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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tex Holdings Inc. and Apotex Inc. v. United States of America, ICSID Case No. ARB(AF)/12/1
청구인: Apotex Holdings Inc. (캐나다 지주회사)
Apotex Inc. (캐나다 제약회사)
대리인: Salans FMC SNR Denton Europe LLP (Barton Legum, Anne-Sophie Dufêtre, Brittany Gordon)
Dentons US LLP (John J. Hay, Ulyana Bardyn, Kristen B. Weil)
피청구국: 미합중국 (United States of America)
대리인: U.S. Department of State (Mary McLeod, Lisa J. Grosh, John D. Daley, Jeremy K. Sharpe, Neale H. Bergman, John I. Blanck, David M. Bigge, Alicia L. Cate, Nicole C. Thornton)
V.V. Veeder (의장중재인, 영국 국적)
J. William F. Rowley (청구인 지명, 캐나다 국적)
John R. Crook (피청구국 지명, 미국 국적)
피청구국의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이하 “FDA”)은 청구인 Apotex Inc.의 공장들을 검사한 후 사전통지 없이 해당 공장에서 제조한 의약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수입경보조치를 내렸다. 이로써 청구인들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청구인 Apotex Inc.의 의약품에 대한 FDA 승인도 중지되었다.
한편 FDA는 피청구국 국내 제약회사나 일부 외국 제약회사들에 대하여도 검사를 실시하였고 기준 위반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회사들에게는 수입경보조치 등의 제재를 하지 않았다.
청구인들은 피청구국의 조치가 청구인들과 국내/국외 제약회사들을 차별 대우하였으므로 내국민대우 의무 및 최혜국대우 의무를 위반하였고, 피청구국이 사전통지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조치를 내린 것은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본건 중재를 제기하였다.
중재판정부는 Apotex Inc.와 피청구국 사이에 있었던 선행 중재판정의 기판력에 따라 Apotex Inc.의 청구 및 Apotex-Holdings의 청구 중 일부가 ‘투자’로 인정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Apotex-Holdings의 나머지 청구에 관하여, 중재판정부는 내국민대우 또는 최혜국대우 관련 청구는 대조군 기업들과 청구인들이 동종상황에 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하고, 공정·공평대우 관련 청구는 관습국제법상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절차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각하였다.
가. 선행 투자중재 사건
Apotex Inc.는 이미 피청구국을 상대로 UNCITRAL 중재규칙에 따라 투자중재를 제기한 바 있으나(이하 “Apotex v USA I & II”) 관할권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패소하였다.1) 본건에서는 이 선행사건 판정이 본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나. 중재지의 결정
본건에서는 중재지에 대해 당사자 간의 다툼이 있었고, 중재판정부가 최종적으로 중재지를 결정하였다. 피청구국은 미국 내의 워싱턴 D.C. 또는 뉴욕이 중재지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반면 청구인들은 캐나다 토론토가 중재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
중재판정부는 우선, 피청구국의 수도로서 홈경기장(national home stadium)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워싱턴 D.C.를 배제하였다.3) 따라서 남은 선택지는 미국 뉴욕과 캐나다 토론토이다. 원래 중재지 결정에 있어서는 양 당사자로부터 중립적인지가 중요한데, 미국 뉴욕은 청구인들에게, 캐나다 토론토는 피청구국에게 각각 타지(foreign)에 해당하므로 본건에서 중립성을 고려하는 것은 어렵다.4)
중재판정부는 뉴욕과 토론토 모두 중재절차 진행이나 사법심사에 있어 적절한 장소라고 하면서도, 본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뉴욕이 좀 더 중재지로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5) 첫째, 뉴욕이 토론토에 비해 조금 더 오랫동안 중재지로서 많이 활용되어 왔고, 미국 연방항소법원을 포함하여 미국 법원들이 국제중재에 익숙하다. 둘째, 양 당사자 모두 뉴욕에 익숙하다. 청구인 Apotex Inc.와 피청구국은 선행 중재사건에서 뉴욕을 중재지로 하기로 동의하였다. 셋째, 청구인들의 주된 사무소가 토론토에 있어, 토론토를 중재지로 하면 피청구국보다 청구인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6)
중재판정부의 결정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지점은 미국 법원이 통상 미국 행정부의 조약 해석을 존중(deference)해 왔다는 점이 뉴욕을 중재지로 결정하는데 장애가 되는지 아닌지이다. 청구인들은 중재판정에 대한 미국 법원의 사법심사가 기울어진 운동장(uneven playing field)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7)
중재판정부 다수의견은 투자중재판정을 심사하면서도 미국 법원이 행정부의 해석을 존중할 것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 연방대법원을 비롯한 미국 법원들이 중재판정에 대한 불복절차에서 중재판정부의 판단을 매우 존중(highly deferential)해 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뉴욕을 중재지로 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8)
반면 (청구인들이 지명하고, 캐나다 국적자인) Rowley 중재인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 행정부의 조약 해석을 대단히 중시해 왔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뉴욕에 비해 토론토가 더 적절한 중재지라는 소수의견(dissent)을 개진하였다.9)
North America Free Trade Agreement (이하 “NAFTA” 또는 “본건 협정”)
피청구국이 사전통지 없이 수입경보조치를 하여 청구인들에게 손해를 입힌 행위10)
청구인은 다음과 같이 청구하였다.11)
(a) 피청구국이 NAFTA 제1102조(내국민대우), 제1103조(최혜국대우) 및 제1105조(최소기준대우)를 위반하였다는 확인
(b) 피청구국에게 청구인의 손해 및 그에 대한 이자의 지급 명령
(c) 피청구국에게 청구인이 지출한 중재비용과 법률비용 지급 명령
청구인 Apotex-Holding은 청구인 Apotex Inc.와 Apotex-US 등을 소유한 캐나다 지주회사이다.12) 청구인 Apotex Inc.는 캐나다 제약회사로 캐나다 내의 시그넷(Signet)과 이토비코(Etobicoke) 공장 등에서 의약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회사이다.13) Apotex-US는 Apotex 그룹의 미국 계열사로, 주로 Apotex Inc.으로부터 의약품을 수입하여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회사이다.14)
미국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 법(US Federal Food, Drug and Cosmetics, 이하 “본건 의약품법”)에 따르면, FDA는 적정제조기준(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이하 “cGMP”)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미국 내·외에 있는 의약품 제조시설들을 방문하여 검사할 수 있다.15)
FDA는 2002년부터 2006년 전까지 Apotex Inc.의 시그넷 공장과 이토비코 공장에 대한 검사를 여러 차례 실시하였으나 cGMP 위반사항을 기록하지 않았다.16)
미국 의회의 회계감사원(General Accounting Office, 이하 “GAO”)은 2007. 11. 1. FDA가 해외에 있는 공장들을 제대로 검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첫 번째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한, 2007년부터 미국 등의 환자들이 오염된 의약품으로 인해 고통을 입었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다. GAO는 2008. 4.경 두 번째 보고서, 2008. 9.경 세 번째 보고서를 각각 발간하였다.17)
FDA는 2008. 12. 10.부터 19.까지 이토비코 공장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여 cGMP 위반사항들을 발견하였다.18) FDA는 2009. 6. 25. Apotex Inc.에 위 위반에 관한 경고서한(warning letter)을 발송하였다.19)
또한, FDA는 2009. 7.경부터 8.경까지 시그넷 공장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여 cGMP 위반을 확인하였다.20) Apotex Inc.는 예방적 조치로 의약품에 대한 리콜조치를 시행하였다.21)
FDA는 2009. 8. 30. 시그넷 공장과 이토비코 공장에서 생산된 의약품에 대한 수입경보 66-40를 발령하였다(이하 “본건 수입경보조치”). 이로 인해 Apotex-US는 시그넷 공장과 이토비코 공장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미국으로 수입할 수 없었다.22) FDA는 본건 수입경보조치 당시 Apotex Inc.에 이를 통지하지 않았다. FDA에 따르면, 오염된 외국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사전통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23)
FDA는 2010. 3. 29. Apotex Inc.가 위반사항을 제대로 개선하지 않았다고 보고 시그넷 공장의 위반사항을 지적하는 경고 서한(warning letter)을 발송하였다. 서한에는 Apotex Inc.가 위반사항을 모두 교정하고, FDA가 이를 확인할 때까지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의약품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24)
Apotex Inc.는 2010. 8.경부터 FDA에 재검사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하였고,25) FDA는 2011. 1.경부터 2.경까지 재검사를 실시하였다.26) 이후 FDA는 2011. 6. 15. 이토비코 공장에 대한 수입경보조치를,27) 2011. 7. 29. 시그넷 공장에 대한 수입경보조치를 각각 해제하였다.28)
한편, Apotex Inc.는 미국 시장에 출시할 신약을 승인받기 위하여 FDA에 약식 신청서(abbreviated new drug application, 이하 “ANDA”)를 제출하여 절차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본건 수입경보조치 이후 ANDA 절차가 중단되었다. FDA는 본건 수입경보조치가 모두 해제된 후 절차를 재개하여 2011. 11. 25. 승인하기 시작하였다.29)
청구인들은 피청구국이 본건 수입경보조치를 통하여 미국 제약회사나 외국 제약회사에 비하여 청구인들을 차별하여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 의무를 위반하고, 사전통지 없이 위 조치를 취함으로써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하였다면서 본건 중재를 제기하였다.30)
가. 관할권에 관한 판단
피청구국은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본안전항변을 개진하였다.
(a) 본건 수입경보조치와 청구인들 또는 그들의 투자 사이에 NAFTA 제1101조 제1항31)이 요구하는 관련성(relating to)이 인정되지 않는다.
(b) ANDA가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선행 중재판정에 기판력이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ANDA 관련 청구는 NAFTA상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중재판정부는 (a)항변을 기각하였으나, (b)항변을 인용하여 청구인들의 ANDA 관련 청구에 관한 관할권을 부인하였다.
1) NAFTA 제1101조 제1항의 관련성
NAFTA 제1101조 제1항은 관할요건으로서 NAFTA 제11장상 실체적 보호조항이 타방체약국 투자자와 투자에 관련된(relating to) 투자유치국의 조치에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32) 따라서 청구인들이 NAFTA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본건 수입경보조치와 투자자로서 청구인들 또는 그들의 투자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33)
피청구국은 NAFTA 제1101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는 본건 수입경보조치가 투자자 또는 그들의 투자에 관련되어야 하며, 그 관련성은 법적으로 중요한 관련성(legally significant connection)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34) 그 근거로 Methanex 사건35) 또는 Bayview 사건36)에서 중재판정부가 문제되는 조치가 단순히 영향을 미치는(affects) 정도로는 위 관련성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점을 제시한다.37) 반면 청구인들은 Cargill 사건38)을 제시하며 피청구국의 조치가 투자자의 투자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한다.39)
중재판정부가 보기에 Cargill 사건의 중재판정부가 Methanex 사건이나 Bayview 사건 중재판정부와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사자들은 동조의 관련성이 인정되려면 투자자나 투자에 단순히 영향을 미치는 정도 보다 강한 영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므로 본건 수입경보조치가 Apotex-US, Apotex Inc. 그리고 Apotex-Holdings에 관련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40)
가) Apotex-US
1) 피청구국의 주장
피청구국은 본건 수입경보조치가 (1) Apotex-US의 제품이 아닌 Apotex Inc.의 제품에 관한 것이고, (2) Apotex Inc.에 적용되며, (3) Apotex Inc.의 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판매점에 영향을 미치고, (4) Apotex-US가 다른 공급자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5) 본건 수입경보조치가 그 자체로 Apotex Inc.의 물품을 억류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41)
2)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들은 Apotex-US가 본건 수입경보조치로 인하여 Apotex Inc.의 의약품을 조달·판매하지 못하여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하락하였으므로 위 조치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42) 또한, 미국연방법원의 선례에 따르면 수입경보조치에 따라 자동으로 물품이 억류된다고 반박한다.43)
3) 중재판정부의 판단
NAFTA 제1101조 제1항의 관련성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본건 수입경보조치의 미국법상 지위가 아니라 본건 수입경보조치의 적용에 따라 현실적으로 어떤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는지라고 할 수 있다. 본건 수입경보조치가 미국법상 어떤 효과가 있는지와 무관하게, 본건 수입경보조치가 있은 후 불과 이틀 후부터 의약품이 억류되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본건 수입경보조치와 그 조치의 효과 간에는 강한 시간적 관계(strong temporal relationship)가 있다. 또한, FDA가 본건 수입경보조치를 통해 의약품 수입을 막으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도 분명하다.44)
본건 수입경보조치는 Apotex Inc. 의약품의 수취인으로서 Apotex-US에 영향을 미친다. Apotex-US는 본건 수입경보조치로 인하여 Apotex Inc의 의약품을 받을 수 없었고 미국 내에서도 영업을 할 수 없었다.45)따라서, 본건 수입경보조치와 Apotex-US가 관련된다.46)
나) Apotex Inc.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본건 수입경보조치는 Apotex Inc.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으므로 Apotex Inc.에 대한 관련성이 인정된다.47)
다) Apotex-Holding
Apotex-Holding은 Apotex-US와 Apotex Inc.의 소유자이다. 그러므로 상기한 이유에 따라서 Apotex-Holding에 대한 본건 수입경보조치의 관련성도 인정된다.48)
2) ANDA가 NAFTA 제1139조의 투자에 해당하는지
선행사건인 Apotex v USA I & II 사건 중재판정부는 Apotex Inc.의 ANDA 관련 투자 및 행위들이 NAFTA 제1139조상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미 판단하였다.49)
이에 (1) NAFTA 제1136조 제1항50)에 의해 Apotex v USA I & II 사건 중재판정의 기판력을 이 사건에서 주장할 수 없는지, (2) 기판력의 범위에 관하여 주문 판단 외 이유 판단이 고려되는지, (3) Apotex v USA I & II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었던 Apotex-Holdings도 위 기판력의 적용을 받는지 등이 문제된다.
청구인 Apotex Inc.는 ANDA가 투자에 해당하고, 자신은 ANDA에 투자한 투자자라고 주장하고,51) 청구인 Apotex-Holdings는 청구인 Apotex Inc.를 간접적으로 소유하므로 ANDA가 자신의 투자라고 주장하며, Apotex-US도 자신의 투자라고 주장한다.52)
아래에서 판단하는 바와 같이 Apotex v USA I & II 사건에서 ANDA에 관한 행위 등은 투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위 사건의 기판력에 따라서 이 사건에서 Apotex Inc.의 모든 청구(모든 청구가 ANDA를 투자로 구성하고 있음)와 Apotex-Holdings의 ANDA 관련 청구(ANDA 관련 청구 외에도 Apotex-US가 자신의 투자라는 주장도 하고 있음)는 투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중재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
가) NAFTA 제1136조 제1항
NAFTA 제1136조 제1항53)은 중재판정부가 내린 판정은 분쟁 당사자 간 및 특정 사건에 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속력이 없다(“An award made by a Tribunal shall have no binding force except between the disputing parties and in respect of the particular case”)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은 NATFA 제1136조 제1항이 중재판정부의 판정이 해당 분쟁 당사자와 해당 사건에 대해서만 구속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선행사건인 Apotex v USA I & II 사건 판정이 후속사건인 본건에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한다.54)
그러나 청구인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NAFTA 제1136조 제1항은 「국제사법재판소 규정」(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제59조55) 및 그와 동일한 문구를 사용하는 과거의 「상설국제사법재판소 규정」 (Statute of the Permanent Court of International Justice) 제59조와 매우 유사하다. 국제사법재판소와 상설국제사법재판소 모두 이 규정을 재판소가 선례구속(stare decisis)에 관한 규칙을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일관되게 해석하여 왔다. 이들 재판소는 이 조항으로 인해 기판력(res judicata)의 법리가 배제된다고 보지 않았고,56) 학자들도 마찬가지이다.57)
그러므로 NAFTA 제1136조 제1항은 피청구국의 Apotex v USA I & II 사건 판정의 기판력에 기초한 항변을 차단하지 않는다.58)
나) Apotex v USA I & II 사건 판정의 기판력
(1) 국제법상 기판력의 법리
기판력의 법리는 NAFTA 제1131조에 말하는 적용 가능한 국제법의 일반원칙에 해당한다.59) 기판력의 법리는 권한 있는 선행 판정부가 내린 최종 판단의 구속력(biding effect)을 말한다. 이에 대해 Amco 사건60) 중재판정부는 권한 있는 재판소에서 다투어져 명시적으로 판단이 이루어진 권리, 쟁점 및 사실관계는 다시 다툴 없다는 것이라고 설시하였다.61)
기판력의 법리는 국제재판에서 소위 3중 동일성 기준(triple identity test)에 따라 설명되기도 한다. 이에 따르면 당사자(persona), 청구취지(petitum), 청구원인(causa petendi)이 동일한 경우 선행 중재판정의 기판력이 후행 중재판정에 미친다.62) 일부 중재판정부와 학자들은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구분하지 않는다.63)
청구인들과 피청구국은 국제법상 기판력의 범위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중재판정의 주문에 기판력이 발생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선행사건의 주문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동일 당사자 사이에 제기되고 최종적으로 판단된 사실관계나 쟁점을 후행사건의 당사자가 다툴 수 없다는 쟁점배제효(issue estoppel)와 유사하거나 넓은 개념이 국제법상 기판력에 포함되는지에 대하여는 동의하지 않는다.64)
기존 사건의 중재판정부들이 쟁점배제효의 여러 형태를 적용하여 왔음은 분명하다.65) 최근의 Grynberg 사건66) 중재판정부는 이를 적용하여 청구인들이 선행사건에서 판단된 쟁점들을 다시 제기하려는 시도를 차단하였다.67)
통상 국제법원과 중재판정부들은 선행 판정의 주문의 범위, 즉 주문의 차단효(preclusive effect)에 대해 판단하면서 선행 사건의 판단이유와 그 판단에 고려한 주장들을 검토하였다.68) 이에 대한 근거로 Pious Fund 사건,69) 상설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70) Chorzów Factory 사건에서 Judge Anzilotti의 반대의견,71) Channel Arbitration 사건,72) 국제사법재판소의 법리,73) 유럽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의 법리74) 등이 있다.
즉, 선행사건 판정의 기판력 범위가 문제되는 경우 국제법원이나 판정부들은 선행사건의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항의 범위를 판단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판단이유와 당사자의 주장들을 검토한다.75) 최근 국제사법재판소의 2013. 11. 11.자 Cambodia v Thailand 사건 판결에서도 판정이유를 참고하여 주문을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76)
(2) UNCITRAL 중재규칙
Apotex v USA I & II 사건 중재판정은 UNCITRAL 중재규칙이 적용되었다.
UNCITRAL 중재규칙 제32조 제2항은 중재판정이 당사자 사이에 최종적이고 구속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shall be final and binding on the parties”), 같은 조 제3항은 중재판정의 이유를 기재하여야 한다(“shall state the reasons upon which the award is based”)고 규정하고 있다.77)
앞서 살펴본 국제법상의 태도와 유사하게, UNCITRAL 규칙 제32조에 따른 Apotex v USA I & II 사건 판정 주문과 이유의 지위를 고려하면 기판력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판정이유를 주문과 함께 고려할 수 있다. UNCITRAL 중재규칙상 주문 부분을 그에 관련된 이유들과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읽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78)
다) 선행사건 판정의 기판력이 당사자가 아닌 Apotex-Holdings에도 미치는지
청구인들은 Apotex-Holdings가 Apotex v USA I & II 사건 판정을 잘 알고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고(privy) 자인한다.79) 이러한 자인을 차치하더라도 Apotex-Holdings는 Apotex v USA I & II 사건의 명시적 당사자(named party)는 아니지만 해당 사안에 관여하고 잘 알고 있었다(privy). Apotex-Holdings의 청구는 Apotex Inc.의 ANDA 관련 주장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ANDA가 투자가 아니라면 Apotex-Holdings의 청구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관할권을 가지지 않는다.80)
라) 기판력의 적용
Apotex v USA I & II 판정은 주문에서 Apotex Inc.가 피청구국에 투자를 한 투자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81) 판정의 주문은 그 이유와 함께 읽어야 한다.
기판력에 관하여 위 주문은 Apotex v USA I & II 중재판정문의 관련된 이유와 함께 적용된다.82)
Apotex v USA I & II 판정의 이유에 따르면, ANDA 관련 행위들은 NAFTA 제1139조상 투자에 해당하지 않고,83) ANDA는 무형의 자산(intangible property)에 해당하지 않으며,84) ANDA에 관한 투자금도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85)
이러한 Apotex v USA I & II 판정의 기판력에 따라, ANDA가 NAFTA 제1139조 (g)호86) 또는 (h)호87)상 투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차단된다.88)89)
나. 본안에 관한 판단
청구인들은 (1) 본건 수입경보조치는 유사한 상황에서 청구인들을 내국민이나 제3국 투자자와 차별한 것이라면서 내국민대우 의무 및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을 주장하고, (2) 사전통지나 의견 청취 없이 본건 수입경보조치를 한 것은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1) 내국민대우 의무 및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
청구인들은 본건 수입경보조치가 대조군(comparators)인 미국 기업과 제3국 기업에 비해 청구인들을 차별 대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90) 피청구국은 청구인들이 동종상황(like circumstance)을 입증하지 못했고, 제3국 투자자들이 청구인들에 비해 더 좋은 대우를 받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반박한다.91)
가)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의 판단 기준과 입증책임
NAFTA 제1102조 내국민대우 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1) 청구인들이 피청구국으로부터 투자의 설립, 취득, 확장, 관리 등에 관한 대우(treatment)를 받고, (2) 국내 투자자 또는 투자와 동종상황(like circumstances)에 있어야 하며, (3) 그 국내 투자자 또는 투자에 비교하여 나쁘지 않은 대우(less favorable treatment)를 받아야 한다. NAFTA 제1103조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의 경우 (2) 요건이 국내 투자자가 또는 투자 아니라 제3국 투자자 또는 투자여야 하고, 다른 요건은 동일하다.92)
(1) 대우
피청구국은 본건 수입경보조치가 청구인들이나 청구인들의 투자에 관련(relate to)되지 않으므로, 이를 제1102조 또는 제1103조상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93) 그러나 앞서 본건 수입경보조치가 청구인들이나 청구인들의 투자에 관련된 것이라고 인정하였으므로 피청구국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94)
(2) 동종상황
대조군과 동종상황에 있는지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대조군이 청구인들과 동종상황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대조군이 (1) 청구인들과 동일한 경제적 사업 부문에 속해있거나, (2) 상품 또는 서비스 측면에서 투자자 또는 그의 투자와 경쟁하는 사업이거나 그 사업에 투자하였거나 또는 (3) 유사한 법적 제도 또는 규제 요건의 대상인지 확인하여야 한다.95)
피청구국은 청구인들이 제시하는 국내 대조군이 동일한 법 또는 규제의 대상이 아니고, 해외 대조군에 대하여 FDA가 수입경보조치를 내리지 않은 데에는 본건 수입경보조치와는 다른 요소들이 고려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핀다.96)
(3) 나쁘지 않은
당사자들은 ‘나쁘지 않은’이라는 용어는 대조군에게 부여되는 가장 좋은 대우에 비교하여 좋거나 나쁘지 않은 대우를 의미한다는 점과 NAFTA 제1102조 또는 제1103조가 계급에 기반한 차별(class-based discrimination)이나 차별적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하여 다투지 않는다.97)
나) 내국민대우 의무 또는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에 관한 판단
(1) 내국민대우 의무 위반 여부
청구인들은 FDA가 미국 제약회사들인 (a) Baxter Healthcare Corporation, (b) L. Perrigo Company, (c) Hospira, Inc.에 대한 검사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경보조치 등의 제재를 하지 않은 것이 내국민대우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피청구국은 위 국내 대조군이 청구인들과 동일한 법적 또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한다.98)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기 때문에 본건 의약품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99) 오염된 의약품이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해외 공장에서 생산되어 미국에 수입되는 의약품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지만 미국 영토 내에서 생산되어 국내에 공급되는 의약품의 공급을 막기 위해서는 사법절차를 거쳐야 한다.100)
청구인들이 제시하는 국내 대조군은 청구인들과 동일한 업종의 기업들이고, Apotex Inc.와 비슷한 의약품을 판매했으며, 미국 내에서 직접 경쟁자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이들이 청구인들과 동일한 법적 제재 또는 규제 대상이었는지가 중요한 잠재적 차별화 요인으로 보인다.101)
청구인들은 캐나다 기업들로서 주로 캐나다 당국이 규제하고 FDA의 규제대상이 아니며,102) 관련법과 실무상 FDA의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에 대한 감사에는 차이가 있다.103) 본건 의약품법상 FDA는 국내 의약품 제조사에 대하여 직접 관할권을 가지고 사전고지 없이 검사를 실시할 수 있지만, 외국 제조사에 대하여는 그러지 못한다.104) 해외에서 제작된 제품과 국내산 제품에 대한 법률 및 규제 체계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105) FDA가 외국 의약품과 국내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 능력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는 해외 공장과 국내 공장에 관한 법률 및 규제 체계의 중대한 차이에 해당한다.106)
그러므로 위 국내 대조군이 청구인들과 동종상황에 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NAFTA 제1102조 내국민대우 의무 위반 주장을 기각한다.107)
(2)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 여부
청구인들은 FDA가 캐나다 제약사인 Sandoz나 이스라엘 제약사인 Teva에 대한 검사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경보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최혜국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청구국은 FDA는 재량에 따라서 수입경보조치를 내릴 수 있고 수입경보조치를 내릴 때는 여러 요소가 고려되는데, Sandoz나 Teva에 대하여 수입경보조치를 할 경우 주요 의약품들의 공급이 부족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점, 이들이 Apotex Inc.에 비하여 위반사항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수입경보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즉, Sandoz나 Teva는 청구인들과 동종상황에 있지 아니하므로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108)
Sandoz나 Teva의 경우 수입경보조치에 관하여 청구인들과 동일한 법령 및 규제 체제가 적용되는데,109) 피청구국의 이들에 대한 대우가 청구인들에 대한 대우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110)
그런데 FDA는 필수적 의약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Sandoz와 Teva를 다르게 대우한 것으로 보인다.111) 또한, Apotex Inc.는 cGMP에 따른 시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도 FDA의 조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112)
FDA가 청구인들을 특정하여 차별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113)그러므로 Sandoz나 Teva는 청구인들과 동종상황에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NAFTA 제1103조 위반 주장은 기각한다.114)
2)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
가) NAFTA 제1105조
(1)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들은 관습국제법상 행정처분에 관하여도 절차적 보호가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청구국은 본건 수입경보조치를 취하면서 Apotex Inc.에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를 하지 않았고, 공정한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일부 FDA 직원이 그 결정을 내렸으며, 조치에 대한 이유를 제공하지 않았고, 청구인들에게 제공된 행정적 구제방법은 비효율적이었으며, 청구인들은 위 조치를 미국 법원에 이의제기 할 수 없었으므로, 피청구국의 본건 수입경보조치는 관습국제법상 절차적 보호 요건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115)
(2) 피청구국의 주장
피청구국은 관습국제법이 해외 제약회사의 오염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지 않고,116) 청구인은 사법절차나 분쟁절차에서 논의되는 국제법상 권리들을 일반적인 행정절차에 오용하고 있으며,117) 청구인들에게는 절차적 보호가 제공되었는데 청구인들이 그 기회들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118)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관습국제법상 절차적 의무를 인정하기 위한 국가실행과 법적 확신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청구인들은 본건 수입경보조치의 맥락에서 절차적 권리가 있을 알 수 있는 관습국제법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였다.119) 또한, 다른 중재판정부들은 공공보건 및 다른 중요한 공익을 보호하는 규제당국의 특수한 역할과 책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환자의 건강과 공중보건에 관한 규제당국의 재량권 행사에 관하여 조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120)
설령 본건 수입경보조치에 관하여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관습국제법상 적법절차 준수 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청구국이 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적법절차에 관하여 중재판정부들은 다양한 접근 방법을 취했고, 이를 종합하여 분석한 Dumberry 교수의 저술에 따르면 NAFTA 중재판정부들은 제1105조상 공정·공평대우 기준 위반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심각성(severity)과 중대성(gravity)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121)
어떠한 적법절차가 필요한지는 사안의 맥락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약품의 국경간 무역에 관한 규제는 환자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이는 공중보건에 대한 복잡하고 전문화된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고,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122) 본건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청구국의 행위가 NAFTA 제1105조 제1항 위반을 인정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높은 심각성과 중대성을 충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123)
청구인들은 FDA가 아무런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FDA가 청구인들의 공장에서 한 검사들과 여러 차례의 서신 교환들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들은 FDA의 우려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124)
나) 자메이카-미국 간 투자협정
청구인들은 NAFTA 제1103조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하여 자메이카-미국 간 투자협정 제2조 제2항 (b)125) 및 제2조 제6항126)을 차용하여 피청구국이 위 규정들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자메이카-미국 간 투자협정 제2조 제2항 (b)호의 경우 앞서 살핀 NAFTA 제1105조 제1항 관련 판단에 따라서 기각한다.127)
자메이카-미국 간 투자협정 제2조 제6항의 경우 체약국이 투자 등 관련 권리 주장 및 집행에 관한 효과적인 수단(effective means)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은 이러한 규정이 NAFTA 제1105조의 내용보다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FDA의 행정절차와 같이 분쟁절차 외의 절차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128)
그러므로 청구인들의 이 부분 청구도 기각한다.
다. 중재판정부의 결론
중재판정부는 Apotex v USA I & II 사건 판정의 기판력에 따라서 청구인들의 ANDA 관련 청구에 관하여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 기각하고, ANDA 청구 이외의 나머지 본안 청구 역시 피청구국의 NAFTA상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모두 기각하였다. 또한, 청구인들이 중재비용 중 75%를 피청구국이 25%를 각 부담하고, 청구인들이 피청구국의 법률비용 미화 1,222,584달러를 부담할 것을 명하였다.129)
동일한 사실관계라고 하더라도 여러 법규칙 위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는 다양한 분쟁절차에 따라 구제를 받을 수도 있다. 예컨대, 하나의 사건이 동시에 국내법 위반이 되고 투자협정을 포함한 국제법 위반이 될 수도 있으므로, 투자자는 국내법 위반을 이유로 국내법원에 소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국제법 위반을 이유로 투자분쟁절차를 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병행절차(parallel proceedings)를 어떻게 규율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극단적으로는 병행절차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므로 규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과 병행절차를 전혀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는 양 스펙트럼의 중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규율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분쟁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관련 절차들을 병합할 수 있고, 관련 투자협정이나 조약에서 이에 관한 조항을 두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 택일조항(갈림길조항, fork-in-the-road)이나 포기조항(waiver)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유사한 쟁점과 당사자가 문제된 투자중재가 순차로 제기될 경우 선행사건의 판정이 후행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있에 기판력(res judicata)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이는 특히 네덜란드 기업 CME가 체코를 상대로 제기한 CME 사건에서 선행사건인 Lauder 사건130) 판정의 기판력이 문제되었다. 선행사건은 CME의 대주주인 Lauder가 동일한 투자에 대한 동일한 피청구국의 동일한 조치를 문제 삼아 체코를 상대로 투자중재를 제기한 것이다. 후행사건인 CME 사건 중재판정부는 양 사건의 당사자가 동일하지 않고, 적용되는 투자협정이 다르므로 CME가 가진 권리와 Lauder가 가진 권리가 다를 수 있다는 점 등을 선행사건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양 사건의 당사자(선행사건은 Lauder와 체코, 후행사건은 CME와 체코)와 청구원인(선행사건은 체코-미국 간 투자협정, 후행사건은 체코-네덜란드 간 투자협정)이 다르다는 것이다.131) 소위 3중 동일성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이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사실상 동일한 투자에 대한 동일한 조치와 관련하여, 양 사건의 중재판정부가 다른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선행사건인 Lauder 사건에서는 피청구국 체코가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후행사건인 CME 사건에서는 피청구국의 책임을 인정한 결론이 내려졌다.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선행사건에서는 대주주가, 후행사건에서는 기업이 각각 동일한 피청구국을 상대로 투자중재를 제기했음에도, 후행사건의 중재판정부가 3중 동일성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선행사건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 후 기업이 이미 투자중재를 제기하여 판정을 받은 후 해당 기업의 유일한 주주인 개인들이 다시 투자중재를 제기한 Grynberg 사건에서는 청구인들이 선행사건의 당사자인 기업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므로(privy) 선행사건의 기판력132)이 미친다고 보았다. 특히, 해당 사건 중재판정부는 주주와 기업이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고 주주가 자신이 가진 고유한 권리의 구제를 구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주주가 그러한 기회를 창과 방패로 동시에 활용할 수 없고, 기업을 상대로 활용가능한 항변은 주주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133)
중재판정부는 동일한 쟁점을 다시 판단(revisit)할 수 없다고 하면서, 청구인들의 청구를 명백히 근거 없는 청구라고 보고 기각하였다.134) 이는 CME 사건에 비하여 3중 동일성 기준을 조금 더 유연하게 적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본건 역시 Grynber 사건 판정을 원용하여 선행사건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보아 일부 청구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Apotex Inc.가 선행사건에서 판정을 받았고, 이후 그 주주인 Apotex-Holdings가 동일한 피청구국을 상대로 투자중재를 제기하는 경우 그 주주와 회사를 동일 당사자로 볼 것인지 등이 문제되었는데, 본건 중재판정부 역시 설사 엄밀하게 당사자가 다르다 하더라도 양자의 이해관계가 동일하므로(privy) 선행사건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보았다.
한편, 한국법이나 대륙법계에서는 기판력의 효력으로서 쟁점효(issue estoppel, issue preclusion 또는 collateral estoppel)를 대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법에서는 영미법계에서 통상 인정되는 쟁점효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선행사건 판정의 주문이 아니더라도 주요 사실관계나 쟁점에 관한 판단도 후행사건에서 다시 다툴 수 없을 수 있다.
투자중재와 국내 법원판결 또는 상사중재 사이의 관계도 문제된다. 즉,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선행하는 국내 확정판결 또는 상사중재판정이 있을 경우 그 판결 또는 판정의 기판력이 후행 투자중재에 미치는지의 문제이다. 이 경우 국내 법원판결 또는 상사중재판정의 기판력이 후행 투자중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들이 있다.135)
작성자 한창완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이한솔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 개인의 견해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견해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1) Apotex Inc. v.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ICSID Case No. UNCT/10/2, Award on Jurisdiction and Admissibility.
2) Apotex Holdings Inc. and Apotex Inc. v. United States of America, ICSID Case No. ARB(AF)/12/1, Award (이하 “Award”), paras. A.16-A.17.
3) Award, para. A.34.
4) Award, para. A.35.
5) Award, para. A.49.
6) Award, paras. A.36-A.39.
7) Award, paras. A.40-A.41.
8) Award, paras. A.46-A.48.
9) Award, paras. A.50-A.51.
10) Award, para. 2.34.
11) Award, para. 1.52.
12) Award, paras. 1.1, 3.5.
13) Award, paras. 1.2, 3.6.
14) Award, paras. 1.3, 3.7.
15) Award, para. 2.10.
16) Award, paras. 2.16, 3.9-3.10.
17) Award, paras. 3.11-3.13.
18) Award, paras. 2.18, 2.40, 3.15-3.16.
19) Award, paras. 2.20, 2.41, 3.37.
20) Award, paras. 2.21, 2.42, 3.40, 3.45-3.46.
21) Award, paras. 2.22, 3.66.
22) Award, paras. 2.24, 2.44.
23) Award, paras. 2.23, 3.60.
24) Award, paras. 3.82-3.83.
25) Award, paras. 3.92-3.96.
26) Award, para. 3.97.
27) Award, para. 3.104.
28) Award, para. 3.108.
29) Award, paras. 3.8, 3.114.
30) Award, para. 1.6.
31) “1. This Chapter applies to measures adopted or maintained by a Party relating to:
(a) investors of another Party;
(b) investments of investors of another Party in the territory of the Party; and
(c) with respect to Articles 1106 and 1114, all investments in the territory of the Party.”
32) Award, para. 6.2.
33) Award, para. 6.3.
34) Award, para. 6.8.
35) Methanex Corporation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36) Bayview Irrigation District et al. v. United Mexican States, ICSID Case No. ARB(AF)/05/1.
37) Award, paras. 6.9-6.10.
38) Cargill, Incorporated v. United Mexican States, ICSID Case No. ARB(AF)/05/2.
39) Award, para. 6.11.
40) Award, para. 6.13.
41) Award, pars. 6.15-6.16.
42) Award, para. 6.14.
43) Award, para. 6.17.
44) Award, paras. 6.18-6.20.
45) Award, paras. 6.22-6.23.
46) Award, para. 6.21.
47) Award, para. 6.31.
48) Award, para. 6.34.49) Award, paras. 7.43-7.47 and Part VII – Annex.
50) “An award made by a Tribunal shall have no binding force except between the disputing parties and in respect of the particular case.”
51) Award, para. 6.6.
52) Award, para. 6.5.
53) “An award made by a Tribunal shall have no binding force except between the disputing parties and in respect of the particular case.”
54) Award, para. 7.4.
55) “The decision of the Court has no binding force except between the parties and in respect of that particular case”
56) Award, para. 7.6.
57) Award, paras. 7.7-7.8.
58) Award, para. 7.9.
59) Award, para. 7.11.
60) Amco Asia Corp. v. Republic of Indonesia, ICSID Case No. ARB/81/1.
61) Award, para. 7.12
62) Award, para. 7.13.
63) Award, para. 7.15.
64) Award, para. 7.17.
65) Award, para. 7.18.
66) Rachel S. Grynberg, Stephen M. Grynberg, Miriam Z. Grynberg and RSM Production Corporation v. Grenada, ICSID Case No. ARB/10/6, Award, 10 December 2010.
67) Award, para. 7.18.
68) Award, para. 7.23.
69) Award, para. 7.24.
70) Award, para. 7.25.
71) Award, para. 7.26.
72) Award, para. 7.27.
73) Award, para. 7.28.
74) Award, para. 7.29.
75) Award, para. 7.30.
76) Award, para. 7.32.
77) Award, para. 7.33.
78) Award, para. 7.35.
79) Award, para. 7.3.
80) Award, para. 7.40.
81) Award, para. 7.41.
82) Award, para. 7.42.
83) Award, para. 7.43.
84) Award, para. 7.44.
85) Award, para. 7.45.
86) “property, tangible or intangible, acquired in the expectation or used for the purpose of economic benefit or other business purposes.”
87) “interests arising from the capital or other resources in the territory of a Party [the USA] to economic activity in such territory …”
88) Award, paras. 7.54, 7.56, 7.60.
89) 청구인 지명 중재인 Rowley의 반대의견은 Award, paras. 7.63-7.66.
90) Award, para. 8.2.
91) Award, para. 8.3.92) Award, paras. 8.4-8.5.
93) Award, para. 8.13.
94) Award, para. 8.14.
95) Award, para. 8.15.
96) Award, para. 8.16.
97) Award, paras. 8.18-8.20.
98) Award, para. 8.33.
99) Award, paras 8.30.-8.31.
100) Award, para. 8.32.
101) Award, para. 8.43. “It is common ground that all of the three domestic comparators proposed by the Claimants were in the same sector as the Claimants, sold like drug products to those sold by Apotex Inc., and were direct competitors in the US market. In these circumstances, in the Tribunal’s view, the question of whether the Claimants and their investments were subject to the same legal regime or regulatory requirements (to those to which the identified US-comparators were subject) becomes an important potential differentiator.”
102) Award, para. 8.44.
103) Award, para. 8.45.
104) Award, para. 8.48.
105) Award, para. 8.51.
106) Award, para. 8.53.
107) Award, para. 8.58.
108) Award, paras. 8.59, 8.69.
109) Award, para. 8.61.
110) Award, para. 8.62.
111) Award, paras. 8.71, 8.73.
112) Award, para. 8.76.
113) Award, para. 8.75.
114) Award, para. 877.
115) Award, paras. 9.7-9.9.
116) Award, para. 9.12.
117) Award, para. 9.13.
118) Award, para. 9.14.
119) Award, paras. 9.25-9.25, 9.40.
120) Award, para. 9.37.
121) Award, para. 9.47. “Despite their varying approaches regarding this element of due process, Professor Dumberry concludes in his well-known work that all of these past NAFTA tribunals "have emphasized that a high threshold of severity and gravity is required in order to conclude that the host state has breached any of the elements contained within the FET standard under Article 1105" The Tribunal agrees with this scholarly conclusion. It does not support the Claimants’ case.“
122) Award, para. 9.48.
123) Award, para. 9.49.
124) Award, para. 9.51.
125) “Neither Party shall in any way impair, by unreasonable or discriminatory measures the management, operation, maintenance, use, enjoyment, acquisition, expansion, or disposal of investments.”
126) “Each Party shall provide effective means of asserting claims and enforcing rights with respect to investments, investment agreements, and investment authorizations granted by a Party's foreign investment authority.”
127) Award, para. 9.66.
128) Award, para. 9.70.
129) Award, para. 12.1.
130) Ronald S. Lauder v. The Czech Republic, UNCITRAL
131) CME Czech Republic B.V. v. The Czech Republic, UNCITRAL, Final Award, paras. 433-435.
132) 다만, 해당 사건 중재판정부는 collateral estoppel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133) RSM Production Corporation and others v. Grenada, ICSID Case No. ARB/10/6, Award, para. 7.1.7.
“It is true that shareholders, under many systems of law, may undertake litigation to puruse or defend rights belonging to the corporation. However, shareholders cannot use such opportunities as both sword and shield. If they wish to claim standing on the basis of their indirect interest in corporate assets, they must be subject to defences that would be available against the corporation – including collateral estoppel.”
134) Ibid., para. 7.2.1. “... Because the Tribunal has concluded ... that it cannot properly revisit those conclusions, the Tribunal therefore finds that each of Claimants’ claims is manifestly without legal merit.”
135) Helnan International Hotels A/S v. Arab Republic of Egypt, ICSID Case No. ARB 05/19; Industria Nacional de Alimentos, SA and Indalsa Perú, SA v. The Republic of Peru, ICSID Case No. ARB/03/45; Amco Asia Corporation and others v. Republic of Indonesia, ICSID Case No. ARB/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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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illa Beheer v. Spain (ICSID Case No. ARB/16/27) (0) | 2023.1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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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G v. Iraq (ICSID Case No. ARB/20/21) (0) | 2023.10.26 |
Philip Morris v. Uruguay (ICSID Case No. ARB/10/7) (0) | 2023.10.18 |
Tidewater v Venezuela (ICSID Case No. ARB/10/5) (0) | 2023.10.18 |
Pac Rim v. El Salvador (ICSID Case No. ARB/09/12) (0) | 2023.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