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협정은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규범에서 데이터 거버넌스에 관한 규범으로 그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디지털 협정은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정당한 정책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규제권한을 명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협정에서는 정부의 규제를 허용하는 ‘정당한 정책목적’이 무엇이고, 어떻게 그러한 정부규제가 무역자유화에 불필요한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이다.
디지털 협정은 일반적으로 GATT 제20조 또는 GATS 제14조의 일반예외를 준용하고, GATS 제14조 bis와 유사한 안보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이 밖에 특별히 ‘정보의 국경간 이동’과 ‘컴퓨터 현지화 요구 금지’와 관련하여 정부의 규제를 허용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 특별예외 조항들은 GATT 및 GATS 협정뿐 아니라 TBT협정의 규정방식과 용어도 차용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협정의 예외조항들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는 많은 혼란과 불확실성이 예상된다. 디지털 협정의 목적과 규율대상이 GATT나 GATS협정과 다를 뿐 아니라, 지역협정의 형태로 존재하는 디지털 협정들은 협정마다 정부의 규제권한을 규정하는 방식과 사용하는 용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협정상 특별예외 조항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는 TBT 제2.2조 및 이에 관한 WTO 상소기구의 해석을 상당부분 원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디지털 협정은 정부의 규제권한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 그 규제권한의 한계를 설정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TBT협정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 협정의 특별예외조항들은 TBT협정 제2.2조와 매우 유사한 규정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GATT 및 GATS 일반예외 조항들과 관련 WTO 법리를 디지털 협정의 데이터 거버넌스 규정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데이터 규제의 특성을 감안하여 GATS 및 GATT상 일반예외 법리에 상당한 수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GATT 및 GATS 일반예외 조항에 명시되지 않는 ‘정당한 정책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디지털 관련 규제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하여는, GATS 제14조 (혹은 GATT 제20조)를 매우 유연하게 해석, 준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디지털 협정의 특성을 감안할 때, 디지털 관련 국제규범을 수립함에 있어서는 사이버 안보, 개인정보 보호,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 등 건전한 온라인 경제환경 구축과 관련된 국내 법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정당한 정책적 가치가 보호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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