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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명
나. 청구의 근거가 된 협정 및 절차 규정
다. 당사자
(1) 청구인
(2) 피청구국
라. 중재판정부 구성
마. 청구인의 청구 취지의 요지
① 피청구국이 BIT 제3조와 제5조를 위반하였다는 판단 및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 및 이자 청구;
② 피청구국이 법률비용 및 중재비용 지급 청구.1)
바. 사건의 배경 및 판정요지
본 사건은 청구인인 네덜란드 법인 Saluka (Saluka Investments B.V.)가 체코 은행 IPB (Investiční a poštovní banka a.s.)의 지배지분을 인수하였으나, 체코 정부가 IPB를 제외한 다른 경쟁 은행들에게만 지원(State aid)을 제공하자 피청구국의 행위가 네덜란드-체코 BIT상 공정공평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 FET) 의무, 충분한 보호 및 안전 (Full Protection and Security, 이하 FPS)” 보장 의무 및 정당한 보상 없는 투자의 박탈 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청구국을 상대로 국제상설중재법원(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 PCA)에 UNCITRAL 규칙 (1976)에 따른 중재를 신청한 사건이다.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관할 항변에 대하여 청구인의 IPB 지분이 투자에 해당하고, 청구인은 투자자에 해당하므로 본 사건에 관할권 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본안에서 중재판정부는 체코 정부가 IPB를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악성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IPB의 노력을 비합리적으로 좌절시킨 행위가 BIT상 공정공평대우 의무 및 투자이익에 대한 침해 금지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투자 유치국이 수용 금지의 원칙 및 완전보호보장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가. 청구인의 투자
1990년대 공산주의가 막을 내리면서 체코 정부의 주요 은행들은 악성 부채와 채무 상환을 위한 법적 제도 미비로 인하여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었다.2) 체코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민영화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1998년 3월 그 일환으로 자국 내 세번째로 큰 은행인 IPB의 지배의결권 상당 지분을 상업 은행 및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Nomura 그룹에 속한 Nomura Europe에 매도하였고, 이후 해당 지분은 청구인에게 다시 매도되었다.3) 청구인의 경영 하에서 IPB의 재정 상황은 일부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상당한 양의 악성 부채를 안고 있었다.
나. 체코 정부의 차별적 대우 및 악성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청구인의 노력
체코 정부는 1999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국영은행의 민영화를 진행하였는데, 자국 내 4대 은행 중 IPB를 제외한 나머지 셋(KB, CS와 CSOB)을 민영화하면서 해당 은행들이 악성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을 해주었다.4) 청구인이 IPB에 대한 지배지분을 확보하였을 당시 KB, CS와 CSOB는 여전히 정부가 대주주로서 지배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위 세 은행들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1999년 기준 체코 GDP의 19%에 달했다.5) 이에 반해 IPB는 민영화된 은행으로 취급되어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하였다.6)
IPB는 1999년 12월 자금조달을 위한 외부 투자 파트너 영입의 일환으로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CS와의 합병을 계획하였으나 체코 정부에 의해 무산되었다.7) 2000년 1월 체코 정부 관료의 발언으로 인해 IPB가 강제관리에 처해질 수 있다는 의혹이 언론에 제기되었으나 체코 정부는 이를 부인하였다.8) IPB는 이후 2월과 3월 사이 또 다른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위 KB와의 합병을 제안하였지만 체코 정부는 이 역시 거절하였다.9)
그 사이 IPB가 강제관리에 처해질 것이라는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2000년 2월 IPB의 고객들이 대량의 현금을 출금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1차 뱅크런").10) 체코 정부는 2000년 3월 만일 IPB가 부도에 처할 경우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체코의 명목 GDP가 4% 하락할 것이고 은행업계 시스템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문가 보고서를 토대로 IPB에 IPB와 KB간 합병에 대한 논의 및 정부의 금전적인 지원을 약속하였는데 이것은 IPB에 대한 Nomura의 자금투자를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11) IPB는 4월 중순과 5월 체코 정부에 IPB의 자금상황을 안정화시킬 방안을 제안하였지만, 체코 정부는 IPB의 구조조정 과정에 정부의 통제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12) 체코 정부는 대신 청구인이 소유한 IPB 지분을 베네수엘라 정부가 상징적인 금액인 1유로에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청구인이 제시하는 기타 방안에 대하여는 추가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거부하였다.13)
청구인은 그 와중에도 외부 투자 파트너를 찾기 위해 노력하였고 2000년 5월 26일 Allianz/UniCredito 컨소시엄으로부터 IPB 장부 가치의 두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매수 제안을 받는 등 논의가 상당히 진척되었다.14) 이와 동시에 청구인은 체코의 또 다른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CSOB와도 합병 논의를 진행하였는데, CSOB는 IPB의 영업비밀을 살펴보고자 하면서도 그 전제 조건인 비밀유지협약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IPB에 대한 통제권을 먼저 넘겨받은 후 인수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15)
체코 정부는 2000년 6월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청구인의 지분을 1유로에 매수하는 방안을 다시 제시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체코 정부에게 해당 지분을 매도하는 다른 방안 세 가지를 제안하였으나 모두 거절당하였다.16) 이 무렵 체코 정부는 CSOB와 IPB 인수에 대하여 논의하였고 2000년 6월 1일 청구인에게 IPB 소유지분을 현 46%에서 51%로 늘리지 않을 경우 정부 지원이 제공될 수 없다고 통보하였다.17) 이후 IPB가 강제관리에 처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정부 공직자들의 발언이 체코 언론에 공개되었고, 그로 인해 IPB에 대한 2차 뱅크런이 촉발되었다시켰다.18)
다. IPB에 대한 강제관리와 매각
체코 당국은 2000년 6월 15일 청구인과 만나 IPB가 자본건전성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으므로 청구인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 혹은 외부 투자 파트너의 개입 없이는 은행 라이선스가 철회되어 체코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하였다.19) 체코 당국은 또한 IPB가 제안한 지분 인수 방안을 모두 거절하고 IPB의 강제관리 및 CSOB에의 신속 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Resolution No. 622). 당일 체코 당국에 의해 IPB의 지분에 대한 모든 거래가 중단되었다.20)
이후 IPB는 6월 16일 결국 강제관리에 처해졌고 무장한 경찰이 본사에 진입하여 은행의 관리직 직원들을 물리적으로 퇴거시켰다.21) 청구인은 IPB가 2차 뱅크런 사태를 극복할 만한 자금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으나 체코 당국은 IPB에게 충분한 자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IPB는 결국 2000년 7월 19일 CSOB에 인수되었으며 CSOB는 체코 당국으로부터 보증 및 배상 약속을 받아 IPB의 자산을 인수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22) 당시 CSOB의 대주주 역시 외국인 투자자였는데 체코 당국은 IPB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기존에 체코 국내법(Public Assistance Act) 및 EU와의 협약(1993 the Europe Agreement)에 기해 금지되었던 국가 지원금에 대한 예외 가운데 "구조조정 지원금 및 체코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방지하기 위한 지원금(restructuring aid and aid to remedy a serious disturbance in the Czech economy)"에 본 건이 해당된다고 보아 지원을 승인하였다.23)
그러나 이후 체코 의회 조사위원회가 선임한 조사관이 IPB에 대한 강제관리 및 CSOB에의 인수가 불법이고 정부의 보증 및 배상 약속은 무효라고 보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CSOB의 IPB 지분 인수는 그대로 진행되었다.24) 한편, 프라하에 소재한 Nomura 소유 사무실에 대하여 2001년 1월 30일 체코 경찰의 압수, 수색이 진행되었는데 이 역시 나중에 Nomura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으로 판명되었다.25)
IPB는 결국 2004년 1월말 파산신청을 하였고 2004년 2월 5일 파산선고를 받았다.26) 체코 당국은 2004년 2월 16일 CSOB를 청구인의 IPB 지분에 대한 소유자로 등록하였다.27)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1)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Nomura가 1998년 IPB의 지분을 취득한 목적이 IPB의 은행 사업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IPB가 지배하고 있던 사업체들을 인수하기 위한 데 있는데, Nomura가 이와 같은 동기를 피청구국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고 따라서 Nomura는 진정한 투자자가 아니므로 Nomura로부터 지분을 인수한 청구인 역시 BIT상 투자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28)
또한, 피청구국은 청구인의 국적도 문제 삼았는데, 청구인이 일본 은행(Nomura)의 영국 자회사(Nomura Europe)의 대리인이자 IPB에 대하여 실질적 이해관계가 없는 명목상의 회사일 뿐이므로, 네덜란드와 실질적인 관련이 없고 따라서 진정한 투자자가 아니며 당사자적격 또한 없다고 주장하였다.29)
(2)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피청구국의 주장에 대하여 자신은 네덜란드 법인으로서 투자자 적격을 가지고, 청구인의 IPB 주식 취득은 투자에 해당한다고 반박하였다.30)
우선, 청구인은 Nomura가 줄곧 피청구국에 포트폴리오 투자자임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투자의 성격을 명확히 알린 후 적법하게 주식을 취득하였으므로 진정한 투자자에 해당하고, 청구인이 Nomura로부터 IPB 주식을 적법하게 취득한 것은 진정한 투자를 구성하며, 피청구국이 청구인의 주식 취득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 바도 없다고 주장하였다.31)
더 나아가, 청구인은 피청구국의 청구인 국적 관련 주장에 대하여 BIT가 명시적으로 설립지를 투자자 국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므로 피청구국의 주장과 달리 중재판정부는 청구인과 네덜란드 사이의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32)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협약상 투자자의 정의가 "일방체약국의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일 뿐이므로 네덜란드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인 청구인의 투자자 지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33) 즉, 청구인이 네덜란드에서 합법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므로 해당 BIT상 투자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청구국의 주장을 배척하고 청구인의 당사자 적격을 인정하였다.34)
또한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보유한 IPB 지분이 투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35)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투자가 IPB의 주요 자산을 매각하여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지분을 단기간 소유한 것이었으므로 협약상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청구국의 주장을 배척하였다.36)
그 근거로 중재판정부는 협약 제1조 "투자"의 정의에서 투자자의 "동기"를 고려하고 있지 않고, 협약상 투자의 개념에 투자 유치국의 경제나 투자 유치국 내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상당한 기여를 해야 한다는 요건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37)
결국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관할 항변을 배척하였다.38)
나. 본안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1) 수용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체코 정부가 자신의 투자를 수용한 것은 이견이 없는 사실이며 오직 그 합법성 여부만이 다투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BIT 제5조39)에 명시된 수용의 세 가지 요건, 즉 (a) 공익을 위하여 적법 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것 (b) 해당 조치가 비차별적일 것 (c) 해당 조치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 중 하나라도 위반되었을 경우 그 조치는 불법이라고 주장하였다.40)
(나) 피청구국 측 주장
이에 피청구국은 체코법에 따라 IPB에 강제관리를 명한 것은 경영이 악화된 외국인 투자은행에 대한 공적 관리로써 체코법상 합법적인 행위였고 이는 BIT상 허용된 국가의 규제라는 입장을 취하였다.41)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체코 정부의 조치에 청구인의 투자를 박탈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조치가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가 취한 규제 조치일 경우 정당화될 수 있다는 국제관습법에 기해 청구인에게 배상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42)
중재판정부는 국가의 행위 가운데 어떠한 규제 행위가 합법적 수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국제법상으로 아직 분명히 결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본 사건에서 체코 정부의 특정 행위가 불법적인 수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중재판정부가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43) 결국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투자가 수용되었다고 보았으나, 체코 정부가 자신에게 합당하게 부여된 규제 권한 내에서 행동하였으므로 해당 조치가 불법수용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44)
(2) 공정공평대우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제3조 공정공평대우 의무 45) 가 광의로 해석되어야 하며 해당 의무가 BIT상으로 구체적이고 독립적인 기준이라고 주장하였다.46) 피청구국의 행위가 위반에 해당하기 위해서 충족시켜야 하는 기준은 높은 수준의 비합리성 혹은 극악성을 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47)
구체적으로 청구인은 (i) 피청구국이 은행 산업에 존재하는 악성 부채 문제에 대처하는 데에 있어 청구인의 투자에 대하여 차별적인 조치를 취하였고 (ii) 청구인과 청구인의 투자에 예측 가능하고 투명성 있는 프레임워크를 보장하지 못하였으며 (iii)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청구인과 협상하기를 거부한 것은 비합리적이며 차별적이었고 (iv) IPB의 소유주가 청구인에서 CSOB로 변경되자 피청구국이 금전적인 지원을 결정한 것은 공정공평대우 의무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48)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BIT상 공정공평대우 의무는 국제관습법의 최소대우기준을 의미한다고 보고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조치가 고의적인 잘못이었고, 실제로 악의적이었으며, 국제공동체의 일원이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위에 이르렀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49)
또한,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다른 국영 은행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차별적 대우를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50) 피청구국은 나아가 청구인이 IPB의 주식을 인수하기 위한 과정에서 실사를 행하였으므로 부채와 관련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피청구국이 미래에 국가지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정당하게 기대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였다.51) 마지막으로 피청구국은 CSOB와 협력하여 청구인의 투자에 해를 가할 것을 모의하거나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52) 청구인의 투자가 강제관리에 처해진 것은 피청구국의 국내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공정공평대우란 투자 유치국이 투자자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방법으로 투자를 대우해야 할 의무라고 보고, 신의성실의 원칙, 적법절차, 비차별, 법적 및 비즈니스 프레임워크의 안정적 보장 등을 포함한다고 보았다.53) 중재판정부는 투자자에게 투자 유치국이 명백히 비일관적이고, 불투명하며 비합리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설시하면서 동시에 공정공평대우 의무가 이행되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공익에 관한 사항을 규율할 수 있는 투자 유치국의 정당한 권리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54) 즉, 청구인의 합리적인 기대와 피청구국의 정당한 규제 권한 사이의 비교형량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었다.
중재판정부는 은행의 부실채권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체코 정부가 IPB를 제외한 3개 주요 은행에 막대한 자금지원을 하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IPB만을 정부 지원에서 제외함으로써 IPB를 편견없이 공평하게 일관적으로 대우할 의무를 위반하였고, 체코 정부가 IPB와 Nomura의 지속적인 협상 제의를 부당하게 거부한 것 또한 청구인들의 신의성실한 노력을 불합리하게 좌절시킨 것으므로 공평공정대우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55) 또한 중재판정부는 신의성실이 공정공평대우의 주요 요소임을 밝히면서, 투자자에 대한 정부의 악의적 조치는 공정공평대우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56)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투자 당시의 환경이 전혀 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체코 정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투자자가 투자한 은행에 대해서만 자금지원을 하지 않은 행위는 자의적이고 차별적이었으며 결국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57)
(3) 투자에 대한 침해 금지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체코 정부가 합리적인 정당성 없이 투자자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누릴 수 없게 하는 정부 조치를 취함으로써 BIT 제3조 제1항 투자에 대한 침해 금지 의무58)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구체적으로 IPB의 강제관리로 이어지게 된 2차 뱅크런을 야기한 체코 정부의 행위가 청구인의 투자에 대한 침해로 이어졌다고 주장하였다.59)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청구인의 투자에 대한 신문기사는 상당하였고, 공개된 정보를 보도하는 행위로 인하여 뱅크런이 발생하였을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60)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체코 정부가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하였고, 청구인에 대하여 차별적인 대우를 하였으며, 청구인과의 협상에 신의성실원칙에 입각하여 임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이는 투자에 대한 침해 금지 의무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61) 중재판정부는 체코 정부의 불법적인 행위가 IPB의 경제적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으며 결과적으로 IPB가 파산에 이르도록 함으로써 청구인의 투자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보았다.62) 구체적으로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기밀정보를 언론에 퍼트렸음을 의심케 하는 증거자료가 있고 또한 피청구국이 공개되지 않은 기밀정보의 보도가 있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인정하였다고 판단하였다.63)
(4) 완전보호보장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IPB 주식에 대한 거래 금지, 청구인의 주식 이전 금지 및 Nomura와 직원들의 직장에 대한 압수수색 조치가 BIT 제3조 제2항 FPS 보장 의무64)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2001년 1월 1일 자국 국내법(Czech Securities Act)상으로 법인의 주주가 당국의 주식거래금지 조치에 대하여 이의할 수 없게 개정한 행위는 청구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으며 일반적인 개정 절차였다고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반박하였다.65)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FPS 보장 의무가 투자를 어떠한 침해로부터도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물리적 유형력의 행사로부터 투자를 보호해야 할 상당한 주의의무일 뿐이라고 보았다.66)
중재판정부는 IPB 주식에 대한 거래 금지 및 Nomura와 직원들의 직장에 대한 압수수색 조치에는 모두 합당한 근거가 있었고, 완전히 비합리적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조치가 아니었으며, 청구인이 체코 사법부를 통하여 적법절차를 거쳐 승소한 이상 사법부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체코 정부가 FPS 보장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67)
본 사건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 수용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네덜란드-체코 BIT 제5조에서 "수용"이라는 표현이 아닌 "침해(depriv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중재판정부가 두 개념을 혼동함으로써 불명확한 기준을 사용하였다는 비판이 있다. 대략 동일한 개념을 전하고자하는 용어일지라도 다른 용어가 사용된다면 조약 해석의 원칙 상 다른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존 투자협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를 배제하고 별도의 용어를 특정 BIT에서 사용하기로 합의하는 때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비록 체약 당사국간에는 의견이 일치가 있을지 모르나 추후 이를 심리하는 중재판정부는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행위가 투자에 대한 직접 혹은 간접적인 침해에 해당할 경우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경우에만 합법으로 간주된다는 분명한 BIT 문언에도 불구하고 중재판정부가 국제관습법을 통하여 제5조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피청구인의 행위를 정당화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조약 문언이 있는데 이를 도외시하고 국제관습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 있다. 설사 국제관습법을 적용하더라도 일단 조약 문언에 기초한 결론을 내리고 이를 보강하기 위해 국제관습법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본건 중재판정부의 논리가 비난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더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체코 정부의 조치에 청구인의 투자를 박탈하는 효과가 있었을지라도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가 취한 규제 조치의 결과일 경우 정당화될 수 있다는 국제관습법에 기해 청구인에게 배상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이와 같은 국제관습법이 형성되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고, 중재판정부가 수용이 발생하였을 시 정당한 보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그 금액을 산정하는 방법만이 논의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청구인 주장을 배척하면서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이 부분들 역시 국제관습법이 중재절차에서 쟁점으로 제기된 이상 이에 대해 상세히 검토하고 수용 내지 배척해야 하는 국제법원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중재판정부의 결론은 대체로 타당하나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자세히 설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분쟁에서는 FET 조항과 FPS 조항이 동시에 검토되었다. FET 조항은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FPS 조항은 다소 생소하다. FPS 조항은 외국인 투자 및 투자자에 대하여 체약 당사국은 자신의 국내법령과 사법제도에 따른 충분한 보호를 부여한다는 의미이다. 이 조항은 때로는 위에서 살펴본 FET 조항에 함께 포함되어 규정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본건 BIT와 같이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되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이 조항은 FET 조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FET 조항이 보다 광범위한 개념이라면 FPS 조항은 보다 구체적으로 투자유치국 내에서의 “물리적인 피해”로부터 외국인 투자 및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개념이다. FET와 FPS 조항은 서로 밀접한 연관성이 있지만 일단 특정 투자협정에 이 조항들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으면 각 조항은 서로 상이한 의무를 각각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양 조항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외국인 투자 및 투자자에 대한 사업 환경, 법령적용 및 제도운용과 관련되는 일반적인 측면은 FET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에 외국인 투자 및 투자자에 대하여 물리적 위해 (危害)를 가한 자에 대한 기소 및 처벌과 관련된 문제는 FPS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자신의 공장기물에 대한 도난신고를 하였으나 투자 유치국 경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경우가 그러하다. 또한 국내에서 발생한 소요사태로 시위대가 외국인 투자자의 생산시설에 난입하여 파괴행위를 자행하였으나 투자 유치국 경찰이 이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즉, 이 조항은 주로 구체적인 사건에서의 형사사법절차와 관련되는 문제이다. 이 맥락에서는 사법제도 일반 내지 구체적인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소송과정에서 내려진 재판부의 판결에 이 조항이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와 같이 양자는 서로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나 서로 다른 목적을 달성하고자 도입되고 있다.
다만 하나 유념할 부분은 특정 투자협정에 어떠한 문구의 FPS 조항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적용 범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부 중재판정부는 이 조항에 “충분한(full)”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만약 “full”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보다 광범위한 개념의 국내사법 제도상의 보호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가령 본건 중재판정의 대상이 된 BIT는 “full”이라는 용어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그러한 용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구체적인 형사사법절차에서의 보호만으로 국한된다는 것이다. 전자의 입장을 따를 경우 FPS 조항은 점차 FET 조항에 가까워지며 이에 따라 사법제도 일반이나 법적 안정성과 관련된 부분도 여기에 포섭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또한 일부 중재판정부에 따르면 FPS 조항에 단순히 “안전 (security)”가 아니라 “법적 안전 (legal security)”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도 마치 “full”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경우와 비슷하게 사법제도와 관련되는 일반적인 상황이 FPS 조항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본 사건의 중재판정부가 투자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전통적인 두 단계의 분석, 즉 피청구국의 조치가 청구인의 투자에 미친 영향 및 (청구인 투자에 대한 취득이 발생하였다고 인정될 경우) 해당 취득의 법적 원인이 피청구국의 조치였는지 여부에 대한 분석을 상세히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인과관계에 대한 평가는 모든 중재절차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금융거래 등 영역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평가는 지난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인과관계 부분이 충분히 분석되지 않으면 최종 결론은 항상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본건 중재판정은 금융산업 민영화 이후 이어진 시장 재편 과정에서 일어난 투자 침해를 BIT 위반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논리와 이유 설시에 있어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성자 윤석준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감수자 이재민 교수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의 견해이며,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1) Saluka v. Czech Republic (UNCITRAL), Partial Award (17 March 2006), at paras. 164-165.
2) Ibid at paras., 32-39.
3) Ibid at paras., 42, 61-65 and 71-73.
4) Ibid at paras. 76-80.
5) Ibid at para. 83.
6) Ibid at para. 82.
7) Ibid at para. 91.
8) Ibid at para. 94.
9) Ibid at para. 95.
10) Ibid at para. 100.
11) Ibid at paras. 102-103.
12) Ibid at para. 107.
13) Ibid at para. 117.
14) Ibid at paras. 108-109.
15) Ibid.
16) Ibid at para. 122.
17) Ibid at para. 121.
18) Ibid at para. 126.
19) Ibid at para. 135.
20) Ibid at para. 134.
21) Ibid at para. 136.
22) Ibid at para. 148.
23) Ibid at para. 142.
24) Ibid at paras. 148-151.
25) Ibid at para.157.
26) Ibid at para. 162.
27) Ibid at para. 163.
28) Ibid at paras. 174, 199, 206-207 and 231-238.
29) Ibid at paras. 239-242.
30) Ibid at para. 186.
31) Ibid.
32) Ibid.
33) Ibid at para. 209.
34) Ibid at paras. 200 and 243-244.
35) Ibid.
36) Ibid at paras. 210-211.
37) Ibid at paras. 210-212.
38) Ibid at para. 221.
39) 체코-네덜란드 BIT (1991), 제5조
Neither Contracting Party shall take any measures depriving, directly or indirectly,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of their investments unless the following conditions are complied with:
a. the measures are taken in the public interests and under due process of law;
b. the measures are not discriminatory;
c. the measures are accompanied by provision for the payment of just compensation. Such compensation shall represent the genuine value of the investments affected and shall, in order to be effective for the claimants, be paid and made transferrable, without undue delay, to the country designated by the claimants concerned and in any freely convertible currency accepted by the claimants.40) Saluka v. Czech Republic (UNCITRAL), Partial Award (17 March 2006), at para. 248.
41) Ibid at paras. 250-252.
42) Ibid at paras. 255-262 and 265.
43) Ibid at paras. 263-264.
44) Ibid at paras. 273 and 275-276.
45) Supra note 38, 제3조
1.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ensure fair and equitable treatment to the investments of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and shall not impair, by unreasonable or discriminatory measures, the operation, management, maintenance, use, enjoyment or disposal thereof by those investors.
2. More particularly,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accord to such investments full security and protection which in any case shall not be less than that accorded either to investments of its own investors or to investments of investors of any third States, whichever is more favourable to the investor concerned.
46) Saluka v. Czech Republic (UNCITRAL), Partial Award (17 March 2006), at para. 286.
47) Ibid at para. 287.
48) Ibid at para. 310.
49) Ibid at para. 290.
50) Ibid at para. 319.
51) Ibid at para. 330.
52) Ibid at para. 362.
53) Ibid at paras. 282 and 295.
54) Ibid at paras. 300-301 and 304-306.
55) Ibid at paras. 322-323, 347 and 498.
56) Ibid at paras. 407 and 499.
57) Ibid at paras. 304-306.
58) Supra note 38, 제3조 제1항
[W]ith reference to the investments of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not impair, by unreasonable or discriminatory measures, the operation, management, maintenance, use, enjoyment or disposal thereof by those investors.
59) Saluka v. Czech Republic (UNCITRAL), Partial Award (17 March 2006), at para. 471.
60) Ibid at para. 479.
61) Ibid at paras. 460-461, 467 and 470.
62) Ibid at paras. 480-481, 487 and 503-504.
63) Ibid at para. 479.
64) Supra note 38, 제3조 제2항
[…] More particularly,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accord to such investments full security and protection which in any case shall not be less than that accorded either to investments of its own investors or to investments of investors of any third State, whichever is more favourable to the investor concerned.
65) Saluka v. Czech Republic (UNCITRAL), Partial Award (17 March 2006), at paras. 486-489.
66) Ibid at paras. 483-484.
67) Ibid at paras. 490, 492-493, 495-496 and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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