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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가이아나와 수리남 간의 영해와 배타적 경제 수역 및 대륙붕 경계선을 중재로 획정한 사건이다.
가이아나와 수리남은 남아메리카 북부 해안에 위치한 인접국으로서 각각 1966년 영국, 1975년 네덜란드 식민지에서 독립하였다. 식민지 시절 당시 영국과 네덜란드는 양 식민지간의 육지 국경은 61개 좌표로 확정하였으나 해양 경계선은 합의하지 못하였다. 1936년 양국의 국경 획정 공동위원회는 해안쪽 국경 종단점을 통과하는 방위각 10°선으로 영해(당시에는 3해리)을 분계하기로 잠정 합의하였으나 곧이어 발발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양국 정부간의 공식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1957년 영국은 영해 폭이 확대되고 인접국간 영해는 등거리선으로 분획한다는 영해 협정이 체결되는 등 상황의 변경을 이유로 양국간 등거리선으로 분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시작하였으며 방위각 10°선 우측의 해양에 석유 탐사 면허를 발급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1975년 수리남 독립 이전까지 영국은 수 차례 해양 경계선 획정을 시도하였으나 방위각 10°선을 고수하는 네덜란드와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1977년 가이아나는 12해리 영해를 선포하면서 경계가 합의되지 않은 해역의 경계선은 등거리선으로 한다는 국내법을 일방적으로 입법하였고 수리남은 1980년부터 방위각 10°선 우측 해역을 국영 석유회사의 전속 탐사 해역으로 정해 버렸다. 가이아나는 1998년 방위각 34°선 좌측 해역의 석유 탐사권을 CGX라는 개발 회사에 부여하였다. 수리남은 해군을 동원하여 2000년 8월 CGX의 탐사선을 무력으로 방위각 10°선 밖으로 축출하였다. 이후 양국간 긴장 완화를 위해 주변 국가와 지역 국제 기구의 주선으로 영해를 포함하여 배타적 경제 수역, 대륙붕 등 해양 경계를 일괄하여 획정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되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교착되었다.
가이아나는 2004년 2월 24일 유엔 해양법 협약 287조에 근거하여 부속서 VII조에 규정된 중재를 청구하였으며 방위각 34°선을 영해, 배타적 경제 수역, 대륙붕을 포괄하는 단일의 양국 해양 경계선으로 획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34°도선이 등거리선과 거의 같은 위치에 있으며 석유 탐사 면허 발급 시에 해양 경계선인 것처럼 의제하여 사용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수용이 곤란할 경우 양국간의 등거리선으로 획정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다. 가이아나는 수리남이 해군을 동원하여 무력을 CGX 시추선을 축출한 것은 유엔 헌장 2(4)조의 무력 사용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과 이에 대한 적정 보상액도 판정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다. 수리남은 방위각 10°선을 경계선으로 확인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으며 CGX 시추선 축출은 정당한 법 집행 행위라고 확인해 줄 것을 청구하였다. 중재 판정부는 상설중재재판소에 사무국 역할을 의뢰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영해 경계선
당초 영국과 네덜란드가 1936년 두 식민지의 영해 경계를 10°선으로 정한 것은 두 식민지의 육지 경계인 Corentyne 강이 수리남 소속이고 강 하구에서 강으로 진출입하는 항로가 강의 서안, 가이아나 방향으로 형성된 관계로 영해 경계를 등거리선과 유사한 방위각 34°선으로 정하면 수리남 선박의 항행에 불편이 초래되기 때문이었다. 1936년 당시에는 국제적으로 3해리가 영해 폭으로 광범위하게 인정되었으나 이후 6해리, 10해리, 12해리 등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영국은 1936년 3해리를 전제로 잠정 합의된 10°선을 적용하는 것은 가이아나측에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당시의 확대된 영해 폭에 맞게 3해리 이후의 경계는 등거리선으로 하자고 1957년에 제안하였던 것이다. 당시에는 유엔에서 영해 및 잠정 수역에 관한 협정 체결 협상이 한창 진행 중에 있었으며 인접국간 영해는 달리 합의되지 않는 한 등거리선으로 분계하기로 합의되어 가고 있었던 점도 감안한 주장이었다. 가이아나는 영국의 주장을 승계하여 국제 조약은 체결 당시의 개념이 아니라 적용 당시의 상황에 따라 적용되어야 한다는 Aegean Sea Continental Shelf 사건 판례를 인용하여 영해 폭이 12해리로 확장된 만큼 1936년 잠정 합의는 시대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고 등거리선 또는 34°선을 영해 경계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수리남은 10°선은 사실상의 합의였으며 영국과 가이아나는 이를 묵인하여 왔고 이미 약속한 것을 번복할 수 없다는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10°선이 양국간 영해 및 해양 경계선으로 유효하다는 입장이었다. 수리남은 가이아나의 같은 조약이라도 시대의 변천을 반영하여 적용해야 한다는 시제법 원칙을 수용할 수 없으며 영해 폭이 확장되었다면 과거의 10°선을 확장된 폭만큼 자동적으로 연장하여 영해를 분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판정부는 양국은 모두 유엔 해양법 협약 가입국이고 동 협약 15조는 인접국은 달리 합의하지 않는 한등거리선으로 획정토록 규정되어있으며 해양 경계에 관한 지금까지의 판례가 일관되게 등거리선을 잠정적으로 작도한 후 이를 조정해야할 특수한 사정의 존부를 살펴서 반영하는 방식을 적용하여 왔으므로 판정부도 이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판정부는 양국간에는 등거리선을 조정해야 할 특수한 사정이 달리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항행 편의성이 특수한 사정에 해당하는지는 살펴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판정부는 양국이 제출한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영해 폭이 3해리일 경우에는 34°선으로 영해를 분획하면 항행로의 위치상 선박의 Corentyne 강 입출에 불편이 예상되며 이를 회피하려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확실한 의도가 확인된다고 평가하였다. 영국도 3해리까지의 영해 경계는 10°선을 기준으로 분계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였다고 판정부는 판단하였다. 그러나 3해리 이원의 해양은 Corentyne 강 항행로와 충분히 이격되어 있어서 10°선을 자동적으로 연장해야 할 필요성이 없고 등거리선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나 분계 편의상 12해리 영해 한계선에서 시작되는 등거리선에 직선으로 연결한 선을 기준으로 영해를 분계하여도 충분하다고 판정부는 논시하였다.
2) 12해리 영해 이원의 배타적 경제 수역 및 대륙붕 경계
가이아나는 배타적 경제 수역 및 대륙붕 경계는 등거리선으로 정하거나 양국이 역사적으로 등거리선으로 취급하여 왔던 방위각 34°선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수리남은 등거리선을 적용할 경우 가이아나의 수역이 수리남 수역을 잠식(cut off)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양국 해안선이 형성하는 각도를 이분등하는 직선 또는 직선으로 단순화한 양국 해안선에 수직으로 만나는 직선을 선정하여 분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판정부는 이전의 판례와 마찬가지로 해양 경계선 획정에 관계되는 해안선 범위를 결정하고 동 범위 내에 있는 기준점에서 등거리선을 잠정적으로 작도한 후 이를 조정, 이동해야 하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지를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관련된 해안선의 길이비와 배정된 해역의 면적비 간에 현저한 불비례성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보았다.
판정부는 가이아나의 수역이 결과적으로 수리남 수역을 침해하는 효과는 해안선의 형태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으로서 불공정하다 할 수 없고 판정부가 공정한 경계선 획정을 위해 해안선을 다시 그릴 수 없다는 것
은 이전의 판례에서 누차 확인된 원칙이라고 설명하고 해안선의 형태는 잠정 등거리선을 조정할 수 있는 특수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가이아나는 지난 수십년간 34°선을 염두에 두고 양국이 석유 탐사 면허를 발급해 온 관행이 등거리선을 조정할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으나 판정부는 분쟁 당사국의 관행을 기준으로 경계선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일관되고 지속적이어야 하며 분쟁 당사국이 특정 선을 공정한 경계선으로서 수용해 왔다는 분명한 의도가 시현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판정부는 석유 탐사 면허는 당사국의 명시적, 묵시적인 합의가 없는 한 일반적으로 그 자체로서는 잠정 경계선의 조정이나 이동을 정당화하는 상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소개하면서 이사건의 경우 석유탐사면허 경계선을 양국간 해양경계선으로 수용하려는 당사국의 합의나 의도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판정부는 이 사건의 경우 잠정 등거리선을 이동, 조정해야 할 특수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으며 가이아나와 수리남의 관련된 해안선의 길이비(54:46)와 등거리선으로 분획된 해역의 면적비(51:49)도 대등하므로 등거리선으로 양국간 배타적 경제 수역 및 대륙붕 경계를 획정하였다.
3) 시추선의 축출의 정당성
가이아나는 수리남 해군이 2000년 6월 3일 CGX사 시추선을 무력으로 퇴거시킨 행위가 유엔 헌장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수리남은 판정부는 유엔 헌장이나 여타 일반 국제법 위반이라고 시비되는 행위를 심리할 관할권이 없다고 반박하였다.
판정부는 중재 판정부는 해양법 협약과 이에 양립될 수 있는 기타 국제법 원칙을 적용하라고 규정한 해양법 협약 293(1)조를 제시하고 293(1)조에 의거하여 적용할 수 있는 일반 국제법은 무력 사용의 금지 및 회피를 규정하고 있으며 사용이 불가피하더라도 필요하고 합리적인 수준을 초과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확인하였다. 또한 판정부는 분쟁 해역에서의 수리남의 행위는 배타적 경제 수역 및 대륙붕 경계 최종 확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 해양법 협약 74(3)조, 83(3)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시추선 퇴거 조치가 자국의 관할 해역에서 무면허로 시행되는 불법 행위를 단속한 정당한 법 집행 조치였다는 수리남의 항변에 대해 판정부는 증거와 증언에 기초하여 수리남 해군의 행태를 평가할 때 단순한 법 집행 행위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며 유엔 헌장 2(4)조 등의 무력 사용 및 사용 위협 금지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가이아나의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수리남의 항변에 대해서 판정부는 대응 조치는 무력을 수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국제법의 원칙이라고 환기하고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재발 방지를 보장하고 이미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라는 가이아나의 청구에 대해서는 무력 사용 금지 의무 위반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하고 피해 발생이 보상을 명령할 수준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역시 기각하였다.
가이아나와 수리남은 상대국이 해양 경계 획정을 위해 우선 성의를 다해 잠정 합의에 이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불성실한 협상 태도로 최종 합의를 방해하였으므로 해양법 협약 74(3)조, 83(3)조를 위반하였다는 주장에 대해 양국간의 협의 과정을 살펴 본 후 양국 모두가 동 조항상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115. Where the coasts of two States are opposite or adjacent to each other, neither of the two States is entitled, failing agreement between them to the contrary, to extend its territorial sea beyond the median line every point of which is equidistant from the nearest points on the baselines from which the breadth of the territorial seas of each of the two States is measured. The above provision does not apply, however, where it is necessary by reason of historic title or other special circumstances to delimit the territorial seas of the two States in a way which is at variance therewith.
2Land and Maritime Delimitation(Cameroon/Nigeria), Judgment, ICJ, Reports 2002, para. 303~304
31. A court or tribunal having jurisdiction under this section shall apply this Convention and other rules of international law not incompatible with this Convention
43. Pending agreement as provided for in paragraph 1, the States concerned, in a spirit of understanding and cooperation, shall make every effort to enter into provisional arrangements of a practical nature and, during this transitional period, not to jeopardize or hamper the reaching of the final agreement. Such arrangements shall be without prejudice to the final delim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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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국제법 판례 종합해설 1,2권"(저자 김승호)의 해당사건 부분을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