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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호주와 뉴질랜드가 남서 태평양에서 행해지는 프랑스의 대기중 핵실험이 국제법에 위반되며 더 이상의 핵실험을 금지하여 줄 것을 ICJ 에 제소하였으나 정식 심리가 개시되기 전에 프랑스가 차후 대기중 핵실험을 시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판시한 사건이다.
남서 태평양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중 Mururoa 환초(環礁)는 프랑스의 핵실험장으로 사용되었다. 프랑스는 1966 년부터 매년 이 곳에서 대기중 핵실험을 시행하여 왔으며 호주는 방사능 낙진 피해를 근거로 그 중단을 요청하여 왔다. 프랑스는 6,000km 이상 이격되어 있으므로 낙진이 설사 발생한다 하여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며 실질적인 피해를 야기하지 못한다고 반박하여 왔다.

호주는 1973 년 5 월 9 일 ICJ 에 재판을 청구하여 호주의 대기중 핵실험이 국제법 위반이며 추가적인 핵실험 중지를 명령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호주가 ICJ 에 프랑스를 제소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국가가 모두 가입하고 있는 1928 년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일반 협약’ 17 조에 체약국간 분쟁은 PCIJ 에 회부한다고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며 호주는 보충적으로 자신과 프랑스가 모두 ICJ 헌장 36(2)조 규정에 의거하여 ICJ 의 강제 관할권을 수용한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프랑스는 국제연맹이 이미 해산되어 1928 년 협약이 유효하지 않다는 요지의 ICJ 관할권을 부인하는 서한을 1973 년 5 월 16 일 제출하였고 이후의 재판 절차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프랑스는 이 사건 재판 절차가 본격 개시되기 전인 1974 년 6 월 대통령을 필두로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이 계속하여 더 이상의 대기중 핵실험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천명하였다. 재판부는 프랑스의 관할권 부재 시비를 심리하기에 앞서 호주의 재판 청구 목적이 프랑스의 핵실험 중단 선언으로 인해 이미 달성된 것은 아닌지 그러하다면 굳이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검토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프랑스 선언의 법적 효력
1974 년에 프랑스는 6 월과 9 월에 Mururoa 환초(atoll)에서 대기중 핵실험을 시행하였다. 이 핵실험 시행 전인 6 월 8 일에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의 핵개발 수준이 1974 년 계획된 대기중 핵실험을 끝으로 지하 핵실험 단계로 전환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발표하였다. 1974 년 핵실험이 대기중 핵실험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방침은 1974 년 7 월 25 일 대통령 기자 회견에서 다시 확인되었고 1974 년 8 월 16 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국방부 장관이 1974 년 핵실험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기중 핵실험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확인하였다. 같은 해 9 월 25 일에는 외교부 장관이 UN 총회 연설에서 향후에는 지하 핵실험을 시행하겠다고 천명하였고 10 월 11 일에는 국방 장관이 기자 회견에서 1975 년에는 대기중 핵실험 시행 계획이 없으며 지하 핵실험 시행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발언하였다.
1974 년 6 월 8 일 프랑스 대통령이 발표한 대기중 핵실험 중단 및 지하 핵실험 개시 발언에 대해 호주측은 재판 심리시 호주가 추구하는 것은 대기중 핵실험이 종결되었다는 보장이며 프랑스 대통령의 발표는 더 이상의 대기중 핵실험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확실하고 명시적이며 구속적인 약속으로 읽히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 입장을 만일 프랑스가 더 이상의 대기중
핵실험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확실하고 명시적이며 구속적인 약속을 하면 호주의 재판 청구 목적이 달성된 것으로 본다는 것으로 해석하였고 호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프랑스의 일련의 발표가 1974 년 예정된 핵실험을 끝으로 향후에는 대기중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표한 것으로 이해하였으나 이로써 호주의 재판 청구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전에 국제 무대에서의 이러한 선언의 지위와 범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법률이나 사실이 연관된 상황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행한 선언은 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이해하였다. 공표한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선언을 한 국가의 의도가 해당 선언에 대해 법적인 약속이라는 성격을 부여하려는 것이면 그 국가는 해당 선언과 합치되게 행동하도록 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언급하였다. 이러한 종류의 약속은 구속되겠다는 의도와 함께 공개적으로 행해졌으면 구속력이 있다고 이해하였다. 물론 일방적인 선언이 모두 의무를 내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는 특정 문제에 대해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특정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국가가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겠다고 공표할 경우 보다 제한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para. 43~44).
재판부는 선언이 공표된 형식에 대해 국제법은 특별하고 엄격한 요건을 부과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하고 국제법상의 약속(commitments)으로서의 국가의 성명이 반드시 서면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Temple of Preah Vihear 사건에서 국가의 의도가 중요하고 국가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158 가 있음을 상기하였다(para. 45).
재판부는 법적인 의무의 이행과 창출을 관장하는 기본 원칙 중의 하나는 신의성실(good faith)이라고 언급하고 신뢰(trust and confidence)는 국제 협력에 내재되어 있으며 약속 이행의 원칙(pacta sund servanda)처럼 일방적인 선언으로 부담한 국제적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어느 국가의 선언을 인지하고 이를 신뢰한 국가는 선언으로 창출된 의무 이행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para. 46).
2) 프랑스 선언으로 인한 분쟁의 존부
프랑스의 향후 대기중 핵실험 불실시 선언에 대해 호주는 핵실험 불실시 약속에는 미치지 못하며 프랑스는 여전히 대기중 핵실험을 시행할 권리를 유보하고 있는 것이고 법적으로 볼 때 호주는 대기중 핵실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로부터 얻은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확실하고 명시적이며 구속력 있는 약속도 못되고 지하 핵실험으로 대체하겠다는 주장은 대기중 핵실험을 않겠다는 보장과는 구별되는 것이므로 프랑스가 지하 핵실험으로 전환한 후에도 대기중 핵실험을 시행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프랑스의 성명, 특히 대통령의 성명은 국가 원수라는 지위와 권한에 비추어 볼 때 프랑스의 국제적인 행위이며 그의 지휘 하에 있는 각료들의 성명과 함께 전체가 국가의 약속을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약속이 법적인 효과를 갖기 위해서 특정 국가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거나 여타 국가에 의해 접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성명의 일반적인 성질과 성격이 그의 법적인 의미를 평가하는데 있어 결정적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프랑스가 1974 년 핵실험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하면서 호주를 포함하여 전세계에 대기중 핵실험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였고 이러한 선언의 목적은 명백하고 국제 사회 전체를 향해 표명된 것이므로 법적인 효력을 갖는 약속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선언으로 창출된 프랑스의 약속은 자의적으로 번복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고 프랑스는 자신이 공개적으로 표명한 내용 그대로의 의무를 스스로 부담한 것이라고 확인하였다(para. 47~51).
재판부는 프랑스가 더 이상의 대기중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의무를 부담했기 때문에 호주의 재판 청구 목적이 실효적으로 달성되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 정도 약속, 즉 국가 원수가 명시적으로 국제 사회 전체를 향해 공개적으로 발표한 약속이면 호주가 추구하는 확실하고 명시적이며 구속력있는 보장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사법 기관으로서 분쟁 해결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분쟁의 존재는 사법적 기능 행사의 전제 조건이지만 분쟁이 존재한다는 일방의 주장으로 분쟁이 성립되 것은 아니라고 확인하였다. 분쟁 존재 여부 자체가 객관적인 판단의 대상이라고 환기하고 재판부는 자신에게 제출된 분쟁이 판결하는 시점까지 계속 존재해야 할 것이므로 재판 청구의 목적이 달성되어 분쟁이 소멸되지 않았는지 항상 살펴보아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프랑스의 선언으로 인해 이 사건 분쟁이 소멸되었다고 판단되면 재판의 모든 결과는 이 판단에 근거하여야 한다고 부연하였다. 이에따라 재판부는 프랑스가 대기중 핵실험을 중단한다는 의무를 부담하였다고 판단하였으므로 더 이상의 사법적인 행동이 필요하지 않다고 정리하였다. 호주는 프랑스의 대기중 핵실험 중단 보장을 추가하였고 프랑스가 자신이 주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일련의 선언을 하였으며 해당 선언은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재판부는 해당 분쟁이 소멸되었고 호주가 제출한 청구는 더 이상의 목적이 없는 상태라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판결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였다(para. 55~61).
다. 평가 및 해설
이 사건은 이 사건은 피제소국이 심리 과정에 일방적으로 불참하여 ICJ 53 조의 궐석 재판 조항이 적용된 두 번째 사건이다. 첫 번째는 Fisheries Jurisdiction(Germany,UK/Island) 사건이며 이외에도 ICJ 사건 가운데 피제소국이 재판을 보이콧한 사건은 Aegean Sea Continental Shelf 사건, Diplomatic and Consular Staff 사건, Military and Paramilitary Activities 사건이 있으며 해양법재판소 사건으로는 South China Sea 사건이 있다. 제소된 국가가 재판에 반드시 참가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ICJ 헌장에 없다. 다만 불참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불참시 분쟁 상대국은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다. 출석 당사국에 대한 유리한 판결 여부는 재판부의 재량 사항이다. 단 재판부는 당사국의 주장이 사실과 법률에 근거하는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피제소국이 참석하지 않았으므로 제소국 주장이 사실과 법에 부합하는 것인지 피제소국의 반론을 청취할 수 없으므로 재판부에게 더 높은 검증 노력을 환기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건에 대해 자신이 확실히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역시 확인해야 한다. 피제소국이 관할권 존부를 확인하자는 선결적 항변을 제기하면 분쟁 당사국의 주장을 심리하여 관할권 존부를 판결할 수 있으나 피제소국이 관할권을 일방적으로 부인하거나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 재판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판결 이후에 시비가 제기될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서 자신이 동 사건에 대해 정당한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자체적인 관할권 확인이 반드시 궐석 재판시에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식의 관할권 시비가 선결적 항변을 통해 제기되지 않더라도 관할권에 대한 논란이 심리 개시 전이나 과정 중에 발생하거나 관할권 존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경우 재판부는 언제든지 관할권 존부에 대한 검토를 할 수 있다.
재판 불출석은 피제소국이 패소가 분명할 경우, 즉 상대국이 시비하는 자신의 조치가 국제법 위반이 명백하거나 판결의 결과를 이행할 의사가 없을 때 주로 이루어진다. 이 사건은 예외적으로 제소국이 재판을 통해 확보하려는 이행 의무를 피제소국이 수용해버린 후 진행의 의미가 없어진 재판 과정에 불참한 것이다. 대기중 핵실험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인정해서가 아니라 어차피 이 실험을 더 이상 행할 계획이 없어서 불참한 것이다. 대기중 핵실험의 국제법 위반 여부는 만일 정식으로 심리가 진행되었다면 판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국제법상 핵실험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호주가 재판을 통해 달성하려는 핵실험 중단을 프랑스가 스스로 중단하겠다고 천명하였으니 소의 실익이 없다는 논리로 대기중 핵실험의 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인 판단 부담을 회피했다. 만일 당시 국제법상 핵실험이 확실한 위법 행위였다면 중단하겠다는 프랑스의 구두 약속만을 근거로 이 사건과 동일하게 판결하였을까 의문이 남는다.
재판에 당사자가 불출석한 경우의 처리 방안에 대하여 해양법재판소와 ICSID 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출석 당사국의 주장을 우호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명문으로 기술하고 있지는 않다. ICSID 헌장은 불출석이 출석 당사자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불출석에도 불구하고 심리를 진행하여 판정을 내려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출석 당사자에게 부여하고 있다(헌장 45 조).
해양법재판소 헌장 역시 출석 당사국에게 재판 지속 진행 요구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불출석이 재판 진행 중단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ICJ 헌장과 마찬가지로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제기된 시비가 사실과 법에 근거하는지를 확인할 의무도 아울러 규정하고 있다(헌장 28 조159).
WTO/DSU 는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당사국의 출석을 의무화하는 규정도 없으나 현재까지 출석하지 않은 사례는 없다. WTO 패널 설치는 피제소국이 반대하더라도 강행적으로 설치되며 판결문도 피제소국이 채택을 봉쇄할 수단이 없다. 상소기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패널 및 상소기구 보고서(판결문)이 채택되면 이행 의무가 발생하고 일정 기한시까지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소국은 상대국에 대한 양허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피제소국의 궐석은 패소 판결의 이행을 강제할 기제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WTO 처럼 확실한 이행 강제 수단이 보장되어 있는 경우 궐석의 실효는 없을 것이며 심리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이행 기제(機制) 차이에 따라 WTO 에는 따로 궐석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고 본다.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58) Where, .......,, as is generally the case in international law, which places the principal emphasis on the intentions of the parties, the law prescribes no particular form, parties are free to choose what form they please provided their intention clearly results frorn it.( ICJ Reports 1961, p 31)
159) 28. When one of the parties does not appear before the Tribunal or fails to defend its case, the other party may request the Tribunal to continue the proceedings and make its decision. Absence of a party or failure of a party to defend its case shall not constitute a bar to the proceedings. Before making its decision, the Tribunal must satisfy itself not only that it has jurisdiction over the dispute, but also that the claim is well founded in fact and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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