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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이 사건은 구매한 면세유를 면세유 판매국으로 입항이 예상되는 선박에게 공해상에서 재판매한 해상 주유선을 몰수한 행위가 해양법협약의 자유 항행권 등에 저촉되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M/V Norstar 호는 노르웨이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파나마 선적의 해상 주유선으로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지중해 및 대서양 인근 해역에서 대형 요트에게 연료를 공급하는 사업에 사용되었다. 1997년 이태리 세관은 M/V Norstar 호가 이태리에서 구입한 면세유를 이태리 영해 밖 공해상에서 판매하는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사한 끝에 M/V Norstar 호 선장, 선주 회사 대표 등 8명을 기소하였다. M/V Norstar 호가 이태리에서 구매한 유류는 항해용으로서 이태리 외에서 소비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면세된 것인데 M/V Norstar 호가 이를 이태리 항구로 진입하는 대형 요트에게 판매함으로써 원래의 면세 판매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으며 이는 결국 탈세 및 밀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태리 검찰은 1998년 8월11일 M/V Norstar 호 몰수 영장을 발부하고 스페인 검찰에 당시 스페인 라팔마港에 정박 중이던 M/V Norstar 호 몰수를 집행하여 달라고 공조 요청하였다. 2000년 1월 20일 재판이 개시되었으며 이태리 1심 법원은 2003년 3월 14일 무죄를 선고하였고 M/V Norstar 호 몰수도 취소하였다. 2003년 8월18일 이태리 검찰은 항소하였으나 2005년 10월 25일 패소하였다.
파나마는 공해상에서의 해상 주유 활동은 해양법협약과 일반 국제법에서 보장하는 공해상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태리의 M/V Norstar 호 억류 및 몰수 조치는 해양법협약 87조의 공해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신의 성실과 권리 남용 금지를 규정한 300조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2015년 11월 16일 재판을 청구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해양법 협약 87조 적용 가능성 여부
재판부는 이태리의 M/V Norstar 호 몰수 조치가 87조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리하기 전에 우선 몰수 영장의 내용이 M/V Norstar 호의 공해상 행위에 관한 것인지 또는 관련 범죄가 이태리 영토 내에서 행해졌다는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태리가 주장하는 바대로 이태리 영토 내에서 행해진 범죄에 관한 것이라면 해양법협약 87조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나마는 영장 내에 M/V Norstar 호가 이태리 영토 밖의 공해상에서 해상 주유를 수행했다고 명기하고 있는 점을 들어 M/V Norstar 호의 구금 사유가 되는 행위는 공해상에서 수행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파나마는 해상 주유 활동은 공해상의 자유, 항행의 자유에 해당하고 M/V Norstar 호가 이태리 영해에 진입하지도 않았는데에도 정상적인 해상 주유 활동을 이태리가 자의적으로 밀수 및 조세 포탈 행위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이태리는 몰수 영장이 M/V Norstar 호의 공해상에서의 주유 행위에 대하여 발부된 것이 아니라 M/V Norstar 호가 필수적인 수단으로 사용된 이태리 영토 내에서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 발부된 것이라고 언급하고 M/V Norstar 호가 억류된 것은 해상 주유 행위 때문이 아니라 면세 유류 밀수와 탈세 범죄 수행의 실체적인 원천(corpus delicti)였기 때문이라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영장 내의 기재 사항은 i) M/V Norstar 호가 항해용 면세유를 이태리 항구에서 구입하여 적재한 사실, ii) 이태리 영해 외에서 대형 요트에게 주유한 사실, iii) 대형 요트들이 동 유류 구매 및 선적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이태리 항구로 진입한 사실로 구분되고 첫째와 셋째 사실은 이태리 내에서, 둘째 사실은 이태리 영해 외에서 발생한 것이 확인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해당 몰수 영장이 주로 이태리 영토 내에서 행해진 범죄에 대해 관련될 뿐 아니라 M/V Norstar 호의 공해상 주유 행위에도 관련된다고 언급하면서 영장 내에 주유받은 요트들과 M/V Norstar 호 간의 긴밀한 접촉이 입증되고 외국 선박의 반복적인 인근 공해 사용은 이태리의 재정적 이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이 기재되어 있는 점을 제시하였다. 재판부는 몰수 영장 외에 이태리 내 재판 판결문 등 여타 자료 등도 검토한 후 몰수 영장과 그 집행은 위 3개 사실 모두에 관련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따라서 해양법협약 87조는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para. 166~187).
재판부는 공해는 모든 국가에게 개방된다는 87조의 규정상 공해는 그 일부라도 특정 국가의 주권 아래 있을 수 없고 어느 국가도 공해상의 외국 선박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근거 규정으로 해양법협약 89조와 92조를 제시하였다. 87조는 이들 조항과 함께 해석되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87조 위반 여부를 심리함에 있어 이들 조항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해상 주유가 항행 자유의 범주에 속하는지 여부에 관해 M/V Virginai G 사건에서 이미 배타적 경제 수역 내의 어선에 대한 해상 주유는 연안국이 규율할 수 있으나 여타 주유 활동에 대해서는 그러한 권한이 없다고 판시된 바 있음을 환기하고 재판부는 M/V Norstar 호가 수행한 요트에 대한 공해상 주유는 87조의 항행 자유에 속한다고 확인하였다.
2) 87(1)조 위반 여부
87조의 위반 여부와 관련하여 파나마와 이태리는 87(1)조에 규정된 i) 항행의 자유의 의미와 범위, 즉 향해 자유가 적용되는 지역과 ii) 항행 자유 위반의 구성 요소, iii) 연안국 법규의 공해상 적용 금지, iv) 이태리 법원 판결과의 관련성에 관하여 의견을 달리하였다. 항행 자유의 범위 및 적용 지역 등과 관련하여 파나마는 항행 자유는 자유 자체에 포함되거나 관련 또는 부수되는 모든 활동 및 권리까지 망라하는 것으로서 M/V Norstar 호의 해상 주유 행위는 항행 자유의 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선박은 언제 어디서든지, 심지어 정박 중일때에도 항행 자유를 향유한다고 하였고 항행 자유는 공해를 향해 항해를 개시하는 권리, 즉 공해 접근권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선박이 항구 내에 있다는 사실이 항행 자유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M/V Norstar 호가 억류, 몰수된 곳이 스페인 항구 내였기 때문이다. M/V Louisa 호 사건에서 재판부는 협약 87조는 항행 자유가 사법 절차상 억류 중인 선박에게도 출항 및 공해 접근권이 부여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파나마는 M/V Louisa 호는 스페인 영해 내에서의 행위로 억류된 것이며 M/V Norstar 호의 몰수 원인 행위는 공해상의 행위이므로 M/V Louisa 호 사건 판결과 무관하다고 항변하고 87조는 구금 위치가 아니라 행위의 발생지를 기준으로 관련성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항행 자유 위반의 구성 요소와 관련하여 파나마는 항행 자유 방해 행위는 반드시 공해상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선박이 공해로 항해하지 못하도록 항구 내에서 불법적으로 억류하는 시도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태리는 해상 주유 활동이 공해상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것은 시비하지 않았다. 이태리가 시비하는 것은 몰수 영장이 공해상의 해상 주유 활동을 표적으로 한 것이라는 파나마의 주장으로서 실제 표적은 이태리 영토 내에서 일어난 행위라고 다시 확인하였다. 이태리는 항행 자유는 선박의 해상 위치에 무관하게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라는 파나마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항행 자유는 공해상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권리라고 그 지리적 범위를 좁게 보았다. 이 사건에서 몰수 영장 집행시 M/V Norstar 호는 스페인 영해에 있었으므로 항행 자유를 향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태리는 항행 자유가 공해 접근권도 포함한다는 파나마의 주장도 비난하면서 이는 이미 M/V Louisa 호 사건에서 확인되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몰수 영장이 이태리 내에서 행해진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M/V Louisa 사건과 이 사건을 구분하려는 파나마의 시도도 무의미하다고 지적하였다. 항행 자유 위반의 구성 요소와 관련하여 이태리는 통상적으로 항행 자유 위반 방해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는 선박의 이동과 관련된 물리적인 개입 등, 선박에 대한 법집행 활동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라고 전제하고 법집행 활동에 미치지 못하는 행위라도 위측 효과로 인해 87조의 적용 대상이 될 수는 있다고 보았다. 위축 효과로 인해 선박이 특정국 해역 진입, 통과를 자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리는 M/V Norstar 호 몰수 영장 및 집행 요청이 물리적인 법집행 활동에 미치지 못하는 행위일 수는 있으나 위측 효과를 발생하지는 않았으므로 87(1)조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몰수 영장 및 집행 요청은 당사자들 모르게 진행되었으므로 위축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M/V Norstar 호의 공해상 항해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안국 법규의 공해상 적용 여부와 관련하여 파나마는 87조 규정상 연안국은 영해 및 영토 밖에서 법집행적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만일 이를 허용할 경우 공해상의 자유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자국적 선박에 대한 파나마의 배타적인 관할권은 해양법협약 92조, 97(1)조, 97(3)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이태리가 파나마 선박의 공해상 주유 행위에 대해 형법 및 조세 관할권을 적용하려는 것은 이들 조항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개진하였다. 이태리는 법규의 영토 외 적용 여부(extraterritoriality)는 87조 위반 여부 결정 기준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87조는 법규의 영토내외성이 아니라 항해 방해 여부만을 규율하는 것이며 동 방해 행위는 이 사건에서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이태리는 법규의 영토 외 적용 금지는 87조가 아니라 89조에 근거하는 것이며 설사 이태리가 법집행 관할권을 영토 외로 확대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실질적인 방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87조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첨언하였다.
이태리 법원 판결과의 관련성에 대해 파나마는 공해상 행위로 이유로 한 M/V Norstar 호 구금이 부당하고 공해상 주유 행위는 설사 주유받은 요트가 이태리에 기항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행해졌다 하더라도 법규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한 이태리 1, 2심 법원 판결이 이 사건에 있어 자신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태리는 몰수 영장이 이태리 국내법상 불법이라고 이태리 법원에서 판정되었다 하더라도 국제법도 위반하였다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무죄 방면될 행위를 수사, 기소하였다는 이유로 국가가 국제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 각국의 범죄 수사 및 소추 주권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방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재판부는 87(1)조 공해는 모든 국가에게 개방된다는 의미는 공해의 일부라도 특정 국가의 주권 아래 있을 수 없고 어느 국가도 공해상의 외국 선박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 원칙은 각각 협약 89조와 92(1)조에도 명기되어 있으므로 협약 87조는 89조와 92조와 함께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해상 주유가 항행의 자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두 당사국 모두 공해상에서 해상 주유의 합법성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으며 M/V Virginia G 사건에서 연안국은 배타적 경제 수역 내에서 외국 어선을 대상으로 하는 해상 주유 행위 외의 여타 해상 주유 행위에 대해서는 관할권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음을 환기하고 공해상의 해상 주유는 해양법협약이나 여타 국제법에 규정된 조건 아래에서 행사된다면 항행의 자유의 일부분이라는 견해를 표명하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M/V Norstar 호가 공해상에서 여가용 요트에 대해 주유한 행위는 협약 87조상의 항행의 자유에 속한다고 판단하였다.
항행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해역에 관해 재판부는 외국 선박은 주권이 적용되는 내해에서는 자유 항행권을 보유하지 못한다고 보았으며 항행 자유가 공해에 접근하기 위해 항구를 이탈하는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내해의 법적 지위와 상충한다고 지적하였다. 파나마의 공해로의 항행권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항행 자유 침해 행위에 대해 재판부는 공해상 외국 선박에 대해서는 (기국외의) 어느 국가도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일체의 항해 방해 행위 또는 관할권 행사 행위는 설사 물리적인 방해나 법집행이 아니더라도 항행 자유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이태리도 인정하는 바였다. 이태리는 법집행에 버금가는 행위라도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발생할 수 있으므로 87조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수긍하였으나 이 사건에서 몰수 영장이 알려졌거나 알 수 있었을 상황이 아니므로 위축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87조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위축 효과의 발현 여부와 무관하게 공해상 외국 선박을 기국 이외 국가의 관할권에 종속시키는 일체의 행위는 항행 자유 위반이며 이태리가 M/V Norstar 호의 공해상 주유 행위에 대해 형법과 관세법을 적용하는 것은 위측 효과 존부와 상관없이 87조의 항행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기국의 배타적인 관할권은 항행 자유의 본질적인 구성 요소로서 공해상 (위법 행위에 대한) 법집행 관할권(enforcement jurisdiction) 행사는 물론 입법관할권(prescriptive jurisdiction)을 공해상 외국 선박의 합법적인 행위로까지 확장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논시하였다. 이태리처럼 자국 형사법과 관세법을 공해상에도 적용하여 외국 선박의 행위를 범죄화한다면 설사 공해상에서 이들 법을 실제로 집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87조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 위법 행위가 아닌 공해상 주유 행위에 대해 이태리가 자국 형사법과 관세법을 적용하여 범죄인 것으로 취급하였다는 것이다. 이태리의 주된 주장은 몰수 영장이 공해가 아니라 자국 항구, 즉 주권이 적용되는 내해에서 집행되었으므로 협약 8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법집행이 내해에서 수행되었다 하더라도 해당 국가가 자국 형법과 관세법을 외국 선박의 공해상 행위까지 영토외적으로 확대해서 동 행위를 범죄화하였다면 협약 87조가 적용 및 위반될 수 있다고 일축하고 이 사건에서 협약 87(1)조가 적용될 수 있으며 이태리는 자국의 형법, 관세법을 공해로 확대 적용하고 몰수 영장을 발급하여 스페인 당국에게 집행을 요청함으로써 파나마가 M/V Norstar 호 기국으로서 향유하는 항행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이태리 법원의 판결이 이 사건에서 심리에서 의미를 갖는지 여부에 대해 자신의 임무는 이태리의 몰수 영장 발부 및 집행을 통해 해양법협약상의 의무에 부합하게 행동하였는지를 가리는 것이고 이태리 법원의 임무는 밀수와 탈세 행위 발생 여부를 살피는 것이므로 두 임무는 서로 분리되고 독립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위법 행위가 없었다는 이태리 법원의 판결은 M/V Norstar 호 억류가 해양법협약상 불법이라는 점을 의미하거나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이상을 근거로 재판부는 이태리는 87(1)조를 위반하였다고 확인하였다(para. 215~230).
3) 87(2)조 위반 여부
해양법 협약 87(2)조의 타국에 대한 정당한 주의 의무 위반에 대해 파나마는 이 조항은 모든 국가에 대해 공해상의 자유를 실행함에 있어서 타국의 이익을 고려하고 타국의 동일한 자유 실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것으로서 기국과 연안국을 구분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태리도 이 조항에 구속된다고 보았다. M/V Norstar 호에 대해 배타적 관할권을 보유한 기국으로서의 파나마의 이익을 이태리가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이태리는 87(2)조의 정당한 주의 의무는 87(1)조의 권리를 행사하는 국가가 행사 시 주의하라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있어 항행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파나마이므로 87(2)조는 이태리가 아니라 파나마가 준수해야 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태리는 87(2)조를 위반한 바 없다고 일축하였다. 재판부는 87(2)조는 공해상 자유를 행사하는 국가에 대해 정당한 주의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 항행 자유를 행사한 것은 파나마이지 이태리가 아니므로 이태리의 동 조항 위반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87(2)조는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para. 215~231).
4) 300조 위반 여부
해양법 협약 300조는 협약상 의무의 성실 이행과 권리 남용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파나마는 이태리가 87조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300조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300조는 그 자체로 의무 위반을 구성할 수 없고 특정의 의무와 권리를 부여한 별도 조항과 관련하여 위반을 시비할 수 있기 때문에 300조에 규정된 성실히 이행되지 못한 의무와 남용된 권리가 구체적으로 어느 조항에 규정된 것인지를 특정해야 했기 때문에 파나마는 87조와 300조의 연결성을 강조한 것이다. 파나마는 이태리의 신의 위반과 권리 남용에 대한 자국의 주장은 모두 87조에 의해 보호되어야 하는 자유 항행권 방해와 기인한다고 주장하였다. 파나마는 87조를 해석하고 300조와 연계하기 위해서 신의 성실의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긴요하고 87조 위반 행위를 신의 성실의 차원에서 인식하기 위해서는 ('신의 성실'이 실효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실효적 해석의 원칙(effet utile )에 맞게 87조를 포괄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태리는 87조와 300조 간의 연결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87조가 위반되었어야 하고 이 위반이 300조와 저촉되게 발생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신의 성실 차원에서 87조 위반이 인정될 수 있도록 effet utile에 따라 87조를 폭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파나마의 주장에 대해서는 300조가 해석학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며 신의 성실이라는 용어가 87조와 300조간의 연결 관계를 창출하기 위해 사용될 수는 없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M/V Louisa 사건에서 해양법협약 300조는 그 자체로 원용될 수 없고 300조 위반을 주장하려면 반드시 신의 성실에 맞게 이행되지 않은 의무가 해양법협약에 의해 부과되었고 남용되었다는 권리가 해양법협약에 의해 부여된 것을 먼저 밝히고 나서 300조와 해당 의무 및 권리 사이의 연결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판결하였음을 환기하였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파나마가 이 사건에서 87조와 300조가 연계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나 87조 위반은 필연적으로 300조 위반을 수반한다는 파나마의 주장은 수용할 수 없고 파나마는 87조 위반을 입증해야 할 뿐 아니라 신의 성실에 저촉되게 위반되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실효적 해석 원칙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협약 87조를 조약법 협약 31조에 규정된 일반적인 조약 해석 원칙에서 일탈하여 해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하였다(para. 241~244).
파나마는 이태리가 신의 성실을 위반한 사실들을 제시하였다. i) M/V Norstar 호가 해상 주유 활동을 이미 1994년부터 수행하여 왔는데 1998년에서야 단속한 점, ii) 항행 자유 침해 소지를 회피하기 위해 M/V Norstar 호가 스페인 항구에 입항하기를 기다려 억류한 점, iii) 사건 이후 파나마의 합의 해결 제안을 거부한 점, iv) M/V Norstar 호의 형사 처리 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한 점, v) M/V Norstar 호를 장기 억류한 점, vi) 87(2)조가 이태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점 등이었다. 재판부는 i) 단속의 단순한 지연은 그 자체로 신의 성실 위반의 증거가 될 수 없으며 ii) 스페인 항구에서 집행한 사실 자체가 신의 성실 위반의 증거가 될 수 없고 iii) 합의 해결 거절이 신의 성실 위반이라는 주장과 협약 87조간의 연결 관계를 입증하지 못했으며 iv) 자료 불제공은 87조와는 무관하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v) 장기 구금 주장에 대해 M/V Norstar 호는 1998년 9월 25일 억류되어 1999년 3월 11일 보석금 예치 조건부로 석방되었고 2003년 3월 14일 완전 석방된 정황을 감안할 때 이태리가 신의 성실을 위반하였다는 점을 파나마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았으며 vi) 87(2)조가 이태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이미 판결하였으므로 300조 위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언급하였다.
300조의 권리 남용에 대해 파나마는 이태리의 M/V Norstar 호 몰수는 수사가 종결된 1998년 9월 24일 이전인 8월 11일에 서둘러 집행된 것으로서 시기상조이며 정당화될 수 없고 이태리의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몰수의 조기 집행은 협약 87조 항행의 자유와 연계되지 않는 사안으로서 재판부의 이 사건 관할권 밖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상을 근거로 재판부는 이태리가 해양법협약 300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확인하였다.
(작성자: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M/V Virginai G(Panama/Guinea-Bissau), Judgment, ITLOS Reports 2014, p.4, at p. 70, para. 223
2 1. The high seas are open to all States, whether coastal or land-locked. Freedom of the high seas is exercised
under the conditions laid down by this Convention and by other rules of international law. It comprises, inter alia, both for coastal and land-locked States:
(a) freedom of navigation;
(b) freedom of overflight;
(c) freedom to lay submarine cables and pipelines, subject to Part VI;
(d) freedom to construct artificial islands and other installations …, subject to Part VI;
(e) freedom of fishing, subject to the conditions laid down in section 2;
(f) freedom of scientific research, subject to Parts VI and XIII.
3 89. No State may validly purport to subject any part of the high seas to its sovereignty.
4 1. Ships shall sail under the flag of one State only and, save in exceptional cases expressly provided for in
international treaties or in this Convention, shall be subject to its exclusive jurisdiction on the high seas. A ship
may not change its flag during a voyage or while in a port of call, save in the case of a real transfer of ownership or change of registry.
5 2. These freedoms shall be exercised by all States with due regard for the interests of other States in their
exercise of the freedom of the high seas, and also with due regard for the rights under this Convention with respect to activities in the Area.
6 States Parties shall fulfil in good faith the obligations assumed under this Convention and shall exercise
the rights, jurisdiction and freedoms recognized in this Convention in a manner which would not constitute an abuse of right.
7 모든 조약 용어는 무언가를 의미하기 위하여 기재되었으므로 각각의 조약 용어가 모두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조문을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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