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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 Timor 사건(Portugal v. Australia, 1995. 6. 30. 판결) 본문

East Timor 사건(Portugal v. Australia, 1995. 6. 30. 판결)

국제분쟁 판례해설/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2019. 10. 16. 12:13

41. East Timor 사건(Portugal v. Australia, 1995. 6. 30.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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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인도네시아와 동티므로 해역의 공동 개발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호주의 행위가 UN 헌장, 결의안 위반이라고 포르투갈이 제소한데 대해 당사국인 인도네시아의 재판 참여 없이는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된 사건이다.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 열도의 최동단에 위치한 티모르섬의 동쪽 부분이다. 티모르섬은 16세기에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되었고 서쪽 부분은 여타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의 통치를 받아 오다 인도네시아 독립시 인도네시아의 영토가 되었다. UN 총회는 1960년 결의안 1542호를 통해 동티모르를 UN 헌장 73조에 규정된 신탁통치령으로 규정하고 포르투갈이 시정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포르투갈은 시정 책임국으로서 동티모르 주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발전, 자치 능력 배양 등의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그러나 수백년간 지속지는 포르투갈의 식민 통치에 저항하여 동티모르 주민은 1975년 8월 봉기하였고 8월 27일 포르투갈 군과 행정 당국은 동티모르에서 철수하였다. 이 틈을 이용하여 1975년 12월 7일 인도네시아군이 동티모르를 점령한 후 1976년 7월 17일 동티모르를 인도네시아의 영토로 편입하고 동티모르 주민의 독립 운동을 탄압하였다. 이후 동티모르 문제는 UN 총회 및 안보리에 수시로 상정되어 인도네시아의 무력 점령을 규탄하고 시정 책임국으로서 포르투갈의 역할을 독려하는 결의안이 여러 건 채택되었다.

 

호주는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의 영토가 된 현실을 사실상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호주는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략 전인 1972년 양국간의 대륙붕 경계를 획정하는 조약을 체결하였으나 당시 포르투갈의 통치 하에 있던 동티모르 부분은 경계를 획정하지 않고 공백 상태로 두었다(이하 티모르 공백). 호주는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 영토임을 사실상 인정하고 1979년부터 티모르 공백 해역에서의 양국간 해양 경계를 획정하려는 교섭을 개시하였으나 합의하지 못하고 1989년 12월 11일 해당 해역을 양국간 공동 개발 구역으로 지정하는 조약을 체결하였다(이하 1989년 조약).

 

1989년 조약에 대해 포르투갈은 호주가 동티모르 주민의 자결권과 자원에 대한 주권, 포르투갈의 시정권을 침해한 것이며 UN 결의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고 1991년 2월 22일 호주를 ICJ에 제소하였다. 포르투갈과 호주는 ICJ의 강제 관할권을 수용하고 있었다. 호주는 포르투갈과는 분쟁이 없으며 포르투갈의 재판 청구는 비당사국인 인도네시아의 권리 의무에 대한 판결을 포함하게 된다는 등을 근거로 ICJ는 이 사건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분쟁 존부

 

     호주는 포르투갈과는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호주는 동티모르 주민의 자결권과 포르투갈의 통치령이라는 법적 지위, 그리고 포르투갈이 UN 이 지정한 시정 책임국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포르투갈도 인도네시아와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 호주의 주권 국가로서의 권능과 1989 년 조약의 유효성 자체를 시비하는 것은 아니므로 양국간에는 ICJ 가 해결해야 할 분쟁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분쟁이란 법 또는 사실에 관한 의견 불일치, 당사자간의 이해와 법적인 견해의 충돌이라고 정의하고 분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방 당사자의 시비가 타방 당사자를 겨냥하는 것이어야 하며 분쟁 존부 판정은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근거에 입각한 객관적인 결정의 문제라고 이해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실질적인 분쟁 주체는 포르투갈과 호주가 아니라 포르투갈과 인도네시아라는 호주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포르투갈은 옳건 그르건 호주를 겨냥하여 사실과 법적인 시비를 제기하였고 호주는 이 시비를 부인하고 있으므로 양국간에는 법적인 의미의 분쟁이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호주의 1989 년 조약 교섭, 체결 및 이행 행위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양국이 입장이 일치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고 지적하고 호주의 주장을 기각하였다(판결문 para. 21~22).

 

2) 인도네시아의 참여 필요성 여부

 

     호주의 핵심 주장은 이 사건 심리를 진행할 경우 불가피하게 인도네시아의 국제법 위반 여부를 인도네시아의 동의도 없이 재판부가 판결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ICJ  관할권은 분쟁 당사국의 동의를 기반으로 한다. 어느 국가도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ICJ 의 관할권을 인정할 의무가 없다. ICJ 헌장은 당사국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을 명기하고 있다. 호주는 이러한 원칙은 이미 Moneytary Gold 사건에서 확인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해당 사건 재판부는 알바니아의 법적인 이해 관계가 동 사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판결의 대상 그 자체가 되는데 알바니아가 동 사건 당사국이 아니므로 심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관할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포르투갈은 자신의 재판 청구 사항은 호주의 조약 체결 등의 행위가 동티모르의 자치권과 자신의 시정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에 국한되므로 인도네시아와 무관하게 판결할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포르투갈의 주장은 포르투갈만이 시정 책임국으로서 동티모르를 대신하여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 호주가 이를 침해하였다는 것이고 호주의 주장은 포르투갈의 철수 후 동티모르를 대신한 조약 체결권이 인도네시아로 이전되었다는 것이다. 동티모르를 대신한 조약 체결권 보유 국가 판별이 쟁점이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대신하여 조약을 체결할 권한을 획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했는데 재판부는 인도네시아의 동의 없이 이를 결정할 수 없다고 확인하였다.

 

포르투갈은 UN 헌장에 명기되어 있고 관행상 준수되어 온 주민의 자결권은 세상 전체에 대해 적용되는(對世的, erga omnes) 원칙이므로 인도네시아도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였으나 재판부는 특정 규범의 대세적 성격과 관할권 동의 원칙은 서로 별개라고 이해하였다. 재판부는 특정 국가 행위의 적법성에 대한 판결이 사건 당사국이 아닌 제 3 국 행위의 적법성에 대한 결정을 포함하게 될 때에는 비록 위반되었다고 시비되는 권리가 대세적 권리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판결할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요청받은 판결이 訴外 제 3 국의 법적인 이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라면 심리를 진행할 수도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포르투갈이 요구한 판결의 효과는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점령 및 주둔은 불법이고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의 대륙붕에 관한 조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음을 확인하는 것으로서 인도네시아의 권리와 의무 관계가 이 사건 판결의 핵심 대상이 된다고 설시하였다. 당사국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당사국의 권리 의무 관계를 재결하는 것은 ICJ 는 당사국이 동의한 사건에 대해서만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확립된 국제법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재판부는 설명하고 이 사건에 대해서는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para. 26~35).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73. Members of the United Nations which have or assume responsibilities for the administration of territories whose peoples have not yet attained a full measure of self-government recognize the principle that the interests of the inhabitants of these territories are paramount, and accept as a sacred trust the obligation to promote to the utmost, within the system of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established by the present Charter, the well-being of the inhabitants of these territories, and, to this end: 이하 a~e항의 구체 의무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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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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