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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미국 소유의 이태리 회사가 이태리 정부의 징발 조치가 원인이 되어 파산하였는지 등 투자 유치국의 외국 투자자 보호 의무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미국의 전기 장비 제작 회사인 Raytheon 사는 1956 년부터 1967 년에 걸쳐 이태리 시실리 소재 전기 회사 Elettronica Sicula s.p.a(이하 ELSI)에 74 억 리라를 투자하여 전체 주식의 99%를 소유하였고 1967 년 Ratheon 사의 자회사인 Machlett 사가 ELSI 의 잔여 지분 1%를 구입하여 Ratheon 사는 사실상 ELSI 의 지분 100%를 모두 소유하게 되었다. ELSI 의 경영 상태는 좋지 못하여 손실이 누적되었고 간헐적으로 발생한 영업 이익은 부채 상환과 누적 적자를 처리하기에도 부족하였다. 1968 년 Ratheon 사는 더 이상 ELSI 에 추가 자본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ELSI 를 청산하기로 하였다. 이 청산 계획에 따르면 ELSI 의 계속 기업 가치(going concern)을 유지하여 유리한 가격으로 매각될 수 있도록 진행 중인 사업과 기 접수된 주문 처리는 계속 진행하기로 하였다. 청산 계획은 아울러 ELSI 전체를 매각하거나 생산 라인별로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모두 고려하고 있었다. 1968 년 3 월 16 일 ELSI 이사회는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회사를 청산하기로 의결하였으며 주주 총회는 이를 승인하였다.
1968 년 4 월 1 일 Palermo 시장은 직원의 고용 유지와 지역 경제 보존을 위해 ELSI 의 공장과 자산에 대한 징발령을 발동하였다. 이 명령은 중대한 공공상의 필요가 있을 시 정부는 개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1865 년에 제정된 관련 법령에 의거한 것이다. 1968 년 4 월 ELSI 경영진은 시장에게 징발령 철회를 수차 요구하였으나 회신이 없었다. 이에 상위 행정 기관인 Palermo 도청에 불법적이고 자의적인 시장의 징발령을 철회하여 줄 것을 청원하였으나 도청은 16 개월 이상 청원에 대해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1968 년 4 월 25 일 ELSI 이사회는 자발적으로 파산을 신청하기로 결정하였다. Ratheon 사의 질서있는 청산 계획은 징발령으로 인해 시행하기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5 월 16 일 Palermo 법원은 파산을 선고하고 파산 관리인을 임명하여 자산 경매 처분 등 청산 업무를 관장하도록 하였다.
징발 절차는 1968 년 4 월 1 일 개시되어 9 월까지 계속되었다. 1968 년 7 월 25 일 ELSI 자산의 경매 절차가 개시되기 이전에 이태리 산업부 장관은 공기업인 산업재생공사(IRI)를 통한 ELSI 인수 의사를 의회에서 언급하였으며 1968 년 12 월 IRI 는 ELSI 인수 및 운영을 위한 자회사 ELTEL 사를 새로 설립하였다. ELSI 잔여 자산을 처분하기 위한 파산 재판부의 경매 절차는 1969 년 1, 2 차 모두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었다. 5 월 3 일 3 차 경매 역시 유찰되자 ELTEL 은 40 억 리라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하여 재판부는 4 차 경매 절차를 요식상 개최하여 동 금액에 ELSI 를 ELTEL 에게 매각하였다. ELTEL 이 ELSI 를 매입한 후 Palermo 도청은 16 개월만에 ELSI 가 1968 년 4 월 제기하였던 Palermo 시장의 징발령 철회 청원에 대해 동 징발령이 불법이라고 결정하였다.
도청의 결정에 근거하여 ELSI 의 파산 관리인은 Palermo 시와 이태리 중앙 정부 상대로 징발령으로 인한 ELSI 와 주주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징발령으로 인해 당초 ELSI 가 계획하였던 질서 있는 청산 계획이 무산되었고 징발 기간 중 ELSI 의 가치가 폭락하여 헐값에 ELTEL 사에게 낙찰되었다고 주장하고 예정대로 청산되었을 경우의 예상 매각 가격과 실제 매각 가격 간의 차액을 보상하라고 청구한 것이다. Palermo 법원은 파산 관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상소 법원은 약 1 억 리얄을 배상하도록 판시하였으며 대법원도 이를 확인하였다.대법원 판결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확보하지 못하자 Raytheon 사는 자신의 손실을 미국 정부가 국가의 손실로 취급하여 처리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다.
1974 년 2 월 7 일 미국은 이태리 정부의 불법 행위와 간섭으로 인해 ELSI 의 정상적인 청산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여 대주주인 자국민 Raytheon 사가 손실을 보았으며 이태리는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이태리에게 제기하였다. 이후 양국간에는 수 차례의 외교 공한 교환과 회합이 있었으나 만족할만한 해결책에 도달하지 못하였으며 1985 년 10 월 이 문제를 ICJ 에 판결을 의뢰하기로 합의하였다. 합의에 따라 미국은 1987 년 2 월 6 일 ICJ 에 재판을 청구하였고 소재판부를 구성하여 심리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재판 청구의 근거는 분쟁 발생시 ICJ 에 회부하기로 한 미국-이태리 우호통상항해조약 26 조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징발로 인한 파산 촉진 여부
미국은 징발령, 경매 절차 방해 등 이태리 당국의 행위는 미국과 이태리 우호통상항해조약의 의무를 광범위하게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Raytheon 사가 ELSI 를 경영 통제할 수 있는 권리 행사가 방해된 것은 동 조약 3(2)조 위반이며 5(1), 5(3)조의 완전한 보호 및 안전 제공 의무, 5(2)조 불법 수용 금지 의무도 준수되지 않았고 7 조 재산 처분 권리 및 1 조 자의적 차별적 대우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1,200 만불의 손해 배상도 아울러 청구하였다. 미국은 Palermo 시장의 징발령이 지역 주민의 불만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취해진 불법적이고 자의적인 조치라고 주장하였다. 그 근거로 미국은 시실리 도지사가 1968 년 3 월 31 일 ELSI 사장을 초치하여 ELSI 공장 폐쇄는 대규모의 해고자를 발생시킬 것이므로 5 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태리 정부는 ELSI 의 폐쇄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 등을 비롯하여 유사한 내용을 다수의 이태리 정부 관리가 언급한 사실을 제시하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Raytheon 은 자신의 질서 있는 청산 계획을 시행할 수 없다고 정확하게 판단하였고 이미 추가 자본 투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청산이 늦어질수록 변제하지 못하는 부채 증가로 인해 유일 주주인 자신의 부담만 증가하게 되므로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미국은 주장하였다. 파산 신청의 원인이 징발령이라는 것이다. 이태리는 ELSI 의 경영 실패 책임을 이태리 정부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Palermo 시장의 징발령이 적절하지 못했을 수는 있으나 시장은 이태리 법에 의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였을 뿐이라고 옹호하였다. 이태리는 징발령 발동 직전에 ELSI 의 재정 상황은 이미 이태리 법에 의한 강제 파산 절차에 회부해야 할 정도로 악화되어 있었으며 따라서 징발령은 파산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설사 파산이 징발령과 관련이 있다 하여도 4 월 1 일 현재 ELSI 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였으므로 주주의 부담이 증가할 여지가 없었다는 입장도 개진하였다. 재판부는 시장의 징발령과 ELSI 의 파산간의 인과 관계가 미국의 주장과 달리 불명하다고 보았다. 미국의 주장은 우호통상항해조약 3(2)조135에 규정된 상대국 내에서의 회사 설립, 경영, 통제의 권리가 징발령으로 인해 훼손되었다는 것이고 징발령이 불법이라고 이태리 당국이 확인하였으므로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더욱 확인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인과 관계 존부 확인을 위해서는 ELSI 의 당시 재정 상태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만일 ELSI 의 재정 상태가 극도로 취약하여 Raytheon 사가 징발령 이전에 이미 ELSI 를 경영하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징발령으로 인해 훼손되었다는 Raytheon 의 경영.통제권이 이미 그전에 훼손되었다고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또한 징발령 발동일(1968 년 4 월 1 일) 직전의 상황상 ELSI 의 소위 질서있는 청산 계획 실행이 가능했는지도 살펴보았다. 미국은 ELSI 의 재정 상황의 건실성과 청산 계획 실행의 타당성에 대해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입증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미국의 설명과 제출된 자료, 증언 등을 종합하여 징발령 시행 직전의 ELSI 의 재무 상황이 매우 부실하였고 따라서 이태리의 행위가 ELSI 에 대한 Raytheon 의 경영, 통제권을 직접적으로 훼손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청산 계획이 의도한대로 실행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판단하였다. 동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요 채권자가 채무 변제를 상당 기간 유예하여 주었어야 하나 그럴 용의가 있는 채권자가 확인되지 않았다. 청산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신속한 판매와 최고가격 설정도 서로 상충되는 것이라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 재판부는 청산 계획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3(2)조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완전한 보호 및 안전 의무 위반 여부
징발령 발동 수개월 전에 ELSI 는 절반 이상의 고용원에게 해고 통지서를 발송하였으며 통지서 접수시 발생할 노동 분규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해고 통지 접수 후 ELSI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하였다. 미국은 공장 점거 농성은 설비 훼손과 공장 처분 절차의 지연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ELSI 의 가치 하락을 초래하였다고 주장하고 점거 농성을 방지, 해산하지 못한 이태리 당국의 행위는 타방 체약국 국민에게 완전한 보호 및 안전을 제공한다는 우호통상항해조약 5(1)조 136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5(1)조 의무의 내용이 내국민 대우 의무, 즉 유사한 상황에 있는 자국민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무라고 설명하고 미국이 내국민과 동등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ELSI 경영진 역시 해고 통지가 노동 분규로 이어질 것을 예견하고 있었고 유사한 상황에 있던 다수의 이태리 회사가 징발된 사례를 미국인 부인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미국은 ELSI 의 징발령 철회 청원에 대해 Palermo 도청이 16 개월이나 결정하지 않은 점도 5(1)조 위반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지연이 국제 기준이나 이태리의 국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3) 수용 금지 의무 위반 여부
미국은 징발령과 ETEL 사에 대한 헐값 매각이 정당한 절차와 정당하고 효과적인 보상이 없이 이루어진 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금지한 우호통상조약 5(2)조 137 위반이라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미국의 주장은 이태리의 행위는 위장된 수용이라는 것이나 재판부는 수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미국과 이태리의 해당 조문의 문언 해석상의 이견을 정리하지 않고 Raytheon 이 자신의 권리(interests)를 실질적으로 박탈당하지 않았다면 이태리의 행위는 수용 여부에 관계없이 탈취(taking)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해하였다. 수용은 권리의 탈취를 속성으로 하는데 우선 탈취 자체의 성립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지방 정부의 태도, 이태리 파산법, 주요 채권자의 입장, ELSI 의 재정 상황과 예정된 공장 폐쇄 등에 비추어 ELSI 의 파산은 불가피했으며 이태리 정부의 행위가 파산을 촉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ELSI 에 대한 Raytheon 의 권리는 파산으로 인한 것이지 이태리 정부가 탈취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탈취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탈취를 본질적인 속성으로 하는 수용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하였다.
4) 자의적 대우 금지 의무 위반 여부
미국은 이태리의 징발령이 자의적이며 이는 타방 체약국 국민에 대한 자의적 조치를 금지한 우호통상조약 1 조 138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미국은 Palermo 도청이 문제의 징발령이 불법이라고 판결한 것 자체가 이태리 정부가 동 조치의 자의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재판부는 징발령이 합법적이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태리 국내법상의 지위가 국제법상의 지위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하였다. 국제법상 어떤 행위가 자의적이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 법규에 부합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법치라는 전체적인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해당 행위가 불법적인 것, 법규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 법체계의 핵심 개념을 무시하는 수준이 되어야 하나 재판부는 징발령이 이에 해당한다고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5) 자산 처분 자유 보장 의무 위반 여부
미국은 이태리의 행위는 자산의 매입, 소유, 처분의 자유를 규정한 우호통상항해조약 7(1)조 139위반이라는 주장도 제기하였으나 재판부는 7(1)조(a)는 이태리 국민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해당 사항이 없고 이 조항에 의해 미국민에게 적용되는 내용은 자산의 매입, 소유, 처분에 있어 이태리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ELSI 가 유사한 상황의 이태리 국민에게 부여된 대우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미국도 이태리 기업이 다수 징발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시비하지 않고 있고 징발령과 파산간의 인과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점, ELSI 의 부실한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할 때 7(1)조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확인하였다.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2. The nationals, corporations and associations of either …. Party shall be permitted, in conformity with the applicable laws and regulations within the territories of the other … Party, to organize, control and manage corporations and associations of such other High Contracting Party for engaging in commercial, manufacturing, processing, mining, educational, philanthropic, religious and scientific activities. …….
2) 1. The nationals of each High Contracting Party shall receive, within the territories of the other High Contracting Party, the most constant protection and security for their persons and property, and shall enjoy in this respect the full protection and security required by international law. …..
3) 2. The property of nationals, corporations and associations of either High Contracting Party shall not be taken within the territories of the other High Contracting Party without due process of law and without the prompt payment of just and effective compensation. ….
4) 1. The nationals, corporations and associations of either High Contracting Party shall not be subjected to arbitrary or discriminatory measures within the territories of the other High Contracting Party resulting particularly in:
(a) preventing their effective control and management of enterprises which they have been permitted to establish or acquire therein; or,
(b) impairing their other legally acquired rights and interests in such enterprises or in the investments which they have made, whether in the form of funds (loans, shares or otherwise), materials, equipment, services, processes, patents, techniques or otherwise.
5) 1. The nationals, corporations and associations of either High Contracting Party shall be permitted to acquire, own and dispose of immovable property or interests therein within the territories of the other High Contracting Party upon the following terms:
(a) in the case of nationals, corporations and associations of the Italian Republic, the right to acquire, own and dispose of such property and interests shall be dependent upon the laws and regulations which are or may hereafter be in force within the state, territory or possession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wherein such property or interests are situated; and
(b) in the case of nationals, corporations and associations of the United State of America, the right to acquire, own and dispose of such property and interests shall be upon terms no less favorable than those which are or may hereafter be accorded by the state, territory or possession of the U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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