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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카나다가 카나다의 연안 어업 보호법 및 그 시행령 위반 혐의로 스페인 어선 Estai 를 나포한데 대해 스페인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제소하였으나 카나다가 ICJ 강제 관할권 수용 선언의 유보 조항에 해당하는 분쟁으로서 ICJ 의 관할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항변한 사건이다. 카나다는 1994 년 5 월 10 일 기존의 ICJ 강제 관할권 수용 선언을 개정한 신규 선언을 UN 사무국에 기탁하였다. 이 신규 선언은 북대서양수산기구가 규제하는 해역에서의 어선에 대해 카나다가 취한 어족 보호 및 관리 조치에 대해서는 ICJ 의 강제 관할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유보 조항이 추가되었다(2 조(d)).
같은 날 카나다는 북대서양수산기구(NAFO) 규제 해역을 적용 대상으로 확장하는 연안어업보호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하였고 동 개정안은 1994 년 5 월 12 일 확정되었으며 이 법에 의거하여 카나다 해양 경찰은 북대서양수산기구 관리 해역에서 보호 어종 어획 등 부당 조업하는 외국 선박을 단속할 수 있게 되었다. 북대서양수산기구는 스페인과 카나다는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 등 북대서양 해역에서 조업하는 국가들이 어족 자원 보호 관리를 위해 설립한 국제 기구로서 광범위한 규제 해역을 설정하고 동 해역 내에서의 불법 조업 금지, 포획 가능 어획량 배정 및 기타 어족 자원 보호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 기구의 규제 해역은 카나다의 배타적 어업 수역 외의 해역도 포함하고 있었다.
1995 년 3 월 9 일 스페인 어선 Estai 호가 카나다 해안 245 해리 해역에서 카나다 해경에 의해 정선, 검문 및 나포되었고 선장이 연안어업보호법 위반 혐의(어획 금지 어종인 Greenland Halibut(가자미 일종) 포획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고 어획물을 몰수당하였다. 주 카나다 스페인 대사관은 200 해리 배타적 어업 수역 외에서 카나다 해경이 스페인 어선을 추적하고 승선하여 검문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항의하였으며 카나다는 Estai 호 나포는 NAFO 의 보호 어종 남획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으며 오히려 Estai 호가 국제적인 관행인 정선 명령과 승선 및 검문에 저항하였다고 반박하였다.
스페인은 배타적 어업 수역 외의 공해상에서 외국 어선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하는 카나다의 개정 연안어업보호법 및 그 시행령은 스페인에 대해 적용할 수 없으며 카나다의 스페인 어선 Estai 호 나포는 국제법 위반임을 확인하여 달라는 요지로 1995 년 3 월 28 일 ICJ 에 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 근거는 양국이 공히 수용한 ICJ 의 강제 관할권이었다. 카나다는 스페인이 시비하는 카나다의 조치는 1994 년 5 월 10 일 기탁된 자신의 신규 선언 2 조(d)에 의해 ICJ 의 관할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항변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보존 및 관리 조치 해당 여부
1994 년 5 월 10 일 카나다의 신규 강제 관할권 수용 선언은 "1978 년 북서대서양 어업 협력 협정에서 정의된 북대서양수산기구 규제 해역 내에서 조업하는 선박에 대해 카나다가 취한 보전 및 관리 조치, 그리고 그러한 조치의 집행으로부터 발생하거나 그와 관련된 분쟁"을 ICJ 의 관할권에서 제외하였다162 . 카나다는 이 사건 분쟁은 정확히 위 조항에 해당하므로 ICJ 는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스페인은 자신이 시비하는 것은 공해상에서 카나다가 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는 것과 연안어업보호법이 스페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분쟁의 대상(subject matter)이 위 유보 조항에 해당하지 않고, 개정 연안어업보호법과 그 시행령은 보존 및 관리 조치에 해당하지 않으며, 카나다의 관할권 유보는 무국적선이나 편의치적선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Estai 호 추적 및 나포는 보존 및 관리 조치의 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제기하면서 ICJ 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분쟁 대상과 관련하여 재판부는 카나다의 유보 조항이 ICJ 의 관할권이 적용되지 않는 분쟁의 범위를 스페인이 이해하는 바와 달리 매우 광범위하게 지정하고 있다고 인정하였다.
스페인의 주장과 같이 보존 및 관리 조치와 그 집행이 해당 분쟁의 쟁점 대상이 되는 분쟁에 한해 ICJ 의 관할권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조치와 관련이 되거나(concerning) 분쟁의 원천이 그러한 조치에 있는(arising out of) 분쟁, 즉 그러한 조치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분쟁 모두 ICJ 의 관할권이 배제된다고 이해하였다. 재판부는 두 당사국간에 분쟁이 있는 것은 자명하므로 이 분쟁이 조치와 집행과 관련되었거나 그로부터 발생한 것인지를 확인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존 및 관리 조치의 의미를 살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판결문 para. 62~63).
스페인은 이 사건에서 카나다의 보존 및 관리 조치는 국제법에 의거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특히 자국의 관할권 지역 외에서 타국의 권리를 침해한 국가의 일방적인 '조치'는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국제법상 보존 및 관리 조치로 인정될 수 있는 연안국의 조치는 배타적 어업 수역과 관련된 조치와 국제적 합의에 의해서 인정되는 배타적 어업 수역 외에서의 조치, 두 종류에 한한다고 주장하였다. 스페인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조건은 보존 및 관리 조치가 아니라 불법 행위라고 강변하였다. 카나다는 조치란 매우 광범위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규정이나 행정적인 조치에서 헌장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국제 협정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보존 및 관리 조치란 서술적인 의미이지 규범적인 의미가 아니며 해양 생물 자원에 관하여 국가가 채택한 광범위한 조치를 모두 포함한다고 강조하였다.
재판부는 카나다의 의견에 동조하였다. 통상적인 의미상 조치란 모든 행위, 단계, 절차를 포함할 정도로 광범위하며 실질적인 내용이나 추구하는 목적에 제한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카나다의 입법 체계상 법은 일반적인 법적 구조를 수립하고 시행령은 다양한 상황에서의 그 법의 적용을 관장하므로 둘을 분리하기 어렵고 시행령은 근거 모법과 독립하여 법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법은 하부 시행령이 없으면 집행될 수 없다고 재판부는 첨언하고 이는 여느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하였다. 재판부는 ICJ 관할권 수용 선언과 같은 국제적인 문건은 국제법을 감안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스페인의 주장에 대해 일면 긍정하면서도 '보존 및 관리 조치'라는 표현이 국제법과 합치되는 조치를 의미한다는 스페인의 주장은 어떤 법률적인 체제 내에서(이 사건 경우 스페인이 주장하는 국제법 체제) 어떤 개념이 알려져 있고 그 법률적인 체제의 범주에 속하는지 여부와 그 법률적인 체제 내에서 어떠한 의미가 부여되어 있는지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어떤 법률적 체제 내에 특정한 개념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定意의 문제이고 그 개념의 범위 내에 속하는 특정의 행위가 그 법률적 체제의 규범에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합법성의 문제로서 양자는 서로 다른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스페인은 이 둘을 혼동하고 있다고 재판부는 지적하였다. 국제법에 따르면 특정 조치가 보존 및 관리 조치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의 목적이 생물 자원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이면 충분하고 국가가 체결하는 조약에서 보존 및 관리 조치는 이러한 의미로 이해되어 왔으며 각국의 국내 관행, 특히 입법이나 행정 규정 등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재판부는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카나다의 수정된 관할권 수용 선언을 자연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석할 때 카나다가 보존 및 관리 조치라는 표현을 국제법과 관행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된 것과 다른 의미로 사용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를 달리 해석하는 것은 카나다의 유보 조항에서 원래 의도했던 효과를 박탈하게 된다고 정리하고 카나다가 연안어업보호법과 그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채택한 조치는 국제법과 관행 그리고 카나다의 관할권 수용 선언 수정본에 포함된 보존 및 관리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para. 64~73).
2) 단속 대상 선박 제한 및 조치 집행 해역 제한 여부
카나다가 연안어업보호법을 개정할 때 주 단속 대상 선박으로 무국적선 및 편의치적선이 거론되었다. 북대서양수산기구 가입국의 선박은 해당 국적국의 관리 통제를 받게 되므로 반드시 카나다가 자국법을 적용해야 할 것은 아니나 국적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편의치적선이나 무국적선의 남획과 불법 어업은 카나다가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 연안어업보호법의 개정 취지였다고 스페인은 주장하였다. 카나다도 개정 과정 중에 이러한 논의가 있었음은 인정하였으나 연안어업보호법과 수정 관할권 수용 선언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려는 것이 자국의 의도라는 것은 부인하였다.
재판부는 카나다 관할권 수용 선언의 문구가 별다른 수식 어귀 없이 어업을 하는 선박으로 단순 명료하게 기재되어 있고 만일 선박을 제한하려 하였으면 카나다가 이를 명시하였을 것이나 그리 하지도 않았고 그럴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문제된 구절을 기재되어 있는대로 해석하지 않는 것은 명료한 문안과 작성자의 의도와 상충된다고 설시하였다(para. 74~77).
조치의 집행(.. and the enforcement of such measures)과 관련하여 스페인은 관할 영역 외에서 무력을 사용한 것은 ICJ 의 관할권을 배제한 범위 내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연안어업보호법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의 불가피한 무력 사용을 인가하고 있고 카나다가 스페인 어선에 대해 수행한 정선, 승선, 나포 행위는 보존 및 관리 조치 집행을 위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범위 내에 속한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이상의 심리를 토대로 이 사건은 카나다의 관할권 수용 선언 2 조(d)의 유보 사항에 해당하며 따라서 재판부는 이를 심리할 관할권이 없다고 확인하였다(para. 78~84).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disputes arising out of or concerning conservation and management measures taken by Canada with respect to vessels fishing in the NAFO Regulatory Area, as defined in the Convention on Future Multilateral Co-operation in the Northwest Atlantic Fisheries, 1978, and the enforcement of such meas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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