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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ban Investments Corp. v.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12/24
청 구 인: Transban Investments Corporation
대 리 인: DLA Piper LLP (Mr. Jonathan Siegfried, Ms. Kiera S. Ganz, Mr. Harout Jack Samra)
Escritorio Muci-Abraham & Asociados (Mr. José Antonio Muci Borjas)
피청구국: 베네수엘라(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대 리 인: Procuraduría General de la República Bolivariana de Venezuela (Dr. Reinaldo Enrique Muñoz Pedroza)
Guglielmino & Asociados (Mr. Osvaldo César Guglielmino, Ms. Veronica Lavista, Ms. Mariana Lozza, Mr. Pablo
Parrilla, Mr. Patricio Grané RIera, Mr. Nicolás E. Bianchi, Mr. Guillermo Moro, Mr. Alejandro Vulejser, Mr.
Emiliano Represa, Mr. Nicolás Caffo)
Mr. Diego Brian Gosis
H.E. Judge Peter Tomka (의장중재인, 슬로바키아 국적)
Professor David D. Caron (청구인 지명, 미국 국적)
Dr. Santiago Torres Bernárdez (피청구국 지명, 스페인 국적)
소재지 국가가 변경되는 법인의 주소 이전이 있는 경우, 이러한 회사의 이전이 신규 주소지 국가에서의 회사 설립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주로 다투어진 사례다.
원래 베네수엘라에서 설립된 청구인이 바베이도스로 회사 주소지를 이전한 후 바베이도스 국적의 투자자라고 주장하며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이 사건 중재를 신청하였다. 중재판정부는 바베이도스 및 베네수엘라 회사법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청구인이 바베이도스로 법인 주소를 이전하고 사업을 계속한다는 사정만으로 바베이도스에서 설립된 법인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투자협정에서 보호하는 외국투자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투자협정상의 관할을 부정하였다.
중재절차가 2 단계로 분리되어 진행되었다. 시적 적용범위(ratione temporis)와 인적 관할(ratione personae)은 본안 전 절차에서, 물적 관할(ratione materiae)은 본안과 함께 다루는 것으로 절차가 분리되었다. 다만 절차분리 결정(2015 년 11 월 2 일)이 다소 늦게 이루어졌던 관계로 1 차 서면공방과 문서제출 절차의 일부가 절차분리 결정 전에 이미 진행되었다.1
Agreement between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Venezuela and the Government of Barbado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Investments (이하 “이 사건 협정”)
중재판정문에 기재 없음.
중재판정문에 기재 없음.
청구인은 1996 년 베네수엘라에서 설립되었다(당시 회사명 Inversiones Cibanca, C.A.). 이후 1998 년에 Inversiones Transbanca, C.A.를 두 번째 회사명으로 채택하였고, 2000 년에 Transban Investments Corp.로 회사명을 변경하였다. 청구인은 2001 년 8 월 바베이도스로 법인 주소지를 변경하였고, 바베이도스 정부로부터 회사 계속 증명서(Certificate of Continuance)를 발급받았다.2
한편 ICSID 협약 사무국은 2012 년 1 월 24 일 피청구국의 탈퇴 통지를 수령하였다.3 청구인은 2012 년 7 월 24 일 ICSID 에 피청구국을 상대로 한 이 사건 중재신청서 스캔본을 송부하는 동시에 원본을 택배로 발송하였다. ICSID 사무국은 다음날인 2012 년 7 월 25 일 이 사건 중재신청서 원본을 수령하였다.4
가. 법률적 쟁점
이 사건 중재가 피청구국의 ICSID 협약 탈퇴 통지 이후에 신청되었으므로 이 사건 중재에 대한 피청구국의 동의가 존재하는지 여부 및 원래 피청구국에서 설립되었던 청구인이 법인 주소 변경을 통하여 바베이도스에서 설립된 법인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투어졌다.
즉, 피청구국은, (i) 피청구국이 2012년 1월 24일 ICSID 협약에서 탈퇴하였는데 이 사건 중재신청은 그 이후인 2012년 7월 25일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은 청구인의 유효한 중재동의가 존재하는 시간적 적용범위 내에 있지 않고, (ii) 청구인은 바베이도스에서 설립된 회사가 아니므로 이 사건 협정이 보호하는 투자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5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i) 피청구국의 ICSID 협약 탈퇴는 탈퇴 통지 후 6개월의 유예기간 도과 후에 효력이 발생하는데, 이 사건 중재신청은 피청구국의 탈퇴 통지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인 2012년 7월 24일 제기되었고, (ii) 청구인은 베네수엘라에서 설립되었지만 이후 바베이도스로 법인 주소를 이전하고 바베이도스 정부로부터 회사 계속 증명서를 발급받음으로써 바베이도스의 회사가 되었으므로, 바베이도스에서 설립된 회사에 해당한다고 반박하였다.6
나. 시적 적용범위(ratione temporis) – 중재동의의 시간적 효력 범위
1) 피청구국의 주장
ICSID 협약 제71조는 사무국이 체약국의 탈퇴 통지서를 수령한 날 날로부터 6개월 후에 탈퇴의 효력을 발생한다고 규정한다.7 이는 국가면제, 면책특권,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 외교적 보호 등 ICSID 협약에 따른 체약국의 권리의무가 탈퇴 통지 수령일로부터 6개월 후까지 소멸하지 않는다는 취지일 뿐이고, 사무국이 탈퇴 통지를 수령한 날부터 즉시 ICSID 협약의 체약국이 아니게 되므로 탈퇴한 국가를 상대로 유효하게 중재신청을 할 수 없다.
설령 탈퇴 통지 수령일로부터 6개월 내에 피청구국을 상대로 중재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6개월의 유예기간은 2012년 7월 24일 만료되는데, 이 사건 중재신청은 ICSID 사무국이 중재신청서 원본을 수령한 2012년 7월 25일 혹은 이 사건이 ICSID에 등록된 2012년 8월 27일 이루어졌다. 어느 날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미 유예기간이 도과한 이후이므로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관할을 가지지 못한다.8
2) 청구인의 주장
체약국의 탈퇴는 ICSID 협약 제71조에 따라 사무국이 탈퇴 통지를 수령한 날로부터 6개월 후에 효력을 발생한다.9 따라서 피청구국의 탈퇴 효력 발생일은 2012년 7월 25일인데, 청구인은 그 전인 2012년 7월 24일 이 사건 중재를 신청하였으므로 이 사건은 피청구국의 중재동의 혹은 이 사건 협약의 시적 적용범위 내에 있다. 한편 ICSID의 사건 등록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ICSID 사무국의 행동에 따라 관할이 좌우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이를 관할 결정의 기준일로 삼을 수 없다.10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ICSID 협약 체약국이 탈퇴 통지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무국이 그 탈퇴 통지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6개월 동안 체약국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베네수엘라는 탈퇴 통지서 도달일인 2012년 1월 24일부터 2012년 7월 24일까지 체약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2012년 7월 25일부터 체약국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하면서, 이 사건 중재신청서 스캔본 사본이 7월 24일 ICSID 사무국에 도착하였고, 중재신청서 접수 비용 또한 같은 날 ICSID 계좌에 납입되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중재신청이 2012년 7년 24일 이루어졌다고 인정하였다.11
한편 중재판정부는 ICSID 협약의 체약국이라고 하여 곧바로 ICSID 관할에 동의한 것은 아니고 체약국이 명시적인 동의의사를 표시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피청구국은 이 사건 협정 제8조 제1항로써 국제중재에 대한 동의의사를 표시하였고, 청구인 또한 2012년 7월 24일 피청구국이 ICSID 협약 체약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 이 사건 중재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동의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중재에 대한 분쟁 당사자의 중재합의가 유효하게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12
※ 피청구국 지명 중재인 Santiago Torres Bernárdez는 인적 관할뿐만 아니라 관할의 시적 적용범위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제출했다. Bernárdez는 ICSID 협약 제71조의 6개월의 유예기간은 권리의무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법적 상황(legal situations)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시적 관할 판단 기준일은 탈퇴 통지서 도달일인 2012년 1월 24일이 되어야 하고, 따라서 그 이후에 이루어진 이 사건 중재신청은 시적 적용범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의견을 밝혔다.13
다. 인적 적용범위(ratione personae) – 바베이도스 설립 법인 해당 여부
1) 피청구국의 주장
청구인은 1996년 피청구국에서 설립되어 2001년 8월 바베이도스로 법인 주소를 이전하였을 뿐 바베이도스에서 설립된 법인이 아니다. 피청구국 법률은 피청구국에서 설립된 법인의 국적 변경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청구인은 법인 주소 이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청구국 국적의 법인이다.14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2001년 8월 바베이도스로 법인 주소를 이전하고 바베이도스 정부로부터 회사 계속 증명서(Certificate of Continuance)를 발급받음으로써 바베이도스에서 설립 또는 성립된 회사가 되었다. 피청구국 법은 피청구국에서 설립된 법인의 국적 변경을 금지하지 않았고, 청구인이 바베이도스 법률에 따라 바베이도스에 등록하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된 이상, 청구인은 피청구국의 법률과 무관하게 이 사건 협정 제1조 (d)에 따라 보호되는 투자자에 해당한다.15
3) 중재판정부의 판단
중재판정부는 우선 청구인이 1996년 베네수엘라에서 설립되었고, 2001년 8월 바베이도스로 회사의 주소를 이전하여 바베이도스 정부로부터 사업 계속에 관한 증명서(Certificate of Continuance)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이어 중재판정부는, 이로써 청구인이 바베이도스에서 설립 또는 성립한 법인이 되어 베네수엘라 법인의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에만 이 사건 협정의 보호대상이 되는 회사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베네수엘라 법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는지 및 바베이도스 회사법에 따른 회사의 ‘계속’이 회사의 ‘설립 또는 성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폈다.16
가) 베네수엘라 법인으로서의 지위 상실 여부
바베이도스 회사법 제356.1조 제1항은 “바베이도스 외의 다른 국가에서 설립된 법인은 그 다른 국가의 법에 따라 허가를 받은 경우 바베이도스 등기소에 회사 계속 증명서를 신청할 수 있다([A] body corporate that is then incorporated in a jurisdiction other than Barbados may, if so authorized under the laws of that other jurisdiction, apply to the Registrar for a certificate of continuance under this Act)”고 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바베이도스 회사법에 따른 회사의 ‘계속’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설립지 국가(베네수엘라)의 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했으므로, 중재판정부는 베네수엘라 회사법이 바베이도스 회사법이 정하는 회사의 ‘계속’을 허용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폈다.17
이에 관하여, 피청구국은 베네수엘라 회사법에서 허용하는 것은 베네수엘라 영토 내에서의 법인 주소(domicile) 변경일 뿐, 국가가 변동되는 법적 근거지(seat of the company)의 변경, 즉 바베이도스 회사법이 인정하는 회사의 ‘계속’이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청구인은 베네수엘라 회사법이 법인 소재지를 재설정(re-domiciliation)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는 이상 이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18
이에 중재판정부는, 바베이도스 회사법 제356.1조 제1항의 “허가(authorize)”란, “법적 혹은 공적 권한을 수여(to give legal or formal warrant)”하거나 “권능을 부여하거나 허가(to empower or to permit)”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하였다. 단순한 금지의 부존재를 넘어 적극적인 권능 부여가 존재하여야만 “허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바베이도스 회사법은 바베이도스 회사가 다른 나라의 법에 따라 회사를 계속한다는 통지가 있을 경우, 해당 회사에 ‘회사의 중단(discontinuance) 증명서’를 발급하여야 하고 그 회사를 외국 법인으로 취급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바베이도스에서 국적이 변경되는 회사의 이주(migration)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적국뿐만 아니라 본래의 국적국으로부터도 이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베네수엘라 법에는 이를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19
또한 중재판정부는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청구인이 더 이상 베네수엘라에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였다고도 강조하였다. 예컨대, 청구인은 바베이도스로 법인 주소를 이전한 후인 2001년 8월 30일 청구인이 투자한 베네수엘라 회사(Barvarian Motors C.A.)의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하면서 베네수엘라 사명 ‘Inversiones Transbanca, C.A.’을 사용하였고, 2006년 8월에 체결된 Barvarian Motors의 신용공여 계약에서도 청구인의 이사가 여전히 베네수엘라 사명 ‘Inversiones Transbanca, C.A.’을 사용하여 서명하였다.20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2001년 8월 바베이도스로 주소를 이전하고 바베이도스 정부로부터 회사 계속 증명서를 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베네수엘라 법인의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나) 바베이도스 회사법에 따른 회사의 ‘계속’이 회사의 ‘설립 또는 성립’에 해당하는지 여부
중재판정부는 바베이도스 회사법의 문언을 상세히 분석하여, 회사의 ‘계속’이 이 사건 협정 제1조 (d)항의 ‘설립(incorporate) 또는 성립(constitue)’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중재판정부가 설시한 주요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청구인 지명 중재인 David D. Caron은 바베이도스 회사법상의 회사 계속은 이 사건 협정 제1조 (d)의 “설립(incorporate)”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성립(constitute)”에는 해당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제출하였다. Mr Caron은 이 사건 기업 이주(corporate migration)로 인하여 새로운 국적국(바베이도스)에 종래 존재하지 않던 Transban Investments Corporation이라는 새로운 회사가 존재하게 된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므로, 본래의 국적국(베네수엘라)에 Inversiones Transbanca, C.A.가 존속하는지 여부는 청구인이 바베이도스에서 “성립”되었다는 결론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24
위와 같은 이유에서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 분쟁은 협정의 시적 적용범위 내의 사건으로서 분쟁 당사자의 유효한 중재동의가 존재하지만, 청구인이 법인 주소를 바베이도스로 이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청구인을 바베이도스에 설립 또는 성립된 법인으로 보아 이 사건 협정 제1조 (d)항이 보호하는 투자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청구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에 대한 중재판정부의 관할을 부정하였다.25
자연인 투자자의 경우 각국의 법령에 따라 국적 변경이 가능하고 변경 후 국적에 기초하여 (다른 투자보호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절차 남용 등의 문제가 없는 이상) 투자협정의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 법인 투자자의 경우에도 본래의 설립지 또는 새로운 국적국의 법률이 허용하는 이상 국적 변경을 금지할 논리필연적 이유는 없다. 다만 법인 투자자의 경우에는 국적 변경보다는 새로운 국적국에서의 신규 설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적을 변경한 법인 투자자가 투자협정에 기초하여 투자 중재를 신청하는 경우가 실무상 흔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투자협정의 보호를 주장할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혜택부인, 절차남용 등의 이슈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국적국에서의 신규 설립보다 법인의 국적 변경 방식이 적합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본래의 설립국과 새로운 국적국의 법령을 준수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본래의 설립국 국적이 반드시 상실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본래의 설립국 법인의 지위를 상실하여야 한다고 전제하였지만,26 이와 같은 입장이 반드시 타당한지는 따져 볼 문제다.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바베이도스의 법인으로서 이 사건 협정이 보호하는 투자자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법인 주소 이전 후 베네수엘라 법인의 지위를 상실하였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이러한 전제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중재판정문에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바베이도스의 법체계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보고(바베이도스는 다른 나라에서 회사를 ‘계속’하는 자국의 회사에게 회사 ‘중단’ 증명서를 발급한 다음 외국 법인으로 취급함), 바베이도스 회사법상의 ‘회사 계속’ 요건인 ‘본래 설립국 법이 이를 허가하는 경우(if so authorized under the laws of that other jurisdiction)’라는 문언을 ‘본래 설립국 법이 국적 이탈을 허가하는 경우’라고 해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사건 중재판정부가 이중국적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ICSID 협약 또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ICSID 협약은 투자유치국의 국적 또한 보유하고 있는 이중국적자를 협약의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ICSID 협약 제25조 제2항 (a)호 단서). 그러므로 청구인을 이 사건 협약이 보호하는 투자자라고 인정하기 위하여 본래 국적국의 국적 상실을 요구하는 이 사건 중재판정부의 입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중국적자를 협약의 보호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확립된 국제법상의 원칙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중국적자의 취급은 개별 투자협약에서 얼마든지 다르게 정할 수 있다. 예컨대 한미 FTA는 이중국적자를 무조건 협약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이중국적자인 자연인은 지배적이고 유효한 국적국의 국민’으로서 협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제11.28조)고 정하고 있다. 다만 한미 FTA 또한 법인 투자자가 이중국적자인 경우에 관하여는 여전히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개별 투자협정에서 이에 관하여 ICSID 협약과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데에 이견이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므로 법인 투자자가 국적을 변경하였는데 종전 설립지 국적이 상실되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중재판정부의 다수의견처럼 무조건 협정의 보호가 배제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우선 문제되는 투자협정을 살펴 이중국적자에 대한 투자 보호를 어떻게 하기로 합의하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투자협정에 이중국적자 취급에 관한 특별한 합의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설립지 국적국 및 새로운 국적국의 관련 법령을 분석하여 법인 투자자의 이중국적 인정 여부에 관하여 살피고, ICSID 사건이라면 ICSID 협약까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비용에 관한 판정에는 중재판정부의 재량이 넓게 작용한다. 패소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일반 원칙(costs follow the event)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에서 중재판정부가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범위에서 비용 분배가 이루어진다. 승패의 정도 뿐만 아니라, 주장의 타당성, 중재절차 수행 과정에서 나타난 당사자 및 대리인의 성실성, 사건의 난이도, 구체적인 비용 지출액 등 모든 요소가 고려된다.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사건 내부 요소는 물론, 다른 관련 사건에서의 사정까지고 고려되었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으므로 이를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통상 청구인이 지출하는 비용이 피청구국이 지출하는 비용 보다 많은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피청구국(USD 2.87 mil)이 청구인의 총 지출액(USD 1.71 mil) 의 약 2배가량 되었고, 피청구국의 법률 대리인 비용(USD 2.7mil)은 청구인이 지출한 법률 대리인 비용(USD 0.7 mil)의 약 4배였다. 이에 중재판정부는 청구인과 피청구국 지출 비용의 과도한 차이를 지적하며 피청구국이 지출한 전체 비용이 정당화되기도 어렵고, 합리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하였다.27
아울러 중재판정부는 피청구국이 지출한 금액의 적정성을 판단함에 있어, 피청구국이 피청구국과 다른 투자자 사이의 사건(Blue Bank International v Venezuela, ICSID Case No. ARB/12/20)에서 지출한 금액, 쟁점과 주장의 유사성 등도 고려하였다. 즉, Blue Bank International 사건은 이 사건 보다 앞서 진행된 투자중재 사건이었는데, 여기에서도 피청구국의 ICSID 협약 탈퇴가 주된 쟁점이 되는 등 이 사건과 유사한 쟁점이 다투어졌고, 피청구국은 이 사건에서와 동일한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동일한 주장으로 대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lue Bank International 사건에서 피청구국이 지출한 비용은 총 USD 1.7 mil로서 피청구국이 이 사건에서 지출하였다는 비용 보다 현저히 적었다. 이에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피청구국에 상환할 비용을 USD 60만으로 감액하였다.28
이처럼 중재판정부는 해당 사건 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 사건에서의 사정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비용 분담액을 결정하였다. 사건을 수행하다 보면 법률 비용이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이 사건처럼 청구금액이 크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투자중재 사건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중재판정부의 지적에서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은 비용 지출이 언제나 합리적이라고 인정 받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어느 일방이 전부 승소하였다고 하더라도 비용 전액을 상환 받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효율적으로 사건을 수행을 통하여 합리적인 수준으로 비용이 지출될 수 있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겠다.
작성자 강유정 변호사 | 김&장 법률사무소
강희구 변호사 | 김&장 법률사무소
※ 본 판례 해설 내용은 작성자와 감수자의 견해이며, 이는 산업통상부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1) Transban Investments Corp. v.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 ICSID Case No. ARB/12/24, Award (“Award”), paras. 21-25, 28.
2) Award, paras 95, 105.
3) Award, paras 44, 46. 1)
4) Award, paras 65, 92.
5) 중재판정문에 물적 관할 항변의 세부 내용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음.
6) 중재판정문에 물적 관할 항변에 대한 반박의 세부 내용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음.
7) “Any Contracting State may denounce this Convention by written notice to the depositary of this Convention. The denunciation shall take effect six months after receipt of such notice.”
8) Award, paras. 63-65.
9) Award, paras. 55-58. 10 Award, paras. 67-68, 71.
11) Award, paras. 73-78, 92.
12) Award, paras. 79-84, 87-93.
13) Separate Opinion of Arbitrator Santiago Torres Bernárdez concerning the ratione temporis preliminary objection of the Respondent, paras. 1-50.
14) Award, paras. 95-99.
15) Award, paras. 100, 102-107, 110-113.
16) Award, paras. 133-140.
17) Award, paras. 146-148.
18) Award, paras. 149-151.
19) Award, paras. 152-157, 161.
20) Award, paras. 158-160.
21) Award, paras. 166-168.
22) Award, paras. 170-171.
23) Award, paras. 144, 172-174.
24) Dissenting and Concurring Opinion of Professor David D Caron, paras. 1-19
25) Award, paras. 144, 172-174.
26) Award, para.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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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komb Synergetics Technology v. Latvia (SCC Case No. 118/2001) (0) | 2025.12.30 |
|---|---|
| EnCana v. Ecuador (LCIA Case No. UN3481) (0) | 2025.12.30 |
| National Gas S.A.E. v Arab Republic of Egypt, ICSID Case No. ARB/11/7 (0) | 2025.11.24 |
| Manchester Securities v. Poland (UNCITRAL) (1) | 2025.11.21 |
| Corona Materials v. Dominican Republic (ICSID Case No. ARB(AF)/14/3) (0) | 2025.11.20 |