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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Lotus 사건(France v. Turkey, 1927. 9. 7. 판결) 본문

S.S. Lotus 사건(France v. Turkey, 1927. 9. 7. 판결)

국제분쟁 판례해설/상설국제사법재판소(PCIJ) 판례 2019. 4. 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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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공해상에서 발생한 충돌 사고로 터어키 선박이 침몰되게 하고 선원 다수를 사망케 한 프랑스 선박 선장에 대해 터어키가 형사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1926년 8월 2일 프랑스 여객선 Lotus호가 에게해에서 터어키 화물선 Boz-Kourt호와 충돌하였다. Boz-Kourt호는 침몰하여 8명의 선원이 사망하였고 Lotus호는 생존자 10여명을 구조한 후 예정되었던 항해를 계속하여 8월 3일 이스탄불에 입항하였다. 터어키 경찰은 사고 조사 후 8월 5일 Lotus 호 선장인 프랑스 국적의 Demons와 Boz-Kourt호 선장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하여 형사 절차를 진행하였다. 8월 28일 형사 재판이 개시되었고 Demons는 자신이 프랑스인이고 사고 해역이 터어키 영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터어키 형사 법원의 관할권을 시비하였으나 형사 법원은 관할권이 있다고 결정하고 심리를 진행하여 9월 15일 Demons에게 구류 80일과 22파운드의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프랑스는 터어키 법원의 관할권을 시비하고 프랑스 법원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터어키와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양국은 터어키 법원의 관할권 보유 여부를 PCIJ에 회부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특별 약정을 1926년 10월 12일 체결하였다. 양국은 Demons 선장에 대한 터어키의 형사 관할권 행사가 국제법 원칙과 합치하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줄 것을 1927년 3월 1일 PCIJ에 청구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형사 관할권 해외 행사 금지 원칙의 존부

 

   재판부는 우선 터어키 법원이 관할권 행사를 정당화하는 법적인 근거(title)가 있어야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아니면 터어키 법원의 관할권 행사가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관할권 행사는 용인되는 것인지 검토하였다. 재판부는 특별 약정을 통해 분쟁 당사국이 재판부에 청구한 것은 터어키에게 형사 관할권 행사 권한을 부여하는 국제법 원칙의 존부가 아니라 관할권 행사를 금지하는 국제법 원칙의 존부라는 점을 우선 환기하였다. 이미 터어키의 형사 관할권 행사는 이를 금지하는 국제법이 없는 한 용인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청구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독립된 국가의 자유 의지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법은 타국 영토 내에서의 주권 행사를 금지하고는 있으나 외국 발생 사건을 국내 법원이 수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하였다. 예외적인 경우 외국 사건 수리를 제한하는 규범이 있을 수 있으나 모든 국가는 자유 의지로 이러한 제한 규범을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국제법 원칙이라고 재판부는 설시하였다. 분쟁 상대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 발생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국가의 규범이 다양한 점, 관할권 존부에 관한 논의가 다양하고 유럽과 미주 국가가 국가의 관할권 행사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다양하게 전개해 온 점 등은 바로 국가의 이러한 자유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국제법에 부과된 관할권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을 것일 뿐 이 한계 내에서 관할권 행사 권한은 각국의 주권 사항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따라서 국가에게 매 사건별로 관할권 행사를 허락하는 규범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반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시하였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원칙이 형사 관할권에도 적용되는지 살펴 보았다. 재판부는 형사법의 영토성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영토 주권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언급하였다. 많은 형사법 체제에서 영토성을 중요한 원칙으로 인정하기는 하지만 형사법을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에도 확대 적용하는 경우가 국가마다 다르다고 보았다. 터어키도 같은 주장을 제기하였다. 프랑스는 외국에 있는 자국민에게 자국 형사 관할권을 적용하거나 국가 안보 위해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법을 영토 외에도 적용하는 등의 경우는 형사법의 영토성 원칙의 예외에 해당하며 특별히 이를 허락하는 규범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프랑스의 주장을 채택한다 하더라도 형사법에 관련된 문제에서 국가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제법 원칙이 존재하는지 밝혀야 하는 똑같은 어려움에 봉착한다고 지적하였다.

 

   2) 프랑스 주장에 대한 평가

 

   재판부는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검토하여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국제법 원칙으로 발전한 선례가 있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프랑스가 제기하는 형사 관할권 해외 적용 금지 이론의 근거는 세가지라고 보았다. 첫째는 외국에서 행해진 외국인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희생자가 자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국 국적국이 형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국제법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위반 행위가 프랑스 영토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재판부는 위반 행위의 효과가 터어키 선박에 대해 발생하였고 터어키 선박에 대한 터어키의 형사법 적용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희생자 국적국이라는 이유로 형사 관할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는 프랑스의 주장이 설사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가정하여도 다른 기준, 예컨대 위반 행위의 효과 발생지를 근거로 관할권을 주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또 다른 법규가 존재하지 않는 한 프랑스의 주장은 이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고 설시하였다. 재판부는 다른 기준을 근거로 한 관할권을 금지하는 주장을 프랑스가 심리 과정 중 제기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여 두었다. 반면 재판부는 다수의 국내 법원이 위반의 효과가 자신의 영토적 관할권 내에서 발생한 위반 행위를 자신의 영토적 관할권 내에서 발생한 위반 행위와 유사하게 취급한 점은 사례 조사 결과 충분히 수립되었으며 이들 사건 중 외교적 보호권이 행사된 사례도 없다고 확인하였다. 또한 이 사건을 의뢰한 특별 약정은 국제법의 원칙과 터어키의 형사법 간의 충돌을 고려하고 있지도 않으며 터어키의 형사법은 피해자의 국적을 기준으로 형사 관할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환기하였다. 재판부는 설사 터어키 형법의 피해자 국적을 기준으로 한 관할권 행사 조항이 국제법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가정하여도 터어키 형사법에는 관할권 행사 근거 조항이 다수 있으므로 조항 적용의 오류라고 설명하고 국제법과 합치될 수 있는 또 다른 조항을 관할권 행사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하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위반 행위의 효과가 터어키 선박에 대해 발생하였으므로 Demons 선장이 단지 프랑스 선박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터어키 당국이 그에 대해 형사 관할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프랑스의 두번째 논리는 공해상 선상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는 치적국이 배타적인 관할권을 보유한다는 소위 기국(旗國)주의론이었다. 재판부는 항해의 자유는 선상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는 치적국(置籍國) 외에 여타 국가는 어떠한 관할권도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포하고 있으며 기국주의는 선박을 치적국의 영토와 유사하다고 본다고 이해하였다. 재판부는 이 논리와 마찬가지로 치적국은 자신이 영토 상에서 행사하는 권한 이상을 선박에 대해 주장할 수 없다고 확인하였다. 공해에서의 선상 행위는 기국의 영토에서 발생한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할 것이므로 공해상 선상 행위가 타국 선박에 대해 위반 효과를 발생할 경우 피해 선박의 국적국은 자신의 영토 내에서 위반 효과를 발생시킨 행위에 대해 행사하는 것과 동일한 관할권을 피해를 초래한 선박에 대해 행사하는 것이 국제법에 의해 금지되지 않는다고 논설하였다. 학설이나 국제 관습법상 이와 다른 추론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확인하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기존 유사 사례를 검토한 결과 기국의 배타적인 관할권이 보편적으로 인정된 것도 아니라고 첨언하였다.

   프랑스의 세 번째 논리는 충돌 사건에서는 충돌 선박의 기국이 형사 관할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국제법 원칙으로 확립되었다는 것이었다. 프랑스는 선박 충돌 사건은 대개 민사 소송으로 처리되고 형사 법원에서 심리된 것은 드물기는 하지만 모두 충돌 선박의 기국 형사 법원이 심리하여 왔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프랑스는 해당 사례를 수 건을 제시하고 피해 선박 국적국이 형사 관할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충돌 선박 국적국의 관할권 행사를 묵시적으로 동의한 증거이며 이는 적어도 충돌 사건에서는 기국주의가 국제법 원칙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입장을 개진하였다.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프랑스가 제시한 사례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피해 선박 국적국이 형사 절차 개시를 자제한 것이지 그리해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를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형사 관할권 행사 자제가 자제 의무의 인식 하에 행해졌어야만 국제 관습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사례를 볼 때 자제 의무를 인식했다고 추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인식하지 못했다고 점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재판부는 이 문제에 대해 판결한 국제 법정은 아직까지 없으며 일부 국내 법원의 판결 사례가 있을 뿐이나 이들 중 일부는 프랑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하나 일부는 그렇지 않다고 소개하고 국내 법원의 판결례도 일관되지 못한 상황이므로 국내 판결 사례가 프랑스가 주장하는 국제법 원칙으로서의 충돌 사건에 대한 기국주의를 시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선박 충돌 사건은 충돌 선박 국적국이 배타적인 형사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 국제법 원칙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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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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