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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싱가폴을 관통하는 말레이시아 철도를 폐선하고 철도 부지를 싱가폴에게 반환하는 대신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이 공동 설립한 합자 회사에게 싱가폴 시내 일정 구역의 개발권을 부여함에 있어서 동 회사가 싱가폴 국내법상의 개발 이익 환수금을 지불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싱가폴 북쪽에서 남쪽 해변 중심지까지 도시 전체를 관통하여 말레이시아 철도가 운영하고 있었다. 철도 부지는 1835 년 당시 싱가폴 지역 관할청으로부터 말레이시아 철도청이 사실상 무기한 조차받은 것이었다. 싱가폴이 발전하면서 도시 중앙을 가로 질러 운행하는 철도는 도시 개발에 장애가 되기 시작하였다.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폴로 진입하는 기차는 남부 항만 중심지에 소재한 철도 종착역에서 입국 절차를 받도록 되어 있는 점과 일단 싱가폴에 진입한 이후에는 불가피하게 저속으로 운행해야 하는 점을 악용하여 도심에서 정차나 서행하는 와중에 기차에서 내려 버리는 불법 입국자나 물건을 약속된 장소에 투기하는 형식의 밀수 루트
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은 1990 년 11 월 27 일 말레이시아가 싱가폴 내 철도 부지를 싱가폴에게 반환하는 대신 양국이 설립하는 합자 회사에게 싱가폴 내 3 개 구획 개발권을 부여하는 요지의 합의(Points of Agreement, 이하 1990 년 POA)에 도달하였다. 그 후 양국은 말레이시아 세관의 이전 위치, 철도 부지 반환에 대한 보상 가액, 반환 대가로 제공되는 구획의 위치 및 면적 등 POA 이행에 관한 세부 사항에 대해 이견이 발생하는 등의 우여곡절로 인해 20 년 가까이 POA 를 이행하지 못하다가 2010 년 5 월 기존 POA 를 일부 개정하여 신속히 이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양국은 공동 출자하여 합자 회사를 수립하였고 개발 부지를 지정받아 건물 시공 등 개발에 착수하려고 하였으나 싱가폴 국내법상의 개발 이익 환수금을 납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발생하였다. 싱가폴은 시공사가 건설 면허를 받아 일정 부지를 개발할 경우 발생하는 개발 이익금의 일부를 미리 환수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싱가폴은 이 제도는 모든 개발 주체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므로 양국 합자 회사도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말레이시아는 이 사업의 경우 건축 허가는 통상의 경우처럼 싱가폴 당국이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POA 의 요건 중의 하나로 발급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하였으며 따라서 납부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은 이 문제를 PCA 에 의뢰하기로 2012 년 1 월 9 일 합의하고 PCA 국가간 분쟁 중재 처리 규칙에 의거하여 판정부를 구성하고 동 규칙상의 심리 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싱가폴은 POA 상 합자 회사에게 예외적인 권한과 대우를 부여한 것이 없으므로 이 회사는 여타의 건설사와 동일하게 싱가폴 국내법을 적용받아야 하므로 개발 이익 환수금 납부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POA에 합자 회사는 개발 비용을 부담한다는 문안이 있고 개발 이익 환수금은 개발 비용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납부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말레이시아는 POA 상 합자 회사가 개발하는 사업의 성격은 철도 부지 반환의 상응 조치로 특별히 제공되는 부지에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이 합의한 시설을 건설하는 특수한 것이므로 비록 합자 회사가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통상의 경우처럼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할지라도 해당 부지의 가액을 상승시키는 것은 이 건설 허가가 아니라 부지를 제공하여 양국이 합의한대로 개발되도록 해야 하는 싱가폴의 POA 상의 의무이므로 개발 이익 환수금 납부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개발 이익 환수금은 예상 이익의 50~70% 수준이었고 근거 규정은 1964 년 건축법이었다. 동 법 12(1)조는 누구나 건설 허가 없이는 토지를 개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며 35(1)조는 12(1)조의 건설 허가로 개발되는 모든 토지에 대해서는 개발 이익 환수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관공서가 매각하는 토지를 매각 계약에 규정된 목적으로 개발할 경우에는 납부가 면제되었다.
판정부는 POA 의 개발 비용은 합자 회사가 배당받은 부지를 개발하는데 소용되는 비용을 조달한다는 일반적인 의미이므로 싱가폴의 주장처럼 개발 이익 환수금이 포함될 수도 있으나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개발 비용에 개발 이익 환수금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아니라 개발 이익 환수금의 납부 의무가 합자 회사에게도 있는지 여부이므로 싱가폴의 주장은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판정문 para 149).
판정부는 말레이시아의 주장이 더 일리가 있다고 보았다. 개발 이익 환수금은 합자 회사가 건설 수행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통상의 조세나 수수료와는 다르다고 보았다. 정부 수입 확보를 위한 통상의 조세가 아니라 국가가 발급하는 건설 허가로 인해 창출되는 이익의 일부를 공적인 목적을 위해 환수하려는 특수한 성격의 조세라고 판단하였다. 판정부는 싱가폴 당국이 매각한 소유 부지가 계약에 규정된 목적으로 개발될 경우에는 개발 이익 환수금을 부과하지 않는 점을 환기하고 성격상 이 사건 해당 부지의 개발도 이와 유사하다고 보았다. 당국 소유 부지 매각에 개발 이익 환수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은 매각 시점에 이미 당국이 소정의 매각 이익을 실현하였으므로 중복하여 징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겠으나 철도 부지 반환의 댓가로 시내 중심지 토지를 합자 회사에 일정 조건하에 제공한 것과 특별한 개발을 위해 정부 소유 토지를 매각한 경우 간에는 유사성이 있다고 판정부는 지적하였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은 해당 부지에 건설할 시설물 등에 대해 합의하였으므로 특별한 개발 목적을 위해 토지를 매각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POA 에 합의된 개발 진행을 위해 필요한 건설 허가를 싱가폴이 발급하지 않는 것은 POA 상의 싱가폴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므로 개발 이익이 발생한다 하여도 이는 건설 허가 자체에서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레이시아 주장을 용인하였다. 판정부는 또한 정부 소유 토지 매각의 경우 개발 이익 환수금을 징수하지 않는 것은 매각 대금에 이미 구매자가 개발로 인해 획득할 이익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유사한 논리로 싱가폴은 합자 회사의 주주로서 회사를 통해 개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자 회사가 개발 이익 환수금을 납부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내렸다(para. 152~156).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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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