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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hav 사건 (India v. Pakistan, 2019. 7. 19. 판결) 본문

Jadhav 사건 (India v. Pakistan, 2019. 7. 19. 판결)

국제분쟁 판례해설/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2019. 10. 16. 00:02

84. Jadhav 사건 (India v. Pakistan, 2019. 7. 19.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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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파키스탄에 의해 체포된 인도인 Jadhav 에 대한 영사 접근권이 쟁점이 된 사건이다. 2016 년 5 월 3 일 Kulbhushan Sudihir Jadhav 라는 인도인이 파키스탄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인도에 따르면 그는 퇴역 해군 장교로서 당시 이란에 사업차 거주 중이었고 파키스탄 당국에 의해 납치되었다는 것이었으나 파키스탄은 그가 인도 정보부 요원으로서 사업가로 위장하여 이란에서 파키스탄으로 육로로 불법 잠입하려는 것을 체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체포 당시 그는 Hussein Patel 이라는 이름으로 인도 여권을 소지 중이었다. 2016 년 3 월 25 일 파키스탄은 이슬라마바드 소재 인도 대사관에 Jadhav 의 체포 사실을 그가 간첩 행위를 위해 잠입하였다고 자백하는 영상과 함께 통보하였다. 같은 날 인도 대사관은 파키스탄 외교부 앞 공한을 통해 동인에 대한 영사 접근권을 요청하였다. 이후 계속된 수 차례의 영사 접근권 요청은 계속 기각되었으며 2016 년 4 월 8 일 파키스탄은 Jadhav 를 기소하였고 군사법 및 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군법회의에서 재판이 진행되었다. 

 

2017 년 1 월 23 일 파키스탄 외교부는 Jadhav 에 관한 형사 공조 요청 공한을 인도에 발송하여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인도는 이 요청이 법적 근거가 없고 믿을만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도 않았다고 일축하고 2017 년 3 월 21 일 파키스탄 외교부는 인도가 요청한 영사 접근권은 수사 협조 요청에 대한 인도의 반응에 따라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요지의 공한을 송부하였다. 인도는 영사 접근권은 사실 관계 및 동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건이지 거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같은 해 4 월 10 일 Jadhav 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파키스탄 법규에 의하면 군법회의 판결은 고등군법회의에 항소할 수 있었고 고등군법회의 판결은 군참모총장에게 사면 청원을 제기할 수 있으며 대통령에게 군참모총장의 결정에 대해 사면을 청구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은 2017 년 4 월 26 일 Jadhav 는 고등군법회의에 항소하였으나 패소하였고 6 월 22 일 군참모총장에게 사면을 청원하였다고 통지하였으나 인도는 재판 자료 등에 대한 접근이 허락되지 않아 항소 및 사면 청원 등의 재판 진행 정황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다고 시비하였다. 2017 년 12 월 5 일 파키스탄은 Jadhav 의 부인과 모친에게 인도적 견지에서 면회를 허락하였다.

 

인도는 Jadhav 에 대한 파키스탄의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7 년 5 월 8 일 이 사건을 ICJ 에 제소하여 파키스탄이 Jadhav 의 체포 사실을 즉시 인도에 통보하지 않고 영사 접근권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36(1)조 위반이며 상응한 배상 조치를 청구하였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모두 이 협약의 분쟁 해결에 관한 선택 의정서 채택국이어서 동 협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분쟁은 ICJ 의 강제 관할권을 수용한다는 선택 의정서 1 조429에 의해 인도의 일방적인 재판 청구가 가능하였다. 인도는 재판 청구와 동시에 ICJ 의 판결시까지 Jadhav 에 대한 사형 집행 정지를 명령하여 달라는 잠정 명령 청구도 같이 제기하였다. 파키스탄은 ICJ 의 관할권에는 시비하지 않았으나 인도가 ICJ 의 재판 절차를 남용하고 선택 의정서상의 여타 분쟁 해결 절차를 무시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인도의 재판 청구를 수리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하였으며 설사 수리 가능하다 할지라도 협약 36 조 영사 접근권 등에 관한 규정은 간첩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수리 가능성

 

     파키스탄은 자국 사면 청원 절차 진행 중에 재판을 청구한 점, 영사 협약 2 조 및 3 조의 여타 분쟁 절차를 사용하지 않은 점은 인도가 재판 절차를 남용한 것이므로 이 사건 재판 청구를 수리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청원과 관련하여 파키스탄은 자국법의 항소 및 사면 청원 절차상 군법회의 1 차 판결 후 최대 150 일 이내에 사면을 청구할 수 있으며 아직 판결 후 150 일이 경과하지 않았고 항소 및 사면 청원 절차가 파키스탄 내에서 진행 중에 있으므로 인도의 재판 청구, 특히 사형 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잠정 명령 청구는 시기상조이고 재판 절차상의 권리를 남용한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재판부는 잠정 판결에서 파키스탄의 항소 및 사면 청원 제도에 대해 언급하기는 하였으나 그 결정이 언제 내려질지 알 수 없으며 사형 판결이 확정될 경우 언제 집행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적시하였다고 환기하면서 인도가 재판을 청구하고 잠정 명령을 청구한 것이 재판 절차상의 권리를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판결문 para. 44~45).


파키스탄은 영사 협약 선택 의정서 2 조 430와 3 조 431에 각각 중재 및 조정 절차가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이에 대해 정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2 조 규정과 달리 분쟁의 존재를 파키스탄에게 통보하지도 않았으므로 재판을 수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재판부는 이미 US Diplomatic Staff 사건에서 2 조와 3 조는 1 조에 정확하고 단정적으로 적시되어 있는 ICJ 강제 관할권 적용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없으며 ICJ 의 대체 수단으로 분쟁 당사국이 중재나 조정에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결된 바 있음을 소개하고 파키스탄의 주장을 기각하였다(para.  47~48).


두 번째 수리 가능성 항변의 논거로서 파키스탄은 인도가 Jadhav 의 국적에 관한 증거(그의 본명으로 발행된 인도 여권)를 제출하지 않았고 형사 공조 요청도 거부하였으며 간첩 행위를 위해 파키스탄에 잠입시킨 것이라는 점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인도가 영사 협약상의 영사 접근권을 요구하는 것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본명이 기재된 여권 제출 문제는 결국 Jadhav 의 인도 국적자 여부에 관한 것이므로 협약 36 조 위반 여부 심리시 판단할 문제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형사 공조 요청 거부 및 간첩 행위 주장은 결국 인도가 국제법상의 여러 의무를 먼저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영사 접근권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의무 위반과 영사 접근권과의 관계가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았으며 이는 본안 심리에서 살펴보아야 할 주장이라고 보고 파키스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para. 57~58).

 

끝으로 파키스탄은 불법 행위는 권리를 발생시키지 않는다(ex turpi causa non  oritur actio)는 원칙을 근거로 인도의 재판 청구는 수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가짜 여권 교부, 형사 공조 요청 거절, 간첩 행위 등의 불법 행위를 한 인도는 영사 보호를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인도는 파키스탄이 주장하는 불법 행위 자체를 부인하면서 영사 협약 36 조의 준수 의무는 체포된 개인의 불법 행위 여부에 결부되는 것이 아니라고 일축하였다. 재판부는 제소국의 행위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이유 자체가 불법 행위에 의한 권리 불발생 원칙에 근거한 상대국의 수리 불능 주장을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례432를 제시하면서 파키스탄의 주장을 기각하였다(para. 61).

 

2) 영사 협약 36조 적용 가능성

 

     파키스탄은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관할권을 시비하지는 않았으나 영사 협약 36 조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시비를 제기하였다. 일부는 수리 가능성 심리에서 처리가 되었으나 본안 단계에서 심리하기로 한 사안도 있고 수리 가능성 심리 단계에서 제기되지 않고 본안 단계에서 새로 제기된 주장도 있었다. 파키스탄의 주장은 첫째 36 조는 간첩성이 농후한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행동이나 소지품 등으로 볼 때 일견(prima facie) 간첩임이 분명해 보이는 자에게는 36 조의 권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으로서 영사 협약 성안 과정시 간첩 행위는 영사 협약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양해가 있었다는 주장을 근거로 제기하였다.

 

인도는 영사 협약 36 조는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협약 성안 과정시 간첩 행위가 논의는 된 바 있으나 이에 대해 일체의 예외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36 조 433 가 간첩 행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되는지부터 살펴보았다. 재판부는 36 조는 물론 영사 협약의 그 어느 조항도 간첩 행위를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맥락과 협약의 대상과 목적에 비추어 볼 때에도 36 조가 간첩 행위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영사 협약의 서문에 나타난 이 협약의 대상과 목적은 국가간 우호 관계 증진에 기여하는 것이고 36 조는 파견국 국민에 대한 영사 기능 행사의 촉진을 목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재판부는 영사는 모든 경우에 있어 협약에 규정된대로 자국 국민에 대한 영사 접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만일 접수국이 간첩 혐의자라고 주장하는 개인에 대해 영사 접근권이 부인된다면 해당 조항의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나, 맥락, 대상과 목적에서 36 조를 해석할 때 간첩 행위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확인하였다(para. 73~75).


협약 성안 과정(travaux préparatoires)에 관해 재판부는 1960 년 유엔 국제법 위원회 회의시 상대국에 대한 즉시(without delay) 통보와 관련하여 간첩 행위처럼 접수국이 체포, 구금된 개인의 국적국에게 즉시 그 사실을 통보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즉시'라는 단어를 생략하자는 제의가 있기는 하였으나 당시 의장이 간첩 행위 예외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영사 보호와 교섭 원칙을 재논의하자는 것으로서 신중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하였고 이후 회의에서 간첩 행위나 영사 보호 및 교섭 원칙이 재논의된 바 없다고 확인하였다.

 

1963 년 회의에서 의장이 집필을 담당한 법률가에게 36 조 초안에 without undue delay 라고 표기된 사유를 질문한데 대해 법률가는 접수국 당국이 외국인 범죄자를 일정 기간 국적국에 통보하지 않고 구금할 필요성, 예컨대 배후 조직 검거를 위한 밀수범 또는 간첩 사건을 감안한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고 재판부는 확인하였으나 논의 과정 중 영국 대표의 제안에 따라 undue 단어가 삭제되었으므로 간첩 협의자와 같이 일정 부류의 개인이 영사 협약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재판부는 판시하고 파키스탄의 주장을 기각하였다(para. 77~85).

 

파키스탄은 1963 년 영사 협약 채택 당시 국제 관습법은 간첩 사건에는 영사 접근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협약 서문에 협약 조항에 의해 명시적으로 규율되지 않는 사안은 국제 관습법이 계속 적용된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영사 접근권 등은 협약 36 조에 의해 명시적으로 규율되는 사안이므로 위 서문과 무관하며 파키스탄과 인도 모두 영사 협약 가입시 36 조에 대해 아무런 유보를 부과하지도 않았다고 환기하고 양 국가간에 있어 이 사건은 국제 관습법이 아니라 협약 36 조가 적용된다고 확인하였다(para. 89). 파키스탄과 인도는 2008 년 영사 접근권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였다. 이를 근거로 파키스탄은 이 사건에는 영사 협약이 아니라 2008 년 약정이 우선 적용되어야 하며 정치, 안보상의 이유로 체포, 구금된 경우에는 해당 국가가 본안을 우선 조사할 권리를 갖는다는 vi)조434에 의거하여 파키스탄이 Jadhav 의 영사 접근권 문제를 심리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파키스탄은 영사 협약은 73(2)조435에서 각 체약국은 동 협약을 확인, 보충, 확대하는 별도 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환기하고 2008 년 약정은 이 조항에 합치되며 다자 조약을 당사국간 수정하는 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41(1)조 436 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하였다. 인도는 자신의 재판 청구는 오직 영사 협약에 근거한 것이며 양자 협정의 존재는 협약상의 권리 주장과 무관하고 36 조상의 권리 의무를 수정할 수도 없다고 일축하였다. 인도는 2008 년 약정 어디에도 협약 36 조 일탈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vi)조는 국적 확인 및 선고 후 한달 이내에 석방 및 송환한다는 v)조437의 예외로서 정치, 안보상의 구금에는 본안 조사권을 갖는다고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2008 년 약정 vi)조의 문안과 체포, 구금, 투옥된 상대국 국민에 대한 인도적 대우 보장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2008 년 약정 서문을 감안할 때 vi)조가 정치, 안보상의 이유로 한 체포, 구금시 영사 접근권을 부인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또한 정치, 안보적인 이유로 협약 36 조의 일탈을 허용하면 영사 접근권이 무의미해지며 접수국에게 영사 접근권을 부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나 이미 협약 성안 과정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36 조에는 어떠한 예외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환기하였다.  재판부는 협약 73(2)조는 영사 협약 조항을 확인, 보충, 확대, 강화하는 후속 협정만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2008 년 약정을 73(2)조의 견지에서 살펴볼 때 이 약정은 본 협약을 확인, 보충, 확대, 강화하려는 후속 협정에 해당한다고 이해하였다. 따라서 vi)는 파키스탄이 주장하는 것처럼 협약 36 조의 의무를 대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para. 94~97).

 

3) 영사 협약 36조 위반 여부

 

     영사 협약 36(1)조(b)는 접수국이 외국민을 구금할 경우 지체 없이 자국 영사와 연락할 수 있는 권리를 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이 Jadhav 에게 이를 고지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파키스탄이 Jadhav 는 영사 접근권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였으므로 영사와의 연락권을 고지하지 않았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논박하였다. 파키스탄은 영사 연락권을 고지했다고 반박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파키스탄이 인도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았고 이 사건 심리시 일관되게 간첩 혐의자에게는 영사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점에 비추어 볼 때 36(1)조(b)상의 권리를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추론되며 따라서 파키스탄은 고지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결론지었다(para. 102).


협약 36(1)조(b)는 외국민 체포, 구금시 당사자의 요구가 있으면 지체 없이 국적국 영사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는 Jadhav 가 체포된 것은 2016 년 3 월 3 일이며 이 사실이 인도 대사관에 통보된 것은 2016 년 3 월 25 일 이므로 파키스탄은 즉시 통보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시비하였다. 파키스탄은 지체 없이(without delay)가 즉시(immediately)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Avena and Others 사건의 판결을 인용하면서 36(1)조(b)가 즉각적인 영사 접근을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고 반박하였다. 파키스탄은 영사 협약 36(2)조는 36(1)조(a), (c)의 권리는 접수국의 법령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내정 불간섭 원칙이 영사 협약에 규정된 권리에도 적용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판부는 파키스탄이 36(1)조(b)의 영사 통보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인도의 주장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Jadhav 가 영사 통보를 요구하였는지, 파키스탄이 동인의 체포, 구금 사실을 인도 영사관에 통보하였는지, 통보하였다면 지체 없이 통보한 것인지를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구금된 자가 자국 영사에게 구금 사실을 통보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구금된 자에게 영사 접근권을 고지해야하는 접수국의 의무와 필수불가결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영사와 연락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면 자국 영사에게 체포, 구금 사실 통보를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파키스탄이 Jadhav 에게 영사와 연락할 수 있음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정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본인의 요청이 없더라도) Jadhave 의 체포 및 구금 사실을 인도 영사에게 통보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외국인 체포, 구금시 국적국 영사에게 통보해야 하는 의무는 영사 협약 36(1)조(c)에 규정된 영사의 자국민과의 대화, 교신 및 법적 대리권이 시사하고도 있다고 언급하였다(para. 106~110). 파키스탄이 Jadhav 의 체포, 구금 사실을 인도에 통보하였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2016 년 3 월 25 일 파키스탄 외교부는 체포된 인도 정보부 요원의 불법 입국을 인도 대사관에 항의한 사실을 주목하였다. 재판부는 36(1)조(b)는 접수국이 외국인의 체포,  구금 사실을 국적국에게 통보해야 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특정하고 있지 않으며 통보에 포함된 내용이 국적국의 36(1)조상 영사권 행사를 지원하는데 충분할 정도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파키스탄 통보 후 그날 당일 인도가 영사 접근권을 요청할 수 있었으므로 재판부는 파키스탄이 36(1)조(b) 규정대로 인도에 Jadhav 의 체포 및 구금 사실을 통보한 것이라고 인정하였다(para. 111).


통보가 지체 없이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파키스탄은 2016 년 3 월 3 일 체포 당시 Jadhav 는 가명의 인도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므로 실명을 확인하여 통보하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하였으나 재판부는 여권 자체는 정식 여권이었으므로 파키스탄은 체포 즉시 해당자가 인도 국적자이거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36(1)조(b)상의 통보 의무가 개시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비록 '지체 없이'가 '즉시'를 의미하지 않고 지체 여부는 각 사안의 내용과 정황 별로 판단해야 할 것이나 이 사건의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체포 후 3 주 이상이 경과한 3 월 25 일에야 통보한 것은 지체 없이 통보하라는 36(1)조(b)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para. 113).


인도의 영사 접근권 요구에 대해 파키스탄은 자국이 요청한 형사 공조 요청에 대한 인도의 반응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회신하였다.인도는 협약 36 조상의 접수국의 의무는 파견국의 협조 정도에 결부되는 것이 아니라 예외가 없는 절대적인 의무라고 반박하였다. 이후 수 차례 거듭된 인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은 Jadhav 에 대한 인도의 영사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Jadhav 가 파키스탄의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였으므로 법적 준비를 위한 영사 방문도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36(1)조(a)와 (c)의 영사 접근권은 피구금자의 국적국에 의해 원용될 수 있는 (조건부가 아니라) 개별적인 권리라고 설명하고 인도가 형사 공조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해서 파키스탄의 영사 접근권 부여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인도 영사의 접근 거부를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36(1)조(c)는 영사가 피구금자를 방문, 면담, 교신한 결과를 토대로 법적 대리를 주선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Jadhav 에게 변호사 선택권을 부여하여 국선 변호인을 스스로 선임하였다는 파키스탄의 주장은 영사의 법적 대리 주선권을 무산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결론적으로 파키스탄은 36(1)조(a), (c)도 위반하였다고 확인하였다(para. 116~119).

 

4) 배상

 

     인도는 영사 협약 36 조 위반에 대한 배상으로 Jadhav 에 대한 군법회의의 사형 판결 취소, 집행 정지, 석방 및 귀환 보장을 청구하였다. 인도는 LaGrand 사건과 Avena and others 사건에서는 판결에 대한 검토와 재고려가 적절한 배상 방식이라고 판결되었으나 이는 미국의 사법 제도가 정당한 절차를 준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파키스탄의 군법회의와 같은 사법 제도는 차적 정당성의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기존 판결에 대한 검토와 재고려를 통한 배상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하였다. 파키스탄은 인도가 주장하는 판결 취소, 석방 등은 항소 법원이 결정할 사항이며 ICJ 는 국내 법원의 상소심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반복하여 일관되게 확인된 원칙이라고 일축하였다.

 

인도가 주장하는 원상 회복은 영사 협약 36 조 위반의 적절한 구제 수단이 될 수 없다고도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선택 의정서 I 조에 명시된 재판부의 관할권은 영사 협약의 해석과 적용에 국한되며 이 사건의 피해 구제는 협약 36 조상의 의무 위반에 의해 초래된 피해 배상을 제공하는 것이고 36 조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Jahdav 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판결에 앞서 행해진 영사 접근권에 관한 협약 위반 행위라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또한 판결 취소가 36 조 위반에 대한 필수적이고 유일한 구제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적절한 구제 수단은 이전의 영사 협약 36 조 위반 사건에서 채택된 바와 같이 기존 판결에 대한 실효적인 검토와 재고려(effective review and reconsideration)라고 판단하였다.

 

Jadhav 에 대한 판결을 실효적으로 검토하고 재고려하기 위해서는 36(1)조 권리 위반의 효과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조사하는 것이며 통상 기존 판결의 검토와 재고려에 적합한 것은 사법 절차라고 재판부는 첨언하였다. Jadhav 는 군법회의 판결에 대해 고등군사법원에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다.  고등군사법원 판결 후 60 일 이내에 군참모총장에게 사면을 청원하거나 군참모총장 사면 불허시 90 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사면 청원하는 절차가 남아 있었다. Jadhav 는 군참모총장에게 사면을 청구하였으나 그 결과는 재판부에 제출되지 않았으며 대통령에게 사면을 청구하였는지에 대한 자료도 없었다.

 

이러한 정황상 재판부는 기존 판결에 대한 검토와 재고려가 반드시 실효적이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였다. 36(1)조 권리 위반 사실과 그 결과 및 공정 재판의 원칙이 검토 및 재고려 과정에서 충분히 심리되고 정당하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실효적인 검토 및 재고려 의무는 다양한 방식에 의해 수행됄 수 있으며 그 방식은 파키스탄이 선택할 문제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방식 선택이 아무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며 실효적 검토 및 재고려 의무는 일정한 결과를 나타내야 하는 의무(obligation of result)로서 파키스탄은 실효적인 검토와 재고려를 제공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필요한 경우 적절한 입법을 포함하여, 강구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para. 135~146).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Disputes arising out of the interpretation or application of the Convention shall lie within the compulsory jurisdiction of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and may accordingly be brought before the Court by an application made by any party to the 'dispute being a Party to the present Protocol. 

2 2. The parties may agree, within a period of two months after one party has notified its opinion to the other that a dispute exists, to resort not to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but to an arbitral tribunal. After the expiry of the said period, either party may bring the dispute before the Court by an application.

3 3. Within the same period of two months, the parties may agree to adopt a conciliation procedure before resorting to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4 Avena and Other Mexican Nationals (Mexico v. United States of America), Judgment, I.C.J. Reports 2004 (I), p. 38, para. 47;

Maritime Delimitation in the Indian Ocean (Somalia v. Kenya), Preliminary Objections, Judgment, I.C.J. Reports 2017, p. 52, para. 142.

5 Article 36 Communication and contact with nationals of the sending State

1. With a view to facilitating the exercise of consular functions relating to nationals of the sending State:

(a) consular officers shall be free to communicate with nationals of the sending State and to have access to them. Nationals of the sending State shall have the same freedom with respect to communication with and access to consular officers of the sending State;

(b) if he so requests, the competent authorities of the receiving State shall, without delay, inform the consular post of the sending State if, within its consular district, a national of that State is arrested or committed to prison or to custody pending trial or is detained in any other manner. Any communication addressed to the consular post by the person arrested, in prison, custody or detention shall also be forwarded by the said authorities without delay. The said authorities shall inform the person concerned without delay of his rights under this sub-paragraph;

(c) consular officers shall have the right to visit a national of the sending State who is in prison, custody or detention, to converse and correspond with him and to arrange for his legal representation. They shall also have the right to visit any national of the sending State who is in prison, custody or detention in their district in pursuance of a judgment. Nevertheless, consular officers shall refrain from taking action on behalf of a national who is in prison, custody or detention if he expressly opposes such action.

2. The rights referred to in paragraph 1 of this Article shall be exercised in conformity with the laws and regulations of the receiving State, subject to the proviso, however, that the said laws and regulations must enable full effect to be given to the purposes for which the rights accorded under this Article are intended.

6 The Government of India and the Government of Pakistan, desirous of furthering the objective of humane treatment of nationals of either country arrested, detained or imprisoned in the other country, have agreed to reciprocal consular facilities as follows: . . . . . . . . . . . . . . .

(vi) In case of arrest, detention or sentence made on political or security grounds, each side may examine the case on its merits.

7 2. Nothing in the present Convention shall preclude States from concluding international agreements confirming or supplementing or extending or amplifying the provisions thereof. 

8 1. Two or more of the parties to a multilateral treaty may conclude an agreement to modify the treaty as between themselves alone if: (a)~(b)

9 (v) Both Governments agree to release and repatriate persons within one month of confirmation of their national status and completion of sent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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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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