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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아르헨티나가 채택한 경제 위기 타개책이 청구인의 정당한 기대를 훼손하여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아르헨티나가 경제 위기 발생에 책임이 있으므로 비상 사태로 인한 국가 책임 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된 사건이다.
청구인 Impregilo 사는 이태리 회사로서 아르헨티나 상하수도 공급 처리 업체인 Aguas del Gran Buenos Aires
(이하 AGBA)의 상당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AGBA는 1999년 7월 부에노스 지역 수도청(이하 ORAB)과 부에노스
아이레스 지역의 상수도 공급 하수도 처리 용역을 제공하는 양허 계약을 체결하였다. AGBA는 계약 지역 내 주민에게
상수도를 공급하고 요금을 징수하는 한편 상수도망 확장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계획을 5년마다 입안, 이행해야 했다.
요금은 달러로 산정하고 부과 시의 환율에 따라 페소로 징수할 수 있었다. 양허 계약이 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초 ORAB측이 제시한 데이터가 실제 상황과 괴리가 있는 관계로 AGBA는 예상보다 낮은 요금 징수율로 인해 안정적인 재정 운영에 곤란을 겪었으며 5개년 확장 계획 수립도 영향을 받았다. 이외에도 양허 계약 이행을 위한 AGBA와
ORAB 각각의 의무 이행에 대해 양측은 서로 준수하지 않는다고 다툼이 있었다. ORAB의 하수처리장 불공급, 체납자에
대한 수도 공급 중단 조치 불허, 하수 처리 요금 산정에 대한 이견, 새로운 규제 제도 도입 등이었다.
한편 2002년 1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극심한 경제 위기에 봉착하여 국가 비상법(법령 25,561호)을 공표하여 외국 양허 계약 업자에게 부여한 요금 달러화 산정권한을 폐지하고 고정된 달러화-페소화 환율을 적용하여 페소화로 징수하게 하였다. 이 조치로 수입이 급감한 AGBA는 수차례 양허 계약 조건 재협의와 요금 인상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했으며 수도 공급에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AGBA는 자신들의 요청이 수락되지 않으면 부득이 양허 계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ORAB에게 통보하였으며 ORAB는 2006년 6월 AGBA가 양허 계약상의 의무를 불이행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조항에 따라 계약을 취소하였다.
청구인은 2007년 7월 아르헨티나의 조치는 이태리-아르헨티나 투자협정상의 공정 ․공평 대우 및 불법 수용 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ICSID에 중재를 신청하였다. 아르헨티나는 청구인의 주장은 근거도 없지만 설사 있다 해도 국가 위기 상황에서 취해진 조치이므로 협정 4조에 의해 면책된다고 항변하였다.
나. 주요 쟁점
1)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한 타 협정 분쟁해결 조항 차용
아르헨티나는 분쟁 발생 시 국내 법원 선 제소 후 18개월 대기 요건을 규정한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투자협정
분쟁 조항 8조 규정을 청구인이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ICSID는 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이탈리아-아르헨티나 투자협정 3(1)조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하여 미국-아르헨티나 투자협정 7조를 원용하겠다고 하였다. 이 조항에 따르면 투자자는 국내 법원이나 행정 재판소에 제소하거나, 분쟁 발생일로부터 6개월 후에 국제 중재에 회부할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처럼 중재 제기 전에 18개월 동안 국내 법원을 경유할 의무가 없었다. 이에 대하여 아르헨티나는 중재 제기 전 18개월 의 냉각 기간은 伊-아르헨티나 투자협정의 본질적인 조항이고, 따라서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MFN 조항을 원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이-아르헨티나 투자협정 3(1)조에 포함된 MFN 조항의 대상은
‘다른 체약 당사국 투자자에 의한 투자, 그 투자와 관련된 수입과 활동 및 이 협정에 의하여 규율되는 기타 모든 사안(investments
made by the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income and activiti esrelated to such investments and all other matters regulated by this Agreement)’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므로 투자와 관련된 사안에 한정되는데, 이-아르헨티나 투자협정 8조(분쟁해결 절차)의 국내 절차 사전 요건은 ‘투자’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분쟁해결 절차’에 관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MFN 조항은 8조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대우(treatment)’라는 용어 자체는 분쟁해결과 같은 절차적 사안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또한 ‘이 협정에 의하여 규율되는 기타 모든 사안(all other matters regulated by this Agreement)’이라는 문언은 분쟁해결 절차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라고 보았다. 아울러 다른 투자협정의 분쟁해결 절차를 원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국내 법원에 제소하는 것이 국제 중재에 회부하는 것보다 투자자에게 더 유리하거나 불리한지의 문제가 아니며, 중요한 것은 미국-아르헨티나 BIT에서처럼 국내 절차와 국제 중재 중에 선택하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이 국제 중재에 앞서 국내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이-아르헨티나 투자협정보다 유리한지 여부라고 하였다. MFN 조항을 분쟁해결 조항에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례는 통일되어 있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MFN 조항에서 ‘모든 사안(all matters)’ 또는 ‘투자협정이 규율하는 모든 사안(any matter)’이라고 규정한 경우에는 대체로 분쟁해결 절차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고 언급하였다. 결론적으로, 중재 판정부는 청구인이 MFN 조항을 통하여 미국-아르헨티나 투자협정의 분쟁해결 절차를 원용할 자격이 있다고 보고, 8조의 국내 법원 사전 활용 요건(18개월 대기)을 준수하지 않아 관할 요건이 흠결되었다는 아르헨티나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2) 수용
청구인의 수용 주장에 대해 중재 판정부는 청구인이 투자자로서 보유하고 있는 권리는 AGBA의 주식 소유권인데
청구인의 주식 소유권이 한시라도 박탈된 적이 없고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나 이익 향유가 아르헨티나에 의해 봉쇄된
바도 없다고 확인하였다. 계약 기간 중 AGBA의 권리에 영향을 미친 다수의 조치가 있었으나 개별적이든 총체적이든
양허권 상실이나 재산권의 상실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유일한 손실은 양허 계약의 취소 조치이나 이는 계약의 취소 조항에 의거한 계약상의 행위로서 수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ORAB는 AGBA가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내역을 수량화하여 제시하였으며 중재 판정부는 AGBA의 계약 의무 불이행을 사실이라고 인정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ORAB는 AGBA가 대체적으로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고 이를 근거로 계약을
취소하였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계약 종료는 수용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판정문 275-283).
3)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중재 판정부는 공정․공평 대우 심리에 앞서 계약상의 권리는 조약상의 권리와 분리해야 하며 국가나 그 기관의
행위가 주권적인 권한 소지자로서의 행위인지 계약 당사자로서의 행위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물론 투자자와 계약을 체결한 국가 기관이 계약 위반에도 해당하고 동시에 국가 기관이라는 지위를 남용하여 투자자에게 손실을
초래함으로써 투자협정의 국가 책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중재 판정부는 청구인이 공정 ․공평 대우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아르헨티나의 행위가 단순한 계약 위반 사항인지, 계약 위반임과 동시에 국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위인지 나누어 검토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청구인이 제시한 행위 – 제공 자료의 부실, 공사 대금의 미납, 하수 처리 비용 산정 방법, 체납자에 대한 수도 공급 중단 금지, 수도 계량기 설치 의무 부과 등을 각각 계약서에 비추어 검토하고 이들 조치는 모두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정리하고 따라서 투자협정의 공정․공평 대우와는 무관하다고 판정하였다(296-309).
계약 당사자로서의 행위이나 그 책임을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는 작위, 부작위의 행위가 있었는지 검토하는데
있어 중재 판정부는 아르헨티나가 경제 위기 극복 대책으로 시행한 국가 위기법(법령 25,561호)이 계약 이행에 미친
파장에 주목하였다. AGBA가 재정 위기에 봉착한 근본 원인은 요금의 달러화 산정을 금지한 이 법 때문이었다고 AGBA도 인정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비록 AGBA가 아르헨티나의 환율 관련 법안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고 아르헨티나가 이를 보장할 의무도 없으나 이 위기법으로 인해 AGBA는 궤멸적인 타격을 보았다고 지적하는 한편, 양허 계약 12.1.1.조에 요금은 운용, 관리, 감가상각 비용을 보전하고 합리적인 수익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ORAB는 AGBA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강구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실제로 AGBA는 양허 계약 조건 재협의를 수차례 요구하였으나 ORAB는 이를 등한시하였다고 지적하고 위기법이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ORAB는 AGBA와 양허 계약상의 의무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여 양허 계약 당사자 사이의 새로운
평형을 찾았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재 판정부는 아르헨티나가 양허 계약의 합리적인 평형을
복원하는데 실패함으로써 공정 ․공평 대우를 부여해야 하는 투자협정상의 의무를 위반할 정도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판정하였다(320-331).
4) 국가 위기 상황
아르헨티나는 자신의 조치가 위법 사항이 있다 하더라도 당시의 긴박한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취해 진 것이므로 투자협정 4조에 의해 면책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중재 판정부는 4조는 소요, 봉기, 위기 상황 등으로
초래된 손실에 대해 내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하라는, 즉 발생된 손실에 대한 조치이지 손실을 초래한 조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아르헨티나에 의해 수행된 어떠한 위반도 4조에 의해 용인되지는 않는다고 확인하였다
(340-341).
오히려 중재 판정부는 아르헨티나의 위법 행위가 국제법 위원회의 국가 책임에 관한 초안 25조의 긴급 피난으로
인한 면책 범위에 해당되는지를 심사하였다. 그 결과 당시의 경제 위기가 심각하고 긴급한 위험이었고 아르헨티나의
핵심적인 이익을 보호해야 했다는 점(1(a)항), 타방 국가(이 경우 이태리)의 핵심적인 이익을 손상하는 조치는 아니었다는 점(1(b)항), 아르헨티나에 국가 위기 사태를 인용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적 의무가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점(2(a)항)은 충족하였으나 2(b)항 긴급 사태 발생에 자국이 원인을 제공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요건은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 외생적인 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정부의 누적된 경제 정책 및 운영 실패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의 국가 위기를 이미 확인된 투자협정의 위반의 위법성을 배제하는 근거로
인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350-359).
다. 평가 및 해설
이 사건 판정부는 2001년 경제 위기 발생의 책임이 아르헨티나에게 있다고 판단하여 아르헨티나가 안보상 예외
조항을 적용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경제 위기와 관련된 아르헨티나 사건은 모두 10 건이며 이 중 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사건 판정부와 같은 논리로 안보상 예외 조항 적용을 부인하였다.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 사건에 대한 해설은 Metalpar vs. Argentina 사건(ARB/03/5)에 수록하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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