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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투자 유치국 법원의 판결, 특히 최종심 이전 단계의 판결이 사법 부인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청구인 Mr. Franck Charles Arif는 프랑스인으로서 몰도바 기업인 Le Bridge사를 100% 소유하고 있었다. 2008년 7월 몰도바-루마니아 국경 5곳의 세관 지역에 면세점을 운영하는 계약을 몰도바 재경부와 체결하였다(2008년 약정). 청구인은 이 약정이 면세점 독점 개점, 운영권을 부여했다고 주장하였으나 몰도바 정부가 타 기업에게도 면세점 개점을 일정 조건 하에 허락할 때까지라는 조건이 부대되어 있어 완전한 독점권은 아니었다. Le Bridge는 2008년 약정을 근거로 실제 면세점을 개장할 세관과 업장 임차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개점 준비를 하였으나 소방 시설 기준 미달 문제가 발생하여 일부 점포의 개점이 지연되었다. 몰도바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약정이 독점 금지 법령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여 점포의 개점이 지연되었고 재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간의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Le Bridge는 일단 준비가 된 면세점을 개점하였다. 몰도바 국내 면세점 업체 Dufremol사는 2008년 약정이 독점 금지법 위반이라고 행정 법원에 제소하였으며 가처분, 상소 등의 법정 다툼 끝에 2010년 11월 2008년 약정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8년 약정을 근거로 체결한 5곳 세관과의 임차 계약도 취소되었으나 실제 취소되기 전까지 상당 기간 Le Bridge는 국경 면세점을 운영하였다.
Le Bridge는 국경 면세점 외에 Chisinau 국제 공항에도 면세점을 개점하기 위한 임차 계약을 2008년 7월 공항 관리 공사와 체결하였다. Dufremol사는 이 계약 무효 소송을 2009년 11월 10일 공항공사와 Le Bridge를 상대로 제기하여 일단 동일 면세점 개점 중지 가처분을 받아 냈다. 공항공사는 즉시 Le Bridge의 면세점 상품 반출을 위한 접근도 금지하였고 소송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Le Bridge에 비해 미온적으로 대처한 반면 자신이 Le Bridge와 체결한 임차 계약 중단 등의 조치는 신속하게 처리하였다. Le Bridge는 Dufremol사를 상대로 반대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2011년 3월 대법원은 공항 면세점 승인 취소 판결을 최종 확정하였고 공항 공사는 Le Bridge 퇴거시키기 위한 소송을 개시하였다.
청구인 Arif는 몰도바의 조치가 수용, 사법 부인,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프랑스-몰도바 투자협정에 근거하여 2011년 7월 ICSID 중재를 신청하였다.
나. 주요 쟁점
1) 수용
청구인은 몰도바 법원이 2008년 약정과 임차 계약을 무효화한 것은 자신의 투자를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2008년 약정과 임차 계약이 대법원까지 참여한 몰도바의 사법 체제 전체의 최종 판결로써 무효화되었고 청구인도 적용된 몰도바 법 자체의 흠결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몰도바 사법부가 법의 적용을 잘못 했다는 주장인 점에 주목하였다. 판정부는 몰도바 사법부와 청구인 경쟁사간의 결탁이 있었다는 청구인의 주장과 몰도바 사법부의 행위가 사법 부인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기각된 점을 환기하고 몰도바 법원이 청구인 경쟁사가 제소한 일련의 소송에서 몰도바 법률을 정당하고 신의에 맞게 적용하지 못했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증거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판정부는 Le Bridge사는 몰도바 법에 의거 몰도바 법정에서 항변할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고 활용하였으며 판정부는 국내심에 대한 상소심이나 최종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몰도바 사법부의 2008년 약정 무효 판결을 새로이 심리할 권한이 없다고 확인하였다. 판정부는 2008년 약정 등이 몰도바 법에 의해 무효라고 판결된 것은 청구인 Arif의 권리를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더구나 국경 면세점은 (2008년 약정이 무효화되었으므로 조만간 취소, 종료될 법적인 불안정성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영업 중에 있으므로 청구인의 투자 소유권, 활용 및 수익이 탈취된 것이라 볼 수 없고 따라서 수용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하였다 (판정문 415-418)
2) 사법 부인
청구인은 2008년 약정과 임차 계약을 무효화한 몰도바 법원의 판결은 관련 법을 잘못 적용한 것이고 제소자인 청구인의 몰도바 국내 경쟁 회사와 법원간의 결탁 의혹 등을 근거로 몰도바는 사법 부인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판정부는 사법 부인의 범위와 개념에 대해 관련 판례와 학설을 제시하였다. 판정부는 국내 법원이 조약상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국제적 의무를 위반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곧 사법 부인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사법 부인의 요체는 사법부에 의한 국내법의 적용 오류나 절차 또는 판결을 통한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불공정성의 불발생이나 시정을 보장하는 사법 체제의 수립, 유지 여부라는 학설405]을 인용하였다(429). 판정부는 아울러 사법 부인은 해당 소송 절차에 당사자로 참여한 자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이나 청구인 Arif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었으므로 사법 부인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정하였다(435).
판정부는 그러나 사법 부인은 투자자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차원에서도 심리할 수 있으며 공정 ․공평 대우는 국내 회사(이 사건 경우 Le Bridge)의 외국인 주주(즉 Mr. Arif)에도 적용되므로 청구인이 사법 부인이라고 주장하는 행위가 공정․공평 대우를 침해했다면 몰도바는 외국인 주주에 대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의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에는 두 가지 제한, 즉 첫째, 국제 중재는 국내심의 상소심이나 최종심이 아니므로 해당 국내법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나 적용으로 국내 법원의 해석이나 적용을 대체할 수 없으며 둘째 국내 사법 체제의 최종심이 나온 후에야 사법 부인을 통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여부를 살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가 불공정하고 편향된 절차를 거쳐, 정상적인 재판부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의 터무니없이고 틀린 방식으로 관련 법률을 잘못 적용하여 최종 판결을 내린 경우에야 사법 부인에 의해 공정․공평 대우가 침해된 것이며 국가는 하급심의 부당한 판결에 항변할 수 있는 기제를 보장하는 한 하급심의 부당한 판결과 행위에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중재 판정부는 사법부가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절차와 명백하게 틀린 최종의 구속적인 결정을 내린 경우에 국가는 공정․공평 대우의 책임이 있다고 요약하였다(438-445).
중재 판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2008년 약정과 임차 계약이 무효화된 심리 과정을 살펴 볼 때 Le Bridge에게 항변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등의 현저히 부당한 절차 속에 진행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고 법원의 판결도 매우 자세하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청구인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3)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청구인은 사법 부인을 통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주장 외에 몰도바 정부의 작위, 부작위 조치로 인해 초래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주장도 제기하였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정당한 기대를 훼손하였으며 몰도바 정부 기관의 행위와 판단이 일관성이 없었으며 공항 공사의 면세점 폐쇄 및 퇴거 과정 상의 조치가 부당했다는 주장이었다.
중재 판정부는 공항 면세점의 경우 공정․공평 대우가 보장되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 공항 면세점 임차 계약이 2009년 11월 10일, 면세점 개장 이틀 전에 경제 순회 법원에 의해 정지되자마자 공항 당국이 Le Bridge의 접근을 즉각 봉쇄하고 2011년 11월에야 접근을 허가하여 개장 준비를 위해 진열된 상품을 반출하지도 못하게 한 점, 법원 명령 집행에는 신속했으면서도 임차 계약의 당사자로서 Le Bridge의 투자를 유치했으면서도 Le Bridge의 투자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국가 기관으로서가 아니라 방관자처럼 행동하여 Le Bridge의 매장 접근을 허가하는데 지지부진한 점 등은 청구인의 투자자로서의 정당한 기대를 훼손한 것이고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547).
판정부는 국경 면세점의 경우 청구인이 개점 및 운영 독점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2008년 약정이 전속적인 독점권을 부여했다고 해석하기 어려워 독점권에 청구인의 기대가 정당하다고 볼 수 없고 정당한 기대란 청구인이 기대하는 모든 것에 적용되지는 않는 것이므로 몰도바 국가 기관 행위 간의 비일관성, 소방 검열로 인한 개점 지연 등은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판시하였다(553-555).
다. 평가 및 해설
1) 최혜국대우 조항을 이용한 타 협정 조항 차용
프랑스-몰도바 투자협정에는 계약 위반을 조약 위반화 하는 우산 조항이 없었다. 청구인은 영국, 미국-몰도바 투자협정의 우산 조항을 프랑스-몰도바 투자협정의 최혜국대우 조항을 이용하여 이 사건에 차용하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판정부는 청구인의 주장을 수용하였다. 판정부는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해 타 협정의 실질적 권리 조항을 도입할 수 있으며 우산 조항의 보호 대상인 계약상의 의무, 약속 준수는 실질적인 권리에 해당하므로 우산 조항은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해 차용될 수 있다고 판정하였다. 하지만 이는 굳어진 판례는 아니다.
EDF vs. Argentina 사건(ARB/03/23) 판정부는 최혜국대우 조항을 원용하여 타 투자협정의 우산 조항을 차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판정부는 그렇지 않을 경우 제 3국에게 보다 유리한 대우를 부여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고 이는 최혜국대우 조항이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유엔 국제법 위원회(ILC) 최혜국대우 조항 초안 8(1)조406]는 최혜국대우 조항이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권리는 투자협정의 실질적인 사항에 관한 것에 한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양허 계약상의 투자 유치국의 약속과 관련된 사항은 명백하게 실질적인 조항이므로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한 우산 조항의 차용은 허락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판정문 929-937).
이와 달리 Teinver & Autobuses Urbanos vs. Argentina 사건(ARB/09/1) 판정부는 분쟁 당사자 간의 스페인-아르헨티나 투자협정 IV조407](최혜국대우)는 명백하게 ‘이 협정에서 다루는 문제에 대해서’라고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있고 우산 조항을 협정 내에 포함시키고자 했다면 이를 언급하였을 것인데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리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이해된다고 판단하였다. 판정부는 체약국이 협정에서 배제한 대우나 권리를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해 임의로 도입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판정부는 최혜국대우는 타 협정의 보다 유리한 대우를 도입하여 본 협정에 이미 기재된 해당 대우의 수준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였다(판정문 880-885).
Teinver & Autobuses Urbanos vs. Argentina 사건(ARB/09/1) 해설에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한 타 협정 조항 차용에 관한 ICSID 판례를 종합하여 수록하였다.
2) 사법 부인
이 사건 판정부는 국제 중재는 국내심의 상소심이 아니므로 해당 국내법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나 적용으로 국내 법원의 해석이나 적용을 대체할 수 없으며 둘째 국내 사법 체제의 최종심이 나온 후에야 사법 부인 존부를 심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판례 축적을 통해 확립된 원칙이어서 현재까지 이를 부인하는 판정은 나온 바 없다.
Azinian vs. Mexico 사건(ARB(AF)/97/2) 판정부는 국제 중재가 국내 재판의 상소심이 아니므로 국내 법원 판결의 정당성을 심리할 수 없다고 보았으며 Lowen vs. USA 사건(ARB(AF)/98/3) 판정부는 상급심의 교정 가능성이 있으면 부당한 하급심 판정은 사법 부인이라고 볼 수 없고 최종 판정은 잔여 사법 절차가 종료되어야 내릴 수 있으며 ICSID 중재가 국내 법원의 상소심이 아니라고 정리하였다. Mamidoil vs. Albania 사건(ARB/11/24) 판정부는 중재 판정은 국내 법원 심리에 대한 상소심이 아니라는 원칙을 재확인하였고 FASGT & Alghanim vs. Jordan 사건 (ARB/13/38) 판정부는 국내 최종심 판결이 정상적인 재판부라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inexcusable) 수준인지를 심리하는 것이 사법 부인이라고 밝혔다.
405] Paulsson, J., Denial of Justice in International Law , Cambridge Press 2005, page 72~84.
406] 8(1). The right of the beneficiary State to most-favoured nation treatment arises only from the most-favoured-nation
clause referred to in article 4, or from the clause on most
favoured-nation treatment referred to in article 6, in force between the granting State and the beneficiary State.
407] Article IV TREATMENT 1. Each Party shall guarantee in its territory fair and equitable treatment of investments made by investors of the other Party. 2. In all matters governed by this Agreement, such treatment shall be no less favorable than that accorded by each Party to investments made in its territory by investors of a third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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