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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명
나. 청구의 근거가 된 협정 및 절차 규정
다. 당사자
(1) 청구인
(2) 피청구국
라. 중재판정부 구성
마. 청구인의 청구 취지의 요지
① 피청구국이 NAFTA 제1105조 및 제1110조를 위반함에 따라 발생한 청구인의 채굴권 가치 상당의 손해 최소 미화 약 4,910만 달러의 배상 청구;
② 그 밖에 피청구국의 NAFTA 제1105조 위반으로 인해 청구인에게 발생했다고 인정되는 손해의 배상 청구;
③ 판정 전(pre-award) 및 판정 후(post-award) 이자 및 청구인의 법률비용 지급 청구.1)
바. 사건의 배경 및 판정요지
본 사건은 캐나다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인 청구인 Glamis Gold, Ltd. (“Glamis Gold”)가 1991년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보존지역(California Desert Conservation Area, “CDCA”) 내 금과 은의 매장이 유력한 지역의 모든 광구를 매수한 후 채굴 지역 확대를 위한 연방 정부 승인을 얻으려 했으나,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채굴 후 원상회복("backfilling") 의무를 청구인에게 부과하는 법률 등을 제정하자 해당 의무의 부과가 청구인 자회사의 채굴권에 대한 사실상의 수용에 해당하여 미국 정부의NAFTA 제1105조 최소기준대우 의무와 제1110조 수용 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투자중재를 신청한 사건이다. 중재판정부는 2009년 6월 8일자 판정에서 피청구국 승소판정을 내렸고 청구인에게 피청구국 중재비용2)의 2/3을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청구인 Glamis Gold는 캐나다의 광산업체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법에 따라 설립되었으며, 주 사무소는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하고 있었다.3) 청구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인근 캘리포니아 사막보존지역(CDCA) 내 위치한 Imperial County에 광산을 건설할 계획(“Imperial Project”)을 세웠다.4)
청구인은 1987년즈음부터 Imperial County에 위치한 다량의 채굴권을 확보하기 시작하였으며, 관계부처의 승인 아래 1987년부터 1994년까지 Imperial Project 지역 내에서 금, 은 등의 매장을 확인하기 위한 광범위의 굴착(drilling)작업을 수행했다고 주장하였다.5)
청구인의 계획대로라면 3개의 노천광산(open-pit mine)이 설치될 예정이었고, 최초시공비용은 미화 약 4,800만 달러, 운영 및 유지 비용은 미화 약 2,770만 달러로 책정되었다. 광산의 수명은 19년(1998-2017)으로 예상되었다.6)
Imperial Project 지역의 특징 중 하나는 금이 광범위하게 퍼진 형태로 매장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7) 따라서 금 매장 여부를 확인하고 규제당국의 채굴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장소에서 샘플을 채취하여 자료를 작성할 필요가 있었고, 이러한 필요에 따라 청구인이 1987년부터 1993년까지 해당 지역에서 굴착 작업에 지출한 비용만 미화 약 200만 달러에 달했다.8)
프로젝트 초기에 이러한 비용문제 외에도 청구인 측에 문제가 되는 사안들이 여럿 더 있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프로젝트에 따른 환경 및 문화적 영향 평가였다. Imperial Project 구역에 대한 조사는 1995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최초 조사시 해당 프로젝트 구역이 지역 아메리카 원주민이 석기(tool-grade lithics) 공급을 위하여 빈번히 이용하는 이동 경로를 포함하거나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9) 이러한 결과에 따른 추가 조사에서 프로젝트 구역의 역사적 중요성을 더욱 부각하는 추가적인 사정들이 발견되었다.10)
Imperial Project의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에 살던 원주민은 Quechan 부족이었는데, Quechan 부족은 해당 지역에서의 개발을 완전히 철회할 것(complete avoidance of development in the region)을 주장하며 타협안을 거부하였다.11) 특히 Quechan 부족이 염려한 것은 그들이 종교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던 Trail of Dreams가 Imperial Project로 인하여 파괴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그들의 우려는 1997년 환경 영향 조사/환경 영향 보고서 초안(Draft Environmental Impact Study/Environmental Impact Report, “DEIS/DEIR”)에 Imperial Project가 Trail of Dreams에 “심각하고 피할 수 없는 (significant unavoidable)” 영향을 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신빙성을 더하였다.12)
이 시점에 Quechan 부족과 미국 정부, Glamis Gold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Quechan 부족은 Imperial Project의 승인과 이행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그들에게 필수적인 종교행위를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라며 Imperial Project를 반대하였다.13) 반대로 청구인 Glamis Gold는 Imperial Project의 거부(denial)는 미국 광산법(Mining Law of 1872) 위반에 해당하며, 청구인 Glamis Gold는 관련 규정상 취해야하는 모든 조치를 적법하게 진행하였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14) 미국 정부 또한 이러한 청구인의 입장에 어느정도 공감하며 Imperial Project의 거부가 미국 광산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15)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1998년 8월 25일 문화재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Historic Properties, “ACHP”)에 의견을 요청하였고16), ACHP는 Imperial Project가 프로젝트 구역 내 역사 유산을 실질적으로 파괴할 것이며, 프로젝트 거부를 위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라고 제안하였다.17)
미국 정부는 2001년 1월 17일자 내무부 장관의 서명을 통하여 Imperial Project의 운용계획(Plan of Operations)을 반려하였으나18) 2001년 11월 23일 이 결정을 번복하면서 Imperial Project는 다시금 승인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19) 이후 미국정부는 2002년 9월 27일 2002 Mineral Report에서 청구인의 채굴권 클레임(Mining Claim)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였음을 인정하였다.20)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2003년 4월 7일 Senate Bill 22를 통과시켰는데, 해당 법안은 채굴 후 원상회복(backfilling)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21) 이 법안은 사실 2003년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었고, 이전부터 캘리포니아 상원에서 계속해왔던 SB 483 개정안 등 채굴 후 원상회복 의무 부과 시도의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었다.22) 이에 덧붙여 캘리포니아 광업 및 지질 위원회규정(State Mining and Geology Board Regulations, “SMGB 규정”) 또한 2002년 12월 18일자로 개정되었는데23), 이는 2002년 12월 12일자로 원상복구 의무를 긴급조치로서 도입한 데에 따른 것이 었으며24), 이와 마찬가지로 원상회복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하였다.25)
이러한 조치들에 반발하여 청구인은 2003년 7월 21일자로 중재의향서(Notice of Intent to Submit a Claim to Arbitration under Chapter 11 of the NAFTA)를 제출하였으며26), 이후 2003년 12월 9일 중재신청서(Notice of Arbitration)를 제출하여 중재절차를 개시하였다.27)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피청구국 미국은 NAFTA 제1117조에 근거한 두가지 본안 전 항변을 제기하였다.
(1) 분쟁 숙성(Ripeness) 요건: NAFTA 제1117조 제1항
(가) 피청구국 측 주장
NAFTA 제1117조 제1항은 투자 유치국의 NAFTA 위반행위에 의하여 투자자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손실 또는 손해(loss or damage)를 입었을 경우에 중재를 제기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28)
피청구국은 위 조항에 근거하여 청구인이 손실 또는 손해를 입은 바 없기 때문에 청구인의 제1110조 수용 금지 조항 위반 청구는 배척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9) 보다 상세히 설명하자면,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문제삼은 Senate Bill 22 및 SMGB 규정 개정안 등이 청구인에 대하여 실제로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조치들로 인하여 청구인이 입은 피해는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30) 청구인은 2002년 12월 12일 채굴 후 원상복구(backfilling) 의무가 긴급조치로서 부과된 시점을 피청구국이 수용(expropriation)을 행한 시점으로 주장하였는데31), 피청구국은 청구인과 미국 정부간 Imperial Project에 대한 청구인의 권리를 바이아웃(buy-out)하는 것에 대한 교섭을 진행함에 따라 해당 시점으로부터 3일 전 청구인이 미국정부에 운용계획(Plan of Operations) 심사를 보류(suspend)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새로운 규제가 시행된 2002년 12월 12일 당시 청구인에게 원상복구 의무가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유효한 운용계획 신청은 없었다고 반박한것이다.32) 이를 토대로 피청구국은 NAFTA 상 분쟁 숙성 요건은 손실 또는 손해의 발생이기 때문에, 손실 또는 손해를 입지 않은 청구인은 분쟁 숙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으며 이에 따라 청구인 측 청구는 배척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단순히 가치의 착취(deprivation)를 위협하는 조치는 수용에 이르지 못한다는 논리에 동의하였으나, 캘리포니아 주의 조치는 청구인이 보유한 투자의 가치에 대한 위협이 아닌 실질적 착취에 이르렀다며 피청구국의 관할권 항변에 반박하였다.33) 또한 청구인은 실질적인 착취는 피청구국이 청구인의 Imperial Project 운용계획 승인을 처음 거부한 2001년에 시작되었으며, 이 조치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조치들과 더불어 청구인의 자산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34)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청구인은 캘리포니아 주의 조치를 준수하는 것은 Imperial Project의 경제성을 무효로 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였다.35) 정리하자면 미국 정부가 채굴 승인을 내리지 않아 수용에 이르는 효력이 발생하였고, 이는 캘리포니아의 조치로 인하여 더욱 명백해졌다는 것이다.36)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Senate Bill 22 및 SMGB 규정 개정안의 명시적 적용범위를 고려했을 때, 이들 규제가 Imperial Project에 대한 심사가 계속 진행되었을 경우에 해당 프로젝트에 적용되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37) 따라서 부분적 원상복구(backfilling) 계획만을 포함하고 있는 청구인 측 제출 운용계획은 최종적으로는 거부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38)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주장대로 캘리포니아주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준으로 Imperial Project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만약 운용계획이 거부된다면 Imperial Project에 경제적 가치가 사라졌을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39) 이에 대하여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청구인의 주장은 제1117조 제1항 하 분쟁 숙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고 판시하였다.40)
다만 중재판정부는 분쟁 숙성 요건 충족 여부는 청구인이 청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았다. 만일 청구인의 청구가 피청구국 행위로 인해 청구인의 Imperial Project가 향후 도저히 실현될 수 없게 되었다는 논리에 기반한 것이라면, 중재판정부는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이유로 분쟁 숙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았다.41)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청구가 원상복구 의무가 긴급조치로서 부과된 2002년 12월 12일 시점에 수용의 효력이 즉시 발생하였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전제에서 이루어지는 청구인의 제1110조 위반 청구는 분쟁 숙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였다.42)
(2) 제척기간 도과(Time Bar): NAFTA 제1117조 제2항
(가) 피청구국 측 주장
NAFTA 제1117조 제2항은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의 NAFTA 위반행위에 대하여 최초로 인지하였거나 또는 인지했어야 하는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에 해당 위반행위로 인한 손실 또는 피해에 대한 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43)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1999년 10월 19일자 ACHP 자문, 1999년 12월 27일자 M-Opinion 또는 2000년 11일 17일 자 최종 환경 영향 조사/환경 영향 보고서(Environmental Impact Study/Environmental Impact Report “EIS/EIR”)로부터 3년의 제척기간 내에 법적 조치를 취해야 했으나 그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구인의 청구는 본안 판단에 나아갈 필요 없이 배척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44)
(나)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청구인 측 청구의 근간이 되었다고 주장한 3가지 사건(ACHP 자문, MOpinion, 최종 EIS/EIR 발행)은 사실 관계 서술을 위하여 언급되었을 뿐, 청구인 측 청구는 2001년 1월 17일자로 Imperial Project의 승인이 기각된 것에 근거하고 있다고 반박하였다.45)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청구가 제기된 시점이 중재신청서가 제출된 시점, 다시 말해서 2003년 12월 9일이라고 가정한다면, 3년의 NAFTA 제척기간을 고려했을 때, 피청구국의 주장대로 청구인의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제시한 세 가지 사건은 모두 2003년 12월 9일자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최종 가능 시점인 2000년 12월 9일 이전에 발생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였다.46)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제1117조 제2항은 단순하게 고정적인 3년의 제척기간을 명시하는 내용으로만 해석되어서는 안된다고 설시하며47), 청구의 근거가 되는 사건이 실제 발생한 시점과, 청구인이 이를 인지한 또는 인지 했어야 하는 시점을 모두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였다.48) 이어서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서면에서 피청구인이 언급한 3건의 사건에 대하여 중재를 신청했다는 내용이 부재하고, 오히려 이들이 2001년 1월 17일자 미국 내무장관이 Imperial Project 운용계획을 거부한 근거가 되었다고만 언급한 부분을 인용하며 피청구국의 항변을 기각하였다.49)
나. 본안에 관한 주요쟁점 및 중재판정부 판단
(1) 제1110조 수용(Expropriation) 금지의 의무 위반
(가) 청구인 측 주장
청구인은 피청구국의 조치가 간접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중재판정부가 피청구국의 조치로 말미암아 Imperial Project의 경제적 가치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것을 요청하였다. 청구인은 캘리포니아주의 조치로 인하여 미화 4,910만 달러에 달하던 프로젝트의 가치가 미화 890만 달러로 급감하였음을 강조하며50), 이러한 가치평가에는 원상복구 비용, 채굴광산 매장량(the Singer Pit Reserve), 금 시세, 재정적 규제(financial assurance), 할인율(discount rate) 등이 반영되었다고 주장하였다.51)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청구인 측 가치평가 방식을 문제 삼으며 청구인 측이 산정한 피청구국의 행위로 인한 Imperial Project의 가치 변동은 정확하지 않다고 항변하였다.52)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우선 중재판정부는 투자자에 대한 투자 유치국의 수용에 대한 보상의 의무 위반은 투자 유치국이 투자자의 “자산의 실효적 활용을 비상식적으로 방해하거나 또는 부적절하게 지체시키는 (unreasonably interferes with, or unduly delays, effective enjoyment of the property)” 경우 발생한다는 Rudolph Dolzer의 정의를 인용하는 것으로 본 쟁점에 대한 판단을 시작하였다.53)
이어서 중재판정부는 직접 수용과 간접 수용의 구분에 대하여 설시하였는데, 직접 수용은 투자유치국 정부에 의한 외국인 투자자 소유 자산에 대한 직접적이고 의도적인 취득(open, deliberate and acknowledged taking of property)이라고 정의하였고54), 간접 수용은 투자 유치국 정부에 의하여 비롯 국유화(nationalization)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한 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심각하게 감소(radically diminished)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55) 또한 중재판정부는 S.D. Myers v. Canada 사건의 부분판정(Partial Award)을 원용하며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수용에 준하는(tantamount to expropriation)” 행위에 대해서도 이를 간접 수용으로 간주하여 피해에 대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56)
중재판정부는 본 쟁점의 핵심은 투자 유치국(피청구국)의 행정적 또는 규제적 조치가 개별적 또는 포괄적으로 취급되었을 때 NAFTA 제1110조 위반에 다다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해당 조항의 위반 기준으로 당사자들이 미국 모델 BIT (2004년) 부속서 B에 규정된 간접 수용의 판단 기준을 채택한 것에 근거하여57) 피청구국의 조치를 다음 두가지에 비추어 살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58):
① 조치들이 "안정적인 규제 시스템에 대한 합리적이고 투자로 뒷받침된 기대"를 방해하는지 여부와 그 정도
② 문제되는 정부 행위의 목적과 성격에 대한 평가.
요컨대,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조치가 수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청구인이 자신의 투자를 경제적으로 이용하고 향유할 수 있는 권리들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박탈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해석하였다.59)
중재판정부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조치가 시행된 이후에도 청구인의 사업 가치가 미화 2천만 달러 이상으로 평가된 점을 근거로, 청구인의 투자가 수용되었다고 볼 만큼 심각한 경제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평가하였고, 따라서 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60)
결론적으로 중재판정부는 투자 유치국이 환경과 문화 보호 등의 정당한 목적을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계획에 대하여 사업계획서 수정을 요청하는 행위 또는 원상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라고 법제화한 행위가 투자자의 투자에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투자 유치국의 이러한 행위가 간접 수용에 이르지 않으며, 따라서 불법 수용 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고 정리해 볼 수 있다.
(2) 제1105조 최소대우기준(Minimum Standard of Treatment) 의무 위반
(가) 청구인 측 주장
우선 당사자들은 최소대우기준은 공정공평대우의 일환으로 국제관습법에 따라 인정되는 기준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61) 그러나 당사자들은 피청구국에 적용되는, 국제관습법에 의해 요구되는 기준의 내용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법적 근거(legal authority)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툼을 이어갔다.62)
청구인은 우선 공정공평대우 기준은 “자의적, 차별적 대우로부터의 보호, 투자에 따른 정당한 기대에 대한 보호, 투명성 있고 예측가능한 법적, 사업적 프레임워크의 요건(protection against arbitrariness and discrimination, protection of legitimate investment-backed expectations, and a requirement of a transparent and predictable legal and business framework)”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 한다고 주장하였다.63) 청구인은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현대 중재판정부들은 “충분히 악랄하고(egregious), 터무니없으며(outrageous), 충격적인(shocking)” 행위가 공정공평대우 위반의 기준이라는 1920년대 Neer v. Mexico 사건에서의 판정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피청구국은 이러한 경향에도 불구하고 Neer 사건 판정의 기준으로 회귀하려는 논리를 개진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64)
청구인은 NAFTA 자유무역위원회(Free Trade Commission)의 외국인에 대한 국제관습법 상 최소대우기준은 타 NAFTA 체약 당사국 투자자에 대한 최소대우기준과 같다는 해석을 다투지는 않았다.65) 그러나, 청구인은 공정공평대우 기준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31조 제1항에 의거,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고 덧붙이며, 이는 국제관습법은 진화한다는 명제를 수용한다고 해석하였다.66)
(나) 피청구국 측 주장
피청구국은 공정공평대우의 광의적 해석을 경계하며, 공정공평대우의 해석은 오직 국제관습법으로 요구되는 최소대우기준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67) 특히 피청구국은 청구인이 NAFTA 자유무역위원회(FTC)의 해석을 인용하며, 공정공평대우 해석의 근거를 국제관습법 외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을 배척해야 하는 주된 근거 중 하나라고 주장하였다68). 덧붙여 피청구국은 국제중재판정부는 국제관습법을 형성할 수 없고 오직 국가(nation)만이 국제관습법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69)
(다)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제1105조 최소대우기준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최소대우기준이 외국인에 대한 국제관습법상 최소대우기준과 동일하다고 보면서, 이 기준은 "충분히 악랄하고 충격적이어서 일반적으로 인정된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면서70) "사법 부인, 명백히 자의적인 행위, 노골적인 불공정, 적법절차의 심각한 결여, 명백한 차별 또는 명백한 이유 부재" 등을 예로 들었다71). 결과적으로,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의 조치가 이와 같은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72)
특히,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피청구국 연방정부 조치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조치가 "개별적으로 또는 종합적으로" 제1105조 위반을 구성한다고 한 주장을 기각하며73), 제1105조를 위반하지 않는 개별행위가 종합적으로 제1105조 위반에 이르기 위해서는 당해 사건에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청구인의 사업을 중지시키고자 한 의도가 인정되어야 했다고 판시하였다.74)
(3) 중재비용
중재판정부가 최종적으로 청구인의 NAFTA 제 1105 조 및 제 1110 조 위반 주장을 기각함에 따라, 유일하게 남은 쟁점은 중재비용 문제였다. 본건 중재에 적용되는 중재규칙이 UNCITRAL 중재규칙이었기 때문에 중재판정부는 UNCITRAL 중재규칙 제 40 조에서 정한 원칙, 즉, 중재기관에 지급한 중재비용(arbitration costs)의 경우 중재에서 패소한 당사자가 중재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중재판정부는 관련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당사자간 중재비용 부담 비율을 결정할 수 있다는 원칙(제 40 조 제 1 항)과 당사자의 법률대리비용의 경우 중재판정부가 그 부담 비율을 결정할 완전한 재량(complete discretion)을 가진다는 원칙(제 40 조 제 2 항)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중재비용의 2/3, 피청구국이 중재비용의 1/3 을 부담하고 각 당사자의 법률대리비용은 각자 부담하라는 명령을 끝으로 본건중재를 마무리 지었다.75) 중재비용의 분담과 관련하여 중재판정부는 패소자부담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청구인이 중재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할 것이나, 청구인의 청구는 확립되지 않은 법리가 쟁점이 된 어려운 청구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위와 같이 분담한다고 설명하였다.
본 사건은 정부의 규제 조치로 인해 외국인 투자에 중대한 경제적 침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간접 수용의 성립을 인정하는 "단독 효과설"을 인정한 과거 중재판정부 판단의 주류적 입장과 달리, 본 중재판정부는 "경제적 침해 사실뿐 아니라, 정부가 추구하려고 하는 목적과 가치를 동시에 고려할 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를 침해하는 것이 정당화되는가" 라는 관점에서 심사하는 "행위성질설"을 일정 부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행위성질설에 의하면, 만약 정부의 특정 조치가 외국인 투자자의 재산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적 목적과 가치가 있는 경우, 해당 정부 규제는 간접 수용에 해당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투자 유치국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선호할 만한 논리 구조이다.
NAFTA는 체약 당사국이 공익적 목적의 환경보호조치를 채택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인 규정을 두어 인정하고 있다 (NAFTA 제114조). 구체적으로 각 당사국들은 협정상 다른 규정에도 불구하고 자국내 투자활동이 환경보존에 적합한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들을 채택, 유지,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투자 챕터들에도 포함되어 있는 규정(예를 들어, 한-미 FTA 제11.10조)이기 때문에 해당 규정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관점에서도 본 사건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이들 조항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즉, 환경 보호 조치라면 투자협정 위반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예외로 인정해준다는 취지의 조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환경 보호 조치라고 하더라도 “이 투자협정과 합치하는 한도 내에서” 그러한 조치를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협정에 합치하는 조치만 이 조항으로 허용된다는 것이니 사실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 원칙 선언에 불과하다. 참고로 한미 FTA 제11.10조는 다은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ARTICLE 11.10: INVESTMENT AND ENVIRONMENT
Nothing in this Chapter shall be construed to prevent a Party from adopting, maintaining, or enforcing any measure otherwise consistent with this Chapter that it considers appropriate to ensure that investment activity in its territory is undertaken in a manner sensitive to environmental concerns. (강조는 필자가 추가)
다만 그러한 내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항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애매한 경우 중재판정부가 환경 보호 조치에 대해 우호적인 해석을 도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맥 (context)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사건의 중재판정부는 국제관습법상의 외국인 최소대우기준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해당 기준을 유연하고 진화하는 것으로 본 다른 사건의 중재판정부들과는 달리, 80여년 전에 성립된 Neer사건의 기준으로부터 거의 변화가 없었으며 국제관습법의 변화를 주장하는 것은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관행이 성립하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고 보았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Neer 사건의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무엇이 "충분히 악랄하고 충격적인" 조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오늘날의 국가 관행 등을 고려한 사실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는 최소기준위반이 아니었던 행위가 현재는 최소기준위반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즉, 법리는 동일하나 그 평가대상이 되는 사실관계는 변화하였으므로 최종적인 평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시대의 변화를 투자협정이 적절히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는 다른 판정례와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논거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 윤석준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조아라 변호사 | 법무법인 피터앤김
감수자 이재민 교수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의 견해이며,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1)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Reply Memorial of Claimant Glamis Gold Ltd. (15December 2006), at para. 304;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Memorial of Claimant Glamis Gold Ltd. (5 May 2006), at para. 570 참조.
2) 이는 각 당사자의 법률대리비용이 아닌, ICSID에 지급한 중재비용을 의미한다.
3)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ward (8 June 2009), at para. 27.
4) Ibid at paras. 31-35.
5) Ibid at para. 32.
6) Ibid at paras. 33-35, and 85.
7)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ward (8 June 2009), at para. 86.
8) Ibid at para. 88.
9) Ibid at paras. 99-100.
10) Ibid at paras. 101-110.
11) Ibid at para. 103.
12) Ibid at para. 110.
13) Ibid at paras. 111 and 114.
14)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Memorial of Claimant Glamis Gold Ltd. (5 May 2006), at paras. 32 and 400.
15)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ward (8 June 2009), at paras. 117-118.
16) Ibid at para. 120.
17) Ibid at paras. 121-127.
18) Ibid at para. 153.
19) Ibid at para. 156.
20) Ibid at para. 162.
21) Ibid at para. 166.
22) Ibid at paras. 166 and 175-177.
23) Ibid at paras. 178-183.
24) Ibid at para. 181.
25) Ibid at para. 183.
26) Ibid at para. 185.
27)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Notice of Arbitration (9 December 2003); Ibid at para. 185.
28) NAFTA (1992), 제1117조 제1항
An investor of a Party, on behalf of an enterprise of another Party that is a juridical person that the investor owns or controls directly or indirectly, may submit to arbitration under this Section a claim that the other Party has breached an obligation under:
(a) Section A or Article 1503(2) (State Enterprises), or
(b) Article 1502(3)(a) (Monopolies and State Enterprises) where the monopoly has acted in a manner inconsistent with the Party's obligations under Section A, and that the enterprise has incurred loss or damage by reason of, or arising out of, that breach.
29)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ward (8 June 2009), at para. 309.
30) Ibid at para. 310;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Counter-Memorial of Respondent United States of America (19 September 2006), at pp. 108-109.
31)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ward (8 June 2009), at para. 311;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Counter-Memorial of Respondent United States of America (19 September 2006), at p. 99 참조.
32)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ward (8 June 2009), at paras. 311-312.
33) Ibid at para. 321.
34) Ibid.
35) Ibid.
36) Ibid at para. 327.
37) Ibid at para. 336.
38) Ibid at paras. 338-339.
39) Ibid at para. 340.
40) Ibid at para. 342.
41) Ibid at para. 342.
42) Ibid.
43) NAFTA (1992), 제1117조 제2항
An investor may not make a claim on behalf of an enterprise described in paragraph 1 if more than three years have elapsed from the date on which the enterprise first acquired, or should have first acquired, knowledge of the alleged breach and knowledge that the enterprise has incurred loss or damage.
44)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ward (8 June 2009), at para. 343.
45) Ibid at para. 344.
46) Ibid at para. 346.
47) Ibid at para. 347.
48) Ibid at para. 348.
49) Ibid.
50) Ibid at para. 362.
51) Ibid at para. 363.
52) Ibid at paras. 392-411, 447-453, 467-472, 490-494, 502-506, and 524-526.
53) Ibid at para. 354.
54) Ibid at para. 355.
55) Ibid.
56) Ibid; S.D. Myers v. Government of Canada (UNCITRAL), Partial Award (13 November 2000), at para. 285 참조.
57) Glamis Gold v. United States of America (UNCITRAL), Award (8 June 2009), at para. 356.
58) Ibid.
59) Ibid at para. 357.
60) Ibid at paras. 535-536.
61) Ibid at paras. 539 and 545.
62) Ibid at para. 539.
63) Ibid at para. 542.
64) Ibid at paras. 547-548.
65) Ibid at para. 549.
66) Ibid at paras. 548-550.
67) Ibid at para. 555.
68) Ibid at paras. 555-556.
69) Ibid at para. 567.
70) Ibid at para. 824.
71) Ibid.
72) Ibid at paras. 824-825.
73) Ibid at para. 826.
74) Ibid.
75) Ibid at paras. 83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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