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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청구인 자회사가 아르헨티나와 체결한 상하수도 양허 계약이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로 인해 준수되지 못하고 취소된 건에 대해 수용 및 공정․공평 대우, 차별 금지 위반을 주장하였으나 기각된 사건이다.
청구인 Ubraser와 CABB 콘소시움은 스페인 회사로서 아르헨티나 상하수도 공급 처리 업체인 Aguas del Gran Buenos
Aires(이하 AGBA)의 상당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AGBA는 2000년 초 부에노스 아이레스 지역 수도청(이하 ORAB)과 그 지역의 상수도 공급 하수도 처리 용역을 제공하는 양허 계약을 체결하였다. AGBA는 계약 지역 내 주민에게 상수도를 공급하고 요금을 징수하는 반면 상수도망 확장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계획을 5년마다 입안, 신규 투자를 통해 이행해야 했다. 요금은 달러로 산정하고 부과시의 환율에 따라 페소로 징수할 수 있었다. 양허 계약이 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경제 위기로 인해 2002년 1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극심한 경제 위기에 봉착하여 국가 비상법(법령 25,561호)을 공표하여 외국 양허 계약 업자에게 부여한 요금 달러화 산정 권한을 폐지하고 고정된 달러화 페소화 환율을 적용하여 페소화로 징수하게 하였다. 이 조치로 수입이 급감한 AGBA는 수차례 양허 계약 조건 재협의와 요금 인상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했으며 수도 공급에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AGBA는 자신들의 요청이 수락되지 않으면 부득이 양허 계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ORAB에게 통보하였으며 ORAB는 2006년 6월 AGBA가 양허 계약상의 의무 이행에 실패하였다는 이유로 이 계약의 해당 조항에 따라 계약을 취소하였다.
청구인은 아르헨티나의 조치는 스페인-아르헨티나 투자협정의 공정․공평 대우 및 불법 수용 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2007년 7월 ICSID에 중재를 신청하였다.
나. 주요 쟁점
1)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청구인은 아르헨티나의 조치가 투자 결정 당시 청구인이 가졌던 정당한 기대와 배치되는 것으로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공정․공평 대우의 기준은 투자 유치국의 법적 환경 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 환경을 포함하여야 하며 투자 결정 당시 투자자의 기대는 이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판정부는 물 공급은 국가의 기본 의무이며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이와 같은 보편적인 인권의 보장은 투자자가 정당한 기대를 형성하는 범위 내에 있다고 언급하였다(622-624). 중재 판정부는 투자자는 발생을 예측할 수 없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과 문제가 존재함을 인식해야 하며 공정․공평 대우는 공공 이익을 위해 이러한 상황, 문제를 처리하려는 투자 유치국의 노력으로부터 완전히 절연되고 면제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만일 투자 유치국이 국민 다중에게 위해가 되는 전염병에 노출되었을 경우 투자자에게 해가 되는 조치를 포함하여 상황이 필요로 하는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투자 유치국이 상황이 회복되는 대로 투자자의 이해를 효과적으로 보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을 전제로 하였다.
2) 비상 조치
판정부는 2001년 중순 이후 시작된 당시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는 극심하여 2002년 2월 아르헨티나 정부가 취한 일련의 비상 조치를 긴급 피난으로 인정할 만한 충분한 상황이었다고 보았다. 중재 판정부는 2001년 시작된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가 내.외생적 요인으로 발생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아르헨티나가 위기 발생을 자초한 것이므로 국가 긴급 피난으로 인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자초한 것이므로 인용할 수 없다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국가의 행위가 해당 위기를 직접 겨냥하는 수준이 되거나 해당 위기가 자신의 경제, 재정 정책의 결과라고 해당 국가가 인지했음이 분명한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결국 정부 행위와 위기 발생간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구인은 비상 조치 이외의 대안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으나 판정부는 대안 중의 하나인 수도 공급망 확대가 양허 계약상 청구인의 추가 투자 의무 불이행으로 무산되었음을 지적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ORAB과 AGBA간의 수도 요금 재산정을 위한 양허 계약 재협상 협의가 제안되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고 아르헨티나가 양허 계약 취소가 불가피할 수 있음을 사전에 언질한 점 등을 추가하여 함께 볼 때 아르헨티나의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3) 수용
중재 판정부는 수도 요금의 페소화 및 동결로 인해 AGBA의 단기적인 수입이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ORAB이 재협상을 제안하였고 상호 합의를 통해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가 장래에 보상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르헨티나의 비상 조치는 AGBA의 권리를 탈취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았다. 청구인은 ORAB의 태만으로 인해 재협상이 지연되어 비상 조치의 부정적 효과가 장기간 계속되었고 AGBA의 양허권과 주주 이익의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협상 지연이 ORAB 책임이라는 것을 청구인이 증거로서 입증하지 못했고 AGAB도 재협상에 참여하였으므로 이 주장도 수용되지 않았다.
4) 차별 및 정당하지 못한 조치
청구인이 주장하는 차별 조치는 ASBA라고 하는 국영 상하수도 공사에 대한 ORAB의 대우가 AGBA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중재 판정부는 ASBA는 국영 기업으로서 AGBA의 양허 계약과는 다른 법적, 경제적 조건에서 운용되고 있고 아르헨티나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으나 AGBA는 양허 계약상 수도망 확장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소요 재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재정 의무가 있어 ASBA와 AGBA가 유사한 환경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판정부는 청구인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조치가 앙허 계약상의 조치라고 지적하고 AGBA의 주주에게 투자협정이 제공하는 보호는 양허 계약하의 AGBA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이에 따라 청구인의 차별 및 정당하지 못한 조치 주장을 기각하였다.
다. 평가 및 해설
1) 긴급 피난 인과관계
이 사건은 2001년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 시 채택된 조치가 안보상의 예외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시비가 제기되었던 10개의 사건 중 LG & E vs. Argentina 사건, Continenatal vs. Argentina 사건과 함께 국가 비상시에 취해진 불가피한 조치였으므로 안보상 예외 조항을 적용하여 투자협정의 위반으로부터 면책된다고 판시한 3건 중의 하나이다. 여타 사건은 모두 경제 위기 발생에 아르헨티나가 책임이 있으므로 안보상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10개 사건에 대한 ICSID 중재 판정을 종합하여 평설한 것은 Metalpar vs. Agrentina 사건 (ARB/03/5) 해설에 수록하였다.
이 사건 판정부는 경제 위기 발생에 아르헨티나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의 행위와 경제 위기 간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인과관계론은 Continental vs. Argentina 사건(ARB/03/9) 판정부가 처음 제시한 것이다. 동 사건 판정부는 국가란 경제 정책과 그 결과에 대해 궁극적인 책임, 적어도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이러한 일반론적인 책임론을 적용하여 자초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정부의 특정 행위가 정부의 과실과 부주의로 인해 채택, 실행되어 특정의 비상 상태가 발발하였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개진하였다. 이와 달리 LG & E vs. Agrentinal 사건(ARB/02/1) 판정부는 사태 발생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심리하지 않고 당시 상황의 심각성과 규모, 해당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검토한 후 예금 인출과 송금이 정지된 2001년 12월 1일부터 새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 4월 16일까지가 안보상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국가 위기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고 동 기간 중 시행된 조치는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국가의 책임(liability)이 면제된다고 판시하였다(판정문 259-265).
2) 정당한 기대
이 사건 판정부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는 투자 유치국의 법적 환경, 사회, 경제적 환경도 고려해야 하며 투자 유치국이 공공 이익을 위해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과 문제가 예측 불가능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투자자의 주의 의무도 있음을 환기하였다. 판정부 견해와 궤를 같이 하는 판례가 다수 있다. El Paso vs. Argentina 사건(ARB/03/15)에서는 정당한 기대는 투자자의 투자 수익에 대한 정당한 기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경제를 규제할 수 있는
투자 유치국의 권리 사이에 균형을 맞추어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정당한 기대는 해당 상황에 따라 변동하므로 개도국과 선진국의 상황 차이에 따라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기대 내용이 다를 수 있으며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환경이
격변하면 그에 따라 법규도 심하게 변하리라고 기대해야 한다고 보았다. Philip Morris vs. Uruguay 사건(ARB/10/7)에서는
청구인이 우루과이의 새로운 담배 규제 도입이 자신의 정당한 기대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판정부는 담배의 유해성에
비추어 담배에 관한 규제는 시간이 갈수록 엄격해질 것이라는 점을 청구인도 투자 결정 당시 예상했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Rusoro vs. Venezuela 사건(ARB/12/5) 판정부는 투자자도 상황 변화 가능성을 투자 결정 당시 예측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정당한 기대 침해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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