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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불가리아와 벨기에 전기 회사 간의 양허 계약 준수 조건을 결정한 중재 판정을 불가리아가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벨기에가 PCIJ에 제소하였으나 불가리아가 국내 구제 절차 미소진 등을 이유로 관할권 항변을 제기하여 일부 인정된 사건이다.
1898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 시청은 프랑스 회사와 시내 배전 사업 계약을 체결하였다. 1909년 이 회사는 양허 사업권을 소피아 시청의 동의 아래 벨기에 회사인 ‘소피아 불가리아 전기 회사’에 양도하였다. 1차 세계대전 중 불가리아가 벨기에와 적대 관계에 놓이게 되자 소피아 시청은 소피아 전기 회사의 배전 사업을 몰취하였으나 종전 후 체결된 Neuilly 평화 조약에 따라 몰취 자산을 반환하고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전쟁 중 몰취 재산 및 반환 등과 관련된 분쟁은 Neuilly 조약에 의거하여 설치된 양국 중재 판정부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중재 판정부는 1925년 소피아 전기 회사 자산의 즉시 반환, 보상금 지불, 전기 요금 고정 등을 결정하였고 석탄 가격, 운송료, 환율, 임금 및 조세 등을 고려한 전기 가격 결정 방식도 획정하였다.
이 방식은 10년 이상 무리 없이 적용되어 왔으나 세계적인 경제 공항의 여파로 기존 경제 환경이 악화되자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1934년 불가리아 광업청은 석탄 가격을 인상하였으며 이로 인해 기존 전기가격 결정 방식의 적용에 애로가 발생하였다. 1935년 벨기에 프랑화가 평가 절하되어 전기가격 결정 방식의 환율 요소의 변동이 불가피했고 결국 1935년 12월 소피아 시청은 전기가 결정 방식은 당시의 경제 상황에 부합되지 않아 적용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통보하고 기존 전기가 결정 방식 적용을 중단하였다. 소피아 전기 회사는 양국 중재 판정부에 제소하였고 소피아 시청은 국내 법원에 제소하여 승소하였다. 1937년 소피아 전기 회사는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1936년 4월 불가리아 정부는 소피아 전기 회사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된 소득세법을 개정하였으며 소피아 전기 회사는 이에 대해 항의하였다.
벨기에 정부가 나서서 불가리아 정부와 타협책을 모색하려 하였으나 성과가 없자 벨기에는 양국의 PCIJ 강제 관할권 수용 선언과 양국간 중재 및 사법 해결 조약(1931년 6월 23일)에 근거하여 1938년 1월 26일 PCIJ에 재판을 청구하였다. 불가리아의 석탄가 인상, 불가리아 국내 법원의 판결, 1936년 소득세법 개정 조치가 불가리아의 국제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고 불가리아는 국내 법원 최종 판결 전에 재판이 청구되었고 1931년 조약과 강제 관할권 수용 선언의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부의 관할권을 부인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1931년 조약에 의한 관할권 존부
불가리아는 벨기에가 재판 청구 근거로 원용한 1931년 조약 4조는 당사국간 다툼이 있는 권리에 관한 분쟁을 PCIJ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벨기에는 불가리아와 다투고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으므로 PCIJ 관할권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외국 업자에게 양허된 공공 서비스 시행 조건에 관한 분쟁에 대해 불가리아 당국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불가리아의 주권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벨기에가 시비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벨기에가 시비하는 권리가 불분명하므로 4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벨기에의 서면 입장서에 벨기에가 보호받으려는 권리는 벨기에 회사에 불리한 불가리아 당국의 조치를 중단할 권리, 손실에 대해 보상 받을 권리라고 언급된 것을 환기하며 양국간에는 국제적 성격의 분쟁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분쟁 대상이 된 권리에 관한 양측의 주장은 성격상 분쟁의 본안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선결적 항변 심리에서 다룰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불가리아가 제기한 두 번째 관할권 부재 항변의 근거는 1931년 조약 3조에 당사국 국내 관할에 속하는 사건은 최종 판결 전까지는 여타 사법 절차에 회부할 수 없다는 국내 절차 소진 조항이었다. 불가리아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린 것은 1938년 3월 16일이고 벨기에가 PCIJ에 재판을 청구한 일자는 1938년 1월 26일이므로 동 조항 위반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불가리아 주장을 인용하였다. 조약 3조는모든국내구제절차의소진을요구하고있고대법원은최종판결을내린다고확인하였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1931년 조약을 근거로 한 관할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강제 관할권 수용 선언에 의한 관할권 존부
벨기에의 PCIJ 강제 관할권 수용 선언은 동 선언 비준 후의 상황과 사실에 관하여 비준일 이후에 발생한 분쟁에 한해 PCIJ의 관할권을 수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비준일은 1926년 3월 10일이었다. 이 사건 분쟁 발생일은 1937년 6월 24일이라는 데 대해 당사국간 이견은 없었으므로 비준일 이후 발생 분쟁이라는 조건은 충족되었다. 불가리아는 이 사건 분쟁이 발생하게 된 상황은 비준일 이전에 이미 존재하였으므로 PCIJ는 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불가리아는 벨기에 시비의 핵심은 불가리아가 중재 판정부가 획정한 전기가격 결정 방식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분쟁이 관련된 상황과 사실은 양국 중재 판정부의 1923년, 1925년 해당 판결에 의해서 비준일 이전에 창출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분쟁에 관한 상황과 사실이란 분쟁의 직접적인 원천이 되는 상황과 사실을 의미한다고 Phosphates in Morocco 사건에서 판결되었음을 인용하였다. 불가리아는 중재 판정부의 판정이 없었으면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중재 판정이 분쟁의 원천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만일 불가리아가 석탄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전기 가격 결정 방식을 계속 적용하였더라면 분쟁이 역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한 후 분쟁이 그 이전의 상황이나 사실의 존재를 전제한다 해서 그 상황이나 사실이 분쟁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로부터 분쟁이 발생하였다는 상황이나 사실은 분쟁의 실제 원인이 되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석탄 가격 인상, 전기 가격 결정 방식 부적용 결정 등 불가리아 당국의 조치가 분쟁을 직접적으로 촉발한 것이고 이들은 모두 비준일 이후 취해졌으므로 수용 선언의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하였다.
벨기에의 수용 선언은 PCIJ 헌장 36조의분쟁에대해관할권을수용한다는문안을포함하고있었다. 불가리아는 PCIJ 36조에 나열된 4개 유형에 속하는 분쟁 중에 이 사건에서 벨기에가 시비하는 분쟁에 해당되는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따라서 PCIJ의 관할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분쟁이 36조에 열거된 유형 중 어디에 속하는지 여부는 성격상 본안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불가리아의 주장을 용인하지 않았다.
이상의 심리를 토대로 재판부는 수용 선언에 의해 재판부는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이 시간적 관할권(ratione temporis)에 관한 것이라면 수용할 수 없고 물적 관할권(ratione materie)에 관한 것이라면 선결적 항변 단계에서 심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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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he interpretation of a treaty;
(b) any question of international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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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