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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Platforms 사건(Iran v. USA, 2003. 11. 6. 판결) 본문

Oil Platforms 사건(Iran v. USA, 2003. 11. 6. 판결)

국제분쟁 판례해설/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2019. 10. 16. 12:10

52. Oil Platforms 사건(Iran v. USA, 2003. 11. 6. 판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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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미국적 유조선과 미 해군 함정이 각각 이란의 미사일과 기뢰 공격을 받은데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이란의 해상 원유 시설을 공격한 것이 1955 년 미-이란 우호경협영사조약(이하 1955 년 조약) 위반이라고 이란이 제소한 사건이다. 1980 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양국은 교전상의 편의와 민간 선박의 피해 예방을 위해 항해 금지 구역을 설정하였다. 1984 년 이라크는 이란산 원유를 수송하는 민간 유조선을 공격하기 시작하였고 이란도 반격하자 1984 년~1988 년간 다수의 민간 선박과 중립국 해군 함정이 전투기, 미사일, 기뢰 등에 의해 피해를 보게 되었다.

 

다수의 국가는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는 자국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군함 파견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였다. 쿠웨이트는 1986 년말부터 자국 유조선을 영국, 미국에 등록하여 이들 국가 국기를 게양하고 항해하게 하였으며 미국은 실제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기를 게양한 선박에 대해서 1987 년 7 월부터 군함으로 호위하기 시작하였다. 영국, 프랑스,  이태리 등도 유사한 조치를 시행하였다. 이러한 와중에 1987 년 10 월 16 일 미국에 치적한 쿠웨이트 유조선 Sea Isle City 호가 쿠웨이트 인근에서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 미국은 이란의 소행으로 단정하였고 10 월19 일 페르시아 공해상에 있는 이란의 원유 시추 및 정제 시설 세 곳을 공격한 후 자위 조치였다고 국제연합에 보고하였다. 1988 년 4 월 14 일에는 민간 선박 호위 작전을 마치고 귀환 중이던 미 해군 USS Samuel Roberts 호가 부유 기뢰에 의해 폭파되었다. 사망자는 없었다.

 

미국은 이란이 부설한 기뢰에 피폭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흘 후인 4 월 18 일 해상 원유 시설 두 곳을 공격하고 역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하였다. 이 작전은 원유 시설 두 곳만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아예 사마귀 작전(Operation Praying Mantis)이라는 명칭하에 대규모 보복 작전을 전개한 것으로 항공모함까지 동원하여 원유 시설 외에 다수의 이란 해군 함정을 격침시켰다. 이란은 미국의 두 차례 공격 행위가 1955 년 조약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1992 년 11 월 2 일 미국을 ICJ 에 제소하였다. 미국은 군사적인 무력 사용은 이 조약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ICJ 의 관할권을 부인하였으며 설사 인정된다 하더라도 동 조약상의 안보상 필요 조치에 대한 면책 조항에 의거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반론을 제기하였다. 아울러 오히려 이란이 미국에 대해 각종 적대 행위를 자행하였으며 이는 1955 년 조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반대 항변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관할권

 

     미국은 1955 년 우호조약은 무력 사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ICJ 의 관할권을 부인하였다. 미국은 19955 년 조약은 타방 당사국 영토 내에서의 일방 당사국의 재산과 이권 보호, 교역, 산업, 재정상의 활동에 있어서의 공평하고 비차별적인 대우 보장 등 주로 상무와 영사에 관한 것으로서 무력 사용과는 무관한 조약이라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1955 년 조약은 체약국에게 다양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의무와 합치되지 않는 체약국의 행위는 불법이고 타방 체약국의 조약상의 권리를 무력으로 위반하는 것은 여타의 수단을 활용하여 위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법적이라고 언급한 후 무력 사용과 관련된 문제는 그 자체로 1955 년 조약의 관할 범주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판정하였다(관할권 판결문 para. 21).


이란은 자신이 미국에 대해 1955 년 조약 1 조, 4(1)조, 10(1)조 위반 시비를 제기하는 것이고 이는 불가피하게 해당 조항의 해석과 적용을 수반하므로 조약 21(2)조 208 에 의거하여 재판부의 관할권이 성립된다고 주장하였다. 미국과 이란 간에는 견고하고 영속적인 평화와 진정한 우호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1955 년 조약 1 조209와 관련하여 이란은 이 조항은 단순한 희망이나 권고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평화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라는 실질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따라서 ICJ 는 미국의 무력 사용이 조약 1 조와 관련하여 적법한지 여부를 심리할 관할권이 있다는 견해를 개진하였다.

 

미국은 조약 1 조는 열망의 서술에 불과하고 순전히 상무 및 영사에 관한 1955 년 조약의 맥락상 ICJ 는 이란의 시비를 심리할 관할권이 없다고 반박하였다.재판부는 1955 년 조약 서문에 조약의 목적을 상호 호혜적인 교역 및 투자 그리고 보다 긴밀한 경제 관계 전반을 진작하고 양국간의 영사 관계를 규율하는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조약의 조항 자체가 타방 체약국민의 거주(2 조), 회사의 지위 및 사법 제도에의 접근권 보장(3 조), 타방 체약국민 기업의 재산 보호(4 조), 부동산 및 지재권 보호(5 조), 조세(6 조), 과실 송금(7 조), 관세 및 수수료(8 조, 9 조), 상업 및 항해의 자유(10 조, 11 조), 영사의 권한과 책임(12~19 조) 등 모두 상무 및 영사 관련 사항을 규율하고 있음을 주목하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1955 년 조약의 대상과 목적을 양국간의 전반적인 평화 및 우호 관계를 규율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평화 및 우호 관계가 양국간의 교역, 재정, 영사 관계 발전의 전제 조건이며 이러한 발전은 다시 양국간의 평화와 우호 관계를 강화하리라는 양국의 의도가 표현된 것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아울러 1955 년 조약 1 조는 여타 조항의 해석과 집행에 고려해야 할 목적을 설정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미국은 1955 년 조약 1 조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안이 이란뿐 아니라 중국, 이티오피아, 오만과의 우호통상조약에 포함되어 있으며 동 조항의 의미에 대해 본질적으로 해당 조약의 우호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의회에 보고한 사실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 점도 고려하여 1955 년 조약 1 조에 천명된 평화와 우호 관계의 목적은 타 조항 해석에 준거를 제공하려는 법적인 의미가 있으나 그 자체만으로 독립하여 ICJ 의 관할권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para. 27~31). 1955 년 조약 4(1)조210는 타방 체약국민과 자산 등에 대해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부여하고 비합리적이거나 차별적인 조치 시행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란은 국민과 자산의 소재 지역을 불문하고 이 의무가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공해 상의 석유 시추 시설을 공격한 미국의 행위의 적법성 여부를 이 조항을 근거로 심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미국은 이 조항은 체약국 영토 내의 상업적이거나 사적인 목적 범주 내에서 적용되는 것이지 타방 체약국민과 회사에 대한 모든 피해를 방지한다는 포괄적인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며 무력 사용은 이 조항에 근거하여 심리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타방 체약국 국민, 기업, 자산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할 것과 비합리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금지하며 정당하게 획득한 계약상의 권리를 실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하라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서 자연인과 법인이 사적이고 영업적인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받아야 할 대우의 방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다시 말해 타방 체약국 개인과 기업, 그리고 그들의 자산에 대한 일방 체약국의 대우에 관한 것이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미국의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4(1)조는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규범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재판부의 관할권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정하였다(para. 36). 1955 년 조약 10(1)조 211 는 두 체약국 영토 간에는 교역과 항해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10(2)조부터 10(6)조는 선박에 대한 내국민 대우, 피항의 자유 등 모두 선박에 관한 규정이었다. 이란은 이 조항은 단지 해상 교역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총체적인 교역 전체를 상정하고 있고 이를 영토상의 제약 없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상품의 구매 및 판매는 물론 그를 위한 모든 단계의 행위(운송, 보험,  계약 등)도 포함하며 미국의 무력 행위의 적법성을 이러한 견지에서 평가할 수 있는 관할권이 재판부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반면 미국은 이 조항은 항해 자유를 규정하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교역'이란 해상 교역, 그리고 상품의 실제 매매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비록 조항 전체에서 해상 교역을 언급하고 있기는 하나 조약 자체가 교역과 상업 전체를 규율하고 있고 이 조약이 대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1928 년의 구 조약 역시 교역 전체를 관장하였음을 감안할 때 1955 년 조약은 교역 전체와 관련된 것이며 해상 교역에 국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조약 4 조에 언급된 조약의 적용 대상 활동이 체약국민 기업의 활동의 효과적인 수행에 필요하거나 부수되는 기타의 모든 활동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도 지적하였다. 교역이 상품의 매매 활동에 국한되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그럴 경우 교역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前 단계의 활동(교역을 위한 상품의 구매 행위 등)이 포함되지 않게 되며 '교역'을 통상적인 의미의 교역과 다르게 사용하려는 체약국의 의도가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교역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와 법률적인 정의를 제시하면서 교역은 체약국이 '교역'을 통상적인 의미 또는 법률적인 의미, 국제적 또는 국내적인 의미 어디에서 채택하였는지와 무관하게 상품의 매매 이상의 넓은 의미를 갖는다고 설시하였다. 또한 교역의 자유를 단순한 상품의 매매뿐만 아니라 생산, 운송까지 포함한다고 판시한 PCIJ 판례(Oscar Chinn 사건)도 인용하면서 이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0(1)조의 교역을 매매뿐 아니라 상업 행위와 일체적으로 관련되는 매매 보조 할동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결론지었다(para. 41~49). 재판부는 10(1)조가 교역만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역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음을 환기하면서 이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는 10(1)조에 의해 금지된다고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이란의 석유 생산은 이란 경제의 핵심으로서 대외 교역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도 언급하고 이와 같은 견지에서 석유 시설의 파괴는 19(1)조에 보장된 교역이 자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실하며 파괴 행위의 적법성을 재판부가 평가할 수 있다고 정리하고 미국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재판부는 1955 년 조약 1 조가 그 자체로 법적인 권리나 의무를 생성하지는 않으나 여타 조항의 해석에 원용할 수 있으며 1 조에 적시된 견고하고 영속적인 평화와 우호 관계라는 정신과 의도는 1955 년 조약 전체를 작동시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따라서 의심이 갈 경우에는 우호 관계를 달성하려는 전체적인 목적에 맞게 조약을 해석해야 한다고 부연하였다(para. 50~52). 이상의 심리를 토대로 재판부는 미국과 이란 간에 1955 년 조약 10(1)조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분쟁이 존재하며 이 분쟁은 조약 21 조(2)에 의거하여 재판부의 관할 사항에 속한다고 판결하였다(para. 53~55).

 

2) 자위 조치 구성 요건

 

     본안 심리가 개시되자 미국은 자신의 이란 원유 시설 공격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자위 조치였으므로 안보상의 이익 보호를 위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 1955 년 조약 20(1)조(d)212 의해 정당화된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동일한 문안이 미국-니카라구아 우호조약에도 포함되어 있어 Militarty and  Paramilitary Activities 사건에서 미국이 동일한 항변을 제기한 바 있음을 환기하고 동 사건 재판부가 해당 조치는 의도한 목적 달성에 필요해야 하며 필요성 여부는 당사국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가 평가하는 것이라고 판시 213 한 점과, 해당 조치가 자위 조치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국제법상 필요성 외에 비례성도 충족해야 한다고 판시 214 한 점을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미국의 공격 행위의 적법성 여부를 자위 조치에 관한 국제법의 견지에서 1955 년 조약 20 조(1)(d)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자위 조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무장 공격이 선행되어야 하고 자위 조치의 필요성과 최초의 무장 공격에 대한 비례성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미국의 자위 조치에 선행하는 이란의 무장 공격 여부에 대해 살펴보았다.

 

3) 이란의 선제 공격 여부

 

     1987 년 10 월 19 일 4 척의 미 해군 구축함은 이란의 Reshadat 해상 원유 복합 설비群의 R-3, R-4, R-7 3 개 시추 시설을 공격하였다. 당초 R-4 는 공격 대상이 아니었으나 포격 범위 내에 소재하는 점이 공격 중에 발견되어 공격해버린 臨機 표적이었다. 공격 당시 이들 시설은 이전의 이라크군의 공격으로 인해 복구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가동되지는 않고 있었다. 미국은 공격 후 UN 안보리에 1987 년 10 월 16 일 미국 치적선 Sea Isle City 호가 이란으로부터 Silkworm 지대함 미사일 공격을 받은데 대응하여 UN 헌장 51 조상의 자위권을 행사, Rashadat 시설을 공격했다고 보고하였다. 미국은 이 시설이 미군 함정의 기동 상태를 레이더로 감시하였으며 비전투 선박을 공격하는 소형 선박의 기지였고 미군 헬기에 대해 발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Rashadat 공격 행위가 자위 조치로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Sea Isle  City 호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이란에 의해 수행되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미사일 공격 주체가 이란이라고 미국이 제시한 증거는 동 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기지의 위성 및 항공 사진과 분석 보고서, 중국산 Slikworm 미사일로 추정된다는 전문가 견해, Sea Isle City 호로 향하는 미사일 궤적을 보았다는 증언이었다.  이란은 증거로 제출된 사진 해상도가 불량하고 통상적인 Silkworm 발사 기지의 형태가 아니며 미군의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이란이 운영 중인 미사일 기지는 사고 해역에서 훨씬 이격된 호르무즈 해협 인근 1 곳에 있을 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미국이 미사일 파편과 같은 물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고 증거 사진도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증언도 사건 직후가 아니라 10 년이 지나 재판 진행 중에 회고하여 언급된 것이며 미사일이 Sea Isle  City 호에 탄착한 장면을 목격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위로 지나간 미사일 궤적을 보았고 수분 후에 Sea Isle City 호가 피격되었다는 것으로서 신뢰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하였다. 증언의 아랍어본에는 미사일 궤적을 보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다. 미국은 피격 사건 발생 3 개월 전에 이란 대통령이 미국이 떠나지 않으면 공격할 수 있다고 발언한 점도 제기하였으나 재판부는 이를 이란 공격의 증거로 삼기에는 증거력이 부족하다고 폄하하였다.

 

미국은 군사 잡지에서도 이란의 소행이라고 보도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이는 2 차 증거에 불과하고 공적인 정보 출처에 언급하고 있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Military and Paramilitary Activities 사건에서 언론 보도는 아무리 수효가 많더라도 원 정보 출처보다 더 큰 증거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시215된 바 있음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이상을 토대로 재판부는 미국이 제출한 증거는 이란 소행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였다(para. 58~61).


이란 석유 시설에 대한 미국의 두 번째 공격은 1988 년 4 월 18 일 수행되었다. 이란의 Salman 과 Nasr 석유 시설은 미 해군 구축함의 함포 사격과 전투기와 헬기의 공습을 받고 완파되었다. 수일 전 1988 년 4 월 14 일 미해군 USS Samuel B. Roberts 호가 피격되자 미국은 이란이 부설한 기뢰에 의한 피폭이라고 단정하고 함공모함과 10 여척의 전투함을 동원하여 이란 해군에 대한 작전을 전개하였다(Operation Praying Mantis).  Salman 과 Nasr 시설 공격은 이 작전의 일환이었고 이외에도 이란 군함 2 척이 격침되는 등 상당한 피해가 야기되었다. 작전 종료 후 미국은 UN 안보리에 은 Samuel  Roberts 호에 대한 기뢰 공격에 대한 자위 조치로서 필요하고 비례적인 수준에서 군사 작전을 전개하였다고 보고하였다.

 

 

Samuel Roberts 호가 접촉한 기뢰가 이란에 의해 부설되었다는 증거로 미국이 제시한 것은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기뢰가 이란제라는 것뿐이었다. 이란은 이라크와 전쟁 중이었으므로 방어 목적에서 기뢰를 부설한 것은 인정하였으나 부설 해역은 사고 해역에서 훨씬 이격된 곳이라고 항변하였고 미국이 아무런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항변하였다. 재판부는 해상 기뢰가 이란과 이라크에 의해 다수 설치되었으므로 이란의 여타 해역에서 기뢰를 설치한 사실이 이 사건 기뢰도 이란이 설치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사고 인근 해역에서 이란제 기뢰를 발견했다는 것은 비록 상당히 암시적이기는 하나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이란 기뢰에 의한 Samuel Roberts 호의 피격 증거가 결정적이지 못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Salman 과 Nasr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Samuel Roberts 호에 대한 기뢰 피격이라는 형태의 무장 공격에 대항하여 정당하게 수행되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para. 68~72).

 

4) 자위 조치의 필요성과 비례성 충족 여부

 

자위 조치의 필요성과 비례성 심리에 앞서 재판부는 Military and Paramilitary  Activities 사건에서 국제 관습법상 무장 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의 적법성 여부는 자위 조치로 채택된 수단의 필요성과 비례성 기준 준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판시216되었으며 무장 공격에 비례적이고 그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 한해서만 자위 조치가 인정된다는 것은 국제 관습법상 확립된 원칙이라고도 확인한 바217있다고 인용하였다. 미국은 이란 원유 시설에 대한 공격이 필요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이 시설이 미 해군 함정의 기동을 탐지하고 있었고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 기지였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은 Rashadat 시설에서 폭파 전에 탈취한 문서에서 이 시설의 군사적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란은 해당 시설에 소수의 군인이 상주한 것은 인정하였으나 국가 기간 시설을 전시에 보호하기 위해서 당연한 조치라고 반박하였고 이미 이전에 이라크로부터 한 차례 공격을 당한 사례가 있어 순전히 방어 기능을 수행하였을 뿐이라고 항변하였다. 이란은 나아가 해당 문서를 미국이 오역하였고 본래 의미는 원유 시설의 방어적 기능과 합치된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미국이 이란의 기뢰 설치에 대해서는 비교전국 선박의 항해 안전을 위협한다고 수 차례 항의하였으나 원유 시설이 군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항의를 제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음을 주목하였다. 이는 해당 시설을 군사 작전의 목표로 삼은 행위가 필요했다는 점을 뒷받침하지 않으며 1987 년 10 월 19 일 Rashadat 의 R-4 시추 시설은 원래 계획에도 없이 즉흥적으로 타격 목표로 선정된 점에서도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para. 76).


비례성의 경우 1987 년 10 월 19 일 공격은 비례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1988 년 4 월 18 일 공격은 인정할 수 없다고 언급하였다. 4 월 18 일 공격은 대규모 보복 작전의 일환으로 수행된 것으로서 비록 이란이 이 작전으로 격침된 이란 군함 등은 제외하고 원유 시설에 국한하여 시비하고 있으나 비례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맥락상 전체 작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기뢰 피격에 의해 함정 1 척이 손상을 입기는 했으나 격침되지는 않았고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2 척의 이란 군함을 격침시키고 다수의 해군 시설과 공군기를 파괴한 전체 작전의 규모에 대해 눈 감을 수 없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전체 작전은 물론 원유 시설의 파괴도 이 사건의 상황상 자위 조치로서의 비례적인 무력 사용이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para. 77).

 

이상을 토대로 재판부는 미국의 2 차례 공격 행위는 국제법상 자위 조치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무력 사용에 해당하고 1955 년 21(1)조가 규정하는 조치의 범주에 속하지 않으므로 미국의 핵심적인 안보 이익 보호에 필요한 조치로서 21(1)조(d)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para. 78).

 

5) 교역 자유 침해 여부

 

     이란은 미국의 공격은 양국간 교역의 자유를 규정한 1955 년 조약 10(1)조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원유의 생산, 저장, 수송 시설 파괴 행위는 수출 상품의 파괴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하였다. 미국은 공격당한 시설에서 추출한 원유는 그 상태로는 수출할 수 없고 별도의 시설에서 탈수 등 추가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수출 가능한 상품이 되는 것이므로 미국의 원유 시설 공격은 원유 그 자체를 파괴한 것이 아니며 해당 시설은 수출 상품 생산 시설도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자신의 공격 행위는 조약 10(1)조의 교역의 자유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였다.

 

이란은 원유가 그 상태로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수출할 수 있는(destined for export) 상품인지가 핵심이라며 해당 시설에서 생산된 원유는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교역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는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의 보관, 수송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포함한다고 관할권 심리시 판결하였음을 환기하면서 해당 시설이 주로 원유를 시추하여 1 차 가공 후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송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수출용 상품의 보관, 수송 시설을 파괴 행위는 원칙적으로 교역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로 보아야 하며 원유 생산과 수송을 담당하는 시설을 파괴한 군사 행위는 원유 교역을 불가능하게 하였고 교역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10(1)조 위반 여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교역의 자유가 아니라) 양국간의 교역의 자유가 침해되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보았다(para. 86~89).


미국은 공격 당시 Reshadat 시설은 이라크 폭격에 의해 이미 가동이 중단된 상태여서 양국간 교역에 개입하거나 기여할 여지가 없었고 1987 년 10 월 29 일 미국은 원유를 포함한 이란 상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행정명령 12613 호)하여 시행 중에 있었으므로 1988 년 4 월 18 일의 Salman 및 Nasr 시설 공격도 양국간 교역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문제의 공격 행위는 1955 년 조약 10(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행정명령 12613 호 시행 전까지 이란산 원유가 미국에 수입된 것에 대해서는 양국의 다툼이 없었다. 이란은 Reshadat 는 공격 당시 재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고 반박하였으나 재판부는 교역이 실질적으로 방해되어야 교역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인정할 수 있으며 미래 교역의 잠재력에 대한 손상까지 확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만일 Reshadat 가 공격을 받지 않았더라면 Reshadat 가 양국간 교역에 참가할 수 있었다는 증거를 이란측이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한편 이란과의 교역을 전면 금지한 행정명령 발효일이 1987 년 10 월 29 일인 점을 감안할 때 이란의 주장은 성립할 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행정명령은 Salman 및 Nasr 공격 당시 이미 시행 중이었다. 재판부는 조약 10(1)조를 해석하는데 있어 행정명령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란은 비록 행정명령이 발효되었지만 간접 교역의 형태로 이란 원유가 미국에 계속 수출되고 있었다고 항변하였다. 유럽이 이란 원유를 구매하여 가공한 석유 및 석유 제품을 미국이 수입하였고 실제로 이란의 대 유럽 원유 판매와 미국의 유럽산 석유 및 석유 제품 수입액이 행정명령 시행 후 증가하였다는 통계를 제출하였다. 재판부는 문제의 핵심은 이란산 원유에서 유래한 상품이 미국에 수입되었는지 여부가 아니라 양국간에 1955 년 조약이 의미하는 원유의 교역이 존재하였는지 여부라고 정리하고 이란이 제기하는 간접 교역은 미국과 이란간의 교역이 아니라 이란과 유럽, 유럽과 미국의 교역이라고 확인하였다.

 

이상을 근거로 재판부는 1987 년 10 월 19 일 Reshadat 시설 공격시 동 시설이 가동중이지 않았으므로 양국간의 교역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미국의 동 시설 공격 행위는 조약 10(1)조에 의해 보호되는 양국간 교역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으며 1988 년 4 월 18 일 Salman 및 Nasr 시설 공격 행위는 이미 당시 행정명령 12613 호에 의해 양국간 교역이 전면 금지된 상태였으므로 역시 10(1)조상의 이란의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para. 98).

 

6) 미국의 반대 청구

 

     미국은 오히려 이란이 무력을 사용하여 페르시아만 내의 해상 교역에 위험과 피해를 초래하였다고 주장하고 1955 년 조약 10(1)조를 위반하였다고 항변하였다. 미국이 이란의 소행으로 제기한 무력 행사는 네덜란드로 항해중인 유조선의 기뢰 피격, UAE 선박의 기뢰 피격, 미국인 소유 라이베리아 치적선(置籍船)에 대한 미사일 공격, 일본행 미국인 소유 라이베리아 치적 유조선에 대한 고속정 습격, 사우디 발 미국행 미국인 소유 바하마 치적 유조선의 기뢰 피격, 일본행 미국인 소유 라이베리아 치적 유조선에 대한 함포 공격, 카타르 행 미국인 소유 영국 치적 유조선에 대한 고속정 습격 등으로서 1987 년 7 월부터 1988 년 6 월간의 기간 동안 발생한 것이었다.

 

모두 행선지가 미국 외 제 3 국이었다. 재판부는 공격 주체의 이란 여부를 떠나 피해 선박이 미국과 이란간의 교역이나 항해에 종사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하므로 10(1)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미국은 비록 피해 선박이 직접적으로 미-이란간 교역에 참가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이란의 공격으로 인해 페르시아 만 전체의 상황이 불안하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양국간 교역의 자유와 항해의 자유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10(1)조 위반에 해당한다는 논리도 개진하였다. 재판부는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페르시아 만 상황이 전체적으로 위험하게 된 것은 교전 지역의 속성상 불가피하며 이 사실만으로 이란이 조약 10(1)조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하고 미국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미국이 이란의 행위로 인해 양국간의 교역이 실질적으로 방해받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부연하였다(para. 121~123).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2. Any dispute between the High Contracting Parties as to the interpretation or application of the present Treaty, not satisfactorily adjusted by diplomacy, shall be submitted to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unless the High Contracting Parties agree to settlement by some other pacific means.

 

2) 1. There shall be firm and enduring peace and sincere friendship between US and Iran.

 

3) 1. Each High Contracting Party shall at all times accord fair and equitable treatment to nationals and companies of the other High Contracting Party, and to their property and enterprises ; shall refrain from applying unreasonable or discriminatory measures that would impair their legally acquired rights and interests; and shall assure that their lawful contractual rights are afforded effective means of enforcement, in conformity with the applicable laws.

 

4) 1. Between the territories of the two High Contracting Parties there shall be freedom of commerce and navigation.

 

5) The present Treaty shall not preclude the application of measures:

(a)~(c)

(d) necessary to fulfil the obligations of a High Contracting Party for the maintenance or restoration of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or necessary to protect its essential security interests.

 

6) ICJ Reports 1986, p 141, para. 282

 

7) ICJ Reports 1986, p. 103 para. 194

 

8) Widespread reports of a fact may prove on closer examination to derive from a single source, and such reports, however numerous, will in such case have no greater value as evidence than the original source(ICJ Reports 1986, p. 41, para. 63).

 

9) ICJ Reports 1986, p. 103, para. 194

 

10) ICJ Reports 1986, p. 94, para.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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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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