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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1 차 대전 후 과거 독일 식민지였던 남서아프리카 지역(현재의 나미비아)의 위임통치를 위탁받았던 남아공(당시는 남아프리카 연방)이 위임통치국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이디오피아와 라이베리아가 제소하여 ICJ 관할권 존부 및 이디오피아와 라이베리아의 당사자 적격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사건이다. 1919 년 1 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처리를 위한 베르사이유 조약에서 독일은 모든 해외 식민지를 포기하였고 이미 이들 식민지를 점령하고 있었던 승전국은 위임통치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독일 식민지를 차지하기로 하였다. 승전국은 독일 식민지를 위치 및 발전 정도 등에 따라 A, B, C 3 개 그룹으로 나누어 A 는 조속한 시일 내에 독립, B 는 위임통치국과는 별도의 행정 구역으로 분리하여 위임통치, C 는 위임통치국이 자국 영토의 일부로서 통치하기로 하였으며 이 제도를 이후 설립된 국제연맹에 그대로 반영하였다. 국제연맹 협약은 22 조에 패전국 식민지로서 자치 능력이 부족한 지역은 주민의 복지 및 발전을 증진하기 위하여 국제연맹을 대표하는 국가가 위임통치한다고 규정하고 위임통치 지역을 위와 같이 3 개 그룹으로 나누었다.
남서아프리카는 위임통치국이 영토의 일부로서 통치하는 C 그룹으로 분류되었으며 남아공이 위임통치국으로 지정되었다. 각 위임통치국은 국제연맹과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가 규정된 위임통치 약정을 체결하였으며 남아공의 위임통치 약정 7 조는 여느 약정과 같이 위임통치국의 의무 위반에 대해서 상설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다는 사법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국제연맹 협약 22 조는 각 위임통치 국가에게 연차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였고 상설 위원회가 이를 심사하여 총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위임통치 제도의 기본 정신은 주민의 자치 능력을 배양하고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여 궁극적으로는 독립시키려는 것이었으나 남서아프리카를 위임통치한 남아공은 해당 지역을 독립시킬 의사를 보이지 않은 채 남아공 내에서 시행하였던 인종 차별
정책(apartheid)을 통해 주민을 억압하였고 연차 보고서 제출 의무도 준수하지 않았다. 1946 년 4 월 국제연맹이 資産과 위임통치령 등을 국제연합에 승계한 후 해산된 이후 남아공은 남서아프리카를 아예 자국 영토로 취급하여 위임통치국에게 부여된 자치 능력 향상, 복지 및 발전 지원 등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
이에 이디오피아와 라이베리아는 1960 년 11 월 4 일 남아공화국의 위임통치 의무 위반 확인 소송을 ICJ 에 청구하였다. 주요 청구 내용은 1920 년 12 월 17 일 국제연맹 이사회에서 확정된 남서아프리카 위임 결의안이 ICJ 37 조상의 국제 조약에 해당하며 남아공은 국제연맹 협약 22 조에 규정된 의무를 준수할 책임이 있고 국제연합 총회가 감독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남아공이 남서아프리카 주민의 물질적, 정신적 복지와 사회 발전 증진에 실패하였고 인종차별 정책을 실시하였을 뿐 아니라 자의적, 비합리적, 부당한 법규 등을 채택하여 시정(施政)한 것은 위임 결의안과 국제연맹 협약 22 조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하여 달라는 것이었다. 남아공은 국제연맹의 남서아프리카 위임 결의안은 국제연맹이 해산되었으므로 더 이상 ICJ 헌장 37 조에 규정된 '발효 중인 조약(treaty or convention in force)'가 아니므로 ICJ 는 이 사건 관할권이 없을뿐더러 이디오피아와 라이베리아는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적격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이들의 재판 청구는 수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ICJ 헌장37조에 따른 관할권 존부
위임통치국은 국제연맹 이사회와 위임통치 내용 및 조건 등에 관한 구체적인 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는 이와 같은 약정 체결 대신 이사회의 결의 형식으로 채택되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결의 형식의 문건도 ICJ 헌장이 분쟁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 '조약이나 협정'에 해당할 수 있는지 우선 살펴보았다. 재판부는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는 국제연맹 이사회의 결의안 형식을 띄고 있으나 여느 결의안과 달리 사실적 측면과 법적 측면 모두에서 조약 또는 협정의 성격을 갖는 위임통치국과 국제연맹간의 국제적 합의라고 보았으며 이는 결의안 서문과 내용에 위임통치의 경과와 국제연맹 협약 22 조의 규정이 기재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명백하다고 판단하였다. 서문에는 승전국이 1919 년 5 월 위임통치를 제안한데 대해 영국 국왕이 남아공 정부를 대표하여 이를 수락하였다고 기재하고 있고 위임통치국의 권한 범위는 각 건별로 국제연맹 이사회가 정한다는 협약 22 조 내용과 구체적인 조건을 나열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결의는 여타의 위임 약정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고 위임통치권의 부여과 이를 수락하는 분명한 합의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국제적인 약속을 구현하고 있는 조약이나 협정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문건이라고 개념지었다. 이사회가 명백하게 규정한 위임통치 수행 조건이 위임통치국과 국제연맹 및 그 회원국을 대표한 이사회간에 합의된 것이 중요한 것이지 결의안이라고 표시된 형식은 법적인 중요성을 갖지 않는다고 보았다. 용어는 국제적인 합의나 약속의 성격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며 조약의 성격을 갖는 다양한 행위와 용례가 있을 수 있다고 첨언하였다(관할권 판결문 331 page). 국제연맹 협약 18 조79는 회원국의 모든 조약은 사무국에 등록하여야 하고 등록되지 않으면 구속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남아공은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 결의는 이 조항에 의거하여 등록되지는 않았으나 재판부는 무등록으로 인해 결의안이 처음부터 무효였다면 지금까지 행사되고 있는 남아공의 위임통치 자체가 불법일 것이라고 일축하였다. 재판부는 18 조는 '이후(hereafter)' 발효되는 조약이라고 명시하고 있고 이후란 국제연맹 협약이 발효한 1920 년 1 월 10 일 이후를 의미하나 남서아프리카 위임 결의는 1919 년 5 월 채택되었으므로 18 조 적용 대상도 아니라고 확인하였다(332 page).
2) 위임통치 결의의 유효 여부에 따른 관할권 존부
남아공이 제기한 첫 번째 관할권 시비는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 결의가 아직 유효한지 여부였다. ICJ 헌장 37 조 80 는 발효 중인 조약이나 협정이 PCIJ 에 분쟁을 회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면 이를 ICJ 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ICJ 관할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조약이나 협정이 우선 발효 중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남서아프리카 시정에 관한 위임통치 결의상의 권리와 의무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국제연맹의 관리감독 및 상설국제사법재판소(PCIJ) 심리에 관한 권리와 의무는 계약 당사자인 국제연맹이 이미 해산되어 계약이 소멸된 상태이므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 결의 7 조81는 이의 해석 및 집행에 관한 위임통치국과 국제연맹 회원국간의 분쟁은 PCIJ 에 회부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남아공은 이디오피아와 라이베리아가 이 조항을 근거로 ICJ 에 제소하였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위임 결의 자체가 발효중이어야 하는데 국제연맹 해산과 함께 이미 실효되었으므로 7 조를 원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남아공의 이러한 주장은 이미 1949 년에도 제기된 바 있어 유엔 총회는 남서아프리카의 위임통치국의 의무 존속 여부에 대해 ICJ 에 권고적 의견을 구했었다. 1950 년 ICJ 는 권고적 의견을 통해 남아공의 위임통치 권한은 국제연맹의 위임통치 결의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위임통치 결의가 국제연맹 해산으로 인해 실효되었다면 위임통치권도 실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위임통치 결의상의 권리는 유지하면서 그에 따른 의무는 부인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위임통치권을 부여하되 이를 관리 감독하고 연례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것은 위임통치 제도의 중요한 요건으로서 감독 기관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하여 감독을 받을 의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UN 헌장이 기존 위임통치에 변화를 수반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유엔 헌장 80(1)조 규정에 비추어 위임통치령 7 조는 계속 유효하고 따라서 남아공은 ICJ 의 강제 관할권을 수용할 의무가 있다는 견해를 개진하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권고적 의견을 인용하면서 남아공이 국제적인 감독을 받아야 할 의무는 명백하며 위임통치 결의 7 조도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국제연맹과 PCIJ 는 해산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남아공이 위임통치와 관련하여 ICJ 의 관할권을 수용할 의무는 해산 전에 ICJ 로 이전되었다고 설명하였다.
1946 년 4 월 18 일 국제연맹의 해산 결의가 있기 전인 1945 년 10 월 24 일 국제연합 헌장이 이미 발효되었고 남아공은 1945 년 11 월 7 일 국제연합에 가입하였으므로 PCIJ 관할권을 ICJ 로 이관한다는 ICJ 헌장 37 조 의무도 이 날 수락한 것이며(UN 헌장 93 조상 UN 회원국은 자동적으로 ICJ 회원국) 동일자에 국제연맹과 위임 결의안, 결의안 7 조는 모두 유효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7 조상의 PCIJ 관할권을 ICJ 로 이관하는 것은 남아공이 자발적으로 수용한 것이며 7 조의 유효성은 위임통치 결의가 유효한 상태였으므로 국제연맹 해산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남아공의 첫 번째 관할권 시비를 기각하였다(334-335 page).
3) 제소 당사자 적격 여부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 결의 7 조는 위임통치국과 여타 국제연맹 회원국간의 위임통치 해석이나 집행에 관한 분쟁은 PCIJ 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남아공은 설사 7 조가 여전히 유효하다 할지라도 이미 국제연맹이 해산되어 국제연맹 회원국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디오피아와 라이베리아는 7 조상의 여타 국제연맹 회원국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남아공의 주장은 해당 조항의 문언을 통상적으로 해석한 것이나 이 해석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단어의 통상적인 해석이 해당 단어가 포함된 구문이나 문건의 정신, 목적, 문맥과 상충될 경우 이 해석법을 사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국제연맹의 위임통치 제도의 핵심은 문명국에 대한 통치의 신탁과 신탁 이행 보장으로 볼 수 있으며 이행 보장을 위해 국제연맹 총회, 위임통치이사회, 회원국이 각각의 권한과 기능 내에서 행정적인 감독을 수행하고 국제사법재판소는 사법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인 바 재판소의 역할은 위임통치 국가의 권한 남용이나 의무 위반을 교정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므로 더욱 중요하다고 이해했다.
국제연맹의 만장일치 제도상 총회는 위임통치 국가의 일탈에 대해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고 PCIJ 의 판결이 위임통치 지역 주민 보호 등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 될 경우라 하더라도 총회나 국제연맹 자체는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으므로 유일한 방법은 국제연맹 회원국이 결의안 7 조를 원용하여 직접 PCIJ 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7 조의 핵심적인 존재 이유는 이와 같이 위임통치 국가의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336-337 page).
재판부는 국제연맹의 1946 년 4 월 18 일 해산 결의가 있기 전부터 위임통치 제도를 새로 구성되는 국제연합에 승계시키기 위한 논의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국제연합 헌장 XI-XIII 장에 신탁통치제도가 포함되었고 국제연합 총회는 1946 년 4 월 12 일자 결의를 통해 국제연맹 이사회의 책임을 인수한다고 하였음을 환기하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프랑스 등 기존 국제연맹의 위임통치국은 위임통치 지역을 계속 관장하겠다고 천명하였으며 남아공화국 자신도 1946 년 4 월 9 일 남서아프리카를 국제연맹 위임통치의 의무에 의거하여 계속 施政하겠고 국제연맹의 해산이 위임통치국으로서의 의무를 축소시키지 않는다고 선언하였음을 환기하였다.
재판부는 이는 국제연맹 해산 후에도 7 조를 포함하여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 약정상의 의무를 준수하겠음을 명백히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재판부는 1946 년 4 월 18 일 국제연맹 해산 결의 자체에 위임통치 지역에 관한 자신의 권한이 종료되었으나 국제연합 헌장 XI~XIII 장이 국제연맹 22 조 위임통치의 원칙을 수용하였고 기존의 위임통치국 모두 새로운 제도가 수립될 때까지 기존 위임통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 국제연맹 총회에서 다수의 국가가 국제연맹의 위임통치 지역이 기존의 수임국에 의해 계속 통치될 것을 확인하고 환영하는 발언을 한 점을 토대로 당시 국제연맹 회원국간에는 국제연맹의 해산에도 불구하고 위임통치제도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사가 만장일치로 형성되었다고 이해하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 결의 7 조상 '국제연맹 회원국'은 (국제연맹이 해산되었으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경직된 문언상의 방식이 아니라) 위와 같은 상황과 사실을 적의 고려하여 1946 년 4 월 18 일 국제연맹 해산 결의를 채택할 당시의 회원국의 진정한 목적과 의도를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더 이상 국제연맹 회원국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을 기각하였다(342 page).
4) 제소국의 실질적 이해와의 관련된 관할권 존부
남아공이 제기한 세번째 항변은 이 사건이 이티오피아나 라이베리아의 실질적 이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남아공은 위임통치결의 7 조상의 '분쟁'이란 특정 국제연맹 회원국의 법적인 권리나 이해에 관한 해당국과 위임통치국간의 대립이나 의견 불일치를 의미하는 것이며 위임통치 감독권은 국제연맹 총회나 이사회 소관이고 회원국은 회원국 자격으로서 이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위임통치국에 대해 개개의 법적인 권리나 의무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남아공의 주장은 7 조의 자연스럽고 통상적인 의미와 상충된다고 기각하였다. 재판부는 7 조의 관할 대상은 '위임통치 결의의 해석과 집행에 관련된', '위임통치국과 국제연맹 회원국간에 발생하는', '모든 분쟁'이라고 규정되어 있어 그 범위가 넓고, 분명하며, 정확하다고 설명하고 국제연맹 회원국도 위임통치국의 의무 준수에 관하여 법적인 권리와 이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판단하였다(343 page).
남아공은 이 사건이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없는 것은 아니므로 7 조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7 조에 '만일 분쟁이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PCIJ 에 회부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디오피아, 라이베리아는 이미 십여년간 남아공과 관련 협의를 UN 총회나 담당 이사회에서 진행하였으나 남아공측이 제기하는 조건과 제한으로 인해 아무 성과가 없었다고 항변하였다. 재판부는 관련 협상 동향을 검토한 후 협상이 교착 상태에 이른지 이미 오래이며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해소될 전망이 없다고 보았다. 남아공은 회의체에서의 논의와 개별 국가와의 협상은 별개이며 이디오피아, 라이베리아와 대면 협상을 진행한 바는 없다고 항변하였으나 재판부는 협상의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협상의 대상에 대한 당사국의 입장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미 UN 회의체에서 확인된 이 사건에 대한 남아공의 입장에 비추어 추가적인 협상의 가망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판단하였다(345-346 page).
이상의 심리를 토대로 재판부는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 결의 7 조는 ICJ 헌장 37 조가 의미하는 발효중인 조약이나 협정에 해당하며 이 사건은 7 조가 상정하는 분쟁에 해당하고 협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재판부는 이 사건 본안을 심리할 관할권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5) 개별 국가에 대한 남아공의 위임통치국 의무 존부
본안 심리에서도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 결의의 유효 여부, 제소국의 법적인 권리 및 이해 관계 존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재판부는 제소국이 주장하는 남아공의 구체적인 의무 위반 행위의 존부나 위반 여부에 대해 심리하기 전에 이 두 문제에 대해 먼저 검토하였다. 이를 위해 재판부는 국제연맹의 위임통치 제도에 대해 분석하였다. 위임통치 지역은 해당 지역의 정치, 사회 개발 정도 등에 따라 A, B, C 3 개 그룹으로 구분되고 위임통치 국가의 권리 의무에 대해서는 그룹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2 개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하나는 위임통치국의 구체적인 권한과 의무에 관한 '행위' 조항이고 하나는 국제연맹 개개 회원국에게 부여한 '특정 이해' 조항이었다.
행위 조항은 위임통치 지역 주민의 경제 사회 발전, 자치 능력 향상 등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의무와 함께 국제연맹 기관에의 연차 보고서 제출, 주민 청원 제출 등의 행정적 의무 등이 있었다. 특정 이해 조항은 A, B, C 그룹에 따라 상이하였으나 국제연맹 회원국과의 교역 허용, 상선 출입 보장, 선교사 입출국 보장 등이었다. 남서아프리카 위임통치 결의상의 특정 이해 조항은 선교사 출입권과 범죄자 추적을 위한 진출입권이었으나 제소국이 이를 시비하지는 않았으므로 오직 행위 조항 준수가 이 사건의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행위 조항의 성격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판단하였다.
행위 조항에 따른 위임통치국의 의무가 국제연맹(또는 국제연합)의 특정 기구(총회나 관련 이사회)에 대해 집합적으로 성립하는 것인지 국제연맹 회원국 개개에 대해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성립하는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남아공이 위반하였다고 제소국이 주장하는 각종 행위에 대해 국제연맹 해당 기관이 문책할 수 있을 뿐 개별 회원국이 독자적으로 위반에 관한 법적인 권리와 의무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라면 더 이상의 본안 심리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국제연맹 협약 22(2)조에 위임통치는 위임통치국이 국제연맹을 대표하여 수행한다는 기술에 주목하였다. 위임통치국은 국제연맹 회원국 개개가 아니라 국제연맹 전체의 대리인(agent) 또는 수탁자(trustee)라고 보았다.
동일한 구문이 남서아프리가 위임통치 결의 서문에도 기재되었음을 환기하였고 이는 국제연맹이 해당 기관을 통하여 남아공으로 하여금 행위 조항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며 위임통치는 국제연맹의 체제 내에서의 제도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협약 22(1)조에 위임통치 제도의 이행 보장이 협약 내에 구현되어 있다고 한 것은 22(7)조~(9)조에 기재된 연차 보고서 제출, 구체적인 위임통치 약정 체결, 위임통치위원회 설립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위임통치국의 행위는 위임통치위원회의 관리감독 하에 있으며 연차 보고서는 총회에 제출하는 것으로서 개별 회원국에게는 특별한 역할이 부여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이것이 국제연맹 협약에 구현된 위임통치 이행 방안이며 이 방안은 각 회원국에게 위임통치국으로 하여금 위임통치를 적정하게 시행하도록 요구하거나 위임통치국이 개별적으로 각 회원국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형태를 띄고 있지 않다고 이해하였다. 재판부는 위임통치 체제는 국제연맹의 활동이며 제도로서 기능하는 것으로서 국제연맹의 회원국이라는 사실만로부터 특정의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국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기관과 제도의 규정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행위 조항 이행에 관한 법적인 관계는 위임통치국과 개별 회원국간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위임통치국과 국제연맹 사이에만 존재하고 각 회원국은 국제연맹 해당 기관에의 참여를 통해 위임통치 제도의 운영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뿐이며 이와 같은 참여는 위임통치 활동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확인하였다(본안 판결문 24~30). 법적인 권리가 명백히 부여된 특정 이해 조항에 대해서는 국제연맹 회원국 개개가 위임통치국의 특정 행위에 대해 시비할 수는 있으나 행위 조항에 관한 사항은 국제연맹이 관장하는 권한이 있으며 개별 회원국은 국제연맹 활동을 통해 위임통치 제도의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지 위임통치국에 대해 개별 국가가 직접적으로 행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개별 회원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 법적인 권리 의무 관계는 명문의 규정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며 도덕적인 이상과 법적인 규정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기각하였으며 국제연맹이 해산된 상황에서 기관으로서 행동할 수 있는 주체가 없으므로 그 구성원인 각 회원국이 (해산된) 기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서 재판부는 국제연맹이 활동 중일 당시에도 각 회원국은 위임통치국에 대해 개별적인 법적 권리가 없었다고 환기하고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권리가 기관 해산과 함께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일축하였다.
6) 남아공에 대한 개별 국가의 권리 주장 가능 여부
1962 년 관할권 판결에서 재판부는 본안을 심리할 관할권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본안 심리에서 재판부는 재판부를 활성화할 권리나 본안을 심리할 재판부의 권리는 본안 사건에 대해 제소자가 법적인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는 혼동되어서는 안된다고 언급하고 이 사건에서 쟁점 사안(subject matter)은 제소국이 위임통치국으로 하여금 행위 조항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관할권 문안은 재판부를 활성화할 권리, 본안 사건 심리 권리에 관한 것일 뿐 제소자가 분쟁 대상에 대해 실질적인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관할권 문안에서 찾을 수 없으며 별도의 단에서 검토해야 하는 문제라고 보았다.
관할권 문안은 분쟁 당사자의 실질적인 권리 보유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으며 실질적인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심리 과정에서 자신을 소명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제소국이 국제연맹의 개개 회원국으로서 남아공의 위임통치와 관련하여 어떤 권리를 보유하는지가 본안 심리의 핵심이라고 보았으며 이는 곧 사건의 수리 가능성(amissibility), 즉 재판부가 사건을 접수하여 심리, 판결할 수 있는지, 해야 하는지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미 이전에 재판부는 위임통치에 대한 감독권은 국제연맹이 기관으로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고 국제연맹의 개개 회원국이 보유하고 있는 권리가 아니라고 확인하였으므로 굳이 본안 심리를 진행할 실익이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재판는 1962 년 관할권 판결은 본안을 심리할 관할권이 존재한다는 점을 판단한 것이지 수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따로 심리하지 않았으며 남아공도 수리 불능을 주장하지도 않았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위임통치 약정의 사법 조항의 기원부터 설명하였다. 분쟁 처리에 관한 사법 조항은 모든 위임통치 약정에 포함되었던 것은 아니고 B 형 약정에만 포함되었었는데 그 이유는 B 형 위임통치는 교역 보장 등 개개 국가에게 보장해야 할 위임통치국의 의무가 상당하였으며 위임통치국의 이러한 특별 이해 조항의 성실한 이행은 교역 등에 참가하는 개개 국가에게 실질적인 권리나 이해 관계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불이행시 개개 국가가 소를 제기하여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는 B 형 위임통치상의 사법 조항이 굳이 그러한 필요가 없는 C 형 통치에도 포함된 것이 자료와 증언으로 확인되는 협정 기안 과정상의 사실(drafting history)이라고 판단하였다(44 page).
현실적인 필요성 측면에서 볼 때에도 개개 국가가 위임통치 문제를 직접 PCIJ 에 제소할 실익과 전례가 없다고 재판부는 설명하였다. 위임통치국의 의무에 관한 행위 조항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감독 기관인 국제연맹 이사회에서 처리해야 하며 그 이사회 회의에는 해당 위임통치국이 참석하여 표결에 참여할 수 있었고 국제연맹의 표결은 만장일치제였으므로 위임통치국이 동의하지 않는 사항은 이사회에서 의결될 수 없었다. 결국 이사회와 위임통치국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전 협의를 통해 의안이 veto 되는 일이 없도록 하였으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위임통치국이 일부러 해당 이사회에 불참하는 방식을 통해 이사회와 위임통치국간의 직접적인 충돌을 회피하여 온 것이 국제연맹의 관행이었다고 재판부는 확인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각한 충돌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였고 모든 문제는 이사회에서 해결이 되었으며 개개 회원국이 위임통치에 관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 바도 없었다고 확인하였다. 개개 국가의 이권과 관련된 특별 이해 조항이 아닌 위임통치 시정에 관한 행위 조항상의 문제는 위임통치국과 국제연맹과의 문제이지 국제연맹 회원국과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필요성상 개개 회원국의 개별 제소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의 요지는 국제연맹 이사회가 특정 조치를 (위임통치국에게) 강요할 수 없으므로 최후의 수단으로서 개별 회원국이 제소와 같은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나 재판부는 위임통치라는 제도 자체가 이사회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개개 국가가 직접 행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강조하였다. 필요성 논리가 우려하는 상황이 실제로는 발생하지도 않았고 발생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점은 이전의 국제연맹 활동에서 확인된다고 언급하였다(44~47 page).
재판부는 필요성 논리 자체가 법의 영역을 넘는 주장으로서 굳이 필요하다면 정치적인 영역에서 존재할 수 있는 논리이지 법의 시각에서는 필요하다고 볼 수 없는 논리라고 논박하였다. 필요성 논리가 우려하는 사태의 발생을 회피하기 위해, 제도 창설 당시 의도하지 않았던 요소를 재판부가 적용하는 것은 사법 기관이라면 마땅히 피해야 할 명백한 소급 행위(ex post facto)이며 재판부는 통상적인 해석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협정, 제도의 교정, 개정 과정에 관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어떤 권리가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이유로 해당 권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없으며 통상적인 사법 행위의 범위를 넘어서야 가능한 흠결 사항의 교정은 할 수 없다고 확인하였다(48 page). 이상의 심리를 토대로 재판부는 제소국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에 관해 자신들이 법적인 권리나 이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수립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그들의 주장에 효력을 부여할 수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하였다(51 page).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18. Every treaty or international engagement entered into hereafter by any Member of the League shall be forthwith registered with the Secretariat and shall as soon as possible be published by it. No such treaty or international engagement shall be binding until so registered.
2) 37. Whenever a treaty or convention in force provides for reference of a matter to a tribunal to have been instituted by the League of Nations, or to the Permanent Court of International Justice, the matter shall, as between the parties to the present Statute, be referred to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3) 7. The Mandatory agrees that, if any dispute whatever should arise between the Mandatory and another Member of the League of Nations relating to the interpretation or the application of the provisions of the Mandate, such dispute, if it cannot be settled by negotiation, shall be submitted to the Permanent Court of International Justice provided for by Article 14 of the Covenant of the League of 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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