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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알바니아는 국제연맹 가입 조건으로 다양한 소수민족 보호 정책을 유지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알바니아는 상기 소수민족 보호정책 중 하나 였던 ‘자유롭게 종교 및 교육기관의 설립할 수 있는 권리를 소수민족뿐만 아니라 자국민에게 보장하지 않는 정책을 일괄적으로 실시하였다. 결국, 알바니아의 이러한 정책이 소수민족을 차별하는 정책인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국제연맹은 1920. 12. 15. 알바니아가 국제연맹 가입시 약속한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을 유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다.2)
사실, 알바니아의 국제연맹 가입에 있어서 국제연맹 사무총장과 알바니아 정부는 소수민족에 대한 보호 정책에 관하여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알바니아 내 기독교 소수민족의 뿌리 국가인 그리스는 1921. 5. 17. 국제연맹 사무국에 서신을 보내 국제연맹이 알바니아로부터 원론적인 수준의 소수민족 보호 원칙을 유지하기로 확인 받는 것은 알바니아 내 소수민족 보호에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구체적인 보호 정책을 알바니아로부터 확인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3)
구체적으로 그리스는 알바니아가 기독교 소수민족이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교회 건물 지원 및 보전, 종교 및 교육 등을 위해 소수민족이 임의로 기금을 설립하고 유용할 수 있는 권리, 소수민족이 고유의 언어로 종교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보장하고 나아가 알바니아 술탄이 직접 소수민족의 안전한 종교활동을 보장할 것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4)
이에 알바니아 정부는 그러한 내용을 대부분 포함한 알바니아 선언문을 서명하고 공개한 바 있고, 특히 본 알바니아 선언문 제5조는 기독교 소수민족을 포함하여 알바니아 국민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종교와 언어로 어떤 학년이든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보증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5)
그러나 알바니아 정부는 1928년 개정헌법을 통해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무상 의무교육을 시행한다는 미명 아래, 모든 사립학교를 폐지하였다(“본건 조치”).6)
알바니아 정부는 본건 조치는 알바니아 선언문의 기본 정신은 국민들간의 ‘공평한 대우’라고 하면서, 본건 조치는 알바니아 국민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서 소수민족에게 그대로 적용하여도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만약 소수민족만을 위한 예외(가령, 소수민족을 위한 사립학교 유지)를 둔다면 오히려 알바니아 국민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7)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알바니아 선언문의 원칙은 소수민족에게 자유롭게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고 하며 알바니아 선언문의 정신은 그저 동등한 대우가 아닌 ‘소수민족의 자유로운 종교 및 교육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8)
알바니아 내 소수민족은 국제연맹에 진정서를 냈고 국제연맹 이사회는 1935. 1. 18. 상설국제재판소(Permanent Court of International Justice, 이하 “PCIJ”) 에 본건 조치 관련 권고적 의견을 묻는 결의를 하였다.9)
알바니아 선언문은 소수민족에게 교육 및 종교 활동과 관련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고, 알바니아 정부의 본건 조치는 소수민족의 권리를 빼앗는 것으로서 오히려 알바니아 국민들 사이에서 불공평을 유발하는 조치에 해당한다.10)
국제연맹은 1920. 12. 15. 알바니아가 국제연맹 가입시 약속한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 및 그 실행에 대한 해석이 주로 문제되었다.
PCIJ는 국제연맹 이사회가 애초에 알바니아 정부에게 요구했던 것은 당시 다른 나라들이 운용하는 수준의 소수민족 보호 정책 이고, 동 정책의 목적은 소수민족의 보호 및 더 큰 주류 커뮤니티와 친선을 유지하며 조화롭게 사는데 있다고 설명했다.11) 또한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수민족과 해당 국의 주류 민족 사이에 완벽한 공평함과 동시에 소수민족에게 그들만의 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기초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12)
관련하여, PCIJ는 알바니아 선언문 제5조는 주류 민족와 소수민족 사이에 공평성을 유지 하기 위해 알바니아 내 소수민족에게 특별한 권리를 부과하는 내용으로서 만약 동조가 폐지된다면 법률적, 형식적인 공평성은 달성할 수 있들지라도 사실상의 공평은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였다.13) 나아가 PCIJ는 소수민족에 대한 “공평한 권리”란 소수민족의 구성원이 국가의 집중적인 보호를 통해 주류민족 구성원보다 열등하지 않은 권리를 누리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진정한 공평이라고 강조하고, 본건 조치는 오히려 소수민족에 대한 처우 개선에 기여할 수 없는 상황에 해당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14) 결국, PCIJ는 알바니아 정부의 본건 조치는 소수 민족의 특수한 환경을 보전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시스템을 폐지하는 것과 같다고 판시했다.15)
요약하자면, PCIJ는 알바니아 선언문은 소수민족에게 교육 및 종교 활동과 관련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고, 알바니아 정부의 본건 조치는 소수민족의 권리를 빼앗는 것으로서 오히려 알바니아 국민들 사이에서 불공평을 유발하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1935. 8. 30. 알바니아 정부는 국제연맹의 사무총장에게 소수민족 사립학교 설립에 관한 규정 초안을 송부하였다. 이 초안은 1935. 9. 23. 이사회에서 논의되었는데, 이사회는 동 초안이 언어적 소수민족을 보호하는 데는 충분하지만 카톨릭 학교 설립에 관해서는 그렇지 아니하여 종교적 소수자 보호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하였다.
1936. 1. 23. 이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다시 다루었는데, 여전히 종교적 소수자(카톨릭교인)를 보호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1936. 5. 6. 알바니아 외무부 장관은 국제연맹 사무총장에 대하여 서신을 발송하여 사립학교 설립 관련 규정 개정안을 전달하였고, 1936. 5. 13. 이사회에서는 알바니아의 개정안이 소수민족을 보호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종결하였다.
알바니아는 민족, 언어, 종교 측면에서 매우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먼저 민족면에서는 약 82% 정도의 다수를 차지하는 알바니아인 외에 그리스인, 마케도니아인, 몬테네그로인, 아르메니아인, 루마니아인, 발칸 이집트인 등의 다양한 민족이 혼재하고 있다. 언어면에서는 알바니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나, 그리스 방언, 아르메니아어, 세르비아어, 마케도니아어, 보스니아어, 불가리아어, 고라 방언, 루마니아어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외국인 공동체의 존재로 인하여 영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등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종교면에서는 전체 인구의 60% 가까이를 차지하는 이슬람교 외에 약 17%의 기독교, 24%의 무교 등이 역시 혼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다양성을 유지하고 그룹간 갈등을 방지하며 소수 그룹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오랜 기간에 걸쳐 경주되고 있다.
사회구성원에 대한 평등한 대우와 소수집단에 대한 보호는 모든 국가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만 이들은 종종 서로 충돌한다. 주류 집단과 소수 집단을 동일하게 대우하고 실제로 소수 집단이 누리는 보호와 혜택이 주류 집단이 누리는 보호와 혜택에 이르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소수 집단에 보다 높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는 경우, 다수 집단 혹은 적어도 다수 집단의 일부는 소수 집단에 비하여 불리한 대우를 받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소수 집단이 다수 집단과 동일한 보호를 누리면서 동시에 다수 집단이 차별받지 않는 완벽한 균형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본건에서 PCIJ는 소수집단에 대해 보다 충분하고 집중적인 보호를 제공함으로써 소수집단이 사실상 불리한 대우를 받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전체 구성원에 대한 평등한 대우와 소수 집단에 대한 보호 중 후자를 보다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본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소수 집단에 대한 “교육”의 문제이고, PCIJ는 다른 지역의 경우에도 소수자를 위한 학교 설립 및 소수자의 교육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왔다는 점16)에서, PCIJ는 소수자 보호에 중점을 두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PCIJ는 오래 전부터 소수자의 보호에 대하여 진보적인 입장을 보여왔고 이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초의 상설 국제법원으로서 PCIJ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평등’과 ‘소수자 보호’의 충돌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매우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는 과연 어떤 집단을 ‘소수’로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가령, ‘여성’은 소수 집단인가? 아직 사회 여러 곳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남아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종전과 달리 교육 기회면에서는 거의 차별을 받지 않고 있으며, 각급 학교에서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제외하고 학령기를 넘긴 연령의 여성만을 소수 집단으로 볼 것인가?
나아가 유복한 가정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여성은 그렇지 못한 남성에 비하여 더 많은 보호를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단순한 정답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외국인’의 문제 역시 애매한 측면이 있다. 베트남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 농촌으로 결혼을 위해 이주해 오는 여성들과 이들의 자녀들은 민족, 문화, 언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정부가 부여하는 ‘외국인’에 대한 보호의 가장 큰 수혜자는 선진국 출신인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본국이 인력과 자원이 충분하여 우리나라에 대해 여러 가지를 요구하거나 요청할 가능성도 훨씬 높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외국인’을 선진국 출신과 후진국 출신으로 분류하여 특정 국적의 외국인에게만보다 두터운 보호를 제공하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이 외국인 투자자의 지위를 갖거나 교역 참여자의 지위를 갖게 되면 최혜국 대우의 적용으로 출신국가별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 어쨌든 이와 같이 소수 집단 보호에서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일단 보호 대상인 소수 집단을 확정하는 작업이다.
둘째는 이렇게 정해진 소수 집단에 대하여 어느 ‘수준’의 보호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동일한 소수 집단의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필요한 보호의 수준도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하여 맞춤형으로 적정 수준의 보호를 제공한다는 것은 행정적인 면에서나 비용적인 면에서나 현실적이지 않다. 모든 소수 집단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을 정하고 이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법령이나 제도를 운용해야 할 것이다. 사실 바로 이러한 기준이 국제관습법상 외국인에 대한 최소대우 기준이다. 모든 외국인이 사실적인 측면에서 보호를 요청하는 정도는 모두 상이할 것이나 법리적인 측면에서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기준은 모두 동일하고 또 동일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미 거의 100년 전부터 사회 구성원에 대한 평등과 소수 집단에 대한 보호 문제에 대하여 고민해 온 국가의 입법 내용이나, 그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 그리고 PCIJ와 같은 권위 있는 국제법원의 의견을 음미하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소수 집단의 보호에 관한 판례나 권고적 의견은 단순히 결론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논의의 대상이 된 소수 집단, 그러한 집단에 대한 보호 방법과 수준, 분쟁이 발생한 이유 및 그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와 해결 과정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이를 우리 사회의 상황에 비추어 적절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도 여러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고 심지어 시간이 지나 우리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상당한 다양성을 현출하는 국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형태와 국가구성이 불필요한 갈등이나 차별을 초래하지 않도록 과거 유럽 국가들의 유사한 경험을 참고하여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 안정혜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율촌
전준규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율촌
감수자 이재민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 개인의 견해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견해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1) Minority Schools in Albania, Advisory Opinion, 1935 P.C.I.J. (ser. A/B) No. 64 (Apr. 6), 이하 “본건 의견”.
2) 본건 의견, p. 7.
3) 본건 의견, pp. 7-8.
4) 본건 의견, p. 8.
5) 본건 의견, p. 8.
6) 본건 의견, pp. 13-14.
7) 본건 의견, p. 15.
8) 본건 의견, p. 15.
9) 본건 의견, p. 5.
10) 본건 의견, p. 23.
11) 본건 의견, pp. 16-17.
12) 본건 의견, p. 17.
13) 본건 의견, pp. 18-20.
14) 본건 의견, pp. 20-21.
15) 본건 의견, pp. 21-22.
16) Access to German Minority Schools in Upper Silesia, Advisory Opinion, 1931 P.C.I.J. (ser. A/B) No. 40 (May 15)에 대한 평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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