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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명
나. 청구의 근거가 된 협정 및 절차 규정
다. 당사자
(1) 청구인
(2) 피청구국
라. 중재판정부의 구성
마. 청구인의 청구 취지의 요지
① 청구인에게 중재절차 중 발생한 법률비용 및 관재인과 관련된 케냐, Isle of Man 및 기타절차 중 발생한 법률비용에 대한 배상 청구;
② 케냐 나이로비 및 몸바사 면세점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복구하기 위한 비용에 대한 배상청구;
③ 케냐 정부의 수용이 발생한 시점인 1998년 2월부터 청구인 투자의 원상복구가 이루어질시점까지 면세점을 통해 발생하였을 것으로 예측된 수익에 대한 배상 청구;
④ 케냐 정부의 수용으로 인해 발생한 사업 확장 실패와 그에 따른 기회수익의 상실에 대한배상 청구;
⑤ 케냐 정부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고, 고압적이며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가중사유가 있는징벌적 손해배상 청구.1)
바. 사건의 배경 및 판정요지
본 사건은 Isle of Man 국적 법인인 투자자(World Duty Free Company Ltd.)가 케냐 정부와나이로비(Nairobi) 및 몸바사(Mombasa) 국제공항에 면세점을 건설 및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하는형태로 투자를 진행하였으나 이후 케냐 정부가 청구인의 계약상 권리를 불법적으로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케냐 정부를 상대로 위 계약 제9조 중재조항에 기하여 ICSID 투자중재를 신청한 사건이다.
본 사건에서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중재신청의 근거로 삼은 해당 계약이 뇌물을 통해 체결된것임을 확인하고 청구인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가. 청구인과 알리(Nasir Ali)의 관계
알리는 본 사건의 청구인인 World Duty Free Company Ltd.의 CEO이자 지배주주였다. 알리는1991년 청구인의 타 주주들로부터 추가적인 지분을 매입하여 10%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게 되었는데 나머지 90%의 지분을 보유한 Dinky International SA라는 법인 지분의 90% 역시 알리가보유하고 있었기에 지배주주로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2)
나. House of Perfume Contract (1989)
House of Perfume이라는 법인은 1989년 4월 27일 케냐 당국과 나이로비 및 몸바사에 각기 위치한 국제공항에 면세점을 건설하여 10년간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1990년 본계약의 당사자가 House of Perfume에서 청구인으로 변경되었다.3) 알리는 House of Perfume의 대표로서 본 회사가 케냐 정부와 해당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4)
청구인은 1992년까지 당시 케냐 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이어 나갔으나, 같은 해 4월 모와 대통령이 해외를 통해 자신의 대통령 재선을 위한 비자금을 조성하는 일에 그의 밀사인 쿨레이(Joshua Kulei) 및 파트니(Kamlesh Pattni)와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주장하였다.5)
쿨레이와 파트니는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대통령의 서신을 청구인에게 전달했으나 청구인은 이를 거절하였다는 것이다.6)
다. 골든버그 스캔들 (Goldenberg Scandal)
1992년 케냐 언론을 통하여 드러나게 된 골든버그 스캔들은 모와 대통령의 밀사였다고 주장한 파트니가 케냐에 설립한 법인인 Goldenberg International Ltd.를 통하여 모와 대통령의 선거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펼친 사기 사건이었다. 그 과정에서 청구인이 파트니와 약 미화 4억4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에 공모한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가 발견되었으나 청구인은 관련 사실을 부정하면서 청구인과 케냐 정부 사이에 다툼이 확대되었다.7) 파트니는 당시 케냐당국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하여 시행한 수출 보상 프로그램을 악용하여 모와 대통령의 선거비자금을 조성하였는데, 이는 Goldenberg International Ltd.에 부여된 케냐의 금과 다이아몬드에 대한 독점적 해외수출권리를 활용하여 해외의 수취인에게 금과 다이아몬드를 수출하고 그를 통하여 확보한 외화의 일부인 미화 5천만 달러를 매해 케냐 중앙은행에 납입하는 대신 케냐 당국과 케냐 중앙은행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수출 보상금(export compensation and payments)을 Goldenberg International Ltd.가 수령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8) 파트니는 위 수출 보상금을 수령하기 위하여 금과 다이아몬드의 수출 기록 및 관련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서류상 금과 다이아몬드의 수취인이 여러 차례 청구인으로 기재되어 있었던 것이 언론을 통하여 드러나게 되었다. 이후 Goldenberg International Ltd.는 실제로 금과 다이아몬드를 수출하지 않고 외화도 벌어들이지 않은 채 케냐 당국과 케냐 중앙은행으로부터 수출 보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9)
그러나 청구인은 파트니의 위 범죄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부인하며, 케냐 정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케냐 경찰과 인터폴에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하였다.10) 케냐 당국은 1994년이 되어서야 파트니에 대한 사법절차를 진행하였다.11)
라. 청구인의 경영권을 파트니에게 양도하는 법원 판결
청구인은 또한 피청구국이 파트니의 행위가 사기였다는 것을 명백하게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인멸하기 위하여 World Duty Free Company Ltd.에 대한 경영권을 박탈하고자 하였으며 지분 및 자산도 빼앗으려 했다고 주장하였다.12)
실제로 1998년 2월 24일 케냐 고등법원(High Court of Kenya)은 파트니의 청구를 받아들여 그를 World Duty Free Company Ltd.의 수익적 소유자로 인정하고 관리인(receiver)으로 임명하였다.13) 청구인은 이와 같은 고등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결과적으로 파트니가 제시한 증거가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고 이후 케냐 경찰은 파트니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은 케냐 당국이 법무부장관의 권한을 이용하여 본 사건에 대한 형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거부하였다고 주장하였다.14) 이후 같은 해 7월 새로운 관리인인 Githungo가 선임되었는데 청구인은 위 관리인이 케냐에 대한 World Duty Free Company Ltd.의 투자와 자산 가치를 망가뜨렸다고 주장하였다.15)
알리는 1999년 지속적으로 World Duty Free Company Ltd.의 법정관리(receivership) 상태를 해제하고자 시도하였으나 케냐 당국으로부터 골든버그 스캔들 사건과 관련하여 검사 측에 유리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에만 기존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였다.16) 알리는 이에 대응하여 같은 해 7월 모와 대통령이 선거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쿨레이와 파트니를 통하여 청구인에게 전달한 서한을 공개하였고, 이후 본 스캔들에 모와 대통령과 그의 아들 모와(Gideon Moi), 항소법원 판사였던 쿨레이, 재정부장관 사이토티(George Saitoti) 등 많은 고위직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폭로하였다.17) 결국 알리는 1999년 7월 24일 체포되어 케냐로부터 강제출국되었다.18)
마. World Duty Free Company Ltd.에 대한 수용 판결
마지막으로 청구인은 2001년 9월 24일과 27일 케냐 고등법원이 일방 당사자만 참석한(ex parte) 심리를 거쳐 World Duty Free Company Ltd.에 대한 파트니의 불법적인 수용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하였다. 본 판결 이후 파트니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s)에 World Duty Free라는 동명의 법인을 설립하고 청구인과 동일한 주소를 사용하여 케냐에 등록하였다.19)
청구인은 2000년 6월 이와 같은 케냐 당국의 조치가 적절한 보상 없이 자신의 투자를 수용하고 파트니에 양도함으로써 청구인의 계약상 권리를 불법적으로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ICSID 중재를 제기하였다.20) 청구인은 피청구국이 국내의 부패한 사법부를 남용하여 투자자의 자산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다.21)
바. 알리(Nasir Ali)의 증뢰 행위
중재가 진행되던 중인 2002년 말 알리는 청구인과 케냐 당국 사이에 계약이 체결되기 몇 주 전 당시 케냐의 모와 대통령에게 미화 200만 달러를 기부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22) 그는 2002년 11월 30일자 진술서에서 이와 같은 기부행위가 케냐 정부와 사업을 하기 위한 비용(payment for doing business with the Government of Kenya)이라고 판단하였다고 진술하였다.23)
진술 내용도 구체적이었는데, 모와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하였을 당시 미화 현금이 든 가방을 벽에 세워 두었고, 대통령과의 접견이 종료된 이후 다시 살펴보자 해당 가방이 옥수수로 가득 차있었다고 회고하면서, 자신 스스로도 이를 일견 뇌물로 여겼었다고 진술하였다.24) 그러나 알리는 결국 대통령이 관여된 일이었던 만큼 본 사안은 합법적이고 해당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판단하였고, 해당 금액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대가(consideration)라고 생각하였으며, 그에 따라 관련 증빙자료를 철저하게 갖추어 두었던 것이었다.25)
2006년 1월 18일 알리는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해 증언하면서 위 계약을 체결할 당시 케냐 대통령 모와에게 공식적으로 보내어진 하람비에 대한 영국 신문기사들을 제공받았고, 자신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증뢰행위'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증언하였다.26)
가. 알리의 증뢰행위
(1) 피청구국 측 주장
중재가 제기된 이후 케냐에는 선거를 통하여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었고, 새 정부는 2002년 11월 30일자 알리의 진술서를 토대로 청구인이 본 중재의 근거로 삼은 계약이 불법적으로 체결되었으므로 해당 계약은 이행이 불가하며 국제적 공서에 따라 청구인의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27)
또한 피청구국은 케냐법과 영국법에 따라 해당 계약이 취소가능(voidable)하며, 케냐 정부는 이를 합법적으로 취소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본 건에서 청구인의 청구는 각하(dismissed with prejudice)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8)
(2) 청구인 측 주장
이에 대해 청구인은 알리가 해당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모와 대통령에게 미화 2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은 개인 기부 혹은 절차상 선물이며 케냐 지역 관습인 하람비(Harambee)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29) 청구인은 하람비가 공동체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공공 목적을 위하여 사용될 자원을 각자의 능력 범위 내에서 기여하는 뿌리깊은 문화적 관습이라고 덧붙였다.30)
더 나아가 청구인은 증뢰행위는 범행 의도(mens rea)가 입증되어야 하나 알리는 자신의 행위가 불법적이었다고 인식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2002년 11월 30일자 알리의 진술서와 이후 증언은 증뢰행위에 대한 자백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31)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알리의 진술서와 증언을 토대로 알리가 대통령 모와에게 지급한 금액이 공공목적을 위한 개인 기부라고 볼 수 없고, 해당 금액은 1989년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뇌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32)
나. 국제적 공서
(1)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본 중재의 근거로 삼은 1989년 계약이 불법적으로 체결되었으므로 해당 계약은 케냐와 영국 그리고 국제적 공서에 따라 이행이 불가하며 국제적 공서에 따라 청구인의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33)
(2)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앞서 주장한 바와 같이 알리의 진술서와 이후 증언은 증뢰행위에 대한 자백이 아니며 피청구국이 알리의 증뢰 의도(mens rea)를 증명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청구인은 만일 중재판정부가 국제적 공서를 근거로 청구인의 청구를 인용하지 않는다면 더 심각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피청구국이 해당 불법행위를 통하여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34)
마지막으로 청구인은 알리의 행위가 케냐의 공서에 의해 용인될 수 있을뿐 아니라 당시에 만연한 풍조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을 중재판정부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35)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국제적 공서를 (i) 각국의 국내공서를 외국 중재판정에 적용할 때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의 한도 내로 해석해야 한다는 "국제 공서"(narrow concept of public policy or ordre public international)36) 와 (ii) 국제적으로 용인된 기준과 관행으로 모든 분쟁해결수단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합의된 내용으로서의 "국제 공서"(transnational public policy or truly international public policy)37)로 구분하였다. 이후 중재판정부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증뢰행위를 포함한 부패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며, 피청구국인 케냐에서는 구체적으로 부패방지법(Kenyan Prevention of Corruption Act of 1965)과 반부패 및 경제범죄법(Anti-Corruption and Economic Crimes Act of 2003)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38) 또한 중재판정부는 각종 국제협약과 아프리카의 지역 국제법 역시 증뢰행위에 대하여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39) 중재판정부는 특히 케냐를 포함한 46개의 국가가 조인한 유엔반부패협약(UN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 2003)이 외국인 공무원들에게 증뢰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법을 입법할 것을 각 회원국에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40) 더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ICC 중재사건에서 다수의 중재판정부가 일방 당사자가 상대의 증뢰행위를 입증하였을 경우 해당증뢰행위를 통해 체결된 계약을 적용을 불허하였다는 것을 확인하였다.41)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증뢰행위는 위 두 가지 의미의 국제적 공서 모두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42)
결국 중재판정부는 부패행위인 증뢰행위를 통한 계약 체결은 국제적 공서 위반에 해당하므로 해당 계약을 근거로 한 청구인의 청구를 허용할 수 없고, 따라서 청구인은 본 사건의 청구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43) 특히 중재판정부는 투자 유치국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부패가 만연하고 뇌물 없이는 계약의 성사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결론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판시하였다.44)
중재판정부는 우선 1989년 계약상 "본 계약에 근거하여 구성된 중재판정부는 준거법으로 영국법을 채택한다"는 제9조 제2항 c호 내용과 "본 계약의 준거법은 케냐법이며 본 계약은 케냐법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는 제10조 a항 내용이 다소 어색하게 규정(awkwardly worded)되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본 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안과 관련하여 영국법과 케냐법이 대동소이하여 실질적인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45)
중재판정부는 '불법행위는 소권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원칙(Ex turpi causa non oritur actio)' 은 영국법상 '법원은 불법 혹은 비도덕적인 행위를 한 원고에게 구제수단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공서원칙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시하였다.46) 중재판정부는 이후 원고의 불법행위의 결과로 체결된 계약의 이행은 강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47)
우선 중재판정부는 알리가 직접 제공한 진술서와 증언에 따라 청구인이 1989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증뢰행위를 한 것이 분명하다고 보았다.48) 또한 중재판정부는 알리 스스로 해당 뇌물이 계약의 대가라고 증언하였으며 청구인이 해당 비용을 "투자비용(investment cost)" 혹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수수료(investment facilitation fee)" 등으로 표현한 것을 근거로 1989년 당시 알리가 케냐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지 않았더라면 계약이 성사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49) 더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알리가 증뢰행위를 한 것은 모와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정을 받기 위함이라고 판단하였다. 마지막으로 중재판정부는 알리가 청구인을 대표하여 증뢰행위를 하였으므로 해당 행위의 법률적 책임이 청구인에게 귀속된다고 보았다.50)
한편, 중재판정부는 케냐법뿐만 아니라 영국법상으로도 국가 수장 개인의 불법행위에 국가가 구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51) 케냐 정부의 대표인 모와 대통령의 행위는 해당 정부의 이익에 명백히 반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위가 국가를 법률적으로 구속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52)
중재판정부는 국가의 수장을 알현하는 절차의 일부로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인 하람비가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의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하람비라는 사회 문화적 관습이 증뢰 행위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영국법과 케냐법 모두 청구인의 증뢰 행위를 불법으로 규율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53) 중재판정부는 나아가 케냐 헌법 또한 대통령의 수뢰와 같은 불법적 행위를 면책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였다.54)
특히 중재판정부는 영국 보통법이 공무원의 부패를 반역죄 다음으로 무겁게 취급하였다면서, 국가의 수장이 뇌물을 받는 등 부패할 경우 그 행위의 경제적 파급력이 막대하고 잠재적 피해자가 상당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파렴치한 범죄로 다룬 것이라고 설명하였다.55) 즉, 부패 범죄는 절도와 달리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그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도 없다고 오해될 수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부패 범죄는 필연적으로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고 셀 수 없는 피해자를 발생시킨다는 것이었다.56)
마지막으로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관할 항변을 받아들일 경우 뇌물을 공여한 쪽은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반면 뇌물을 수수한 쪽은 이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게 될 수 있어 부당하다는 청구인 주장에 대하여, 청구인이 의도치 않게 불법에 휘말리거나 강요 또는 겁박에 의하여 불법을 저지르게 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인 이상 청구인은 자신의 불법행위에 기하여 법원의 구제를 신청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 과정에서 피청구국이 이익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반사적 효과에 불과하다고 설시하였다.57)
결국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58)
다. 영국법과 케냐법 상 케냐 정부의 계약취소 (Avoidance)
(1) 피청구국 측 주장
또한 피청구국은 케냐법과 영국법에 따라 해당 계약은 취소할 수 있으며, 케냐 정부는 이를 적법하게 취소하였다고 주장하였다.59)
(2)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앞서 주장한 바와 같이 알리의 행위가 증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1989년 계약이 불법적이지 않았고 따라서 해당 계약이 취소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였다.60) 더 나아가 청구인은 1989년에 House of Perfume과 피청구국 간 계약이 체결될 당시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후 그 어떠한 불법행위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인식도 없었던 반면, 피청구국은 본 중재가 제기되기 이전부터 피청구국이 주장하는 알리의 증뢰행위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계약을 취소하고자 하지 않았음을 문제 삼았다.61)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자신의 대표인 대통령의 수뢰행위를 통해 체결된 계약의 당사자인 피청구국은 계약을 취소(rescind)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판단하였다.62)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2002년 12월 1일 알리의 증언으로 계약이 증뢰행위를 통하여 성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이를 근거로 2003년 4월 18일 해당 계약을 합법적으로 해지하였다고 보았다.63) 중재판정부는 또한 증뢰 등 불법적인 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계약 해지 이전에 해당 계약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계약 해지를 방지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64)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모와 대통령을 통하여 알리의 증뢰행위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모와 대통령의 수뢰행위가 피청구국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를 배척하였다.65)
결국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중재신청 근거가 된 계약이 합법적으로 해지된 이상 그에 기하여 제기된 청구인의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66)
중재판정부가 관할권을 부정하지 않고 청구인의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양 당사자 모두 알리의 증뢰행위가 1989년 계약 제9조의 중재합의를 체결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거나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영국법과 케냐법의 오랜 법원칙에 따라 해당 중재합의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67)
본 사건은 뇌물과 부패문제가 정면으로 문제된 몇 안 되는 투자중재 사례로 희소성이 있다. 본 사건의 중재판정부는 문제된 쟁점의 윤리적 측면을 탐색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으며 부패행위의 위험성을 통렬하게 지적하였다고 평가받는다. 향후 투자중재에서 증뢰 내지 수뢰가 문제될 경우 본 사건 판정문의 법리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선례적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다만,청구인 측의 증뢰 사실 자백 등 사실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본 중재판정이 예외적인 결정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특히 국내 사법당국과 달리 강제력을 동원한 수사권이 부재한 중재판정부가 형사사건 성격이 강한 뇌물 및 부패 사건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도 없지 않다. 객관적인 증거로 명백히 입증되거나 본건과 같이 자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중재판정부가 이를 적극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중재판정부가 증뢰/수뢰행위는 국제 공서 (Ordre Public)에 위반된다고 판시하면서 부패행위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패 방지 및 퇴치에 관한 아프리카 연합 협약(African Union Convention on Preventing and Combating Corruption, 2003) 및 유엔반부패협약(UN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 2003) 등 다수의 국제조약 및 아프리카 지역 조약에서도 부패행위를 비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 가운데 하나로 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중재판정부가 공서는 분쟁당사자가 아니라 공공을, 특히 본 사건에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 케냐의 납세자 전체 및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구인의 권리보다 케냐 공공의 권리를 우선하여야 하고,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한 관할권을 부인하는 것이 정의가 아니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부분68) 도 눈길을 끈다. 일종의 국제 질서 수립과 준수의 매개체로 투자중재의 역할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입장은 국제사회에서의 법의 지배 원칙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진전이나 중재판정부가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일부 시각에서는 비판의 요소도 없지 않다.
그러나 본 사건이 부패 행위에 대하여 국제투자중재가 가지는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는 시각도 있다. 즉, 해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담당 공무원의 요구에 의해 반강제로 뇌물을 주게 될 경우 나중에 계약에 기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투자자는 투자중재를 통하여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위험을 안게 되는 반면, 투자 유치국은 투자로 인한 수혜를 모두 누리고 심할 경우 투자 자체를 수용해 버릴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실제 부패 행위가 만연하거나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국가에서는 - 마치 본 사건에서 케냐가 모와 대통령에 대한 형사절차를 끝내 진행하지 않은 것처럼 - 국내법 절차를 통한 불법행위자(수뢰자)에 대한 처벌이나 투자자에 대한 구제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투자 과정에 부패 행위가 개입되는 순간 투자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보호 수단을 잃고, 투자 유치국은 그 반사적 효과로 어떠한 대가도 치르지 않은 채 투자로 인한 모든 이익을 향유하게 되는데 이는 투자 유치국에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물론 이 사건 중재판정이 해외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 부패가 초래하는 위험성을 강조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투자자들의 행동에 얼마나 변화가 있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다른 한편, 투자자들이 부패 행위에 연루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를 꺼릴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이 중재판정부가 강조했던, 국제 공서를 통해 보호하고자 했던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궁극적으로 입게 된다는 역설적인 측면도 있다.
그 외에 본 사건의 경우 해당 BIT에 투자가 국내법에 부합할 것을 요구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있었고, 분쟁해결의 준거법으로도 법의 일반원칙과 함께 당사국의 국내법이 지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증뢰행위가 국제 공서에 위반된다고 보아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을 부인하면서도 한편으로 케냐 국내법에 위반되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투자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이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마 소송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본 건에서와 같이 투자에 불법이 개입되었다는 이유로 중재판정부가 관할권을 부인한 다른 사건으로는 Inceysa v. Republic of El Salvador 사건69)이 있다. Inceysa 사건에서의 중재판정부 역시 국제 공서를 다루었는바, 본 사건과 비교하며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작성자 윤석준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감수자 이재민 교수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의 견해이며,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1) World Duty Free Co. Ltd. v. Republic of Kenya (ICSID Case No. ARB/00/7), Award (4 October 2006), at para. 76.
2) Ibid at para. 64.
3) Ibid at paras. 62-63 and 126.
4) Ibid at para. 130.
5) Ibid at para. 68.
6) Ibid.
7) Ibid at para. 69.
8) Ibid.
9) Ibid.
10) Ibid at para. 70.
11) Ibid.
12) Ibid at para. 72.
13) Ibid at para. 71.
14) Ibid.
15) Ibid at para. 71.
16) Ibid at para. 69.
17) Ibid at para. 72.
18) Ibid.
19) Ibid at para. 73.
20) Ibid at para. 127.
21) Ibid.
22) Ibid at para. 130.
23) Ibid.
24) Ibid.
25) Ibid.
26) Ibid at para. 131.
27) Ibid, at paras. 106-108.
28) Ibid at para. 128.
29) Ibid at para. 133.
30) Ibid at paras. 133-134.
31) Ibid at para. 110.
32) Ibid at para. 136.
33) Ibid at paras. 106-108.
34) Ibid at paras. 110 and 113.
35) Ibid at para. 120.
36) Ibid at para. 138.
37) Ibid.
38) Ibid at para. 142.
39) Ibid at paras. 140-144.
40) Ibid at para. 145.
41) Ibid at para. 149.
42) Ibid at para. 157.
43) Ibid.
44) Ibid at para. 156.
45) Ibid at paras. 158-160.
46) Ibid at para. 161.
47) Ibid.
48) Ibid at paras. 166-167.
49) Ibid.
50) Ibid at paras. 167-168.
51) Ibid at para. 169.
52) Ibid at paras. 169-170.
53) Ibid at para. 170.
54) Ibid at para. 171.
55) Ibid at para. 173.
56) Ibid.
57) Ibid at paras. 176-178 and 180-181.
58) Ibid at para. 179.
59) Ibid at para. 128.
60) Ibid at para. 120.
61) Ibid.
62) Ibid at paras. 163-164.
63) Ibid at paras. 182-183.
64) Ibid at para. 183.
65) Ibid at paras. 184-185.
66) Ibid at para. 188.
67) Ibid.
68) Ibid at para. 181.
69) Inceysa v. Republic of El Salvador (ICSID Case No. ARB/03/26), Award (2 August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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