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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최혜국대우 조항을 이용하여 타 투자협정의 분쟁해결 조항을 적용 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청구인인 Telenor Mobile Communication사(이하 Telenor)는 노르웨이 무선 통신 회사로서 헝가리 통신 회사 Pannon의 지분 전체를 소유하고 있었다. 헝가리는 통신 사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국가가 운영하던 무선 통신 사업을 자유화하였으며 Pannon사는 1993년 11월 무선 통신 사업권을 획득하였다. 2001년 헝가리는 일부 유선 통신 사업자만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Telenor사 같은 무선 사업자는 이 서비스 제공자(universal service provider)가 될 수 없었다. 또한 헝가리는 무선 사업자의 수익에서 일정 부분을 공제하여 universal service provider에게 지원하는 제도(ETTA)를 도입하였다. 수익이 높은 무선 사업자 이익의 일부로 사업성이 저하되어 가고 있는 유선 통신 사업자를 지원하려는 목적이었고 이 제도는 2002, 2003년간 시행되었다. 헝가리는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통신 사업자의 가격을 통제하는 제도를 도입하였고 Pannon사가 여기에 해당되었다. Pannon사는 이 제도로 인해 수익이 감소되었다고 주장하였다. Telenor사는 이상의 헝가리 정부의 조치로 인해 100% 자회사 Pannon이 수용에 상당하는 피해를 입었으며 헝가리 조치는 노르웨이-헝가리 투자협정상의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2004년 8월 ICSID 중재를 신청하였다. 헝가리는 양국 투자협정상 ICSID 중재는 수용 분쟁에 국한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Telenor사의 수용 주장은 터무니없으므로 ICSID는 이 사건에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나. 주요 쟁점
1) 수용
중재 판정부는 투자의 가치나 투자를 향유 또는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투자자로부터 실질적으로 박탈하거나 투자의 경제적 가치의 실질적인 부분이 박탈되어야 수용으로 볼 수 있다는 이전 판례를 인용하여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헝가리 정부의 조치로 인해 해당 투자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침식되었는지 여부를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박탈, 가치 침식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청구인에게 있다고 언급하고 청구인의 최초 중재 신청서에는 수용에 관한 주장이 명시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으며 판정부가 이를 확실히 하여 달라고 요구한 이후에 제출된 입장서에 수용되었다는 주장을 뒤늦게 제기한 점을 지적하여 두었다(판정문 72). 판정부는 Pannon사가 발행하는 연감에 자사가 매우 성공적이고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고 관행적으로 적시하여 왔으며 자산 가치가 1999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2004년에는 1999년 자산 가치의 2배를 초과하였다는 Pannon사의 자료를 인용하였다. 판정부는 ETTA 제도는 Pannon사를 포함하여 모든 무선 사업자에게 동등하게 적용된 점도 확인하였다.
판정부는 Pannon사의 경영권은 정부 간섭 없이 항상 이사회에게 있어 왔고 양허 계약은 계속 유효한 상태이며 Pannon사의 자기 자산 및 수익에 대한 접근권이 부정된 바도 없는 한편 자사의 연감에 스스로 수익과 자산이 매년 증가하는 수익성 높은 기업이라고 자평한 점 등에 비추어 Pannon사는 수용 조치가 있었다는 주장을 일차적으로(prima facie) 성립시키지도 못하였다고 판시하였다(79-80).
2)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한 타 협정 분쟁해결 조항 차용
헝가리는 수용 주장이 기각되었으므로 ICSID 관할권을 수용 사건으로 제한한 노르웨이-헝가리 투자협정 XI조상 ICSID는 이 사건에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Telenor사는 양국 간 투자협정에는 최혜국대우는 분쟁해결 같은 절차적 권리에도 적용이 된다고 주장하고 무제한적인 ICSID 중재 관할권을 적시한 헝가리와 타국간의 투자협정상의 분쟁해결 조항이 양국 투자협정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하여 이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반박하고 헝가리의 조치가 투자협정 III조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심리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판정부는 조약은 조약의 용어에 부여된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선의로 해석해야 한다는 조약에 관한 비엔나 협약 31조를 인용하면서 제 3국 투자자의 투자에 부여된 대우와 동등한 대우를 부여해야 한다는 노르웨이-헝가리 투자협정 IV조 최혜국대우 조항의 통상적인 의미는 투자에 대한 투자자의 본질적인 권리가 여타 투자협정에서 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지 절차상의 권리에도 적용된다고 확장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보았다(92).
판정부는 최혜국대우 조항을 분쟁해결과 같은 절차적인 사항에도 적용된다고 확장 해석할 경우 투자 유치국을 투자자의 treaty shopping 위험에 노출시키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양 당사국이 분쟁해결 절차에 의도적인 제한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이러한 제한이 없는 타 투자협정을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해 당사국의 명시적인 의도를 무산시키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93).
판정부는 최혜국대우 조항의 확대 해석은 투자협정의 확실성과 안전성을 해친다고도 지적하였으며 판정부는 비록 ICSID 중재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판정부의 임무는 조약 해석에 관한 통상적인 원칙을 적용하여 주워진 투자협정을 해석하는 것이지 양 당사국이 특별히 합의한 분쟁해결 절차를 다른 절차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하였다.
판정부는 분쟁해결 절차에 특별한 제한을 둘 지 여부는 순전히 양 당사국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의 경우 헝가리가 체결한 15개의 양자 투자협정 중 ICSID 중재에 회부할 수 있는 분쟁의 종류를 적시한 것은 노르웨이-헝가리 투자협정이 유일하며 양국은 ICSID 중재 대상이 되는 분쟁을 제한하려는 분명한 선택을 한 것이 확실하다고 지적하였다(95-97). 중재 판정부는 이상에 비추어 이 사건에 대해 ICSID 중재 판정부는 관할권이 없다고 판시하였다(102).
다. 평가 및 해설
1)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한 타 협정의 분쟁해결 조항 차용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한 타 협정 분쟁해결 조항 차용 가능 여부는 지금까지 10개 ICSID사건에서 심리되었다. 이 사건 판정부처럼 부정적으로 판단한 판정이 다수설이다. 소수설의 논거는 대개 분쟁 당사자 간 투자협정의 최혜국대우 조항 문안이 ‘협정에 관계된 모든 문제’에 적용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명시적으로 해당 조항이 모든 문제에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분쟁해결 절차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체약국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또 다른 논거 중의 하나는 분쟁해결은 투자자 보호의 실질에 관한 사항이고 분쟁해결 절차의 적용은 외국인 투자자의 보호를 한층 강화하는 것이므로 투자 보호라는 투자협정의 기본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최혜국대우 조항을 이용하여 타 협정의 분쟁해결 조항을 원용하려는 이유는 국제 중재 제기 전에 부과된 국내 사법 절차 이용 요건을 회피하려는 것이 대다수이다. 투자협정의 분쟁해결 조항은 대개 분쟁 발생 시 x 개월 간 우호적 해결 시도, 국내 사법 제도 선 이용, y 개월 이내 국내 법원 판결 없을 시 국제 중재 회부 등의 수순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 사법 제도 선 이용이나 y 개월의 대기 기간을 회피하기 위해 이러한 전제 조건이 없거나 기간이 짧은 타 협정의 분쟁 조항을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최혜국대우 조항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외에 피해 발생 후 x 년 이내 제소 등 분쟁 제기 시한을 회피하거나 특정 종류의 분쟁에만 적용된다고 관할 범위를 협소하게 지정한 원 투자협정의 분쟁해결 절차의 범위를 확대하려거나 계약상의 분쟁해결 조항 이용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시도되기도 한다. 이 사건 청구인 Telenor는 원 분쟁 절차가 수용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을 회피하기 위해 타 분쟁 조항을 차용하려고 시도하였다.
2) 유사 사건과의 비교
Maffezini vs. Spain 사건(ARB/97/7)은 이 사건 판정부의 견해와 달리 최혜국대우 조항을 원용하여 타 투자협정의 분쟁해결 조항을 차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판단은 반대이지만 판단의 근거는 두 사건이 같다. 두 판정부는 모두 투자협정에 나타난 체약국의 의도를 기준으로 분쟁해결 조항 차용 가부 판단을 하였다. Maffezini 사건에서 이태리-스페인 투자협정의 분쟁해결 조항은 국제 중재 회부는 국내 사법 절차 이용 후 가능하다는 제한을 두고 있었다.
반면 칠레-스페인 투자협정 분쟁해결 조항은 6개월 조정 기간을 거친 후에는 제한 없이 국제 중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Maffezini는 이태리-스페인 투자협정상의 최혜국대우 조항을 이용하여 자신도 칠레-스페인 투자협정의 분쟁해결 조항에 따라 ICSID 중재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중재 판정부는 분쟁해결 조항은 투자자 권리 보호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고 청구인의 주장을 수용하였다. 아울러 중재 판정부는 이태리-스페인 투자협정 최혜국대우 조항 문안상 분쟁해결 절차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확대 해석하는 것이 이태리, 스페인의 의도에 부합하기도 한다는 점을 부연하여 밝혀 두었다. 이태리-스페인 투자협정 최혜국대우 조항은 ‘이 협정에 관한 모든 문제에 관하여 제 3국 투자자에 부여된 것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부여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판정부는 스페인이 체결한 여타 투자협정 중 최혜국대우 적용 대상이 ‘모든 문제’라고 적시한 것은 이태리-스페인 투자협정이 유일하며 여타 투자협정 최혜국대우 조항은 예외 없이 이 표현이 없이 보다 제한적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태리와 스페인이 최혜국대우의 적용 대상을 여타 투자협정보다 확장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며 따라서 최혜국대우 조항을 분쟁해결 절차로까지 확장 해석하는 것이 비록 투자자의 treaty shopping을 조장할 우려가 있지만 이러한 우려 때문에 당사국의 분명한 정책적 목적을 훼멸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판정부나 Maffezini판정부의 판정 결과는 달랐지만 투자협정 체결국의 의도를 존중한 면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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