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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ligation to Negotiate Access 사건 (Boliva v. Chile, 2018. 10. 1. 판결) 본문

Obligation to Negotiate Access 사건 (Boliva v. Chile, 2018. 10. 1. 판결)

국제분쟁 판례해설/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2019. 10. 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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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칠레가 볼리비아의 태평양 접근권에 대한 협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것은 동 의무 위반이라고 판시하여 줄 것을 볼리비아가 청구한 사건이다.  볼리비아는 페루와 칠레에 둘러쌓여 태평양과는 절연된 상태에 있는 남미의 내륙국이나 1825 년 스페인에서 독립할 당시에는 수백 km 에 달하는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었다. 볼리비아는 1866 년 8 월 10 일 칠레와 국경 획정 조약을 체결하여 양국 국경선을 확정하였으나 1879 년 칠레는 페루와 볼리비아를 침공하여 볼리비아 해안 지대를 점령하였다.

 

볼리비아와 칠레는 1884 년 휴전 협정을 체결하여 볼리비아는 칠레의 해안 지대 점령을 수용하였고 전쟁을 최종적으로 종식하는 평화 조약이 1904 년 10 월 20 일 체결되어 볼리비아는 칠레 항구 이용권 414 을 인정받는 대신 해안 지대를 칠레에게 법적으로 할양하였다. 이후 양국간에는 볼리비아의 태평양 접근 문제에 관하여 사절단 교환, 외교 공한 교환, 고위급 회담 등 일련의 외교 교섭이 계속되었으며 볼리비아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칠레가 볼리비아의 태평양 접근권을 부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칠레가 이를 부인함에 따라 양국간의 관련 교섭이 진행되지 않자 볼리비아는 2013 년 4 월 24 일 ICJ 에 재판을 청구하여 볼리비아에게 주권적이고 완전한 태평양 접근권을 부여하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칠레는 볼리비아와 성의 있고 실효적인 협상을 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재판 청구 근거로 볼리비아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미주 조약(보고타 조약) 31 조를 원용하였다. 이 조항은 당사국간 분쟁은 ICJ 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조약 4 조에는 동 조약 체결 당시 발효 중인 조약, 합의 등에 의해 규율되거나 국제 법원의 판결, 중재 판정, 당사국간 약정에 의해 이미 해결된 문제에는 31 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칠레는 양국간 국경 및 볼리비아의 태평양 접근권은 이미 1904 년 평화 조약에 의해 정리된 문제이므로 4 조에 의거하여 보고타 조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재판부의 관할권을 부인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분쟁 대상

 

     재판부는 우선 양측이 시비하는 이 사건 분쟁의 대상이 무엇인지 검토하였다. 볼리비아가 시비하는 칠레의 의무란 볼리비아에게 주권적이고 완전한 태평양 접근권을 부여하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협상의 의무로서 사실상 그 결과가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볼리비아는 성의에 기반한 개방적인 협상이 아니라 결과가 법적으로 이미 획정된 협상을 추구하고 있다고 칠레가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칠레는 결국 이 사건 분쟁의 대상은 태평양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주권적인 영토의 지정 범위, 접근권의 성격이라고 보았다. 볼리비아가 주장하는 칠레의 협상해야 하는 의무란 이 사건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태평양 접근에 관해 볼리비아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주권적 권한을 이행하기 위한 인위적인 수단일 뿐이라고 비난하였다. 볼리비아는 협상의 결과나 볼리비아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안 등은 재판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며 자신은 1904 년 평화 조약의 유효성에 대해 시비하는 것도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재판부가 객관적인 근거, 즉 재판 청구서, 당사국의 입장서, 구두 변론 등을 토대로 당사자간의 분쟁 대상(subject-matter)을 결정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ICJ 헌장 40(1)조415는 재판 청구서 등에 분쟁 대상을 표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ICJ 재판 규칙 38 조 416 는 분쟁 대상을 표시하고 시비의 근거가 되는 사실과 배경에 대해 간략히 서술하라고 주문하고 있음을 환기하였다. 재판부는 볼리비아의 재판 청구서는 1904 년 평화 조약을 양국의 권리, 의무의 원천으로서 인용하고 있지 않으며 조약의 법적 지위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다고 확인하였다.

 

청구서는 그 표면적인 기재 내용상 태평양에 대한 주권적인 접근권에 관하여 협상해야 할 의무의 존재, 그리고 그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위반의 확인에 관한 분쟁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태평양에 대한 주권적인 접근권을 확보하는 것이 볼리비아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는 하겠지만 목적과 청구서에 기재된 분쟁과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분쟁 대상은 청구서에 표시되어야 한다는 위 규정에 따라 청구서에 기재된 볼리비아의 태평양 접근권에 관해 칠레가 협상해야 할 의무의 존재 여부, 동 의무 존재시 칠레의 준수 여부가 이 사건의 분쟁 대상이라고 결론내렸다 볼리비아가 태평양에 대한 주권적인 접근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분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관할권 판결문 para. 31~34).

 

2) 보고타 조약 4조 적용 여부

 

     재판부는 이 사건 분쟁 대상이 양국간 약정에 의해 이미 해결되었거나 보고타 조약 체결 당시 발효 중인 조약 등에 의해 규율되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았다. 쟁점은 1904 년 평화 조약이 이 문제를 규율하거나 해결했는지 여부였다. 칠레는 볼리비아의 시비는 1904 년 조약 6 조 417에 의해 의심의 여지없이 ICJ 의 관할권에서 제외되며 이 조항은 보고타 조약의 분쟁 해결 조항 적용을 배제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하였다. 볼리비아는 1904 년 조약과 별도로 칠레가 볼리비아의 태평양 접근권 문제에 관해 협상하기로 동의하였으므로 1904 년 조약에 의해 '해결'된 것이 아니고 1904 년 조약 체결 당시 이 문제는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1904 년 조약에 의해 해결될 수도 없었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1904 년 조약의 제반 조항은 볼리비아와 태평양 접근권을 협상해야 하는 칠레의 의무를 직접적, 암묵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문제는 당사국간 약정으로 해결되었거나 중재 또는 국제 법원의 결정으로 해결된 것도 아니며 보고타 조약 체결 당시 발효 중인 조약 등에 의해 규율되는 사항도 아니라고 보았다. 즉 재판부는 이 사건 분쟁 대상은 1904 년 조약 4 조 적용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보고타 조약 31 조에 의거한 ICJ 의 관할권이 부인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재판부는 칠레가 협상할 의무가 있다는 근거로 볼리비아가 제시한 사절단 교환, 외교 공한 교환, 고위급 회담 등 일련의 외교 교섭 결과에 대해서는 관할권 존부 판단 단계에서 검토할 실익이 없다고 보고 심리하지 않았다 (para. 50~54).

 

3) 양자 합의에 의한 협상 의무 존부

 

     본안 심리에서 볼리비아는 수 차례의 외교 공한 교환, 공동 성명 발표 등을 통해 칠레가 볼리비아에게 태평양 접근권을 부여하기 위한 협상할 의무를 부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1920 년 1 월 10 일 볼리비아 외교 장관과 칠레의 주 볼리비아 전권 공사가 회동하여 볼리비아의 태평양 접근권을 협의한 후 논의 내용을 기록하였다(1920 Acta Protocolizada). 이 회의 기록 4 조418와 5 조419는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 획득을 칠레도 추구하며 양국의 열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협상 개시를 칠레가 수용한다는 구절을 포함하고 있었다. 기록 말미에는 이 기록이 양국의 권리나 의무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포함하고 있었다. 볼리비아는 1920 년 회의록은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 협상 합의를 나타내고 있으며 사용된 용어로 볼 때 이 기록의 구속성을 칠레도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말미의 단서 조항은 해양 접근권 협상에 관한 권리, 의무가 창출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접근권의 부여 방식에 관한 것이라고 볼리비아는 해석하였다. 볼리비아는 1920 년 회의록이 채택되기 수개월 전에 주 칠레 볼리비아 전권 공사가 칠레의 협상 약속을 시사하는 제안을 하였고 그에 대한 제안이 1920 년 회의록에 포함된 것이며 회의록 채택 이후 1922 년 칠레의 국제연맹 대표단이 해양 접근권 문제에 관한 직접적인 협상 의사를 표명하는 등 회의록 채택 전후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1920 년 회의록은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에 관한 협상 의무를 규정한 구속력있는 합의문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926 년 11 월 Kellog 미국 국무장관이 페루와 칠레가 일정 영토를 볼리비아에게 할양하여 해양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안한데 대해 같은 해 1 월 4 일 Matte 칠레 외교 장관은 이에 동의하는 취지420 의 답신을 미국에 발송하였다(Matte Memorandum).  답신 사본이 볼리비아에게도 제공되었고 볼리비아는 이를 환영하는 서한을 발송하였다. 볼리비아는 이러한 서한 교환은 볼리비아에게 해양 접근권 부여를 위한 칠레의 협상 약속을 재확인한 새로운 문서상의 합의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하였다.

 

칠레는 1920 년 회의록의 전체 문안을 볼 때 이 문건으로 어떠한 법적인 의무가 창출되거나 확인되지 않았음이 분명하고 말미 단서에 의해 이는 더욱 명확하다고 반박하였다. Matte Memorandum 도 볼리비아가 아니라 미국에 송부된 것이며 볼리비아에 대한 제안도 아니고 서한에 구속되겠다는 칠레의 의사도 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법적인 의무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일축하였다. 재판부는 1920 년 회의록에 기재된 내용이 정치적으로 중요하기는 하지만 칠레가 볼리비아에게 태평양 접근권을 부여하기 위한 협상을 할 의무를 수용했음을 표시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서명된 회의록은 단순한 논의 요약이나 합의, 불합의 사항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당사국이 동의한 약속을 열거하고 있으면 당사국간 합의를 구성할 수 있다고 판시한 판례를 인용하면서 1920 년 회의록은 어떠한 약속 사항도 열거하고 있지 않고 합의, 불합의된 사항을 요약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하였다. 더국나 동 회의 기록이 법적인 권리나 의무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미의 단서 조항상 설사 협상 의무 수용에 관한 칠레의 언급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양국간의 구속력 있는 합의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1920 년 회의록 이후의 행위도 칠레가 협상을 개시하기로 약속하였다는 양국간 합의를 나타내지 못하며 Matte Memorandum 은 볼리비아에 발송된 것도 아니고 협상 의무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어떠한 문안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하였다(본안 판결문 para. 105~107).

 

1950 년 6 월 1 일 볼리비아는 해양 접근권 협상 개시를 제안하는 서한을 칠레에 발송하였으며 칠레는 6 월 20 일 공식적인 협상 개시에 개방적인 입장이라는 요지로 회신하였다. 볼리비아는 조약은 외교 공한의 교환에 의해서도 체결될 수 있으며 위 서한 교환은 협상 개시에 관한 양국간 합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합의에 의해 칠레는 협상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칠레는 양국이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서한 교환을 통해 어떠한 법적인 의무를 창출하거나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일축하였다.

 

재판부는 외교 공한 교환 형식으로 조약을 체결할 경우의 통상적인 관행은 일방이 합의 희망 내용을 제안하면 타방이 회신 공한 내에 동 내용을 다시 그대로 기재하고 동의한다는 의사를 적시하는 것인데 위의 양국간 공한은 그러하지 않았고 볼리비아의 회신 서한에 사용된 표현이나 문장이 칠레의 최초 서한에 기록된 표현이나 내용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위의 공한 교환은 국제적인 합의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para. 117).

 

4) 양국간 공동 성명등에 의한 협상 의무 존부

 

     1975 년 2 월 8 일 칠레와 볼리비아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공동 성명에는 볼리비아의 내륙국 상황(land-locked situation)을 포함한 양국의 핵심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하기 하기 위하여 다양한 수준에서의 대화를 계속하기로 결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볼리비아는 양국이 이 공동 성명을 통해 정확하고 분명한 용어로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 협상 의사를 확인하였고 칠레 외교부의 조약집에도 등재되었으므로 이 공동 성명은 조약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칠레는 이 성명이 협의를 계속한다는 기록일 뿐 협상한다는 법적인 의무를 창출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만일 양국이 공동 성명에 구속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거나 그러한 의사가 달리 추론될 수 있다면 양국 대통령이 서명한 이 공동 성명은 조약의 성격을 갖는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성명의 전체적인 문안은 양국간의 형제애와 우의를 강조하는 정치적인 내용이고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에 관한 협상 의무를 확인하지는 않고 있다고 보았다. '볼리비아의 내륙국 상황을 포함한 양국의 핵심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하기 하기 위하여 다양한 수준에서의 대화를 계속하기로 결정한다'는 표현은 협상하겠다는 법적인 약속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이는 1977 년 6 월 10 일 양국 외교 장관이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도 교섭을 계속할 필요성을 확인한다고 언급하였을 뿐 협상 의무를 언급하지 않은 점에서도 확인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증거로 볼 때 재판부는 칠레의 협상 의무는 1975 년 공동 성명에서 추론되지도 않는다고 결론지었다(para. 126).

 

1986 년 11 월 13 일 양국 외교 장관은 양국간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1987 년 4 월부터 개시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각각 발표하였다. 볼리비아 외교 장관의 성명은 볼리비아의 해양 관련 문제도 협의할 것이라고 특정하였으나 칠레 외교 장관의 성명은 중요한 양국 공동 관심사를 논의할 예정이라고만 기재되었다. 볼리비아는 양국의 성명 문안이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 중요한 문제에 관한 정식 협상 개시 합의를 기록하고 있고 이러한 합의는 칠레 외교 장관이 새로운 협의는 이전과 달리 더 결정적인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한다는 보도자료를 1987 년 4 월 21 일 배포한 것에서도 확인된다고 주장하였다. 칠레는 양국 외교 장관 성명은 어떠한 합의도 적시하고 있지 않으며 구속되겠다는 의사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고 일축하였다. 

 

재판부는 Aegean Sea Continental Shelf 사건에서 공동 성명이 국가간 합의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공동 성명에 기재된 행위나 거래의 성질에 달려있다고 설시한 바424있음을 환기하고 1986 년 양국 외교 장관 성명은 각자 발표된 것이며 사용된 문안도 동일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느 것도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 문제를 적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재판부는 외교 장관 성명과 후속 보도자료 어디에서도 칠레가 볼리비아와 해양 접근권 문제를 협상하려는 의무를 수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para. 131~132).


1995 년 양국은 양국간 현안 협의를 위한 정치적 협의 메카니즘(Bolivian-Chilean mechanism of Political Consultation)을 발족하였고 2000 년 2 월 22 일 양국 외교 장관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여 양국간 핵심 이슈를 예외 없이 포함한다고 확인하였다. 이후 양국은 해양 문제라고 표현된 사항을 포함하여 13 개 논의 의제를 2006 년 확정하였다.  볼리비아는 2000 년 공동 성명은 예외 없이 양국간 핵심 이슈를 논의한다고 하였으므로 해양 접근권 문제 협상 합의에 해당하며 2006 년 13 개 의제 중 해양 이슈는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 문제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역시 동 문제 협의를 위한 구속력을 갖는 국가간 합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동의하지 않았다. 동 공동 성명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의제를 예외 없이 협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일 뿐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 문제를 적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2006 년 13 개 의제 역시 해양 이슈라는 언급만으로 볼리비아의 태평양 접근권 문제를 협상할 의무를 창출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para. 138). 이상을 토대로 재판부는 볼리비아가 인용한 양국간의 문건 등이 칠레에게 볼리비아와의 태평양 접근권에 관한 협상 의무를 수립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para. 139).

 

 

5) 칠레의 일방 행위 및 묵인(acquience)과 금반언 원칙에 의한 협상 의무

 

     볼리비아는 개별적 또는 전체적으로 볼 때 해양 접근권에 관한 칠레의 협상 의무를 발생시켰다고 볼 수 있는 칠레의 일방적인 선언, 행위 등을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1951 년 3 월 29 일 칠레 대통령이 내륙국 상황 해결을 위한 볼리비아의 제안을 신중하게 고려할 의사가 있다고 발언한 점, 1975 년 9 월 11 일 칠레 대통령이 내륙국 상황으로 인해 볼리비아 발전 장애 문제 연구 및 협의 용의를 표명한 점, 1979 년 10 월 31 일 미주기구(OAS) 총회에서 칠레 대표가 협의 의사를 표명한 점 등이었다.

 

재판부는 일방적인 선언도 그 내용에 구속되겠다는 의사와 법적인 약속의 성질을 가질 경우 법적인 의무 창출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판례 425 와 국가 대표자 성명의 법적 효과 판단을 위해서는 실제 내용과 성명이 발표된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판례426를 소개하고 볼리비아가 제시한 칠레의 발표 내용은 해양 접근권 협상을 개시할 의사를 표명한 것일 뿐 법적인 의무로서의 약속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발표된 상황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칠레의 협상 의무 부담 의사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재판부는 칠레의 일방적인 성명 등을 통해 칠레가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 문제를 협상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para. 146~148).


볼리비아는 대응이 필요한 상대국의 행위에 대한 무반응은 묵시적 동의를 구성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수 차례 해양 접근권 협상 의무가 있다고 볼리비아가 언급한데 대해 칠레가 아무 반응을 하지 않은 사례(UN 해양법 회의 발언 등)를 근거로 칠레가 협상 의무에 묵시적으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묵인은 상대국이 동의로 해석할 수 있는 일방적인 행위에 의해 표시된 무언의 인정과 동등하다고 본 판례 427 를 소개하면서 재판부는 의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칠레의 대응이 필요했다는 볼리비아의 일방적인 선언 등이 무엇이었는지 볼리비아가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UN  해양법 회의에서의 볼리비아 대표단의 발언은 해양 접근권 회복을 위한 협상을 언급하고 있기는 하나 이를 협상할 의무가 칠레에게 있다고 언급하지 않는 않았으므로 재판부는 동 발언에 대해 칠레가 묵인했다해서 협상 의무의 존재를 인정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para. 152).


볼리비아는 칠레가 1 세기 이상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에 관하여 일관되고 분명한 다수의 선언, 성명, 약속 등을 하였으므로 금반언의 원칙에 의거하여 이제 와서 볼리비아와 협상하기로 합의한 바 없다고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칠레는 금반언 원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나 적용할 수 있을 뿐 칠레가 협상 의무를 명백히 동의한 바 없음이 확실한 이 사건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금반언 원칙은 일방이 상대방에게 표시한 명확한 언급, 이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 그로 인한 상대방 자신의 피해 발생 내지 언급한 일방의 이익 발생을 요건으로 한다고 판례를 들어 설명한 후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고 지적하였다. 칠레가 수 차례 협상 의사를 표명하기는 하였으나 이러한 언급은 협상 의무를 부담한다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며 볼리비아도 칠레의 언급을 믿고 자신의 입장, 태도를 수정하였으며 그 결과 피해를 보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재판부는 확인하였다.

 

6) 정당한 기대 및 국제 기구 헌장과 누적 효과에 의한 협상 의무

 

     볼리비아는 장기간에 걸쳐 누누히 발표된 칠레의 성명, 선언 등을 통해 해양 접근권이 회복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칠레가 협상 의무를 부인하고 추가적인 협상 개시를 거부하는 것은 볼리비아의 정당한 기대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정당한 기대 논리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결정시 형성했던 정당한 기대를 후에 투자 유치국이 훼손할 경우 투자 협정상의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의무 위반으로 인정하는 것으로서 투자자-국가 분쟁(ISD)에서는 확립된 법리이기는 하나 일반 국제법 상에서는 아직 확립된 원칙으로 수용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고 볼리비아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볼리비아는 칠레가 협상 의무를 부인하는 것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규정한 UN  헌장 2(3)조 428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전개하기도 하였으나 재판부는 동 조항은 국가간 분쟁을 국제 평화안 안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라는 일반적인 의무를 부여한 것이지 특정한 해결 방식, 예컨데 협상을 사용하라고 분쟁 당사국에게 주문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고 볼리비아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칠레와 볼리비아가 함께 가입하고 있는 미주기구는 1975 년 이후 볼리비아의 해양 접근권 문제를 포함하여 칠레, 볼리비아 관계를 언급한 11 개의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볼리비아는 이 결의안 자체가 법적인 효력은 없으나 미주기구 가입국으로서 성의 있게 동 결의안 내용에 정당한 관심을 기울일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으나 칠레는 이들 결의안은 법적인 의무를 확인하거나 창출하지 않으며 구속력이 없다고 일축하였다.  재판부는 이들 결의안은 두 당사국이 협의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것을 촉구할 뿐 칠레의 협상 의무를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그 자체의 구속력이 없어 국제적 의무의 원천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하였다. 아울러 결의안 채택에 칠레가 찬성하였다 해서 결의안 내용에 구속되는 국제법상의 의무를 수용한 것도 아니므로 이들 결의안을 통해 칠레가 볼리비아와 해양 접근권에 관해 협상할 의무를 수용했다고 추론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para. 171).


볼리비아는 각종 문건, 선언, 성명 등이 개별적으로는 협상 의무를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할지라도 누적적으로는 협상 의무에 관한 결정적인 효과를 발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였으나 재판부는 법적 효과가 없는 개별 행위의 누적을 통해 법적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para. 174). 이상의 심리를 토대로 재판부는 칠레가 볼리비아에게 태평양 접근권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협상하겠다는 법적인 의무를 약속한 바 없다고 판시하였다.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칠레 특정 항구와 볼리비아 간 철도를 건설하고 볼리비아가 이를 자유롭게 이용하며 동 특정 칠레 항구에 볼리비아가 세관을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2) 6. The Republic of Chile recognizes in favour of Bolivia in perpetuity the fullest and most unrestricted right of commercial transit in its territory and its Pacific ports. Both Governments will agree, in special acts, upon the method suitable for securing, without prejudice to their respective fiscal interests, the object indicated above.

 

3) 4. The situation created by the Treaty of 1904, the interests located in that zone and the security of its northern frontier, require Chile to preserve the maritime coast that is indispensable to it; however, for the purpose of founding the future union of the two countries on solid ground, Chile is willing to seek that Bolivia acquire its own access to the sea, ceding to it an important part of that zone in the north of Arica and of the railway line which is within the territories subject to the plebiscite stipulated in the Treaty of Ancón.

 

4) 5. Independently of what was established in the Treaty of Peace of 1904, Chile accepts to initiate new negotiations directed at satisfying the aspiration of the friendly country, subject to the victory of Chile in the plebiscite.

 

5) Chile has not rejected the idea of granting a strip of territory and a port to the Bolivian nation.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The proposal of the Department of State goes much farther than the concessions which the Chilean Government has generously been able to make. It involves the definitive cession to the [R]epublic of Bolivia of the territory in dispute, and, although, as the Secretary of State says, this solution does not wound the dignity of the contending countries and is in harmony with the desire, repeatedly shown by the Chilean Government, to help satisfy Bolivian aspirations.........

 

6)

Maritime Delimitation and Territorial Questions (Qatar v. Bahrain), Jurisdiction and Admissibility, Judgment, ICJ Reports 1994, p. 121, para. 25

 

7) ... my Government will be consistent with that position and that, .... is open formally to enter into a direct negotiation aimed at searching for a formula that would make it possible to give Bolivia its own sovereign access to the Pacific Ocean, and for Chile to obtain compensation of a non-territorial character which effectively takes into account its interests.

 

8) 4. Both Heads of State, within a spirit of mutual understanding and constructive intent, have decided (translated by Chile as “have resolved”) to continue the dialogue, at different levels, in order to search for formulas (translated by Chile as “seek formulas”) to solve the vital issues that both countries face, such as the landlocked situation that affects Bolivia, taking into account the mutual interests (translated by Chile as “their reciprocal interests”) and aspirations of the Bolivian and Chilean peoples.

 

9) Judgment, ICJ Reports 1978, p. 39, para. 96

 

10) When it is the intention of the State making the declaration that it should become bound according to its terms, that intention confers on the declaration the character of a legal undertaking, the State being thenceforth legally required to follow a course of conduct consistent with the declaration. An undertaking of this kind, if given publicly, and with an intent to be bound, even though not made within the context of international negotiations, is binding. (Nuclear Tests (Australia v. France), Judgment, ICJ Reports 1974, p. 267, para. 43)

 

11) in order to determine the legal effect of a statement by a person representing the State, one must examine its actual content as well as the circumstances in which it was made (Armed Activities on the Territory of the Congo (New Application: 2002), Jurisdiction and Admissibility, Judgment, ICJ Reports 2006, p. 28, para. 49)

 

12) Acquiescence is equivalent to tacit recognititon manifested by unilateral conduct which the other party may interpret as consent(Gulf of Maine, Judgment, ICJ Reports 1984, p. 305, para. 130)

 

13) 3. All Members shall settle their international disputes by peaceful means in such a manner that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and justice, are not endang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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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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