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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mens vs. Argentina 사건(ARB/02/8) 본문

Siemens vs. Argentina 사건(ARB/02/8)

투자분쟁 판례해설 2019. 5. 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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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청구인과 체결한 양허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종료한 투자 유치국의 행위는 수용, 충분한 보호 및 안전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된 사건이다. 청구인 Siemens A.G.는 독일 회사로서 아르헨티나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1998년 10월 아르헨티나 당국과 출입국 심사, 개인 식별, 선거인 명부 관리 시스템 및 종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상호 정보 및 자료 소통, 소요 기자재 구입, 설치, 관리 및 전국민 개인 식별 카드 발급 및 송부 등을 골자로 하는 최대 12년 유효기간의 양허계약을 체결하였다. 

 

1999년 8월 아르헨티나는 10월말로 예정된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전국민 개인 식별 카드 발급을 잠정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출입국 관리 시스템은 2000년 2월 개통되었으나 아르헨티나 정부가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아 하루 만에 가동 중단되었다. 2000년 2월 새 아르헨티나 정부는 전국민 개인 식별 카드 발급과 개인 식별 시스템 도입을 중단하였다. 이 제도 도입에 필수적인 지방정부와의 합의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를 제시하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식별 카드 및 시스템 가격 인하와 무료로 발급하는 식별 카드 분량 증대를 다시 협의할 것을 요구하였고 청구인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제시한 양허 계약 수정안을 수용하기로 하였다. 

 

아르헨티나는 수정안을 공식적으로 승인하는 대통령령을 2000년 12월까지 공포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아르헨티나 의회는 격심해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2000년 11월 국가 비상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대통령에게 공공 부분 양허 계약을 재교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으며 청구인은 양허 계약 수정안 승인이 촉진될 수 있다는 기대 하에 기존 양허 계약을 국가 비상법 적용 대상으로 하는 데에 동의하였다. 2001년 5월 3일 아르헨티나 정부는 기존에 합의된 계약 수정안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재교섭안을 제시하였으며 청구인이 수용을 거부하자 5월 18일 기존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였다(대통령령 669/01호). 청구인의 이의 제기도 별도 명령을 공포하여 금지하였다. 청구인은 아르헨티나의 조치는 자신의 투자를 불법 수용한 것이며 공정․공평 대우, 충분한 보호 및 안전 의무 위반 등에 해당한다는 요지로 독일-아르헨티나 투자협정에 근거하여 2002년 5월 ICSID 중재를 신청하였다. 

 

나. 주요 쟁점


1)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한 타 분쟁해결 조항 원용


     아르헨티나는 독일-아르헨티나 투자협정에 따르면 투자자가 중재를 제기하기 전 18개월 동안 국내 법원을 경유하여야 하는데 청구인이 이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에 대해 ICSID는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하여 이러한 요건을 두지 않은 칠레-아르헨티나 투자협정의 분쟁 조항을 원용하겠다고 주장하였다. 아르헨티나는 MFN 조항을 통하여 다른 협정의 절차 규범을 원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MFN 조항을 통하여 제3의 투자협정에 규정된 분쟁해결 절차를 원용하는 것은 MFN 조항을 규정한 취지에 부합하고, 또한 이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보호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면서 청구인의 주장을 인용하였다(관할권 결정문 102-103). 

 

2) 점진적 수용


     아르헨티나의 조치와 부작위로 인해 자신의 투자가 점진적으로 수용되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아르헨티나는 일련의 조치가 각각 청구인의 투자에 대해 수용의 효과에 해당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청구인 스스로 기존 계약 수정에 동의한 것은 계약상의 전체 시스템 운영을 재개한다는 아르헨티나의 약속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계약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고 따라서 점진적 수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아르헨티나는 청구인의 주장은 계약상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다툼이며 국제법은 사적 계약상의 다툼에 관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투자협정 4(2)조 수용 조항에 수용, 국유화 및 유사 조치, 그리고 보상액은 통상의 법적 절차를 통해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수용 여부에 대한 중재판정부의 판정 결과도 아르헨티나 국내 법정에서 다시 심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계약 위반을 이유로 수용 주장이 제기된 이전의 판례를 검토한 후 계약 당사자로서의 국가의 행위가 투자협정 위반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즉 국가에게 국제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국가가 공적인 권한, 정부의 권한을 행사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판정부는 이 기준을 적용할 때 아르헨티나의 계약 종료 조치(명령 669/01호)는 단순한 계약 당사자로서의 행위가 아니라 국가 비상법에 근거한 공적인 권한 행사에 해당하며 출입국 심사 및 개인 식별 시스템 가동을 위한 허가를 부여하지 않은 것도 명백한 정부 권한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하였다(판정문246-260). 청구인이 주장하는 아르헨티나의 행위는 계약 당사자로서의 행위이므로 투자협정과 같은 국제법상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아르헨티나의 주장을 부인하는 것이다. 중재판정 결과를 국내 법원에서 심리할 수 있다는 아르헨티나의 4(2)조 해석도 기각되었다. 판정부는 4(2)조는 수용, 국유화 또는 이에 상응한 조치, 그리고 보상에 관한 조항으로서 법원의 심리대상이 되는 것은 이런 조치와 보상 자체이지 중재판정부의 판정이 아닌 것은 문언상 명확하다고 지적하였다(261). 


점진적 수용을 구성하는 개개 조치 역시 수용의 부정적 효과를 가져야 한다는 아르헨티나 주장에 대해 판정부는 조치 각각이 독립적으로 수용의 효과를 가지지 않아도 전체로서 수용에 해당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판정부는 계약 종료 조치(명령 669/01호)는 계약이 아니라 국가 비상법에 근거한 것이며 항구적인 조치로서 아르헨티나가 취한 계약상의 조치가 아닌 정부 권한 행사에 해당하는 조치 다수가 개개로 보면 수용의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령 669/01호를 통해 수용으로 귀결되었다고 보았다(262-272). 판정부는 국가 비상법이나 명령 669/01호는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채택된 것으로서 수용의 공공성 요건은 충족한다고 보나 수용에 대한 보상은 지불된 바 없음이 확인되므로 아르헨티나의 조치는 보상 없는 수용으로서 투자협정 4(2)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273). 3) 공정․공평 대우, 충분한 보호 및 안전 판정부는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판단 기준이 국제 관습법에 따라 엄격하고 제한적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특히 다툼의 대상이 된 조치를 시행함에 있어 해당 국가의 악의 여부가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판단 기준인지에 대해 판정부는 기존의 판례를 검토한 후 1개 사례 외에는 모두 악의나 적대적인 의도가 있어야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판정부는 투자협정의 목적은 투자의 보호와 증진인데 악의 있는 조치라야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는 이러한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의 대상은 물리적인 안전에 국한된다는 아르헨티나의 주장에 대해서도 판정부는 무형 자산의 (있지도 않은) 물리적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며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은 단순한 물리적 안전을 넘어 선 보다 넓은, 법적인 안전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판단하였다. 

 

판정부는 기존 계약 수정 요구는 기존 계약 가격 인하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법적 안전성을 침해하였고 지방정부와의 합의 필요 사항임을 인지하고 계약을 체결하였으면서도 지방정부와의 합의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계약 종료에 대한 보상과 이의 제기를 금지한 것은 모두 충분한 보호 및 안전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99-309). 4) 자의적‧차별적인 대우 판정부는 자의적‧차별적 조치 판정에 있어 차별의 의도가 결정적이거나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며 해당 조치가 문제가 된 투자에 미친 영향이 결정적인 기준이라고 보았다. 판정부는 청구인이 시비하는 자의적‧차별적 조치는 모두 공정․공평 대우 및 충분한 보호 및 안전 의무 위반이라고 이미 판정되었으며 이들 조치가 자의적이고 차별적이라는 청구인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해당 조치의 자의적‧차별적 조치 해당 여부 판정은 불필요하다고 언급하고 더 이상 심리를 진행하지 않았다(319-321).

 

다. 평가 및 해설


     흔히 제기되는 간접 수용 조치는 투자 유치국이 청구인과 체결한 계약을 파기, 종료하는 것이다. 이 사건 판정부는 계약 당사자로서의 국가의 행위가 투자협정 위반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즉 국가에게 국제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국가가 공적인 권한, 정부의 권한을 행사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판례 역시 투자 유치국이 계약의 당사자로서 행한 행위인지 주권적인 공적 행위인지를 구분하여 전자의 경우에는 간접 수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Waste Management vs. Mexico 2차 사건(ARB(AF)/00/3) 판정부는 청구인의 물리적 재산이 점거, 탈취되지 않았으며 시정부의 계약상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자신의 양허 계약상의 권리가 수용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정부의 계약 준수위반을 수용과 동일 또는 상당한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시정부가 일부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은 인정되나 단순한 계약 위반이 재산의 탈취나 수용에 상당한 조치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Vannessa vs. Venezuela 사건(ARB(AF)/04/6) 판정부는 국제법상 수용이 성립하려면, 문제된 국가의 행위가 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넘어 주권 행사(exercise of sovereign authority)에 기한 것이어야 하는데 베네주엘라는 청구인의 계약 위반 행위에 대해 계약 당사자로서 이를 해지한 것이며 여기에 국가의 주권 행위가 개입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청구인이 다투는 관련 부지 몰수 및 자산 압류는 계약 해지의 결과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지 수용 행위가 아니라고 판정하였다(판정문 207-214). 리투아니아의 양허 계약 종료가 수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던 Parkerings vs. Lithuania 사건(ARB/05/8)에서 중재판정부는 수용은 계약당사자가 아니라 주권 기관이 행사하는 공적인 조치인데 양허 계약의 종료는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리투아니아측이 이 계약의 종료 조항에 근거하여 행사한 계약 당사자의 행위이므로 수용은 아니라고 정리하였다(판정문 443-448). OPC vs. Ecuador 사건(ARB/06/11) 판정부는 에콰도르가 청구인의 귀책사유를 빌미로 석유 개발 사업 계약 자체를 취소한 조치는 과도하며 청구인의 사업권이 영구적으로 탈취 당했으므로 수용에 상당하는 조치라고 판정하였다(판정문 454-455). 

 

우크라이나의 호텔 공동 경영 협약 중단 조치가 수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Alpha vs. ukraine 사건(ARB/07/16)에서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의 경제적 가치가 보상 없이 실질적으로 탈취된 것이고 그 효과가 영구적이며 그 행위의 주체는 정부이므로 수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우크라이나는 경영 협약 중단 조치는 해당 호텔의 상업적 판단에 의한 것이고 정부 당국의 주권적인 권력 행사가 아니라고 반박했으나 중재판정부는 국가 행정청 소속의 호텔의 행위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그 책임이 귀속되는 것이며 정부가 상업적인 기관인 호텔을 통제하여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토록 조치한 결과, 청구인의 재산이 사실상 수용된 것이라고 정리하였다(판정문 409-412). 청구인과 국립대학 간에 체결된 계약이 정부 권고에 의해 종료되었다고 주장된 Bosh, B&P vs. ukraine 사건(ARB/08/11)에서 청구인은 재무부가 국립대학에 계약 종료를 지시한 것은 사실상 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중재판정부는 수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재무부의 행위가 계약상 청구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박탈(substantial deprivation)할 정도라야 하나 재무부는 대학으로 하여금 계약 종료까지도 포함하여 검토할 것을 권고한 것이 명백하므로 계약 종료를 지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수용 주장을 배척하였다(판정문 213-220). 헝가리가 공공적인 목적 아래 청구인과의 관광 지구 개발 사업 계약을 종료한 것이 수용에 해당한다고 시비된 Vigotop vs. Hungary 사건(ARB/11/22)에서 판정부는 계약 종료에 대한 공공의 목적이 인정되지만 헝가리의 양허 계약 종료 행위는 계약 당사자로서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며 부당하게 남용되지 않았으므로 수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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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ISD 투자 분쟁 판례 해설> (김승호 저, 법무부)의 내용을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하에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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