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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명3)
나. 청구의 근거가 된 협정 및 절차 규정
다. 당사자
(1) 청구인
(2) 피청구국
라. 중재판정부 구성
중재판정부
ICSID 특별위원회
마. 청구인의 청구 취지의 요지
① 피청구국 아르헨티나의 수용(직접적/간접적 수용) 금지의 의무, 완전보호보장의 의무,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의 확인 청구;4)
② 피청구국 아르헨티나의 의무 위반으로 인해 청구인들에게 발생한 손해 미화 21,948,516.56 달러의 배상 청구.5)
바. 절차상 특이점
본건 중재의 사실관계와 법적쟁점을 다루기 전에 절차상 특이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본건은 ICSID 투자중재 사건인 Suez and Vivendi v. Argentina 사건(“Vivendi (II) 사건”)과 UNCITRAL 투자 중재 사건인 AWG v. Argentina 사건(“AWG 사건”)이 같은 중재판정부에 의하여 같은 절차 내에서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알려진 투자중재 사건 중 ICSID 투자중재 사건과 UNCITRAL 투자중재 사건이 (사실상) 병합(consolidate)6)된 최초의 사건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 사건의 배경 및 판정요지
본 사건은 아르헨티나 법인 AASA의 주주인 청구인들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및 주변 지역에 대한 상수도 공급 및 하수처리 서비스 제공에 대한 양허(Water Services Concession)를 취득하였으나, 이후 피청구국 아르헨티나가 각종 제재 조치를 취하자 수용 금지 의무, 완전보호보장 의무. 공정공평대우 의무 등 위반을 주장하며 각기 아르헨티나-스페인 BIT, 아르헨티나-프랑스 BIT, 아르헨티나-영국 BIT상 투자자 보호 조항에 근거하여 ICSID 및 UNCITRAL 투자중재를 신청하였고, 이들 사건이 병합되어 진행된 사건이다.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수용 금지 의무 및 완전보호보장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배척하였으나, 피청구국이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주장은 인용하여 피청구국으로하여금 청구인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가. 청구인의 투자
피청구국은 1989년 국가재건법(State Reform Law)을 제정하여 공공서비스 전반에 걸친 민영화를독려하였다.7) 이즈음 피청구국은 해외 자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조치도 취하기 시작하였는데, 1990년부터 맺기 시작한 양자투자협정(BIT)의 수는 2000년에는 57건에 달하였으며, 이들 중 본 사건에서 다루어진 아르헨티나-영국 BIT, 아르헨티나-프랑스 BIT, 아르헨티나-스페인 BIT는 모두 1990-1991년에 걸쳐 체결 및 발효되었다.8)
피청구국의 공공서비스 민영화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및 주변 지역의 상하수도 서비스 영역에도 영향을 미쳤다.9) Suez, AGBAR, Vivendi, AWG 등 청구인들은 아르헨티나 현지 기업인 Banco de Galicia y Buenos Aires S.A., Sociedad Comercial del Plata S.A. 및 Meller S.A.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결성10), 1992년 12월 28일 부에노스 아이레스 및 주변 지역의 상하수도 서비스 제공에 대한 양허(the Concession to operate the water distribution and waste water services system in the City of Buenos Aires and surrounding municipalities)를 취득하였으며11), 컨소시엄은 Aguas Argentinas S.A. (AASA)라는 현지 기업을 설립하여 양허를 보유하고 수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였다.12)
AASA는 1993년 4월 28일 피청구국 정부와 30년 기간의 양허계약(Concession Contract)을 체결하였고, 1993년 5월 1일부터는 실질적 상하수도 시스템 관리 권한을 획득하였다.13) 청구인 측 주장에 따르면, AASA는 위 양허에 따라 2001년까지 미화 17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였다.14) 청구인은 이러한 투자로 인하여 상하수도 시스템이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주장을 개진하였는데15),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음용식수 생산량의 증가와 하수처리 능력 증가량 등의 자료를 제출하였고, 피청구국은 이 수치들을 다투지 않았다.16)
나. 피청구국의 경제위기와 당사자간 분쟁
피청구국은 2000년 이래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이러한 경제 위기는 아르헨티나 국민은 물론 투자자들과 AASA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17) 예컨대 신용평가사 Standard & Poor’s는 2001년 초 AASA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였고18),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청구국 정부가 2001년 3월에 은행 계좌에 새로 부과한 세금은 AASA의 운영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19)
AASA는 2001년 3월 29일 규제기관인 ETOSS 측에 양허계약에 따른 특별 요금검토(extraordinary review of the applicable tariff)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였다.20) 경제 상황이 빠르게 악화됨에 따라 AASA는 같은 요청을 반복하였고21), ETOSS는 2001년 10월에 이르러서야 요금 조정(tariff revision)에 대한 별도의 약속없이 추가 정보만을 요청하는 답신을 보냈다.22)
위와 같은 ETOSS의 회신 지연 외에도, 피청구국 아르헨티나 정부가 더욱 심각해지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하여 2001년 말부터 2002년 초까지 도입한 시행령(Decree)들은 AASA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는데, 예를 들어 시행령 제1570/01호는 은행에 이체한도를 부과하기도 하였다.23) 피청구국 정부는 또한 2002년 1월 6일 긴급법 제25,561호를 통과시켰는데,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페소 가치는 급락하였고, 공공 서비스 요금을 합의된 조정율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금지되었으며, 정부가 모든 공공 서비스 계약을 재협상할 수 있게 되었다.24) 피청구국의 상수도 및 하수처리 시설의 확충 및 개선을 위하여 확보한 차입금을 미국 달러로 상환해야 했던 청구인들은 이러한 조치로 인하여 아르헨티나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자 커다란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25)
점차 악화되는 상황을 수도 요금 조정으로 타개하려 했던 청구인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ETOSS는 2002년 2월 14일 AASA 측 요금 조정 요청을 거부하였다.26) 이어서 피청구국 재무부(Ministry of Economy)는 2002년 4월 ETOSS를 포함한 피청구국의 모든 규제기관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공공요금 조정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였고, 피청구국 정부의 재협상 위원회(Renegotiation Commission)은 2002년 5월 16일 AASA의 비상 운영계획(Emergency Plan)을 기각하였다.27)
그럼에도 불구하고 AASA는 2002년 12월 4일 요금 조정을 요청하는 새로운 제안을 제출하였고28), ETOSS는 2003년 2월 26일 이 제안을 무시한 보고서를 공개하였다.29) 이에 AASA 및 AASA의 주주인 청구인들은 2003년 4월 17일 ICSID 등에 피청구국을 상대로 중재를 신청하였다.30)
가. 절차의 병합
컨소시엄이 2003년 4월 17일자로 ICSID에 피청구국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중재신청서(Request for Arbitration)을 제출했을 당시의 청구인은 AASA, Suez, AGBAR, Vivendi, AWG의 5개 법인이었다.31) 이들 중 피청구국 현지 법인이었던 AASA를 제외한 Suez, AGBAR, Vivendi, AWG는 각각 설립된 국가와 피청구국이 체결한 양자투자협정에 근거하여 피청구국이 ICSID 투자중재를 통한 분쟁해결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였다. 즉, Suez와 Vivendi는 아르헨티나-프랑스 BIT, AGBAR는 아르헨티나-스페인 BIT에 근거하여 중재 신청을 한 것이다.32) 그러나 AWG의 경우, 아르헨티나-영국 BIT 제8조 제3항33)에 따라 피청구국과 영국 국적의 투자자간 분쟁은 ICSID 또는 UNCITRAL 중재규칙에 따른 중재로 해결할 수 있었고, 다만 당사자들이 해당 사안에 대하여 3개월 내에 합의에 실패할 경우에는 UNCITRAL 중재규칙에 따른 임의중재(ad-hoc)로 이루어져야 했다.34) 그런데 AWG는 3개월의 합의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UNCITRAL 규칙에 따른 중재가 아닌 ICSID 규칙에 따른 중재로 우선 중재신청을 했다.35)
ICSID는 2003년 7월 17일에 최초 청구인들 5개 법인 중 AWG를 제외한 나머지만을 청구인으로 하여 Aguas Argentinas S.A., Suez, Sociedad General de Aguas de Barcelona S.A. and Vivendi Universal S.A. v. Argentine Republic, ICSID Case No. ARB/03/19(본건 중재의 초기 사건명)를 등록하였는데, 이는 피청구국 아르헨티나가 AWG의 청구를 ICSID 투자중재로 다루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36) 다만 피청구국은 AWG의 청구를 ICSID 관리(administration) 하 UNCITRAL 중재규칙에 따른 투자중재로 다루는 것에는 동의하였다.37)
이후 당사자들은 2004년 2월 17일에 구성된 ICSID 중재판정부가 Vivendi (II) 사건은 물론 AWG 사건까지 심리하고 판정하는데 합의하였으며, 해당 중재판정부가 당사자간 타지역에서의 양허 관련 분쟁 2건에 대해서도 심리하고 판정하는 것에 동의하였다.38) 이에 따라 AWG를 포함한 청구인들은 2005년 1월 1일 본안에 대한 공동 주장서면(joint Memorial on the Merits), 2005년 4월 6일에는 관할권에 대한 주장서면(Counter Memorial on Jurisdiction)을 공동으로 제출하였다.39)
나. 청구인 AASA의 중재신청 취하
최초 청구인 중 아르헨티나 현지 법인이었던 AASA는 2006년 2월 9일 중재판정부에 중재신청을 취하할 뜻을 밝혔는데, 이는 AASA의 주주였던 나머지 청구인들이 보유한 AASA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데 있어 피청구국의 승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40) 당시 AASA의 중재신청 취하가 나머지 청구인들의 청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는데, ICSID 중재규칙 제44조를 포함한 ICSID 중재규칙의 그 어떤 조항도 이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41) 중재판정부는 AASA의 중재신청 취하가 나머지 청구인의 청구에 대한 관할권에 미치는 영향은 관할권에 대한 중재판정부의 판단에서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하며 2006년 4월 14일 “Aguas Argentinas SA의 절차 중단에 관한 절차명령 제1호”를 통하여 AASA의 중재신청 취하를 승인하고 나머지 청구인들의 청구에 대한 중재절차 진행을 명령하였다.42) 이 결정에 따라 이후 중재절차에서 청구인은 Suez, AGBAR, Vivendi 및 AWG의 4개 법인으로 축소 되었다.
다. 중재 판정 취소 절차
피청구국 아르헨티나는 중재판정 이후 그 취소를 구하였는데 절차 자체는 병합되었지만 적용규칙이 달랐기 때문에 취소 절차도 다른 절차로 진행되었다. 즉, Vivendi (II) 사건의 경우 ICSID 판정취소(Annulment)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고, AWG 사건은 미국 법원에서 진행되었다.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주요 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1)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에 대한 피청구국의 항변
(가) 피청구국 측 주장48)
피청구국은 청구인들이 피청구국 아르헨티나가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취한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경제적 조치에 대하여 ICSID 중재를 제기한 것일 뿐, “투자”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재판정부에는 본건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항변하였다.49) 또한 피청구국은 ICSID 협약 제25조에 따라 다루어질 수 있는 분쟁은 “법적” 분쟁이어야 하는데, 본 사건은 “상사” 분쟁이기 때문에 ICSID 중재로 다루어질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50) 나아가 피청구국은 당사자들 사이에 체결된 양허계약의 분쟁해결 조항에 따라 본건 분쟁에 대해서는 피청구국 아르헨티나 법원이 배타적 관할권(exclusive jurisdiction)을 가진다고 주장하였다.51) 이어서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단지 AASA의 주주에 불과하며, 따라서 AASA가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에 대한 배상을 구할 권한이 없다고 관할권을 다투었으며52), 일부 청구인(AGBAR, AWG)들은 적용되는 BIT에 따라 현지 법원에 먼저 구제를 요청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지적하였다.53)
(나)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본건 중재는 청구인이 투자한 수자원 산업에 피청구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에 따라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투자와 관련된 분쟁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피청구국의 주장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였다.54) 또한 청구인들은 자신들의 청구가 국제 양자투자협약(BIT)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본 분쟁은 법적 분쟁이라며 피청구국의 관할 항변에 반박하였다.55) 또한 본건 중재가 양허계약상 분쟁해결 조항에 근거한다 하더라도 청구인의 청구는 피청구국의 BIT 하 투자자보호조항 위반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피청구국 법원의 배타적 관할권을 다투었다.56) AASA의 주주로서 청구 적격에 대한 피청구국의 주장에 대해서는, 본건 중재에 적용되는 모든 BIT (아르헨티나-영국, 아르헨티나-프랑스, 아르헨티나-스페인)에서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법인을 투자자의 투자로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하였다.7) 마지막으로, AWG와 AGBAR는 각각 적용을 받는 BIT상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 조항에 따라 Suez나 Vivendi에 적용되는 아르헨티나-프랑스 BIT의 조항에 근거하여 피청구국 법원으로의 우선적 구제요청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58)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관할 항변을 모두 배척하며 청구인들이 AASA의 주주로서 BIT의 보호 대상이 되는 투자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59)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피청구국의 마지막 항변에 대하여 중재판정부가 청구인의 주장을 인용하여 판시한 내용인데, 중재판정부는 아르헨티나-스페인 BIT의 적용을 받는 AGBAR와 아르헨티나-영국 BIT의 적용을 받는 AWG가 아르헨티나프랑스 BIT에 규정된 더 유리한 대우를 아르헨티나-영국 BIT와 아르헨티나-스페인 BIT상 최혜국 대우 조항에 따라 원용할 수 있고60), 그로 인하여 피청구국 법원에 우선적으로 구제를 요청할 필요 없이 바로 중재를 제기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다.61)
나. 본안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62)
(1) 수용(Expropriation)
중재판정부는 아르헨티나-프랑스 BIT 제5조 제2항, 아르헨티나-스페인 BIT 제5조, 아르헨티나-영국 BIT 제5조를 살펴본 후, 세 조항에 따라 수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1) 수용 가능한 청구인의 투자가 존재했어야 하고, (2) 피청구국의 조치가 존재했어야 하며, (3) 이 조치로 인해 투자의 수용이 발생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63)
중재판정부는 회사의 지분은 위의 세 BIT 모두에서 투자로서 인정되고 있으며 64), 청구인들은 AASA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이기 때문에 청구인들이 위 BIT 및 ICSID 협약 제25조의 요건을 충족하는 투자를 피청구국 내에 보유하고 있었다고 보았다.65) 이어서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은 피청구국이 경제위기가 시작된 1999년부터 양허가 박탈된 2006년까지 취한 조치들(Measures)이 포괄적으로 수용에 이르렀다고 주장한 데 대해, 피청구국이 AASA에 적용하였다고 주장된 조치들을 검토하였는데 각 조치에 대한 중재판정부의 판시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 충분한 보호 및 안전(Full Protection and Security: FPS)보장 의무
중재판정부는 FPS 보장의 의무가 투자 유치국으로 하여금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를 기울여 투자자와 투자를 물리적인 피해로부터의 보호할 것을 의미하는 의무라는 전통적 해석을 따랐다.69) 중재판정부는 이에 근거하여 양허에 대한 규제가 물리적인 피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청구국이 FPS 보장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청구인 측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70)
(3) 공정공평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 FET)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에 의한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된 사실 관계를 고려하여 청구인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정당한 기대가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71) 중재판정부는 이 때 살펴보아야 할 요소로 투자의 성격, 규제 권한을 행사할 투자 유치국의 권리와 이익 및 투자 유치국의 역사, 정치, 경제 및 사회적 상황 등을 열거하였다.72)
중재판정부는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피청구국이 지속적으로 공공요금 조정 요청을 거부한 것은 AASA와 청구인들이 양허계약에 따라 가질 수 있었던 정당한 기대를 위반한 것으로 결론내렸다.73) 또한 피청구국이 모든 공공 서비스 계약을 재협상할 수 있는 조치를 도입한 것은, 실제로는 아르헨티나가 설계한 공공 서비스 계약의 체결을 강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서, AASA의 계약상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였다고 보았다.74) 다만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청구인들의 양허를 박탈한 것은 양허계약에 따른 권리 행사로서 중재판정부에는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관할권이 없다고 보았다.75)
결국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요금 조정을 거부한 행위와 양허계약 재협상을 강제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들이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76)
(4) 긴급피난 항변(Defense of Necessity)
중재판정부는 국가가 필요에 의하여 취한 위법한 조치가 국가책임법상 긴급피난으로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1) 해당 조치가 필수적인 이익의 보호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어야 하고, (2) 다른 국가의 필수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3) 조약상 긴급피난이 명시적으로 배제되어 있지 않아야 하고, (4) 긴급피난의 항변을 제기하는 국가가 스스로 긴급피난이 필요한 상황을 창출하거나 그에 기여해서는 안 된다.77)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경제 위기에는 피청구국 정책적 문제도 원인이 되었음을 지적하면서, 피청구국이 위 요건 중 마지막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78) 결국 중재판정부는 BIT 위반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는 필요에 따른 조치 내지 긴급피난으로서 정당화된다는 피청구국의 항변을 기각하였다.79)
피청구국은 (i) 중재인 Prof. Kaufmann-Kohler가 2006년 4월 19일에 청구인 Suez와 Vivendi의 주주인 UBS의 이사가 된 점 등에 근거하여 중립성과 독립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ii) 청구인 AGBAR에 대하여 아르헨티나-스페인 BIT상 최혜국대우 조항을 잘못 적용한 점, 피청구국의 긴급피난 항변 주장의 증거 및 피청구국의 수자원에 대한 인권(human right to water) 보장 의무 적절히 고려하는데 실패한 점, 양허계약 파기가 BIT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양허계약 파기 이후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명령한 점 등에 근거하여 중재판정부의 권한유월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ICSID에 중재판정 취소를 신청하였다.80)
ICSID 특별위원회는 Prof. Kaufmann—Kohler 교수가 “명백히(manifestly)”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부족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피청구국의 첫번째 근거를 기각하였다.81) 이 부분에서 특별위원회가 중재판정 취소에 이를 수준의 이해충돌을 매우 높게 판단한 것은 주목할만한데, 예를 들자면 중재인 기피에 대한 판단(Decision on Disqualification)을 위해 “명백히 비합리적인(plainly unreasonable)” 수준에 이르게 하는 이해충돌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82) 특별위원회는 청구인 AGBAR와 최혜국대우 조항 관련 주장은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하였고83), 긴급피난 항변 관련 주장은 중재판정부가 이를 충분히 검토한 정황이 있다며 기각하였다.84) 또한 손해배상 산정에 있어서도 중재판정부가 월권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고 판단하며85), 결과적으로 중재판정취소 신청을 기각하였다.
가. 투자중재의 병합
본 사건은 각기 다른 3건의 BIT와 4인(최초 5인)의 투자자, 2건의 중재규칙이 서로 개입한 사건으로 국제투자중재 사건에서 보기 드문 병합사건일 뿐만 아니라, 그 복잡성 측면에서도 특기할 만하다. 또한 본 사건은 다국적 투자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투자분쟁의 형태를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예시로서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쪽이든 나쁜쪽이든 국제투자분쟁이 어떠한 형태로 스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나아가 다른 중재(절차)규칙에 근거한 복수의 투자중재사건이 병합되어 진행되었더라도, 취소절차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병합 진행의 절차적 동질성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본건에서는 취소신청이 모두 기각되는 동일한 결론이 나왔지만, 만약 두 개 절차 중 하나에서만 취소신청이 인용되었을 경우 해당 판정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의 문제가 쟁점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일의 분쟁해결절차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준다. 국제투자법원 설립이 되었든 다자간 항소제도가 되었든 통일된 절차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된다.
나. Amicus Curiae 참여
투자중재에서 제3자가 Amicus Curiae (법정 조언자라는 의미) 서면 제출을 통하여 절차에 참가하는 사례는 점차 늘고 있으며, 이러한 증가 추세는 중재 절차의 투명성을 재고하여 투자중재라는 국제적 분쟁해결절차의 절차적 정당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 사건은 국제투자중재에서 법정조언자로서 중재 절차에 참여하기 위하여 갖춰야 하는 요건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측면이 있는데, 최근 개정된 국제중재규칙 및 투자중재규칙들은 이를 반영하여 제3자에 의한 의견 제출에 관한 조항들을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제3자들이 제출하는 의견이 분쟁해결에 큰 도움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으나 때로는 자신들의 입장을 단순히 개진하기 위해 장황한 의견을 제출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후자의 경우에는 중재판정부와 분쟁 당사자의 시간과 비용을 오히려 불필요하게 소모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제3자 의견 제출을 한편으로 허용하나 다른 한편으로 이들의 관여를 효율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아울러 필요하다. 최근 투자협정에서는 제3자 참여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이들의 독립성 여부를 평가하거나 또는 제출하는 서면의 페이지수를 제한하는 등 적절한 통제를 시도할 수 있는 근거를 명문으로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작성자 윤석준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감수자 이재민 교수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의 견해이며,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1) Suez, Sociedad General de Aguas de Barcelona, S.A. and Vivendi Universal, S.A. v. Argentine Republic (ICSID Case No. ARB/03/19)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2) AWG Group Ltd. v. Argentine Republic (UNCITRAL).
3) 본 평석은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사건에 대한 것이지만 이와 병합하여 진행된 AWG Group Ltd. V. Argentine Republic (UNCITRAL) 사건의 내용도 필요한 범위에서 함께 다룬다.
4)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ICSID Case No. ARB/03/19), Decision on Liability (30 July 2010), at para. 127.
5)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ICSID Case No. ARB/03/19), Award (9 April 2015), at para. 21.
6) 본건의 관할권 판정(Decision on Jurisdiction), 본안에 대한 책임 판정(Decision on Liability) 및 최종판정(Award), 또는 현재 공개되어 있는 절차명령 제1호(Procedural Order No. 1)나 제2호(Procedural Order No.2)에서 ICSID사건인 Vivendi (II) 사건과 UNCITRAL 사건인 AWG 사건이 “병합(consolidate)” 되었다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다. 그러나 두 사건이 병합(consolidate)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 있으며, 두 사건이 같은 중재판정부에 의하여 같은 절차에서 동시 진행되고 동일한 판정문에서 그 판정이 이루어졌으므로 강학상 의미의 “병합” 해당 여부를 따질 실익은 적어 보인다. 따라서 본 평석에서는 ‘병합’ 또는 ‘병합 진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한다.
7)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ICSID Case No. ARB/03/19), Decision on Liability (30 July 2010), at para. 29.
8) Ibid.
9) Ibid at paras. 30-32.
10) Ibid at para. 32.
11) Ibid at para. 33.
12) Ibid.
13) Ibid at para. 34.
14) Ibid at para. 35.
15) Ibid at para. 36.
16) Ibid.
17) Ibid at para. 41.
18) Ibid.
19) Ibid at para. 42.
20) Ibid.
21) Ibid.
22) Ibid.
23) Ibid at para. 43.
24) Ibid at para. 44.
25) Ibid.
26) Ibid at para. 46.
27) Ibid at para. 47.
28) Ibid at para. 48.
29) Ibid.
30) Ibid.
31)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ICSID Case No. ARB/03/19), Decision on Jurisdiction (3 August 2006), at para. 2.
32) Ibid.
33) 아르헨티나-영국 BIT, 1990, 제8조 제3항
Where the dispute is referred to international arbitration, the investor and the Contracting Party concerned in the dispute may agree to refer the dispute either to:
(a) the International Centre for the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having regard to the provisions, where applicable, of the Convention on the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between States and Nationals of other States, opened for signature at Washington DC on 18 March 1965 (provided that both Contracting Parties are Parties to the said Convention) and the Additional Facility for the Administration of Conciliation, Arbitration and Fact-Finding Proceedings); or
(b) an international arbitrator or ad hoc arbitration tribunal to be appointed by a special agreement or established under the Arbitration Rules of the 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
If after a period of three months from written notification of the claim there is no agreement to one of the above alternative procedures, the Parties to the dispute shall be bound to submit it to arbitration under the Arbitration Rules of the 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 as then in force. The Parties to the dispute may agree in writing to modify these Rules.
34) Ibid.
35)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ICSID Case No. ARB/03/19), Decision on Jurisdiction (3 August 2006), at para. 2.
36) Ibid at para. 3.
37) Ibid.
38) Ibid at para. 7.
39) Ibid at para. 11.
40)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ICSID Case No. ARB/03/19), Procedural Order No. 1 Concerning the Discontinuance of Proceedings with Respect to Aguas Argentinas S.A. (14 April 2006), at p. 1.
41) Ibid at p. 2.
42) Ibid at p. 3.
43)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ICSID Case No. ARB/03/19), Decision on Argentina’s Application for Annulment (5 May 2017), at paras. 1-3.
44) Ibid at para. 2.
45) AWG v. Argentine Republic (UNCITRAL), Petition to Vacate Arbitration Award (6 July 2015).
46) AWG v. Argentine Republic (UNCITRAL), Decision of the US District Court of Colombia on Argentina's Petition to Vacate the Arbitral Award (30 September 2016), at p. 42.
47) AWG v. Argentine Republic (UNCITRAL), Judgment of the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District of Columbia, at p. 18.
48) 중재판정부가 Moot(다룰 실익이 없음)하다고 판단한 피청구국 측 주장은 다루지 않음.
49)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ICSID Case No. ARB/03/19), Decision on Jurisdiction (3 August 2006), at para. 27.
50) Ibid at para. 33.
51) Ibid at para. 41.
52) Ibid at para. 46.
53) Ibid at para. 52.
54) Ibid at para. 28.
55) Ibid at para. 34.
56) Ibid at para. 43.
57) Ibid at paras. 48-49.
58) Ibid at para. 52.
59) Ibid at paras. 31-32, 69.
60) Ibid at paras. 58-69.
61) Ibid.
62) 중재판정부는 본안 책임에 대한 판정(Decision on Liability)에서 이전 관할권에 대한 판정(Decision on Jurisdiction)과는 다르게 당사자들이 주장한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본항은 중재판정부가 각 쟁점에 대하여 판시한 내용을 소개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63)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ICSID Case No. ARB/03/19), Decision on Liability (30 July 2010), at para. 129.
64) Ibid at para. 130.
65) Ibid.
66) Ibid at paras. 136-140.
67) Ibid at paras. 141-145.
68) Ibid at paras. 146-156.
69) Ibid at paras. 162, 179.
70) Ibid at para. 179.
71) Ibid at para. 222.
72) Ibid.
73) Ibid at paras. 237, 247-248.
74) Ibid at paras. 243, 247-248.
75) Ibid at paras. 246-248.
76) Ibid at paras. 247-248.
77) Ibid at para. 260-263.
78) Ibid at para. 264.
79) Ibid at para. 265.
80) Suez and Vivendi v. Argentine Republic (II) (ICSID Case No. ARB/03/19), Decision on Annulment (5 May 2017), at paras. 40-43.
81) Ibid at para. 218.
82) Ibid.
83) Ibid at paras. 260-261.
84) Ibid at paras. 308-310.
85) Ibid at para.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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