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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명
나. 청구의 근거가 된 협정 및 절차 규정
다. 당사자
(1) 청구인
(2) 피청구국
라. 중재판정부 구성
마. 청구인의 청구 취지의 요지
① 피청구국이 청구인의 투자를 위법하게 수용(expropriation)하였거나 수용에 이르는 조치(tantamount to expropriation)를 취함으로써 Investment Law (이하 “외국인투자법”) 제11조와 네덜란드-베네수엘라 BIT 제6조를 위반하였음을 확인;
② 피청구국이 청구인에게 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 FET)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외국인투자법 제1조 및 제6조와 네덜란드-베네수엘라 BIT 제3조를 위반하였음을 확인;
③ 피청구국이 청구인에게 외국인투자법과 네덜란드-베네수엘라 BIT 위반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
④ 그 밖에 중재판정부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처분;
⑤ 피청구국이 중재 비용 전부를 부담.1)
바. 사건의 배경 및 판정요지
본 사건은 2006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석유를 포함한 모든 천연자원의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발생한 일련의 투자중재 중 하나이다. 베네수엘라는 2012년 7월 ICSID를 탈퇴하였으나, 본 중재는 계속 진행되어 2013년 관할 유무 및 본안에 대한 판정이 내려진 후2) 2019년 3월 8일에 이르러서야 최종 판정이 나왔다.3)
중재판정부는 손해액 산정 단계에서 관할이 부정된 ConocoPhillips Company를 제외한 청구인들에게 베네수엘라 정부가 합계 미화 87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정하였다.4) 이로써 본 중재는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후 피청구국의 중재판정취소 신청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회사인 ConocoPhillips Company와 그 자회사인 네덜란드 국적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va B.V.가 베네수엘라 정부의 천연자원국유화 조치를 문제 삼은 사건이다.
청구인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유역에서 Petrozuata, Hamaca 그리고 Corocoro 세 곳의 유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5) 차베스 대통령은 2001년 11월 13일 신 석유법(“New Hydrocarbons Law”)을 공포하였는데, 이 법에 의하면 사기업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통해서만 유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로열티율은 기존의 1%에서 30%로 조정되었다.6) 다만 신 석유법은 당시에는 소급하여 적용되지는 않았고, 베네수엘라 당국은 이 법에도 불구하고 2002년 1월 CoconoPhillips 등 기존의 투자자들과 오리노코강 유역의 유전에는 기존의 계약에 따른 1% 로열티율이 유지될 것이라고 합의하였다.7)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은 2004년 10월 10일 변화하는 경제 상황과 북해산 브렌트 원유 가격의 인상 등을 이유로 로열티율을 16⅔%로 조정하였다.8) 이에 ConocoPhillips는 2004년 11월 22일 베네수엘라 정부에 기존의 로열티율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후 2005년 1월 14일 베네수엘라 정부에 서한을 보내 기존의 이의를 철회하였다.9)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의 로열티율 조정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05년 5월 1일 일일 12만 배럴부터 14만5천 배럴 사이의 원유 생산에 대해서는 30%의 로열티율을 적용하겠다고 ConocoPhillips 측에 통보했다.10) 또한 베네수엘라 의회는 2006년 5월 16일 모든 석유추출에 대해 추출세를 매기기로 입법하였는데, 신규 입법에 따르면 ConocoPhillips가 투자하고 있는 Petrozuata, Hamaca와 Corocoro 프로젝트의 실효 로열티율은 33⅓%로 상향 조정되었다.11)
나아가 베네수엘라 의회는 2006년 8월 29일 원전 사업의 소득세율을 기존의 34%에서 50%로 상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는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12)
이에 그치지 않고 차베스 대통령은 2007년 1월 8일 모든 유전이 새 석유법에 따른 적용을 받는다고 공표하였고,13) 더 나아가 2007년 2월 26일 ConocoPhillips 측에 Petroleos de Venezuela, S.A. (이하 “PDVSA”)에 최소 60%의 지분을 이전하라고 요구하는 등 일련의 추가 조치를 취하였다.14)
이후 베네수엘라 정부는 2007년 6월 26일 ConocoPhillips가 위 지분 이전을 거부함에도 불구하고 PDVSA를 통해 위 유전들을 국유화하였다.15)
청구인들은 베네수엘라가 불법적으로 국유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네덜란드-베네수엘라 BIT상 투자자에게 보장되는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베네수엘라의 국내법인 외국인투자법 제22조에 따라 ICSID 투자중재를 신청하였다.16)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1) 외국인투자법상 관할 판단
(가) 관련 조문
외국인투자법 제22조는 베네수엘라와 투자보호협정이나 그에 상응한 조약을 체결한 국가의 “국제투자자”와의 분쟁이나 투자분쟁해결협약(“ICSID”)이 적용되는 분쟁은 각 조약 또는 협정에서 분쟁해결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 해당 절차에 따른 국제 중재를 통해 해결되어야 하나, 베네수엘라의 현행법에 의해 보장되는 소송절차를 활용할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17)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이 외국인투자법 제22조에 따라 포괄적으로 중재판정부 관할에 동의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피청구국은 자신이 관할에 동의한 바 없고, 설령 외국인투자법에 따라 관할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ConocoPhillips Company는 외국인투자법 상의 “국제 투자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18)
또한, 피청구국은 비슷한 규정에 기하여 관할이 인정되는지를 다룬 ICSID 판정례를 인용하면서, 외국인투자법 제22조로부터 ICSID 중재에 대한 피청구국의 일방적 동의를 도출해낼 수 없다고도 주장하였다.19)
피청구국은 나아가, ICSID 협약 제25조 제1항에 따라 관할의 동의는 “분명하고 명백”해야 하므로 그 의미가 모호한 문언으로부터 동의를 도출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관할에 대한 동의는 “자발적이고 다툼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 등을 인용했다.20)
마지막으로 피청구국은 외국인투자법은 국내법이므로 베네수엘라의 법원칙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며, 베네수엘라의 법원칙에 따라 중재 관할의 동의는 “분명하고 명백한”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하였다.21)
(다)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중재판정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베네수엘라법의 조문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피청구국이 ICSID 협약에 따른 중재에 동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족하다고 주장하면서, 문언이 “분명하고 명백”해야 한다는 피청구국의 주장을 반박하였다.22) 청구인은 외국인투자법 제22조가 “중재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shall be submitted to international arbitration)고 명시하여 중재 절차 회부가 선택이 아니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고, 동 조가 ICSID 협약을 명시하고 있는바 ICSID 협약은 중재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외국인투자법의 합리적 해석에 따르면 피청구국이 외국인 투자법의 입법이라는 일방적 행위를 통해 ICSID 협약 제25조에 따른 중재 관할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3)
또한, 청구인은 자국의 법원칙에 따라 외국인투자법을 해석해야 한다는 피청구국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국가의 일방적인 선언 및 행위 또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용하였다.24)
(라)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국가가 자신이 동의하는 한도 내에서만 제3자에 의한 분쟁해결 절차에 구속되어야 하고, 관할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보수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25) 따라서, 관할에 대한 동의는 추정만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국가의 동의가 명백하게 드러난 경우에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26)
중재판정부는 위와 같은 원칙에 비추어 외국인투자법 제22조를 해석하면 베네수엘라가 ICSID 중재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정하였다.27) 중재판정부는 구체적으로, 외국인투자법이 ICSID 협약을 명시하고 있고, ICSID 협약이 중재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베네수엘라가 ICSID 중재 관할에 대하여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고, ICSID 협약의 해석상 베네수엘라가 ICSID 중재 관할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동의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만 외국인투자법 제22조에 따른 베네수엘라의 중재합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28) 그런데 ICSID 협약 제25조 및 전문은 ICSID 중재 관할이 있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ICSID 협약의 가입만으로 가입국이 특정 분쟁을 중재에 회부할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29) 위와 같은 ICSID 협약의 해석에 따르면 베네수엘라가 ICSID 중재 관할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외국인투자법에 따른 본 중재의 관할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중재판정부는 청구인 가운데 외국인투자법상 관할권만을 주장한 미국 법인 ConocoPhillips Company에 대한 관할권을 부정하였다.30)
다만, 중재판정부는 본건에서 베네수엘라 국내법에 의한 해석 원칙과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른 해석의 원칙이 서로 동일하다는 취지로 설시하며31) 외국인투자법이 베네수엘라 국내법과 국제법 중 어떠한 기준에 의해서 해석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은 하지 않았다.
(2) 네덜란드-베네수엘라 BIT상 관할 판단
(가) 청구인 측 주장
위 ConocoPhillips Company를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은 네덜란드-베네수엘라 BIT상에 근거한 관할도 주장하였다.32)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이에 대하여 ConocoPhillips Company를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이 ICSID 관할의 성립을 위해 만들어진 “편의를 위한 회사(corporations of convenience)”에 불과하고, 특히 청구인 가운데 ConocoPhillips Hamaca B.V.와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는 간접 투자만을 하였을 뿐이므로 두 청구인의 투자는 투자조약에서 보호하는 투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관할이 없다고 주장하였다.33)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조약남용(treaty abuse)을 막기 위해 투자협정의 보호를 받는 투자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설시하면서도,34) 본건에서는 각 네덜란드 법인의 설립시점 및 ConocoPhillips가 위 네덜란드 법인들을 통해 막대한 신규 투자금을 계속해서 투입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ConocoPhillips가 위 네덜란드 법인들을 설립한 것이 조약을 남용하기 위함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청구국의 주장을 배척하였다.35) 또한, 중재판정부는 네덜란드–베네수엘라 BIT 제1조가 BIT상 보호되는 투자를 “모든 종류의 투자(every kind of investment)”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피청구국의 간접투자 주장도 배척하였다.36)
(3) 결론
중재판정부는 외국인투자법 제22조에 따른 관할만을 주장한 청구인 ConocoPhillips Company의 경우 피청구국의 관할 항변을 받아들였으나, 그 외 청구인들에 대한 관할은 인정하였다.
나. 본안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1) 공정공평대우 위반 여부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들은 자신들이 네덜란드-베네수엘라 BIT 제3조에 따른 공정공평대우를 부여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37)
(나) 피청구국 측 주장
이에 대해 피청구국은 조세와 재정에 관하여는 BIT 제4조에서 이를 별도로 다루고 있으므로, 본 사건에 BIT 제3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38)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2013년 판정에서 제3조와 제4조의 통상적 의미와 목적에 따른 해석을 강조하면서, 문언상의 차이에 주목하였다.39) 즉, 제3조는 일반적인 “투자의 대우”에 관한 것인 반면, 제4조는 “조세, 수수료, 요금 그리고 재정적 감면”에 관한 대우로 그 범위가 좁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에 따라 “조세, 수수료, 요금 그리고 재정적 감면”이 특히 문제된 사건에서는 일반 규정에 해당하는 제3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40) 중재판정부는 나아가 청구인들이 피청구국의 제4조 위반은 주장하지 않았으므로 제4조 위반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41)
(2) 수용 조항 위반 여부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2006년경 피청구국이 청구인에게 지분 이전을 요구할 당시, 피청구국에 자신의 투자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공정하고 적절한 보상을 지체 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청구국이 청구인에게 정당한 보상액을 제안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42) 또한 청구인은 2007년경 수용이 이루어질 당시 피청구국이 청구인에게 제안한 보상 금액이 정당한 시장 가격에 미달하는 금액이었고,43) 결국 피청구국은 청구인에게 어떠한 보상도 지급하지 않은 채 청구인의 투자를 수용했다고 주장하였다.44)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의미 있는 자세로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청구인이며,45)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국은 청구인과 적절한 보상을 논의하려 하였다고 주장하였다.46) 또한,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요구한 보상안이 스스로의 투자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여 피청구국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었으며,47) 반면 피청구국은 청구인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시장가격에 기반한 보상안을 제안하였다고 주장하였다.48)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2013년 판정에서 피청구국이 투자자의 투자를 수용함에 있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반하여 정당한 보상을 시장가격 기반으로 협의해야 할 BIT상 제6조 c항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49) 청구인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청구인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에게 장부상 가액으로 보상을 하겠다는 취지의 제안만을 하였고, 시장 가격에 따른 보상을 요구한 청구인 측의 제안에 별다른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중재판정부는 양측이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피청구국의 위와 같은 행위가 인정되고, 이는 BIT 제6조 c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50)
(3) 2014년 베네수엘라의 이의제기
(가)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2014년 자신이 시장 가격에 따른 보상을 제안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새로운 증거가 위키리크스(WikiLeaks) 유출을 통하여 확인되었음을 이유로 중재판정부에 피청구국이 네덜란드-베네수엘라 BIT 제6조 c항을 위반하였다고 판정한 2013년 판정을 취소하고 다시 한번 본안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하였다.51)
위키리크스를 통해 유출된 새로운 증거는 청구인의 임직원들과 Caracas 소재 주 베네수엘라 미국 대사 사이의 대화로, 피청구국은 이를 기반으로 청구인과 피청구국이 시장 가격에 따른 보상안을 협의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52)
이와 관련하여 피청구국은 중재판정부가 최종 판정이 내려지기 전 중간 판정에 대해 다시 판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53) 피청구국은 그 근거로 ICSID 협약 제44조를 원용하였는데, 협약 제44조는 “중재판정부는 본 규칙이나 당사자간 협의되지 않은 절차상 문제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54) 또한 피청구국은 ICSID 협약 제38조 제2항도 원용하며, 새로운 주요 증거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ICSID 중재판정부가 최종 판정을 내리기 전에 절차를 재개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주요 증거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중재판정부가 중간 판정을 다시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55)
(나)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피청구국의 주장에 대하여 중간 판정도 기판력을 가지며, ICSID 협약 제44조는 “판정은 당사자들에게 구속력을 가지며 본 협약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항소나 다른 법적 구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동 협약 제53조와 모순되게 해석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56) 중간 판정도 최종 판정과 마찬가지로 제53조에 따라 당사자들에게 구속력을 가지며 협약 제44조가 협약상 중간판정에 대한 불복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청구인은 ICSID 협약 제38조 제2항에서 말하는 절차 재개가 판정이 내려지기 이전에만 가능하고, 이미 중간 판정이 내려진 이상 위 규정은 적용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였다.57)
결국 청구인은 피청구국이 판정을 다투기 위해서는 최종 판정 이후의 구제 수단(즉, 특별위원회에 의한 중재판정 취소)만을 활용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58)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다수의견(Kenneth Keith 및 Yves Fortier QC)에서, 새로운 증거의 법적 근거나 중요성을 판단하기 이전에, 중재판정부가 중간 판정을 다시 판정할 권한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고 보았다.59) 중재판정부는 비록 손해액 산정에 대한 판단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내려진 관할과 본안에 관한 판단은 “원칙상 그리고 실무상” 기판력을 가지고, 중간 판정 또한 “확정된 효력을 가지며 당사자들이나 판정부에 의해 변경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60) 또한, 중재판정부는 ICSID 협약 제38조 제2항과 제44조는 모두 절차상의 문제에 관한 조항이므로, 중재판정부가 중간 판정을 재판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거로 원용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61)
결국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신청을 기각하고, 중간 판정에 대한 재판정을 하지 않은 채 손해액 산정 단계로 나아갔다.
이에 대하여 소수의견(Abi-Saab)은 중간 판정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 주목하며, 중간 판정은 최종적이라거나 구속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62) 특히, 중재판정부가 스스로 오류를 범했다는 점을 알게 될 경우 위 중간 판정이 중재판정부에게 구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중재판정부는 자유로이 자신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63)
또한, 소수의견은 ICSID 협약 제48조 제3항에서 최종 판정이 “중재판정부에 제출된 모든 질문에 대해 처리한다”고 규정하는 만큼, 최종 판정에서 모든 중간 판정들을 판정문에 포함시키기 전까지 중간 판정에서 판단된 사항들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판단이 내려졌다고 볼 수 없고, 선행되는 부분 내지 중간 판정들 역시 최종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64)
소수의견은 나아가 ICSID 중재 특유의 구조에 대해서도 살피면서, 국제사법재판소를 비롯한 다른 국제 분쟁해결 절차들은 중간 판결 내지 판정에 대해서도 별도의 불복수단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ICSID 협약은 (최종) “판정”에 대한 불복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ICSID 중재에서의 중간 판정은 그 자체로 최종적이라거나 구속력이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하였다.65)
소수의견은 결론에서, ICSID 중재판정부에 최종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중간 판정을 재판정할 권한이 있고,66) 만약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재판정을 요구할 만한 특별한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중간 판정을 재판정할 권한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67)
12년에 걸쳐 진행된 본건 투자중재는 중재판정부가 2019년 3월 8일 피청구국으로 하여금 청구인들에게 합계 미화 87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정함으로써 일단락되었으나, 현재까지도 취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본건에서 중재판정부는 중재 관할권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재확인하였다. 청구인은 피청구국이 국내법인 외국인투자법을 입법함으로써 스스로 일방적 행위를 통해 포괄적으로 중재에 대해 동의를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중재판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중재 동의는 “분명하고 명백해야” 한다는 기존의 판정례를 거듭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중재판정부가 피청구국의 국내법이 ICSID 협약의 중재절차를 통한 해결을 명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ICSID 협약이 국가의 자발적 동의에 의해서만 중재가 성립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한 이 국내법 규정을 통해 피청구국이 모든 분쟁을 중재절차에 회부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시하였다. 이와 같이 국내법과 국내법이 인용하고 있는 국제협약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2단계의 해석론을 제시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투자분쟁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관할권 동의를 단순히 추론 내지 추정할 수는 없고 문언상으로 명확하게 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재판정부가 투자협정 남용을 경계하면서도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피며 본건에서는 그러한 남용의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고 피청구국의 주장을 배척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협정의 남용은 차단하여야 하나 협정상 규정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의 권리 구제에 나서는 상황을 남용으로 보아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한편, 본 사건에서는 당시 국제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위키리크스 사건을 통해 새로운 증거가 현출됨에 따라 이미 내려진 중간 판정에 대하여 중재판정부가 다시 판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쟁점도 다루어졌다. 피청구국이 이와 같이 중간 판정에 대한 재판정을 요청한 것은 ICSID 중재에 서는 그 유례가 없었다. 일단 내려진 중간 판정의 법적 구속력을 강조하여 중재 판정의 법적 안정성과 신속한 처리를 도모하고자 한 다수 의견과 중재판정부의 진실 확인 의무를 최우선으로 강조한 소수 의견 모두 중간 판정의 법적 성격에 대해 치밀하게 논함으로써 중재판정부의 재판정 권한에 대한 기준을 나름 설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현재 취소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특별위원회가 이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작성자 윤석준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박성렬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감수자 이재민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의 견해이며,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1)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The Claimants’ Request for Arbitration (2 November 2007), at para. 130.
2)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the Merits (3 September 2013).
3)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Award (8 March 2019).
4) Ibid at para. 1010.1.
5)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the Merits (3 September 2013), at para. 106, 141, and 167.
6) Ibid at para. 188.
7) Ibid at para. 189.
8)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the Merits (3 September 2013), at para. 190.
9) Ibid at paras. 191-192.
10) Ibid at para. 193.
11) Ibid at para. 194.
12) Ibid at para. 196.
13) Ibid at para. 199.
14) Ibid at paras. 203-204.
15) Ibid at para. 208.
16) Ibid at para. 222.
17)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the Merits (3 September 2013), at para. 225.
18)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Memorial of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on Objections to Jurisdiction (1 December 2008), at para. 183.
19)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the Merits (3 September 2013), at para. 229.
20) Ibid at para. 231.
21)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the Merits (3 September 2013), at para. 233.
22) Ibid at para. 232.
23) Ibid at paras. 240-241.
24) Ibid at paras. 234 and 236.
25) Ibid at para. 254.
26) Ibid.
27) Ibid at para. 262.
28)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the Merits (3 September 2013), at para. 257
29) Ibid.
30) Ibid at para. 290.
31) Ibid at para. 255.
32) Ibid at para. 222.
33) Ibid at para. 266.
34) Ibid at. para. 278
35) Ibid at. paras. 279-281.
36)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the Merits (3 September 2013), at para. 285.
37) Ibid at. para. 291.
38) Ibid at. para. 29.
39) Ibid at. para. 301.
40) Ibid at. para. 315.
41) Ibid at. para. 317.
42)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the Merits (3 September 2013), at para. 365.
43) Ibid, at para. 371.
44) Ibid, at para. 372.
45) Ibid, at para. 373.
46) Ibid, at para. 374.
47) Ibid, at para. 375.
48) Ibid, at para. 381.
49) Ibid, at para. 401.
50)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the Merits (3 September 2013), at para. 393-394.
51)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Respondent’s Request for Reconsideration: Dissenting Opinion of Georges Abi-Saab (10 March 2014), at para. 1.
52) Ibid at paras. 24-29.
53) Ibid at para. 12.
54) Ibid at para. 11.
55)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Respondent’s Request for Reconsideration (10 March 2014), at paras. 13-14;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First Brief of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Pursuant to the Tribunal’s request of October 1, 2013 (28 October 2013), at para. 18;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Second Brief of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Pursuant to the Tribunal’s request of October 1, 2013 (25 November 2013), at para.25.
56)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Respondent’s Request for Reconsideration (10 March 2014), at para. 15.
57) Ibid at para. 17.
58)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Respondent’s Request for Reconsideration (10 March 2014), at para. 18;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Claimant’s Second Submission on Respondent’s Application for Reconsideration of the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Merits, and Suspension of the Quantum Proceedings, at para. 4.
59)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Respondent’s Request for Reconsideration (10 March 2014) Decision on Respondent’s Request for Reconsideration (10 March 2014), at para. 9.
60) Ibid, at paras. 20-21.
61) Ibid, at para. 22-23.
62) ConocoPhillips Petrozuata B.V., ConocoPhillips Hamaca B.V., ConocoPhillips Gulf of Paria B.V. and ConocoPhillips Company v. The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07/30) Decision on Respondent’s Request for Reconsideration: Dissenting Opinion of Georges Abi-Saab (10 March 2014), at para. 48.
63) Ibid at para. 51.
64) Ibid at paras. 44 and 48.
65) Ibid at paras. 42-45.
66) Ibid at paras. 44 and 48.
67) Ibid, at para.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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