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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phate Lands in Nauru 사건(Nauru v. Australia, 1993. 9. 13. 판결) 본문

Phosphate Lands in Nauru 사건(Nauru v. Australia, 1993. 9. 13. 판결)

국제분쟁 판례해설/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2019. 10. 1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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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나우루가 호주에 대해 신탁통치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재판을 청구한데 대해 호주가 관할권 항변을 제기하였으나 기각된 사건이다.

 

     나우루는 전체가 새의 배설물이 굳어서 형성된 인광석으로 덮여 있는 20km2 규모의 남태평양상의 작은 섬이다. 1914 년 호주가 점령한 이후 호주, 뉴질랜드, 영국이 관장하는 국제연맹의 신탁통치 지역이 되었고 1919 년 7 월 이들 3 개국은 신탁통치 시행과 인광석 채굴 관리 및 수익 분배에 관한 3 자 약정(나우루 섬 약정)을 체결하고 호주가 사실상 시정 전반을 관장하였다. 1947 년 11 월 1 일 나우루는 3 국이 관할하는 국제연합의 신탁통치 지역이 되었으며 1968 년 1 월 30 일 독립할 때까지 이전과 마찬가지로 호주가 사실상 통치하였다.

 

나우루의 인광석 채굴 및 판매를 위해 호주, 뉴질랜드, 영국은 1919년 약정에 따라 British Phosphate  Commission 을 설립하여 인광석을 독점 채굴하였다. 인광석 채굴로 인해 섬 전체의 1/3  지역이 황폐화되었고 판매 수익 분배와 鑛床 복원을 둘러싸고 신탁통치 당국과 나우루 주민은 반목하였다. 오랜 협의 끝에 독립 직전인 1967 년 7 월 1 일에야 BPC 는 나우루人 자치 기구인 행정 위원회에 인광석 광상 관리권을 이전하였다(이하 1967 년 移轉 약정). 1987 년 2 월 9 일 호주, 뉴질랜드, 영국은 BPC 를 청산하고 잔여 자산을 나누어 가졌다. 독립 이후 나우루 정부는 광상 복원을 호주 등에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나 성과가 없었으며 BPC 잔여 자산 배분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나우루는 1989 년 5 월 19 일 신탁통치 주책임국인 호주를 ICJ 에 제소하였다.

 

UN 헌장의 신탁통치 조항과 나우루 신탁통치 협정 상의 의무를 전반적으로 위반하였으며 인광석 수익 배분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여 달라는 청구였다. 나우루와 호주는 모두 ICJ 헌장 강제 관할권을 수용하고 있었다. 호주는 신탁통치 주민과의 분쟁은 UN 관할이며 신탁통치약정 종료로 인해 제반 분쟁은 이미 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ICJ 이외의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키로 합의한 분쟁은 ICJ 강제 관할권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자신의 ICJ 강제 관할권 수용 선언의 유보 조항 및 기타 사항에 따라 ICJ 는 이 사건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호주 유보 조항으로 인한 관할권 존부

 

     호주가 제기한 첫 번째 관할권 부인 항변의 논거는 자신의 강제 관할권 수용 선언의 유보 조항이었다. 호주는 1975 년 3 월 17 일 ICJ 강제 관할권을 수용하면서 분쟁 당사국이 기타의 평화적 해결 방식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분쟁은 강제 관할권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유보하였다. UN 헌장에 따르면 신탁통치 당국과 주민과의 분쟁은 UN 총회, 또는 신탁통치이사회에서 처리하도록 되어 있었다. UN 은 피신탁통치 주민의 청원을 접수, 처리하고 신탁통치 당국의 정례 보고를 접수하여 특정 사항을 권고할 수 있었다. 호주는 이 규정을 들어 호주와 나우루 간의 분쟁은 별도의 평화적 해결 방식을 통해 처리하도록 합의된 분쟁에 해당하므로 ICJ 강제 관할권 수용 유보 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호주의 주장을 자세히 심리하지 않은 채 ICJ 헌장 36(2)조 강제 관할권 조항은 오직 국가간의 분쟁에 국한되는 것이므로 호주와 나우루가 1968 년 1 월 31 일 나우루의 독립 이후 국가 대 국가로서 인광석과 관련된 분쟁은 별도의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합의를 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쟁점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호주와 나우루간에 이와 같은 합의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유보 조항에 근거한 호주의 관할권 항변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기각하였다(판결문 para. 8~11).

 

2) 나우루의 복원 요구 포기 여부

 

     호주의 두 번째 관할권 항변은 나우루가 인광석 채굴 지역 복원 요구를 이미 포기하였다는 것이다. 독립 이전의 나우루 행정 위원회는 호주측에 폐 인광석 채굴 지역 복원을 요구하였으나 1967 년 移轉 약정에는 이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호주는 이를 복원 요구 포기(waiver)라고 주장하였고 나우루는 동의하지 않았다. 1967 년 이전 약정 협상 당시 나우루는 복원 문제를 제기하였고 호주측과 협의하였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이전 약정에 성문화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1967 년 이전 약정에 복원 요구를 명시적으로 포기한다는 기술이 없는 점과 협상 과정상의 정황을 고려할 때 1967 년 약정이 복원 요구 포기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호주의 관할권 항변을 기각하였다(para. 12~16).

 

3) 신탁통치 협정 소멸로 인한 수리 불능성 여부

 

     UN 의 나우루 신탁통치 협정은 나우루 독립 직전인 1967 년 12 월 19 일 종료되었다. 호주는 신탁통치 당국으로서의 자신의 모든 책임은 그 법적 근거인 협정이 종료됨과 동시에 소멸되었으므로 설사 ICJ 가 이 사건 관할권이 있다 하여도 수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신탁통치 종료 결의안이 1967 년 12 월 19 일부로 발효되어 해당 협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과 이로 인해 나우루의 재판 청구를 수리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에 대해 법리적으로 천착하는 대신 신탁통치 종료되는 과정에서 나우루의 폐광 복원 요구가 처리된 상황을 살펴보았다.

 

나우루 자치 기구인 행정 위원회는 독립 수년 전부터 폐광 복원 문제를 UN 총회 및 신탁통치 이사회에 수 차례 제기하여 총회는 신탁통치 당국, 즉 호주에게 관련 조치를 시급히 시행하라는 결의안을 두 차례 채택하고 실지 조사단을 파견하기도 하였다. 여타 UN 회원국은 폐광 복원 문제를 신탁통치 이사회나 총회 회의시 나우루 주민을 지지하고 신탁통치 당국의 복원 의무를 강조하는 취지로 강하게 발언하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이상의 상황을 감안할 때 비록 신탁통치 종료 결의안에 나우루가 폐광 복원 요구 권리가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신탁통치 당국의 복원 의무를 면책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신탁통치 당국의 신속한 조치를 요구한 이전의 총회 결의안이 종료 결의안 서문에 언급되어 있는 점을 환기하면서 폐광 지역 복원에 관한 나우루의 권리는 영향받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여 재판부는 호주의 수리 불능 항변을 기각하였다(para. 22~30).

 

4) 지연 청구로 인한 수리 불능성 여부

 

     호주는 네번째 항변으로 나우루가 이 문제를 1968 년 독립 이후 20 년이 지난 1988 년에야 호주에게 공식적으로 제기하였다고 비난하고 나우루의 재판 청구는 합리적인 기간 내에 제기되지 않았으므로 수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지나친 지연 청구가 수리 불능 사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인정하였으나 국제법은 분쟁 제기 시한에 관해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재판부가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았다.

 

이 사건 경우 나우루는 독립 이전부터 이 문제를 거듭 제기하여 왔으나 독립 당시 해결되지 않았고 나우루 대통령은 독립 당일 언론 인터뷰에서 폐광 복원 책임은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게 있다고 천명하였으며 1970 년대 나우루 대통령의 호주 방문과 호주 외무장관의 나우루 방문 시에도 제기하였다. 1983 년 나우루 대통령은 호주 총리에게 폐광 복원 요구 서한을 발송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양국간의 서한이 수 차례 교환되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상 단순히 시간 경과를 이유로 나우루의 재판 청구를 수리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밝히고 호주의 주장을 기각하였다(para. 31~36).

 

5) 관련국의 불참으로 인한 관할권 존부

 

     호주의 마지막 관할권 부재 항변은 공동 신탁통치국인 영국과 뉴질랜드의 불참이었다.  호주는 나우루의 시비는 실질적으로는 호주가 아니라 신탁통치 당국을 겨냥한 것이며 나우루 신탁통치는 호주, 영국, 뉴질랜드가 공동으로 위임받은 것이므로 신탁통치 협정 위반에 관한 재판부의 판결은 불가피하게 영국과 뉴질랜드의 책임을 포함하게 되나 이들 국가는 이 재판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ICJ 는 관할권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국제연맹의 신탁통치 당시부터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 나우루의 신탁통치 사무가 공동으로 위임되었으며 이들 3 국은 별도 합의를 통해 최고 행정관을 번갈아 지명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실상은 호주가 계속해서 최고 행정관직을 수임하였고 이 체제는 1947 년 UN 의 신탁통치로 승계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호주는 법적으로 나우루 신탁통치는 3 개국 공동 사무이므로 자신이 신탁통치 협정 위반 책임을 모두 부담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3 국 공동 책임 여부는 본안 심리에서 재결할 사안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호주가 단독으로 피소될 수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하였다. 재판부는 시정 책임이 여타 나라와 공동 부담하고 있으므로 그 중 한 나라에 대해서만 시비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이유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일축하고 신탁통치 당국을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호주가 신탁통치 협정상의 의무를 부인할 수는 없으며 신탁통치 협정상에 호주의 의무 위반 시비를 재판부가 심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어떠한 규정도 없다고 설시하였다. 호주 주장의 또 다른 요지는 3 국이 공동으로 신탁통치 책임을 부담하고 있으므로 호주에 대한 의무 위반 판결은 불가피하게 여타 두 국가의 의무 위반을 수반하게 되는데 이들 국가는 이 사건 재판 관할권에 동의한 바 없기 때문에 ICJ 는 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호주의 논리를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에 영향받을 수 있는 국가는 ICJ 헌장 62 조에 의거하여 재판 참가를 신청할 수 있으나 이러한 신청이 없다해도 訴外 제 3 국의 이해 관계가 판결의 주 심리 대상이 되지 않는 한 재판부가 자신에게 청구된 재판을 심리할 수 없는 것은 아닐뿐더러 판결은 당사국에게만 적용된다는 ICJ 헌장 59 조에 의해 제 3 국의 이해 관계는 소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영향받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뉴질랜드와 영국의 이해 관계는 주 심리 대상이 아니며 이들 국가의 책임 여부 판단이 호주의 귀책 여부 판단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재판부는 확인하고 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para. 55).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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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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