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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vs. Korea - Radionuclides 사건(일본산 수입식품 분쟁) (DS 495, 2019.4.26. – 상소기구) 본문

Japan vs. Korea - Radionuclides 사건(일본산 수입식품 분쟁) (DS 495, 2019.4.26. – 상소기구)

통상분쟁 판례해설/SPS협정 관련 사건 2019. 6. 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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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Import Bans, and Testing and Certification Requirements for Radionuclides

 

 

가. 사건 개요

 

     (1) 사건의 배경

2011년 3월 11일, 일본 지진 관측사상 최대 규모인 진도 9.0의 강진이 동일본 지역을 강타했다. 최대 20m에 달하는 쓰나미가 후쿠시마현을 휩쓸었고, 이 사고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1~4기가 폭발, 방사능이 유출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국제사회는 재난을 당한 일본에 구호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생존자 수색과 구호활동을 돕기 위해 구조대를 급파하는 동시에 대대적인 성금 모금을 전개했다. 동시에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수입규제조치를 채택했다. 일본 정부가 출하를 제한한 후쿠시마 인근 13개현 농산물 등 일반식품 26개 품목, 8개 현 수산물 50여종을 수입금지하고, 기타 지역의 일본산 농산물 및 가공식품에서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추가 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를 요구하였다. 한국 외에도 전 세계 51개 국가들이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으로부터 식품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를 속속 채택했다.

 

2013년 8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한층 강화된 임시특별조치를 채택했다. 일본은 임시특별조치 시행 직후부터 한국의 수입규제조치가 SPS 협정에 위배된다며 조치 철폐를 강력히 요구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2년여의 협상 끝에 2015년 5월, 일본은 한국을 WTO에 제소하게 된다.

 

     (2) 주요 쟁점

한국이 채택한 임시특별조치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국내외 모든 식품에 대한 세슘 기준을 강화(370Bq/kg→100Bq/kg)하는 것이다. 둘째는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기존 50개 품목에서 확대)하는 것이고, 셋째는 일본산 모든 식품에서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17개의 추가 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하 “추가핵종검사”)이었다. 일본은 이중 둘째와 셋째 조치가 SPS 협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WTO에 제소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추가핵종검사였다. 세슘을 제외한 다른 핵종의 경우 검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세슘 검출로 인해 추가핵종검사 대상이 된 식품은 수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일본은 추가핵종검사가 사실상의 완전금수조치라는 입장이었다.

 

나. 주요 쟁점별 당사자 주장 및 판결 요지         

  

     1)  SPS 협정 제2조3항 위반 여부

 

     일본은 한국의 조치가 유사한 조건 하에 있는 회원국들을 자의적이고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SPS 협정 제2조3항1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

 

     패널은 일본과 여타 국가가 SPS 협정 제2조3항 상 “유사한 조건”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조건”의 범위는 제소대상 조치의 목적에 따라 결정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동 조항상 “조건”이 수입제한조치의 목적에 따라 각국의 생태적 또는 환경적 상황을 포함할 수 있지만, 이에 한정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특히, 전염병이나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에 관련 분쟁에서는 “유사한 조건”인지 여부를 해석할 때 해당 영역의 환경적 상황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만, 식품 첨가제, 독소, 오염원 또는 식품 내 질병유발 유기물 등에서 비롯된 위험성을 규제하는 조치에 관한 분쟁에서는 환경적 상황이 덜 부각된다고 보았다.

 

패널은 이번 사건에서 한국의 수입제한조치의 목적은 결국 식품의 위해성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SPS 제2조3항의 문언과 그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식품에 현존하는 위해성만을 관련 조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동 분쟁에서 “유사한 조건”인지 여부는 ①일본과 다른 나라의 식품이 방사능 물질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유사한지 여부와 ②그 오염수치가 한국의 허용치(세슘 100Bq/kg) 이하인지 여부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식품에 현존하는 위해성을 보기 위해 일본산 식품에 대한 샘플링 검사를 실시하고 과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결과, 패널은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오염도가 다른 나라 식품과 유사하게 세슘 100Bq/kg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일본과 다른 나라가 유사한 조건 하에 있음에도 일본 식품에 대해서만 강화된 규제를 적용한 한국의 조치는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상소기구는 일본과 다른 나라가 유사한 조건 하에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의 조치는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패널의 판정을 번복하였다. 상소기구는 패널이 제2조3항 상 “유사한 조건”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모든 관련 요소를 검토하겠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잠재적으로 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상소기구는 패널이 방사능 오염수준이 특정 정량적 기준(세슘 100 bq/kg) 이내일 경우 오염잠재성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식품의 현존 오염도 측정이 오염환경의 차이로 인한 오염잠재성까지 완전히 포착(fully capture)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즉, 상소기구는 패널이 SPS 제2조3항을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실제 식품에 현존하는 오염 수치에만 의존하고, 식품의 잠재적 위해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타 환경적인 요인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상소기구는 SPS 제2조3항에 따른 분석에는 식품에 현존하는 조건에 대한 분석이 포함될 수 있지만 영토적 조건과 같은 다른 조건들도 식품에 영향을 미칠 잠재성이 있는 이상(to the extent they have the potential to affect the products at issue) 분석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상소기구는 패널이 판정의 여러 부분에서 방사능 오염환경이 식품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해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지적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염환경으로 인한 잠재적 위해성에 대한 분석을 배제하고 식품에 현존하는 위해성만 검토함으로써 SPS 제2조3항을 잘못 적용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상소기구는 패널의 잘못된 제2조3항 해석 및 적용에 근거한 판정을 파기하였다.

 

     2) SPS 협정 제5조6항 위반 여부

 

     일본은 세슘 검사만으로 우리나라의 적정보호수준(ALOP; Appropriate Level of Protection)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한국이 일본 8개 현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전면금지하고, 여타 식품에 대해 미량의 세슘 검출 시 추가핵종검사 증명서를 요구한 것은 필요한 정도 이상의 무역제한적인 조치로, SPS 협정 제5.6조2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

 

     패널은 일본이 제안한 대안조치(세슘 검사)로 우리나라의 적정보호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우선 우리나라의 적정보호수준을 확인하고, 일본의 대안조치로 달성될 수 있는 보호수준을 확인한 후, 우리나라의 적정보호수준과 일본의 대안조치로 달성되는 보호수준을 비교하였다.

 

   패널은 한국의 보호수준이 연간 1 mSv(밀리시버트)를 노출 제한량으로 설정하되, ‘(원전) 사고 이전 수준’과 ‘가능한 낮은 방사능 노출(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이라는 목표를 추구함을 인정하였다.

 

그러면서 ‘사고 이전 수준’의 의미는 불명확하지만, 전문가 의견에 따라 ‘자연 상태에서의 방사능 노출량’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때, 자연 상태에서의 방사능 노출량(전세계 평균 연간 3 mSv)에 연간 1 mSv만큼 추가로 노출되는 것은 미미한 정도의 추가 노출(minor addition)이라고 보았다. 아울러 자신의 보호수준이 정량적 수치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한국과 달리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등 국제기구는 ‘가능한 낮은 방사능 노출’이라는 원칙을 통해 연간 1 mSv 이하라는 방사능 노출 한도를 정하였다고 언급하며, SPS 협정이 반드시 정량적 보호수준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보호수준이 결코 모호하거나 불명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였다.

 

결국 패널은 회원국이 명시적으로 오염수준의 정량적 한계를 설정하였다면, 그 수치 이하의 오염수준을 포함하는 상품은 그 보호수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면서, 일본의 대안조치로 연간 1 mSv 이하의 방사능 노출이라는 보호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면 한국의 조치가 필요한 정도 이상의 무역제한적인 조치라는 것이 입증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과학적 검토 결과 일본의 대안조치로 한국 소비자들이 연간 1 mSv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이 보장되므로, 한국의 수입제한조치는 필요 이상의 무역제한적인 조치라고 판시하였다.    

 

     상소기구는 패널이 한국의 보호수준이 정성 및 정량의 동등한 3개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연간 1mSv 이하의 방사능 노출이라는 정량적 기준만을 근거로 판정을 내렸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조치가 제5조6항에 위반된다는 패널의 판정을 번복하였다. 상소기구는 패널이 한국의 보호수준의 정성적 기준과 관련하여 일부 검토를 수행하였지만, 그 결과 일본의 대안조치가 한국의 정성적 보호수준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였다고 지적하였다.

 

     3)  SPS 협정 제5조7항 위반 여부

 

     패널은 한국이 자신의 조치가 SPS 협정 제5조73항에 근거하여 취해진 잠정조치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일본이 제기한 여타 조항상의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의 조치가 제5조7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우선적으로 한국의 조치가 제5조7항의 범위에 속하는지 검토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아울러 Japan-Agricultural Products II, Japan-Apples 사건에서 제5조7항을 원용한 피소국이 입증책임을 부담하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동 사건에서는 한국이 제5조7항을 원용하는 국가로서 입증책임을 진다고 판시하였다.

 

패널은 제5조7항을 원용하기 위한 요건을 아래와 같이 4가지로 제시하고 차례로 검토하였다.

①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기 위한 관련된 과학적 정보가 불충분  

② 잠정조치를 입수 가능한 적절한 정보에 근거

③ 보다 객관적인 위해 평가를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정보 수집을 위해 노력

④ 합리적인 기간 내에 해당 조치를 재검토

   

     첫째, 과학적 정보가 불충분한지에 대해 패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의 정확한 방출량 및 방사능의 종류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한지는 판단 기준이 아니며, 식품에 포함된 방사능이 인체에 미칠 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한 과학적 정보가 불충분한지가 판단 기준이라고 판시하였다. 이어서 패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연간 1 mSv 방사능 노출 한도와 Codex 기준 등이 수립되어 있었고, 한국이 2013년 특별임시조치를 취할 당시 식품에 포함된 방사능을 검사할 능력도 있었다고 보았다. 아울러, 패널은 전문가에게 방사능 추가 유출, 유출량 및 핵종간 비율에 관한 불확실성과 일본산 식품 섭취로 인한 위해성 평가 간 관련성에 대해 자문하였는데, 전문가들은 식품에 포함된 방사능 양을 직접 검사할 수 있다면 방사능 추가 유출과 관한 제반 불확실성은 위해성 평가에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패널은 2013년 한국이 조치를 취할 당시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기 위한 관련된 과학적 정보가 불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한국의 조치가 입수 가능한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였는지와 관련하여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출된 방사능의 추정치, 원전 주위와 일본 해역에서의 방사능 수치, 일본 인근 해저토 내의 방사능에 관한 제한된 연구결과, 일본 농수산물에 포함된 세슘 및 스트론튬 수치,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추가 유출 및 향후 유출 가능성에 관한 정보, 도쿄전력(TEPCO)의 추가 유출 방지 실패에 관한 정보, 저선량 노출에 관한 추가 연구 필요성과 관련된 논문, 그리고 Codex 기준을 제시하였다. 패널은 이에 대해 정보의 목록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러한 정보가 어떻게 조치의 근거로 역할 하였는지 (제5조7항을 원용하는) 회원국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Codex 기준은 수입을 전면금지하기보다는 식품이 안전하게 수출입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고 언급하며, 동 기준이 한국 수입금지 조치의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패널은 추가핵종검사와 관련하여 한국이 제시한 정보가 어떻게 일본산 식품에서 세슘이 0.5Bq/kg 이상 검출되면 다른 핵종에 대한 검사를 추가로 요청하는 조치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셋째, 한국의 추가적인 정보 수집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패널은 한국이 수입제한조치를 채택한 이후 일본측에 여러 차례 추가적인 정보를 요청한 바, 동 요건은 충족한다고 보았다.

 

     넷째, 패널은 한국이 합리적인 기간 내 수입제한조치를 재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로 한국이 2014년 2월 재검토 계획을 수립하고 14~18주 내로 재검토를 완료키로 하였으나 동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고, 2014년 9월 이후에는 한국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 민간 전문가 그룹의 활동 이외의 별도 재검토 활동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패널은 한국의 8개 현 수입금지조치와 추가핵종검사 요구가 상기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므로, 한국의 조치가 제5조7항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상소기구는 동 사건에서 제소국인 일본이 패널 설치요청서에서 한국의 조치의 제5조7항 위반 여부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패널이 제5조7항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법하였는지 검토하였다. 상소기구는 분쟁해결 규칙 및 절차에 관한 양해(이하 “DSU”) 제7조1항, 2항 및 제11조4에 따라 패널이 자신에 회부된 사안과 분쟁당사자가 인용하는 모든 대상협정의 관련 규정을 검토할 의무가 있지만, 어떤 조항이 단순히 해석적인 맥락에서 언급된 경우 패널이 동 조항의 위반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리고 동 사건에서 한국은 제5조7항을 근거로 일본이 제기한 SPS 협정 제2조3항, 제5조6항, 제7조 및 제8조 상 의무 위반을 정당화하거나, 이러한 의무에서 면제된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단지 제5조7항을 여타 규정을 해석하기 위한 관련된 문맥으로 제시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상소기구는 패널이 한국의 조치가 제5조7항을 위반하였는지에 대해 판정한 것은 패널에 부여된 위임사항을 벗어난 것으로 DSU 제7조1항 및 제11조 위반이며, 이에 따라 제5조7항과 관련된 패널 판정이 무효이며 법적 효과가 없다고 판정하였다.

 

     4)  SPS 협정 제7조 위반 여부

 

     일본은 한국의 수입금지조치와 추가핵종검사 요구조치가 이해당사국이 인지할 수 있도록 공표되지 않았고, 한국의 문의처가 일본의 합리적인 질문에 대해 적절한 문서와 답변을 제공하지 않아 한국이 SPS 협정 제7조 및 부속서2 1항, 3항(가), 3항(나)5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패널은 부속서2 1항상 “위생 및 식물위생 규정”은 문맥적인 해석 상 부속서2 5항(가) 상 특정 규정의 도입의 “공고”보다 자세하여야 하며, 그 규정 자체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단순히 이러한 규정의 존재를 알리거나 규정을 요약하여 제시하여서는 안 되고, 규정의 전부가 공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이해당사국이 해당 조치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규정을 공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해당 규정을 ① 충분한 내용을 담아 ② 적절한 매체에 수입자가 일반적으로 알 수 있도록 공표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한국의 수입금지조치와 관련하여 패널은 한국이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모든 수산물의 수입이 금지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으나, “모든 수산물(all fishery products)”의 범위가 일반적으로 국제무역에서 통용되는 용어(HS 코드 또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수산동물 코드)를 사용하여 제시되지 않아 모호하고, 한국이 WTO SPS 위원회에 통보할 때 보다 구체적으로 품목 범위를 제시한 점에 비추어, 해당 보도자료가 규정의 전체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또한 동 보도자료의 접근성과 관련하여, 한국은 해당 조치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무조정실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로 게시되었다고 하였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링크는 열리지 않고, 국무조정실은 해당 조치의 주관부처가 아니므로 이해당사국(일본)이 동 부처의 홈페이지에서 해당 조치 관련 사항을 찾아보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한국이 SPS 협정 제7조 및 부속서2 1항을 위반하였다고 판정하였다.  

 

     한국의 추가핵종검사 요구와 관련하여 패널은 동 조치를 공표하는 보도자료에 추가핵종검사가 요구되는 세슘 기준치, 구체 검사 대상 핵종, 추가 핵종의 수입 허용 기준치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충분한 내용을 담지 않았고, 수입금지조치와 마찬가지로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국무조정실 홈페이지에 게재되었으나, 이행당사국이 이에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동 조치와 관련하여서도 한국이 SPS 협정 제7조 및 부속서2 1항을 위반하였다고 판정하였다.

 

     SPS 문의처와 관련하여, 패널은 SPS 협정 제7조 및 부속서2 3항에 합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의처를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합리적인 질문에 대해 정보와 답변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한국은 2014년 6월 24일자 일본의 문의에 대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답변과 문서를 제공하였으므로, 일본이 이러한 답변이 부속서2 3항에 비합치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판정하였다. 그러나 2014년 11월 13일자 일본의 문의에 대해서는 한국이 답변하지 않아 부속서2 3항을 위반하였다고 판정하였다.

 

   상소기구는 공표 의무(제7조 및 부속서2 1항) 위반과 관련된 패널 판정은 인용하였으나, 문의처와 관련된 패널 판정은 파기하였다. 상소기구는 부속서2 3항 위반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해당 문의처에 접수된 총 문의 건수, 문의 건수에 대한 답변 비율, 요청된 정보의 성질 및 범위, 해당 문의처가 지속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는지 여부 등 관련 요소를 모두 검토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 패널이 해당 문의처가 단지 1회 답변하지 않은 사실로 동 조항 위반을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정하였다.

 

     5)  SPS 협정 제8조 위반 여부

 

     일본은 한국의 추가핵종검사 요구가 검사 절차와 관련된 SPS 협정 제8조 및 부속서3 1항 (가), (다), (마), (사)6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

 

     패널은 추가핵종검사가 한국의 SPS 조치의 이행을 확인하고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서, SPS 협정 제8조 및 부속서3 상의 검사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부속서3 1항 (가)의 위반 여부와 관련하여 패널은 Russia-Pigs 사건 판례에 따라 이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① 국내 상품과 수입 상품이 동종(like)인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② 수입 상품이 국내 상품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았는지 검토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일본은 동 조항에서의 “동종성”이 SPS 제2조3항 상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와 동일하게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패널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 하에 있는 (예컨대, 동일한 물질에 오염된) 버섯과 물고기를 동종상품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일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아울러 일본은 어떠한 조치가 상품을 오로지 원산지에만 근거하여 차별하는 경우 이러한 상품의 동종성이 추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패널은 동 사건에서 한국이 원산지에만 근거하여 상품을 차별한 것이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경험한 일본 상품에 대한 공공 보건상의 우려에 근거하여 차별한 것이라고 보며, 동종성이 추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어 패널은 동 사건에서 동종성이 전통적인 4가지 기준(물리적 성격, 상품의 최종 용도, 소비자 취향 및 습관, 관세 분류)에 의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리며, 동 조항의 위반을 제기하는 일본이 이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일본이 상기 4가지 기준에 따른 동종성 검토를 하기 위한 추가적인 증거를 제공하지 않아 패널이 동종성 여부를 평가할 수 없으므로, 일본이 한국의 조치가 부속서3 1항(가)에 위반하였음을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판정하였다.   

 

     부속서3 1항(다) 위반 여부와 관련하여, 패널은 일본이 동 조항 위반을 원용하면서 정보 제출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는 SPS 협정 제5조6항상 보호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무역제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의무에 관한 실체적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보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자신의 대안조치(세슘 검사)만으로도 한국의 보호수준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추가핵종검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제5조6항 위반 관련 실체적 주장만을 하였고, 동 부속서 상 “검사를 위해 필요한 정보 요구”에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패널은 실체적 의무 위반에 관한 문제 제기는 부속서3 1항(다)의 범위에서 벗어난 것으로, 일본이 동 조항의 위반을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판정하였다.

 

     부속서3 1항(마) 위반 여부와 관련하여, 일본은 검사절차가 수입국의 보호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아니면 동 조항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하였으나, 패널은 제5조6항의 위반이 부속서3 1항 (마) 위반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일본은 추가핵종검사가 일본에서만 실시되어야 하는 바, 이는 합리적으로 필요한 정도 이상의 검사 요건이라고 주장하였으나, 패널은 추가핵종검사가 반드시 일본에서만 실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본이 부속서3 1항(마) 위반을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판정하였다.

 

     부속서3 1항(사)와 관련하여, 패널은 동 조항의 문언상 “동일한 기준이 사용되어야 한다(the same criteria should be used)”의 의미가 권고적인 것인지 의무적인 것인지에 대해 우선 판단하였다.

 

     패널은 조약에서 “should”라는 표현은 상황에 따라 권고적일 수도 있고, 의무적일 수도 있는데, 동 조항의 경우 SPS 협정 제8조 및 부속서3 1항 전문(chapeau)에서 각각 해당 조항을 반드시 준수(“shall observe”, “shall ensure”)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의무적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어 추가핵종검사의 위치에 관하여는 일본 주장과 달리 반드시 일본에서 검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국내상품에 적용되는 기준과 다른 기준이 사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패널은 수입품의 표본 선정과 관련하여, 일본과 한국 상품의 세슘 검사를 위한 표본 선정 기준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이 동 조항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추가핵종검사는 표본 선정 이후의 절차로 동 조항 위반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일본이 부속서3 1항(사)의 위반도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판정하였다.

 

     상소기구는 부속서3 1항(가)와 관련한 일본의 상소에서 한국의 조치가 오로지 원산지에만 근거한 것이 아니라 공공 보건상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패널의 판정을 지지하고, 일본산 상품과 한국산 상품간 동종성이 추정될 수 없다는 판정을 유지하였다.

 

다. 해설 및 평가

 

     동 사건은 SPS 조치와 관련하여 WTO에 제소된 분쟁 중 처음으로 상소기구가 실체적인 쟁점에 대해 패널 판정을 파기한 사건이다. 또한 주요 SPS 분쟁들 가운데 피소국이 승소한 최초의 사건이기도 하다. 그간 WTO가 EC-Hormones 사건, US-Shrimp 사건 등에서 환경, 건강보다는 무역 측면을 중시하는 판결을 내려왔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패널이 식품에 현존하는 위해성에 집중한 반면, 상소기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환경적 요인이 식품에 잠재적으로 미칠 수 있는 위해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기준에 근거한 정량적인 보호수준 이외에도 개별 국가가 설정한 정성적인 보호수준(가능한 낮은 정도의 방사능 노출, 사고 이전 수준 정도의 노출)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향후 WTO가 무역 이외의 가치에 대해 점차 중요성을 더 많이 부여할 것인지, 이번 사건이 이례적인 것으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작성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 정지선 사무관)

 


1) 제2.3조. 회원국은 자기나라 영토와 다른 회원국 영토간에 차별 적용하지 않는 것을 포함하여 자기나라의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하에 있는 회원국들을 자의적이고 부당하게 차별하지 아니하도록 보장한다.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는 국제무역에 대한 위장된 제한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적용되지 아니한다.

Members shall ensure that their sanitary or phytosanitary measures do not arbitrarily or unjustifiably discriminate between Members where identical or similar conditions prevail, including between their own territory and that of other Members.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shall not be applied in a manner which would constitute a disguised restriction on international trade.

 

2) 제5.6조. 제3조제2항을 저해함이 없이, 위생 또는 식물위생 보호의 적정수준을 달성하기 위하여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를 수립 또는 유지하는 때에는, 회원국인 기술적 및 경제적인 타당성을 고려하여, 동 조치가 위생 또는 식물위생 보호의 적정수준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정도 이상의 무역제한적인 조치가 되지 않도록 보장한다.

(각주: 제5조제6항의 목적상, 기술적 및 경제적인 타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하고 위생 또는 식물위생 보호의 적정수준을 달성하면서 무역에 대한 제한이 현저히 적은 다른 조치가 없는 경우, 동 조치는 필요한 정도 이상의 무역제한조치가 아니다.)

 

3) 제5.7조.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회원국은 관련 국제기구로부터의 정보 및 다른 회원국이 적용하는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에 관한 정보를 포함, 입수 가능한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여 잠정적으로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원국은 더욱 객관적인 위험평가를 위하여 필요한 추가정보를 수집하도록 노력하며, 이에 따라 합리적인 기간 내에 위생 또는 식물 위생 조치를 재검토한다.

 

4) 제7.1조 패널은 분쟁당사자가 패널 설치로부터 20일 이내에 달리 합의하지 아니하는 한, 다음의 위임사항을 부여받는다.

“(분쟁당사자가 인용하는 대상협정명)의 관련 규정에 따라 (당사자 국명)이 문서번호……으로 분쟁해결기구에 제기한 문제를 조사하고, 분쟁해결기구가 동 협정에 규정된 권고나 판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조사결과를 작성한다.”

 

제7.2조 패널은 분쟁당사자가 인용하는 모든 대상협정의 관련 규정을 검토한다.

제11조 패널의 기능은 분쟁해결기구가 이 양해 및 대상협정에 따른 책임을 수행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패널은 분쟁의 사실부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관련 대상협정의 적용가능성 및 그 협정과의 합치성을 포함하여 자신에게 회부된 사안에 대하여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야 하며, 분쟁해결기구가 대상협정에 규정되어 있는 권고를 행하거나 판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그 밖의 조사결과를 작성한다. (후략)

 

5) 제7조. 회원국은 부속서 2의 규정에 따라 자기나라의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의 변경을 통보하고 자기나라의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부속서2 1항. 회원국은 채택된 모든 위생 및 식물위생 규정을 이해당사국이 인지할 수 있도록 신속히 공표할 것을 보장한다. 

부속서2 3항. 각 회원국은 이해당사국으로부터의 모든 합리적인 질의에 대한 답변 및 아래와 관련한 문서의 제공을 담당할 하나의 문의처가 존재할 것을 보  장한다.

(가) 자기나라 영토내에서 채택 또는 제안된 모든 위생 또는 식물위생 규정

(나) 자기나라 영토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든 방제 및 검사절차, 생산 및 검역처리, 농약 허용치 및 식품첨가제 승인절차

 

6) 제8조. 회원국은 식품, 음료 또는 사료의 첨가제 사용 승인 또는 오염물질 허용치 설정에 관한 국내 제도를 포함한 방제, 검사 및 승인절차의 운영에 있어서 부속서 3의 규정을 준수하며 또한 자기나라의 절차가 이 협정의 규정에 불일치하지 아니하도록 보장한다.

 

부속서3 1항.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의 이행을 점검하고 보장하기 위한 절차와 관련하여 회원국은 다음의 사항을 보장한다.

가. 이러한 절차는 부당한 지연없이, 그리고 수입상품이 동종 국내상품에 비하여 불리하지 않은 방법으로 행하여지고 완료된다.

다. 정보의 요구는 첨가제 사용의 승인 또는 식품, 음료 또는 사료내의 오염물질 허용치의 설정을 포함, 적절한 통제, 검사 및 승인절차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국한된다.

마. 상품의 개별적인 견본의 통제, 검사 및 승일을 위한 요건은 합리적이고 필요한 사항에 국한된다.

사. 신청인, 수입자, 수출자 또는 그들의 대리인에 대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절차에 사용되는 시설물의 위치 및 수입품의 표본 선정시 국내상품에 적용되는 기준과 동일한 기준이 사용되어야 한다(should be used).

 

 

본 저작물 사용 시 저작물의 출처를 표시하셔야 하며,

상업적인 이용 및 변경은 금지됩니다. 위 조건을 위반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므로 형사상, 민사상 책임을 부담 하실 수 있습니다.

상세한 안내는 링크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kogl.or.kr/info/licenseType4.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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