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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명
나. 청구의 근거가 된 협정 및 절차 규칙
다. 당사자
(1) 청구인
(2) 피청구국
라. 중재판정부 구성
마. 청구인의 청구 취지의 요지
① 피청구국이 호주-인도 BIT 제4조 제2항 최혜국 대우 의무 조항을 통해 적용되는 쿠웨이트
-인도 BIT 제4조 제5항의 효과적인 권리 구제수단 제공 의무 조항 등을 위반하였음을 확인 청구;
② 위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약 호주화 876만 달러 상당의 배상 청구.1)
바. 사건의 배경 및 판정요지
본 사건은 호주 법인인 청구인(White Industries Australia Limited)이 1989년 인도의 국영기업인 인도석탄공사(Coal India)와 체결한 장비공급계약을 인도석탄공사가 불이행하였다는 이유로 1999년 제기한 ICC 중재로부터 비롯되었다. 청구인은 2002년 인도 법원에 위 ICC 중재절차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신청하였는데, 해당 중재판정의 집행이 9년 이상 지연되자 피청구국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인도 정부를 상대로 호주-인도 BIT에 기하여 UNCITRAL 비기관 투자중재를 신청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인도 정부가 청구인에게 효과적인 권리 구제수단을 제공하지 못하여 BIT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가. Coal India 상대 ICC중재
본 UNCITRAL 투자중재의 원인이 된 ICC 중재판정2)은 1999년 청구인과 인도석탄공사간 계약 관련 분쟁으로부터 비롯되었다.3) 인도 정부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석탄 자원을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국영기업인 인도석탄공사를 통하여 개발특구를 지정하고 사업을 진행시켰다. 인도석탄공사는 인도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으로 인도 정부로부터 각종 개발 프로젝트의 승인을
비롯한 여러 공적 권한을 부여받았다.4) 인도석탄공사는 청구인에게 광산 개발과 관련한 타당성 조사 및 보고서 작성을 부탁하였고 이후 1989년 청구인과 장비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5) 본 계약에는 채광 생산량이 목표치를 초과하는 경우 청구인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고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청구인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6) 그러나 이후 인도석탄공사와 청구인 사이에 위 채광생산량과 연계된 보너스의 지급 여부를 두고 분쟁이 발생하였고, 청구인은 2002년 5월 27일 ICC 중재에서 일부 승소하였다.7)
나. 델리 고등법원 판정 집행 요청 및 캘커타 고등법원 판정 집행 중지 요청
청구인은 2002년 9월 11일 인도 델리 고등법원에 위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비슷한 시기에 인도석탄공사는 인도 캘커타 고등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8) 이에 청구인은 2002년 10월 24일 인도 대법원에 캘커타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델리 고등법원에 이송할 것과 캘커타 고등법원의 절차를 중단시켜 줄 것을 신청하였고 대법원은 2002년 10월 29일 캘커타 법원의 취소소송 절차를 중단(stay)하도록 명하였다.9) 이후 대법원은 청구인의 중재판정취소소송 이송 신청을 심리하였으나, 청구인은 대법원이 이송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신청을 철회하였다.10) 청구인은 이후 2003년 3월 10일경 캘커타 고등법원에 피청구국의 중재판정취소의 소를 기각해 달라고 신청하였으나 캘커타 고등법원은 2003년 11월 19일 청구인의 신청을 기각하였다.11) 이에 청구인은 2004년 7월 31일 대법원에 상고하였다.12)
다. 대법원 심리
인도 대법원 2인 재판부는 2008년 1월 16일 상고를 심리한 후 사건을 인도의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3인 재판부에 재배당하였으나 해당 재판부는 이후 7년 여의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재판을 개시하지 않았다.13) 한편, 인도 델리 법원은 2006년 3월 9일 청구인이 제기하였던 집행청구의 소를 중단(stay)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10년 7월 27일 피청구국을 상대로 UNCITRAL 중재규칙에 따른 투자중재를 제기하였다.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1) 청구인 측 주장
본 사건에서는 청구인이 상사중재절차를 통하여 얻은 중재판정의 집행이 피청구국에서 좌절될 경우 BIT에 근거한 투자중재를 통하여 그 집행을 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되었다.14) 청구인은 Saipem v. Bangladesh 사건15) 의 중재판정부가 ICC 중재판정을 투자로 인정하였다고 주장하였다.16)
(2) 피청구국 측 주장
그러나 피청구국은 이를 반박하며 오히려 Saipem 사건과 GEA Group AG v. Ukraine 사건17)의 중재판정부 모두 ICC 중재판정 자체는 투자가 아님을 명확하게 확인해주었다고 주장하였다.18)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ICC 중재판정 자체를 새로운 투자로 볼 수 없다는 피청구국의 입장을 받아들였으나, ICC 중재판정이 원 투자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청구인 주장은 인용하면서 그 근거로 Saipem 사건의 중재판정부가 "ICC 중재판정은 원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는 점을 들었다.19) 결과적으로 중재판정부는 ICC 중재판정에 기한 권리가 청구인의 원 투자의 일부를 구성하므로 본 사건 청구인의 ICC 중재판정도 호주-인도 BIT상 적용대상 투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관할권을 인정하였다.20)
나. 본안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1) 최혜국 대우 및 효과적인 권리 구제수단 제공의무
(가) 청구인 측 주장
본 사건에서는 청구인이 BIT상 최혜국 대우 조항을 원용하여 다른 투자협정에 규정된 청구인에게 더 유리한 실체적 보호규정을 원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청구인은 본건 BIT 제4조 제2항의 최혜국 대우 조항21) 을 통하여 인도-쿠웨이트 BIT 제4조 제5항22)에 규정되어 있는 효과적인 권리 구제수단 제공의무가 본건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23)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최혜국 대우 조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체약당사국의 의도와 취지를 고려하여야 하고 그에 따라 청구인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4) 또한 피청구국은 설령 최혜국 대우 조항을 통하여 인도-쿠웨이트 BIT 제4조 제5항이 본건에 적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인도-쿠웨이트 BIT의 발효 시점인 2003년 6월 28일 이후 발생한 사건에만 적용될 뿐 1999년에 발생한 본건 소송절차의 지연 문제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25)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인도 정부가 청구인에게 효과적인 권리 구제수단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호주-인도 BIT 자체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BIT에 규정되어 있는 최혜국 대우 조항을 통하여 제3의 BIT에 규정되어 있는 실체적 보호규정을 차용할 수 있으므로, 호주-인도 BIT 제4조 제2항에 규정된 최혜국 대우 의무를 통하여 피청구국에게 인도-쿠웨이트 BIT 제4조 제5항에 따른 효과적 권리 구제수단 제공 의무가 인정되며, 본건에서 청구인은 피청구국을 상대로 해당 의무의 위반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26) 중재판정부는 인도가 뉴욕협약의 가입국으로서 외국중재판정이 현지 중재판정과 같은 효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하고 그 집행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에게 국제상사중재 판정의 집행을 구할 수 있는 합당한 재판절차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청구인으로 하여금 호주-인도 BIT의 최혜국 대우 조항을 통하여 인도-쿠웨이트 BIT의 투자보호규정을 원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원 BIT의 균형을 깨뜨린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고, 청구인의 인도-쿠웨이트 BIT 투자보호규정 원용은 최혜국 대우 조항을 둔 호주-인도 BIT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피청구국은 인도-쿠웨이트 BIT에 기한 청구인의 주장이 호주-인도 BIT나 인도의 국내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였다고 지적하였다.27)
결국 중재판정부는 중재판정의 집행을 9년여 이상 지연시킨 인도 사법부의 행위가 투자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중재판정부는 인도 정부가 청구인에게 최혜국 대우에 따라 인정되는 효과적인 권리 구제수단을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28)
(2) 공정공평대우 및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 보호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투자 당시 ICC 중재판정이 뉴욕협약에 따라 인도에서 성실히 집행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피청구국이 중재지가 아니므로 피청구국의 법원에는 중재판정 취소의 소에 대한 관할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국 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하여 자신의 가진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고 주장하였다.29)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는 투자 유치국이 명시적으로 표시한 약속에 근거해야 하고 투자자의 주관적인 기대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30) 구체적으로 피청구국은 뉴욕협약이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에 관하여 규율할 뿐 각 체약국의 국내 법원이 중재판정취소의 소에 대하여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청구국 법원이 중재판정취소의 소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한 것을 가리켜 뉴욕협약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31)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청구인이 투자를 진행할 당시 중재합의에 적용될 준거법이 피청구국 법이 아니거나, 중재합의 당시 계약당사자인 청구인과 인도석탄공사가 피청구국의 중재법 적용을 배제하기로 합의하였다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한, 인도 국내법상 인도 밖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에 대하여도 인도 법원이 취소소송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청구인도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하였다.32) 따라서, 중재판정부는 인도 법원이 영국을 중재지로 한 ICC 중재판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할 것이라고 정당하게 기대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33) 또한, 중재판정부는 본건에서 9년 이상의 지연이 발생하였다고는 하나 당시 피청구국 법원에 엄청난 수의 소송이 계류 중이었음을 청구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청구인이 본 판정의 집행이 신속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정당하게 기대할 수는 없었다고 판단하였다.34)
마지막으로 중재판정부는 인도석탄공사가 보증금 납입을 청구한 행위는 사적 당사자의 행위로서 피청구국에 귀속되지 않는다고 보고 그에 관한 청구인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결과적으로 중재판정부는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과 관련한 청구인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배상 기준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Chorzow Factory 사건35) 의 배상 기준을 인용하며 피청구국에 자신의 BIT 위반이 없었더라면 청구인이 향유하였을 상태로 원상회복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36) 구체적으로 청구인은 원상회복을 위해서는 청구인이 중재판정에 따라 지급받아야 할 금액 외에도 청구인이 피청구국 국내법원 절차를 통해 지출한 소송비용 및 청구인이 본건 중재절차에서 지불한 비용 전액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37)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피청구국 법원에서 승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였고 배상을 받아야 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38)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만약 피청구국 법원이 청구인에게 효과적인 권리 구제수단을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해당 ICC 중재판정이 본 사건의 중재판정문이 작성될 시점까지는 집행되었을 것이라고 보았다.39) 또한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 법원이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였다면 인도석탄공사가 해당 중재판정이 취소되거나 그 집행이 거부되어야 함을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을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 피청구국이 청구인에게 BIT 위반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주어야 한다고 판정하였다.40) 구체적으로 중재판정부는 ICC 중재판정에서 인도석탄공사에게 지급을 명한 408만 5,180 호주 달러 및 그에 대한 이자와 중재인 및 증인 비용 등 전액을 피청구국이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41) 다만 본건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다수의 쟁점에서 승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재비용은 피청구국과 청구인이 균등 부담하도록 하였다.42)
중재판정부는 ICC 중재판정이 인도 내에서 집행 가능한지 여부에 나아가 심리하였는데, 피청구국은 (i) 중재인의 편파성 (ii) 중재인의 월권 행위 및 (iii) 절차 지연 등을 이유로 ICC 중재판정의 집행이 거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43)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ICC 중재판정이 인도 내에서 집행 가능하다고 보았다.44) 우선,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주장과 달리 중재 절차가 17개월가량 소요된 사실은 중재인의 편파성과 관련이 없고 ICC 중재판정부가 당사자에게 질의를 한 것 또한 중재판정부가 중립성을 잃은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45) 중재판정부는 또한 당사자들이 중재회부요지서(terms of reference)에 서명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중재판정이 내려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재판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아 판정이 무효라는 피청구국의 주장에 대하여, 피청구국이 ICC 중재규칙 제33조에 기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이의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46) 마지막으로 중재판정부는 ICC 중재판정부가 중재회부요지서의 범위를 벗어난 사안에 대하여 판단하였다는 피청구국의 주장에 대하여, ICC 중재판정부가 청구인이 프로젝트 계약 이행에 따른 보너스를 받아야 하는지 혹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여 오히려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정을 내린 것은 해당 중재판정부의 관할권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았다.47)
이 분쟁과 판정은 투자협정 및 ISDS 제도가 갖고 있는 다양한 제도적 함의를 시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여러 각도에서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 분쟁의 발생 배경은 여러 모로 독특하다. 1999년 체결된 호주-인도 BIT에 따라 진행된 이 분쟁은 호주 기업이 인도 공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ICC 중재판정을 인도 국내법원이 승인ㆍ집행하는 소송절차를 계속 연기함에 따라 촉발되었다. 이 분쟁에서 인도 국내법원은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취하였다기보다는 단지 외국에서 내려진 상사중재판정을 1958년 뉴욕협약에 기초하여 인도 국내법원을 통하여 승인ㆍ집행하고자 하는 호주 기업의 청구를 지연시킨 것뿐이다. 이 분쟁에서는 이러한 “지연”이 사법부의 조치로 간주되어 호주-인도 BIT에 따라 제소된 것이다. 호주 기업인 투자자는 인도 법원의 이러한 지연이 FET 조항에 대한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단순히 절차가 지연되는 것만으로는 FET 조항에 대한 위반을 초래하지 않고 상당히 심각한 정도의 위반이 요구된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이 분쟁 중재판정부는 사법절차의 지연이 FET 조항 중 특히 사법부인 (Denial of Justice: DOJ)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모든 요소에 대한 종합적 고려로 결정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예를 들어 해당 절차의 복잡성 (complexity of the proceeding), 신속한 처리의 필요성 (the need for swiftness), 소송당사자의 행위 (the behavior of the litigants involved), 이해관계의 중요성 (significance of interest at stake), 법원의 행위 (behavior of the courts)를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불충분하고 비효율적인 사법절차 (unsatisfactory and inefficient administration of justice)”의 존재가 사법부인 조항에 대한 위반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며 그 한계를 분명히 제시하였다.
그 이후 진행된 Chevron v. Ecuador 사건에서도 중재판정부는 사법부인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준이 적용되며 “사법부 조치의 적절성에 대해 충격 또는 최소한 놀라움을 초래하는 정도로 특별히 심각한 흠결과 어불성설일 정도의 행위가 입증되어야 한다 (requires the demonstration of a particularly serious shortcoming and egregious conduct that shocks, or at least surprises, a sense of judicial propriety)”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분쟁에서는 에콰도르 법원이 미국인 투자자인 Texas Petroleum사가 제기한 7건의 재판을 15년에 걸쳐 연기하여 온 점이 미-에콰도르 BIT의 DOJ 조항에 대한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검토되었다.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주장하는 사법부인 조항의 위반을 인정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이러한 지연 자체가 사법부인 조항에 대한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여기에서 문제가 된 사안들이 단순한 계약분쟁 사건이라는 점에 방점을 두고 사법부인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또한 분쟁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이와 같은 단순한 사안을 상당기간 지연시킨 것은 사법부인 조항에 대한 위반과 함께 동시에 “효과적인 권리 구제(Effective Means of Asserting Rights: EMAR)” 조항에 대한 위반 역시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FET의 하위 개념인 사법부인 조항보다 더욱 구체화된 개념인 EMAR 조항은 상대적으로 드물기는 하지만 일부 BIT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에콰도르 법원의 과다한 업무를 고려하여야 하나, 외국인 투자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부여되었는지 여부는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미 확인된 해당 소송에서의 다양한 흠결을 감안할 때 Texas Petroleum사는 국내적 구제절차를 완료할 필요 없이 곧바로 EMAR 조항에 대한 위반을 제기할 수 있다는 판정을 내렸다.
어쨌든 인도 정부는 2010년 전후 발생한 수건의 국제분쟁과 본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BIT와 관련된 정책을 대폭 수정하였다. 본 사건의 중재판정이 내려진 이후 인도를 상대로 17건의 중재가 추가 제기되자 관련 정책을 수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본 사건은 인도 정부가 단순히 패소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인도 사법부의 행위가 국제투자중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 및 제3국과 체결한 투자협정의 내용이 최혜국 대우 조항을 통하여 인도 정부에게 적용됨으로써 인도 정부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패소를 당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한편, 본 사건은 국내 법원이 아닌 투자중재를 통하여서도 상사중재판정의 집행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청구인이 피청구국의 사법부인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피청구국의 효과적인 권리구제 수단 제공의무 위반을 입증하는 것은 본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청구인이 인도 법원에서 인도석탄공사를 상대로 ICC 상사중재판정의 집행을 시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건 투자중재판정을 통해 인도 외 제3국에서 인도의 자산에 대해서도 집행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건은 상사중재판정의 집행 가능성을 넓힌 선례로 주목할 만하다. 집행지 사법부의 지연으로 인해 중재판정 집행의 지연이라는 형태의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는 희망적인 소식이 될 수 있다.
본 사건이 다른 유사한 사건들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른 판정례를 살펴보면 최혜국 대우 조항을 통해 제3의 BIT에 규정된 실체적 투자보호규정울 원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사례가 있는 반면, 일부 중재판정부는 해당 쟁점에 대하여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본 사건 중재판정부가 상사중재판정을 투자의 연장으로 판단한 부분 역시 다른 중재판정부가 얼마나 널리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본 사건 중재판정부가 인도 법원의 중재판정집행 지연 및 외국중재판정 취소소송 관할권 인정이 뉴욕협약 위반인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는 견해도 있다.
본 사건 중재판정의 여파로 인도 정부는 2015년 57개국과의 BIT를 종료했으며, 같은 해 새로운 표준 BIT를 발표하였다. 인도는 표준 BIT에서 투자의 정의를 구체화하고, 최혜국 대우 조항을 삭제하며, 국내구제절차 완료 요건을 추가하고, 중재판정부가 인도 국내 판결에 구속되도록 하는 등 변화를 주었다. 인도 사법위원회(Law Commission of India)는 위와 같은 표준 BIT의 내용이 인도 정부를 보호할 수는 있을 것이나 BIT 체결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고 혜택부인조항(denial of benefits)의 추가와 예외조항 적용의 자기판단(self-judging) 규정 삭제 등 개선을 제안하였다. 앞으로 관련 내용이 어떻게 개정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작성자 윤석준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박성렬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감수자 이재민 교수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의 견해이며,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1) White Industries v. Republic of India (UNCITRAL), Final Award (30 November 2011), at para. 1.1.1.
2) White Industries v. Coal India (ICC Case No. 10588/OLG/ESR/MS), Award (27 May 2002).
3) White Industries v. Republic of India (UNCITRAL), Final Award (30 November 2011), at paras. 14.2.5.-14.2.32.
4) Ibid at para. 3.2.1.
5) Ibid at para. 3.2.13.
6) Ibid at para. 3.2.20.
7) Ibid at paras. 3.2.24-3.2.25. and 3.2.33.
8) Ibid at para. 3.2.35.
9) Ibid at para. 3.2.40-3.2.42.
10) Ibid at para. 3.2.48.
11) Ibid at paras. 3.2.50. and 3.2.56.
12) Ibid at para. 3.2.59.
13) Ibid at paras. 3.2.62-3.2.65.
14) Ibid at para. 7.6.
15) Saipem v. People's Republic of Bangladesh (ICSID Case No. ARB/05/07),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Recommendation on Provisional Measures (21 March 2007).
16) White Industries v. Republic of India (UNCITRAL), Final Award (30 November 2011), at paras. 4.1.24-4.1.28 and 7.6.1-7.6.2.
17) GEA Group v. Ukraine (ICSID Case No. ARB/08/16), Award (31 March 2011).
18) White Industries v. Republic of India (UNCITRAL), Final Award (30 November 2011), at paras. 5.1.17-5.1.20 and 7.6.6.
19) Ibid at para. 7.6.
20) Ibid at para. 7.6.10.
21) 호주-인도 BIT (1999), 제4조 제2항
A Contracting Party shall at all times treat investments in its own territory on a basis no less favourable than that accorded to investments or investors of any third country.
22) 인도-쿠웨이트 BIT (20010, 제4조 제5항
Each Contracting State shall maintain a favourable environment for investments in its territory by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State. Each Contracting State shall, in accordance with its applicable laws and regulations, provide effective means of asserting claims and enforcing rights with respect to investments […]
23) White Industries v. Republic of India (UNCITRAL), Final Award (30 November 2011), at paras. 4.4.1-4.4.6. and 11.1.3.
24) Ibid at paras. 5.4.2. and 11.2.1.
25) Ibid at para. 5.4.3.
26) Ibid at paras. 11.2.1.-11.2.4.
27) Ibid at para. 11.2.7.
28) Ibid at paras. 11.4.18.-11.4.20.
29) Ibid at paras. 4.3.1.-4.3.2.
30) Ibid at para. 5.2.1.
31) Ibid at para. 5.2.8.
32) Ibid at paras. 10.3.9.-10.3.13.
33) Ibid at para. 10.3.13.
34) Ibid at paras. 10.3.14-10.3.16.
35) Germany v. Poland (PCIJ), Series A. No. 9 (26 July 1927).
36) White Industries v. Republic of India (UNCITRAL), Final Award (30 November 2011), at para. 4.7.1.
37) Ibid at paras. 4.7.1.-4.7.2.
38) Ibid at paras. 5.7.1.-5.7.2.
39 Ibid at para. 14.3.1.
40) Ibid at paras. 14.3.2.-14.3.5.
41) Ibid at para. 14.3.6.
42) Ibid.
43) Ibid at paras. 14.2.1. and 14.2.3.
44) Ibid at para. 14.2.66.
45) Ibid at paras. 14.2.36-14.2.40. and 14.2.45.
46) Ibid at paras. 14.2.58-14.2.63.
47) Ibid at paras. 14.2.51-1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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