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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pem vs. Bangladesh 사건(ARB/05/7) 본문

Saipem vs. Bangladesh 사건(ARB/05/7)

투자분쟁 판례해설 2019. 5. 1. 13:39

77. Saipem vs. Bangladesh 사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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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청구인의 중재 판정을 이행 받을 권리도 수용 대상이 될 수 있는 재산이며 계약상의 분쟁해결 기구로 지정된 중재 판정부의 판정을 부인하는 투자 유치국 국내 법원의 판결 자체가 수용 행위로 인정된 사건이다. 

 

청구인 Saipem(Società Anonima Italiana Perforazioni E Montaggi)사는 이태리의 석유, 가스 개발 회사로서 1990년 2월 방글라데시 국영 석유 공사(Petrobangla)와 400km의 석유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계약을 체결하였다(1990 계약). 계약에 따르면 분쟁은 국제 상공 회의소 중재 법원에 회부하기로 규정되어 있었다. 공기는 당초 1991년 4월까지였으나 공사가 지연되자 Petrobangla와 Saipem간에 공기 지연에 따른 배상금을 서로 지불해야 한다는 다툼이 발생하였다. 일단 공기 연장에는 합의하고 양측은 지체 상금 부담 주체 및 규모에 대해 협의하여 1992년 7월 타협에 이르렀으나 양측의 이해가 차이가 있었다. Petrobangla는 일정 조건 충족 조건으로 약 1400만불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Saipem은 부대조건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견이 지속되자 Saipem은 1993년 6월 국제 상공 회의소(ICC) 중재 법원에 제소하였고 중재 심리 과정 중 Petrobangla가 요청한 4건의 절차 진행상의 요청 사항이 기각되기도 하였다. 

 

1997년 11월 Petrobangla는 ICC 중재인이 자신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ICC 판정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방글라데시 법원은 2000년 4월 이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2001년 4월 ICC 중재 법원은 이 사건 관할권은 방글라데시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면서 심리를 재개하였고 2001년 5월 Saipem 승소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Petrobangla은 ICC 판정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2004년 4월 ICC 판정 부존재 판결을 내렸다. Saipem은 이 판결에 대응하는 대신 ICSID 중재를 이용하였다. 2004년 10월 Saipem은 중재를 신청하고 ICC 중재 판정에 따라 집행할 자신의 권리는 경제적 가치를 갖는 계약상의 권리이므로 투자에 해당하고 이 투자가 ICC 권한을 부인한 방글라데시 법원의 판결로 인해 침해된 것은 보상 없는 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이태리-방글라데시 투자협정에 근거하여 ICSID 중재를 신청하였다. 

 

나. 주요 쟁점


     1) 투자 해당 여부


     관할권 심리 단계에서 판정부는 청구인은 방글라데시에 투자하였고 이 사건은 투자로 직접적으로 발생한 법적인 분쟁이라고 확인하였다. 중재권이 수용되었다는 청구인의 주장도 만일 해당 권리가 실존하고 Petrobangla와 방글라데시 법원이 양자 투자협정을 위반하였으며 그 행위 책임이 방글라데시에게 귀속된다는 것이 본안 심리에서 입증이 된다면 수용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정하였다.

 

     2) 수용


     청구인이 주장하는 것은 방글라데시의 1990 계약 위반이 아니라 방글라데시 법원과 Petroblangl의 ICC 중재 심리 과정에 대한 불법적인 간섭이었다. 청구인은 ICC에 중재할 수 있는 권리, ICC 판정으로 확인된 1990년 계약상의 대금 수령 권리, ICC 판정을 인정, 집행할 권리가 방글라데시와 Petrobangla에 의해 침해되었고 보상도 받지 못했으므로 이는 불법 수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판정부는 수용이란 ‘자산’이 ‘탈취’되는 것이므로 일단 수용될 수 있는 ‘자산’의 존재에 대해 살펴보았다. 판정부는 ICC 판정문에서 확인된 청구인의 1990년 계약상의 권리가 수용될 수 있는 자산이라고 인정하였다. 

 

수용 대상이 되는 자산은 반드시 유형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무형물도 수용이 될 수 있고 경제적 가치를 갖는 권리는 투자협정상의 투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탈취’에 대해서 판정부는 방글라데시 법원의 판결은 직접적인 수용 행위는 아니지만 이태리-방글라데시 투자협정 5(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용과 유사한 효과를 갖는 조치라고 확인했다. 방글라데시 법원은 ICC 판정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무시해버림으로써 청구인으로부터 ICC 판정의 혜택을 박탈하였고 결과적으로 1990년 계약상의 권리를 탈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Petrobangla의 행위에 대해서는 수용 행위는 정부의 공적인 행위이나 Petrobangla는 계약 당사자로서 행동하였을 뿐이라고 인정하였다(124-132).

 

판정부는 방글라데시 법원의 행위가 곧 수용 행위라고 판정한 것은 아니다. 판정부는 청구인의 ICC 판정 혜택 향유 권한이 탈취된 사실만으로는 방글라데시 법원의 간섭을 수용에 상당하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정당한 법적인 근거가 있는 중재 판정 무효 판결이 모두 수용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용 행위로 인정되려면 법원의 판결이 불법적이어야 했다. 청구인은 ICC 중재 규칙 상 판정의 취소는 당사자가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법원이 취소한 것은 당사자 자율성이라는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판정부는 국내 법원은 ICC 중재 규칙에 구속되지 않으며 국가의 중재법은 ICC 중재 규칙과 상위할 수도 있다고 설시하고 청구인의 주장을 인용하지 않았다. 청구인은 방글라데시 중재법에 중재 판정 취소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고 항변하였으나 판정부는 해당 조항은 방글라데시 내에서 진행되는 중재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방글라데시의 반론을 받아 들였다(137-144).

 

     3) 사법부인


     청구인은 법원의 판결이라도 심각하게 불공평하고 자의적이며 부당하고 터무니없으면 국제법 위반을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판정부는 대법원의 ICC 판정 무시 판결은 하급심의 ICC 중재 판정 취소 판결에 기초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므로 판정의 정당성 여부는 중재 판정 취소 판결만 살펴보면 될 것으로 보았다. 이 취소 판결은 ICC 판정부가 Petrobangla의 절차적 요구 사항(추가 증인 요구, 증언 기록 삭제 등)을 거절한 것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였을 뿐 판단에 이르게 된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있으며 해당 판정부의 의견을 조회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판정부는 Petrobangla의 요청은 중재 판정에서 흔히 제기되는 것으로서 수용 여부는 해당 중재 판정부의 재량 사항이고 많은 판정에서 당사자의 절차적 요구 사항이 모두 접수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도 확인하였다. 판정부는 이 외에는 ICC 판정부가 부적절하거나 불법적, 편파적으로 행동했다는 근거나 주장이 없고 Petrobangla 측도 판정부의 행동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음을 주목하였다. 이상에 비추어 판정부는 ICC 판정부의 정상적인 권한 행사에 대해 방글라데시 법원이 특별한 설명도 없이 중재 판정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은 통상적인 감독권을 일탈한 것이며 국제적으로 수용되는 권한 남용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정하였다(149-161). 방글라데시는 외국 중재 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가입국이다. 

 

이 협약 2(1)조는 당사자 간에 발생하였거나 또는 발생할 수 있는 전부 또는 일부의 분쟁을 중재에 부탁하기로 약정한 당사자 간의 서면에 의한 합의를 승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은 방글라데시가 이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판정부는 방글라데시 법원의 판정은 이 조항에서 언급하는 중재나 중재 합의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판정을 취소한 것이기는 하나 이를 통해 사실상 중재 합의를 이행하려는 중재를 방해하고 무력화하였으며 이 협약의 정신을 완전히 좌절시켰다고 비난하였다. 이상을 종합하여 판정부는 방글라데시 법원의 중재 판정 취소 판결은 국제법, 특히 권한 남용 금지 원칙과 뉴욕 협약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163-170). 판정부는 ICC 중재 판정을 부인한 대법원 판결 역시 상사 중재 판정의 승인과 집행 의무를 방글라데시에 부과한 뉴욕 협약 위반이며 이 사건 ICC 중재 절차에 대한 결정적 타격으로서 방글라데시 법원의 간섭에 대한 판정부의 확신을 보강해주었다고 비난하였다.

 

     4) 국가 책임 귀속성


     방글라데시 법원의 판정이 불법적이라 하더라도 그 책임을 방글라데시에 귀속시킬 수 없으면 수용이 성립하지 않는다. 수용은 국가 기관의 공적이고 주권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판정부는 법원은 국가 기관이므로 그 행위 책임이 직접적으로 방글라데시에 귀속되는 것은 자명하고 Petrobangla는 국가의 지시나 위임에 의해 공적인 자격으로서가 아니라 1990 계약 당사자로서 활동한 점이 인정되므로 굳이 국가 책임 귀속성 여부를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188-191).

 

 

다. 평가 및 해설


     1) 중재 판정의 투자 해당


     이 사건은 국제 중재 판정 자체가 투자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미 있는 판결이다. 이 사건 청구인은 ICC 중재 판정 자체를 자신의 투자이고 불법적으로 수용당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청구인은 ICC에 중재할 수 있는 권리, ICC 판정으로 확인된 1990 계약상의 대금 수령 권리, ICC 판정을 인정, 집행할 권리가 방글라데시와 Petrobangla에 의해 침해되었고 보상도 받지 못했으므로 이는 불법 수용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제시하였다. 판정부도 ICC 중재 판정 자체가 청구인의 투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심리하지는 않았다. 

 

판정부는 방글라데시 법원이 ICC 판정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부당하게 무시해버림으로써 청구인으로부터 ICC 판정의 혜택을 박탈하였고 결과적으로 1990년 계약상의 권리를 탈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반면에 GEA vs. ukraine 사건(ARB/08/16)에서는 ICC의 중재 판정 차제가 청구인의 투자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이 사건 청구인은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자신에게 300만 불을 지급하라고 한 ICC 중재 판정은 일종의 자금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투자라고 주장하였으나 중재 판정부는 중재 판정은 권리, 의무 관계를 서술하는 법적 문서이며 그 자체로는 자산 등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것도, 경제 활동을 포함하는 것도 아니므로 투자협정 1(1)조와 ICSID 25(1)조상의 투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판정문 158-162).  다툼 대상이 되는 물건이 투자협정상의 투자 정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종합 해설은 Alasdair Ross Anderson et al vs. Costa Rica 사건(ARB(AF)/07/3)에 수록하였다. 

 

     2) 사법부인


     이 사건은 국내 법원의 판결 자체가 사법 부인이라고 판정한 유일한 사례이다. 사법 부인은 ICSID 중재에서 흔히 제기되는 문제이기는 하나 판정부는 사법 부인은 투자 유치국가의 사법 체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판단을 내포하는 것이므로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사법 부인이 인정된 예는 이 사건 외에 Casado & Allende Foundation vs. Chile 사건(ARB/98/2)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소송 제기 후 7년이 넘도록 판결을 내리지 않은 절차 지연이 사법 부인에 해당한다는 것이었고 법원 판결 내용 자체에 대한 사법부인 판정은 아니었다. ICSID 중재 판정부는 주로 국내 법원의 판결에 대한 상소심, 상급심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국내 법원의 판결의 적정성 여부를 심리하는데 소극적이다. 

 

이 사건은 ICC 중재 판정이 특별한 흠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이를 취소한 방글라데시 법원의 판결은 권한 남용,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 국내 법원의 판결에 대해 사법부인 주장이 제기된 여타 사건 중에는 국내 법원 판결이 사법 부인에 해당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 있다. 대개는 이러한 기준을 제시하고 해당 국내 법원 판결이 이에 부합하는지를 살펴 사법부인 존부 여부를 가리는 수순으로 판정한다.  

 

Lowen vs. USA 사건(ARB(AF)/98/3) 판정부는 국내 법원 판결이 수치스러울 정도로 편향적이고 불공정하며 지나치게 징벌적일 경우 사법 부인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 하였다. Mondev vs. USA 사건(ARB(AF)/99/2) 판정부는 국내 법원의 판결이 명백하게 부당하고 믿을 수 없어서(clearly improrer and discreditable) 그 결과 투자자가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대우를 받게 되어야 사법 부인에 해당할 것이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Pantechniki vs. Albania 사건(ARB/07/21) 판정부는 사법 부인은 법규 해석 및 적용의 실수 정도가 아니라 자격 있는 판관이라면 상식적으로 범할 수 없는 수준의 실수이거나 해당 국가가 적정한 사법 체제를 최소 수준으로도 구비하지 못했다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사법부인에 관한 종합 해설은 FASGT & Alghanim vs. Jordan 사건(ARB/13/38)편에 수록하여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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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ISD 투자 분쟁 판례 해설> (김승호 저, 법무부)의 내용을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하에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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