at para. 12.
26)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mended Statement of Claim (12 February 2001), at pp. 36-37.
27)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Notice of Intent to Submit a Claim to Arbitration (2 July 1999), at p. 4
28)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Notice of Arbitration (2 December 1999).
29)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Final Award of the Tribunal on Jurisdiction and Merits (3 August 2005), at Part III, Chapter A, para. 32.
30) Ibid.
31)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4.
32)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5.
33)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6.
34)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7.
35) Ibid.
36)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8.
37)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9.
38) Ibid.
39)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14.
40) Ibid.
41)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25.
42)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12.
43)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19.
44) Ibid.
45)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s. 23-29.
46) Ibid.
47) Ibid at Part IV, Chapter B, para. 38.
48) Ibid at Part IV, Chapter C, para. 1.
49) Ibid at Part IV, Chapter C, para. 7.
50) Ibid at Part IV, Chapter C, para. 8.
51) Ibid.
52) Ibid at Part IV, Chapter C, para. 10.
53)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mended Statement of Defense (12 February 2001), at para. 346.
54) Ibid at para. 347.
55) Ibid at para. 348.
56)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Final Award of the Tribunal on Jurisdiction and Merits (3 August 2005), at Part IV, Chapter C, para. 27.
57) Ibid at Part IV, Chapter C, para. 14.
58) Ibid.
59) Ibid at Part IV, Chapter C, para. 15.
60) Ibid.
61) Ibid at Part IV, Chapter C, para. 16.
62) Ibid at Part IV, Chapter C, para. 21.
63) Ibid at Part IV, Chapter C, para. 24.
64) Ibid at Part IV, Chapter D, para. 2.
65) Ibid.
66) Ibid at Part IV, Chapter D, para. 4.
67) Ibid at Part IV, Chapter D, para. 5.
68) Ibid.
69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mended Statement of Defense (12 February 2001), at paras. 393-395.
70) Ibid at paras. 396-417.
71)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Final Award of the Tribunal on Jurisdiction and Merits (3 August 2005), at Part IV, Chapter D, para. 6.
72) Ibid.
73) Ibid at Part IV, Chapter D, para. 7.
74) Ibid.
75) Ibid at Part IV, Chapter D, paras. 9-10.
76) Ibid at Part IV, Chapter D, para. 10.
77) Ibid at Part IV, Chapter D, para. 12.
78) Ibid at Part IV, Chapter D, para. 13.
79) Ibid at Part IV, Chapter D, paras. 15-18.
80)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Decision of the Tribunal on Petitions from Third Persons to Intervene as "amici curiae" (15 January 2001).
81) Methanex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IISD's Amicus Submission (8 March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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