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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마샬 군도가 영국, 인도, 파키스탄이 핵군축 협상을 하지 않고 핵군비를 개선, 유지하고 있는 것이 핵확산방지조약(NPT) 위반에 해당한다고 제소하였으나 이들 국가와의 분쟁이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해 ICJ 의 관할권이 부인된 사건이다.
마샬 군도 공화국은 약 1000 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태평양 중앙의 신생 공화국이다. 미국의 신탁통치 아래 있다가 1991 년 독립하였다. 미국 신탁통치 시절인 1946 년부터 1958 년까지 핵무기 실험장으로 사용된 까닭에 마샬 군도는 핵무기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968 년 7 월 1 일 핵확산방지조약이 체결되었으며 조약 6 조396는 핵군비 경쟁 종료 및 핵군축 및 완전 철폐를 위한 실효적인 협상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2014 년 4 월 24 일 마샬 군도는 중국, 북한,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미국, 영국이 6 조의 협상 수행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 국가를 ICJ 에 제소하였다. 인도, 파키스탄, 영국에 대해서는 ICJ 강제 관할권을 재판 청구의 근거로 삼았으며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ICJ 재판 규정 38(5)조를 근거로 재판에 참여할 것을 초청하였으나 이들 국가가 이를 묵살함으로써 인도, 파키스탄, 영국(이하 분쟁 3 국)에 대해서만 재판 절차가 개시되었다. 이들 3 개국은 마샬 군도와는 NPT 6 조에 관한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ICJ 의 관할권을 부인하였다. 재판부는 분쟁 3 국에 대한 마샬 군도의 재판 청구를 각각 심리하여 2016 년 10 월 5 일 3 건의 판결문을 발표하였으나 내용은 국별로 특정된 사안을 제외하고 모두 동일하였다(이 사건 해설은 영국과의 판결을 중심으로 작성).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마샬 군도는 자신이 국제 회의에서의 공개 발언이 핵보유국과 핵 군축/철폐 협상과 관련하여 분쟁이 있음을 나타낸다고 주장하였다. 2013 년 9 월 26 일 개최된 UN 핵군축 고위급 총회에서 마샬 군도 외교 장관이 핵군축 책임 완수 및 노력 강화를 촉구하였고 2014 년 2 월 13 일 핵무기의 인도적 영향에 관한 회의에서 핵무기 군축 협상은 NPT 6 조상의 의무이며 핵무기 보유 국가는 이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것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마샬 군도와 핵보유국간에 분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마샬 군도는 핵군축 관련 UN 결의안 채택시 분쟁 3 국이 반대한 것도 분쟁 존재의 근거가 된다고 부가하였다. 분쟁 3 국은 상대국이 시비를 제기하기 전에는 분쟁이 있음을 알 수 없으므로 분쟁을 제기하려는 국가는 상대국에 대해 시비를 통지하여야 하며 시비 통지는 분쟁 존재의 조건이라고 주장하고 마샬 군도는 외교 경로 등을 통해 분쟁 시비를 통지해 온 바 없다고 항변하였다. 국제 회의에서의 마샬 군도의 발언 2 건에 대해 발언의 내용이나 정황상 일반적인 입장 표명이지 특정국가에 대한 분쟁 제기라고 볼 수 없으며 영국은 특히 2014 년 2 월 회의에는 자신이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시비의 사전 통지와 관련하여 영국이 근거로 인용한 UN 국제법 위원회의 국가 책임 초안 43 조, 48 조는 피해를 주장하는 국가는 피해 초래 국가에게 자신이 시비하는 바를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위원회의 동 초안 해설서에는 이들 조항은 국제 법정의 관할권 또는 수리 가능성과는 관계가 없다고 적시하였으며 강제 관할권 수용에 근거하여 관할권을 행사하게 되는 경우에는 해당 수용 선언에 시비의 사전 통지 조건이 부과되어 있지 않는 한 시비가 사전 통지되지 않은 분쟁에 대해 ICJ 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분쟁 존부가 관할권 문제로 시비된 지금까지의 판례는 실체적인 분쟁의 존재 여부가 쟁점이었지 분쟁의 형태나 상대국에 통지된 방식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고 첨언하였다(판결문 para. 45).
국제 회의 발언이 분쟁 근거라는 주장과 관련하여 재판부는 분쟁 당사국간 교환된 성명이나 문건뿐 아니라 다자 회의에서의 교환도 분쟁도 분쟁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하며 이를 위해 성명이나 문건의 내용, 발표자나 작성자, 의도된 또는 실제의 청중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판례397를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2013 년 9 월 UN 핵군축 고위급 총회에서의 마샬 군도의 발언은 격려하는 내용이지 분쟁 3 국의 법적인 의무 위반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분쟁 3 국의 핵군축 협상 불시행을 적시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지금까지의 국제 사회의 노력을 평가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재판부는 성명은 시비의 대상이 된 국가가 그 대상에 대한 분쟁이 성명 발표국 사이에 존재 또는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명료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시비의 대상을 적시하고 있어야 분쟁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판시한 례 398 를 인용하면서 2013 년 고위급 총회에서의 마샬 군도의 발언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시하였다. 2014 년 2 월 회의 발언의 경우 재판부는 2013 년 총회 발언에 비해 다소 구체적이기는 하나 분쟁 3 국의 위반 행위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행위 특정은 마샬 군도가 주장하는 것처럼 2014 년 회의 발언이 분쟁 3 국의 국제적 책임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특히 필요했다고 지적하였다. 재판부는 2014 년 회의가 핵군축 협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아니라 핵무기의 인도적 영향이라는 광범위한 문제를 다룬 점도 언급하면서 마샬 군도의 발언 내용과 발언이 행해진 상황상의 맥락을 감안할 때 해당 발언은 분쟁 3 국의 특별한 대응을 촉구한 것도 아니며 분쟁 3 국의 무대응에서 마샬 군도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추론할 수도 없다고 언급하고 2014 년 회의 발언이 분쟁의 존재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para. 50).
2013 년 핵군축 고위급 총회 후속 조치로서 UN 총회가 같은 해 12 월 5 일 채택한 결의안 68/32 호는 핵군축 약속 이행과 법적인 의무 준수, 그리고 핵군축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의 신속 개최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샬 군도는 이 결의안에 찬성하였으나 분쟁 3 국은 반대한 행위상의 차이는 분쟁 존재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제 회의의 결의안은 여러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결의안 전체에 대한 특정 국가의 태도를 결의안에 포함된 특정 요소에 대한 태도를 시사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분쟁의 근거로는 더욱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para. 56).
이상을 근거로 재판부는 마샬 군도와는 핵군축 협상 등에 관한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쟁 3 국의 항변을 수용하고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관할권이 없다고 판시하였다(para. 58).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6. Each of the Parties to the Treaty undertakes to pursue negotiations in good faith on effective measures relating to cessation of the nuclear arms race at an early date and to nuclear disarmament, and on a treaty on general and complete disarmament under strict and effective international control.
2) Applic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Convention, Preliminary Objections, Judgment, ICJ Reports 2011(I), p. 94. para.53, p. 100, para. 63
3) Ibid., p. 85, para.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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