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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dewater Inc., Tidewater Investment SRL, Tidewater Caribem, C.A. et al.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10/5
청구인: (1) Tidewater Inc.
(2) Tidewater Investment SRL
(3) Tidewater Caribe, C.A.
(4) Twenty Grand Offshore, L.L.C.
(5) Point Marine, L.L.C.
(6) Twenty Grand Marine Service, L.L.C.
(7) Jackson Marine, L.L.C.
(8) Zapata Gulf Marine Operators, L.L.C.
대리인: Covington & Burling LLP (Oscar M. Garibaldi, Miguel López Forastier, Luisa F. Torres, Joshua B. Simmons)
피청구국: 베네수엘라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대리인: Curtis, Mallet-Prevost, Colt & Mosle LLP (Eloy Barbará de Parres, Miriam K. Harwood, Claudia Frutos-Peterson, Carlos Guzmán, Gabriela Álvarez Ávila)
Campbell McLachlan QC (의장중재인, 뉴질랜드 국적)
Andrés Rigo Sureda (청구인 지명, 스페인 국적)
Brigitte Stern (피청구국 지명, 프랑스 국적)
1956년 설립된 Tidewater group(이하 “청구인 그룹”)은 멕시코만 인근에서 해상운송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였고, 1958년 피청구국에 설립된 회사인 Tidewater Marine Service, C.A.(이하 “SEMARCA”)를 인수하여 피청구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시작하였다.1)
피청구국은 2009. 5. 7. 탄화수소자원 관련 자산 및 용역의 국가귀속에 관한 법(Ley Orgánica que Reserva al Estado Bienes y Servicios Conexos a las Actividades Primarias de Hidrocarburos, 이하 “비축법”)을 발효하였으며, 그 다음 날 에너지 및 석유부(Ministry of Popular Power for Energy and Petroleum)가 부령 제51호(이하 “본건 부령”)를 발표하여 청구인들을 비롯한 39개의 용역 제공사를 비축법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였다.2) 같은 날 피청구국은 SEMARCA의 마라카이보호 일대에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수용(seize)하였으며, 2009. 7. 12.에는 청구인들이 파리아만 일대에서 운영하고 있던 4개의 선박을 수용하였다.3)
당사자들은 피청구국의 위 수용과 관련하여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였고, 결국 청구인들은 2010. 2. 16. 피청구국의 위와 같은 수용조치에 따라 발생한 손실의 보상을 구하는 본건 중재를 신청하였다.4)
중재판정부는 2013. 2. 18.자 관할에 대한 결정에서 제2 및 제3청구인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의 청구에 대하여는 관할이 없다고 판단하여 모두 각하하였다.5)
중재판정부는 2015. 3. 13.자 판정에서 피청구국이 제2청구인 및 제3청구인에게 미화 4,640만 달러 및 이에 대하여 2009. 5. 8.부터 연 4.5%의 이율을 분기복리로 계산한 이자를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6)
가. 청구인들의 중재인 Brigette Stern에 대한 기피신청
1) 기피신청의 배경
피청구국 지명 중재인 Brigette Stern은 2010. 7. 30. 구 ICSID 중재규칙(2006년) 제6조 제2항7)이 규정하는 진술서에 서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일부 내용에 가로선을 그어 제출하였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_______과 _______ 사이의 분쟁과 관련하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가 구성한 중재재판소에서 봉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없다. “나는 본 중재절차에 대한 참여함으로써 얻게 된 정보 및 중재판정부가 내린 판정의 내용을 기밀로 유지할 것이다, “나는 관련 법률에 따라 당사자 간에 공정하게 판정할 것이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행정 및 재무규칙에 규정된 것 외에 본건 절차에 관하여 다른 지침이나 보상을 받지 않을 것이다. “ |
청구인들은 2010. 9. 10. 중재판정부 서기(Secretary to the Tribunal)에게 Stern 으로 하여금 중재규칙 제6조 제2항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온전한 형태의 진술서를 제출하도록 명할 것을 요청하였다.
Stern은 2010. 9. 13. 가로선이 그어지지 않은 온전한 형태의 진술서를 제출하면서, 자신이 Vannessa Ventures Ltd. v.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8) 및 Brandes Investment Partners LP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9) 사건에 중재인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아직 중재판정부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Universal Compression International Holdings, S.L.U. v.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10) 사건의 중재인 선임 요청을 승낙한 상태라는 점을 밝혔다.
청구인들은 2010. 9. 28. Stern이 여러 사건에서 동일 당사자(피청구국) 및 동일 대리인에 의하여 선임되었고, 이러한 사실을 최초 진술 당시 알리지 않았으며, 중재인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심의 여지가 발생하였다는 이유에서 기피를 신청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청구인들은 Stern 교수가 피청구국이 당사자인 수 개의 사건에서 중재인으로 선임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ICSID 중재규칙 제6조 제2항 및 세계변호사협회(IBA) 국제중재에서의 이해상충에 관한 지침(IBA Guidelines on Conflicts in International Arbitration)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대리인(Curtis, Mallet-Prevost, Colt & Mosle LLP로부터 3회, 피청구국으로부터 4회)으로부터 여러 차례 중재인으로 지명되었다는 점은 IBA의 이른바 ‘오렌지 목록(Orange List)’ 등재사유11)로서 Stern의 공정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들은 나아가 Brandes 사건에서 피청구국은 피청구국의 투자진흥보호법(Law on Promotion and Protection of Investments)이 피청구국의 ICSID 중재절차에 대한 동의로 해석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관할부존재 항변을 하였는데, 피청구국은 본건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며 Stern은 본건 분쟁에서 위 쟁점에 대해 판단하기 이전에 Brandes 사건에서 같은 쟁점을 판단하게 될 것이므로 본건 쟁점에 대한 선입견(prejudice)을 갖게 될 것이라 주장하였다.
피청구국은 ① Stern이 첫 진술서를 제출한 2010. 7. 30. 당시 그가 Vannessa 및 Brandes 사건의 중재인으로 선임되어 있다는 사실은 ICSID 웹사이트 등을 통하여 공개되어 있는 점, ② Stern의 Universal Compression 사건 중재인 선임 시기는 2010년 8월로서 위 진술서 제출 이후의 일이라는 점, ③ IBA 지침의 경우 진행되는 중재절차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국제상사중재의 특성이 고려된 것이므로 관련 정보가 대부분 공개되는 ICSID 중재절차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④ 피청구국이 Stern을 지명할 당시 그 이전 3년간 Stern이 피청구국으로부터 중재인으로 지명된 것은 단 1건(Brandes 사건)에 불과하다는 점, ⑤ 이미 여러 선행 ICSID 중재판정에서 중재인으로 지명된 자가 동일 당사자로부터 이미 여러 차례 중재인으로 지명된 사실은 중재인에 대한 적법한 기피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청구인들의 신청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당사자인 Stern은 별도 서면을 통하여 자신이 참여하였던 Vanessa 사건과 Brandes 사건의 쟁점은 상이하고, 그는 아직 청구인과 피청구국 간의 본건 분쟁의 쟁점을 알지 못하며, 나아가 경험있는 중재인의 수 및 당사자 국가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정 국가가 동일한 중재인을 여러 사건에서 선임할 수 없도록 한다면 국가가 중재인을 선임할 자유가 상당히 제약받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Stern은 Vanessa 사건의 경우 Curtis LLP가 아닌 다른 법무법인에 의하여 중재인으로 지명되었고, 자신이 Curtis LLP로부터 세 차례 지명되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3) 중재판정부12)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 기준, Stern의 진술의무 위반 여부, 동일 피청구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중재인으로 지명된 것에 대한 법적 평가, 유사한 쟁점을 다룬 다른 사건에서 중재인으로 지명된 것에 대한 법적 평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순차적으로 판단하였다.
가)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 기준
구 ICSID 중재규칙 제6조 제2항 소정의 진술의무 위반이 곧바로 동 규칙 제57조가 기피사유로 규정한 “(중재인으로서) 요구되는 자질의 명백한 결여(manifest lack of the qualities required)”로 귀결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중재판정부는 규칙 제정 과정에서의 논의 등에 비추어 볼 때 제57조 소정의 기피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명백한 결여’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증명까지 요구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단순히 제6조 제2항의 진술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 기피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진술의무 위반을 포함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중재인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의심할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기피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13)
나아가 IBA 지침이 중재인의 기피사유로서 ‘합리적인 의심’을 규정하는 것과 달리 ICSID 중재규칙은 기피사유를 더 엄격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하고, IBA 지침에 따르더라도 ‘오렌지 목록’은 ‘적색 목록(Red List)’과 달리 중재인의 독립성 또는 공정성을 의심할 여지가 있는 사유를 열거한 것에 불과하므로 본건이 IBA 지침의 오렌지 목록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로써 곧바로 Stern의 기피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14)
나) Stern의 진술의무 위반 여부
IBA 지침은 중재인으로 하여금 최근 3년간 동일 당사자에 관하여 맡았던 사건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반면 피청구국이 Stern 교수를 지명할 당시를 기준으로 그 이전 3년간 Stern 교수가 피청구국으로부터 중재인으로 지명된 것은 1건(Brandes 사건)에 불과하다. Stern의 중재인 임명 여부는 ICSID 웹사이트 등에 공개된 정보였다는 피청구국의 주장에 대하여, 중재판정부는 중재인에게 독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취지에 비추어 Stern가 위 3년의 기간 직전 또는 직후에 Vannessa 사건의 중재인으로 선임되었다면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이 마땅하며, ICSID 웹사이트에 중재인 지명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지와 무관하게 중재절차에서 이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다만, 국가가 중재절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소송수행자의 지정이 필수불가결하다는 투자중재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IBA 지침의 오렌지 목록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피청구국의 소송수행자를 대리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15)
중재판정부는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Stern이 구 ICSID 중재규칙 제6조 제2항의 진술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사정이 있으나, Stern의 중재인 선임 사실이 ICSID 웹사이트 등 다른 경로를 통하여 공개되어 있다는 점 및 Stern은 그동안 중재인으로 선임되었던 다른 사건에서도 본건과 동일하게 진술서 일부에 가로선을 그어왔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진술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Stern의 독립성 및 공정성이 흠결되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16)
다) 동일 피청구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중재인으로 지명된 점
Stern이 Vannessa 사건, Brandes 사건, Universal Compression 사건에서 동일 피청구국에 의하여 중재인으로 지명되었다는 사정이 그 자체로 기피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중재판정부가 독립적인 판정권한을 행사하는 한 서로 무관한사건에서 동일 당사자에 의하여 여러 차례 중재인으로 선임되었다는 사정이 그 자체로 특정 중재인의 편향성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보았다.17)
중재판정부는 다만 동일 당사자로부터 반복적으로 중재인으로 지명되었다는 사정이 중재인에게 보장되는 금전적인 이익에 따라 중재인과 특정 당사자 간에 의존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거나 중재인이 당사자가 동일한 다른 사건에서 알게 된 지식 또는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선입견을 가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동일 피청구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중재인으로 지명되었다는 사정이 기피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18)
중재판정부는 이어 본건의 경우 Stern과 피청구국 간에 의존관계가 형성되었다거나 Stern이 피청구국의 다른 사건에서 알게 된 지식 또는 경험에 따라 선입견을 가졌다고 볼 증거가 없고, 오히려 Stern은 Vannessa 사건 및 Brandes 사건에서 피청구국이 제기한 관할 항변을 배척하는 판단을 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Stern 교수가 피청구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중재인으로 지명되었다는 사정이 청구인들의 기피신청에 대한 인용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19)
라) 유사한 쟁점을 다투는 다른 사건에서 중재인으로 지명된 점
중재판정부는 단순히 쟁점이 중복된다는 사정이 중재인의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쟁점이 중복된다는 사정만으로 중재인의 기피가 정당화된다면 현실적으로 중재제도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청구인들의 주장을 인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20)
마) 소결
중재판정부는 이상 검토한 내용에 비추어 청구인들의 기피신청을 기각하였다.21)
나. 피청구국의 판정수정신청(Application for Revision)
피청구국은 2015. 3. 20. 중재판정부가 피청구국의 보상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중재판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의할 때 청구인들이 선임한 전문가가 주장한 보상액은 미화 1,391만 7천 달러에 불과함에도 이를 3,159만 9천 달러라고 잘못 기재하고, 이에 따라 피청구국의 보상액을 잘못 산정였다는 이유에서 판정수정신청을 하였다.22) 이에 대하여는 아래 III.항에서 검토한다.
다. 피청구국의 판정 취소신청(Application for Annulment)
피청구국은 2015. 7. 9. 중재판정부가 (i) 명백히 권한을 유월하고(manifestly exceeded its powers), (ii) 근본적인 절차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하였으며(a serious departure from a fundamental rule of procedure), (iii) 판정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failed to state the reasons on which it was based)는 점을 이유로 판정 취소를 신청하였다.23) 이에 대하여는 아래 III.항에서 검토한다.
Decreto con Rango y Fuerza de Ley de Promoción y Protección de Inversiones (이하 “투자진흥촉진법”)24) 제22조25)
Agreement Between the Government of Barbados and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Venezuela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Investments(이하 “바베이도스-베네수엘라 BIT” 또는 “본건 협정”)
SEMARCA가 피청구국에서 소유 및 운용하고 있었던 자산을 피청구국이 2009. 5. 8. 및 2009. 7. 12. 두 차례에 걸쳐 수용한 조치
청구인들은 피청구국에 대하여 피청구국의 수용에 따라 청구인들에게 발생한 손해의 보상 및 수용일을 기산점으로 하여 보상금의 이자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26)
1956년 설립된 청구인 그룹은 멕시코만 인근에서 해상 운송 용역 제공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1958년 피청구국에 설립된 회사인 SEMARCA를 인수하여 피청구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시작하였다.27)
청구인 그룹은 제1청구인 Tidewater Inc.(설립지: 미국) - 제3청구인 Tidewater Caribe, C.A.(설립지: 케이먼 제도, 이하 “Tidewater Caribe”) - Tidewater Marine International, Inc.(설립지: 피청구국, 이하 “Tidewater Marine”) - SEMARCA로 이어지는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청구인 그룹은 2009. 3. 9. 구조 개편(corporate reorganisation)을 단행하여, Tidewater Caribe가 신규 설립한 제2청구인 Tidewater Investment SRL(설립지: 바베이도스, 이하 “Tidewater Investment”)에 Tidewater Caribe가 소유하던 Tidewater Marine 주식 전량을 이전하였다. 이로써 청구인 그룹은 Tidewater Inc.(미국) - Tidewater Caribe(케이먼 제도) - Tidewater Investment(바베이도스) - Tidewater Marine(피청구국) - SEMARCA(피청구국)의 소유구조를 가지게 되었다.28)
피청구국은 1975년 석유산업을 국유화하였다. 피청구국의 국영 석유회사 Petroleos de Venezuela, S.A.(이하 “PDVSA”) 및 PDVSA의 (완전 혹은 부분)자회사들은 피청구국의 석유산업을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PDVSA의 자회사 중 본건과 관련된 회사는 Corporación Venezolana del Petróleo SA(이하 “CVP”), PDVSA Petróleo, S.A.(이하 “PDVSA Petróleo”), 그리고 PetroSucre, S.A.(이하 “PetroSucre”)이다.29)
PDVSA는 PDVSA Petroleo 및 PetroSucre 명의의 계약을 통하여 해상 운송 용역을 제공하였다. SEMARCA는 PDVSA 및 그 자회사들과는 계약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한 단기 전세계약(charter agreement)을 주기적으로 연장하는 방법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하여 왔다.30)
피청구국이 청구인들의 자산을 수용하였던 당시 SEMARCA를 비롯하여 청구인 그룹 소속의 여러 계열사들은 마라카이보호(Lake Maracaibo) 및 파리아만(Gulf of Paria)에서 총 4개의 단기계약에 따라 용역을 제공하였다.31)
2008년에서 2009년경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이에 따라 PDVSA는 SEMARCA에 대한 용역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SEMARCA에 대한 미납 대금은 2008년 6년경부터 쌓이기 시작하여 2009. 5. 31.에는 미납금이 미화 약 4천만 달러에 이르렀다.32)
피청구국은 2009. 5. 7. 비축법을 발효하였으며, 이튿날에는 에너지 및 석유부가 본건 부령을 발표하여 청구인들을 비롯한 39개의 용역 제공사를 비축법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같은 날 피청구국은 SEMARCA의 마라카이보호 일대에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수용(seize)하였으며, 2009. 7. 12.에는 청구인들이 파리아만 일대에서 운영하고 있던 4개의 선박을 수용하였다.33)
가. 관할에 관한 당사자들의 주장
1) 투자진흥촉진법 제22조34) 관련
가)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들은 피청구국이 투자진흥촉진법 제22조에서 ICSID 중재를 통한 분쟁해결에 동의(a standing consent)하였으므로 중재판정부에 본건 분쟁에 대한 관할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더하여 Tidewater Investment 및 Tidewater Caribe의 청구는 바베이도스-베네수엘라 BIT에 따라서도 관할이 인정된다고 주장한다.35)
나) 피청구국의 주장
피청구국은 ① 피청구국 대법원이 이미 투자진흥촉진법 제22조가 ICSID 중재에 대한 동의조항이 아니라고 판단하였고,36) ② 법적 의무를 창설할 수 있는 국가의 일방적 선언에 관한 국제법협의회 이행원칙(International Law Commission’s Guiding Principles to unilateral declarations of States capable of creating legal obligations) 제7조37)는 법 문언이 일방의 의사표시(unilateral declaration)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분명하고 구체적인 문언(clear and specific terms)’으로 표시되고 ‘의미가 한정적으로 해석될 것(interpreted in a restrictive manner)’을 요구하나, 투자진흥촉진법 제22조는 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점,38) ③ 청구인들은 제22조가 ICSID 중재에 대한 동의로 해석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하므로 효과적 해석의 원칙(effet utile)에 따라 위 조항은 피청국의 ICSID 중재절차에 대한 동의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효과적 해석 원칙이 법문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점,39) ④ 투자진흥촉진법을 공표한 피청구국 대통령은 공익이 결부된 계약에 있어 국제중재 절차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것에 명백히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위 법 제정 이후에도 피청구국은 투자협정 체결 시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왔다는 점에 비추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법 제22조의 해석 방식은 투자진흥촉진법의 제정 배경 및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투자진흥촉진법 제22조는 본건 분쟁에 대한 중재판정부 관할권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40)
2) 바베이도스-베네수엘라 BIT 관련
가) 피청구국의 주장
피청구국은 본건 협정이 ICSID 중재절차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규정한 것은 맞지만, 청구인들은 본건 분쟁이 이미 시작되었거나 혹은 그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단순히 ICSID 중재절차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Tidewater Investment를 설립하였다고 주장한다. 피청구국은 국제법상 권리남용(abuse of right)의 법리가 확립되어 있다는 점을 주장하는 한편,41)
청구인 그룹이 구조개편을 단행하기 이전 이미 SEMARCA와 피청구국 공기업 간에 계약 연장 및 미수금으로 인한 분쟁이 진행 중이었으며 피청구국의 수용은 위 분쟁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행위에 불과하였다는 점, Tidewater Investment는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명목 회사(shell company)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본건 분쟁에 관한 ICSID의 관할을 확보하는 것 외에 청구인 그룹의 구조개편을 정당화할 다른 사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청구인들이 본건 협정에 기하여 중재판정부의 관할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42)
나)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들은 계약 연장 및 미수금에 관한 분쟁과 피청구국의 수용은 별개의 사안이고, 청구인 그룹의 구조개편 당시 피청구국의 SEMARCA 자산에 대한 수용을 예견할 수 없었으며, 구조개편에는 세제 혜택 등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반박한다.43)
나. 책임(Liability)의 유무에 관한 당사자들의 주장
1) 수용의 범위
가)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들은 피청구국의 2009. 5. 8.자 및 2009. 7. 12.자 수용조치의 결과 청구인들이 SEMARCA에 대하여 보유하던 권리와 이익이 간접수용되었다고 주장한다.44) 청구인들에 따르면 피청구국의 수용조치는 SEMARCA가 파리아만 등 피청구국 내 다른 지역에서 수행하고 있던 다른 역무의 수행을 불가하게 만들었다. 특히, 피청구국이 2009. 7. 12. 해외에서 역무를 수행 중이던 청구인들 소유의 4개 선박을 수용한 것은 청구인들이 수행하고 있던 코로코로 프로젝트(Corocoro Project)가 사실상 종료되는 결과를 야기하였다.45)
청구인들은 또한 피청구국이 비축법을 적용함에 따라 Tidewater Caribe는 SEMARCA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첫째, 피청구국의 국내법원은 여러 판결에서 SEMARCA가 PDVSA의 일부가 되었다고 판시하였고, 둘째, Tidewater Caribe는 SEMARCA에 관하여 상업등기(Commerical Registry)를 거부당하였으며, 셋째, SEMARCA의 임원들은 피청구국으로부터 해임 및 SEMARCA와 PDVSA의 병합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것이다46)
청구인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SEMARCA의 주식은 재산권임이 명백하며 피청구국에 의하여 해당 권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박탈당하였다고 주장한다.47)
나) 피청구국의 주장
피청구국은 청구인들이 “수용”과 (피청구국이 자국 내에서 행위한) “비축(resevation)”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청구국에 따르면, 수용의 대상이 된 것은 오직 4개의 선박, 청구인들이 라 카냐다(La Cañada) 지역에서 보유하던 유형자산, 그리고 잔여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청구인들의 마라카이보호 관련 계약상 권리에 불과하다.48) 마라카이보호 계약의 경우 계약기간이 겨우 24일 남았고, 청구인들은 계약연장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49)
피청구국은 SEMARCA가 여전히 피청구국 영역 외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일부 계약 건에 대하여는 수용 이후 협상을 계속하였다는 점을 지적한다.50) 또한, 비축법의 그 어떤 내용도 SEMARCA에 대한 소유권 또는 통제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청구인들이 국외 계약 및 계좌에 대하여 계속하여 통제권을 유지하였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피청구국은 또한 SEMARCA의 소유권을 수용하였다거나 임원을 해임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부인한다.51) 피청구국에 따르면 SEMARCA의 소유권이 수용되지 않은 이상 청구인들의 주장은 성립할 수 없으며, 청구인들은 SEMARCA가 ‘PDVSA와 계속하여 사업을 할 권리’가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손해의 보상을 구하고 있으나, SEMARCA에게는 그러한 권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52)
2) 수용의 적법성
가)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들은 피청구국의 수용조치가 본건 협정 제5조 제1항이 요구하는 즉각적이고, 적절하고, 유효한 보상(prompt, adequte, and effective compensation) 및 차별 금지 요건을 위반하였으므로 피청구국의 수용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53)
청구인들은 비축법이 수용 재산에 대하여 본건 협정이 정하는 시장가격(market value)이 아닌 장부가격(book value)에 의하여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익의 상실(lost profits) 및 간접손해에 대한 보상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54) 또한, 청구인들은 자신들이 유사한 회사들인 Gulmar Offhsore Middle East L.L.C.(이하 “Gulmar Offshore”), Gunta Consult, C.A. & Servicios Picardi, C.A.(이하 “Servipica”), 그리고 Astilleros de Venezuela, C.A.(이하 “Astivenca”)와 비교하였을 때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한다.55)
나) 피청구국의 주장
피청구국은 자신이 청구인들과 보상안을 협의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청구인들이 과도한 비밀유지약정을 요구함에 따라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56) 피청구국은 또한 자신이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용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청구인들이 예시로 들고 있는 Chorzów Factory 사건57)에서 폴란드 정부의 수용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된 것은 폴란드 정부가 관할 협약상 수용을 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고, 따라서 일정한 경우 피청구국이 수용을 할 수 있도록 정한 본건 협정과는 사안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58)
청구인들의 차별 대우 관련 주장에 대하여, 피청구국은 청구인들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회사들은 해당 기업들이 마라카이보호에서 사업을 영위하지 않거나, 청구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수용조치의 대상이 되었거나, 혹은 해외 국적 선박에 해당하는 등 청구인들과 동일한 지위에 있는 기업들이 아니었다는 점을 주장하였다.59)
3) 기타 본건 협정 위반 사유
청구인들은 피청구국의 수용조치가 본건 협정 제5조 제1항뿐만 아니라 제2조 제2항에 따른 공정·공평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 자의적 또는 차별적 조치(arbitrary or discriminatory measures) 금지,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와 최혜국대우(most-favoured nation treatment)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60)
피청구국은 청구인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전술한 주장들을 재활용한 것일 뿐 본안에 관한 별도 주장이 아니라고 반박하였다.61)
다. 보상액 산정에 관한 당사자들의 주장
청구인들의 전문가증인은 사후적(ex post)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미화 2억 1,700만 달러에서 2억 3,400만 달러 사이의 금액을, 사전적(ex ante)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미화 1억 3백만 달러에서 1억 4,100만 달러 사이의 금액을 적절한 보상액으로 보았다.62) 반면 피청구국의 전문가증인은 미화 168만 달러의 보상액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양측의 전문가 증인들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보상액을 산출하였기 때문이다.63)
1) 보상액의 산정 기준 및 시점
청구인들은 피청구국의 수용이 위법하였으므로, 사후적 기준을 적용하여 수용 당시부터 본건 판정시까지 자신들이 SEMARCA Enterprise64)와 관련하여 누릴 수 있었던 순현금흐름(Net Cash Flow) 및 판정시를 기준으로 산정한 SEMARCA Enterprise의 가치를 보상액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사후적 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 청구인들은 사전적 기준에 따라 수용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된 SEMARCA Enterprise의 가치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보상액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피청구국은 SEMARCA Enterprise의 청산가치(liquidation value)나 장부 가치가 보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65)
2) 이자
당사자들은 본건 협정 제5조가 “지급일까지의 통상적인 상사이율(at a normal commercial rate until the date of payment)”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이견을 보였다. 청구인들은 피청구국 국채에 대한 미화 기준 이자율(연 13.4%)을 주장하면서 예비적으로 미국 최우대 여신금리(US Prime)+2% 또는 LIBOR금리+4%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청구국은 피청구국 중앙은행의 3개월 기준금리(yield on three-months Treasury bonds)에 1.33%를 더한 수치(연 1.43%)를 주장한다.66)
또한 청구인들은 이자 계산에 복리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피청구국은 단리를 주장하였다.67)
라. 중재판정부의 판단
1) 관할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투자진흥촉진법 제22조
국제법협의회 이행원칙에 관한 피청구국의 주장에 대하여, 중재판정부는 국제법협의회 실무작업반(Working Group)의 설명에 따르면 국제법협의회는 체약국이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국내 법령을 제정하는 경우 이를 이행원칙의 적용 대상인 체약국의 단독행위로 볼 여지가 있으나, 체약국이 제정한 법령이 체약국이 체결한 국제조약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해당 조약과의 관계에서 그 해석이 문제될 뿐 이행원칙에 따른 해석이 추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 투자진흥촉진법 제22조를 국제법협의회 이행원칙에 따라 해석하여야 한다는 피청구국의 주장을 배척하였다.68) 중재판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가 Fisheries Jurisdiction Case[Spain v.Canada]에서 판시한 바를 인용하여, 위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관련된 다른 조항의 문언, 문제되는 조항의 맥락 및 해당 조항의 입법 배경과 취지가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았다.69)
투자진흥촉진법의 다른 조항들의 규정 방식과 문언, 입법 배경 및 관련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제22조에 대하여 모든 투자분쟁을 ICSID 중재절차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취지로 해석하면 인접한 제21조, 제23조의 맥락에 맞지 않는 점,70) 만약 입법자가 위 조항을 통하여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ICSID 중재절차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를 의도하였다면 “개별 협정 또는 협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중재절차에 의하여(shall be submitted to international arbitration according to the terms of the respective treaty or agreement, if it so establishes/provides)”보다 더 명확한 문언을 사용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진흥촉진법 제22조가 모든 투자분쟁을 ICSID 중재절차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목적에서 제정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위 조항은 중재판정부 관할의 근거가 될 수 없다.71)
나) 바베이도스-베네수엘라 BIT
투자자가 향후 분쟁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여 ICSID 중재절차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행위가 그 자체로 권리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72)
청구인 그룹이 구조개편을 단행한 2009년 2-3월 당시 청구인 그룹의 계열사들과 피청구국의 공사 간에 계약 연장 여부 및 미수금 지급에 관한 논의가 계속하여 이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통상적인 상업계약상 분쟁에 불과하고,73)
이는 피청구국이 비축법을 제정하여 SEMARCA의 자산을 수용한 것과는 서로 다른 분쟁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청구인 그룹이 구조개편을 진행한 당시 피청구국의 수용을 예견하였다고 볼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74)
따라서, 바베이도스-베네수엘라 BIT에 관한 피청구국의 관할 항변을 기각한다.75)
다) 소결
피청구국의 관할 항변에 관한 중재판정부 판단에 따라, Tidewater Investment와 Tidewater Caribe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진흥촉진법에 근거한) 청구인들의 청구는 각하한다.76)
2) 수용에 관한 판단
중재판정부는 (a) 본건 협정 제5조77)에 따라 허용되는 수용, (b) 수용을 구성하는 피청구국의 조치, (c) 피청구국의 조치가 수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d) 피청구국의 수용이 위법한지 여부를 순차적으로 판단하였다.78)
가) 본건 협정 제5조에 따라 허용되는 수용행위
본건 협정 제1조는 투자를 “일방 체약국의 국민 혹은 회사가 다른 체약국의 영토 내에 투자한 모든 종류의 자산(every kind of asset invested by nationals or companies of one Contracting Party in the territory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이라고 규정하면서, 주식, 영업권(goodwill) 및 노하우 등도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산의 범주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다.79)
또한, 본건 협정 제5조는 체약국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투자자의 자산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용이 적법하기 위하여는 (a) 일방 체약국의 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일 것, (b) 차별적이지 않을 것, (c) 신속, 적절, 유효한 보상의 제공 등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80)
나) 수용을 구성하는 피청구국의 조치
① 비축법: 비축법의 제정 배경, 문언, 관련 중인 진술의 내용을 종합하면, 비축법은 피청구국이 민영 사업자들이 마라카이보호에서 소유하고 있던 석유 관련 자산 및 시설을 국유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고, 국유화 조치가 없었다면 비축법은 그 제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81)
② 본건 부령: 본건 부령에 따라 PDVSA 및 그 자회사는 “부령이 규정하는 활동(activities)에 관한 시설, 문서, 자산 및 장비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즉시 이를 점유할 것을 지시받았다(is hereby instructed to take control of the operations and immediate possession of the facilities, documentation, assets and equipment related to the activities to which this Resolution refers).”82)
③ 2009. 5. 8.자 수용조치: 새벽 1시 30분경 피청구국 방위군(National Guard)이 라 카냐다에 위치한 SEMARCA 본부에 진입하여 시설을 통제하기 시작하고, 새벽 5시경 PDVSA의 직원들이 도착하여 시설을 인계받았다. SEMARCA의 기존 임원들(managers)은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는 한 시설에 접근할 수 없었다. 임원 외에 직원들은 계속하여 근무할 것을 지시받았다.83)
④ 2009. 7. 12.자 수용조치: PDVSA와 관계사(affiliate)인 PetroSucre는 파리아만 코로코로에 위치한 SEMARCA의 잔여 자산을 수용하였다. 여기에는 4개 선박이 포함되었는데, PetroSucre는 선원들에게 앞으로 해당 선박들은 PetroSucre를 위하여 사용될 것이라고 고지하였다. 피청구국 측 증인에 따르면, 위 선박들은 마라카이보호에 등록되어 있고, 때때로 마라카이보 인근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수용 대상에 포함되었다. 다만, 위 선박들이 수용 이후에도 코로코로 지역에서 작업을 계속하였고, 두 번째 수용조치로 인하여 피청구국 내에서 SEMARCA의 모든 영업이 종료되었다는 사실에는 당사자들 간에 다툼이 없다.84)
다) 피청구국의 조치가 협정 제5조 ‘수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와 관련하여 Pope & Talbot 사건85)의 중재판정부가 제시한 4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a) 투자가 국유화되었거나, 문제되는 조치가 몰수에 상응하는 성격을 지녔는지(confiscatory), (b) 투자자가 투자에 대하여 통제권을 행사하거나, 일상 영업에 관하여 지시할 수 있는지, 아니면 피청구국이 그러한 통제권 또는 지시권을 갖는지, (c) 피청구국이 현재 직원들의 업무에 감독권을 행사하는지, (d) 피청구국이 (투자에 해당하는) 회사의 매출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는지(the State takes the proceeds of the company’s sales) 등이 그것이다.
피청구국은 마라카이보호 또는 코로코로에서 소유하고 있던 선박들은 청구인들이 아니라 관계사인 SEMARCA가 소유하던 것이고, 이에 대하여는 중재판정부의 관할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한편, 청구인들이 SEMARCA에 대하여 갖고 있는 주식 자체는 수용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청구인들은 SEMARCA의 마라카이보호에서의 영업과 관련 없는 다른 자산 내지 영업상 채권에 대하여 여전히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이는 보상액 산정시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86)
피청구국은 또한 상술한 두 차례의 수용 이후에도 SEMARCA가 신규 수주 계약 등에 관한 협의를 이어 나갔다는 점을 지적하며, 피청구국의 조치로 인하여 SEMARCA의 영업이 불가하게 되었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87) 이에 대해 청구인들 측 증인은 피청구국의 수용 조치가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자신들이 회사의 통제권을 박탈당할 것이라는 점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일 뿐이며, 2009. 7. 12.자 수용 이후에야 비로소 더 이상 피청구국의 조치에 대항할 수 없음을 인식하였다고 진술하였다.88)
그런데 ① 피청구국 조치의 급작성을 고려할 때 청구인들이 첫 번째 수용 이후 그 효과를 즉시 받아들일 수 없었고, 따라서 수용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계속하려 하였다는 설명을 납득할 수 있다는 점, ② 피청구국 국내법원은 여러 차례 SEMARCA의 모든 자산이 국유화되었다는 취지로 판결한 점, ③ 이에 따라 청구인들은 SEMARCA의 영업상 채권에 대한 권리도 행사하기 어렵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피청구국의 조치는 수용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에 해당하다.89)
라) 수용의 위법성
차별 금지 여부에 관하여, 피청구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청구인들이 비교 대상으로 주장하는 Gulmar Offshore의 경우 압류된 선박들이 외국 국적이었으며 선원들 또한 외국인들로 구성되어 압류가 해제된 점, Servipica의 경우 외국에서 용역을 제공하고 있으며 비축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점, Astivenca의 경우 청구인들의 설명과 달리 위 회사가 마라카이보호에서 보유하고 있던 자산은 본건 부령에 의하여 모두 수용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청구국이 청구인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한 것은 아니다.90)
다음으로, 피청구국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수용조치 자체가 위법하게 된 것이라는 청구인들의 주장에 관하여, Chorzów Factory 사건에서 상설국제사법재판소(Permanent Court of International Justice)가 판시한 바와 같이, 위법한 수용이란 (적절한) 보상의 제공 여부와 무관하게 위법성을 띠는 것을 말하며, 단순히 보상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수용이 위법한 것은 아니다.91) Santa Elena,92) Goetz v. Burundi,93) Mondev v. USA94) 사건 등의 판정 또한 같은 원칙에 따르고 있고, 학계 및 해외직접투자의 대우에 관한 세계은행 지침(이하 “세계은행 지침”)95)이 취한 입장도 마찬가지이다.96)
마) 소결
본건 협정 제5조가 수용에 대한 보상을 ‘투자에 대한 수용 직전의 시장가’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할 뿐 보상액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하여야 하는지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판정부에게 적절한 보상액의 산정 방법 및 결과를 정할 권한이 있다. 또한, 보상액을 판단함에 있어 피청구국의 국내법에 관한 피청구국 법원의 해석에 구속되지 않는다.97)
3) 기타 본건 협정의 위반사유에 관한 판단
자의적 또는 차별적 조치 금지,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에 관한 청구인들 주장에 대하여, 중재판정부는 위 2)항의 검토 과정에서 이미 피청구국이 청구인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았다.98)
4) 보상액의 산정
가) 산정 방법
본건 협정이 체약국의 수용조치에 따른 보상액의 구체적인 산정 방법을 규정하지 않으므로, 세계은행 지침 제4장 제3조의 규정에 따라 ‘수용된 자산이 수용 직전에 가졌던 시장가격’을 보상액으로 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접근법은 관습국제법에 의하여 요구되는 공정한 보상 기준과도 일치한다.99)
세계은행 지침 제4장 제5조에 따르면 상술한 시장가격을 정함에 있어서는 투자의 성격, 향후 예상, 전체 투자 중 유형자산의 비율 및 기타 구체적 사정을 고려할 수 있다.100) 나아가, 동 지침 제4장 제6조는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의 특징을 갖는 투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는 서로 구분될 수 있다고 보면서, 계속기업에 대하여는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이하 “DCF”)을 통하여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정한다.101) CMS 사건102) 중재판정부는 계속기업에 대하여 DCF를 적용하여 가치를 산출하였고, Enron 사건103) 중재판정부 또한 ‘비록 그 사용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하나 DCF는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하여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견고한 방법’이라고 판단하였다.104)
세계은행 지침은 ‘계속기업’과 ‘DCF’를 직접 정의하는데, 계속기업이란 “향후 소득의 계산에 필요한 데이터가 마련될 수 있는 충분한 기간 동안 운영되었으며, 수용 이후에 이어진 일반적인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수용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자신의 경제적 수명(economic life) 동안 적절한 수준의 소득을 계속하여 올렸을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인 확실을 갖고 예측할 수 있는 소득-발생 자산(income-producing assets)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enterprise)”105)을 말한다.106)
그리고 DCF란 “현실적인 상황에서 화폐의 시간가치, 예상 인플레이션 및 현금흐름과 관련된 위험 요인을 반영하여 각 연도의 순현금흐름을 할인한 후, 경제적 수명 동안 향후 대상 기업으로부터 현실적으로 예상되는 현금 수입에서 당해 연도의 기대현금지출을 차감한 것”으로서, 이때 적용되는 할인율은 “같은 시장에서 유사한 수준의 위험 정도를 가진 다른 투자의 현재가치에 기초하여 계산한 수익률을 산출하는 방법으로”107) 정할 수 있다.108)
SEMARCA가 (a)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계속기업에 해당하며, (b) 피청구국에서 50여년 간 영업하였고, (c) 수용 직전 5년 동안 상당한 영업이익을 거두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SEMARCA의 가치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DCF를 사용할 수 있다.109)
나) 산정 기준일
당사자들이 사전적 기준과 사후적 기준 중 어느 것을 택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이견을 보인 가운데,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수용행위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세계은행 지침이 정하는 바와 같이 ‘수용된 자산이 수용 직전에 가졌던 시장가격’을 보상액으로 정한다면, 사전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판단하였다.110) 중재판정부는 또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피청구국의 수용이 없었다면 SEMARCA가 가질 수 있었던 신규 사업 기회는 일회적이거나 추상적이므로 직접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111)
다) 보상액의 산정
DCF에 따르는 경우에도 청구인들과 피청구국 측 전문가가 주장한 보상액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양측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변수를 적용하여 보상액을 산출하였기 때문이다.112) 청구인들 측 전문가는 미화 4,844만 3천 달러를, 피청구국 측 전문가는 미화 2,740만 7천 달러를 적절한 보상액으로 주장하였다. 전문가들이 보상액 산출 과정에서 적용한 변수(영업의 범위(scope of business), 영업상 채권(accounts receivable), 현금흐름(historical cash-flow), 투자위험(equity risk), 국가위험(country risk), 영업위험(business risk)) 여섯 가지의 적절한 수치에 비추어 보면, SEMARCA의 매매가치 미화 3,000만 달러에 영업상 채권 미화 1,640만 달러를 더한 미화 4,640만 달러(이자 제외)가 적절한 보상이라고 판단한다.113)
라) 이자
적절한 이자율에 관한 당사자들의 주장 및 청구인들이 선임한 전문가 증인에 따르면 수용 당시 SEMARCA의 모회사인 Tidewater가 4.35%에서 4.47%의 금리로 자금을 대출할 수 있었으므로 4.5%의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상사이율의 통상적인 산정 방법인 분기복리(compounded quarterly)를 적용하여야 한다.114)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제2청구인 및 제3청구인의 SEMARCA에 대한 투자를 신속, 적절, 유효한 보상 없이 수용하였으며, 위 청구인들에게 수용에 대한 보상액으로 미화 4,640만 달러 및 이에 대하여 2009. 5. 8.부터 연 4.5%의 이율을 분기복리로 계산한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115) 중재비용의 경우, 양 당사자들의 주장 중 중재판정부가 인용한 것과 배척한 것이 혼재하며, 다만 전체적으로 청구인들의 청구가 보다 많이 인용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사자들이 중재비용을 균등하게 분담하되 피청구국이 청구인들에게 본안에 관하여 발생한 비용 중 미화 250만 달러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116)
가. 배경 및 당사자들의 주장
중재판정부는 중재판정부가 제시한 보상액 산정 기준을 적용할 경우 청구인들 측 전문가가 제시한 보상액은 수용 자산의 매매가치 미화 3,195만 9천 달러에 영업상 채권 미화 1,648만 4천 달러를 더한 미화 4,844만 3천 달러, 피청구국 측 전문가가 제시하는 보상액은 미화 2,740만 7천 달러라고 설명한 다음, 적절한 매매가치는 미화 3천만 달러이며 여기에 영업상 채권을 더한 미화 4,640만 달러가 적절한 보상액이라고 판단하였다.117)
피청구국은 청구인들 측 전문가가 위 기준에 따라 산정한 보상액은 종국판정에 인용된 미화 3,195만 9천 달러가 아닌 미화 1,391만 7천 달러이고, 따라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총 보상액은 미화 3,040만 1천 달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118) 피청구국은 중재판정부가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보상액을 위와 같이 보았을 경우 보상액을 판단함에 있어 다른 결론에 이르렀을 것인바, 중재판정부가 저지른 위 오류는 판정에 결정적인(decisive) 영향을 미쳤으므로 ICSID 협약 제51조 제1항119)이 규정하는 수정신청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주장한다.120)
청구인들은 중재판정부가 오류를 범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동의하면서도, 중재판정부가 자신이 판시한 기준에 따라 보상액을 결정한 이상 피청구국이 주장하는 바는 단순한 기재상의 오류(transcription error)에 불과하며 판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판정문 경정신청(Application for Rectification)으로 충분하며, 판정을 수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주장한다.121)
나. 중재판정부122)의 판단
1) 판정수정의 요건
중재판정부는 ICSID 협약 제51조 제1항에 따라 판정이 수정되기 위해서는 ①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것, ② 그 사실이 판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 ③ 위 사실이 종국판정 당시 중재판정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하였다.123)
2) ‘새로운’ 및 ‘알려지지 않은’ 사실 요건의 충족 여부
중재판정부는 판정 과정에서 당사자들 주장은 모두 고려되어 ‘당사자들이 이미 변론과정에서 주장하였던 사실’에 대하여 이를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시124)에 비추어, 피청구국이 주장하는 바는 본건 중재절차에 있어 새롭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125)
3) 판정에 미친 영향
중재판정부는 나아가 청구인들과 피청구국이 선임한 전문가들의 의견 중 어느 것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고, 보상액에 관한 양측의 견해에는 전제사실부터 산정 방법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이가 있었으므로, 중재판정부는 독자적으로 보상액을 산정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중재판정부는 따라서 피청구국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산정 오류가 판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126)
다. 결론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판정수정신청을 기각하였다. 중재비용에 관하여, 중재판정부는 당사자들에게 중재인 비용은 청구하지 않으며, 중재기관 비용은 당사자들이 동등하게 부담하고, 그 외 당사자들의 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판정하였다.127)
가. 배경
피청구국은 2015. 7. 7. 중재판정부가 피청구국의 판정수정신청을 기각한 이틀 뒤인 2015. 7. 9. 중재판정부가 (i) 명백히 권한을 유월하고(manifestly exceeded its powers), (ii) 근본적인 절차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하였으며(a serious departure from a fundamental rule of procedure), (iii) 판정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failed to state the reasons on which it was based)는 이유로 판정 취소 및 집행정지(Stay)를 신청하였다.128)
ICSID 사무총장은 2015. 9. 9. 본건 당사자들에게 피청구국의 취소신청을 심리하기 위한 취소위원회(ad hoc Committee, 이하 “취소위원회”)가 구성되었음을 알렸다. 취소위원회는 Judge Abdulqawi Ahmed Yusuf (소말리아 국적)를 의장으로, Tan Sri Dato’ Cecil W. M. Abraham(말레이시아 국적)과 Professor Dr. Rolf Knieper(독일 국적)을 위원으로 하여 구성되었다.129)
취소위원회는 2016. 2. 29.자 집행정지에 관한 결정(Decision on Stay)을 통하여 본건 판정이 인용한 보상액 중 당사자들 간에 다툼이 없는 미화 2,740만 7천달러 및 그에 대한 이자 상당액에 대한 집행정지를 해제하고, 나머지 보상액 미화 1,899만 3천 달러 및 피청구국의 청구인들에 대한 중재비용 배상액인 미화 250만 달러에 대한 집행정지는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130) 위 집행정지결정 이후 당사자들은 각각 두 차례 서면을 제출하는 한편 구술심리(Hearing)도 진행되었고, 취소위원회는 2016. 12. 27. 종국결정을 하였다.
나. 법률적 쟁점 및 당사자들의 주장
1) 명백한 권한 유월 (ICSID 협약 제52조 제1항131) (b))
가) 피청구국의 주장
피청구국은 ICSID 협약 제52조 제1항 (b)의 취소요건은 중재판정부가 자신이 판단의 기초로 삼은 법을 적용하지 않고 판단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전제하였다.132) 피청구국은 이어 본건 중재판정부는 순차적인 논증을 거쳐 DCF를 적용 법령에 따른 법적 기초(legal framework)로 삼았고, 이를 바탕으로 양 당사자들이 선임한 전문가 증인들이 각각 미화 1,391만 7천 달러와 미화 2,443만 5천 달러의 보상액을 산정하였는데, 그렇다면 중재판정부는 둘 중 더 큰 액수인 미화 2,443만 5천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을 보상액으로 판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133) 즉, 중재판정부가 자신이 직접 설정한 법적 기초에 따라 보상액을 산정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청구인들이 과도하게 많은 보상을 받게 되었다는 사유는 판정 취소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134)
나)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들은 피청구국이 권한의 ‘유월’이 존재하고 그것이 ‘명백’하였는지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135) 청구인들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DCF를 법적 기초로 삼은 바 없고, 청구인들의 주장은 증거를 심리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면 항상 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136) 관련 법은 특정 가치평가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판정문 어디에서도 DCF나 그 판단 과정에서 고려된 세부 요소들이 중재판정부를 구속한다고 판단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137) 나아가, 가사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DCF가 법적 기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중재판정부가 피청구국의 판결수정신청에 대한 결정에서 보상액의 산정 근거에 관하여 충분히 밝힌 점에 비추어 보아도 피청구국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고, 법의 적용 및 증거 판단의 과정에서 오류를 범한 것이 “(올바른) 법을 적용하지 않고 판단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138)
2) 근본적인 절차규정의 중대한 위반 (ICSID 협약 제52조 제1항 (d))
가) 피청구국의 주장
피청구국은 중재판정부가 근본적 절차규정을 “중대하게(serious) 위반”하고 그것이 “판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거나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면(had or may have had a material effect on the tribunal’s decision)” ICSID 협약 제52조 제1항 (d)의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전제하였다.139) 피청구국은 중재판정부가 DCF에 기초하여 보상액을 산출하겠다고 판단하였으면서도 그 외의 방법을 (추가적으로) 사용하여 보상액을 산정하였고, 피청구국은 중재판정부가 보상액 산정시 고려한 요소에 관하여 주장을 제출할 기회가 없었으므로 청문권(right to be heard)을 상실하였고, 이는 근본적 절차규정의 중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한다.140)
나)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들은 취소신청에 관한 결정례를 살펴보면, 선행 취소위원회들은 중재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관하여 중재판정부에게 상당한 재량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피청구국은 본건 중재절차에서 청문권을 완전하고 공정하게 보장받았다고 주장한다.141) 청구인들은 가사 피청구국 주장과 같이 근본적인 절차규정의 위반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것이 “중대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중재판정부 절차규정 위반이 없었다면 더 낮은 금액의 보상액을 판정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에 의존할 뿐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였다고 반박한다.142)
3) 판정 이유 미기재 (ICSID 협약 제52조 제1항 (e))
가) 피청구국의 주장
피청구국은 중재판정부가 SEMARCA의 가치를 전문가 증인들의 산정치를 초과하는 미화 3,000만 달러로 산정하면서 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은 판정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143)
나)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들은 이유 미기재를 이유로 판정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판정의 이유를 기재하지 않음으로써 특정 쟁점에 대한 중재판정부의 결론에 대하여 어떠한 논거도 제시되지 않게 되었고(the failure state reasons must leave the decision on a particular point essentially lacking in any expressed rationale)”, “그러한 쟁점이 중재판정부의 결론에 반드시 필요하였다(and that point must itself be necessary to the tribunal’s decision)”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144)
청구인들은 또한 이 부분 취소사유를 판단하는 취소위원회가 중재판정의 정확성(correctness)이나 설득력(persuasiveness)을 취소 판단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145)
청구인들은 중재판정부가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보상액에 구속된다고 판단한 바 없고, 판정수정신청에 대한 결정에서 보상액 산정의 이유를 충분히 밝혔으며, “증거 전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considering the totality of evidence)” 보상액을 산정하였으므로 판정 이유 미기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146)
4) 일부취소
피청구국은 만약 취소위원회가 피청구국의 주장이 이유 있으나 판정 전체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본건 중재판정 중 다툼이 없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일부취소하여 줄 것을 요청하고, 청구인들도 예비적으로 같은 주장을 하였다.147)
다. 취소위원회의 판단
1) 명백한 권한 유월
취소위원회는 중재판정부가 판정 과정에서 DCF를 법적 기초로 삼았거나 DCF를 규정하고 있는 세계은행 지침을 “추가적인 국제법의 법원(an additional source of international law)”으로 삼았다고 볼 사정이 없고, 오히려 위 지침의 전문은 “국제법상의 구속적인 규칙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에서만(without prejudice to the binding rules of the international law)” “유용한 지표(useful parameters)”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법과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는 없다고 보았다.148) 또한, 중재판정부가 법을 창설하는 효력을 가질 수는 없으므로, 중재판정부가 특정 기준을 법적 기초로 삼았으며 이를 위반한 것은 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에 준하므로 권한 유월의 취소 사유가 있다는 피청구국의 주장은 배척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149)
2) 근본적 절차규정의 중대한 위반
취소위원회는 본건 중재절차의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피청구국이 중재절차에서 어떠한 추가적인 주장이나 증거를 제출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중재판정부가 보상액을 다르게 판단하였을 것이라거나 혹은 그러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피청구국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150)
3) 판정 이유 미기재
가) 판정 이유 기재 의무에 관한 일반론
취소위원회는 당사자들의 주장을 판단하기에 앞서 투자중재절차의 특수성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한다. 취소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체약국은 투자중재절차에 합의함으로써 주권적 권한(sovereign prerogatives)을 포기하는 한편 중재판정부로 하여금 공권력적 행위의 적법성을 판단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에게 불리한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 해당 국가의 다른 기관들 및 국민들이 판정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서양속(public policy)의 문제이다. ICSID 협약은 이와 같은 투자중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통상의 상사중재와 달리 판정문에 반드시 이유를 기재하도록 규정한 것이며, 판정의 이유를 기재하지 않는 행위는 판정의 정당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151)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취소위원회는 중재판정의 취소사유인 판정 이유 미기재는 판정의 실체적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 아니며, 이에 따라 취소위원회에게는 판정의 실체적 쟁점을 다시 심리하거나 중재판정부가 기존에 내린 결론을 대체하는 판정을 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152)
나) 본건의 경우
취소위원회는 중재판정부가 청구인들의 전문가가 주장한 보상액을 미화 3,195만 9,732달러로 기재한 것은 기재 오류(clerical error)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기준을 적용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중재판정부는 DCF 판단 과정에서 국가위험할증률(country risk premium)을 고려하였는데, 청구인들은 1.5%, 피청구국은 14.75%를 주장하였고,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보상액에 14.75%의 할증률을 적용하면 미화 1,391만 7,433달러가 산출되지만, 1.5%의 할증률을 적용하면 판정문 기재와 같이 미화 3,195만 9,732달러가 산출된다. 이러한 점을 이유로, 취소위원회는 중재판정부가 단순히 기재를 잘못한 것이 아니라 착오로 잘못된 기준을 적용하여 청구인들의 전문가가 주장한 보상액을 산출한 것이라고 보았다.153)
취소위원회는 반올림, 반내림에 따른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중재판정부가 판정문에서 밝힌 이유에 따를 때 보상액은 미화 3,648만 1천 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고 보이고, 중재판정부가 보상액 판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당히 상세하게 논증을 펼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스스로 설정한 기준과 모순된 보상액을 결론으로 제시한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제시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154)
4) 일부취소
취소위원회는 중재판정부가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의하여 SEMARCA의 가치를 판단하였을 경우 (판정문 기재와 같이 미화 3,000만 달러가 아닌) 미화 1,999만 7천 달러가 되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들 간에 이견이 없고, 중재판정부가 SEMARCA의 영업상 채권 미화 1,640만 달러를 보상액에 포함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도 다툼이 없으므로, 위 금액의 합계인 미화 3,639만 7천 달러를 초과하는 범위에 판정의 취소사유가 있다고 보았다.155) 취소위원회는 판정 취소신청을 심리하는 취소위원회에게 대상 판정의 일부를 취소할 권한이 있음을 확인한 MINE 사건156) 및 절차적 경제를 이유로 판정 일부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Occidental 사건157) 취소위원회 판단을 인용한 다음, 절차적 경제의 요청, ICSID 협약 제53조158)가 규정하는 판정의 최종성(finality) 및 당사자들이 불가피한 경우 일부취소를 구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건에서 판정 일부만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한 결론이라고 판단하였다.159)
청구인들은 취소절차에서 피청구국이 SEMARCA의 적절한 보상액으로 주장한 미화 1,999만 7천 달러는 당초 중재판정부에 의하여 고려된 숫자가 아니므로, 취소위원회가 위 금액을 보상액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160) 그러나 피청구국은 “다소간의 주저함에도 불구하고(with some hesitation)” 중재판정부가 스스로 설시한 산정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였을 때 위 금액이 산출된다는 점은 판정 당시 제출된 사실과 증거에 비추어 자연스러운 결론이고, 중재판정부가 인정한 보상액의 일부를 감액하는 것은 새로운 기판력을 창설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본건에서 판정 일부를 취소하는 것이 취소위원회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161)
다. 취소위원회의 결론
취소위원회는 종국판정의 내용 중 피청구국의 청구인들에 대한 보상액에 대하여 미화 3,639만 7천 달러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판정을 취소하였다. 피청구국이 판정 취소의 근거로 삼은 이유 중 두 가지가 기각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취소위원회는 중재비용 70%는 피청구국이, 나머지 30%는 청구인들이 부담하고, 당사자들의 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162)
본건 외에도 Universal Compression 사건,163) OPIC Karimum 사건164) 등에서 ‘동일 당사자에 의하여 여러 차례 중재인으로 지명’되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중재인의 기피사유에 해당하는지부가 다투어졌고, 양 사건의 기피신청은 모두 기각되었다.165) Universal Compression 사건과 본건에서는 동일한 논거가 적용되었는데, 그 내용인즉 서로 무관한 사건에서 동일 당사자에 의하여 여러 차례 중재인으로 선임되었다는 사정이 그 자체로 특정 중재인의 편향성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결론에는 동일 당사자로부터 반복적으로 중재인으로 지명되었다는 사정이 중재인에게 보장되는 금전적 이익에 따라 중재인과 특정 당사자 간에 의존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거나, 중재인이 다른 사건에서의 경험을 통하여 해당 사건을 판정함에 있어 선입견을 가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 소명된다면 동일 당사자에 의한 반복적 지명이 기피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조건이 덧붙여졌다.166)
반면 OPIC Karium 사건 중재판정부는 본건 중재판정부와 달리 동일 당사자에 의한 반복적인 중재인 지명이 그 자체로 “중립적(neutral)”인 사실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보았다. 특정 중재인이 동일 당사자로부터 여러 차례 중재인으로 지명되었다는 사실은 해당 당사자가 그 중재인을 선임하는 것이 중재절차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하였음을 반영하고, 이러한 사정은 중재인이 독립된 판정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하여 기피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167) 그러나 OPIC Karium 사건 중재판정부는 ICSID 중재규칙은 중재인으로서 요구되는 자질의 “명백한(manifest)” 결여가 있는 경우를 기피사유로 규정하여 기피의 기준을 매우 높게 설정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공정성이나 독립성을 훼손할 사정이 있다는 점에서 나아가 그러한 사정이 중재인 자질의 명백한 결여에 해당하는 점까지 증명된 경우에만 기피신청이 인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168)
위 두 중재판정부는 기피신청을 판단함에 있어 동일 당사자로부터 여러 차례 선임되었다는 사정이 그 자체로 어떠한 함의를 갖는지에 대하여는 의견을 달리 하였으나, 결국 기피신청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중재인이 특정 당사자로부터 반복적으로 선임되었다는 사정 외에 중재인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을 추가로 입증하여야 한다고 보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본다면, 상술한 견해 차이는 기피신청의 인용 요건이라는 관점에서는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본건 중재판정부는 수용이 적법(lawful)한 경우 공정한 보상액은 수용 당시 수용된 자산의 금전적 가치에 해당하는 반면, 수용이 위법(unlawful)한 경우 원상회복(restiution) 또는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배상(reparation)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적법한 수용과 위법한 수용을 구별할 실익이 있다고 보았다.169) 중재판정부는 수용에 법적 근거가 있고 수용조치를 한 피청구국이 수용에 대하여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의사가 있는 한 그러한 수용조치는 (향후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짐을 전제로, 잠정적으로) 적법하고, 단순히 적절한 보상의 규모에 대하여 당사자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수용조치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170)
본건에서 청구인들은 피청구국의 비축법이 수용에 따른 보상을 수용된 자산의 장부가격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시장가격을 규정한 본건 협정 제5조의 내용과 배치되므로 피청구국이 처음부터 위법한 수용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171)
중재판정부는 청구인들의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중재판정부는 본건 협정이 시장가격의 산정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점, 이에 따라 당사자들은 중재판정부로 하여금 적절한 보상액을 정하도록 위임하고 그에 따라 중재절차를 진행하는 점, 일정한 경우 장부가격으로 시장가격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172)
한편, 본건 중재판정부는 투자협정이 적절한 보상액의 산정 방식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적절한 보상액의 산정을 위하여 세계은행 지침을 참고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투자협정에서 보상액 등의 산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율한 경우에는 세계은행 지침 등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협정이 규율하는 바에 따르는 것으로 족하다.173)
본건 취소위원회는 취소위원회가 판정 일부만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선언한 MINE 사건 취소위원회의 결정을 재확인하는 한편, 절차적 경제를 이유로 손해배상액에 관한 판정의 일부를 취소한 Occidental 사건 취소위원회의 결정 또한 일부취소의 근거로 제시하였다. 다만, Occidental 사건에서는 잘못 판정된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추가 주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아주 간단한 산술적 계산(a very simple arithmetic calcuation and without further input from the parties)”만이 필요하므로 굳이 당사자들에게 2차 중재를 강요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 논거로 제시된 반면,174) 본건의 경우 취소위원회가 지적한 중재판정부의 “모순”175)이 없었다면 중재판정부가 어떠한 보상액을 판정하였을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취소위원회 또한 이 부분을 인정하였으나,176) 절차적 경제라는 동일한 이유가 본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177)
Occidental 사건에서 취소위원회가 ‘절차적 경제’를 이유로 판정 일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본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당사자들에게 무의미한 2차 중재판정을 거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시간적, 금전적 비용을 낭비하도록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 있었다. 본건에서도 당사자들이 (비록 청구인들의 경우 예비적 주장에 불과하였지만) 판정의 일부취소를 요청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사자들에게 본안에 관한 중재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판정 일부를 취소함으로써 당사들이 분쟁을 종결하고 현실적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취소위원회의 결론이 어느 정도 정당화되는 측면이 있다.
작성자 한창완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심규현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 개인의 견해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견해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1) Tidewater Inc., Tidewater Investment SRL, Tidewater Caribem, C.A. et al.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10/5, Award (“Award”), para. 13.
2) Award, para. 24.
3) Award, para. 25.
4) Tidewater Inc., Tidewater Investment SRL, Tidewater Caribem, C.A. et al.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10/5), Decision on Jurisdiction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7.
5)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199.
6) Award, para. 217.
7) 구 ICSID 중재규칙 제6조 제2항은 선임된 중재인들이 사건에 관한 자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진술서(declaration)에 서명할 의무를 부여하고, “첫 번째 기일까지 서명하지 않은 중재인은 사임한 것으로 본다(Any arbitrator failing to sign a declaration by the end of the first session shall be deemed to have resigned)”고 규정하였다. 위 조항은 현행 규칙(2022년) 제19조 제3항에 대응하는데, 현행 조항은 구 규칙상 조항과는 달리 진술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다만 자신의 “독립성, 공정성, 여력 및 절차 진행의 기밀을 유지할 의사(independence, impartiality, availability and commitment to maintain the confidentiality of the proceeding)”가 진술서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8) ICSID Case No. ARB(AF)/04/6
9) ICSID Case No. ARB/08/3
10) ICSID Case No. ARB/10/9
11) “중재인이 지난 3년 동안 같은 대리인 또는 같은 법무법인으로부터 3차례 이상 지명되었을 것(The arbitrator has within the past three years received more than three appointments by the same counsel or the same law firm)”
12) Stern을 제외한 나머지 2인의 중재인이 판정하였다.
13) Tidewater Inc., Tidewater Investment SRL, Tidewater Caribem, C.A. et al.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10/5), Decision on Claimants’ Proposal to Disqualify Professor Brigette Stern, Arbitrator, paras. 33-40.
14) Decision on Claimants’ Proposal to Disqualify Professor Brigette Stern, Arbitrator, paras. 42-44.
15) ibid, paras. 46-51.
16) ibid, paras. 53-56.
17) ibid, paras. 58-60.
18) ibid, para. 62.
19) ibid, para. 64.
20) ibid, paras. 67-68.
21) ibid, para. 73.
22) Tidewater Inc., Tidewater Investment SRL, Tidewater Caribem, C.A. et al.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10/5), Decision on Application for Revision, paras. 1, 16.
23) Tidewater Inc., Tidewater Investment SRL, Tidewater Caribem, C.A. et al.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10/5), Decision on Annulment, para. 8.
24) 1999. 10. 3.자 대통령령(Decreto) 제356호.
25) 다만,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투자진흥촉진법 제22조에 기한 청구 일체를 관할 부존재를 이유로 각하하였다.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190 참조.
26) 판정문에 청구취지가 드러나지 않은 관계로 판정 주문(Award, para. 217)을 참조하여 재구성
27) Award, para. 13.
28)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3.
29) Award, para. 16.
30) Award, para. 17.
31)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s. 3-4.
32) Award, para. 22.
33) Award, para. 24.
34) 중재판정부가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75에서 확정한 위 조항의 영문 번역은 다음과 같다:
“The jurisdiction of the Centre shall extend to any legal dispute arising directly out of an investment, between a Contracting State ... and a national of another Contracting State, which the parties to the dispute consent in writing to submit to the Centre.”
35)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s. 7, 197-198.
36)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25.
37) “A unilateral declaration entails obligations for the formulating State only if it is stated in clear and specific terms. In the case of doubt as to the scope of the obligations resulting from such a declaration, such obligations must be interpreted in a restrictive manner. In interpreting the content of such obligations, weight shall be given first and foremost to the text of the declaration, together with the context and the circumstances in which it was formulated.”
38)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26.
39)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27.
40)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s. 39-40.
41)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48.
42)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s. 50-51.
43)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s. 52-55.
44) Award, para. 32.
45) Award, para. 34.
46) Award, para. 35.
47) Award, para. 37.
48) Award, para. 38.
49) Award, para. 39.
50) Award, para. 40.
51) Award, para. 41.
52) Award, para. 42.
53) Award, para. 43.
54) Award, para. 45.
55) Award, para. 46.
56) Award, para. 47.
57) Factory at Chorzów, Permanent Court of Intenraitonal Justice Series No. 17.
58) Award, para. 49.
59) Award, para. 50.
60) Award, para. 51.
61) Award, para. 52.
62) Award, para. 53.
63) Award, paras. 53-54.
64) 청구인들은 SEMARCA Enterprise를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SEMARCA 주식의 가치에 SEMARCA가 라 카냐다 터미널 일부에 대하여 갖고 있는 소유권의 가치를 더한 것’으로 정의하였다. Award, para. 55.
65) Award, para. 165.
66) Award, paras. 204-207.
67) Award, para. 208.
68)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s. 87-100.
69)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96.
70)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s. 113-120.
71)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141.
72)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184.
73)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s. 189-192.
74)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s. 193-196.
75)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s. 197-198.
76) Decision on Jurisdiction, para. 199.
77) “(1) Investments of nationals or companies of either Contracting Party shall not be nationalised, expropriated or subjected to measures having effect equivalent to nationalisation or expropriation (hereinafter referred to as "expropriation") in the territory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except for a public purpose related to the internal needs of that Party on a nondiscriminatory basis and against prompt, adequate and effective compensation. Such compensation shall amount to the market value of the investment expropriated immediately before the expropriation or before the impending expropriation became public knowledge, whichever is the earlier, shall include interest at a normal commercial rate until the date of payment, shall be made without delay, be effectively realizable and be freely transferable. The national or company affected shall have a right, under the law of the Contracting Party making the expropriation, to prompt review, by a judicial or other independent authority of that Party, of his or its case and of the valuation of his or its investment in accordance with the principles set out in this paragraph.
(2) Where a Contracting Party expropriates the assets of a company which is incorporated or constituted under the law in force in any part of its own territory, and in which nationals or companie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own shares, it shall ensure that the provisions of paragraph (1) of this Article are applied to the extent necessary to guarantee prompt, adequate and effective compensation in respect of their investment to such nationals or companie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who are owners of those shares.”
78) Award, paras. 82-87.
79) Award, para. 89.
80) Award, para. 90.
81) Award, paras. 92-98.
82) Award, para. 99.
83) Award, para. 100.
84) Award, paras. 101-102.
85) Pope & Talbot Inc. v. The Government of Canada, UNCITRAL (1976).
86) Award, paras. 106-107.
87) Award, para. 107.
88) Award, para. 107.
89) Award, paras. 106-114.
90) Award, paras. 127-128.
91) Award, paras. 129-132.
92) Compañia del Desarrollo de Santa Elena S.A. v. Republic of Costa Rica, ICSID Case No. ARB/96/1.
93) Antoine Goetz et consorts v. République du Burundi, ICSID Case No. ARB/95/3.
94) Mondev International Ltd. v. United States of America, ICSID Case No. ARB(AF)/99/2.
95) World Bank Guidelines on the Treatment of Foreign Direct Investment, Expropriation and Unilateral Alterations or Termination of Contracts.
96) Award, paras. 133-141.
97) Award, paras. 143-145.
98) Award, para. 149.
99) Award, paras. 152-153.
100) Award, para. 155.
101) Award, para. 156.
102) CMS Gas Transmission Company v. The Republic of Argentina, ICSID Case No. ARB/01/8.
103) Enron Corporation and Ponderosa Assets, L.P. v. Argentine Republic, ICSID Case No. ARB/01/3.
104) Award, para. 156.
105) “An enterprise consisting of income-producing assets which has been in operation for a sufficient period of time to generate the data required for the calculation of future income and which could have been expected with reasonable certainty, if the taking had not occurred, to continue producing legitimate income over the course of its economic life in the general circumstances following the taking by the State.”, 세계은행 지침 제4장 제6조.
106) Award, para. 157.
107) “The cash receipts realistically expected from the enterprise in each future year of its economic life as reasonably projected minus that year’s expected cash expenditure, after discounting this net cash flow for each year by a factor which reflects the time value of money, expected inflation, and the risk associated with such cash flow under realistic circumstances. Such discount rate may be measured by examining the rate of return available in the same market on alternative investments of comparable risk on the basis of their present value.”, ibid.
108) Award, para. 158.
109) Award, para. 166.
110) Award, paras. 159-162.
111) Award, para. 163.
112) Award, para. 169.
113) Award, paras. 169-202.
114) Award, paras. 207-209.
115) Award, para. 217.
116) Award, paras. 210-217.
117) Award, paras. 201-202.
118) Decision on Application for Revision, para. 16.
119) “Either party may request revision ofthe award by an application in writing addressed to the Secretary-General on the ground of discovery of some fact of such a nature as decisively to affect the award, provided that when the award was rendered that fact was unknown to the Tribunal and to the applicant and that the applicant’s ignorance of that fact was not due to negligence.”
120) Decision on Application for Revision, para. 17.
121) Award, paras. 20-21.
122) 본안과 동일한 중재판정부가 심리 및 판단하였다.
123) Decision on Application for Revision, paras. 23-24.
124) Continental Shelf (Tunisia/Libyan Arab Jamahiriya), ICJ Rep 192, Application for Revision and Interpretation, para. 19.
125) Decision on Application for Revision, paras. 33-39
126) Decision on Application for Revision, paras. 40-63.
127) Decision on Application for Revision, para. 64.
128) Decision on Annulment, paras. 8-9.
129) Decision on Annulment, para. 11.
130) Decision on Annulment, para. 18.
131) “Either party may request annulment of the award by an application in writing addressed to the Secretary-General on one or more of the following grounds: (a) that the Tribunal was not properly constituted; (b) that the Tribunal has manifestly exceeded its powers; (c) that there was corruption on the part of a member of the Tribunal; (d) that there has been a serious departure from a fundamental rule of procedure; or (e) that the award has failed to state the reasons on which it is based.“
132) Decision on Annulment, para. 55.
133) Decision on Annulment, paras. 56-60.
134) Decision on Annulment, paras. 56-63.
135) Decision on Annulment, para. 77.
136) Decision on Annulment, para. 80.
137) Decision on Annulment, paras. 81-82.
138) Decision on Annulment, paras. 83-84.
139) Decision on Annulment, para. 69.
140) Decision on Annulment, paras. 70-74.
141) Decision on Annulment, paras. 100-102.
142) Decision on Annulment, paras. 103-106.
143) Decision on Annulment, paras. 64-68.
144) Decision on Annulment, para. 85.
145) Decision on Annulment, para. 86.
146) Decision on Annulment, paras. 90-98.
147) Decision on Annulment, paras. 53, 221.
148) Decision on Annulment, paras 143-144.
149) Decision on Annulment, paras 145-147.
150) Decision on Annulment, paras 156-157.
151) Decision on Annulment, paras 163-165.
152) Decision on Annulment, paras 167-172.
153) Decision on Annulment, paras 181-186.
154) Decision on Annulment, paras 189-196.
155) Decision on Annulment, paras. 197-221.
156) Maritime International Nominees Establishment v. Republic of Guinea (II), ICSID Case No. ARB/84/4, Decision for Partial Annulment of the Arbitral Award.
157) Occidental Petroleum Corporation and Occidental Exploration and Production Company v. The Republic of Ecuador, ICSID Case No. ARB/06/11, Decision on the Annulment of the Award.
158) “(1) The award shall be binding on the parties and shall not be subject to any appeal or to any other remedy except those provided for in this Convention.Each party shall abide by and comply with the terms ofthe award except to the extent that enforcement shall have been stayed pursuant to the relevant provisions ofthis Convention. (2) For the purposes ofthis Section,“award”shall include any decision interpreting,revising or annulling such award pursuant to Articles 50,51 or 52.“
159) Decision on Annulment, para. 223.
160) Decision on Annulment, para. 218.
161) Decision on Annulment, paras. 218-223.
162) Decision on Annulment, paras. 224-230.
163) ICSID Case No. ARB/10/9, Decision on the Proposal to Disqualify Prof. Brigitte Stern and Prof. Guido Santiago Tawil, Arbitrators.
164) OPIC Karimum Corporation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10/14, Decision on the Proposal to isqualify Professor Philippe Sands, Arbitrator.
165) Andrew Newcombe, “Disqualification Based on Multiple Appointments—Divergence in Recent ICSID Decisions?”. Kluwer Arbitration Blog, retrieved from: https://arbitrationblog.kluwerarbitration.com/2011/06/23/disqualification-based-on-multiple-appointments-divergence-in-recent-icsid-decisions/. (2023. 8. 15. 확인)
166) Decision on Claimants’ Proposal to Disqualify Professor Brigitte Stern, Arbitrator, paras. 58-62.
167) Decision on the Proposal to Disqualify Professor Philippe Sands, Arbitrator, paras. 47-50.
168) Decision on the Proposal to Disqualify Professor Philippe Sands, Arbitrator, para. 45.
169) Award, para. 142.
170) Award, para. 141.
171) Award, para. 143.
172) Award, paras. 143-146.
173) Award, paras. 136-140.
174) Decision on Annulment, paras. 296-299.
175) Decision on Annulment, para. 218.
176) Decision on Annulment, para. 217.
177) Decision on Annulment, para.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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