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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unities and Criminal Proceedings (Equatorial Guinea v. France, 2020.12.11. 판결) 본문

Immunities and Criminal Proceedings (Equatorial Guinea v. France, 2020.12.11. 판결)

국제분쟁 판례해설/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2023. 9. 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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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unities and Criminal Proceedings
[Equatorial Guinea v. France, ICJ Judgment of 11 December 2020]1)

 


I. 개관


1. 당사자와 대리인


가. 원고


이 사건의 원고는 적도 기니이며, Maurice Kamto(교수), Jean-Charles Tchikaya(프랑스 변호사), Michael Wood(영국 변호사) 및 Francisco Evuy Nguema Mikue(적도 기니 변호사) 등이 원고를 대리하였다. 


나. 피고


이 사건의 피고는 프랑스이며, Alain Pellet(교수), Hervé Ascensio(교수), Pierre BodeauLivinec(교수), Mathias Forteau(교수), Maryline Grange(교수) 및 Ludovic Legrand(교수) 등이 피고를 대리하였다.


2. 배경사실


가. 프랑스 당국의 수사 및 법원의 판결


2008. 12. 2. 프랑스 내 국제 인권 분야 NGO인 Transparency International France는 몇몇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 및 그 가족들에 대해 공금횡령 및 불법자금세탁 혐의로 파리 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였다. 이에 프랑스 법원은 2010년 공금 횡령 혐의에 대하여 사법 수사 개시를 허락하는 결정을 내렸다. 수사 대상 중에는 적도 기니 대통령의 아들이자 당시 적도 기니 농림부 차관이었던 Teodoro Nguema Obiang Mangue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Mangue는 수사 진행 중인 2012. 5. 21. 적도 기니의 제2 부통령으로 임명되었다.2)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Mangue가 다양한 고가품 및 파리 Foch가 42 소재 건물(이하“본건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프랑스 수사기관은 2011. 9. 28. 본건 건물을 수색하여 Mangue 소유의 고가 차량을 압수하였고, 2011. 10. 3. 추가로 Mangue 소유의 다른 고가 차량을 압수하였다.3) 이후 2012. 2. 14.부터 23. 본건 건물에 대하여 추가로 압수, 수색이 진행되었고 일부 물품이 추가로 압수되었다. 이에 대해 2012. 3. 12. 
 
적도 기니 대사관에서는 본건 건물이 적도 기니의 외교 업무 수행에 사용되는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등 여러 차례 항의하였다. 그러나 프랑스 수사당국은 이를 무시하고 이후에도 계속 수사를 진행하였고 2016. 5. 23. 수사를 종결하고 Mangue를 불법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하였다.4)


2017. 10. 27. Mangue에 대한 불법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이와 더불어 수사 중 압수된 동산 및 본건 건물은 몰수되었다.5)


위와 같은 일련의 수사 및 사법 절차에 대하여 2016. 6. 13. 적도 기니가 이와 같은 프랑스 정부의 행위는 적도 기니를 위해 외교 업무를 수행하던 Mangue가 보장받아야 했던 외교관의 특권/면제 보장 의무 및 적도 기니가 외교 업무를 위해 사용하던 외교공관 건물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주장하며 국제사법재판소(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이하 “ICJ”)에 그 위법성 확인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6)


본 사건에서 적도 기니는 상기 프랑스 정부의 행위는 UN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UN Convention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 이하 “팔레르모 협약”) 제35조,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to the Vienna Convention on Diplomatic Relations, 이하 “선택의정서”) 제1조 등에 각각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7)

 

팔레르모 협약 제35조 분쟁의 합의(Settlement of disputes) 

2. 다수의 당사자 사이의 분쟁과 관련하여 본 협약(팔레르모 협약)의 해석에 대해 적절한 시간 내에 양측이 합의하지 못할 때 어느 한 당사자의 요청에 의해 중재 절차가 요청될 수 있다. 만약 중재 절차 요청 후 6개월 내에 중재 절차 구성에 당사자들이 합의하지 못하면 어느 한 당사자의 요청에 의해 국제사법재판소에 해당 사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선택의정서 제1조


협약의 해석 또는 적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은 ICJ의 강행적 관할권에 속하며, 분쟁은 이 의정서의 당사국인 분쟁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ICJ에 제기될 수 있다.


나. 프랑스의 선결적 항변 제기 및 ICJ의 관할 인정 판결
 
적도 기니의 본 사건 제소에 대하여 2017. 3. 31. 프랑스는 팔레르모 협약 제35조(선결적 항변사유 1) 및 선택의정서 제1조(선결적 항변사유 2)에 따라 ICJ는 본 사건에 대한 관할을 가지지 않는다는 선결적 항변을 제기하였다. 또한 프랑스는 적도 기니의 본 사건 신청이 절차 및 권리의 남용(선결적 항변사유 3)이라는 선결적 항변도 제기하였다8)


한편, 적도 기니는 프랑스의 주장이 이 사건은 선택의정서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분쟁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은 “정확히 언제부터 특정 건물이 선택의정서에 따른 외교공관으로서의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볼 것인지”이라고 주장하였다. 특히, 이 사건은 접수국(프랑스)이 파견국(적도 기니) 공관건물을 공관지역의 일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이를 파견국이 다투고 있는 이상, 이는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 (Vienna Convention on Diplomatic Relations: 이하 “VCDR”) 제1조 (i)항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양국 간 분쟁을 구성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9)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

제1조 본 협약의 적용상, 하기 표현은 다음에서 정한 의미를 가진다. 
[…]


(i) “공관지역”이라 함은 소유자 여하를 불문하고, 공관장의 주거를 포함하여 공관의목적으로 사용되는 건물과 건물의 부분 및 부속토지를 말한다.


이에 대하여 ICJ는 2018. 6. 6. 프랑스의 선결적 항변사유 1은 인용하였으나, 사유 2, 3은 기각하면서 본 사건에 대한 ICJ의 관할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10)


구체적으로, ICJ는 팔레르모 협약(선결적 항변사유 1)과 관련하여서는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면서, 팔레르모 협약 제4조 제1항은 국제관습법 상의 관할권 면제 의무를 내포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Mangue 부통령 및 본건 건물에 대한 면제 여부가 쟁점인 이 사건 분쟁은 국제 조직 범죄 협약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11)
 

팔레르모 협약 제4조 제1항

국가 당사자들은 자주권의 평등과 국가 영토 보존의 원칙 및 다른 나라의 국내 내 정에 간섭하지 않는 원칙에 부합하며 본 협약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외교 공관의 불가침성, 접수국 관헌의 출입 금지, 접수국 당국의 보호 의무 및 수색, 압류 조치 면제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는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 제22조의 내용을 고려하여, ICJ는 본건 공관 건물에 프랑스 검찰이 강제조치를 실시한 것이 동 조항의 위반 소지가 있으며 양국 모두 선택의정서 상의 분쟁은 ICJ에 회부한다는 선택의정서를 채택 하였으므로 본 사건에 대해 관할이 있다고 판시했다.12)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협약 제22조

1. 공관지역은 불가침이다. 접수국의 관헌은 공관장의 동의 없이는 공관지역에 들어가지 못한다.
2. 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하여도 공관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
3. 공관지역과 동 지역내에 있는 비품류 및 기타 재산과 공관의 수송수단은 수색, 징발, 차압 또는 강제집행으로부터 면제된다.

 

한편 ICJ는 절차 및 권리 남용(선결적 항변사유 3) 여부에 대해서는, 적도 기니가 유효한 관할을 입증하였으므로 절차 남용에 해당하지 않고, 권리남용은 본안 단계에서 판단되어야 한다고 보아 절차 남용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없고, 그 결과 관할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13)


본 사건 판결은 위와 같이 ICJ의 관할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프랑스의 본건 건물에 대한 강제 조치가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 제22조를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본안을 판단한 것이다.


3. 판결 요지

 

ICJ는 본건 건물이 VCDR 제22조에 따라 외교 공관의 지위를 획득한 사실이 없고, 프랑스는 이 협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14)


II. 사건 및 판결의 세부사항


1. 주요 쟁점

 

  • 본건 건물이 공관지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파견국인 적도 기니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
  • 본건 건물이 외교 임무를 수행하여 외교관계에 대한 VCDR 제22조에서 정한 공관지역에 해당하는지
  • 프랑스의 본건 건물에 대한 강제 조치가 외교관계에 대한 VCDR 제22조에 위반되는 것인지


2. 문제가 된 국제법상 법원


이 사건에서는 UN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 및 선택의정서 제1조, VCDR 제22조가 문제되었다.


3. 주요 쟁점별 ICJ의 판단


가. 본건 건물이 공관지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파견국인 적도 기니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


(1) 프랑스의 주장

 

프랑스 정부는 본건 건물이 VCDR 제22조에서 정한 공관지역에 해당하지 않는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그 근거로 동 협약 제22조의 공관지역에 해당하려면, 접수국이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아야 하고 해당 건물이 외교 활동 목적으로 실제 사용되어야 하는데, 프랑스 정부가 본건 건물을 외교 임무를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건물이라고 적도 기니에 인정해준 사실이 없고, 본건 건물은 외교활동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 Mangue 부통령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었을 뿐임을 들었다.15)


(2) 적도 기니의 주장


적도 기니 정부는 특정 건물이 VCDR 제22조에 따른 공관지역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파견국이 이를 외교적 목적에 사용한다고 정하고 이를 접수국에 통지하면 일반적으로 충분하며 동 협약이 그 이상의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파견국인 적도 기니가 접수국인 프랑스에 대하여 본건 건물이 외교활동을 위한 건물이라고 통보한 이상 프랑스는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16)


또한 적도 기니는 일부 국가들이 자국 소재 건물을 공관지역으로 인정하는 데 자국의 동의가 필요한 것으로 정하고 있고 이러한 관행이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에 반하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경우 관련 국내법의 제정 또는 확립된 관행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적도 기니의 주장에 따르면, 프랑스에는 이러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고 확립된 관행도 없으므로, 본건 건물은 프랑스의 동의가 없더라도 공관지역 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17)


이밖에 적도 기니는 설사 특정 건물이 공관지역으로 인정받기 위해 “실제” 외교적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파견국이 이를 외교적 목적에 사용할 것으로 지정하면 족하고, 나아가 설사 접수국이 공관지역 해당 여부를 정할 재량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재량은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18)


(3) ICJ의 판단


ICJ는 먼저 VCDR 제1조 (i)항이 정의하는, ‘공관지역’에 관한 정의 및 설명이 부족하여 동 협약의 전체적인 맥락과 그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시하면서, 동 협약 제2조, 제4조, 제39조, 제9조를 차례대로 고려했다.19)

 

제2조

국가간의 외교관계의 수립 및 상설 외교공관의 설치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제4조


1. 파견국은 공관장으로 파견하고자 제의한 자에 대하여 접수국의 “아그레망(agrément)”이 부여되었음을 확인하여야 한다.
2. 접수국은 “아그레망”을 거절한 이유를 파견국에 제시할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


제39조
 
1. 특권 및 면제를 받을 권리가 있는 자는, 그가 부임을 위하여 접수국의 영역에 들어간 순간부터, 또는 이미 접수국의 영역 내에 있을 경우에는, 그의 임명을 외무부나 또는 합의된 기타 부처에 통고한 순간부터 특권과 면제를 향유한다.
2. 특권과 면제를 향유하는 자의 직무가 종료하게 되면, 여하한 특권과 면제는 통상 그가 접수국에서 퇴거하거나 또는 퇴거에 요하는 상당한 기간이 만료 하였을 때에 소멸하나, 무력분쟁의 경우일지라도 그 시기까지는 존속한다. 단, 공관원으로서의 직무 수행중에 그가 행한 행위에 관하여는 재판관할권으로부터의 면제가 계속 존속한다.
[…]


제9조 


1. 접수국은 언제든지 그리고 그 결정을 설명할 필요 없이 공관장이나 또는 기타 공관의 외교직원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persona non grata)이며, 또는 기타의 공관직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파견국에 통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파견국은 적절히 관계자를 소환하거나 또는 그의 공관직무를 종료시켜야 한다. 접수국은 누구라도 접수국의 영역에 도착하기 전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할 수 있다.
2. 파견국이 본조 제1항에 의한 의무의 이행을 거절하거나 또는 상당한 기일내에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접수국은 관계자를 공관원으로 인정함을 거부할 수 있다.


ICJ는 파견국과 접수국의 외교적 관계 및 영구적인 외교 임무는 양자의 합의로 인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VCDR이 공관원과 공관지역에 대해 다른 취급을 하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즉, 공관원의 경우에는 제9조에 의하여 접수국이 거부할 수 있는 반면 공관지역에 대해서는 이러한 규정이 없는 바, 그렇다고 하여 파견국이 공관지역을 일방적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접수국은 의사에 반하여 해당 건물을 보호하거나 파견국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20)


또한 ICJ는 VCDR이 서문에서 동 협약의 목적이 국가 간의 친밀한 관계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고, 외교 특권 및 면제의 목적은 해당인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외교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규정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파견국이 공관지역의 지위를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해석은 부당하다고 보았다.21)


이에 ICJ는 본건 건물을 VCDR 제1조 (i)항 및 제22조상의 ‘공관지역’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 본건 건물이 외교 임무를 수행하여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 제22조에서 정한 공관지역에 해당하는지


(1) 프랑스의 주장


프랑스는 2011. 10. 4.부터 2012. 8. 6.까지 지속적으로 본건 건물이 공관지역이 아니라는 반대를 표시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였다.22) 프랑스의 주장에 따르면, 본건 건물은 ‘공관지역’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했으므로 VCDR 제22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23)


(2) 적도 기니의 주장


적도 기니는 본건 건물이 외교적 지위를 취득했다면 보호 대상이 된다는 점에 대해 프랑스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본건 건물은 VCDR 제22조의 공관지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24)


(3) ICJ의 판단


ICJ는 먼저 2011. 10. 4.(적도 기니 정부가 최초로 프랑스 정부에 이 사건 공관 건물의 외교 임무 지위를 통보한 날)부터 2012. 8. 6.(프랑스 법원이 본건 건물 압류를 결정한 2012. 7. 19.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날)까지 기간 내에 프랑스 정부와 적도 기니 사이 에 교환된 서신을 검토했다.25)


ICJ가 파악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프랑스 수사당국은 2011. 9. 28. 및 2011. 10. 3. 처음으로 본건 건물을 수색하였고 이 때 Mangue의 고가 차량이 압수되었다. 이후 2011. 10. 4. 및 17.에 적도 기니 대사관이 프랑스 외교부에 본건 건물이 외교활동에 사용된다고 통지했고, 2011. 1. 11. 및 31.에 프랑스 외교부는 본건 건물이 적도 기니의 외교 공관에 해당하지 않으며 사유재산에 불과하다고 적도 기니 대사관에 통지했다.26) 이후 2012. 2. 14.에서 23. 사이에 본건 건물에 대한 수색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물건이 압수되었다. 2012. 2. 14. 적도 기니 외교부 및 대통령이 프랑스에 항의하였고, 2012. 2. 20. 프랑스 외교부가 이에 대해 반박하였다. 이후에도 적도 기니와 프랑스는 본건 건물이 외교 공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2012. 3. 9. 및 12. (적도 기니), 2012. 3. 28.(프랑스), 2012. 4. 25.(적도 기니), 2012. 5. 2.(프랑스) 서로 공방을 벌였다.27) 이후 2012. 7. 19. 프랑스 법원이 본건 건물에 대한 압류 명령을 내렸고, 2012. 7. 27. 및 8. 2.(적도 기니), 2012. 8. 6.(프랑스) 양국은 다시 공방을 이어갔다.28)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ICJ는 프랑스가 본건 건물을 외교 공관으로 지정하는 데 지속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고, 적도 기니의 통지에 대해 매번 신속하게 적시에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판단하였다.29)


한편 프랑스의 반대의사가 자의적이고 차별적이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ICJ는 프랑스가 본건 건물을 사유재산이라고 표시한 것은 공적 재산이 아니라는 의미이므로 정당화될 수 있고, 적도 기니가 본건 건물을 외교 목적으로 사용했음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프랑스로서는 적도 기니의 통지에 비추어 본건 건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아 프랑스의 반대의사 표시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였다.30) 또한 ICJ는 프랑스가 본건 건물의 지위를 결정하기 위해 적도 기니와 협력할 의무가 없으며, 프랑스가 일관되고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하여 왔고, 다른 파견국을 적도 기니와 달리 취급했음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프랑스의 반대가 적도 기니의 프랑스 내외교공관 설치를 막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 비추어 프랑스의 반대의사가 자의적이거나 차별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31)


종합하여 ICJ는 본건 건물이 VCDR 제22조에서 정한 외교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지위를 취득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다. 프랑스의 본건 건물에 대한 강제 조치가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 제22조에 위반되는 것인지


(1) 적도 기니의 주장


적도 기니는 구두변론 절차에서 프랑스가 본건 건물에 진입하고 본건 건물을 수색, 압류 및 몰수함으로써 VCDR을 위반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32)


(2) 프랑스의 주장

프랑스는 적도 기니의 청구를 모두 기각해 달라고 요청하였다.33)


(3) ICJ의 판단


ICJ는 프랑스가 적시에 반대의사를 표시하였고 이러한 반대가 자의적이거나 차별적이지 않으므로 본건 건물이 공관 지역으로서의 지위를 취득한 사실이 전혀 없고, 따라서 본건 건물에 대한 강제 조치가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 위반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34)


III. 추후 경과


ICJ가 프랑스의 손을 들어주며 프랑스 법원이 이전에 허가한 본건 건물에 대해 내렸던 압류 및 몰수 명령은 유효한 것으로 결론 났다. 불법행위에 대한 벌금 및 소요 비용에 대한 보상금에 충당하기 위해 본건 공물은 경매절차에 의해 매각되었다. 


IV. 의의 및 시사점35)


접수국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파견국이 외교 임무의 수행을 위한 공관 건물을 지정하려고 할 때 해당 건물이 외교 임무를 위한 공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VCDR은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본 사건에서 ICJ는 관련 협약의 문맥을 고려하여 관련 조항들을 해석하였는데, 이러한 해석이 동 협약의 통상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한 후에 채택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ICJ는 VCDR 제22조를 해석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외교 임무를 위한 공관의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보는데, 동 협약의 통상적 의미를 통해서는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고 곧바로 해당 문언의 문맥 그리고 해당 조약의 대상 및 목적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해석을 진행하였다.


예를 들어 ICJ는 접수국의 반대에도 파견국이 일방적으로 어떤 건물을 공관지역으로 주장하는 경우 해당 건물이 공관지역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 제2조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고 이는 동 협약의 목적 및 대상과는 상이하게 접수국에게 상당히 불리한 해석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ICJ는 VCDR의 규정이 다른 조항에서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역시 살펴보았다. 1969년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이하 “VCLT”)가 요구하는 조약 해석 원칙 중 문맥을 감안한 해석이다. 이와 같이 문제가 된 단어의 통상적 의미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문맥, 그리고 조약의 대상 및 목적을 모두 고려하여 해석을 도출한 것은 VCLT 제31조 1항의 취지를 적극 구현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모든 조약 관련 분쟁의 궁극적 귀결점은 해당 조약의 관련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적용되는 국제법 규범은 VCLT 제31조에 나열되어 있는 바, 해당 조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Article 31
General rule of interpretation

1. A treaty shall be interpreted in good faith in accordance with the ordinary meaning to be given to the terms of the treaty in their context and in the light of its object and purpose.

2. The context for the purpose of the interpretation of a treaty shall comprise,in addition to the text, including its preamble and annexes: 

   (a) any agreement relating to the treaty which was made between all the parties in connection with the conclusion of the treaty; 
   (b) any instrument which was made by one or more parties in connection with theconclusion of the treaty and accepted by the other parties as an instrument related to the treaty. 
3. There shall be taken into account, together with the context:
   (a) any subsequent agreement between the parties regarding the interpretation of the treaty or theapplication of its provisions;  
   (b) any subsequent practice in the application of the treaty which establishes theagreement of the parties regarding its interpretation; 
   (c) any relevant rules of international law applicable in the relations between the parties.
4. A special meaning shall be given to a term if it is established that the parties so intended. 

이와 같이 VCLT 제31조는 조약해석의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르면 모든 조약의 해석은 오로지 해당 조약의 문언, 문맥, 그리고 조약의 목적과 대상에 기초하여 진행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체약 당사국 정부가 내포하고 있는 여타 정책 목적이나 의도가 특별히 반영되거나 고려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체약 당사국 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함에 있어 타당하거나 또는 합목적적인 의도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러한 조치가 반드시 조약 합치적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체약 당사국이 합의하여 조약문에 기술된 사항이 그대로 이행되었는지 여부가 조약 해석과 적용의 결정적 기준임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조약문의 문구를 특별한 방향으로 해석하기 위하여 체약 당사국간 서로 합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그러한 취지를 담고 있는 별도의 합의가 문서 또는 여타의 방식으로 명백히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조약 해석 원칙은 실제 조약 분쟁에 있어 다양한 난관을 제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VCDR과 같이 국가들간 원용 빈도가 높고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조약에서는 제반 조항을 둘러싼 분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1년 채택된 VCDR의 문언은 때로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분쟁 대상이 된 비엔나 협약 조항의 사전적 의미뿐 아니라 문맥 그리고 이 협약의 대상 및 목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이 분쟁은 ICJ의 이러한 노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일부 사안의 경우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도 충분히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시대상의 변화로 인하여 현재에는 VCDR 서명 당시에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다양한 외교관의 활동 방식과 외교 업무 수행방식이 등장하였는데, 과연 이들이 VCDR 상 어떻게 평가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부분이 많은 까닭이다. 이러한 부분은 결국 앞으로 ICJ의 법리 구축을 기다리거나 또는 새로운 협약 체결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성자 안정혜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율촌
전준규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율촌
감수자 이재민 교수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 개인의 견해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견해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1) Immunities and Criminal Proceedings (Equatorial Guinea v. France), Judgment, I.C.J. Reports 2020, p. 300. 이하 “본 사건 판결”.
2) 본 사건 판결, para. 26.
3) 본 사건 판결, para. 27.

4) 본 사건 판결, paras. 28-34.
5) 본 사건 판결, paras. 35-36.
6) 본 사건 판결, paras. 1-2.
7) 본 사건 판결, para. 2.

8) 본 사건 판결, paras. 14-16.
9) 본 사건 Reply of the Republic of Equatorial Guinea (8 May 2019), paras. 0.19-0.22.
10) Immunities and Criminal Proceedings (Equatorial Guinea v. France), Preliminary Objections, Judgment, I.C.J. Reports 2018, p. 292. 이하 “2018년 판결”. 
11) 2018년 판결, paras. 116-119.

12) 2018년 판결, paras. 134-138
13) 2018년 판결, paras. 150-151.

14) 본 사건 판결, para. 126.
15) 본 사건 판결, paras. 52-60.

16) 본 사건 판결, paras. 42-46.
17) 본 사건 판결, paras. 47-48.
18) 본 사건 판결, paras. 49-51.
19) 본 사건 판결, paras. 61-64.

20) 본 사건 판결, paras. 64-65.

21) 본 사건 판결, paras. 66-67.
22) 본 사건 Counter-Memorial of the French Republic (6 December 2018), paras. 1.23-1.29, 3.44-3.49.
23) 본 사건 Counter-Memorial of the French Republic (6 December 2018), paras. 3.61-3.67.
24) 본 사건 Reply of the Republic of Equatorial Guinea (8 May 2019), paras. 2.50-2.57.
25) 본 사건 판결, paras. 76-77.
26) 본 사건 판결, paras. 78-81.

27) 본 사건 판결, paras. 82-86.
28) 본 사건 판결, paras. 87-88.
29) 본 사건 판결, paras. 89, 92. 
30) 본 사건 판결, paras. 105-110.
31) 본 사건 판결, paras. 111-116.
32) 본 사건 판결, para. 24.

33) 본 사건 판결, para. 24.
34) 본 사건 판결, paras. 119-125.
35) Immunities and Criminal Proceedings (Equatorial Guinea v. France): ‘통상적 의미’를 찾아서, 정진석 (2021), 327-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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