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2001년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아르헨티나가 채택한 조치가 자신의 투자를 수용, 차별 대우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모두 기각된 사건이다. 청구인 Metalpar S.A.와 Buen Aire S.A.는 각각 칠레의 버스 제작 전문 업체와 투자 자문회사로서 1997년 5월 아르헨티나 버스 회사를 매입하여 이름을 Metalpar Argentina로 개명하였다.
2001년 극심한 외환, 경제 위기에 봉착한 아르헨티나는 국가 비상법 제정 등 일련의 긴급조치를 발동하였다. 2001년 12월 대통령령 1570/2001호를 통해 예금 인출 제한과 해외 송금 금지 조치를 취해 금융 기관의 예금 인출 사태와 외환 유출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2002년 1월에는 국가 비상법(법률 25,561호)을 제정하여 달러화 표시 채권을 페소화로 전환하였고 달러화와 1:1로 고정되어 있던 페소화를 행정부가 다시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청구인은 Metalpar Argentina는 버스 구매 희망자에게 소요 자금을 달러로 대부하여 주고 구매를 유도하는 영업 전략을 사용하였는데 달러화 표시 채권의 페소화 전환 및 환율 재조정으로 인해 버스 원매자에게 대부하여 주었던 달러를 폭락한 페소로 회수해야 할 처지가 되었으므로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이러한 아르헨티나의 비상조치는 자신의 투자를 간접 수용한 것이며 이외에도 차별 대우,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해외 송금 보장 위반 등 칠레-아르헨티나 투자협정상의 의무를 광범위하게 위반하였다고 주장하고 2003년 2월 ICSID에 중재를 신청하였다.
나. 주요 쟁점
1) 수용
청구인은 자신의 투자(Metalpar Argentina의 지분) 자체가 아르헨티나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형태로 직접 수용 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였다. 청구인이 수용 당한 것은 Metalpar Agrentina가 고객과 체결한 대부 계약상의 권리, 즉 여신 금액이라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Metalpar Argentina에 거액을 투자하였고 Metalpar Argentina는 이를 버스 원매자에게 달러로 대부하여 주었는데 국가 비상법으로 인해 페소화로 회수하게 되었으므로 대부 계약상의 권리가 침해된 것이며 가치가 폭락한 페소화 회수분과 원 달러 대부금간의 차액이 Metalpar Agrentina의 손실이고 아르헨티나 당국에게 간접적으로 수용당한 금액이라고 주장하였다. 아르헨티나는 페소화 가치가 하락한 만큼 달러 대 페소화 환율을 조정하였으므로 청구인의 여신 금액은 아무런 변동이 없다고 반박하고 수용의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일축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자신의 투자와 투자한 회사(Metalpar Argentina)가 체결한 계약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판정부는 수용에 대상 보상은 현재 다투고 있는 조치의 경제적 효과가 충분할 정도로 가혹한 것이어야 하며 투자의 경제적 가치 전부 또는 대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수용에 대한 보상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전 중재판정의 통설이라고 인용하였다. 비록 수익이 낮아졌어도 투자 사업의 운영이 계속된다면 수용 보상을 필요로 할 정도로 방해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판정부는 수용으로 인한 보상의 필요성을 발생시킬 정도로 아르헨티나의 조치가 청구인의 투자에 가혹한 영향을 충분히 미쳤다는 점을 청구인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청구인의 주장은 투자 회사의 대부 계약에 대한 영향이지 청구인 투자에 대한 영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판정부는 대부 계약에 대한 영향이 청구인의 주장대로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청구인의 투자가 부정적인 영향을 입었다는 아무런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판정부는 아르헨티나의 조치와 무관하게 청구인은 Metalpar Argentina를 경영, 통제할 수 있었고 이 회사는 사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원매자와 대부 계약을 계속 체결하고 있으므로 수용이라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확인하였다(판정문 165-174).
2) 차별 대우
국가 비상법의 달러화 표시 채권, 계약의 페소화 전환 조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일부 다르게 적용되었다. 청구인은 이를 차 별 대우라고 주장하였으나 아르헨티나는 차별 대우란 동등한 것의 동일 범주 내에서의 불평등을 의미하는 것이며 범주를 달리 하는 것에 상이한 조치가 적용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상이한 주체를 규율하기 위해서 상이한 규범을 수립하는 것은 국가의 권한이며 청구인의 투자가 금융기관이 아닌 이상 금융기관과 같이 대우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다른 범주를 다르게 규율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고 확인하였다(160-164).
3) 송금 보장 위반
청구인은 칠레-아르헨티나 투자협정 5조는 수익금 등의 자유로운 해외 송금을 보장하고 있는데 대통령령 1570/2001호는 해외 송금을 전면 금지하였으므로 투자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거래 은행인 BankBoston에 아르헨티나 밖으로의 송금 방법을 문의하니 불가능하다고 회신받았다는 것을 금지의 증거로 제시했다. 중재판정부는 문제의 대통령령은 2조에 해외 송금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인가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설시한 후, 청구인은 송금 인가권이 없는 BankBoston이 아니고, 중앙은행에 송금 가능 여부, 가능시 방법 등을 문의하였어야 하나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청구인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176-179).
4) 공정․공평 대우
청구인의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차별 대우, 수용이 인정되지 않았고 송금도 자의적으로 금지된 적이 없으며 청구인이 정당한 기대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아르헨티나의 인허가, 사업 계약 등은 그렇다고 볼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으므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하였다(180-188).
5) 안보상 예외(긴급피난)
아르헨티나는 청구인이 시비하는 조치는 국가 존망이 위태로운 격심한 위기 상황 속에서 불가피하게 채택된 조치들이므로 설사 위법성이 인정된다 하여도 투자협정에 의해 예외로 인정되는 조치들이라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아르헨티나의 조치로 인해 청구인의 투자가 침해되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안보상 예외 해당 여부를 심리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정리하였다. 판정부는 국가책임을 면제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의 투자자 권리 침해행위 발생, 실제 피해 야기, 국가 면책 상황 발생 등이 선행되어야 하나 어느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심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정리하였다(208-213).
다. 평가 및 해설
1) 안보상 예외
투자협정은 공공질서 유지, 안보, 핵심 국가 이익 수호 등을 위해 채택된 조치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보다 국가의 핵심 이익과 존속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므로 반드시 투자협정에 성문으로 기록하여 두지 않더라도 국제관습법상 인정되는 권리이다. 이는 비단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국가 내부 조치에 대해서도 적용되고 있다. 많은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 또는 이익을 국가 안보에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다수 투자협정에도 예외적인 경우 투자협정을 적용하지 않는 국가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안보상 예외 조항이 ICSID 투자 분쟁에서 제기된 것은 모두 아르헨티나 2001년 경제 위기와 관련된 사건들이다. 해당 사건과 별개로 아르헨티나 이외의 다른 국가에 제기된 적은 없다.
2) 국가책임 초안 25조(긴급피난)과의 관련성
아르헨티나는 2001년 경제 위기가 관련된 사건에서는 모두 이 안보상 예외 조항을 원용하여 시비가 된 조치에는 투자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ICSID 중재 판정부의 판단은 일관적이지 않다. 3개 판정부는 이를 용인하였으며 7개 판정부는 이를 부인하였다.
일단 경제 위기가 이 조항에서 언급하는 상황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판정부의 견해는 일치한다. 공공질서나 안보가 반드시 정치, 군사적인 상황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며 국가는 치안 유지 및 국가 영속성 확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율성과 재량성을 보유해야 할 것이므로 타당한 견해라고 본다.
판정부의 견해가 일치되지 않는 점의 시작은 안보상 예외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의 구체적인 범위나 긴박성의 심도 등의 요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정부는 모두 이 조항이 투자 유치국 정부가 임의로 해당 요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적 조항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조문 자체에 구체적인 요건이 없으므로 판정부는 모두 UN 국제법 위원회(ILC)의 국가책임에 관한 초안 25조에 제시된 요건 충족 여부를 살펴본 후 안보상 예외 조항 충족 여부를 판단하였다. 2가지 문제가 이러한 심리 수순에서 제기되었다.
3) 긴급피난 요건과 안보상 예외 요건과의 동일성
첫째는 국가책임 초안 25조의 요건을 투자협정의 안보상 예외 조항의 요건과 동일시하는 것이 타당한지의 문제이다. 안보상 예외 조항이 적용 요건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판정부는 통상 국가책임 초안 25조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두 건의 취소 판정은 서로 별개인 두 조항의 요건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견해를 취했다.
CMS 사건 특별위원회는 투자협정 XI조는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에 대한 조항이고 국가책임 초안 25조는 책임성이 면제되는 조건에 관한 규정이므로 그 운영과 내용에 있어 상이하므로 원 판정부는 양자간의 관계, 본안 사건에의 적용 가능성 등에 대해 심리하였어야 하나 이를 생략하고 두 조항을 동일한 지위에 있다고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보았다(취소 결정문 130-131). 본안 사건이 투자협정의 위반을 다투는 것이므로 원 판정부는 우선 해당 조치의 투자협정의 위반 여부를 살핀 후 그 위반이 XI조에 합당한 조치인지 보아야 했으며, 해당 조치가 투자협정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후에야 아르헨티나의 국가책임이 면제되는지 여부를 초안 25조에 비추어 판단했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특별위원회는 비록 원 판정부가 투자협정 XI조를 결함 있게 적용하기는 하였으나 적용하기는 하였으므로 권한을 초과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134-136). 반면에 Sempra 사건 특별위원회는 위와 동일한 논리를 전개하였지만 원 판정부의 판정을 취소시켜 버렸다.
특별위원회는 투자협정 XI조와 국가책임 초안 25조는 규율하는 상황이 다른 조항으로서 후자가 전자를 해석하는 길잡이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투자협정 XI조는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 조치를 채택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정 조치의 채택 자체는 해당 국가의 국제법상 의무와 불합치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불법도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국가책임 초안 25조는 국가의 불법행위를 배제하는 근거로서 국가 위기 상황이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원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미 국가의 특정 행위가 이미 불법인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불법인 행위가 이미 발생한 상황을 규율하고 있다고 보았다. 원 판정부가 투자협정 XI조는 국가 위기 상황을 정당하게 원용하는데 필요한 법적인 요건을 다루고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규칙은 국제관습법에서 찾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초안 25조 요건을 적용한 것에 대해 특별위원회는 양자 조약에서 국가 위기 상황을 원용하는 문제가 왜 반드시 국제(관습)법의 규칙에 의해 정당화되어야 하는지 동의하지 않았다. 양 당사국간에 다른 기준을 정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198-201). 특별위원회는 따라서 원 판정부가 XI조를 심리하지 않은 것은 권한을 일탈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원 판정 전부를 취소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취소 결정으로 인해 국가책임 초안 25조 요건 충족 여부를 먼저 살펴 안보상 예외 조항 충족 여부를 심리하는 관행이 소멸된 것도 아니다. 그 이후의 Continental, El Paso, EDF, Impregilo, Ubraser 사건 판정부 모두 초안 25조에 적시되어 있는 요건이 아르헨티나의 조치에 적용되는지 살펴보았다. 특별위원회의 결정이 25조 요건의 충족 여부를 살피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 투자협정과 초안은 별개의 독립적인 문건이므로 25조 요건과 안보상 예외 조항 요건을 별다른 설명 없이 동일시하여 전자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자의 안보상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기계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5조의 요건을 살펴 안보상 예외 조항의 적용 여부를 살피는 것 자체는 판정부의 재량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안보상 예외 조항 해당 여부를 판정부가 독자적으로 살펴본 것은 Continental 사건이 유일하다. Continental 사건 판정부는 문제가 된 조치의 필요성 요건 충족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투자협정 XI조와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는 GATT XX조(안보상 예외)가 쟁점이 된 WTO 판례151]에서 확인된 필요성의 판단 요건을 차용하였다. 이 내용은 ‘필요하다’는 것이 inevitable, indispensible, absolute necessary와 같이 매우 엄격한 필수 불가결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 범위의 대역을 상정하는 개념이지만 단순히 사태 해결에 공헌한다는 쪽의 극단이 아니라 필수 불가결하다는 반대편의 극단에 가깝게 위치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필요성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조치를 통해 제고하려는 이익 또는 가치의 상대적 중요성, 조치 목적 달성을 위한 해당 조치의 공헌도, 국제 교역에 미치는 해당 조치의 충격 등을 고려해야 하며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대체 조치의 존재 여부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었다. 판정부는 이상의 요건을 토대로 청구인이 다투는 아르헨티나의 조치 각각에 대해 그 필요성 여부를 심리한 결과 당시 아르헨티나 의회는 헌법 규정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고 국가 비상법을 입법한 것은 당시 상황의 엄중함을 나타내며 국내 경제 붕괴, 금융기관 마비, 사회 빈곤층 확대 등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 필요성 요건은 충족된다고 밝혔다(판정문 170-230). 여타 사건 판정부는 Continental 사건 판정부처럼 안보상 예외 조항 자체를 천착하지 않고 예의 국가책임 초안 25조 요건 충족 여부를 살펴 안보상 예외 조항 적용 여부를 심리하였으나 CMS사건이나 Sempra 사건 판정과 달리 특별위원회에 취소 청구되지는 않았다.
4) 사태 발생에 대한 책임
국가책임 초안 25조에 제시된 요건과 관련된 2가지 문제 중 나머지 하나는 위기 사태 발생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귀책 여부이다. 초안 25조는 위기 사태에 시행된(즉 긴급 피난에 해당하는) 국가의 불법행위 중 위법성이 면책될 수 있는 요건으로 i) 심각하고 긴급한 위험이며 발동국의 핵심 이익 보호에 필요한 유일한 대책일 것(1(a)항), ii) 타방 국가의 핵심 이익을 손상하는 조치가 아닐 것(1(b)항), iii) 발동국에게 국가 위기 사태를 인용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적 의무가 존재하지 않을 것(2(a)항), iv) 위기 사태 발생에 자국이 원인을 제공하지 말았어야 할 것(2(b)항)을 들고 있다. 25조 요건 충족을 부인한 판정이 원용한 요건은 모두 iv) 항이었다.
아르헨티나가 경제 운용을 잘못하여 사태 발생을 자초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오류로 지적되는 실책은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고평가한 고정 환율제, 노동 시장 경직성 등을 들고 있다. 2001년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는 1997년 동아시아 외환 위기나 2008년 국제 금융 위기와 달리 외생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에만 국한되어서 발생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외딴 섬처럼 절연되어 있는 고립 경제가 아니라 고도로 연계된 국제 경제 속에서 외부와 전혀 무관한 자신의 사유로 한 국가의 경제 전체가 봉괴하게 되는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르헨티나가 안보상 예외 조항을 원용하여 면책될 수 있다고 판시한 3건의 판정부는 모두 사태 발생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 판정부가 제시한 책임 발생 요건은 행위와 사태 간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아르헨티나의 과실이 경제 위기 초래에 기여했을 수는 있으나 이를 이유로 투자협정상의 권리를 부인하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의 조치가 사태 발생을 직접적으로 겨냥하였거나 양자 간의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판정부의 이러한 엄격한 해석이 타당하다고 본다. 안보상 예외 조항을 원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인하기 위해서 이처럼 엄격한 해석을 하지 않을 경우 안보상 예외 조항을 원용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국가 위기는 사태의 심도와 포괄성에 비추어 수많은 사건의 누적과 연계를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해당 국가의 일정 조치가 누적과 연계에 포함되어 있는 점은 쉽게 지적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결과 해당 국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협정에 보장되어 있는 면책 조항의 혜택을 부인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투자 분쟁 중에서 안보상 예외 조항이 쟁점이 된 것은 아르헨티나 2001년 경제 위기가 유일하다. 이처럼 안보상 예외 조항은 원용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매우 희소하다. 이미 적용 가능성 자체가 희소한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투자 유치국을 필요 이상으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5) 관련 판례
이 사건처럼 2001년 경제 위기 당시 아르헨티나가 채택한 조치가 안보상의 예외 조항에 의거하여 투자협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은 모두 10개이다. 판정부의 판정은 인용과 기각이 3:7로 나뉜다.
151] Korea-Beef, EC-tyres, US-Gambling, Dominican Republic-Cigarettes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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