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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콩고 외교장관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급한 벨기에의 조치가 외교장관의 신체불가침성과 형사 소추 면제권을 보장한 국제 관습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된 사건이다.
2000년 4월 11일 벨기에의 브뤼셀 지방 형사 법원의 수사 판사는 당시 콩고민주공화국의 외교장관이었던 Abdulaye Yerodia Ndombasi의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인터폴에 회람하였다. 동인이 1998년 킨샤사에 거주하는 투치족을 공격하라는 인종 차별적인 연설을 한 혐의였다. 이같은 행위는 1949년 8월 12일 제정된 벨기에의 ‘일련의 제네바 협정의 중대한 위반 행위 처벌에 관한 법’ 및 ‘국제 인도법 위반 행위에 처벌에 관한 법’ 위반에 해당하고 동 법은 동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행위 발생지를 불문하고 벨기에 법원이 관할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벨기에의 체포 영장은 이에 따라 발부된 것이었다.
콩고는 벨기에의 Ndomsasi 장관 체포 영장 발부은 현직 외교장관의 신체 불가침성과 형사 소추 면책권을 보장한 국제 관습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2000년 10월 17일 ICJ에 재판을 청구하였다. 콩고와 벨기에는 모두 ICJ의 강제 관할권을 수용하고 있었다. Yerodia 장관은 2000년 11월 콩고의 내각 개편에 따라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벨기에는 동인이 더 이상 현직 외교장관이 아니므로 콩고의 재판 청구는 효력이 없게 되었으며 ICJ는 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이 없고 콩고의 재판 청구는 수리할 수도 없다고 항변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관할권 존부
벨기에는 Yerodia 장관의 보직 변경으로 인해 재판의 대상이 상실되었으므로 재판부는 더 이상 심리를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Northern Cameroon 사건과 Nuclear Test 사건에서도 같은 이유로 재판부가 심리를 진행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인용하였다. 재판부는 ICJ 확립된 법리상 관할권의 존부는 재판 청구일을 기준으로 확정하는 것이며 확정된 관할권은 후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재판 청구가 무의미하게 되었거나 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하더라도 재판부의 관할권 자체가 박탈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고 벨기에의 주장을 기각하였다(판결문 para. 26~28).
재판부는 재판 청구 이후의 사건 전개로 인해 재판 청구의 대상이 소멸하여 원래 의도하였던 결정을 더 이상 재판부에게 요구하지 않게 된 사건이 다수 있으나 이 사건은 이들과는 성격을 달리한다고 보았다. Yerodia 장관의 신분 변경은 양국간 분쟁을 종결하거나 재판 청구 대상을 소멸시키지도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콩고의 청구 사유는 영장의 불법성 확인과 취소 및 정신적 피해 보상이며 이는 Yerodia 장관의 신분 변경과 무관하게 온존하고 있으므로 재판 청구의 대상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하고 벨기에의 주장을 기각하였다(para. 32).
벨기에는 재판 청구의 근거가 되는 사실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경된 상황에서 재판 청구국으로 하여금 절차를 계속 진행하도록 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건전한 사법 관리와 상충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재판부의 관할권을 부인하였으며 최소한 재판 청구를 수리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재판 청구국이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시비를 심리 과정 중에 제기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재판 청구에 해당하므로 새로운 재판 청구를 다시 하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재판이 청구된 분쟁이 심리 과정 중에 성질이 다른 새로운 분쟁으로 변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확인하였으나 이 사건은 재판 청구의 바탕이 되는 사실이 분쟁 변형을 초래할 정도로 변경되지 않았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에 판결이 의뢰된 문제는 현직 외교 장관에 대한 체포 영장의 적법성 여부로서 이는 동인의 신분 변경과 무관하게 판결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하고 벨기에의 주장을 기각하였다(para.36).
벨기에는 Yerodia 장관이 더 이상 현직 외교 장관이 아니므로 동인을 위한 콩고의 재판 청구 행위는 자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 행사 행위가 되었으며 외교적 보호권은 해당 사인이 국내 구제 절차를 소진한 후에 발동할 수 있는 것인데 Yerodia 장관은 체포 영장 취소 등과 관련하여 벨기에 국내법상의 구제 절차를 종료하지 않았으므로 콩고의 재판 청구는 수리할 수 없고 관할권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콩고가 Yerodia 장관의 개인적인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며 동인의 직책상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2000 년 4 월 11 일 발부된 체포 영장의 적법성과 그로 인한 콩고의 권리 침해 여부라는 이 사건 분쟁의 성격은 변경되지 않았고 설사 국내 구제 미소진이 재판 청구의 수리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재판 청구의 수리 가능성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일은 재판 청구일이며 재판 청구일 당시 콩고는 이 사건에 대해 법적인 이해 관계가 있어 자신의 명의로 이를 시비할 수 있었다고 확인하고 벨기에의 주장을 기각하였다(para. 40~41).
2) 외교장관의 불가침성과 면제권
콩고는 주권 국가의 외교 장관은 재임 기간 중 절대적이고 완전한 신체 불가침성과 형사 소추 면제권을 향유한다고 주장하고 외국의 법원에 의한 형사 판결이나 재판에 회부할 목적으로 수행되는 외국 사법 당국의 수사 행위는 면제권에 대한 위반이라고 부연하였다. 이러한 면제권은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 장관이 자신의 직무를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국제 관습법이 부여한 것이며 재임 전의 행위나 재임 중의 사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동인이 현직에 있는 한 형사 소추가 면제된다고 강조하였다. 벨기에는 외교 장관이 외국의 형사 관할권의 적용이 배제되는 면제권을 광범위하게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였으나 그의 공적인 직무 수행 행위에 한해서 적용이 되는 것이며 사적인 행위나 외교 장관의 직무 수행과 무관한 행위에는 면제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벨기에는 체포 영장은 Yerodia 장관의 외교 장관 직무와 무관한 행위에 대해 발부되었다고 강조하였다.
재판부는 외교 장관을 비롯하여 국가 원수 등 주권 국가의 고위 관료에 대해서는 타국의 민사 형사 관할권을 배제하는 것이 국제법상 확고하게 성립된 원칙이라고 확인하고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서문은 외교관의 특권과 면제는 외교관 직무의 효과적인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협약 32 조는 오직 파견국 정부만이 자국 외교관의 특권과 면제를 포기할 수 있다고 기재하고 있음을 환기하였다.
재판부는 이들 규정은 국제 관습법을 성문화한 것으로서 비록 동 협약이 외교 장관의 면제권을 특정하여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국제 관습법에 근거하여 이 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국제 관습법에서 외교 장관에 부여된 면제권은 그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외교 장관으로서의 직분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재판부는 확인하였다. 외교 장관은 주권 국가의 외교 활동을 총괄하고 휘하 대사는 그의 지시 아래 임무를 수행하며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7(2)조에 의거, 외교 장관은 그 직분 자체로 국가를 대표하는 전권이 있다고 간주되고 외교 장관은 직무 수행을 위해 수시로 외국을 방문하므로 필요할 경우에는 즉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외교 장관은 신임장이 필요 없이 직분 자체로 국가를 대표한다고 국제법이 인정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외교 장관의 직무상 임기 중에는 해외에서 완전한 형사 소추권의 면제와 신체 불가침성을 향유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하였다. 따라서 외교 장관이 외국에서 형사 혐의로 구금되면 그의 직무 수행이 명백하게 방해받는 것이며 이러한 방해의 결과는 외교 장관이 구금 당시에 구금 국가를 공식, 비공식으로 방문 중이었는지 여부, 구금 대상 행위의 외교 장관 수임 전 수임 중 발생 여부, 구금 대상 행위의 공적/사적성 여부와 무관하게 심각한 것이라고 서술하였다. 더구나 외국 방문시 사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도 그의 공적인 직무 수행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재판부는 지적하였다(para. 51~54).
벨기에는 외교 장관에 대한 면제권은 전쟁 범죄나 인도주의에 대한 범죄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개진하였다. 국제 형사 범죄를 심판하기 위한 국제 사법 기관의 규정에 피고의 공적 직위가 해당 기관의 관할권 행사를 금지할 수 없다고 규정된 례와 영국 방문 중 구금된 Pinochet 전 칠레 대통령 사건에서 영국 상원이 유사한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고 주장하였다. 콩고는 현행 국제법상 외교 장관의 완전한 면제권과 불가침성의 예외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없으며 Pinochet 사건에서도 영국 상원은 국가 원수와 대사의 면제권은 완전한 것으로 인정하여 모든 소추 행위로부터의 면제를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재판부는 Pinochet 구금 사건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한 결과 이 사건을 근거로 국제 관습법에 현직 외교 장관의 형사 소추 면제권과 신체 불가침성의 예외가 있다고 추론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국제 사법 기구와 관련된 벨기에의 주장과 관련하여 재판부는 벨기에가 인용한 뉴렌베르크 및 동경 전범 재판소, 구 유고 국제 형사 재판소, 루완다 국제 형사 재판소, 국제 형사 재판소 규정이 전쟁 범죄와 인도주의에 반한 죄 혐의로 기소된 외교 장관의 국내 법원의 관할권 면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들 규정은 당해 재판소 관장 범죄에 대한 동 재판소의 관할권을 다루고 있을 뿐 이를 근거로 타국의 국내 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단 이들 국제 사법 기구는 현직 외교 장관에 대해 형사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국제 형사 재판소 헌장 27(2)조 182를 예를 들어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외교 장관의 면제권이 불처벌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고 형사 관할권으로부터의 면제는 개인의 형사 책임과는 별개이며 전자는 절차적인 것이고 후자는 실질에 관한 문제로서 면제권은 일정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사 소추를 금지할 수 있을 뿐 모든 형사 책임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재판부는 외교 장관은 국내에서는 면제권을 향유할 수 없으며 국적국이 이를 포기하면 외국에서의 면제권 향유가 중단되고 외교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외국 정부의 관할권 적용 면제 혜택이 종료된다고 부연하였다(para. 58~61).
재판부는 이상의 심리 결과를 이 사건에 적용할 때 벨기에의 체포 영장은 콩고의 현직 외교 장관에게 발부된 것이므로 발부 자체만으로 Yerodia 가 현직 외교 장관으로서 향유할 수 있는 면제권을 침해하였으며 콩고에 대한 벨기에의 국제법상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체포 영장을 인터폴에 협조하여 구금을 요청한 행위도 역시 Yerodia 장관의 외국 방문이라는 공적 직무 수행을 방해하고 위축시킨 행위로서 외교 장관의 면제권과 불가침성을 보장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para. 70~71)
3) 보상
재판부는 체포 영장은 발부 당시부터 불법이었으므로 현재 Yerodia 가 외교 장관이 아니라 할지라도 벨기에는 체포 영장 발급을 취소하고 관련 국가에 이를 회람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콩고의 보상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Factory at Chorzow 사건에서 PCIJ 는 보상이란 가능한 한 불법 행위의 결과를 일소하고 불법 행위가 행해지지 않았다면 존재했을 상황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점을 인용하면서 체포 영장의 취소 이상의 보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확인하였다(para. 75).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 Geneva Convention I: for the Amelioration of the Condition of the Wounded and Sick in Armed Forces in the Field
Geneva Convention II: for the Amelioration of the Condition of the Wounded and Sick and Shipwrecked Members of Armed Forces at Sea
Geneva Convention III: relative to the Treatment of Prisoners of War
Geneva Convention IV: relative to the Protection of Civilian Persons in Time of War
2) 2. Immunities or special procedural rules which may attach to the official capacity of a person, whether under national or international law, shall not bar the Court from exercising its jurisdiction over such a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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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