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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ication of Genocide Convention 사건 (Bosnia and Herzegovina v. Serbia and Montenegro, 2007. 2. 26. 판결) 본문

Application of Genocide Convention 사건 (Bosnia and Herzegovina v. Serbia and Montenegro, 2007. 2. 26. 판결)

국제분쟁 판례해설/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2019. 10. 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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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보스니아 내전 기간 중 발생한 세르비아인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국민 집단 학살 사건에 신유고연방이 1948년 집단 살해 예방 및 처벌에 관한 협약(이하 1948년 협약)에 따른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1980 년 5 월 티토 대통령이 사망하고 냉전 체제가 붕괴되자 유고슬라비아는 해체되기 시작하였다. 유고슬라비아가 위치한 발칸 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라고 불릴 정도로 민족과 종교를 달리하는 여러 국가가 오랫 동안 서로 반목해 오던 곳이었으나 2 차 세계대전 중 티토 대통령의 지휘 아래 反 나치 투쟁을 같이 한 유대감과 공산주의의 이념 아래 1945 년 유고사회주의연방공화국이 수립되었다(이하 구유고연방). 공화국을 지탱했던 티토와 냉전 체제가 소멸되자 1991 년 6 월 25 일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하였고 9 월 17 일에는 마케도니아가 이탈하였다.  1991 년 10 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의회가 독립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도 독립할 조짐을 보이자 인구의 31%를 차지하고 있던 세르비아인들은 별도의 국가를 수립하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부터 이탈하려 하였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주민의 44%를 차지하고 있던 이슬람 교도와의 뿌리 깊은 반목과 대립이 원인이었다. 1992 년 3 월 6 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독립을 선언하자 세르비아인은 별도의 국가를 수립하고(Republika Srpska, 세르비아人 공화국)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대치하기 시작하였다. 구유고연방 구성국이 독립해나가자 구유고연방의 핵심이었던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1992 년 4 월 27 일 유고연방공화국을 수립하고(이하 신유고연방) 자신이 구유고연방의 계승국으로서 구유고연방의 국제적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선언하였다. 

 

스릅스카 공화국은 같은 세르비아인이 주축이 된 신유고연방의 지원 아래 신속히 정규군을 편성하였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정부군과 교전하기 시작하였다. 1992 년 4 월부터 1995 년 12 월까지 계속된 이 보스니아 내전 중에 스릅스카군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주민, 특히 이슬람 교도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학살하였다. 이들을 강제 수용한 수십 곳의 집단 수용소에서 살해, 강간, 학대,  방치의 인도적인 범죄가 스릅스카 정부군 및 민병대에 의해 일상적으로 자행되었다.

 

그 중 가장 잔인한 것은 1995 년 7 월 11 일 당시 UN 군이 경비하고 있던 Srebrenica 시를 포위, 공격하여 동원 가능한 연령대의 남성 8,000 여명을 학살한 사건이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스릅스카군과 민병대의 배후에는 신유고연방이 있으며 신유고연방군이 실제 학살 행위 등에 참여하였을 뿐 아니라 장비와 자금을 지원하고 작전을 지휘 통제하였다고 확신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1948 년 집단 살해 예방 및 처벌에 관한 협약상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993 년 3 월 20 일 신유고연방(세르비아-몬테네그로)을 ICJ 에 제소하였다.

 

집단 살해를 예비, 시행, 공모하였고 예방 활동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행위자를 처벌하지도 않은 것이 1948 년 협약 위반이라는 청구였다. 청구 근거는 협약과 관련된 분쟁은 ICJ 가 관할한다는 이 협약 9 조259였다. 신유고연방은 두 차례에 걸쳐 ICJ 의 관할권이 없다고 항변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고 본안 심리가 진행되었다. 신유고연방의 집단 살해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고 예방 및 처벌 의무 위반만 2007 년 2 월 26 일 확인되었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관할권 존부

 

     유고사회주의연방은 1948 년 협약에 1948 년 12 월 11 일 서명하였고 신유고연방은 1992 년 4 월 27 일 유고사회주의연방의 국제적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천명하여 1948 년 협약상의 권리 의무를 승계하였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역시 1992 년12 월 29 일 유고사회주의연방을 승계한 국가로서 1948 년 협약의 제반 조항을 1992 년 3 월 6 일 독립일로부터 소급하여 준수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두 국가 모두 유고사회주의연방을 승계한 국가로서 1948 년 협약의 당사국이 되었으나 양국이 상대방을 정식 국가로 승인한 시점은 1995 년 12 월 14 일 Dayton 협정이 체결되었을 때이다.

 

신유고연방은 이 점을 들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이 사건 재판 청구일 당시에는 1948 년 협약이 양국간에는 적용되지 않았으므로 ICJ 는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ICJ 의 관할권은 재판 청구일을 기준으로 성립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였으나 재판 청구국이 용이하게 시정할 수 있는 절차상의 흠결에 대해서는 관대한 입장을 취해 온 것이 PCIJ 부터의 관행이라고 환기하였다. 재판부는 국가 불승인이 다자 조약 당사국간의 계약적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굳이 심리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신유고연방의 주장대로 1948 년 협약이 1995 년 12 월 14 일 이전에는 양 당사국간에 발효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관할권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언제든지 재판 청구를 다시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관할권 판결문 para. 25~26).


신유고연방은 1948 년 협약 9 조의 분쟁은 다자 조약의 성격상 당연히 국제적인 분쟁을 의미하는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시비하는 집단 살해 사건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영토 내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였고 신유고연방은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일부도 아니었으며 관할권을 행사하지도 않았으므로 국제 분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ICJ 는 1948 년 협약 9 조에 의거한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항변하였다.

 

재판부는 1948 년 협약 1 조에서 각 체약국은 집단 살해죄가 전시, 평시 발생 여부를 불문하고 예방하고 처벌해야 할 국제법상의 범죄라고 확인하였다고 환기하고 이 규정 문안상 1948 년 협약의 적용이 특정 형태의 분쟁에 국한되지 않으며 체약국은 포괄적인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논시하였다. 이는 분쟁의 국내적, 국제적 성격에 무관하게 집단 살해의 예방과 처벌 의무가 1948 년 협약 당사국에 적용된다는 의미라고 부연하면서 재판부는 1948 년 협약상의 권리 의무는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erga omnes)인 것이므로 집단 살해의 예방 및 처벌 의무는 발생 지역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다고 확인하였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므로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신유고연방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para. 31~32).


신유고연방은 소급효 금지 원칙에 의거하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국가 승계 선언을 한 1992 년 12 월 29 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1948 년 협약을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ICJ 는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하였으나 재판부는 협약 9 조에 아무런 시간적 제약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두 분쟁 당사국 역시 시간적 제한에 대해 유보한 바 없다는 이유로 신유고연방의 주장을 배척하였다(para. 34). 신유고연방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시비하는 사건은 내전 중에 발생한 것이므로 국제적 분쟁이 아니며 재판 청구를 승인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통령이 당시 대통령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재판 청구는 수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재판부는 집단 살해죄는 분쟁의 종류에 제한되지 않는다고 이미 판단하였으며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통령은 다수의 국가나 국제 기구로부터 국가 원수로 인정받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신유고연방의 주장을 일축하였다(para.43~44).


재판부는 이상의 판단을 토대로 ICJ 는 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이 있으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재판 청구는 수리할 수 있다고 1996 년 7 월 11 일 판결하였다(이하 1996 년 판결).

 

2) 관할권 판결 재심

 

     신유고연방은 2000 년 11 월 1 일 UN 회원국이 되었다. 유고사회주의연방이 해체되자 신유고연방은 1992 년 4 월 27 일 자신이 유고사회주의연방을 계승한 국가로서 유고사회주의연방의 국제적 권리를 승계하고 의무를 부담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신유고연방은 유고사회주의연방의 UN 회원국 자격을 자동적으로 승계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유고사회주의연방의 일부분을 구성했었던 국가들은 이에 반대하고 자신들처럼 별도의 가입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는 1992 년 5 월 22 일 UN 의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1992 년 9 월 19 일 UN 안보리가 신유고연방은 유고사회주의연방의 UN 회원국 자격을 승계할 수 없으며 정식의 가입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UN  총회, 각종 이사회 등에서는 신유고연방의 UN 회원국 자격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되어 왔다. 어떤 회의에서는 신유고연방의 참석을 금지하는 한편 어떤 기구에서는 묵인하기도 하는 등 신유고연방은 UN 에서 독특한(sui generis) 처지에 있게 되었다. Dayton 협정으로 내전이 종식된 후 신유고연방은 정식으로 UN 가입 절차를 밟아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2000 년 11 월 1 일 UN 회원국이 되었다.

 

신유고연방은 유고사회주의연방이 가입하였던 국제 조약에도 별도의 가입 절차를 거쳐 신규 당사국이 되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1948 년 집단 살해 협약에는 2001 년 3 월 6 일에 신규로 가입하면서 이 사건 관할권의 근거가 되었던 9 조는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유보하였고 자신의 특정적이고 명시적인 동의가 있어야 동 협약과 관련된 분쟁을 ICJ 에 회부할 수 있다고 천명하였다. 신유고연방은 위와 같은 사실을 근거로 2001 년 4 월 24 일 ICJ 에 1996 년 판결을 수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ICJ 헌장 61(1)조는 판결 당시 재판부나 당사국이 알지 못했던 결정적인 사실이 발견되었을 경우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사유가 자신의 부주의가 아니라면 퍈결의 수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유고연방은 자신이 2000 년 11 월 1 일 UN 회원국, 2001 년 3 월 6 일 1948 년 협약 당사국이 되었으므로 1996 년 판결 당시에는 UN 회원국도 1948 년 당사국도 아니었다라는 결정적인 사실이 밝혀진 것이며 UN 회원국,1948 년 협약 당사국이 아니었으므로 ICJ 의 관할 대상이 아니라는 요지로 재심을 청구하였다. UN 신규 가입이 ICJ 헌장 61(1)조 260 의 결정적 사실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UN 가입은 판결 당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판결후 4 년이나 경과하여 발생한 사실이라고 반박하였으나 신유고연방은 UN 가입으로 인해 1996 년 판결 당시에는 UN 회원국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응수하였다. UN  회원국이 아니면 ICJ 헌장 당사국도 아니고 1948 년 협약 가입국도 아니었으므로 ICJ 는 자국에 대해 어떠한 관할권도 행사할 수 없다고 역설하였다. 

 

재판부는 판결 당시 UN 회원국이 아니었다는 것은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나 재판부와 당사국이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이 아니라 1996 년 판결 4 년 후 발생한 사실,  즉 UN 신규 가입의 법적인 결과에 해당한다고 정리하고 ICJ 헌장 61(1)조 요건 불충족을 이유로 신유고연방의 재심 청구를 수리할 수 없다고 기각하였다(재심 청구 판결문 para. 65~72).

 

3) 집단 살해 관련 국가의 의무 범위

 

     재판부는 1948 년 협약이 각 체약국에게 부과하는 의무의 범위에 대해 살펴보았다.  신유고연방이 1948 년 협약은 집단 살해 행위 자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으며 협약이 부과하는 의무는 집단 학살의 예방과 처벌에 한정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신유고연방은 1948 년 협약은 각 체약국에 집단 살해범에 대한 처벌 입법(5 조), 처벌 시행(6 조), 기소 및 추방(7 조)의 의무가 있을 뿐이며 집단 살해의 직접적 책임을 국가에 부과하는 조항은 없다는 입장을 개진하였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국가의 직접적 책임 근거로 제시한 1948 년 협약 1 조261는 집단 살해를 국제적 범죄로 규정하는 선언적, 권고적 조항일 뿐이라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협약 1 조는 두 부분, 집단 살해를 범죄를 확인하는 부분과 집단 살해의 예방과 처벌을 약속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언급하고 집단 살해를 금지하는 것은 이미 국제 관습법상의 강행 규범(jus cogens)이며 1 조의 범죄 확인 부분은 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협약의 규정과 무관하게 집단 살해 금지는 이미 국제 관습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의무라는 것이다. 이는 두 번째 약속 부분의 해석에 중대한 참고가 된다고 보았다. 약속이란 특정의 의무를 수용, 동의, 서약하는 것으로서 통상 조약에서는 체약국의 의무를 규정할 때 사용한다고 지적하고 입법, 기소, 추방 등 후술하는 의무를 소개하거나 권고하는 선언적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으며 협약 1 조는 뒤의 조항에 후술되는 의무와 구별되는 별도의 의무를 창설하는 것이라고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결론은 협약의 인도적, 문명적인 목적에 비추어 볼 때에도 타당하다고 밝혔다(본안 판결문 para. 161~162). 

 

협약상 국가가 집단 살해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1 조가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한다고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협약의 목적을 고려할 때 1 조는 국가의 집단 살해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집단 살해가 범죄라고 확인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이며 자신이 직접 통제하지 않는 개인이나 집단의 집단 살해 행위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자신이 같은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금지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였다. 예방 의무는 논리적으로 금지 의무를 포함하며 따라서 1948 년 협약 체약국은 집단 살해죄를 저지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정리하였다. 신유고연방은 일반적인 원칙상 국제법은 국가의 형사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며 1948 년 협약이 형사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1948 년 협약상의 의무가 형사적이라는 것은 아니나 협약의 규정에서 발생하는 의무와 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은 국제법상의 의무와 책임이라고 설명하였다. 신유고연방은 1948 년 협약은 전형적인 국제 형사법으로서 본질적으로 범인의 기소와 처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집단 학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1948 년 협약의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재판부는 불법 행위 책임이 국가와 실제 행위자인 개인에게 각각 귀결되는 책임의 이중성(duality of responsibility)은 오래 전부터 있어 온 국제법의 특징이라고 언급하고 Nurenberg 전범 재판부가 국제법이 의무와 책임을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부과한다고 밝힌 점, 1998 년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 25(4)조에 개인의 형사 책임과 관련된 이 규정의 어떠한 조항도 국제법상의 국가 책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된 점, UN 국제법 위원회의 불법 행위에 관한 국가 책임 초안 58 조에 국가를 대표하여 행동한 개인의 국제법상의 책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된 점을 예시하였다. 재판부는 1948 년 협약이 개인의 책임과 구분되는 국가의 의무를 언급하고 있으며 협약 1 조를 타 조항과 함께 이해할 때 국가의 집단 살해 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para. 170~174)

 

재판부는 국가가 행위의 책임이 국가에게 귀속되는 휘하의 개인, 기관을 통해 집단 살해를 저지르지 않을 의무가 1948 년 협약에 규정되어 있으며 이들 개인과 기관이 집단 살해 행위를 수행하였을 경우 소속 국가의 국제적 책임이 발생한다고 확인하였다(para. 179).

 

4) 집단 살해죄 구성 요건 충족 여부

 

     1948 년 협약 2 조262는 집단 살해를 국민, 종족, 인종 또는 종교적인 집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말살하려는 의도 하에 행해진 살인, 신체적, 정신적 위해, 생존 환경의 파괴,  출산 방해, 아동의 강제 이주라고 정의하고 있다. 재판부는 나열된 행위 자체가 실질적으로나 문안상에 고의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 조 본문에 집단 전부 또는 일부를 말살하려는 의도를 갖고 행해진 행위라고 적시한 점을 주목하였다. 재판부는 이 명문의 규정에 의거하여 집단 살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에 내포된 고의성 외에 매우 정교하게 정의된 이 말살 의도가 추가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이 점에 입각하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집단 살해 행위라고 시비한 사건을 살펴보았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협약 2(a)조의 학살 행위의 사례로 Srebrenica 등을 포함한 십 수개 지역과 집단 수용소에서 수백~수천의 주민이 스릅스카 정규군과 민병대에 의한 처형되었다는 증언과 자료를 제출하였다. 재판부는 특정 집단 구성원을 대량 학살한 사실 자체는 방대한 증거로 입증된다고 인정하였으나 해당 집단 전부 또는 일부를 말살할 의도 아래 자행되었다는 점은 증거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특정한 의도(special intent, dolus specialis)가 있어야 집단 살해에 해당하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제시한 학살 사건의 가담자라고 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확인된 범인 중에도 학살 시 이러한 의도가 있었다고 판정된 사람은 없다고 부연하였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신유고연방의 각종 잔혹 행위는 세르비아인 거주 지역에서 무슬림을 말살하거나 강제로 축출하여 이 지역을 민족적으로 동질적인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민족 청소(ethnic cleansing) 차원에서 자행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민족 청소라는 용어는 세르비아인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거주 무슬림에게 자행한 잔혹 행위를 지칭하는 고유 명사가 될 정도였으며 세르비아 인들이 공공연히 표방하는 구호이기도 하였다. UN 총회 결의안(47/121 호) 서문에 인종 청소라는 가공할 정책이 집단 살해의 한 형태로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UN 안보리 특별 조사위 보고서에 민족 청소를 무력이나 협박을 사용하여 특정 지역에서 특정 집단을 제거함으로써 해당 지역을 민족적으로 동질화하려는 행위라고 정의한 점을 인용하면서 이 행위는 1948 년 협약에 규정되지 않은 행위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재판부는 협약 2 조에 규정된 행위 중 하나 또 그 이상에 해당되어야 집단 살해 행위로 인정할 수 있을 뿐이며 민족 청소는 정책이건 실행하기 위한 작전이건 그 자체로는 1948 년 협약이 규율하는 집단 살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언급하였다. 특정 집단의 강제 이주나 축출이 설사 무력에 의해 강제로 시행되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해당 집단의 말살에 상당한 것은 아니며 강제 이주는 자동적으로 말살로 결과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para.190). 재판부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제시한 학살은 특정 의도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1948 년 협약이 의미하는 집단 살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정하였다. 전쟁 범죄 또는 인륜에 반하는 범죄에는 해당할 수는 있으나 재판부는 동 범죄 해당 여부를 결정할 관할권은 없다고 언급하였다(para. 276~277).

 

5) 개별 행위의 집단 살해 행위 해당 여부

 

    재판부는 Srebrenica 학살은 집단 말살의 의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Srebrenica 는 스릅스카 공화국 내에 위치한 무슬림 밀집 거주 지역이다. 세르비아인 거주 지역에 둘러싸인 越境地(enclave)였다. UN 평화 유지군의 일원으로 파견되었던 네덜란드군이 경비하고 있던 안전 지대로서 전황과 스릅스카군의 잔혹 행위가 심해지자 다수의 무슬림 피난민들이 몰려왔다. 스릅스카軍은 1995 년 7 월 Srebrenica 를 포위하고 네덜란드군에게 철수할 것을 요구하였다. 네덜란드군은 무기력하였으며 스릅스카군의 몇차례 공격으로 Srebrenica 는 함락되었다.

스릅스카군은 노약자, 아동, 부녀자 등 25,000 명은 무슬림이 차지하고 있던 지역으로 넘겨주었으나 군사 행동이 가능한 연령대의 남자 약 8,000 여명을 1995 년 7 월 11~13 일에 걸쳐 학살하여 버렸다. 학살 주동자에 대한 재판에서 유고전범재판소는 동원 가능한 연령대의 무슬림 남자는 최대한 살해한다는 계획을 기안, 실행하였다고 판결하였다. 당초에는 군인만 처형키로 하였으나 Srebrenica 점령 직후 계획이 변경되어 군인 여부를 불문하고 동원 가능한 연령대(military age)의 모든 성인 남자를 살해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재판부는 유고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집단 말살이라는 특수한 의도가 Srebrenica 점령 직전까지는 없었으나 실제 살해는 이러한 의도 하에 진행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Srebrenica 학살은 1948 년 협약 2 조(a)의 학살과 2 조(b)의 신체적 정신적 위해에 해당하는 집단 살해죄라고 결론내렸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주로 집단 수용소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된 i) 강간, 구타, 고문과 ii) 무차별 폭격, 역사, 종교, 문화 시설 파괴, 식량 공급 차단, 강제 이주 행위 사례를 제시하고 이는 각각 1948 년 협약 2 조(b), 2 조(c)에 해당하는 집단 살해 행위라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사건 발생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집단 말살이라는 특수한 의도(dolus specialis) 아래 자행된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단 살해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정하였다(para. 319, 354).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스릅스카군과 민병대가 무슬림 혈통 훼손 및 세르비아인 증식 차원에서 무슬림 여인의 강제 낙태, 강간 후 강제 임신 행위를 자행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정책이 존재하였는지 여부가 증거로서 성립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1948 년 협약 2 조(d), 2 조(e)에 해당하는 집단 살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정하였다(para. 361, 367).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행위 각각에 대해 특별 의도의 존재를 입증하는 대신 특정 기간에 특정 집단에 대해 일관되게 자행된 잔혹 행위의 양태 전체를 토대로 해당 집단을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특정 집단 전부 또는 일부를 말살하려는 특별한 의도의 존재가 집단 살해 계획/정책이 아니라 행위의 양태로 입증되기 위해서는 행위의 양태가 특별 의도의 존재를 유일하게 지칭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para. 373).

 

6) 신유고연방의 국가 책임 정도 및 범위

 

     재판부는 Srebrenica 학살 1 건만 집단 살해죄로 인정하고 신유고연방의 책임 여부를 3 가지 측면, 즉 행위 책임의 귀속 가능 여부, 협약 3 조에 나열된 처벌 대상 행위에 대한 책임 여부, 예방 및 처벌 의무 이행 여부로 살펴보았다. 행위 책임의 귀속 가능 여부는 Srebrenica 학살이 신유고연방 소속의 개인이나 기관에 의해 직접, 또는 지휘나 통제 아래 있는 자에 의해 행해졌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국가의 실질적인 행위는 국가의 소속원이나 기관 또는 그 지휘나 통제를 받는 개인이나 단체에 의해 이루어진다. 불법 행위에 관한 국가 책임 초안 4 조263와 8 조264는 이를 명기하고 있다. 재판부는 Srebrenica 학살을 자행한 스릅스카군 사령관 Mladic 및 휘하 장령들이 신유고연방의 법적인 기관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신유고연방이 스릅스카 공화국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심지어 스릅스카군 지휘관에게 급여와 기타 재정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였으나 이 사실이 스릅스카군을 자동적으로 신유고연방의 소속 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국제 관습법이나 국가 책임 초안 4 조상의 국가 기관(state organ)이란 국가 정규 조직의 일원이 되는 공식적인 개인이나 단체를 의미하는데 믈라디치 사령관을 위시한 스릅스카군과 민병대는 신유고연방이 아니라 스릅스카 공화국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것이므로 신유고연방의 국가 기관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보스니아는 스릅스카군과 민병대가 법적인 의미로 신유고연방의 국가 기관은 아닐지라도 사실상의 기관이라고 주장하였다. 외양이 아니라 실상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재판부는 Military and Paramilitary Activities 사건에서 콘트라 반군이 미국을 대표하여 행동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통제권을 미국이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265하였음을 인용하면서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한 국가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다면 상호 관계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외형상의 법적인 관계 이상을 살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국가가 불법 행위의 국제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적으로 자신에게 의존하는 개인과 단체를 조종하여 불법 행위를 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국가 통제에 관한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의 경우 Srebrenica 학살 당시 스릅스카군과 민병대가 신유고연방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었음이 입증이 되어야 할 것이나 제출된 증거와 자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완전한 의존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설시하였다. 이들이 상당한 자율성과 재량 하에 독자적으로 행동하였으며 신유고연방도 이들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증거와 증언을 언급하면서 재판부는 Srebrenica 학살 책임은 신유고연방의 소속 기관이 저질렀다는 논리로 신유고연방에게 국제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정하였다(para. 338~395). 

 

스릅스카군과 민병대가 신유고연방의 지휘 통제 하에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Military and Paramilitary 사건에서 미국에게 책임을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콘트라 반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결되었음을 언급하면서 소속 기관으로서의 책임성 기준은 완전한 의존(complete dependence)이지만 지휘 통제로 인한 책임성 판단 기준은 효과적인 통제(effective control)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자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스릅스카군과 민병대가 Srebrenica 학살 당시 신유고연방의 효과적인 통제 아래 있었다는 점이 사실로서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신유고연방이 학살을 지시, 지휘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상을 근거로 재판부는 Srebrenica 학살이 신유고연방 소속 기관이나 직접 지시 통제하의 기관의 행위라는 이유로 신유고연방에게 책임을 부과할 수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1948 년 협약 3 조266는 집단 학살 행위 자체를 포함하여 모의, 선동 교사, 시도, 공모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신유고연방이 Srebrenica 학살 책임이 없다면 협약 3 조 상의 (b)~(e)행위를 근거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재판부는 신유고연방의 소속 직원이나 기관, 지휘 통제 하의 개인이나 단체가 Srebrenica 학살 행위를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b) 모의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모의와 실행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논리상 실행은 하지 않고 모의만 했다고 볼 수 없고 신유고연방에게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학살을 모의했다는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b)항 모의죄는 집단 살해 행위를 실행하지 않고 모의만 해도 처벌하는 조항이다. 이미 실행된 범죄는 당연히 모의 단계를 포함하므로 실행의 책임이 없다고 판정한 신유고연방에게 모의죄를 묻는 것은 논리상 오류라고 재판부는 본 것이다. (c)항 선동 및 교사죄에 대해 재판부는 신유고연방의 소속 직원이나 기관, 직접 지휘 통제 하에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선동 교사 행위를 하였다는 증거가 없어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para. 416~417). (e)항 공모죄에 관해 재판부는 국내 형법의 경우 범죄 교사 및 사주에 대해 공모죄를 적용하는 수는 있지만 국제법에서는 국가의 지시, 지휘, 통제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가 불법 행위를 범하였을 경우 행위의 책임이 국가에 직접 귀속되므로 교사 및 사주로 인한 공모죄 여부는 이 사건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언급하였다.

 

결국 3 조(e)의 공모는 범죄 수행을 조장하거나 가능케하는 수단의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보았다. 국제법에는 국가의 공모에 대해 국제적 책임을 묻는 법규가 없었다. 국제법 위원회의 불법 행위에 관한 국가 책임 초안도 불법 행위 공모시의 국가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고 타국의 불법 행위를 원조 및 지원하는 국가는 그에 대한 국제적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16 조 267 ). 재판부는 이 16 조가 비록 국가 간의 상황을 규정하는 것이지만 1948 년 3 조(e) 공모죄 판별에도 참작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신유고연방의 공모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신유고연방의 소속 직원이나 기관, 지휘 통제를 받는 개인이나 단체가 Srebrenica 학살을 원조, 지원하였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이해하였다.

 

집단 살해죄는 특정 집단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말살하려는 의도 아래 행해졌어야 인정된다. 재판부는 공모범도 이 특별한 의도를 갖고 집단 살해 행위를 원조 지원했어야 공모죄가 성립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채 최소한 집단 살해 행위범이 특별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원조 지원했어야 공모죄가 성립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특별 의도 포지 인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신유고연방이 스릅스카 공화국에 정치, 군사, 재원 원조를 대규모로 시행한 것은 사실이고 Srebrenica 학살자들이 이러한 포괄적인 원조 정책의 일환으로 제공된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는 하나 학살자들이 말살 의도 아래 학살을 진행하다는 것을 신유고연방이 인지했다는 주장이 합리적인 의심 수준 이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하였다.

 

학살이 수일 간 긴박하게 자행된 정황에 비추어 신유고연방이 자신이 제공하는 원조가 학살에 사용될 것이라고 충분히 인지하고 학살자에게 원조를 제공했다는 점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Srebrenica 내 무슬림 성인 남자를 제거하겠다는 결정이 원조 제공을 결정한 시점에 신유고연방에 전달되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e)항 공모죄도 입증되지 않으며 신유고연방이 1948 년 협약 3 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para. 418~424).

 

7) 집단 살해 예방 의무 준수 여부

 

     재판부는 협약 1 조의 집단 살해 예방 및 처벌은 3 조와 별개로 존재하는 협약상의 법적 의무라고 재확인하고 신유고연방이 이 의무를 준수하였는지를 살펴보았다. 우선 예방 의무는 행동의 의무이지 결과의 의무는 아니라고 확인하였다. 국가는 합리적으로 가용한 수단을 활용하여 집단 살해 행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반드시 집단 학살 행위의 발생을 봉쇄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방 의무 위반, 또는 준수 실패는 집단 살해가 개시되는 시점에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예방 의무는 집단 살해 발생 위험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순간부터 성립되는 것으로서 집단 살해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하고 사용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예방 의무 위반 구성 요건과 공모죄 구성 요건은 상이하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공모는 집단 살해범에게 원조와 지원을 제공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나 예방 의무 위반은 적절한 예방 수단의 활용과 시행 실패만으로도 성립이 된다고 설명하였다. 공모는 작위,  예방은 부작위를 통해 성립되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공모죄는 학살에 사용될 것을 알고 원조와 지원을 제공해야 성립하지만 예방 의무 위반은 집단 살해 행위가 발생할 심각한 위험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충분하며 반드시 집단 살해 행위의 발생이 임박하였거나 발생 중이었음을 인지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재판부는 부연하였다(para. 430~432). 재판부는 신유고연방은 Srebrenica 공격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고 당시 전황과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 등에 비추어 참극이 발생할 개연성은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보았으며 사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어야 했다고 질책하였다.  무슬림 성인 남성을 말살시킬 계획을 신유고연방이 인지하지는 못했으나 집단 살해 행위 발생 가능성은 이미 국제 사회도 우려하고 있었고 믈라디치 스릅스카군 사령관의 호전성을 신유고연방도 익히 알고 있었으므로 Srebrenica 에서 학살이 발생할 심각성은 분명했다고 재판부는 언급하였다.

 

그러나 신유고연방은 학살을 방지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확인하였으며 스릅스카군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항변도 이미 널리 알려진 스릅스카군에 대한 신유고연방의 긴밀한 관계에 비추어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예방 의무 위반은 집단 살해 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능력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예방 수단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만 입증되면 성립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신유고연방의 예방 의무 위반이 성립된다고 확인하였다(para. 438).

 

8) 집단 학살범 처벌 의무 준수 여부

 

     재판부는 신유고연방이 집단 살해범 처벌 의무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1948 년 협약 1 조 외에 4 조268도 집단 살해범은 헌법적으로 책임있는 지도자, 관리

또는 개인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6 조269는 집단 살해범을 범죄 발생지 국가의 법원이나 국제 형사 법원에서 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신유고연방이 자국 법원에서 Srebrenica 살해범을 심판할 의무는 없다고 인정하였으나 국제 법원에서 심판할 수 있도록 조력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1993 년 설립된 유고슬라비아 형사 재판소(ICTY)가 6 조의 국제 법원에 해당하고 1995 년 12 월 14 일 신유고연방도 서명한 Dayton 평화 협정에 ICTY 활동 협조 의무가 명기되어 있으므로 Srebrenica 살해범이 ICTY 에서 심판받을 수 있도록 협조할 국제적 책임이 신유고연방에 있다고 확인하였다.

 

이는 구체적으로 신유고연방에 은신한 살해범들을 색출, 검거, 인도해야 하는 의무이나 신유고연방은 이 같은 노력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질책하였다. 특히 학살 주범인 Ratko Mladic 스릅스카군 사령관이 10 년째 신유고연방에서 도피, 은신 중이고 2006 년 4 월에는 신유고연방 외교 장관이 믈라디치의 은신처를 정보부가 파악하였으나 그에 대한 연대감에서 체포 담당 부서에 알리지 않았다고 언급한 점 등을 들어 재판부는 신유고연방이 1948 년 협약이 규정한 처벌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정하였다(para. 447~449).

 

9) 잠정 명령 위반 및 보상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1993 년 3 월 20 일 재판을 청구한 이후 재판부는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하여 1993 년 4 월 8 일 신유고연방에게 집단 살해죄 발생 방지를 위해 권한 내의 모든 조치를 취하라는 잠정 조치를 명령하였다. Srebrenica 학살은 1995 년 7 월 발생하였다. 재판부는 잠정 조치는 법적인 의무라고 확인하고 신유고연방이 재판부의 잠정 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정하였다(para. 453~456).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재판 청구 사항 중 하나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수령할 권리가 있으며 액수를 재판부가 결정하여 달라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보상은 초래된 피해와 피해를 야기한 불법 행위간에 직접적이고 확실한 인과 관계가 성립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 사건의 경우 신유고연방이 예방 의무를 다하였으면 Srebrenica 학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신유고연방이 스릅스카군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정치, 군사적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나 Srebrenica 학살 당시의 정황상 이러한 영향력이 사건 발생을 봉쇄하는데 충분할 정도라는 점이 사실로서 입증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재정적인 보상이 학살 방지 의무 위반에 대한 보상의 형태로서 적절하지는 않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정신적인 보상을 수령할 자격은 있으며 신유고연방이 1948 년 협약이 규정한 집단 살해 예방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정신적 보상의 적절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para. 462~463). 학살범 처벌 의무 위반에 따른 보상과 관련하여 재판부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재판부에 구체적으로 판결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학살범 처벌 의무 준수를 위해 신유고연방이 실효적인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판정으로 적절한 보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para. 464~465).

 

이상의 심리를 근거로 재판부는 판결 주문에서 신유고연방은 집단 살해죄를 범하였거나 모의, 사주.교사, 공모하지는 않았으나 1948 년 협약상의 집단 살해죄 예방 및 살해범 처벌 의무는 위반하였다고 판결하였다. 재판부는 예방 및 처벌 의무 위반 판정 자체가 적절한 정신적 보상이 된다고 확인하였고 신유고연방이 잠정 조치 명령도 위반하였다고 판결하였다.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9. Disputes between the Contracting Parties relating to the interpretation, application or fulfilment of the present Convention, including those relating to the responsibility of a State for genocide or any of the other acts enumerated in Article 3, shall be submitted to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at the request of any of the parties to the dispute.

 

2) 1. An application for revision of a judgment may be made only when it is based upon the discovery of some fact of such a nature as to be a decisive factor, which fact was, when the judgment was given, unknown to the Court and also to the party claiming revision, always provided that such ignorance was not due to negligence.

 

3) 1. The Contracting Parties confirm that genocide, whether committed in time of peace or in time of war, is a crime under international law which they undertake to prevent and to punish.

 

4) 2. In the present Convention, genocide means any of the following acts committed with intent to destroy, in whole or in part, a national, ethnical, racial or religious group, as such:

(a) Killing members of the group;

(b) Causing serious bodily or mental harm to members of the group;

(c) Deliberately inflicting on the group conditions of life calculated to bring about its physical destruction in whole or in part;

(d) Imposing measures intended to prevent births within the group;

(e) Forcibly transferring children of the group to another group

 

5) Article 4

1. The conduct of any State organ shall be considered an act of that State under international law, whether the organ exercises legislative, executive, judicial or any other functions, whatever position it holds in the organization of the State, and whatever its character as an organ of the central Government or of a territorial unit of the State.

2. An organ includes any person or entity which has that status in accordance with the internal law of the State.

 

6) 8. The conduct of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shall be considered an act of a State under international law if the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in fact acting on the instructions of, or under the direction or control of, that State in carrying out the conduct.

 

7) There is no clear evidence of the United States having acturally exercise such a degree of control in the all fields as to justify treating the contras as acting on its behalf(판정문 para. 109)

 

8) 3. The following acts shall be punishable:

(a) Genocide;

(b) Conspiracy to commit genocide;

(c) Direct and public incitement to commit genocide;

(d) Attempt to commit genocide;

(e) Complicity in genocide.

 

9) 16. A State which aids or assists another State in the commission of an internationally wrongful acts by the latter is internationally responsible for doing so if:

(a) That State does so with knowledge of the circumstances of the internationally wrongful act; and

(b) The act would be internationally wrongful if committed by that State

 

10) 4. Persons committing genocide or any of the other acts enumerated in article III shall be punished, whether they are constitutionally responsible rulers, public officials or private individuals.

 

11) 6. Persons charged with genocide or any of the other acts enumerated in article III shall be tried by a competent tribunal of the State in the territory of which the act was committed, or by such international penal tribunal as may have jurisdiction with respect to those Contracting Parties which shall have accepted its jurisd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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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산업통상자원부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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