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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명
나. 청구의 근거가 된 협정 및 절차 규정
다. 당사자
(1) 청구인
(2) 피청구국
라. 중재판정부 구성
마. 청구인의 청구 취지의 요지
① 피청구국이 BIT 제3조, 제4조 및 제5조 등을 위반하였다는 판정 및 이에 따라 발생한청구인의 손해 최소 유로화 1억 유로의 배상 청구;
② 청구인의 중재비용 및 법률비용 지급 청구;
③ 판정 전(pre-award) 및 판정 후(post-award) 이자 지급 청구;
④ 그 밖의 중재판정부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구제수단 청구.1)
바. 중재절차상 특이점
본 사건에서는 피청구국이 위반하였다고 주장된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상 공정공평대우 의무 및 수용 금지 등에 관한 중재판정부의 본안판단보다 본안 전 항변에서 다루어진 사안이 더 주목을 받았다. 피청구국은 본안 전 항변에서 유럽 연합에 속하여 유럽연합법("EU법")의 구속을 받는 국가가 양자조약을 통하여 유럽법에 관한 판단을 중재판정부에 위임하는 내용의 중재조항을 유효하게 체결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문제 삼았다. 이후 위 쟁점에 대하여 유럽연합법원 판결 및 유럽연합 각 국내 법원의 판결과 중재판정 등이 본 사건의 중재판정부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면서 본 사건 판정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유럽연합 국가간 투자협정은 조속히 폐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였으며 실제로 2020년 5월 그와 같은 내용의 합의문(Agreement for the Termination of Bilateral Investment Treaties between the Member States of the European Union, “Termination Agreement”)이 체결되기에 이르렀다.
사. 사건의 배경 및 판정요지
네덜란드 투자자 Achmea B.V. (구 Eureko)는 슬로바키아의 건강보험 시장 자유화에 따라 슬로바키아에서 건강보험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Union Healthcare라는 법인을 설립하여 슬로바키아 시장 진출에 나섰다. 그러나 슬로바키아 정부가 2007 개혁안(“2007 Reform”)을 시행하며 건강보험시장에서 발생한 이익을 분배(distribution)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 등을 통과시키자, 청구인은 이러한 규제들이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 제3조상 공정공평대우 의무 및 제5조 수용 관련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헤이그 국제 상설중재법원(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 “PCA”)에 UNCITRAL 중재규칙(1976)에 기한 중재를 신청하였다.
중재판정부는 관할에 관한 일부 판정을 통해 청구인의 유럽연합 회원국간 양자투자협정에 기한 중재판정부 관할에 대한 본안 전 항변(Intra-EU Jurisdictional Objection)과 위 해당 사안에 대하여 유럽사법법원 혹은 유럽 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중재를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모두 배척하였다.
중재판정부는 본안 판단에서 피청구국의 2007 개혁안이 해당 BIT상 보장된 공정공평대우 의무 및 자금이전의 자유 보장 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수용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결론적으로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에 2007 개혁안 중 문제가 되는 조치들이 적용되었던 기간 중 청구인이 자신의 입지를 방어하기 위해 입었다고 주장하는 손해액 약 2200만 유로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정하였다.
네덜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는 1991년 양자투자협정을 체결하였고,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면서 슬로바키아가 위 양자투자협정에 따른 권리 및 의무를 승계하였다.2) 슬로바키아는 같은 해 국영의 형태로 건강보험을 처음 도입하였고, 1994년부터 국가 외 민간 법인에게도 건강보험 운영 권한을 확대 인정하였으나 2000년대 들어 재정 적자가 점차 증가하게 되었다.3)
가. 청구인의 투자
슬로바키아는 위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4년 유럽연합 가입과 동시에 건강보험 시장을 자유화하였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였다. 피청구국은 건강보험사업에 대한 민간 법인들의 투자를 더욱 촉진하기 위하여 (1) 건강보험 회사들 간의 경쟁체제 도입 (2) 국영 보험의 보장 범위 축소 및 국민의 사보험 가입 허용 (3) 건강보험 회사들의 가격 결정권 보장 (4) 국영 보험사의 민영화 (5) 보험으로 인한 흑자 발생시 건강보험 회사의 처분 보장 및 (6) 건강보험 시장을 규제할 독립적인 규제당국의 설치 등의 조치를 도입하였다.4)
청구인은 이 기회를 이용해 2006년 3월 9일 슬로바키아 건강보험 시장에 진출하여 건강보험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Union Healthcare라는 법인을 설립, 100% 지분을 소유하는 투자를 진행하였다. 위 법인의 2007년 1월 1일자로 투자유치국 내 건강보험시장 점유율은 8.5%에 달하여 국내 최대 민간 건강보험사로 성장하였다.5)
나. 슬로바키아 정부의 2007 개혁안
2006년 슬로바키아 총선 결과 사회민주당이 새롭게 집권하였고, 새로운 정권은 2004년의 건강보험 자유화 조치에 대하여 대대적인 수정을 진행하였다.6) 구체적으로 피청구국은 (1) 건강보험사의 운영 이익에 대한 주주 배당 금지 (2) 건강보험사의 이익 배당 방법 변경 (3) 건강보험사의 예산에 대한 감사 도입 (4) 건강보험사에 대한 유동성 요건 도입 및 (5) 건강보험 포트폴리오의 국외 이전 금지 등 조치를 실행하였다.7) 슬로바키아 공화국은 2007년 개혁을 통해 청구인이 시장에 진입하였을 당시인 2006년 보장받았던 수익에 대한 자유로운 처분을 제한하고 회사들 간 건강보험 계약 이전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도입한 것이었다.
이에 청구인은 2008년 10월 1일 투자중재를 제기하였다.8)
다. 중재판정부 관할에 대한 본안 전 항변과 유럽연합 역내 BIT 문제
양자투자협정에 기한 유럽연합 회원국들간 투자 관련 분쟁에 대한 권한은 2009년 리스본 조약이 발효된 이후, 유럽연합내 공동시장 관련 정책 중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관련된 정책의 소관이 되어 각 회원국이 아닌 유럽연합법원에 속하게 되었다. (EU기능조약 Title VI Chapter 4)9) 이에 따라 피청구국은 중재판정부가 본건에 관한 관할이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중재판정부는 이를 배척하였다.
라. 독일 연방대법원의 질의에 대한 유럽연합법원의 선결적 판결("Preliminary Ruling")
2012년 12월 중재판정부의 본안 판단이 내려진 이후 피청구국은 본 사건의 중재지를 관할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고등법원에 중재판정취소를 구하면서 위 유럽연합 역내 회원국간 BIT 문제를 제기하였다. 위 고등법원은 피청구국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피청구국은 독일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독일 연방대법원은 상고 절차를 진행하던 중이던 2016년 5월 23일 유럽연합법원에 EU기능조약 제344조 및 제267조가 유럽연합 역내 회원국간에 체결된 BIT의 중재조항 적용을 배제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예비적 판결을 통한 해석을 요청하였다.
이에 유럽연합법원은 2018년 3월 6일 EU기능조약 제267조 및 제344조에 의해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 제8조와 같이 유럽연합 회원국의 투자자에게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을 중재에 회부할 권한을 부여하는 유럽연합 회원국간 투자중재조항은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1)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본안 전 항변을 제기하면서 (i) 슬로바키아가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되면서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가 해지되었거나 (ii) 1969년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이하 “비엔나 협약”) 제30조10) 에 기하여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가 EU법과 충돌하는 이상 해당 BIT는 적용되지 않거나 (iii) EU법에 기하여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11)
(2)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EU법과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상 법적 보호의 내용이 서로 중첩(overlaps)되지 않으며, EU법은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으나 국제법보다 우위에 있지는 않다고 주장하였다.12) 또한 청구인은 피청구국이 비엔나 협약 제59조에 명시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으므로 BIT가 종료 (terminate)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13)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투자중재조항이 포함된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 제8조14) 가 비엔나 협약 제59조 제1항15) 에 기하여 당사국들의 유럽연합 가입 시점부터 효력을 자동적으로 상실하였다는 슬로바키아 정부의 주장을 배척하였다.16) 중재판정부는 비엔나 협약 제59조 본문이 일부 조항이 아닌 조약 전부의 종료를 다루고 있으므로 본 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고, 설령 슬로바키아 정부의 주장이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 전부가 종료되었다는 취지라고 할지라도, 비엔나 협약 제65조 제1항17)에 명시된 조약의 종료 절차가 준수되지 않았으므로 위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보았다.18)
더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비엔나 협약 제59조가 동일한 주제와 관련된 후속 조약이 체결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규정이므로, 유럽연합 가입조약이 당해 양자투자협정과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후속조약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슬로바키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하였다는 사실이 중재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 제8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19)
비엔나 협약 제30조에 기한 본안 전 항변에 대하여 중재판정부는 EU법상 구체적으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규범간 상충이 발생하지 않으며 따라서 해당 조항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나아가 피청구국이 EU법상 의무를 위반하지 않고도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 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20) 구체적으로 중재판정부는 본 사건에서 EU법은 본안 판단에만 적용될 뿐이고, 중재판정부의 관할에 영향을 미치는 규범이 아니라고 보았다. 더 나아가 유럽연합법원이 유럽연합 회원국간 분쟁에 대하여 배타적인 관할권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나, 본 사건은 회원국간이 아닌 개인인 투자자와 유럽연합 회원국 간의 분쟁이기 때문에 유럽연합법원이 배타적 관할을 가지지 않으며 EU법과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상 투자중재조항은 양립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21)
중재판정부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및 유럽연합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중재절차를 국제예양(comity)에 따라 정지해야 한다는 피청구국 주장에 대하여 중재판정부의 관할은 해당 BIT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한정되어 있으며 EU법 위반 여부에 대하여 판정할 권한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이를 배척하였다.22)
나. 본안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1) 공정공평대우 의무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제3조 제1항23) 공정공평대우 의무의 내용으로 (1) 투자자에게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법적 체제를 제공할 것 및 (2) 투자자의 투자를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하여 처우할 것을 제시하였다.24) 구체적으로 청구인은 투자유치국이 자국의 법과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금지된 것은 아니나 그 정도가 투자자가 투자를 진행하였을 당시 가지게 된 정당한 기대를 벗어나는 경우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25) 청구인은 자신이 2006년과 2007년에 도입된 슬로바키아의 개혁안은 투자 환경 및 법률 체계에의 근본적인 변화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2004년 투자를 진행할 당시 가지게 되었던 정당한 기대를 벗어나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26)
투자유치국의 선거 결과 투자유치국 건강보험산업에서 모든 해외자본이 축출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가 예측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나) 피청구국 측 주장
이에 대하여 피청구국은 공정공평대우의 내용이 국제관습법에 따라 요구되는 최소기준대우에 한정된다고 보고, 그 위반을 판단할 때에는 청구인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기대와 피청구국의 정당한 규제 권한을 비교 형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7) 또한,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투자를 진행하였을 당시 향후 법률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분명하였고 청구인이 충분한 실사(due diligence)를 하지 않은 채 가지게 된 기대는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28) 이와 관련하여 피청구국은 투자유치국의 2004년 시장자유화 당시 청구인이 진행하였던 구체적인 분석을 증거로 제출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29)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슬로바키아의 2007 개혁안 중 일부가 건강보험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회사와 주주들의 재량에 따라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고 오직 건강관리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함으로써 투자의 상업적 가치를 사실상 박탈하였으며 투자를 회수할 방법을 없앤 것이므로 피청구국이 BIT상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30)
구체적으로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슬로바키아에 대한 투자를 결정함에 있어 이익금을 분배할 수 있는 권리와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이전할 수 있는 권리가 주요한 전제 조건이 되었다고 보았다.31)
만약 청구인이 슬로바키아에 투자를 진행한 이후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금을 분배할 수 없게 되고 고객의 포트폴리오도 이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해당 투자를 결코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청구인 측 증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2) 자금이전의 자유 보장의무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피청구국이 투자자의 이익금 분배를 금지한 행위가 BIT 제4조32)상 자금이전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33) 청구인은 실제로 분배할 이익금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리고 나중에 슬로바키아 헌법재판소가 해당 금지 조치를 취소하였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피청구국의 행위가 그 자체로 해당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34)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위와 같은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우선 BIT 제4조는 EU법에 의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35) 피청구국은 예비적으로 청구인이 수취할 건강보험료는 자신이 정한 금액만큼 세금의 형태로 징수되는 바, 이는 주주들의 송금 자유가 보장된 배당가능 자산이 아니라 공공의 자금(public monies)이며 그에 따라 그 배분 역시 당국이 정한 법률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36)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2007 개혁안이 2007년 10월 25일 이후 청구인으로 하여금 투자유치국에서 얻은 이익금을 네덜란드로 송금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에 해당하므로 피청구국은 송금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37)
(3) 수용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 제5조38) 수용 조항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법적 소유권의 이전을 요구하지 않는 "간접 수용"도 포함한다고 주장하였다.39) 특히 이익배당 금지 조치, 건강보험 포트폴리오의 해외이전 금지 조치 및 2007 개혁안에 기한 모든 조치가 전체적으로 투자에 대한 투자자의 소유권을 침해하였고, 투자로부터 수익을 얻을 권리를 사실상 무효화하였는 바, 이는 간접 수용에 해당하는 다른 사례들과 비교하여 볼 때 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40) 특히 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 제한은 Pope Talbot v. Canada 사건41) Turkey 사건42) 및 Enron v. Argentine Republic 사건43)에서 간접 수용에 해당한다고 인정된 바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마지막으로 청구인은 해당 수용에 대하여 피청구국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였으므로 수용이 불법적이라고 주장하였다.44)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위와 같은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우선 BIT 제5조는 EU법에 의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45) 피청구국은 예비적으로 수용으로 인정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인 투자의 사실상 무효화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투자에 대한 상당한 침해가 있었음을 청구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46)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여전히 성공적으로 건강보험 사업을 유지하고 있고, 건강보험상품 판매를 통하여 수익을 내고 있으며, 청구인이 이익 배당 관련 규제를 실제 적용 받지도 않았고, 현재 해당 의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수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47)
특히 피청구국은 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을 금지하는 조치가 시행 중이던 당시 청구인에게 배당 가능한 이익이 없었고 수용은 배당금을 지급할 추상적 권리가 아닌 실제적 자산에 대하여만 인정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주장이 근거 없다고 하였다. 또한, 피청구국은 수용의 결과는 영구적(permanent)이어야 하며 상당한 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수용된 투자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상실했을 것이 요구된다고 주장하였다.48)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조치가 간접수용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보았는데, 2007 개혁안 중 건강보험사업을 통하여 창출된 이익을 건강사업 목적으로만 사용되도록 제한하는 법안이 슬로바키아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2008년에 위헌 판결을 받았으므로 해당 투자가 영구적으로 수용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49)
마지막으로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위 조치가 시행된 때로부터 슬로바키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할 때까지 사이에 발생한 피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정공평대우 위반이 인정됨으로써 충분히 전보될 수 있다고 보았다.50)
이 판정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후 진행된 EU 회원국 국내법원 판결, EU 법원 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CJEU)” 절차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래 투자분쟁은 1991년 네덜란드 체코슬로바키아 간 체결된 BIT 제8조에 기초하여 네덜란드 투자자 Achemea는 2008년 10월 ISDS 절차를 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슬로바키아 정부가 의료보험 관련 정책을 변경함에 따라 자신이 피해를 입었고 이는 해당 BIT에 포함된 FET 조항 등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된 중재절차 결과 2012년 12월 7일 ISDS 판정이 도출되었고 네덜란드 투자자가 승소하여 슬로바키아 정부가 배상하여야 할 총 배상금은 2200만 Euro로 산정되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 정부는 이 판정에 승복하지 않고 해당 판정의 “무효화 (set aside)”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슬로바키아 정부는 무효화 절차에 대한 심리를 해당 중재절차의 중재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인 독일 연방법원에 신청하였다. 이후 1심 법원은 무효화 신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따라 슬로바키아 정부는 항소심으로 진행하였다. 이에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항소심 법원이 중재판정부가 과연 이러한 문제를 담당하는 것이 EU 설립협정에 합치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는 결정을 하고, 이 문제를 ‘선결문제’로 판단하여 줄 것을 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2018년 3월 6일 CJEU는 판결을 내렸다 EU 설립조약의 특정 조항들로 인하여 EU 회원국 간 체결된 투자협정에 포함된 ISDS 절차의 적용이 제한되는지 검토한 판결이다. 기본적으로 CJEU는 이 판결에서 EU 회원국간 투자협정과 이를 통한 ISDS 절차의 운용은 EU 설립조약에 대한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를 설시하였다. 특히 CJEU는 이 투자협정이 “EU 자체가 아니라 EU 회원국이 체결하였다는 점 (concluded not by the EU but by Member states)” 결정적인 논거로 강조하고 있다. 그 이후 EU 회원국들은 자신들이 체결했던 여러 양자 투자협정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게 되었고 그로 인해 EU 회원국 상호간은 물론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큰 파장을 초래하게 되었다.
본 사건의 중재판정부는 EU 국내법상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을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므로 규범간 상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고, EU 국내법은 본안 판단에 영향을 미칠 뿐 중재판정부의 관할권 유무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그러나 CJEU는 EU법과 유럽연합 회원국간 체결된 투자중재조항 및 BIT가 양립할 수 없다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가. 유럽연합 역내 BIT문제에 대한 CJEU의 선결적 판결
CJEU가 EU 기능조약 제267조및 제344조에 의해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 제8조와 같이 유럽연합 회원국의 투자자에게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을 중재에 회부할 권한을 부여하는 유럽연합 회원국간 투자중재조항은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EU 회원국간 BIT에 의해 분쟁을 심리하는 투자중재판정부는 CJEU에 선결적 판결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만약 해당 투자중재판정부가 EU 국내법을 해석 및 적용하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EU 국내법 체계의 자율성을 침해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후 EU 회원국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몰하였다. 그 결과 2020년 5월 5월 23일 이른바 Termination Agreement를 체결하고 유럽연합 회원국간 BIT를 즉시 해지하기로 합의하였다.
자신들이 서로 체결한 투자협정을 일시에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Achmea 판결과 Termination Agreement는 유럽연합 회원국 간에 체결된 BIT상 투자중재조항이 EU 국내법과 합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수백 건에 이르는 EU 회원국들간 BIT의 효력과 그에 근거한 투자분쟁의 운명을 결정지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즉, EU 사법체계에 속하는 EU 회원국 국내법원은 CJEU의 판단에 따라 EU 역내 BIT에 기하여 제기된 중재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을 취소하거나 그 승인 또는 집행을 거부하게 되었다. 제도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초래한 것이다.
다만, 투자협정이 종료되었어도 종료 이전에 시작된 분쟁이나 종료 이전 조치로 인해 종료 이후 개시된 투자분쟁에 대해서는 여전히 종료의 효과가 아직은 미치지 않는다. 이 경우 투자중재 단계에서 같은 내용의 관할권에 대한 항변이 제기되었을 때 중재판정부가 본건과 같이 관할권을 일단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CJEU의 Achmea 판결과 궤를 같이 하여 관할권을 부정할 것인지는 아직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나. Achmea 판결에 대한 비판과 관련 문제
일각에서는 이과 같은 CJEU의 판단에 대하여 형식적인 법리만을 고려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례로 새롭게 EU에 가입한 회원국들의 국내법원이 기존 EU 회원국들의 국내 법원에 비해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동유럽 국가에서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이 우려되는 많은 사례들이 보고됨에 따라, 과연 BIT를 통한 투자중재라는 기존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공정한 투자분쟁 해결 시스템이 국내 법원을 통해 구한다는 것이 현실적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EU집행위원회가 ICSID 등 기존 중재기관이나 기타 조약에 기한 중재판정부를 대체할 기관으로 국제투자법원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EU 자신들의 문제로 시작된 제도적 변경 필요성을 국제적으로 확대하여 차제에 국제법원을 새롭게 도입함으로써 중재로 인해 초래되는 문제점을 근본에서부터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Achemea 판결에서 CJEU의 논거는 이후 여러 쟁점을 유발하고 있다. 일부 투자협정은 회원국뿐 아니라 EU 자체도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Energy Charter Treaty나 UNCITRAL Transparency Convention 또는 UNCITRAL Mediation Convention이 대표적인 사례로 여기에는 회원국과 함께 EU도 체약당사국으로 가입하고 있다. EU와 회원국이 동일한 지위로 가입한 이러한 조약은 그렇다면 EU 역내 질서에서 어떠한 지위를 갖는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한 법리적인 측면에서 CJEU가 상사중재의 경우에는 중재판정의 취소 또는 승인, 집행 단계에서 국내 법원이 EU법 쟁점에 관하여 CJEU에 선결적 판정을 요청할 수 있으므로 중재판정부에 의한 1차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EU 국내법 체계의 자율성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가지는 투자중재에 있어서만 EU 국내법 체계의 자율성 침해를 문제 삼은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한편, EU 회원국간 역내 BIT가 아닌 에너지헌장조약(Energy Charter Treaty, "ECT")에 기하여 제기된 EU 회원국간 투자분쟁에도 Achmea 판결의 법리가 적용될 것인지 여부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이른바 2021년 9월에서 선고된 Komstroy 사건51) 판결에서 그러한 적용이 인정된 바 있다.
다른 한편, 이 법리를 더욱 확장하여 비단 EU 역내 BIT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체결한 BIT에 대해서도 이 판결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도 현재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요컨대 벨기에 외무부는 2017년 9월 EU-캐나다 CETA에 포함된 상설투자법원에의 분쟁회부 조항이 EU국내법에 합치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CJEU의 선결적 판결52)을 신청하였는데 그 결론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만약 여기에도 Achemea 판결과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면 현재 국제투자협정체제에 본질적 변화를 초래할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작성자 윤석준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감수자 이재민 교수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의 견해이며,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1) Achmea v. Slovak Republic (I) (UNCITRAL, PCA Case No. 2008-13), Final Award (7 December 2012), at paras. 126-128.
2) Ibid at paras. 82-84.
3) Ibid at paras. 87-89.
4) Ibid.
5) Ibid at para. 90.
6) Ibid at para. 91.
7) Ibid at paras. 91-102.
8) Ibid at para. 114.
9) Ibid at para. 84.
10)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1969), 제30조 Application of successive treaties relating to the same subjectmatter
1. Subject to Article 103 of the Charter of the United Nations, the rights and obligations of States parties to successive treaties relating to the same subject-matter shall be determined in accordance with the following paragraphs.
2. When a treaty specifies that it is subject to, or that it is not to be considered as incompatible with, an earlier or later treaty, the provisions of that other treaty prevail.
11) Achmea v. Slovak Republic (I) (UNCITRAL, PCA Case No. 2008-13), Final Award (7 December 2012), at paras. 147-149 and 230.
12) Ibid at para. 150.
13) Ibid; Achmea v. Slovak Republic (I) (UNCITRAL, PCA Case No. 2008-13), Award on Jurisdiction, Arbitrability and Suspension (26 October 2010), at para. 64.
14) 네덜란드-슬로바키아 BIT (1991), 제8조
1) All disputes between one Contracting Party and an investor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concerning an investment of the latter shall if possible, be settled amicably.
2) Each Contracting Party hereby consents to submit a dispute referred to in paragraph (1) of this Article, to an arbitral tribunal, if the dispute has not been settled amicably within a period of six months from the date either party to the dispute requested amicable settlement. […]
15) Supra note 10, 제59조 Termination or Suspension of the Operation of a Treaty Implied by Conclusion of a Later Treaty
(1) A treaty shall be considered as terminated if all the parties to it conclude a later treaty relating to the same subject matter and:
a. It appears from the later treaty or is otherwise established that the parties intended that the matter should be governed by that treaty; or
b. The provisions of the later treaty are so far incompatible with those of the earlier one that the two treaties are not capable of being applied at the same time.
16) Achmea v. Slovak Republic (I) (UNCITRAL, PCA Case No. 2008-13), Award on Jurisdiction, Arbitrability and Suspension (26 October 2010), at para. 233.
17) Supra note 10, 제65조 제1항 Procedure to be followed with respect to invalidity, termination, withdrawal from or suspension of the operation of a treaty
1. A party which, under the provisions of the present Convention, invokes either a defect in its consent to be bound by a treaty or a ground for impeaching the validity of a treaty, terminating it, withdrawing from it or suspending its operation, must notify the other parties of its claim. The notification shall indicate the measure proposed to be taken with respect to the treaty and the reasons therefor. […]
18) Achmea v. Slovak Republic (I) (UNCITRAL, PCA Case No. 2008-13), Award on Jurisdiction, Arbitrability and Suspension (26 October 2010), at paras. 234-236 and 240.
19) Ibid at para. 239.
20) Ibid at paras. 270-277.
21) Ibid.
22) Ibid at para. 292.
23) Supra note 14, 제3조 제1항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ensure fair and equitable treatment to the investments of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and shall not impair, by unreasonable or discriminatory measures, the operation, management, maintenance, use, enjoyment or disposal thereof by those investors.
24) Achmea v. Slovak Republic (I) (UNCITRAL, PCA Case No. 2008-13), Final Award (7 December 2012), at para. 241.
25) Ibid at para. 242.
26) Ibid at para. 243.
27) Ibid at para. 247.
28) Ibid at paras. 248-250.
29) Ibid.
30) Ibid at paras. 279-281 and 283.
31) Ibid.
32) Supra note 14, 제4조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guarantee that payments related to an investment may be transferred. The transfers shall be made in a freely convertible currency, without undue restriction or delay. Such transfers include in particular though not exclusively:
(a) profits, interests, dividends, royalties, fees and other current income;
(b) funds necessary
a. for the acquisition of raw or auxiliary materials, semi-fabricated or finished products, or
b. for the development of an investment or to replace capital assets in order to safeguard the continuity of an investments;
(c) funds in repayment of loans;
(d) earnings of natural persons;
(e) the proceeds of sale or liquidation of the investment.
33) Achmea v. Slovak Republic (I) (UNCITRAL, PCA Case No. 2008-13), Final Award (7 December 2012), at para. 265.
34) Ibid at para. 266.
35) Ibid at paras. 147 and 267.
36) Ibid at para. 269.
37) Ibid at para. 286.
38) Supra note 14, 제5조
Neither Contracting Party shall take any measures depriving, directly or indirectly,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of their investments, unless the following conditions are complied with:
(a) the measures are taken in the public interest and under due process of law;
(b) the measures are not discriminatory;
(c) the measures are accompanied by provision for the payment of just compensation. Such compensation shall represent the genuine value of the investments affected and shall, in order to be effective for the claimants, be paid and made transferable, without undue delay, to the country designated by the claimants concerned and in any freely convertible currency accepted by the claimants.
39) Achmea v. Slovak Republic (I) (UNCITRAL, PCA Case No. 2008-13), Final Award (7 December 2012), at para. 221.
40) Ibid at paras. 222-229.
41) Pope & Talbot v. Canada (UNCITRAL), Interim Award (26 June 2000), at para. 100.
42) PSEG v. Republic of Turkey (ICSID Case No. ARB/02/5), Award (19 January 2007), at para. 278.
43) Enron v. Argentine Republic (ICSID Case No. ARB/01/3), Award (22 May 2007), at para 245.
44) Achmea v. Slovak Republic (I) (UNCITRAL, PCA Case No. 2008-13), Final Award (7 December 2012), at para. 230.
45) Ibid at paras. 231-232.
46) Ibid at para. 233.
47) Ibid at paras. 234-235.
48) Ibid at para. 235.
49) Ibid at paras. 290-293.
50) Ibid at para. 293.
51) Moldova v. Komstroy (ECLI:EU:C:2021:655), Judgement of the Court (2 September 2021).
52) Request for an Opinion by the Kingdom of Belgium (ECLI:EU:C:2019:72), Opinion of Advocate General (29 Januar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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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yindir v. Pakistan (ICSID Case No. ARB/03/29) (0) | 2023.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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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 v. Costa Rica (ICSID Case No. UNCT/15/3) (0) | 2023.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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