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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청구인의 투자가 국내 법원의 관할권을 회피하고 국제 중재 보호를 확보하려는 악의적인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ICSID 관할권이 부인된 사건이다. 청구인 Cementownia NOWA HUTA S.A.는 폴란드 회사로서 2003년 5월 30일 터키 發電 회사CEAS와 Kepez의 지분을 취득하였다. CEAS와 Kepez는 1950년대 설립 당시 터키 정부가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準 공공 기업이었으나 터키 정부의 사회 간접 자본 민영화 정책에 따라 정부 지분을 지속적으로 민간에 매각하여 왔다. 1992년 터키 정부는 당시까지 보유하고 있던 두 회사의 잔여 지분을 전량 Uzan 가문 소유 회사 Rumeli Elektrik에게 매각하였다.
1998년 3월 두 회사는 터키 에너지부와 발전, 송전, 배전 양허 계약을 체결하였고 해당 사업에 필요한 설비는 국가 설비를 사용하되 계약 종료 시 국가에 반납하기로 하였다. 2001년 2월 터키 정부는 전기 시장법을 제정하여 송전 업무는 국영 송전 회사에 전속시키기로 하였으며 이에 따라 CEAS와 Kepez는 사용하여 왔던 송전 설비를 국가에 당초 1998년 계약 보다 이른 시기에 반환하여야 했다. 두 회사는 터키 정부의 조치는 1998년 양허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서 자신들의 법적, 재정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였다.
당시 CEAS와 Kepez는 터키 정부와 양허 계약 이행을 두고 다투고 있었는바 돌연 Cementownia가 지분 취득을 이유로 터키 정부에 대해 에너지 헌장 조약 위반을 제기하고 나섰다(폴란드와 터키는 모두 동 조약 가입국). CEAS와 Kepez는 당시 터키 정부와 반목하고 있던 Kemal Uzan의 소유였는데 터키 정부는 Kemal Uzan이 두 회사를 보호할 수단으로 투자협정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지분을 Cementownia에게 위장 매각한 것으로 확신하였다. 중재 판정부 심리는 주로 청구인의 CEAS 및 Kepez 지분 매입의 정당성 여부 판별에 집중되었다. 양측의 다툼이 진행되던 중 폴란드 회사 Cementownia는 2003년 5월 30일 Kemal Uzan 소유의 CEAS 지분 12.23%, Kepez 지분 10.74%를 동인으로부터 매입하였고 주식 증명서도 인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터키 정부는 이 발표 직후 CEAS와 Kepez의 송전 설비 반환 거부 등 1998년 양허 계약 의무 불준수를 이유로 이 계약을 종료하였고 경찰력을 동원하여 두 회사를 접수, 각종 집기, 서류 등을 몰수하였다. 청구인은 터키가 에너지 헌장 조약 상의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고 2006년 9월 ICSID 중재를 신청하였다. 터키는 청구인은 CEAS와 Kepez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중재 신청은 위계에 의한 것이므로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주요 쟁점
터키는 Kemal Uzan 소유의 CEAS와 Kepez 지분 소유권이 사실은 청구인에게 이전되지 않았으며 설사 실제로 이전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해당 회사에 대한 터키 국내 법원 관할권을 회피하고 국제 중재로 보호하려는 전형적인 treaty shopping이며 선의의 거래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국제 중재 관할권을 위조하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해당 지분 거래 진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소유자(청구인)가 서명한 주식 증명서 원본 제출을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청구인은 석연치 않은 이유(운송 중의 보안 취약 등)로 끝내 이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Kemal Uzan은 당시 유럽 인권 재판소에서 터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었다.
이 소송에서 Kemal Uzan은 자신이 CEAS와 Kepez의 지분을 2003년 6월 30일 이후에도 소유하고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중재 판정부는 이 증언은 2003년 5월 30일 지분을 매각하였다는 이 사건에서의 청구인 주장과 상치된다고 지적하였다. 터키는 2003년 9월 CEAS가 터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CEAS는 완전히 터키 국내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고 확인한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였고 판정부는 이를 청구인의 주장과 상치되는 또 다른 사실 증거로 인정하였다. 청구인에 따르면 해당 지분 거래는 Kemal Uzan과 2003년 5월 30일 전화 통화로 합의되었고 수일 후 5월 30일자로 소급하여 문서화되었다. 그런데 이 계약서가 A4 용지 한 장 분량이었으며 4매의 사본 중 1매만 Uzan의 서명이 있을 뿐 나머지는 무서명 상태였다. Uzan은 Krakow라는 도시에서 Cementownia 이사회 의장이 서명하였다고 증언하였으나 계약서에 서명이 없는 점은 설명하지 못하였다.
청구인은 계약 체결 후 주식 증명서가 Rumeli 그룹의 신뢰할 수 있는 직원에 의해 직접 청구인에게 배달되었다고 주장하였으나 아무런 문서상의 근거나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의 신분 또는 증언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Cemetownia의 2003년 2004년 연차 회계 보고서는 2003년 5월에 있었다는 해당 지분 매입이 기입되지 않았고 2006년 이 사건 중재가 신청된 이후 발간된 2005년 보고서에 구체적인 거래 일자는 명시하지 않고 해당 거래가 2003년에 있었다는 사실만 기재되었다. 2003년 5월 거래 당시 청구인 Cementownia는 Kemal Uzan이 소유하고 있던 Rumeli 그룹사의 소유 하에 있었다. 청구인이 CEAS와 Kepez의 지분 매입에 지불한 비용은 5만불 남짓이나 3년 후 이 사건 중재를 신청하면서 요구한 보상 금액은 46억불인 점도 판정부는 미심쩍게 생각하였다.
46억불의 이권을 창출할 수 있는 거래가 한 번의 전화 통화로 이루어지고 서명도 없는 한 장짜리 계약서로 정리된 후 주주 총회에 제출하여 승인받아야 하는 회계 보고서에 누락된 일련의 정황이 거래의 진정성을 매우 합리적으로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하였다. 판정부는 아울러 10% 이상의 대규모 지분 변동은 터키나 폴란드의 해당 감독 관청에 신고되었어야 하나 이 신고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점도 주목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위와 같은 사실에 입각하여 볼 때 청구인은 CEAS와 Kepez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거나 에너지 헌장 조약상의 투자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정하였다. 아울러 청구인의 투자는 상업적인 목적의 선의의 투자가 아니라 국제 중재 활용권을 확보하려는 악의적인 것이며 터키 정부를 상대로 위계에 의한 주장을 제기한 것이라고 천명하였다(판정문 116-172).
다. 평가 및 해설
1) 중재 절차 남용의 의의와 유형
ICSID 중재 절차를 남용하기 위한 위장된 투자에 대해서는 비록 투자협정이나 ICSID 협약상의 관할권을 충족했다 하더라도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ICSID 중재 판정의 일관된 입장이다. 중재 절차를 남용한다는 것은 정상적으로는 중재 절차의 대상이 되지 않는 투자 또는 중재를 신청할 수 없는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의 사법 절차 이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ICSID 중재 관할권을 위장하여 취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관련 판례를 보면 이러한 위장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시도된다. 첫째는 ICSID 중재 신청 자격이 없는 실 소유자가 ICSID 중재 적격을 갖춘 타인에게 자신 투자의 소유권 또는 통제권을 명목상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타인 입장에서 보면 해당 투자의 구매 의사나 자기 재원의 투입은 물론 실질적인 경제 활동 의사 자체가 없이 단순히 명의만 제공하는 위장 매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투자 유치국과 원 투자 간에 분쟁이 발생한 후에 또는 발생한 조짐이 농후한 시점에 ICSID 중재 신청이 가능한 자를 소유자로 초빙하거나 ICSID중재에 회부하여 승소한 후 보상금을 획득할 목적으로 해당 투자를 매입하는 경우이다. 원 투자 소유자와 무관하고 국제 중재 승소 경험과 확신이 있는 제 3의 투자자가 실제 자신의 재원을 투입하여 분쟁 발생 가능성이라는 하자 있는 투자를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는 ICSID 관할 대상이 아닌 원 투자자가 중재 적격이 있는 동일 계열사에게 지분을 이전하는 경우이다. ICSID 중재 적격이 있는 수직 계열선 상의 회사가 각각 중복하여 중재를 신청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2) 관련 판례
이 사건처럼 ICSID 중재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소유권을 형식적으로 이전한 사례로는 체코 정부와 분쟁이 있는 회사의 소유주가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한 후 이스라엘 회사(Phoenix)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체코 국민으로서 체코에 거주할 당시 소유하였던 회사를 도로 매입하여 ICSID 중재를 신청한 Pheonix vs. Czech 사건(ARB/06/5)이 있다. 동 사건 판정부는 Pheonix의 행위는 회사의 현재 및 미래 가치에 근거한 경제적 투자가 아니며 투자가 이루어 진 전후에 아무런 경제적 활동도 없었으므로 ICSID 중재권을 획득하기 위한 가족 내의 자산 재배치에 불과하다고 정리하였다. 이러한 거래는 선의의 거래라고 할 수 없으며 ICSID 체제 하에서 보호될 수 없는 거래라고 판단하고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판정문 135-146).
터키 정부와 대립하고 있던 터이키 기업인이 자신 소유이 소유한 터키 전기 회사의 지분을 자신이 매입한 사이프러스 회사에 넘기고 ICSID 중재를 신청하게 한 Libananco vs. Turkey 사건(ARB/06/8)에서 판정부는 고액 거래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작성, 보관되지도 않은 점, 청구인의 지분 획득이 터키 법령에도 불구하고 공지되지 않은 점, 주식 이전 약정 서명이 이루어진 사이프러스에 매도인(원 소유주)의 방문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매매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따라서 청구인은 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투자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판정문 530-538). Saba Fakes vs. Turkey 사건(ARB/07/20) 역시 터키 기업인이 자신 소유의 회사 지분을 명목 상 매각하고 매수인으로 하여금 ICSID 중재를 신청하게 한 사건이다.
판정부는 청구인이 지배 주주로서 실질적인 권한 행사와 권리 보유 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하고 터키 법상의 대주주 지위 획득 신고도 시행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ICISD 협약상의 투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ICSID는 관할권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Alapli Elektrik vs. Turkey 사건(ARB/08/13)에서는 청구인이 실제 자신의 자산을 투자한 것이 아니라 타인 자산이 투자되는 통로로 이용되었을 뿐이고 국제 중재 청구 자격을 구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청구인에게 외형상의 투자자 자격을 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관할권이 부인되었다. 중재인 1인은 거래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으므로 관할권이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중재인 2인이 자기 자산을 투입하지 않았으므로 투자의 투입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분쟁 발생 시 국제 중재를 활용하기 위한 보험으로서 청구인의 명의를 이용했을 뿐이므로 관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Gambrinus vs. Venezuela 사건(ARB/11/31)에서 판정부는 청구인의 투자 요건 충족과 투자자 및 중재 신청 적격을 인정하기는 하였으나 국제 중재 절차 이용이 불가능한 원 소유자가 이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투자를 타인에게 이전하는 것은 절차의 남용(abuse of process)에 해당하고 분쟁이 개시된 이후에 청구인이 관할권을 획득한 행위는 관할권 성립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원 소유주가 파나마 정부와의 국내 분쟁이 본격화 된 때 청구인에게 지분을 매각한 Transglobal vs. Panama 사건(ARB/13/28)에서 중재 판정부는 기존에 진행 중인 국내 분쟁해결 절차 위에 새로이 국제 중재 관할권을 창설하려는 시도로서 이는 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정하였다(판정문 1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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