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본문은 원문과 각주처리, 문단 구분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원문을 확인하시고 싶으신 분은 위 파일을 다운로드 하시기 합니다.
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예멘 정부의 강압에 의해 도로 건설 대금을 당초 계약보다 훨씬 적게 수령키로 한 합의가 무효이며 합의에 이르게 된 과정상의 예멘 정부의 행위가 투자협정의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된 사건이다. 청구인 Desert Line Projects社(DLP)는 오만의 건설사로서 1999년부터 2002년에 걸쳐 예멘 내에 아스팔트 포장 도로 1,000여 km를 건설하는 8개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DLP는 공사 완공 보장을 위한 담보를 예멘 은행에 제공하였다. 2003년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로 건설을 마쳤으나 공사 대금 잔금 규모를 둘러싸고 양측의 대립이 시작되었다. 예멘 정부는 거듭되는 DLP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사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으며 DLP는 공사가 진행중인 구간의 하청업자에게 소요 경비를 지불하지 못하게 되었고 하청업자가 공사장을 점거하고 DLP 직원을 구금 협박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2004년 4월 DLP 잔금 지급 및 은행 담보 해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일부 지역 공사는 계속 진행하되 일부 구간은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잔금 확보를 위한 일련의 시도를 하였다. 예멘 대통령은 친필 메모를 보내 공사 완공분은 제 3자의 평가에 따라 지불할테니 염려 말고 잔여 공사를 계속하라고 종용하였다. DLP는 예멘 군대가 장비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고 예멘 대통령에게 항의하였으며 예멘 군사령관은 DLP 장비 및 인원에 대한 포위를 풀고 이 사태를 우호적으로 해결하자고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도 하였다. 2004년 6월 예멘 대통령은 완공분은 영국 및 요르단 건설 회사가 산정한 평균 단가를 적용하여 비용을 지불하고 진행중인 공사 2곳 중 한 곳은 계속 공사하되 나머지 한 곳은 장비를 철수하도록 제시하였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DLP는 예멘의 중재 절차를 통해 대금 문제를 해결하기로 예멘측과 합의하였고 6주 후 도출된 중재 판정은 예멘 정부가 DLP에 1억불을 지불하고 은행 담보를 해제하도록 결정하였다.
DLP는 이 중재 절차가 공정히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예멘 정부도 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DLP 공사장에서 직원과 예멘 군대가 대치하여 직원이 체포, 방면되는 등 DLP에 대한 예멘 당국의 압박, 위협, 절도 등이 발생하는 가운데 예멘 정부는 중재 판정 무효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DLP는 중재 판정 유효를 확인하는 반대 소송을 제기하였다. 예멘 정부는 중재 판정이 제시한 액수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령하고 종결하자는 제의를 해왔으며 DLP가 불응하자 예멘 대통령이 합의를 종용해오기도 하였다. 자금난에 몰린 DLP는 결국 2004년 12월 합의 협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2005년 5월 합의 협약이 무효라는 청원을 수 차례 예멘 정부에 제기하였다. 청구인은 예멘 정부가 오만-예멘 투자협정상의 공정․공평 대우를 위반하였고 합의 협약이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2005년 8월 ICSID 중재를 신청하였다. 예멘은 ICSID 관할권을 부인하였다.
나. 주요 쟁점
1) 관할권
예멘은 오만-예멘 투자협정 1(1)조224]상 투자는 투자 유치국의 법과 규정에 따라 투자로서 투자 유치국에 의해 접수되어야 하고 투자 인증서가 발행되어야 하나 DLP의 투자는 예멘 정부가 투자로서 접수한 바도 없고 투자 인증서를 발행하지도 않았으므로 투자협정상의 투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ICSID 관할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접수에 관한 예멘의 주장을 몇 가지 근거를 들어 수용하지 않았다. 우선 투자협정의 서문을 고려할 때 투자 유치국의 법과 규정은 투자의 보호와 증진을 지원하는 것이지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1(1)조의 법과 규정에 따라서(according to the laws and regulations) 접수된다는 주장은 예멘의 관련 법규에 투자 접수에 관한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인데 중재 판정부는 예멘측이 그러한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투자협정의 투자의 정의에 우선하는 예멘 법규상의 투자 정의가 무엇인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법과 규정에 따른다는 구문은 투자협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으로서 이는 투자 유치국의 법제의 중요한 원칙을 위반하여(예컨대 허위 대표, 소유권 위장 등) 이루어진 투자를 배제함으로써 투자의 적법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라는 것이 이전의 판례를 통해 확인된다고 보았다. 판정부는 이 사건에서 이러한 불법성은 발견되지도 않았다고 확인하였다(판정문 100-105).
투자 인가서가 없다는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1(1)조가 추구하는 기준이 단순한 요식 행위인지 실질적인 목적인지의 문제인데 판정부는 1(1)조가 추구하는 바는 투자의 증진과 보호라는 실질적인 목적에 있다고 천명하였다. 단순한 요식 행위를 충족하지 않았다고 투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로부터 투자협정이 본래 의도하였던 보호를 박탈하는 함정이 된다고 지적하였다. 더구나 투자 인가는 법과 규정에 따른다는 구문으로 수식되고 있지 않으므로 투자협정의 목적을 감안하여 일반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106-107). 이 사건에서 제출된 자료와 증언에 비추어 볼 때 예멘이 DLP에 대해 투자 인가를 면제한 것이 확실하며 관할권을 부인하기 위해 투자 인가를 원용하는 것은 금반언(禁反言)의 원칙에 반한다고 설파하였다 (118).
2) ICSID 중재 선택의 적법성
오만-예멘 투자협정 분쟁해결 조항 11조는 분쟁 발생 시 6개월 간 우호적 해결 시도 후 국내 사법 절차, 국내 중재 절차, 아랍 투자 법원, ICSID 중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고 중재 판정은 최종적이고 당사국을 구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멘은 DLP와 예멘 중재 절차를 이용하여 판정까지 받았고 이 판정은 최종적이며 당사자를 구속하므로 11조 규정에 의거하여 ICSID의 관할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4개 분쟁해결 절차 중 하나의 이용은 당사국간 우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당사자간 해결 약정 체결이라는 우호적 합의가 이루어졌으므로 ICSID 중재를 선택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부인된다고 항변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예멘 중재와 ICSID 중재는 동일 사항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상이한 행위를 관장한다고 보았다. 분쟁 동일성을 부인한 것이다. 예멘 중재는 도로 계약의 위반을 심리하는 것이고 ICSID 중재는 예멘 정부의 행위의 투자협정 위반 여부를 다루는 것이므로 동일 사안의 재심이 아니라고 확인하였다. ICSID는 예멘 중재 절차의 간섭, 강요에 의한 해결 약정 체결 등이 투자협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이 있다고 판정하였다(136-137).
3) 해결 약정의 유효성
해결 약정의 요지는 공사 대금 2,000만불 지급, 은행 담보 해제, 장비 반출 허용으로 분쟁을 종결하고 모든 소송을 취하한다는 것이었다. 예멘은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최종 해결이라고 주장한 반면 DLP는 강박에 의해 부득이 하게 체결된 것이므로 무효이고 취소돼야 한다고 반박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예멘 중재 및 해결 약정에 이르게 된 과정을 검토하였다. 증거상 예멘이 공사 대금을 기한 내 지불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고 건설 공사의 성격상 DLP는 하청 업체에게 소요 자금을 계속 지급하여야 했으므로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예멘 대통령이 대금 지불을 약속하였으므로 DLP측에서는 공사를 계속할 유인이 있었다.
공사 현장이 하청 업자에게 점거 당하고 예멘군이 봉쇄한 상황에서 DLP는 신속한 해결을 위해 예멘 중재에 동의하였으나 이 중재는 공사 가액 측정을 타 공사의 km 건설 단가 평균을 적용하는 등 예멘 산악 지형의 특수성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청문 절차, 정보 출처 비공개, 예멘 실무자 채용 등 공정한 절차 진행이 의심되었다. 또한 중재 결과가 이행되지도 않았다(164-172). 해결 약정의 체결 과정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았다. 중재 판정부는 통상 거래 당사자가 합의를 할 경우에는 양측의 상호 양보가 있는 것이 정상적이나 해결 약정은 DLP의 일방적인 양보에 의해 체결되었다고 판단했다. 즉 예멘 중재는 예멘 중재법상 최종적이고 이행 의무가 부과되는 것이므로 DLP는 중재 결과를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아무런 반대 급부를 받지 않고 중재 결과보다 훨씬 불리한 해결 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중재 판정부는 공정하고 공평한 협상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DLP는 공사 진행을 위해 상당 자금을 선 투입했었고 예멘의 대금 불지급 상황에서도 대통령의 지급 언급 등을 믿고 공사를 계속 진행하느라 파산 지경에 까지 몰린 재정적 강박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해결 약정에 동의하였다고 설명하였으며 중재 판정부는 이를 인정하였다. 아울러 DLP는 당시 공사장이 예멘군에게 봉쇄당하고 직원이 구금되는 등 물리적인 강박 상황에 있었다고 주장하였다(176-185). 중재 판정부는 이를 인정, 해결 약정은 강박 상황에서 체결되었고 예멘이 이행 의무가 있는 중재 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해결 약정 체결을 압박한 것은 투자협정 3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2004년 예멘 중재 결과가 최종적이고 구속력이 있으므로 완전히 이행되어야 한다고 추가하였으며 pacta sunt servanda 와 금반언의 원칙상으로 볼 때에도 그러하다고 훈시하였다(205-207).
다. 평가 및 해설
1) 분쟁 동일성
이미 국내 사법 절차 등에서 심리가 끝난 사건 또는 심리가 진행 중인 사건이 새로운 사건인 것처럼 ICSID에 중재 신청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판정부는 중재 신청된 분쟁과 이전의 분쟁이 동일한 지 여부를 심리하여 중재 관할권 존재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 이러한 분쟁 동일성 심리와 관련하여 흔히 제기되는 쟁점은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계약 위반과 투자협정 위반을 상이한 분쟁으로 인정할 지 여부이다. 지금까지의 판정을 보면 분쟁의 대상이 된 문제, 분쟁을 발생시킨 사실과 심리상의 고려를 기준으로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기도 하였고 사법 심판을 청구하게 된 기본적인 근거, 이유의 동일성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도 하였다. 분쟁 내용이 동일하더라도 특정 계약 위반 여부를 다투는 분쟁과 투자협정 위반을 다투는 분쟁은 서로 다른 분쟁으로 인정하는 것이 추세이다.
계약 위반을 근거로 제기된 분쟁과 투자협정을 근거로 제기된 분쟁을 서로 다른 분쟁으로 인정한 판례로는 이 사건 외에 Pantechniki vs. Albania 사건(ARB/07/21)이 있다. 중재 판정부는 알바니아 법원에 제소된 분쟁과 ICSID 중재 신청된 분쟁의 청구 원인이 동일하기는 하나 청구인은 알바니아 법원이 부당하게 처리하여 공정한 사법 절차를 제공받을 투자협정상의 투자자의 권리가 부인되었는지에 근거하여 중재 신청하였으므로 본안 심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판정문 66-68). 분쟁 동일성에 관한 ICSID 판정을 종합한 해설은 Empresas Lucchetti vs. Peru 사건(ARB/03/4)에 수록하였다.
2) 투자 적법성
모든 투자협정은 투자에 대한 정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투자협정은 외국인 투자 보호가 주목적이고 ICSID 중재는 투자로부터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법적 분쟁을 그 물적 관할로 하고 있으므로 투자 해당 여부 판별은 ICSID 중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투자의 요건 중 ICSID 중재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투자 유치국 법령의 준수 여부이다. 투자협정상의 투자 정의는 투자 유치국의 ‘법령에 따라(in accordance with the law)’ 설립되었다는 수식 어구를 포함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혼용되고 있다. ICSID 중재에서 투자 설립의 적법성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쟁점은 위와 같은 적법성 문구가 있어야만 투자 유치국 법령에 위반하여 설립된 투자를 투자협정 보호 대상과 ICSID 중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또 다른 쟁점은 위반의 정도이다. 투자 유치국의 법령을 사소하게라도 위반하였으면 위의 적법성 문구에 의거하여 보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가 논쟁 대상이다.
위반의 대상과 관련된 다툼도 발생한다. 투자 유치국의 정식 법률을 의미하는지, 보다 넓은 범위의 법령, 조례, 규칙이나 계약상의 조건 등까지 포함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투자 유치국 법령의 위반 정도와 관련하여 ICSID 판례는 경미하고 사소하거나 요식 행위의 위반에 대해서는 적법성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급적 투자협정의 본래 목적인 외국인 투자 보호와 증진을 위해 유연한 자세를 취해 왔다. 이 사건 판정이 대표적이다. 건축 허가를 받지 않고 시설물을 건설한 것이 문제되었던 Mamidoil vs. Albania 사건(ARB/11/24)에서 판정부는 투자의 적법성을 부인할 정도의 법규 위반은 경미하고 사소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심각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설명하였으며 무허가 건설은 경미하고 사소한 수준의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Tokios Tokeles vs. ukraine 사건(ARB/02/18)에서도 사소한 흠결을 이유로 투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투자협정의 대상과 목적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결되었다. 투자 설립의 적법성에 관한 ICSID 판정의 종합 해설은 Metal-Tech vs. Uzbekistan 사건(ARB/10/3)에 수록하여 두었다.
224] 1(1) The term ‘investment’ shall mean every kind of assets owned and invested by an investor of one Contracting Party, in the territory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and that is accepted, by the host Party, as an investment according to its laws and regulations, and for which an investment certificate is issued.
본 저작물 사용 시 저작물의 출처를 표시하셔야 하며, 상업적인 이용 및 변경은 금지됩니다. 위 조건을 위반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므로 형사상, 민사상 책임을 부담 하실 수 있습니다. 상세한 안내는 링크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kogl.or.kr/info/licenseType4.do ※ 위 글은 <ISD 투자 분쟁 판례 해설> (김승호 저, 법무부)의 내용을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하에 게재한 것입니다 전체파일 다운로드 :http://www.moj.go.kr/moj/146/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bW9qJTJGOTYlMkY0MjEwMTIlMkZhcnRjbFZpZXcuZG8lM0Y%3D |
Siag & Vecchi vs. Egypt 사건(ARB/05/15) (0) | 2019.05.01 |
---|---|
Rumeli and Telsim vs. Kazakhstan 사건(ARB/05/16) (0) | 2019.05.01 |
Kardassopoulos & Fuchs vs. Georgia 사건(ARB/05/18) (0) | 2019.05.01 |
Helnan vs. Egypt 사건(ARB/05/19) (0) | 2019.05.01 |
Micula vs. Romania 사건(ARB/05/20) (0) | 2019.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