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본문은 원문과 각주처리, 문단 구분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원문을 확인하시고 싶으신 분은 위 파일을 다운로드 하시기 합니다.
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벨기에 회사에 대한 채무 지불 의무가 있다고 확인한 중재 판정을 그리이스가 재정 상황상 이행하지 못하여 청구된 PCIJ 재판에서 중재 판정의 유효성과 구속력이 확인되고 그리이스의 재정 상황을 감안하여 우호적인 협의로 해결하라고 권고된 사건이다.
1925년 8월 그리이스는 Société Commercial de Belgique라는 벨기에 회사와 철도 건설 및 시설 구매 계약을 체결하였다. 벨기에 회사가 그리이스 정부에게 대부해 주는 대신 그리이스 정부는 회사에게 그리이스의 대외 채무에 포함되는 채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요 자금을 조달하기로 하였다. 계약과 관련된 분쟁은 중재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1932년 그리이스는 세계적인 경제 공황의 여파로 금본위제를 포기하였고 벨기에 회사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대외 채무 상환을 중단하였다. 하청 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회사는 공사를 중단하고 중재를 신청하였다. 계약을 취소하라는 판정과 이를 위해 상호간에 지급해야 할 액수를 정한 판정이 각각 1936년 1월과 7월에 결정되었다. 그리이스가 재정 사정상 대금 지급을 이행하지 못하자 벨기에 회사는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그리이스는 동 사에 대한 채무는 계약에 규정된 바와 같이 그리이스의 대외 채무이므로 여타의 대외 채무와 동일한 조건으로 상환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하고 이자율 인하와 상환 기일 연장을 요구하였다.
벨기에 회사는 이를 거절하고 벨기에 정부에게 조력을 요청하였으며 벨기에는 회사를 대신하여 그리이스 정부와 협의하였으나 진전이 없자 양국간 중재 및 사법 해결 조약(1919년 6월 25일)을 근거로 1938년 5월 4일 PCIJ에 재판을 청구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중재 판정의 확정성 및 구속력 인정 여부
벨기에의 판결 청구 사항은 양국 중재 판정부의 판정이 유보 사항 없이(without reservation) 확정적이며 준수 의무가 있다고 확인하여 달라는 것이었다. 중재 판정은 그리이스에 대해 선례 구속(res judicata)의 효과가 있다고도 주장하였다. 그리이스는 판정의 유효성을 시비하거나 이행을 거부한 바 없으며 단지 자국의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이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항변하였다. 재판부는 그리이스의 입장서나 구두 심리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입장이 천명되었고 중재 판정의 선례 구속 효과도 인정하였다고 환기하고 중재 판정의 유효성과 구속력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일치한다고 확인하였다. 다만 그리이스가 판정 유효성과 구속력을 유보 없이 인정하는지에 대해서는 후에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벨기에는 그리이스가 중재 판정을 이행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으며 그리이스의 대외 채무 상환 조건은 중재 판정의 집행과는 무관하고 벨기에 회사나 정부에게 대금 지급 조건을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중재 판정은 확정적이고 의무적이며 그리이스도 이를 인정하고 있고 이와 상충되는 주장을 제기하지도 않았으므로 벨기에의 주장하는 사안들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벨기에의 청구 사항은 굳이 필요하지도 않고 그리이스가 시비하지도 않는다고 확인하였다.
다만 판정 이행의 ‘법적’인 의무(bound in law to execute)가 있다는 벨기에의 표현에 대해 재판부는 이 표현은 중재 판정의 선례 구속 효과에 관한 법적인 견지에서 벨기에가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선례 구속의 원칙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채무자의 지불 능력을 감안한 당사자 간의 합의(arrangement)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였다.
2) 그리이스의 청구 사항에 대한 심리
재판부는 그리이스도 이와 동일한 입장이라고 언급하면서 그리이스가 제출한 입장서를 토대로 그리이스의 주장은 재정 상황상 중재 판정 이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이스 정부와 벨기에 회사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재 판정을 이행할 수 있는 합의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 동 합의는 공정하고 공평할 것이며 공정, 공평성은 그리이스와 여타 해외 채권자간에 체결될 합의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점으로 요약된다고 보았다. 그리이스의 이와 같은 입장이 중재 판정의 확정성과 구속력에 유보를 부여한 것인지에 대해 재판부는 우선 그리이스의 지불 여력은 심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이스도 재판부가 자국의 재정 상황에 대해 판단할 것을 의도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그리이스의 지불 여력은 당사자간 지불 합의(arrangement)가 논의될 때 고려될 수 있을 사항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하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그리이스의 첫째 입장은 중재 판정의 확정성 및 구속력과 선례 구속 원칙에 어떤 유보 사항을 부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지불 여력에 대한 그리이스의 판결 청구가 중재 판정을 이행할 수 없는 불가항력에 근거한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그리이스의 재정 상황에 대한 조사 및 심리가 필수적인데 이는 재판부의 심리 범위가 아니며 당사국도 원치 않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당사자간 합의토록 판결하여 달라는 그리이스의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 사양하였다. 재판부는 벨기에 정부는 물론 벨기에 회사에 대해 그리이스 정부와 중재 판정 이행을 위한 우호적인 합의를 체결하도록 강제할 권한이 없으며 이러한 내용의 협의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의도에 달린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두 당사자간의 합의를 재판부가 강제하거나 촉진할 수 없다면 합의의 공정, 공평성에 관한 판결 청구 사항도 자연히 수용할 수 없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그리이스의 3개 판결 청구 사항을 수용할 수는 없지만 벨기에가 구두 심리 과정 중에 해당 회사의 정당한 이해관계, 그리이스 정부의 지불 능력, 양국간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고려하여 지불 문제 처리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양국이 협의에 의한 우호적인 해결을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해결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언급하면서 당사자간 직접 해결을 권고하는 한편 그리이스와 벨기에의 판결 청구 사항 중 중재 판정의 확정성과 구속력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본 저작물 사용 시 저작물의 출처를 표시하셔야 하며, 상업적인 이용 및 변경은 금지됩니다. 위 조건을 위반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므로 형사상, 민사상 책임을 부담 하실 수 있습니다. 상세한 안내는 링크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kogl.or.kr/info/licenseType4.do
※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