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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1946 년 12 월 UN 총회에서 승인된 영국의 카메룬 신탁통치약정상의 의무를 영국이 위반하였다고 카메룬이 ICJ 에 재판을 청구하였으나 영국은 신탁통치약정상 ICJ 에 송부하기로 규정되어 있는 분쟁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ICJ 의 관할권을 부인한 사건이다. 카메룬은 1 차 세계대전 전 독일의 식민지였으나 독일이 패전함에 따라 해외 식민지를 포기하자 영국과 프랑스가 분할 점령하여 국제연맹 협약상의 위임통치를 하게 되었다. 영국은 자신의 식민지였던 나이지리아와 카메룬 사이의 남, 북 카메룬 지역을 위임통치하였고 프랑스는 이 지역을 제외한 카메룬 전역을 통치하였다.
2차 세계대전 후 UN 에 신탁통치 제도가 마련되자 영국과 프랑스는 위임통치하던 카메룬을 UN 헌장상의 신탁통치로 전환하기로 하고 1946 년 12 월 13 일 UN 과 신탁통치약정을 체결하였다.
1959 년 3 월 13 일 UN 총회는 결의안을 채택하여 영국이 점령하고 있던 남, 북 카메룬 지역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정할 수 있도록 주민 투표를 각각 실시하기로 하였다. 프랑스가 신탁통치했던 카메룬 지역은 1960 년 1 월 1 일 카메룬 공화국으로 독립하였고 1961 년 10 월 1 일 영국 통치하에 있던 남 카메룬 지역에서 실시된 주민 투표에서는 신생 카메룬 공화국으로 귀속하기로 결정되었다.
1959 년 12 월 12 일 UN 총회는 결의안 1473 호를 채택하여 북 카메룬 지역에서도 주민 투표를 조만간 실시하여 나이지리아 귀속 또는 카메룬 귀속 중 하나를 주민 스로 선택하게 하도록 권고하였고 영국으로 하여금 북 카메룬 지역을 나이지리아 施政에서 분리하는 조치를 1960 년 10 월 1 일까지 완료하도록 권고하였다. 북 카메룬 지역에서의 주민 투표는 1961 년 2 월 12 일 시행되어 나이지리아 귀속 방안이 채택되었다. UN 총회는 1961 년 4 월 21 일 결의안 1608 호를 채택하여 주민 투표 결과를 추인(북 카메룬은 나이지리아로, 남 카메룬은 카메룬으로 귀속)하고 1946 년 12 월 13 일자 신탁통치약정을 북 카메룬에 대해서는 1961 년 6 월 1 일자, 남 카메룬에 대해서는 1961 년 10 월 1 일자로 종료하기로 결정하였다.
1960 년 1 월 독립하여 그해 9 월 UN 에 가입한 카메룬 공화국은 결의안 1608 호 채택 이전부터 북 카메룬 지역에 대한 영국의 施政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였다. 북 카메룬 지역을 영국의 나이지리아 시정과 분리하는 작업을 영국이 해태하였으며 신탁통치약정상의 의무도 준수하지 않았고 1961 년 주민 투표 관리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등의 시비를 영국에 제기하였다. 영국은 카메룬이 시비하는 행위는 UN 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서 자신이 아니라 UN 에 제기해야 할 사항이라고 일축하였다. 카메룬은 신탁통치국과 UN 회원국간에 신탁통치약정의 이행과 해석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ICJ 에 회부한다는 1946 년 12 월 13 일 신탁통치약정 19 조 76를 근거로 1961 년 5 월 30 일 영국의 신탁통치약정 의무 위반 확인 소송을 ICJ 에 청구하였다. 이틀 후 1960 년 6 월 1 일 이 약정은 UN 총회 결의안 1608 호에 의거, 종료되었다.
카메룬의 주 청구 요지는 영국이 북 카메룬 지역을 별도의 독립적인 행정 구역으로 시정해야 했으나 나이지리아의 일부로 함께 통치하였고 주민의 시정 참여 등 자치 역량을 개발하지 않았으며 나이지리아와의 일괄 시정으로부터 분리하는 작업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 등이었다. 영국은 이는 UN 에 제기해야 할 사항이므로 자신과 카메룬 간에는 신탁통지약정 19 조가 규정한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ICJ 관할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항변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분쟁 존재 여부
영국이 카메룬과는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ICJ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한데 대해 재판부는 신탁통치약정의 관련되는 조항의 해석과 적용에 대해 영국과 카메룬의 입장이 상충되는 것은 사실이므로 카메룬의 시비는 영국이 아니라 UN 에 제기해야 하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없이 일단 당사자간에는 분쟁이 존재한다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또한 ICJ 재판 규칙상 재판 청구서에는 분쟁의 대상, ICJ 의 관할권 근거 문건(조항), 시비의 성질과 근거 등에 관해 기술해야 하는 바 카메룬의 재판 청구서에는이들 요소가 적의 기재되어 있다고 확인하고 일단 심리는 진행할 수 있다고 보았다(판결문 27~28 page).
그러나 이것이 곧 재판부가 관할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재판을 청구하는 절차적인 권리는 중요한 권리이나 재판의 청구(seize the court)와 사법 절차의 시행(administration of justice)은 다른 것으로서 재판을 청구하는 것은 신청국의 행위일 뿐 재판부는 설사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모든 경우에 이를 행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였다. 관할권이 있어도 필요한 경우 가부간의 판결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으로서 재판부는 사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고 언급하고 재판부가 판결을 자제한 경우가 있음을 소개하였다.
ICJ 판례로서 재판부가 예시한 것은 Haya de la Torre 사건으로서 주 페루 콜롬비아 대사관으로 망명한 페루 정치인 Haya de la Torre 의 망명 용인 여부의 적법성이 시비된 이 사건에서 당사국 콜롬비아와 페루는 모두 망명 상태를 종료할 수 있는 방안을 판결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해당 사건 재판부는 그것은 법적인 고려가 아니라 당사국이 제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상황과 실행 가능성 등에 달려 있는 문제로서 재판부의 사법적인 권한에 속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재판부는 소개하였다(30 page).
2) 사법 판결의 실효성 여부
카메룬이 영국에 대해 제기하는 시비의 근본 배경은 북 카메룬 지역이 카메룬이 아니라 나이지리아로 귀속된 것이다. 카메룬은 자체 백서를 통해 북 카메룬 지역에서의 주민 투표가 원천 무효이며 북 카메룬 지역이 나이지리아로 귀속된 것은 부당하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카메룬은 이러한 부당성의 시정을 청구한 것은 아니며 영국이 신탁통치약정상의 의무를 준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주민 투표 무효 시비는 카메룬이 UN 총회에 이미 제기하였으나 UN 총회는 결의안 1608 호를 통해 이를 기각하였다.
재판부는 UN 총회 결의안은 명백한 법적인 효력을 갖고 있으며 주민 투표 결과는 총회가 승인하였고 신탁통치약정은 총회 결의에 의해 종료된 것을 다시 확인하면서 만일 재판부가 본안 심리를 진행하게 되면 카메룬이 UN 총회 결의의 번복을 요청한 것도 아니므로 재판부의 판결은, 예를 들어 영국이 신탁통치약정을 위반하였다는 판결은 (이미 총회가 주민 투표의 정당성을 인정하였으므로) 위반 판결과 주민 투표의 결과 간에는 아무런 인과 관계를 수립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더구나 신탁통치약정 종료와 북 카메룬의 나이지리아 귀속은 영국이 아니라 UN 총회의 결정이며 카메룬이 신탁통치약정 위반이라고 시비하려는 영국의 신탁통치 시정은 적법 여부를 떠나 이미 존재하지 않으므로 만일 재판부가 카메룬의 본안 시비를 계속 심리한다 해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확인하였다.
신탁통치약정을 재판부 판결로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북 카메룬의 나이지리아 귀속을 무효화할 수도 없고 영국은 카메룬의 희망을 만족시킬 아무런 권리나 권한도 없다고 지적하였다. 판결은 분쟁 당사국만 구속한다는 ICJ 헌장 59 조상 재판부의 판결은 (설사 한다하더라도) 나이지리아, UN 기관, 여타 국가 누구도 구속시키지 못한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재판부의 기능은 당사자 간의 법적인 이해 관계의 충돌을 포함하는 실질적인 분규가 존재하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며 재판부의 판결은 당사자 간의 법적인 권리나 의무에 영향을 미치거나 당사자간 법적인 관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등의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 것이라고 설시하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본안 사안에 대한 판결은 위와 같은 사법적인 기능의 핵심 요소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32-33 page). 재판부는 ICJ 의 판결은 불이행시 타 회원국으로 하여금 UN 안보리에 상정케 하는 등의 UN 헌장 94 조 78 가 적용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본안 판결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UN 총회만이 판결 내용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뿐인데 총회는 이미 자신의 결의 1608 호를 통해 신탁통치를 종료시켰으므로 더 이상 자격있는 기관이 아니라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ICJ 관할권을 규정한 신탁통치약정 19 조가 이미 여타 조항과 함께 1961 년 6 월 1 일 종료되어 동 조항을 ICJ 관할권의 근거로 원용하지도 못한다고 보았다.
신탁통치약정이 종료되기 이전에 카메룬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어떤 실체적인 권리 보호를 위해 19 조를 근거로 ICJ 재판 청구라는 절차적인 권리를 행사하였으나 이 권리를 행사한지 이틀 후 신탁통치약정 자체가 종료되어 절차적인 권리로 보호하려던 실체적인 권리가 (그 내용이 무엇이든) 존재하지 않게 된 상황이라고 재판부는 지적하였다. 재판부는 UN 총회가 신탁통치약정을 종료시키고 북 카메룬의 나이지리아 귀속을 승인하여 (카메룬이 시비하려던) 영국의 시정권 자체가 소멸되었으며 총회나 신탁통치이사회 등 UN 기관은 더 이상 아무 권한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판부는 카메룬이 신탁통치 제도 하에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법적인 보호가 계속 존재한다고 동의할 수 없으며 카메룬은 1961 년 6 월 1 일 신탁통치 종료 이후에는 과거 신탁통치 지역 주민의 권리나 신탁통치 운영에 관한 문제에 관해 판결하여 달라고 재판부에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36 page).
카메룬은 신탁통치 시행 기간 중 영국이 이를 위반하였다는 선언적인 판결이라도 청구하였으나 재판부는 이에 대해 설사 관할권이 있다 하여도 재판부가 관할권을 모든 경우에 행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 사건의 경우 선언적인 판결이 아무런 사법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카메룬의 청구를 수용하지 않았다(37 page). 재판부는 위와 같은 제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심리를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자신의 의무를 정당하게 수행하는 것이 아니며 사법 기능의 정당한 한계상 카메룬이 제기한 본안 시비를 심리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38 page).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19. If any dispute whatever should arise between the Administering Authority and another Member of the UN relating to the interpretation or application of the provisions of this Agreement, such dispute, if it cannot be settled by negotiation or other means, shall be submitted to the ICJ, provided for in Chapter XIV of the UN Charter.
2) ICJ Reports 1951, pp. 78-79
3) 94. Each Member of the UN undertakes to comply with the decision of the ICJ in any case to which it is a party. If any party to a case fails to perform the obligations incumbent upon it under a judgment rendered by the Court, the other party may have recourse to the Security Council, which may, if it deems necessary, make recommendations or decide upon measures to be taken to give effect to the jud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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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