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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사업 설계 능력이 없는 세이쉘이 거대 개발 금융 회사인 청구인의 내부 자료를 신뢰하여 청구인으로부터 대출금을 기채하였다가 이를 상환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해당 계약 위반이 인정된 사건이다. 청구인 CDC Group은 영국 정부가 투자한 개발 금융 전문 회사로서 1990년과 1993년 세이쉘 공화국에 총 200만 파운드를 대출하여 주었다. 세이쉘은 발전 설비 구매를 위해 기채하였으며 구매하려는 발전 설비가 적절한 것으로 평가한 CDC사의 대출 심사 자료에 근거하여 해당 설비를 구매, 비치하였으나 규격 및 용량 차이로 인해 예상 발전량을 생산하지 못하였고 전기 요금을 징수하여 CDC의 채무를 상환하려는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세이쉘의 채무 변제가 지연되자 CDC사는 대출 계약상의 조항에 근거하여 2002년 11월 ICSID에 중재를 신청하였다.
나. 주요 쟁점
세이쉘은 해당 발전 설비 구매 사업이 타당성이 있다는 CDC사의 심사 자료를 믿고 기채한 것이므로 사업 부진에 대해 CDC사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CDC사가 대출 적정성 판단을 위해 해당 사업 타당성 심사를 한 것은 확인이 되었으나 CDC사는 내부 자료인 심사 결과를 세이쉘과 공유한 바 없다고 주장하였으며 세이쉘은 공적인 경로를 통해 심사 결과를 전달받은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세이쉘은 CDC사와 세이쉘간 오랜 협력 관계에 비추어 CDC사는 세이쉘이 자신의 심사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항변하였으나 이를 입증하지는 못하였다. 세이쉘은 CDC가 발전 설비 구매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과 인적 능력면에서 압도적이고 개도국 사업에 충분한 경험을 갖추고 있으므로 세이쉘의 해당 사업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개진하였다. 정당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CDC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당사자간의 경험과 능력의 차이가 주의의무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고 판정하였다. 세이쉘은 대출 계약에 기재된 채무 상환을 조건 없이 보장한다는 규정은 우월한 지위와 교섭력을 갖춘 CDC사의 압력에 의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중재판정부는 CDC사가 압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정하였다.
다. 평가 및 해설
2016년 CDC사의 총자산은 63억불이며 1,245개의 개발 사업을 수행 중이다. 세이쉘은 인구 9만4천의 소국으로 GDP는 27억불이다. 1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사건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섬에 CDC사 대출금으로 발전기를 설치하려 했던 사업이 용량 및 수요 측정을 잘못하여 차질을 빚은 사건이다. 세이쉘과 같은 왜소국가가 사업 설계와 적정 구매, 관리를 계획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은 자명하고 CDC사와 같은 국제적인 개발 전문 회사의 심사를 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일 것이다.
모든 금융 회사가 그러하듯이 CDC도 대출에 앞서 대출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며 이는 대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내부 자료이고 외부에는 아무런 법적인 효력이 없을 것이다. 내부 자료이므로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대출자에게 보낼 의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이쉘과 같은 왜소국가는 거대 국제 자본의 사업 심사 자료는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이를 입수하여 정책 결정의 근거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이 심사 자료를 믿고 기채하여 시행한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었는데 CDC사는 아무 책임을 분담하지 않고 국제중재에서 법적인 측면으로 시비를 가리는 것이 세이쉘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인지 의문이 남는다.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의 의의 자체는 투자 유치국에 비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개인 투자자에게 공정한 사법 절차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세이쉘과 같은 소국에게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는 오히려 자신보다 이미 우월한 투자자의 이익을 한층 더 보호해주는 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다. Lighthouse vs. East Timor 사건(ARB/15/2)도 비슷한 경우이다. 청구인은 East Timor에게 충분히 알리지도 않고 ICSID 중재 회부가 포함된 첨부 문서를 계약서에 은밀히 첨부한 후 ICSID 중재를 제기하였다. 패소하기는 하였으나 East Timor와 같은 극소 국가를 대하는 거대 외국 자본의 속내를 알 수 있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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