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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스 제도는 모리셔스 공화국 북동쪽으로 약 2,200 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도양의 제도이다. 차고스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은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이며, 이곳에는 미국 해군 및 영군 해군 기지가 위치하고 있다.2) 1814년부터 1965년까지 차고스 제도는 영국 식민지인 모리셔스의 관할 하에 있었으나 모리셔스가 독립하기 직전인 1965년 영국령 인도양 식민지의 일부로 떨어져 나갔으며 1968년 차고스 제도를 제외한 모리셔스 전 지역은 독립 국가가 되었다.3)
한편, 16세기 이후 차고스 제도에 거주해 왔던 2천여 명의 주민들은 1967년~1973년에 걸쳐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로 아프리카 동부 해역에 위치한 모리셔스와 세이셸, 또는 영국으로 강제로 이주당했다.4)
1968년 강제 추방이 한창 진행되는 시점에 모리셔스는 독립하여 UN 회원국 자격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차고스 제도는 모리셔스 영토에서 제외되었다.5) 그 후 모리셔스는 차고스 제도가 지난 18세기 이후 모리셔스의 영토의 일부였고, 모리셔스 독립 3년 전인 1965에 영국이 불법적으로 차고스 제도를 점유하였으므로 차고스 제도의 모리셔스로부터의 분리는 불법적이었음을 지적하며 이 제도에 대한 자신들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아프리카단결기구(Organisation of African Unity, OAU) 역시 모리셔스의 입장을 지지하였다.6)
반면에 영국은 차고스 제도는 1965년 랭카스터 하우스 협정(Lancaster House Agreement)에 명시된 보상 및 기타 약속들에 대한 대가로서 진행된 영토 분리 조치의 결과이며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없고 영국의 주권이 적용되는 영국령이라고 반박하였다.
구체적으로 영국은 1965. 11. 5. 모리셔스 총독이 모리셔스 각료이사회가 차고스 군도의 분리에 합의함을 확인한다고 영국 외무장관에게 통지한 바 있고, 나아가 1965. 11. 8. 인도양 영국령 추밀원 령(British Indian Ocean Territory Order)으로 모리셔스에서 분리된 차고스 군도와 세이셸에서 분리된 Aldabra, Farquhar, Desroches 섬으로 구성된 인도양 영국령(British Indian Ocean Territory, 이하 “BIOT”)이라는 새로운 지역을 수립하였음을 주장하였다.7)
1967년부터 1973년까지 영국은 차고스 군도를 떠났던 주민들의 귀환을 막았으며, 다른 주민들은 강제로 이주시켜 이 제도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았다.8)1971. 4. 16. BIOT 판무관(commissioner)은 누구든 허가 없이 차고스 군도에 들어가거나 체류하면 위법임을 규정한 조례를 제정했다.9)또한 1972년 영국은 모리셔스에 총 65만 파운드를 지급하고 차고스 군도에서 퇴거당한 자들의 재정착 비용을 충당한다는 1965년 공약을 최종 이행하는 것에 갈음한다는 합의를 모리셔스와 하기도 하였다.10)
그러나 차고스 군도에서 강제 퇴거당한 차고스 군도 주민들의 불만은 계속되었다. 그러자 1982. 7. 7. 영국과 모리셔스 정부는 1965. 11. 이후 차고스 군도에서 퇴거당한 이군도 주민의 영국에 대한 모든 청구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로서 영국이 책임 인정 없이 호의에 입각하여(ex gratia basis) 400만 파운드를 지급하기로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11) 이 협정에 따라 모리셔스도 자국에 있는 차고스 군도 주민 각자가 서명한 청구 포기서를 받기로 하였고, 영국이 지급한 400만 파운드는 1983년과 1984년 사이에 1,344명의 차고스 군도 주민에게 지급되었다. 이 기금 수령을 위한 조건으로, 차고스 군도 주민들은 차고스 군도로 돌아갈 권리를 포기한다고 서명하거나 지정 양식에 지문을 날인해야 했다.12)
한편, 영국은 2010년대에 이르러 BIOT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였고 그 일환으로 차고스 군도에서 퇴거당한 군도 주민의 재정착 가능성을 연구하였다. 그러나 2016. 11. 16.에 이르러 영국 정부는 BIOT 밖에 살고 있는 차고스 인들의 차고스 군도 재정착 계획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13) 모리셔스는 이와 같은 영국의 결정에 반발하였고, UN 총회에 ‘1965년 차고스 군도 분리의 법적 결과에 관한 ICJ의 권고적 의견’을 요구하는 안건을 심의하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하였다.
구체적으로 모리셔스는 영국에 의한 차고스 군도 분할이 관련 UN 총회 결의와 국제법에 위배되는 조치였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이 사안은 양자 분쟁에 관한 것이 아니라 탈식민 및 민족자결 원칙 등 UN총회 본연의 기능수행에 직접 관련되는 법적자문 확보에 관련된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하였다.14)
그러나 영국은 이 문제의 본질은 양자간 영토 분쟁임을 지적하고 권고적 의견 제도가 분쟁 당사국 동의없이 ICJ 소송절차를 시작하려는 수단으로 남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모리셔스가 주도한 결의안은 ICJ로 가는 승인되지 않은 우회로(back-door route)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였다.15)
그 후, 3차례 열린 영국과 모리셔스 간의 회담에 진전이 없자, 모리셔스는 UN 총회에 이 사건 권고적 의견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다시 제출하였고, 이 결의안은 2017. 6. 22. 다수결로 수정 없이 채택되어 UN총회는 동 사건 권고적 의견을 국제사법재판소(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이하 “ICJ”)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16)
ICJ는 본 사건에 대해 ICJ가 권고적 의견 부여를 거부할 만한 ‘긴요한 이유(compelling reason)’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권고적 의견을 부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ICJ는 1965년 모리셔스로부터 차고스 제도를 분리하는 시점에 차고스 군도는 모리셔스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였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하고, 1965년 랭카스터 하우스 협정 상의 분리 원칙에 모리셔스 대표단이 동의한 것은 모리셔스 인민의 자유롭고 진실한 의사표시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ICJ는 영국이 모리셔스로부터 차고스 제도를 분리하고 새로운 식민지로 편입한 행위는 위법하고, 모리셔스의 탈식민 절차는 합법적으로 완수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면서, 영국은 차고스 제도에 대한 지배를 조속히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본 사건에서는 UN 헌장 제14장 국제사법재판소 규정과 UN 총회의 식민지 국가 및 민족에 대한 독립선언을 포함하는 1960년 결의안 제1514(XV)호, 1965년 랭카스터 하우스 협정이 주로 문제되었다.
가. ICJ의 권고적 의견 관할권
ICJ는 기본적으로 권고적 의견의 부여는 ICJ가 UN의 주요 기관 중 하나로서 UN 활동에의 참여를 의미하므로, 긴요한 이유(compelling reasons)가 없는 이상 권고적 의견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서 권고적 의견의 부여는 거부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본건 심리 과정에서 권고적 의견이 부여되어서는 아니되는 ‘긴요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검토되었다.
(1) 영국의 주장
영국은 ① 본건은 복잡하고 논란이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어서 권고적 의견을 통한 문제 해결이 부적합하고, ② ICJ가 권고적 의견을 부여하는 것이 총회의 기능 수행에 도움이 되지 못하며, ③ 이미 구속력 있는 중재 판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권고적 의견이 나온다면 종결된 사건을 재개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고, ④ 권고적 의견이 부여된다면 이는 곧 분쟁 당사국(영국)의 동의 없이 사건이 국제 사법기관인 ICJ에 분쟁을 회부하는 결과가 되며, 본 사건의 본질이 양국간 영유권 분쟁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하였다.17)
(2) 모리셔스의 주장
모리셔스는 UN총회가 ICJ에 권고적 의견을 요청할 적법한 권한을 가진 기구이고, “법률적 문제”에 대해 권고적 의견을 요청한 것이므로 ICJ가 관할을 가진다고 주장했다.18) 나아가 본 사건은 UN 총회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은 사안이라 할 수 있는 탈식민 문제를 다루는 데 필요한 법적 지침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써, 권고적 의견 요청을 거부할 강력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권고적 의견 요청을 반드시 수락해야 할 강력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19) 아울러, 모리셔스는 양국간 분쟁 사안이라는 이유만으로 권고적 의견 요청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스라엘 장벽 사건에서 이스라엘이 영국과 유사한 주장을 제기하였으나 ICJ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음을 근거로 들었다.20)
(3) ICJ의 판단
이에 대하여 ICJ는 ① 사실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ICJ에 제출되었으므로 본 사건이 복잡하거나 논란이 많다고 하여 권고적 의견 부여를 거절할 수는 없으며21), ② 권고적 의견의 유용성은 ICJ가 아니라 이를 요청한 기관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UN 총회가 의견을 요구한 이상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고22), ③ 차고스 해양보호구역 사건의 중재판정에서 심리되고 결정된 쟁점들이 이 권고적 의견 절차에서 제기된 것과 동일하지도 않을 뿐더러 권고적 의견은 중재 판정 당사국들이 아닌 의견 요청 기관에 부여되는 것이므로 기판력의 원칙(principle of res judicata)이 권고적 의견의 부여를 차단하지도 않으며23), ④ UN 총회는 모리셔스와 영국 간의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ICJ의 의견을 구한 것이 아니라 모리셔스의 탈식민지화에 관한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길잡이가 될 수 있는 ICJ의 조력을 얻고자 한 것이므로 당사국들의 분쟁회부 의사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24)
아울러 ICJ는 상기 영국의 주장을 모두 검토한 결과, 어느 하나의 사유도 권고적 의견 부여를 거부할 만한 ‘중대한 사유(compelling reason)’에 해당될 수 없다고 보고, ICJ는 본건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부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25)
나. 차고스 제도의 분리에 대한 책임
(1) 영국의 주장
영국은 모리셔스와의 1965년 양자 합의를 통해 모리셔스를 독립시킨 당시부터 차고스 군도를 분리하기로 양국간에 정당하게 합의하였고 이후 이 합의는 수 차례 재확인되었음을 강조하였다.26) 영국은 1980년대부터 모리셔스가 차고스 군도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양국간 분쟁이 발생하였다고 지적하면서, 본 사건 권고적 의견 요청은 UN 해양법 협약상 중재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오랜 분쟁에 대한 국제 판결을 얻어내려는 모리셔스의 또 다른 시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27)
하지만 영국은 차고스 분리 과정에서 차고스 주민들에게 강제이주 등의 고통을 안겨준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확인하면서, 이 문제는 1982년 영국과 모리셔스간 보상 협정 및 그 이후에 실시된 개인별 금전지급 등으로 모두 해결되었다고 설명하였다.28)
(2) 모리셔스의 주장
모리셔스는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통치 하에서 차고스 군도가 모리셔스의 불가분의 일체로 통치되어왔음을 전제하였다. 이러한 불가분의 일체인 영토를 식민통치국이 임의로 분리한 것은 민족자결 원칙과 영토 보존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주장하였다.
특히 모리셔스 독립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1965년 런던 헌법회의(Constitutional Conference)에서 모리셔스 대표들은 차고스 군도 분리에 대한 묵인을 강요받았고 자유로운 의사를 표출하지 못하였음을 강조하였다. 달리 말하면, 당시 모리셔스는 독립을 쟁취하는 대신 차고스 군도의 분리를 수용하든지, 아니면 독립을 포기해야 하는 양자 택일의 상황 아래에 있었다는 것이다. 즉, 모리셔스는 차고스 군도의 영토 분리가 모리셔스 독립의 조건으로 제시되었고 이러한 제안이 영국의 강압 하에 진행되었음을 강조하였다.
(3) ICJ의 판단
ICJ는 모리셔스의 탈식민지화의 맥락 안에서 피식민국가의 ‘민족자결권’에 초점을 맞추었다. 구체적으로 ICJ는 식민지 국가 및 민족에 대한 독립선언을 포함하는 1960년 결의안 제1514(XV)호는 비록 형식적으로는 권고이지만, 그 결의 내용은 국제관습법으로서의 자결권에 관한 선언적 성격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29) 즉, ‘민족자결권’이 관련 기간 동안 국제관습법을 구성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비자치영토의 영토보존권 역시 국제국제관습법을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30)
더욱이 ICJ는 1966년 UN총회가 1965년 랭카스터 하우스 협정에 따라서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의 영토에서 분리 조치에 대하여, “식민지 영토의 국가적 통일성과 영토 보존을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파괴하는 것과 군사기지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시도”는 국제법과 “양립할 수 없다(incompatible)”고 결의한 사실과 분리 이후 UN 총회의 24개국 특별 위원회(Committee of Twenty-Four)가 “분할(dismemberment)” 을 영토 보존에 대한 위반으로 이를 강하게 “비난하고(deplored)”, 그 조치를 철회하도록 영국에 촉구하였던 사실에 주목하였다.31)
이러한 관점에서 ICJ는 1965년 모리셔스로부터 차고스 제도를 분리하는 시점에 차고스 군도는 모리셔스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였음이 명백하다고 확인하였다.32) 모리셔스 대표단이 1965년 랭카스터 하우스 협정 상의 분리에 대한 원칙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당시 모리셔스는 여전히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영국의 주권 하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표단이 찬성 행위가 양국간 국제협정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33) 즉, ICJ는 차고스 제도 분리 조치가 위법하게 진행되었으며 모리셔스의 탈식민 절차는 적법하게 완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34)
종합하면, ICJ는 영국이 모리셔스로부터 차고스 제도를 분리하고 새로운 식민지로 편입한 행위는 위법하며, 모리셔스의 탈식민 절차는 합법적으로 완수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면서, 영국은 차고스 제도에 대한 지배를 조속히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35)
2019. 5. 22. UN 총회는 위 ICJ의 권고적 의견의 모든 사항을 확인하고, 영국이 6개월 이내에 차고스 제도에서 식민 행정행위를 조건 없이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영국이 차고스 제도 내에서 차고스 출신을 포함하는 모리셔스 인민의 재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모리셔스와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UN 회원국들과 UN 및 기타 국제기구들이 탈식민지화 노력을 지원할 것을 요청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였다.
본 사건은 ICJ가 부여한 가장 최신의 권고적 의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ICJ에서면 의견을 제출한 첫 사례이다.36)
구체적으로 우리 정부는 ICJ에 제출한 서면에서 한국이 과거 식민주의의 피해국으로서 이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정치적 함의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면서 UN 총회가 이 사안에 대해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점과 ICJ의 선례에 비추어 볼 때 UN이 정당한 이해관계를 갖는 법적 문제에 있어서는 ICJ가 권고적 의견 요청의 재량적 거부에 대해 엄격한 심사(strict scrutiny) 기준을 적용해오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다.37)
이러한 전제 하에 우리 정부는 ICJ가 권고적 의견 요청을 거부해야 할 강력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세 가지의 예시적 기준을 제안하였다. 구체적으로 ① 권고적 의견의 목적(object) 자체가 이후 그 권고적 의견에 근거하여 당사자의 상호동의 없이 분쟁을 해결하려는 것일 경우, 권고적 의견 요청을 거부할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고, ② ICJ에 제기된 법적 문제가 과거 또는 현재 국제재판기구에 회부된 소송사건의 핵심 쟁점 또는 핵심 사안(subject matter)과 사실상 동일하다면 권고적 의견 요청을 거부할 중대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③ 권고적 의견 부여가 영토 주권, 해양 또는 육지의 경계획정, 문화재와 같은 물건의 소유권 등과 같은 배타적 권리의 확인 및 식별이라는 배타적 권리 문제에 대한 법원 고유의 사법적 기능(inherent judicial function)를 요구하는 경우 권고적 의견 요청을 거부할 중대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38)
한편, ICJ는 기존의 권고적 의견 거부의 중요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본건을 심리한 바, 이는 중요한 사유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극히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던 과거의 선례와 일치한다. 달리 말하면, 그동안 국가들은 여러 권고적 의견 사건의 심리과정에서 권고적 의견 요청을 거부해야 할 다양한 종류의 ‘중대한 사유’를 제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ICJ는 단 한번도 권고적 의견 요청을 재량적인 사유로 거부한 적이 없다.
아울러 ICJ는 중대한 사유로서의 ‘동의 관할권 원칙’을 인정하면서, 권고적 의견 부여가 동의 관할권 원칙을 우회 또는 회피(circumvent)해서는 아니 된다는 입장을 원칙적으로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의 관할권 원칙의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상당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동의 관할권 원칙’이란, 분쟁의 사법적 해결에 대한 동의 관할권의 원칙은 국제법상 국가가 스스로 당사자인 분쟁을 자신의 동의없이 사법적 해결 절차에 회부되도록 강요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건에서도 ICJ는 UN의 권한 및 UN 활동에 대한 ICJ의 참여를 보다 중시하는 입장에서 ‘동의 관할권 원칙’을 이유로 권고적 의견 부여를 거부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ICJ는 권고적 의견은 UN의 정치적 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서 UN이 정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 권고적 의견을 요청한다면 특별한 ‘중대한 사유’가 없는 한 UN의 주요 기관으로서 이를 수용하고 의견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사법기관이라는 ICJ 본연의 역할에 비추어 부적절한 권고적 의견 요청은 ICJ가 재량으로 거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판관할권 부재가 명백한 사안이 권고적 의견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ICJ에 회부되는 경우가 가장 문제될 수 있고 ICJ도 이를 경계하는 측면에서 ‘동의 관할권 원칙’이 권고적 의견의 재량적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폐기하지 않았음을 유념해 둘 필요가 있다.
작성자 안정혜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율촌
박주현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율촌
최보원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율촌
감수자 이재민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 개인의 견해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견해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1) Legal Consequences of the Separation of the Chagos Archipelago from Mauritius in 1965, Advisory Opinion, I.C.J. Reports 2019, p. 95. 이하 “본 사건 의견”.
2) 본 사건 의견 paras. 25-26.
3) 본 사건 의견 paras. 27-42.
4) 본 사건 의견 para. 43.
5) 본 사건 의견 para. 42.
6) 본 사건 의견 paras. 44-52.
7) 본 사건 의견, para. 33.
8) 본 사건 의견, para. 43.
9) 본 사건 의견, para. 115.
10) 본 사건 의견, para. 117.
11) 본 사건 의견, para. 117.
12) 본 사건 의견, paras. 119-120.
13) 본 사건 의견, para. 129.
14) Written Statement of the Republic of Mauritius (1 March 2018), paras. 1.27, 1.38, 5.20, 5.21.
15) Written Statement of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15 February 2018), para 1.15.
16) 본 사건 의견, paras. 1, 53.
17) 본 사건 의견, paras. 1.2, 1.3, 1.12-1.13, 1.15, 1.20.
18) 본 사건 Written Statement of the Republic of Mauritius (1 March 2018), paras. 5.5-5.17.
19) 본 사건 Written Statement of the Republic of Mauritius (1 March 2018), paras. 5.18-5.20.
20) 본 사건 Written Statement of the Republic of Mauritius (1 March 2018), paras. 5.21-5.25.
21) 본 사건 의견, paras. 69-74.
22) 본 사건 의견, paras. 75-78.
23) 본 사건 의견, paras. 79-82.
24) 본 사건 의견, paras. 83-90.
25) 본 사건 의견, para. 91.
26) 본 사건 Written Statement of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15 February 2018), paras. 8.12-8.23.
27) 본 사건 Written Statement of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15 February 2018), paras 5.1-5.22.
28) 본 사건 Written Statement of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15 February 2018), paras. 9.10, 9.20.
29) 본 사건 의견, paras. 152-153.
30) 본 사건 의견, para. 155.
31) 본 사건 의견, paras. 39, 166.
32) 본 사건 의견, para. 170.
33) 본 사건 의견, paras. 171-172.
34) 본 사건 의견, paras. 173-174.
35) 본 사건 의견, paras. 177-179.
36) 2018. 2. 28. Written State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37) 본 사건 Written State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28 February 2018), paras 2, 11-13.
38) 본 사건 Written State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28 February 2018), paras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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