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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2001년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채택된 국가 비상법 및 후속 입법 조치가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이라고 인정된 사건이다.
청구인 El Paso Energy International은 미국 회사로서 아르헨티나 발전 및 석유, 가스(부탄, 프로판 등) 회사 CAPSA와 CAPEX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회사였고 청구인이 대주주는 아니었던 관계로 청구인의 지배, 통제 하에 있지는 않았다. 아르헨티나의 전기 시장은 민영 발전 업자가 전기를 생산하여 송배전 업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으며 아르헨티나 정부는 민간 기업,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전기 구매 단가를 달러로 책정하였고 미국 생산자 물가 지수를 고려하여 매 6개월 조정하였다. 전기 구매 단가(spot price)는 발전 업자의 변동 생산비에 Mwh 당 10불의 용량 비용(capacity payment)을 추가 책정하여 생산성 제고와 설비 투자가 촉진되도록 하였다.
석유, 가스 업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채취와 판매를 보장하였고 새로운 과세나 수수료 부과 금지를 법으로 보장하였다. 각종 계약 역시 전기 시장과 마찬가지로 달러화로 체결할 수 있어서 페소화의 가치 변동으로부터 발생하는 환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었다. 청구인은 이러한 규제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를 하였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극심한 경제 위기에 봉착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02년 1월 국가 비상법(법 25,561호)을 공표하여 페소 대 달러 간 1:1 고정 환율을 폐지하고 달러 표시 채권‧채무를 페소로 전환하였고 달러로 산정되던 공공 서비스 공급 비용을 페소로 전환하였다.
아울러 전기, 가스를 포함하여 공공 서비스 공급 계약상의 주기적인 가격 조정 제도를 폐지하였고 가스, 전기 회사에 기존 공급 계약상의 의무를 계속 이행하도록 강제하였으며 석유 수출시 일정량을 원천 징수하도록 하였다.
국가 비상법으로 인해 청구인은 기존의 규제 체제 근간이 전면적으로 변경되어 투자 당시의 정당한 기대가 침해되었으며 CAPSA, CAPEX의 이익이 감소되어 해당 지분을 헐값에 매각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아르헨티나의 조치는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이며 직간접적인 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미국-아르헨티나 투자협정에 근거하여 2003년 6월 ICSID 중재를 신청하였다. 아르헨티나는 청구인의 주장을 일축하였고 설사 투자협정 위법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국가 비상사태 하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해진 조치이므로 투자협정의 안보상 예외 조항에 의거, 면책 된다고 반박하였다.
나. 주요 쟁점
1) 수용
청구인은 아르헨티나의 국가 비상법에 의한 조치로 인해 자신이 투자했던 아르헨티나 회사들의 수익 및 가치가 하락하여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고 지분을 매각해야 했으며 이는 수용에 상당한 조치에 의해 자신의 투자가 직접, 간접적으로 수용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우선 청구인 소유의 자산이 아르헨티나로 소유권이 정식으로 이전되지는 않았으므로 법적 소유권의 이전을 의미하는 직접 수용은 이 사건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다고 일축하였다. 청구인의 지분 매각이 아르헨티나 조치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사실상 강요된 것이라면 아르헨티나 조치의 수용적 성격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정부는 수긍하였다. El Paso는 전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국제 기업이었으며 아르헨티나 회사 지분 매각은 국가 비상법상 조치가 미치는 영향 외에 El Paso 회사 전체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청구인의 아르헨티나 회사는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와 국가 비상법 조치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계속하였으며 일정 수준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판정부는 청구인의 소유권에 대한 중대한 방해 행위가 없었고 아르헨티나 회사에 대한 청구인 지분이 아르헨티나 정부에 의해 징발되거나 매각을 강요당한 바 없이 청구인의 회사 전체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여 자발적으로 매각한 것으로 확인되므로 간접 수용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판정문 270-278). 당시 아르헨티나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세액 공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경제 위기 및 페소 대 달러 환율 조정으로 인해 청구인의 공제 세액이 감소하게 되었다. 청구인은 새로운 경제 상황에 따라 세액 공제 제도를 기존의 공제액이 유지되도록 개정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간접 수용이라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국가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조세 제도를 조정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불리한 세액 계산이 수용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국가 비상법은 원유와 LPG 수출시 20%를 공제하도록 하였고 이를 세금으로 환산하면 원유 수출 수입에 대해 16.6%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효과가 있었다. 청구인은 이는 일종의 간접 수용이라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원유, 가스에 대한 수출세의 도입은 경제 위기 하에서 채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부의 규제이며 당시 아르헨티나 페소는 미 달러화 대비 200% 이상 폭락하였고 국제 원유가는 상승하여 청구인의 페소화 기준 수익 대비 수출세 비중은 5% 전후라고 계산하였다. 판정부는 이는 합리적인 수준이며 청구인의 소유권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므로 2004년 5월 청구인의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수용적인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판정하였다(294-299).
2) 차별적, 자의적 조치
국가 비상법은 금융기관의 달러 표시 예금은 1:1.4로 페소化하였고 대출은 1:1로 페소화하여 금융 기관의 페소貨 대출 회수액이 줄어드는 손실을 보게 되었다. 청구인은 석유, 가스에 대해 수출세를 부과한 것은 이러한 금융기관의 손실을 보전해줄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회사와 같은 석유, 가스 업체가 금융기관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금융기관의 달러 대출을 페소화로 전환함에 있어 금융기관에 불리한 환율을 적용한 것은 시장의 대출 상환 부담을 낮추어 경제를 조기에 활성화하려는 의도였고 석유, 가스 수출시 수출세를 부과한 것은 페소화의 가치 절하로 인해 수출 업체가 막대한 추가적인 이익을 보게 된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아르헨티나 측의 설명이 타당하다고 인정하였다. 판정부는 국가는 상이한 주체를 규율하는 상이한 법규를 제정할 수 있는 주권적인 권한이 있으며 상이한 법적, 사실적 환경에 기초한 상이한 대우는 투자협정 위반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판정부는 아르헨티나가 주장했던 차별 의도의 부재에 대해 투자협정상의 차별 대우가 성립하기 위해 차별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법적(de jure), 사실적(de facto) 차별의 존재 여부가 관건이나 이 사건 경우에는 두 가지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리하였다(305-316). 3) 공정․공평 대우 기준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 발생 前 전기 도매 시장(송배전 회사가 발전 회사로부터 다량의 전기를 구매하는 시장)에서는 구매 단가가 변동 생산비에 기초한 spot price로 결정되었다. 따라서 생산성이 높은 발전 회사가 유리하였고 달러로 거래되었다. Spot price는 6개월마다 미국 생산자 물가 지수를 반영하여 조정하였다. 또한 발전 회사의 설비 개선, 확장을 유도하기 위해 MWh 당 10 달러의 용량 비용(capacity payment)을 발전 회사에 지불하였다. 2001년 12월 국가 비상법과 그 후속 입법으로 인해 일률적인 구매 단가가 페소로 고지되었고(미 생산자 물가 지수에 따른 주기적 조정 제도 폐지) 달러화로 지불되던 용량 비용도 페소로 1:1로 환산, 지불되었다.
청구인은 이러한 조치로 인해 자신의 회사가 손실을 보았으며 기존의 제도가 유지되리라고 기대했던 자신의 정당한 기대가 침해되었으므로 이는 공정 ․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석유, 가스 시장의 경우 국가 위기법 제정 전에는 석유, 가스 채취, 판매가 자유였으며 로열티, 수수료 등의 추가적인 비용 부과가 금지되었으나 국가 위기법과 그 후속 법령으로 인해 수출세가 새로 부과되고 달러화 기준의 구매 및 판매 계약이 페소화로 1:1로 전환되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역시 이전 제도가 지속되리라는 자신의 정당한 기대가 침해된 것으로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공정․공평 대우의 기준으로 흔히 대립되는 두 가지 견해, 국제관습법상 최소 기준 대우를 의미한다는 주장과 투자협정 체약국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논란에 대해 두 기준의 범위와 내용이 모두 명확하게 정의된 것이 없으므로 논란할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하고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준의 역할이라고 보았다. 판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여되는 내국민 대우와 최혜국대우가 특정의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 최소 기준의 대우를 보장하는 것이 공정 ․공평 대우의 역할이라고 논설하였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여되는 투자 유치국의 대우는 통상 국내법에 의해 부여되는 것인바 설사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대우라 하더라도 국제적인 기준에서 최소한 보장받아야 할 수준에 미치지는 않는지 검토해야 하므로 판정부는 공정․공평 대우란 국제법에 의해 요구되는 최소 기준의 대우라고 이해하였다. 그러나 이 최소 기준은 투자법과 국제법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야 한다고 첨언하였다 (330-337).
판정부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는 투자 유치국의 주관적인 악의가 없어도 침해될 수 있으며 투자자의 주관적인 기대가 아니라 해당 상황과 투자 유치국의 권리에 대한 합당한 고려에 기초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즉 투자자의 투자 수익에 대한 정당한 기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경제를 규제할 수 있는 투자 유치국의 권리 사이에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한 기대는 불가피하게 해당 상황에 따라 변동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상황 차이에 따라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기대 내용이 다를 수 있으며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환경이 격변하면 그에 따라 법규도 심하게 변하리라고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이지 않고 정당화될 수 없는 법적 골격의 변화까지 용인되는 것은 아니며 투자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법규정이 변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고 국가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내 법규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포괄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약속하라는 것은 아니며 국내 법규의 동결을 기대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지적하였다. 판정부는 그러나 법규의 개정이 투자자에 대한 투자 유치국의 특정한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면 공정 ․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할 것이라고 보았다. 특정한 약속이란 특정 투자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행해진 약속일 수도 있고 투자자에게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수립된 특정한 목적일 수도 있다고 설명하였다(356-379). 4)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여부 판정부는 위와 같은 기준을 토대로 청구인이 시비한 아르헨티나 조치의 각각에 대해 심리하였다.
아르헨티나 전기 시장 가격 메커니즘의 변화에 대해 아르헨티나의 전기 및 시장 규제 체제를 통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권리가 청구인이 최초 투자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어떠한 경제 상황 하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이 체제가 불변하리라는 권리를 청구인에게 부여한 것은 아니라고 설시하였다.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고안된 규제 체제를 아르헨티나가 변경하지 않겠다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특별한 약속을 한 것으로는 이해되지 않으며 아르헨티나는 주권 국가로서 전기, 석유, 가스 분야에서 광범위한 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확인했다(390-399). 판정부는 석유, 가스 수출세는 간접 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확인한데 이어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도 아니라고 보았으나 설사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조세 조치는 투자협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투자협정 XII조 규정에 의해 판정부의 관할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석유, 가스 계약의 페소化 조치에 대해서도 외국 수출 계약은 계속 달러 표시가 가능하고 석유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페소化로 인한 손실이 충분히 상쇄되므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447-458). 청구인은 아르헨티나 회사 지분을 2003년 매각하였다. 청구인은 아르헨티나의 조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강요된 행위라고 주장하였으나 판정부는 청구인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고 아르헨티나 조치가 지분 매각의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투자협정의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조치 각각에 대한 공정 ․공평 대우 심리를 마친 후 판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누적되어 투자협정의 위반에 해당하는 효과를 발현할 수 있는지 검토하였다. 판정부는 투자의 요체가 되었던 기준이 전혀 예견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면적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예측된다면 어느 투자자도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주목했다. 청구인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어떤 위기 상황 속에서도 준수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으며 이는 계약 및 주요 가격 산정 기준으로 달러화를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전기 구매 단가(spot price), 변동 생산비, 용량 비용 모두 달러로 산정되었고 미국 생산자 물가 지수에 연동하여 주기적으로 조정한 것은 페소화의 가치 변동으로부터 투자의 가치를 보호하는 핵심 사항으로서 외국인 투자 유치 및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이었다고 강조했다. 페소화의 가치 등락이 심했던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상 이러한 환율 리스크 면제 조치는 강력한 투자 유인책이었다고 평가하였다.
중재판정부는 기존 전기 규제 체제 전반은 페소의 가치 변동이 달러화 전기 구매 단가를 본질적으로 변경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제공하였으며 각종 계약의 달러화 표시 정책은 청구인과 같은 투자자에게 대한 일종의 특별한 약속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아르헨티나의 국가 위기법 및 후속 입법상의 조치는 개개를 별도로 보면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로 이해될 수 있으나 그의 누적적인 효과는 기존의 체제의 전반을 전면적으로 변경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조치 개개로는 위법성이 없으나 그 전체로는 위법하다는 것이다.
판정부는 점진적인 수용(creeping expropriation)과 같이 여러 조치가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고 축적됨으로써 조치 개개로는 수용의 효과가 없으나 전체로는 수용에 해당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았다. 판정부는 청구인이 다투는 각종 조치는 그 누적적인 효과로 인해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의무 위반에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510-519).
5) 충분한 보호 및 안전
아르헨티나의 조치는 투자자에 대한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을 제공하지 못했으므로 투자협정 위반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판정부는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의 의무는 정부 자체의 행위가 아니라 제3자의 행위에 대해 적용되는, 즉 투자자의 안전을 위해하는 조치에 대해 투자 유치국 정부가 정당한 주의와 경계의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지 정부의 특정 행위 자체를 대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판정부는 청구인이 다투는 조치는 모두 아르헨티나 정부의 조치로서 충분한 보호 및 안전 위반 소지가 없다고 판정하였다(522-525).
6) 우산 조항
청구인은 CAPSA나 CAPEX가 향유했던 각종 권리(채취 판매 자유, 추가 세금 부과면제, 달러화 등)은 아르헨티나 정부와의 양허 계약상의 권리이나 투자협정 II(2)(c)조 우산 조항에 의거하여 조약상의 권리로 승격되었으며 이러한 권리를 침해한 아르헨티나의 조치는 투자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아르헨티나는 우산 조항은 정부와 외국 투자자간의 투자 계약에 적용되는 것이지 아르헨티나 정부와 아르헨티나 국내 기업간의 계약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중재판정부는 투자협정상의 분쟁이란 외국인 투자자와 정부간의 분쟁이라고 적시되어 있는 투자협정 VII(1)조와 우산 조항을 함께 고려할 때 모든 계약이 우산 조항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계약만이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판정부는 청구인은 아르헨티나 정부와 직접 체결한 계약이나 면허를 취득한 바 없으므로 계약이나 면허에 기초한 계약상의 시비를 할 수 없으며 어떤 투자 계약도 아르헨티나와 청구인 간에 체결된 바 없다고 확인하고 따라서 우산 조항 시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정하였다(531-533).
7) 비상사태로 인한 면책
아르헨티나는 청구인이 시비한 조치가 설사 투자협정의 위반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당시의 심각했던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상 조치로 시행된 것인 만큼 투자협정 IV(3)조와 XI조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IV(3)조는 전쟁 또는 기타의 위기 상황의 결과를 완화하기 위해 채택한 조치, 즉 이미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는 조치에 적용되는 조항이지 손실을 초래한 조치에 적용되는 조항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아르헨티나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XI조 적용 주장에 대해 판정부는 비단 군사, 안보상의 위기뿐 아니라 경제 위기도 XI조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문제는 경제 위기의 발생 책임이 아르헨티나 정부에게 귀속되는지 여부라고 지적하였다.
UN국제법 위원회의 국가책임에 관한 초안 25조상 위기 발생 책임이 해당 국가에게 있는 경우 위기 상황을 이유로 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판정부는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 발생 원인에 대해 다수의 경제학자로부터 증언을 청취하고 각종 자료를 분석하였으나 일치된 의견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판정부 다수는 아르헨티나의 누적된 재정 적자, 과도한 국가 채무, 경직된 노동 시장, 보호 무역 정책, 인위적인 1:1 고정 환율제(dollarization) 등이 경제 위기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 반면 중재인 1인은 경제 위기 발생에 대한 국가 책임은 가볍게 추정할 수 없으며 충분하고 강력한, 다툼의 여지가 없는 증거로 입증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소수의견은 경제 위기 발생 책임이 아르헨티나 정부에게 있다는 점이 청구인이 제시한 증거로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다수의견에 따라 사태 발생 책임이 있다고 인정된 아르헨티나는 XI조를 원용하여 면책될 수 없다고 판정하였다(649-670).
다. 평가 및 해설
1) 정당한 기대
이 사건은 정당한 기대 침해가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등에 관해 면밀하게 심리하였다. 이 사건 판정부의 견해는 이전 판정부에서 언급된 것을 재확인한 것도 있고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서 이후 판정부에서 인용된 것도 있다. 정당한 기대 침해는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문제가 제기된 사건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이슈이다. 이에 관한 종합 해설은 Plama vs. Bulgaria 사건(ARB/03/24)에 수록되어 있다.
2) 우산 조항
이 사건 판정부가 모든 계약이 우산 조항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와 투자 유치국 정부 간에 체결된 투자 계약만이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은 우산 조항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쟁점 중의 하나다. 이 사건과 유사한 판정으로는 행위의 책임을 국가로 귀속시킬 수 없는 국립대학이 체결한 계약의 위반은 우산 조항으로 의율할 수 없다고 판시한 Bosh, B&P vs. ukraine 사건(ARB/08/11)이 있다.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우산 조항은 투자협정의 체결 당사자 또는 그 책임을 국가로 귀속시킬 수 있는 행위자가 체결한 계약을 위반하였을 때 적용되는 것인데 문제가 된 2003년 계약의 체결 주체는 Shevcenko 대학이고 동 대학의 행위에 대한 책임이 우크라이나에 귀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바이므로 우산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정하였다(판정문 243-246). 이 외에도 우산 조항과 관련된 다양한 쟁점이 ICSID 중재에서 심리되었다. 각 쟁점 별 ICSID의 법리는 SGS vs. Paraguay 사건(ARB/07/29)에 정리하여 두었다.
3) 안보상 예외
이 사건처럼 2001년 경제 위기 시에 아르헨티나가 채택한 조치가 안보상의 예외 조항에 의거하여 투자협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은 모두 10개이다. 판정부의 판정은 인용과 기각이 3:7로 나뉜다. 10개 판정에 대한 종합 설명은 Metalpar vs. Argentina 사건(ARB/03/5) 해설에 수록하여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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