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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계약상의 분쟁을 계약에 명시된 분쟁해결 절차를 활용하지 않고 투자협정에 규정된 ICSID 중재 절차에 회부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청구인 Salini Construttori S.A.는 이태리 건설 회사로서 1993년 요르단 수자원청/요르단 계곡 개발공사(JVA)와 Karameh댐 건설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1997년 완공하였다.
건설 비용은 월별 공사 진척도에 따라 공사 감독관의 승인 하에 지불되었는데 공사 기간 중 Salini사는 수 차례의 추가 비용을 청구하였으나 공사 감독관이 기각하였다. 또한 공사 종료 후 최종 정산 과정에서 기존 영수한 공사비 외에 추가로 지불해야 할 공사 대금에 관해 양측간의 현저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공사 계약 67조에 의하면 계약상의 분쟁은 중재에 회부하기로 합의되지 않으면 요르단 국내 사법 절차를 통해 해결되어야 했다. 요르단 측이 계약상의 분쟁을 중재에 회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각료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Salini사는 2000년 2월 개최된 이태리-요르단 총리 회담시 요르단 총리가 각료 이사회 승인을 확약했다고 주장하였으나 요르단측은 이를 부인하였다. 2002년 8월 Salini사는 이태리-요르단 양자 투자협정을 근거로 ICSID에 중재를 신청하였으며 요르단은 양자간의 분쟁은 계약상의 분쟁이지 투자협정의 의무 위반을 다투는 것이 아니므로 ICSID는 관할권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나. 주요 쟁점
1) 투자협정 9(2)조에 의한 ICSID 관할권 배제 여부
이태리-요르단 투자협정 9(2)조140]는 투자자와 체약국의 기관이 투자 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이 계약상의 분쟁해결 절차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재판정부는 문제의 계약이 ‘투자 계약’에 해당하고 JVA의 요르단 국내법상 법적 지위가 ‘체약국의 기관’에 해당된다는 점을 확인한 후 조문에 계약상의 분쟁은 계약에 기재된 분쟁 절차를 이용해야 한다고(shall) 기술되어 있으므로 여타 분쟁해결 절차의 적용은 배제된다고 판정하였다. 즉 계약상의 분쟁에 ICSID는 관할권이 없다고 본 것이나 다만 9(2)조가 양자 투자협정의 여타 규정에 대해 ICSID가 가질 수 있는 관할권을 박탈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관할권 결정문 93-96).
2) 투자협정 9(1)조, 9(3)조
이태리-요르단 투자협정 9(1)조는 투자자와 체약국간의 분쟁은 최대한 우호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9(3)조는 우호적 해결이 안 될 경우 체약국 국내 사법 절차나 ICSID 중재를 이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중재판정부는 두 조항은 투자자와 체약국간의 분쟁에 관한 것이고 이 사건에서 JVA는 요르단 국내법에 따르면 법인격이 인정되는 독립적인 단체로서 체약국의 기관에 해당하는바 두 조항이 체약국의 기관과 투자자간의 분쟁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이미 9(2)조에 의해 여타 분쟁해결 절차의 적용이 9(3)조의 절차를 포함하여 배제되었으므로 굳이 9(3)조의 적용 여부를 살펴 볼 이유가 없다고 판시하였다(100-101).
3) 최혜국대우
청구인은 이 사건에 대한 ICSID의 관할권은 투자협정 3조 최혜국대우에 의해서도 성립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3조는 여타 국가에 부여한 혜택과 동등한 대우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요르단-미국, 요르단-영국 양자 투자협정은 이 건과 같은 건설 계약상의 분쟁도 ICSID 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3조 최혜국대우 조항상 요르단도 이 사건에 대한 ICSID 중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최혜국대우 조항 문안은 투자협정 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며 영국의 협정이 주로 최혜국대우가 분쟁해결 조항에까지 미친다고 명기하기도 하도 다른 투자협정은 이와 같은 명문이 없이 투자협정에 포함된 ‘모든 권리’, 투자협정의 ‘모든 문제’에 적용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투자협정 3조는 분쟁해결까지 확장된다거나 모든 권리나 모든 문제에도 적용된다고 서술되어 있지 않고 체약국이 협정 체결시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거나 그러한 관행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 청구인에 의해 입증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오히려 판정부는 투자협정 9(2)조의 규정상 계약상의 분쟁에 대해서는 해당 계약에 규정된 분쟁해결 절차를 배타적으로 적용하려는 것이 체약국의 의도로 보인다고 판단하고 이 건에 대해서는 관할권이 없다고 확인하였다(116-119).
4) 우산 조항
이태리-요르단 투자협정 2(4)조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create and maintain in its territory a legal framework apt to guarantee to investors the continuity of legal treatment, including the compliance, in good faith, of all understanding assumed with regard to each specific investor.
청구인은 위 조문과 유사한 문안이 포함된 스위스-필리핀 투자협정 X(2)조141]를 근거로 SGS vs. Philippines 사건 판정부가 이 조항상 투자 유치국이 계약상의 의무를 포함하여 구속력 있는 의무를 준수하지 못했을 경우 이는 투자협정 위반이 된다고 판시하였다고 제시하고 이 사건의 경우 요르단이 Salini사와의 계약 의무를 준수하지 못했으므로 위 2(4)조에 의거, 투자협정 위반을 구성하며 따라서 ICSID의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주장하였다.
요르단은 SGS vs. Pakistan 사건 판정부는 위 2(4)조와 유사한 내용이 기재된 스위스-파키스탄 투자협정 11조142]가 국가의 계약 의무 위반이 자동적으로 국제법 위반으로 격상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원용될 수 없는 것으로 판시하였다고 소개하고 청구인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이태리-요르단 투자협정 2(4)조는 두 당사자가 인용한 협정의 조문과 다소 상이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지적하였다. 2(4)조상 요르단은 필리핀의 경우와 다르게 타방 체약국 투자자의 특정 투자에 관해 부담한(assumed)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으며 파키스탄의 경우와 다르게 타방 체약국 투자자의 투자에 관해 개시한(entered into) 약속의 준수를 보장하지도 않았다고 보았다.
문안상 체약국의 약속은 투자에 우호적인 법적인 골격을 수립 및 유지하는 것이며 그 법적인 골격이란 법에 근거한 대우의 지속성을 투자자에게 보장하는 수준이라고 보았다. 필리핀의 경우처럼 의무를 준수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요르단이 계약상의 의무를 준수해야 할 의무는 있으나 그러한 약속이 양자 투자협정에 반복되지 않았으므로 요르단의 의무는 그 성격상 계약에 국한되는 것이며 계약에 기재된 분쟁해결 절차의 구속을 받는 것이라고 판정하였다(123-127).
5) 투자협정 위반 해당 여부
Salini사는 요르단의 계약 위반 행위는 투자협정의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차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요르단은 설사 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계약 위반일 뿐 협정 위반은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중재판정부는 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Salini사가 주장하는 구체적인 행위의 내용과 그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하였다. Salini사가 협정 위반의 주장만 할 뿐 왜 협정 위반에 해당하는지 충분한 논거과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였다.
중재판정부는 그러나 Salini사가 주장하는 사실이 협정의 공정․공평 대우, 차별 금지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처음부터 배제할 수는 없으며 협정 위반 해당 여부는 주장하는 사실이 입증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협정 위반이 아니므로 관할권이 없다는 요르단의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본안 심리에서 Salini사는 요르단이 이 건 분쟁을 계약 67조 규정에 따라 중재에 회부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각종 정황 자료를 제출하고 이 약속을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차별 금지 위반이라는 주장을 전개하였다.
특히 2000년 2월 양국 총리 회담시 양측은 이 건을 계약상의 중재에 회부하기로 구두 합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Salini측은 이를 입증할 양국 공동의 문건은 제시하지 못하였고 이태리측의 자체 문건만 제시하였다. 요르단측은 총리 회담시 중재 회부가 합의되지 않았으며 요르단 총리는 중재 개시에 필요한 각료 이사회 동의 여부를 확인해 보기 위해 각료 이사회에 상정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했을 뿐이고 실제 각료 이사회에서 논의한 결과, 중재 개시가 승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입증 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중재 개시에 합의하였다는 주장을 Salini사가 하고 있으므로 이를 Salini가 입증하여야 하며 자신이 작성한 일방적인 문서로는 입증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하였다. 중재판정부는 Salini의 주장과 제출된 증거로 볼 때 요르단이 중재 개시 동의를 하고 이를 준수하지 못했다는 볼 수 없다고 판정하고 요르단의 투자협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판정문 99-103).
다. 평가 및 해설
1) MFN 조항에 의한 관할권 확대
투자협정에서 최혜국대우는 제 3국 투자자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기능을 하는 보호의 핵심 조항이다. 투자협정의 각종 권리 보장 조항은 그 대상이 외국인이 투자 유치국 내에 행한 투자를 그 대상으로 하지만 최혜국대우 조항과 내국민 대우 조항은 투자자까지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혜국대우의 이러한 광범위한 보호 기능이 발현되는 통로는 최혜국대우 조항 자체의 위반을 규제하는 것과 최혜국대우 조항을 이용하여 타 협정의 보다 유리한 조항을 차용해오는 것이다.
타 협정의 실질적 권리 보장에 관한 조항을 최혜국대우 조항을 통해 해당 사건에 원용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타 협정의 절차적 규정도 원용해올 수 있는지가 논쟁이 되고 있다. 특히 분쟁 조항의 원용 여부는 논쟁의 핵심으로서 지금까지 10건의 ICSID 판정이 이 쟁점을 심리하였으나 판정부의 견해는 일치하지 않는다. 7:3의 비율로 분쟁해결 조항은 최혜국대우 조항을 이용하여 차용해올 수 있다는 견해가 소수설이기는 하다.
Salini사는 이태리-요르단 투자협정의 최혜국대우 조항에 의거하여 요르단-미국 투자협정, 요르단-영국 투자협정의 관할권 관련 조항이 이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Salini사는 구체적인 사례로 Maffezini vs. Spain 사건(ARB/97/7)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아르헨티나–스페인 투자협정의 최혜국대우 조항을 근거로 칠레-스페인 투자협정의 분쟁해결 조항을 해당 사건에 적용하려고 하였다. 아르헨티나-스페인 투자협정은 국내 사법 절차 종료 이후에 ICSID 중재를 이용토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칠레-스페인 투자협정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 판정부는 청구인의 주장을 인용하여 국내 사법 절차가 종료되지 않아도 ICSID에 중재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중재 판정부는 Maffezini vs. Spain 사건 판정에 대해 treaty shopping의 불확실성을 조장했다고 비판하였다. 아울러 해당 사건 판정부가 단지 투자협정의 문안만을 보고 위와 같이 판시한 것이 아니라 당시 스페인 정부의 관행과 정책이 자국민의 해외 투자에 대해서 투자 유치국의 국내 절차에 구속되지 않고 국제 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방향이었다는 점도 감안하여 청구인이 스페인 국내 절차를 우선 이용하지 않고 ICSID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였다. 최혜국대우 조항을 이용하여 타 협정의 분쟁해결 조항을 차용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ICSID 중재 판정 대립이 심한 이슈이다. 이에 관한 종합 해설은 Ansung vs. China 사건(ARB/14/25)에 수록하였다.
2) 우산 조항
이 사건에서 청구인과 요르단이 각각 제시한 SGS vs. Pakistan 사건과 SGS vs. Philippines 사건 판정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투자 분쟁의 우산 조항을 논하는데 있어 흔히 인용되는 판례들이다. SGS vs. Pakistan 사건 판정부는 투자 계약 위반이 곧 투자협정 위반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며 투자 계약 위반은 계약 내의 분쟁해결 절차를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 근거로 판정부는 스위스-파키스탄 투자협정 11조의 입법, 행정, 계약상의 약속(commitments)을 항상 준수하여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국제법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투자에 관한 약속의 주체는 지방 자치 단체 및 공공 단체 등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계약 위반이 협정 위반이 되면 이 조항의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진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유용성 원리(effet utile143])에 따라서도 계약 위반이 협정 위반을 구성하면 투자협정의 실체적 의무 규정이 무의미하게 된다고 이해했다. 판정부는 계약 위반이 협정 위반을 구성하지 않으면 11조가 무의미하게 된다는 반론에 대해서 우산 조항은 약속 이행에 필요한 입법 등의 조치를 할 의사 표명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따라서 계약의 분쟁해결 조항을 투자 유치국이 거부하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계약 위반이 협정 위반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11조가 무의미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144].
이와 달리 SGS vs. Philippines 사건 판정부는 스위스-필리핀 투자협정 10(2)조의 여하한 의무(any obligation)는 국내법상의 의무, 즉 계약상의 의무도 포함한다고 언명하였다. ‘투자와 관련된 특수한 의무’에서 수용국이 부담하는 의무는 통상적으로 국내법적 의무라고 본 것이다. 아울러 판정부는 투자협정의 목적은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창출하는 것이므로 규정이 불명확한 경우 투자 보호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판정부는 또한 우산 조항은 계약의 분쟁해결 조항을 원천적으로 우선(override) 하는 것은 아니며 순수한 계약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계약상의 분쟁해결 절차를 이용할 수도 있겠으나 10(2)조에 의해 계약상의 의무가 투자협정의 위반으로 인정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투자협정의 분쟁해결 절차가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사건의 판정부는 상호 대립되는 위 두 사건의 판정에 대해 어느 쪽의 입장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견해를 밝히지 않고 이태리-요르단 투자협정의 우산 조항 문안이 위 사건에서 심리된 투자협정의 문안과 다르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판정 논리를 구축하였다.
140] 9(2) In case the investor and an entity of the Contracting Parties have stipulated an investment Agreement, the procedure foreseen in such investment Agreement shall apply.
141] X(2)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observe any obligation it has assumed with regard to specific investments in its territory by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142] 11.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constantly guarantee the observance of the commitments it has entered into with respect to the investments of the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143] 조약 규정은 실제 의미와 효과를 갖도록 해석하여야 한다는 조약 해석의 기본 원리 중의 하나 144] 김여선, 양자간 투자협정의 우산조항에 관한 연구 , 국제거래법연구 제 18집 제 1호 pp 17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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